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Weihnachts-Oratorium) - Christmas Oratorio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1734년 걸작 - 패러디 뮤직의 모델
고전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1685-1750)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교회에서 연주되기를 바래서 작곡한 오라토리오이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이 곡을 크리스마스 날인 12월 25일에 처음 연주되기를 바랬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그런 전통이 남아 있다. 바흐는 이 오라토리오를 지금으로부터 124년 전인 1734년에 완성했다. 바흐는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작곡할 때에 전에 만들어 놓았던 음악을 여러 곡이나 그대로 인용하였다. 특히 지금은 분실되어서 없는 교회 칸타타 바흐작품번호(BWV) 248a에서 여러 곡을 인용하였다.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바흐작품번호 248번이므로 분실된 교회 칸타타를 BWV 248a라고 부르는 연유를 짐작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에서 처럼 다른 작품에서 음악을 빌려와서 완성한 작품을 패로디 음악(Parody music) 작품이라고 부른다. 모방한 음악작품이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패러디 음악의 대표자이다. 가사는 누가 썼는지 확실치 않다. 아마 필명이 피칸더(Picander)라고 하는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 헨리치(Christian Friedrich Henrici: 1700-1764)라는 사람이 쓰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다. 왜냐하면 피칸더는 바흐의 칸타타 또는 오라토리오를 위해 여러 가사를 써서 제공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교회의 절기를 기념해서 바흐가 완성한 세 오라토리오 중의 하나이다. 다른 오라토리오들은 부활절에 부르도록 만든 '부활절 오라토리오'(Oratorio for Eastor Sunday: 1725: BWV 249), 그리스도의 승천을 기념하여 부르도록 한 '승천 오라토리오'(Oratorio for Ascension Day: 1748/9: BWV 11)이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여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곡은 64곡에 이른다. 여섯 파트로 만든 것은 각 파트를 크리스마스 시즌 중에 각 축일마다 한 파트씩 연주하도록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오늘날 연주할 때에는 전곡을 모두 연주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세 파트씩 묶어서 두번에 걸쳐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일 전곡을 모두 연주한다면 3시간은 족히 걸린다. 1부는 예수의 탄생에 대한 내용으로 크리스마스 당일에 연주한다. 2부는 성탄전 다음날인 12월 26일에 연주하며 천사가 목자들에게 나타나 예수의 탄생을 알려준다는 내용이 중심이다. 3부는 12월 27일에 연주하며 저 들 밖의 목자들이 아기 예수를 찾아와 경배하는 내용이다. 4부는 1월 1일에 연주하며 마리아의 몸에서 태어난 아기가 할례를 받고 예수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는 내용이다. 5부는 새해의 첫번째 주일에 연주하며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경배하기 위해 머나먼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6부는 주현절(주로 1월 6일)에 연주하며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경배하는 내용이다. 1734/35년의 교회력에 따르면 성탄절과 그 다음에 오는 축일들에는 예배에서 복음서의 어떤 구절을 읽어야 하는지 정해져 있었다. 바흐는 그 정해진 성경구절에 부합되게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구성했어야 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 원래의 교회력에 의한 성경구절 낭독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부: 탄생과 목자들에게 고지함
2부: 목자들의 경배
3부: 요한복음에 대한 프롤로그
4부: 할례와 예수라고 이름지음
5부: 애굽으로의 피난
6부: 동방박사들의 찾아옴과 경배함
그런데 이렇게 되면 아기 예수와 성모 마리아와 요셉은 동방박사들이 경배하러 찾아오기 전에 애굽으로 피난을 떠나야 했다. 만일 오라토리오의 순서를 이대로 했다가는 이상하게 될수 있다. 바흐는 셋째날인 요한복음에 대한 프롤로그를 삭제하고 목자들과 동방박사들이 찾아오는 얘기를 각각 따로 나누었다. 그리하여 실제로 오라토리오에 반영된 여섯 파트는 다음과 같게 되었다. 성가족이 애굽으로 피난하는 얘기는 6부 동방박사들의 경배가 이루어진 뒤로 남겨 두었다. 아무튼 바흐는 오리지널 스코어에 파트 별로 언제 연주되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적어 놓았다.
1부: 탄생(Jauchzet, frohlocket: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2부: 목자 고지(천사가 목자들에게 나타나서 그리스도의 탄생을 전함)(Und es waren Hirten: 목자들이 있었도다)
3부: 목자들의 경배(Herrscher des Himmels: 하늘의 통치자)
4부: 할례와 예수라는 이름을 지어 줌(Fallt mit Danken: 감사로 엎드려 절하세)
5부: 동방박사들의 여행(Ehre sei dir. Gott, gesungen: 여호와 하나님의 영광을 노래하라)
6부: 동방박사들의 경배(Herr, wenn die stolzen Feinde schnauben: 주여, 교만한 원수들이 분노하기를)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의 초연은 1734년 12월 25일 라이프치히의 성니콜라스 교회에서 1부 연주를 시작으로 하여 이듬해인 1735년 1월 6일 역시 성니콜라스 교회에서 6부를 연주하는 것으로 완성되었다. 그러므로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음악사에 있어서 초연이 2년에 걸쳐 이루어진 유일한 작품이다. 초연이 이루어진 장소도 두 곳으로 각각 달랐다. 모두 라이프치히에 있는 교회이지만 성니콜라스교회와 성토마스교회에서 나누어서 초연이 이루어졌다. 하나의 파트를 오전에는 이 교회에서 연주하고 오후에는 똑같은 파트를 저 교회에서 연주하는 특색을 보여준 초연이었다. 그러나 성니콜라스교회에서는 결국 전체 파트가 연주되었지만 성토마스교회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다시말해서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의 전부가 초연된 장소는 성니콜라스교회였다. 성니콜라스교회는 라이프치히 오페라극장 길건너편 니콜라이키르흐호프(Nikolaikirchhof) 3번지가 주소이며 성토마스교회는 그로부터 더 서쪽의 토마스키르흐호프(Thomaskirchhof) 18번지가 주소이다. 초연의 일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1734년 12월 25일: 파트 1. 이른 아침에 성니콜라스교회, 오후에는 성토마스교회
- 1734년 12월 26일: 파트 2. 오전에 성니콜라스교회, 오후에 성토마스교회
- 1734년 12월 27일: 파트 3. 오전에 성니콜라스교회
- 1735년 1월 1일: 파트 4. 오전에 성토마스교회, 오후에 성니콜라스교회
- 1735년 1월 2일: 파트 5. 오전에 성니콜라스교회
- 1735년 1월 6일. 파트 6. 오전에 성토마스교회, 오후에 성니콜라스교회
라이프치히의 루터교회인 성니콜라스교회
라이프치히의 루터교회인 성토마스교회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의 각 파트별 내용은 다르더라도 음악적인 조성은 하나의 커다란 연합을 이루고 있다. 파트 1과 파트 3은 D 장조로 써졌다. 파트 2는 버금딸림음의 G 장조로 되어 있다. 파트 1과 파트 3는 축제분위기를 나타내는 트럼펫 연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파트 2는 목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목가풍의 음악으로 장식되어 있다. 그래서 목관악기가 중심이 되고 있다. 파트 4는 F 장조로 써졌다. F 장조는 D 장조와 연계가 되는 조성이다. 파트 4는 혼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러다가 파트 5에서는 마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처럼 A 장조로 시작하여 축제 분위기의 D 장조로 마무리하였다. 파트 5에서는 시작과 마무리를 효과적으로 연계하기 위해 파트 1의 합창 멜로디인 Wie soll ich dich empfangen?과 나중에 나오는 파트 6의 마지막 합창인 Nun deid ihr wohl gerochen의 멜로디를 인용하였다. 파트 6의 합창 멜로디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에 나오는 O Haupt voll Blut und Wunden의 멜로디로서 바흐는 이 멜로디를 파트 6에서 다섯번이나 인용했다. 한편,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패로디 테크닉을 복잡하게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간단히 말하면 이미 작곡해 놓은 음악을 새로운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비록 그렇다고 해도 표현의 방법에 있어서는 전혀 새로운 분위기를 던져 주는 것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에 사용한 아리아나 합창곡들을 바흐가 이미 작곡해 놓았던 작품에서 가져와서 사용한 것들이 많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와 같은 성스러운 내용의 작품을 만들면서 사실상 세속적인 음악에서 많은 인용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세속적인 음악이라는 것은 왕족이나 귀족들을 찬양하기 위해 작곡한 칸타타 등의 음악을 말한다. 세속적인 음악은 교회에서 연주할수 없었다. 그런데 같은 음악을 포장만 다르게 해서 교회에서 연주토록 했으니 재미있는 일이다.
바흐가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위해 인용한 세속적 칸타타로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BWV 213 Lasst uns sorgen, lasst uns wachen(교차로의 헤르쿨레스). 1733년 9월에 작소니의 프리드리히 크리스티안 왕자의 11회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작곡
- BWV 214 Tönet, ihr Pauken! Erschallet, Trompeten!. 1733년 12월 폴란드 왕비이며 작소니의 선제여후인 마리아 요제파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작곡
- BWV 215 Preise dein Glücke, gesegnetes Sachsen. 1734년 10월 작소니 선제후가 아우구스트 3세로서 폴란드 왕으로 대관식을 갖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작곡
그리고 특히 파트 6의 경우에는 지금은 분실되어 알수 없는 교회 칸타타인 BWV 248a에서 상당부분을 가져다가 재활용했다고 생각되고 있다. 파트 5의 트리오인 Ach, wenn wird die Zeit erscheinen?(아, 언제나 그 때가 올 것인가?)도 오리지널은 있었는데 분실된 것으로 생각되며 역시 파트 5읠 합창인 Wo ist der neugeborne König(새로 태어나신 왕은 어디 계신가)는 BWV 247인 1731년의 '마태 수난곡'에서 인용한 것이 틀림없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예수의 애굽 피난. 렘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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