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Les martyrs) - The Martyrs
폴리우토(Poliuto)의 프랑스 버전
파리 시절의 게타노 도니체티
'순교자'(Les martyrs)는 게타노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 1797-1848)의 4막 그랜드 오페라이다. 프랑스어 대본은 당대의 외진 스크리브(Eugene Scribe: 1791-1861)가 썼다. 외진 스크리브의 대표적인 오페라 대본으로서는 칠레아의 '아드리아나 르쿠브러', 마이에르베르의 '예언자', 알레비의 '유태여인' 등인데 대부분 종교적인 내용의 대본이다.'순교자'는 1840년 4월 10일 파리 오페라에서 초연을 가졌다. '순교자'는 도니체티가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을 위해 작곡한 '폴리우토'(Poliuto)를 프랑스 버전으로 상당부분 수정한 것이다. 나폴리를 위해 작곡한 '폴리우토'의 대본은 살바도레 카마라노(Salvadore Cammarano: 1801-1852)가 썼다. 살바도레 카마라노는 도니체티를 위해 저 유명한 '람메무어의 루치아', '로베르토 드브러' 등의 대본을 썼고 베르디를 위해서도 '루이자 밀러' 등의 대본을 쓴 사람이다. 카마라노의 '폴리우토'되었건, 스크리브의 '순교자'가 되었건 이들의 대본은 17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극작가인 피에르 코르네이유(Pierre Corneille: 1606-1684)의 희곡 '폴리유크트'(Polyeucte: 1642)를 원작으로 삼은 것이다. 다만, 스크리브의 '순교자' 대본은 '카마라노'의 '폴리우토' 대본을 상당부분 그대로 프랑스어로 번역한 것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피에르 코르네이유는 몰리에르, 라시느와 함께 17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3대 극작가 중의 하나로서 존경받고 있는 사람이다.
피에르 코르네이유의 비극 '폴리유크트'를 바탕으로 해서 오페라 '메데'로 유명한 프랑스의 마르크 안투안 샤펜티에(Marc-Antoine Charpentier)가 1679년에 발레 음악을 작곡한 것이 있다. 또한 '파우스트'로 유명한 프랑스의 샤를르 구노는 쥘르 바르비에(Jules Barbier)의 대본으로 '폴리유크트'라는 오페라를 1878년에 완성했다. 그리고 '마법사의 제자'로 유명한 폴 뒤카(Paul Ducas)는 1892년에 '폴리육트 서곡'을 작곡했다.
'폴리우토'가 나폴리에서 공연금지를 당한 것은 당시에는 무슨 공연이던지 사전에 당국의 검열을 받아야 했는데 특히 '폴리우토'에 대하여는 나폴리 왕이 내용을 보고 이건 안되겠다고 해서 공연금지를 내렸던 것이다. 왜냐하면 오페라 '폴리우토'는 초대교회 시절의 순교자인 성자 폴리우토(폴리에우크투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인데 미안하지만 그런 분의 생애를 너무 세속적으로 그렸다고 해서 레드 카드를 받은 것이다. 즉, 도니체티의 오페라 '폴리우토'에서는 폴리우토가 단순히 순교를 당한 내용만으로는 드라마로서의 흥미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의 부인이 결혼하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내용을 추가하여 폴리우토가 질투심에 불타서 부인을 오해하고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다는 스토리를 넣었다. 아마 재미 있으라고 그런 스토리를 만들어 넣었던 것 같다. 도니체티는 속이 상해서 오페라의 스토리는 그럴수도 있고 대단히 세속적인 것도 아닌데 그런 것을 가지고 공연을 금지한다는 것은 정말 너무한 처사라며 분노를 터트렸다. 도니체티는 즉각 산 카를로 극장의 공연의 취소하고 아깝기는 하지만 아무튼 극장 측에 공연을 못하게 된 데에 따른 손해배상 금액을 치루었다. 그리고는 다시는 산 카를로 극장을 위해서 작곡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도니체티는 이탈리아에서 더 이상 활동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유럽 오페라의 중심지인 파리로 가기고 결심했다. 파리에 온 도니체티는 '폴리우토'를 프랑스의 스타일에 맞게 상당히 수정하고 제목도 '순교자'(Les martyrs)라고 바꾸고 '순교자'를 무대에 올렸다. 그런데 사실상 도니체티는 '순교자'의 음악을 '폴리우토'에서 거의 80%를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했다. 다만, 서곡은 완전히 새로 썼고 중간에 프랑스 관객들을 위해 발레를 추가하였다.
'순교자'는 도니체티의 여러 오페라 중에서 음악적으로 가장 세련되고 훌륭한 작품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다. 그러나 공연시간이 너무 길고 또한 아무래도 기독교 순교자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어서 그런지 대중적이지 못해 상당기간 동안 잊혀져 있었다. 그러다가 근자에 이르러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한편, 도니체티가 나폴리를 위해 작곡했던 '폴리우토'도 도니체티의 사후에 오리지널 스코어 그대로 공연되어 관심을 끌었다. '폴리우토'가 되었던 '순교자'가 되었던 이 오페라의 내용은 주후 3세기경 초대교회 시절에 아르메니아에 주둔하고 있던 로마군 장교인 폴리우토(St Polyeuctus: -259)가 기독교로 개종하였기 때문에 당국의 박해를 받아 결국 순교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삼고 있다. 폴리우토는 폴리에우크투스의 이탈리아식 표기이다.
돌이켜보면 도니체티와 파리와의 인연은 183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37년 12월에 파리의 이탈리아극장에서 '람메무어의 루치아'(프랑스어 제목은 Lucie de Lammermoor)가 대성공을 거두자 도니체티는 나폴리 보다는 파리에서 오페라 활동을 하고 싶은 생각을 비로소 하기 시작했다. 파리로 가는 길은 도니체티의 앞에 넓게 펼쳐져 있었다. 도니체티는 이탈리아 작곡가로서는 처음으로 파리에서 본격적인 그랜드 오페라의 작곡을 요청받았다. 도니체티는 파리에서 '람메무어의 루치아'가 대성공을 거둔 때로부터 얼마 후인 1838년 1월에는 베니스에 있었다. '루덴츠의 마리아'(Maria de Rudenz)의 초연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도니체티는 이때 당대의 테너인 프랑스의 아돌프 누리(Adolphe Nourrit)를 만났다. 아돌프 누리는 프랑스의 여러 작곡가들이 그를 위해 특별히 오페라를 작곡할 정도로 유명한 테너였다. 예를 들면 마이에르베르, 오버, 알레비 등이 그를 위해 오페라를 작곡했다. 뿐만 아니라 파리에서 지내고 있던 로시니도 1829년에 그를 위해 '윌리엄 텔'(귀욤 텔)을 작곡했다. 그러는 중에 1830년대에 들어와서 파리에서 누리의 인기는 전과 같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길베르 루이 뒤프레(Gilbert Louis Duprez)와 같은 신성 테너가 등장해서 대중들의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졌다고 생각된다. 한편, 1836년에 파리에 갔었던 도니체티는 파리에서 공연되는 '칼레 공성'(L'assedio di Calais)의 주인공을 아돌프 누리의 명성을 듣고 그가 주역을 맡게 되기를 바랬었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되지 못하여서 아쉬움을 남겨 주었다. 그러한 배경이 있는 터에 베니스에서의 아돌프 누리를 만났던 것이다. 두 사람은 베니스에서 그저 반갑게 인사나 하였으나 얼마 후에 나폴리에서 다시 만났다. 그로부터 도니체티는 새로운 오페라인 '폴리우토'를 시작하면서 주역을 아돌프 누리로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테너 아리아들도 아돌프 누리를 고려해서 작곡했다. 아돌프 누리도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했다.
도니체티가 파리에 갔다가 베니스로 돌아온 또 하나의 목적은 콜레지오 디 산 피에트로 아 마이엘라(Collegio di San Pietro a Maiella: 마이엘라 성베드로 대학교)의 상주 음악감독으로 임명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그 자리는 작곡가인 사베리오 메르카단테에게 돌아갔다. 도니체티는 베니스로 돌아온지 몇 달 후인 5월에 파리 오페라로부터 2편의 신작 오페라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도니체티는 그같은 요청을 수락하면서 다만 대본은 외진 스크리브가 써야 한다는 조건을 내 걸었다. 외진 스크리브는 당시 프랑스 최고의 오페라 대본가였다. 한편, 도니체티는 나폴리의 산 카를로와의 약속에 따라 새로운 오페라인 '폴리우토'의 작곡을 거의 마무리한 입장이었다. 그러자 도니체티는 파리 오페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선 '폴리우토'를 프랑스어 버전으로 공연할 생각을 했다. 그러던 차에 나폴리에 와서 보니 아돌프 누리가 그곳에 와서 있었던 것이다. 도니체티와 누리는 이탈리아 오페라와 프랑스 오페라에서의 발성에 대하여 진지한 의견을 나누고 앞으로 정말 한 번 잘해 보자는 다짐을 했다. 누리는 도니체티를 만나게 되어 새로운 예술 인생을 살게 되었다면서 크게 감동하였다. 도니체티는 누리에게 '폴리우토'를 산 카를로에서 공연할 때 타이틀 롤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고 누리도 영광으로 생각하여 단숨에 승락하였다. 그리고 '폴리우토'의 공연을 위해 열심으로 준비했다. 그러다가 나폴리 왕이 '폴리우토'의 공연을 금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도니체티는 1839년 10월에 다시는 산 카를로를 위해서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후에 파리로 떠났다. '폴리우토'의 취소와 도니체티의 파리행으로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누리였다. 절망감이 그를 엄습하였다. 누리는 여러가지로 괴로워하다가 급기야 1839년 3월 8일 나폴리 아파트에서 창문을 열고 아래로 뛰어내려 자살하였다.
파리에 간 도니체티는 아돌프 아당(Adolphe Adam)과 가깝게 지냈다. 마침 아당과는 같은 아파트 건물에 살게 되었다. 도니체티는 오리지널 '폴리우토'를 왕립음악원에 제출해다. '폴리우토'는 타이틀도 바꾸고 음악도 수정하여서1840년 4월에 공연하는 것으로 약속되었다. 그래서 '순교자'가 선을 보이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로베르토 드브러'와 '사랑의 묘약'이 파리 오페라의 무대에 올려졌다. 도니체티는 이 오페라들의 공연을 지켜보고 자문도 해 주었다. 도니체티의 명성은 프랑스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도니체티는 한편으로 파리 오페라와 약속한 두번째 오페라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Le duc d'Albe(알바 공작)이었다. 안타깝게도 '알바 공작'은 도니체티의 생전에 완성되지 못하였다. 이듬해인 1839년 8월에는 '람메무어의 루치아'를 프랑스어 대본으로 공연되었다. Lucie de Lammermoor 였다. 대단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도니체티는 '순교자'의 초연까지는 시간이 있어서 또 다른 오페라를 완성했다. La fille du regiment(연대의 딸)이었다. 도니체티가 직접 프랑스어 대본으로 만든 첫번째 오페라였다. '연대의 딸'은 1840년 2월 11일에 초연되었다. 대성공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순교자'는 두 달 앞으로 다가선 초연을 위해 리허설에 들어갔다.
도니체티는 '순교자'를 4막으로 확장했다. 여러 변경을 해야 했다. 서곡을 다시 썼다. 발레 장면도 필요했다. 로마의 지방 총독(세베루스)과 아르메니아 총독으로서 폴리유크트(폴리우토)의 장인인 펠릭스의 역할을 확대하였다. 펠릭스는 오리지널에서는 테너였으나 '순교자'에서는 깊은 저음의 베이스로 바꾸었다. 폴리유크트의 아리아들도 다시 써야 했다. 원래 '폴리우토'에서의 타이틀 롤은 테너 아돌프 누리를 위해서 마련되었지만 누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바람에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길베르 뒤프레가 맡게 되어 그에게 맞는 아리아들로 고쳐야 했다. 사실상 누리를 위해서는 고음이 하이 C 샤프까지 나는 아리아를 만들었으나 뒤프레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음을 낮추어야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변경은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스토리 자체를 변경한 것이다. 주인공인 폴리유크트의 질투에 대한 모티브를 추가한 것이다. 나폴리에서의 '폴리우토'는 질투에 대한 스토리를 추가했기 때문에 곤혹을 치루었는데 도니체티는 코르네이유의 원작에 그런 내용이 있다고 하면서 파리를 위해서 기어코 추가한 것이다.
현대적 연출의 '순교자'
'순교자'의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초연에서는 폴리유크트를 테너 길베르 뒤프레가 맡았고 그의 폴랭의 역할은 소프라노 줄리 도러스 그라스(Julie Dorus-Gras)가 맡았다.
- 폴리왹트(Polyeucte: T: 폴리우토): 로마가 통치하던 아르메니아의 백부장(Magistrate). 기독교로 개종. 폴리우토.
- 폴랭(Pauline: S: 파울리네): 폴리왹트의 부인.
- 세베르(Sévére: Bar): 로마군 장군, 나중에 로마의 집정관(Proconsul)으로 아르메니아에 나타난다. 세베로
- 펠릭스(Felix: B): 폴랭의 아버지. 아르메니아 총독(Governor)
- 칼리스테네스(Callisthenes: B): 이밖에 주피터신전의 대제사장
- 네아르크(Néarque: T): 폴리왹트의 친구로서 폴리왹트르 기독교로 개종시킨 사람.
시기는 주후 259년경이며 장소는 아르메니아의 미틸레느(Mytielene: Melitene)이다. 오늘날 터키의 아나톨리아 동부에 있는 말라티야(Malatya)이다. 로마제국은 아르메니아를 정복하고 로마의 군단을 주둔시켰으며 아나톨리아 지방의 도시들을 로마화했다. 당시 아르메니아에도 기독교가 은밀히 확산되고 있었다. 로마 당국은 기독교를 타파하기 위해 기독교도들을 체포하여 처형하였다. 아르메니아 총독의 딸인 폴랭(파울리나)은 로마군 사령관인 세베르를 사랑하고 있다. 어느날 아버지 펠릭스는 폴랭에게 세베르가 전쟁터에서 전사했다고 전하면서 이제 그를 사랑할 필요가 없으므로 로마의 행정장관인 폴리우토(폴리왹트)와 결혼하라고 강요했다. 폴랭은 어쩔수 없이 폴리우토와 결혼한다.
1막. 카타콤이다. 기독교인들이 비밀리에 집회를 가지고 있다. 이날은 특히 새로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한 신자들에게 세례를 주는 날이다. 기독교인들의 성스러운 합창이 울려퍼진다. O voute obscure, o voute obscure(오 어두운 지하 묘지여, 오 무한히 넓은 지하묘지여, 평화가 지배하는 곳이로다). 기독교도들의 리더는 폴리우토의 친구인 네아르크이다. 네아르크는 카타콤의 입구에서 폴리우토를 마중하면서 '그분께서 그대에게 용기를 주었는가? 그대는 마음 속에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며 다시한번 세례를 받고자 하는 폴리우토의 마음을 다짐한다. 네아르크는 폴리우토의 부인인 폴랭(파울리네)이 아직도 로마의 우상들을 섬기고 있는데 그 문제는 어찌할 것인지도 묻는다. 그리스도를 새로 믿기로 작정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부부가 함께 주님을 구주로 영접하기 때문이다. 폴리우토는 폴랭도 자기를 따라 기독교가 되게 해 달라고 우선은 로마의 신들에게 기도하였지만 로마의 신들이 귀가 먹었는지 들어주지 않았다고 하면서 이제 자기가 기독교의 신을 받아 들이기로 했으니 새로운 신에게 폴랭의 마음을 변화시켜 달라는 기도를 하겠다고 대답한다. [폴랭이 다른 남자에 대하여 마음을 쓰고 있기 때문에 질투가 난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폴리우토는 경건한 심정으로 Que l'onde salutaire, s'epanche sur mon front! Et les maux de la terre, pour moi disparaitron!(은혜가 나의 머리에 파도처럼 쏟아지도다. 이 세상의 악함은 나를 위해서 사라지도다'라며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네아르크는 하늘과 천사들에게 친구 폴리우토를 받아 달라고 간구한다. 두 사람은 이윽고 카타콤 안으로 들어선다. 그때 다른 기독교인들이 달려와서 네아르크에게 로마병사들이 총독의 명령을 받고 카타콤으로 오고 있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리우토는 담대하게 '어서 갑시다. 주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라고 말한다.
잠시후 폴랭이 자기 어머니의 묘지에 기도를 드리러 나타난다. 폴랭을 호위하여 함께 왔던 병사들은 돌아가고 폴랭에게 시중드는 시녀들만이 남는다. 폴랭은 어머니의 묘지에 제물을 드린 후에 다른 여인들과 함께 행복과 번영의 여신인 프로스페리네를 찬양하는 아리아와 합창을 부른다. 폴랭의 아리아가 O toi qui fus témon de l'amour de Sévére, de ces noeuds par toi-meme approouvés(오 그대 세베르에 대한 나의 사랑의 증인이시여)이다. 폴랭은 한편으로는 죽었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애틋하게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재의 남편인 폴리우토에 대하여도 아내의 도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러는 중에 폴랭은 카타콤의 저 깊은 곳으로부터 기독교인들이 부르는 찬양의 소리를 듣는다. O toi, notre perem, qui regnes sur terre, comme dans les cieux(오 하늘과 땅을 통치하시는 우리들의 아버지시여)이다. 폴랭은 카타콤의 기독교인들의 합창 소리가 들리자 놀란다. 기독교인들이 카타콤을 떠난다.
폴리우토는 카타콤에서 폴랭을 발견하자 크게 놀란다. 폴리유크트는 폴랭에게 기독교 신앙을 받아 들였다고 선언한다. 폴랭은 남편의 그런 선언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네아르크와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서 폴랭을 위해 무릎 꿇고 기도한다. 폴랭은 폴리우토에게 제발 기독교 신앙을 포기하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폴리우토의 결심은 변함이 없다. 그러자 폴랭은 마지막 수단으로 폴리우토가 기독교를 신봉한다는 비밀을 총독인 친정 아버지에게 고발하겠다면서 폴리우토를 위협한다. 폴리우토는 그럼 위협에도 굴하지 아니한다. 폴리우토는 하나님의 자비를 간구한다. 폴랭은 폴리우토에게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잠잠히 있어 달라고 간청한다. 두 사람의 듀엣이 Objet de ma constance, amour de ton epoux(나는 당신의 남편이요 당신은 내 사랑의 목적이요), Si tu m'aimes, silence!(당신이 나를 사랑하신다면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이다. 네아르크와 기독교인들은 '주께서 우리의 방패가 되시며 우리를 지켜주시리라'라는 합창을 부른다.
2막. 1장은 아르메니아 총독인 펠릭스의 집무실이 무대이다. 펠릭스는 기독교인들을 박해하는 내용의 포고문을 이제 막 완성했다. 펠릭스는 만족해 하면서 로마 신들에 대한 한결같은 충성을 선언한다. 펠릭스의 아리아가 Dieux des Romans, dieux titelaris(로마의 신들이여, 보호해 주시는 신들이여, 당신께 꽃다발을 바치나이다)이다. 잠시후 폴랭이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나타난다. 아버지 펠릭스는 딸 폴랭에게 폴랭도 자기와 마찬가지로 기독교인들에 대한 증오심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쓴 포고문을 한번 읽어보라고 한다. 폴랭이 포고문을 들여다 보자 펠릭스는 폴랭에게 그냥 보지만 말고 큰 소리로 읽으라고 주장한다. 폴랭은 마지못해서 포고문을 소리 높이 읽고는 그 내용에 대하여 큰 두려움을 느낀다. 펠릭스는 폴랭의 그런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독교에 대한 증오심을 한층 소리 높여 노래한다. 펠릭스의 카발레타가 Mort a ces inflames, et livrez aux flammes(증오의 대상이 되는 자들에게 죽음을! 불길 속으로 쳐 넣을지어다. 그들의 아이들과, 그들의 부인들과, 그들의 금과 그들의 재산을)이다.
펠릭스는 포고문을 거리에 붙이도록 했지만 어쩐지 자기 딸 폴랭의 마음이 불안정한 것 같아서 걱정한다. 폴랭이 정신나간 사람처럼 들어선다. 펠릭스는 아마도 세베르에 대한 불행한 추억 때문에 저런다고 생각한다. 폴랭은 세르베를 잃은 슬픔을 얘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편인 폴리우토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다. 그러한 때에 군대의 나팔소리가 들리더니 이어 대제사장이 다른 제사장들과 백부장들을 거느리고 나타난다. 대제사장은 새로운 로마의 집정관이 곧 도착할 것이라고 전한다. 사람들이 그 분이 도대체 누구냐고 묻자 대제사장은 '전쟁에서 전사했다고 알려진 세베르 장군'이라고 밝힌다. 폴랭의 놀람은 말할수 없을 정도이다. 모두들 새로운 집정관을 환영하러 나가지만 폴랭은 나가지 못한다. 혼자 있는 폴랭은 사랑하는 세베르가 살아서 돌아오게 되어 기쁘기가 한량 없지만 그러나 현실을 생각하고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한다. 폴랭의 아리아가 Severe existe! Un dieu sauveur (세베르가 살아 있다니. 신께서 구해 주셨도다)이다.
2장은 미틸렌의 대광장이다. 백성들이 세베르의 도착을 소리 높여 환영하고 있다. Gloire a ous, Mars et Bellone! Gloire a toi, jeune hero(영광을, 전쟁의 신 마르스와 전쟁의 여신 벨로나에게 영광을, 젊은 영웅이여). 세베르가 백성들에게 연설한다. 그는 직접적으로 기독교인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의미로 보면 기독교인들을 모두 제거하겠다는 말을 한다. 이어 세베르는 사랑하는 여인을 곧 다시 만나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인다. 세베르의 아리아가 Amour de mon jeune age, toi dont la douce image, au sein de l'esclavage, soutint ma vie et mon espoir(나의 젊음을 사랑하라, 감미로운 이미지를, 노예로 있을 때에도 내 삶과 희망을 연장해 준 사랑이도다)이다.
세베르와 폴랭과 펠릭스. 부에노스아이레스 테아트로 아베니다.
세베르는 환영 나온 펠릭스를 만나자 작은 소리로 폴랭은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펠릭스는 당장 대답을 하지 못한다. 무용수들이 등장하여 환영의 춤을 춘다. 새로 추가한 발레 파트이다. 펠릭스는 세베르가 로마로부터 황제의 친서를 가지고 왔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세베르는 그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계속 폴랭을 찾기만 한다. 그럴 때에 폴랭이 다른 여인들과 함께 드디어 나타난다. 폴랭을 따라서 남편인 폴리우토도 함께 등장한다. 그 뒤를 따라서 네아르크와 기독교인들이 따라 들어온다. 폴랭은 세베르에게 남편 폴리우토를 소개한다. 세베르가 놀람으로 충격을 받는다. 세베르의 카발레타가 Je te perds, toi que i'adore, je te perdes et sans retour(그대를 잃었다. 사랑하는 그대를. 그러나 나의 분노와 사랑을 모두 숨길수는 없도다)이다.
세베르와 폴리우토만이 남는다. 세베르가 폴리우토에게 황제에 대한 충성을 잊지 말라고 말하자 폴리우토는 로마 황제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진 존재가 있다고 말한다. 세베르는 폴리우토의 충성심에 대하여 의심을 한다. 폴랭은 두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간에서 노력한다. 그때 대제사장이 어제 밤에 기독교인들이 비밀장소에 모여서 새로운 신도들에게 세례를 주었다고 전한다. 세베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독교인들을 색출해서 처형하겠다고 강조한다. 펠릭스와 대제사장도 기독교를 크게 비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아르크를 비롯한 기독교인들은 신앙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3막. 1장은 폴랭의 침실이다. 홀로 침실에 있는 폴랭은 신에게 도와 달라는 간구를 한다. 폴랭의 아리아가 Dieux immortels, temoins de mes justes alarmes, je confie a vous seuls mes tourments et mes larmes(영원하신 신이시여. 나의 번뇌와 나의 눈물로서 호소하노니 나의 근심을 지켜보아주소서)이다. 갑자기 세베르가 들어선다. 그도 또한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희망과 두려움을 함께 표현한다. 세베르의 아리아가 En touchant a ce rivage, tout semblait m'offrir l'mage, d'un jour pur et sans nuage(이곳 해안에 도착했을 때 모든 것이 순수하고 구름 한점 없는 듯 보였다.)이다. 폴랭은 남편 폴리우토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만일 세베르와의 사랑을 잊지 못한다면 큰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감정을 표현한다. 폴랭과 세베르의 듀엣이 Ne vois-tu pas qu'helas! mon coeur succombe et cede a sa douleur?(당신은 보지 못합니까? 당신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아, 나의 마음은 어찌할수 없도다.)이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세베르가 떠난다.
폴리유크트(폴리우토: 프랑코 코렐리)와 폴랭(파올리나: 마리아 칼라스)
폴리우토가 들어와서 폴랭에게 신전에서는 지금 제물을 드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한다. 폴랭이 자기를 사랑한다면 함께 신전에 가자고 말한다. 하지만 폴리우토는 '로마의 신들이 나를 용서할 것이다'라며 폴랭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면서 아내인 폴랭을 지극히 사랑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폴리우토의 아리아가 Mon seul tesor, mon bien supreme, tu m'es plus chere que moi-meme, et Dieu seul partage avec toi, mon amour et ma foi(나의 단 하나뿐인 보물이요, 나의 가장 귀중한 여신이여, 그대는 나 자신보다도 더 귀하도다. 하나님께사 나의 사랑과 나의 믿음을 함께 하실 것이요)이다. 이어 폴랭의 아버지인 펠릭스가 나타나서 모두 함께 신전으로 가서 제사를 지내자고 말한다. 그러면서 기독교의 주도적 인물인 네아르크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모두들 신전으로 떠나지만 폴리우토만은 그대로 남아 있는다. 폴리우토의 아리아가 Oui, j'irai dans leurs temples! Bientot tu m'y verras(그렇습니다. 나도 신전으로 가겠습니다. 잠시후에 그곳에서 만나겠습니다)이다. 폴리우토는 네아르크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때가 되었다. 하나님께사 나를 부르시고 나에게 분발할 것을 원하시도다. 나와 함께 순교를 할 친구가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그도 또한 신전으로 향한다.
3막 2장은 주피터 신전이 무대이다. 모두 주피터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Dieu du tonnerre, ton front severe emeut la terre, et fait aux cieux trembler les dieux!(천둥의 신이시여, 당신의 얼굴 표정 하나로 땅이 움직이고 하늘의 모든 신들을 움직이시나이다)이다. 세베르, 폴랭, 펠릭스도 백성들과 합류한다. 여인들의 합창이 있고 이어 제사장들의 합창이 따른다. 신을 부정하는 사람들에게는 죽음 만이 있다는 것이 선포된다. 네아르크가 쇠사슬에 묶여 신전으로 끌려온다. 대제사장은 세베르에게 네아르크가 로마의 신들을 배신하고 다른 신을 섬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끌어 들여 개종을 종용하고 있다고 고변한다. 주위의 사람들은 네아르크에게 어제 밤에 새로 개종한 사람의 이름을 대라고 다그친다. 네아르크는 '그대들 뿐만이 아니라 사형집행인이라고 해도 기독교인이 자기의 서약을 배신토록 강요할 권한은 없다'고 말한다. 사형집행인이 네아르크를 처형코자 할 순간에 폴리우토가 담대히 앞으로 나와서 자기가 바로 어제 밤에 새로 세례를 받은 사람이라고 밝힌다. 폴리우토의 아리아가 Vous demandez son complice?...C'est moi!(그 사람의 이름을 알고 싶은가?...바로 나입니다.)이다. 모두들 크게 놀란다.
세베르는 '신성모독의 말이 아직도 이 신전 안에 맴돌고 있도다'라고 소리쳤고 폴랭은 '이 얼마나 바보 같고 무모한 사람인가'라고 울부짖는다. 하지만 폴리우토와 네아르크는 그들의 신앙에 대하여 크게 기뻐하면서 '하늘의 빛이, 성스러운 빛이 나를 감싸고 나를 빛나게 하네'라고 노래한다. 폴랭은 아버지 펠릭스에게 남편 폴리우토의 목숨만은 구해 달라고 간청하며 대제사장의 발 아래에 꿇어 엎드려 자비를 구한다. 폴리우토는 사랑하는 폴랭이 자기의 목숨을 위해 간청하는 모습을 보고 로마에 대하여 분노한다. 그리고는 제단으로 뛰어 올라가서 우상들을 부수기 시작한다. 폴리우토는 '보라, 내가 당신의 신들을 부수지만 그들은 아무런 힘도 없도다.'라고 소리친다. 폴리우토와 네아르크는 여호와 하나님이 천국의 왕이며 이 세상의 왕인 것을 과감히 선언한다. 폴랭은 자기들이 믿고 있던 신들이 아무런 힘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정신이 혼란스러워 한다. 그리고는 남편 폴리우토가 말하는 신이 진정한 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남편과 마찬가지로 여호와 하나님께 남편을 구원해 줄것을 간구한다. 하지만 펠릭스와 대제사장과 다른 모든 사람들은 기독교인들을 저주하며 만일 참회하지 않으면 용서할수 없다고 소리친다. 그러나 폴리우토는 요지부동이다. 경비병들이 그와 네아르크를 끌고 나간다.
4막. 1장은 펠릭스의 거실이다. 폴랭은 계속 아버지 펠릭스에게 폴리우토의 목숨을 살려 달라고 애원하지만 펠릭스의 태도는 변함없다. 펠릭스를 찾아온 세베르는 펠릭스에게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묻는다. 펠릭스는 로마에 대한 충성심과 로마의 신들에 대한 신앙은 변함이 없다고 단언한다. 그때 거실의 한쪽에 몸을 숨기고 있던 폴랭이 뛰어 나와서 세베르의 발 앞에 꿇어 엎드리며 제발 옛정을 생각해서 폴리유크트의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애원한다. 그 모습을 본 세베르는 마음이 움직여서 폴랭을 돕겠다고 말한다. 폴랭은 세베르가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대하여 너무나 감사하여 '오 이 얼마나 숭고한 헌신인가'라면서 감격해 한다. 세 사람이 각각 자기의 심정을 밝히는 트리오를 부른다. 그러나 펠릭스만은 로마 황제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로마에 반대하는 무리들을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펠릭스는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신을 위해서 목숨을 버리겠다고 하면 자기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목숨을 걸겠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그래도 딸 폴랭의 간청과 집정관 세베르의 마음이 누그러진 것을 보고 '만일 그가 잘못을 인정만 한다면...그의 목숨을 구해 줄수도 있다'면서 짐짓 자비를 보인다. 그 소리를 들은 폴랭은 급히 감옥으로 폴리우토를 만나러 간다.
4막 2장은 주피터 신전 안에 있는 감옥이다. 폴리우토가 잠시 잠들어 있다가 갑자기 깨어난다. 무언가 혼돈스러운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폴리우토는 꿈에서 폴랭이 '당신의 신은 곧 나의 신이요 당신의 삶은 곧 나의 삶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폴리우토는 잠시나마 폴랭이 옛 애인이었던 세베르를 잊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오해했던 것을 되새겨 본다. 그러면서 폴랭이 진실로 자기에게 충실하고 자기만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폴리우토의 아리아가 Reve delicieux dont mon ame est emue, c'etait Pauline(감미로운 꿈, 나의 영혼을 움직이네, 폴랭, 그렇다. 내가 본 사람은 폴랭이다)이다. 그때 폴랭이 감옥으로 들어온다. 폴랭은 폴리우토에게 그의 목숨을 구할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려고 달려왔다고 말한다. 폴랭의 아리아가 Pour toi, ma priere, ardent et sincere(당신을 위한 나의 간절한 기도가 아버지와 재판관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든 것 같아요)이다. 그러자 폴리우토는 폴렝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폴랭은 폴리우토에게 만일 로마의 신들을 섬기겠다고 하면 아버지께서 더 이상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폴리우토는 Qu'importe ma view, sauvee ou ravie(하나님께서 당신을 행복으로 인도하시지 않는다면 무슨 좋은 일이 있겠는가)라고 대답한다.
갑자기 한줄기 빛이 감옥 안을 비춘다. 폴랭은 그 빛을 보고 하늘의 계시로 믿어서 마음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폴랭은 '새로운 열정이 나의 마음을 불태우도다'라며 자기도 모르게 폴리우토의 앞에 무릅을 꿇고 앉아 기도를 드린다. 폴리우토는 그런 폴랭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이제 폴랭도 새로운 그리스도인으로서 거듭 태어난다. 폴랭의 귀에는 천상의 하프 소리가 들린다. 두 사람은 비로소 믿음으로 하나가 된 것을 크게 기뻐한다. 두 사람의 듀엣이 O sainte melodie! Concerts harmonieux(오 성스러운 멜로디...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시며 우리를 기다리시도다)이다. 경비병이 폴리우토를 데리러 들어온다. 폴랭은 폴리우토와 떨어지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끌려나간다.
원형극장의 장면. 현대적 연출.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4막 3장은 로마 원형극장의 입구이다. 원형극장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다. 군중들은 그리스도인들을 사자에게 던져 주라고 소리친다. 세베르와 펠릭스가 등장한다. 펠릭스는 딸 폴랭의 모습이 보이지 앉아 마음이 조급해 진다. 원형극장의 다른 입구를 통해서 대제사장을 비롯한 제사장들이 입장한다. 대제사장은 펠릭스에게 어서 판결을 내리라고 재촉한다. 펠릭스는 어쩔수 없이 앞에 나와서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사형판결을 소리친다. 잠시후 폴리우토와 폴랭이 함께 끌려 들어온다. 그리스도인 사이에서 폴랭의 모습을 본 펠릭스는 크게 놀라고 두려워서 폴랭에게 도대체 여기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폴랭은 '내가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나와 나의 남편의 신은 같은 하나님입니다. 우리는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고 덧붙여 말한다. 그 소리를 함께 들은 세베르도 크게 놀라고 당황해 한다. 세베르는 폴랭에게 제발 생각을 바꾸어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처형을 시작하는 나팔 소리가 울린다.
원형극장 밖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끌려 들어오며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모두 쇠사슬에 묶여 있다. 네아르크도 포함되어 있다. 하늘로부터 천사들의 하프 소리가 다시한번 들린다. 군중들은 어서 사자들을 풀어 놓으라고 소리친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도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도다'이다. 신호가 떨어지고 사자들이 우리에서 뛰어 나온다. 세베르는 칼을 빼어 들고 폴랭을 보호하려고 다가가지만 경비병들의 제지를 받는다. 펠릭스는 그자리에서 기절하여 쓰러진다. 원형극장 안의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 폴리우토의 팔에 안겨 있는 폴랭은 조용히 죽음을 기다린다. 사자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영화 '쿼바디스'(로버트 테일러, 데보라 커) 또는 '성의'(The Robe: 라챠드 버튼, 진 시몬스)를 보는 듯하다.]
폴리유크트(폴리우토)의 순교 장면.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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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폴리우토는 누구?
성폴리우토(성폴리에우크투스: St Polyeuctus 또는 Polyeuctes, Polyeuktos, Poliuto)는 로마제국이 오늘날의 터키와 아르메니아 일대까지 지배하고 있을 때에 아르메니아의 멜리테네(Malatene)에 주둔하고 있던 부유한 로마군 장교였으나 로마제국의 우상숭배를 거부하고 기독교를 받아들임으로서 당국의 박해를 받아 순교한 성자이다. 폴리우토(폴리유크투스)는 데시우스 황제 시절에 군인이 되었으며 발레리안 황제 때에 순교했다. 말라틴은 오늘날 터키의 아나톨리아 동부에 있는 말라티야(Malatya)를 말한다. 폴리우토에게는 네아르코스(Nearchos)라는 동료가 있었다. 같은 군인으로서 일찍부터 그리스도를 구주로 받아들인 사람이었다. 네아르코스는 폴리우토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며 기독교를 믿으라고 권면하였으나 당시 로마제국에서는 기독교가 이단이었으므로 선뜻 따르지를 못했다. 그러나 폴리우토는 다른 장교들과는 달리 도덕적이고 신실한 생활을 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아르메니아에서도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자 네아르코스는 폴리우토에게 '친구여, 우리는 얼마 안 있으면 헤어져야 한다네. 그들이 나를 잡아가서 고문을 할 것이네. 그러면 자네는 나와의 우정을 부인할 것이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폴리우토는 '여보게, 내가 꿈에서 그리스도를 만났다네. 그리스도께서는 나의 더러운 옷을 벗기시고 빛나는 옷을 입혀 주셨다네. 이제 나는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실 준비가 되어 있다네'라고 대답하였다. 그후 열성적인 기독교인이 된 폴리우토는 시내 광장으로 가서 벽에 붙어 있는 누구나 로마의 신을 섬기라는 데시우스 황제의 칙령을 찟어버렸다. 마침 열두 신상을 모신 행렬이 거리를 지나가자 폴리우토는 달려가서 신상들을 바닥에 내동이치고 발로 밟아버렸다. 폴리우토의 장인인 펠릭스는 황제의 칙령을 법으로 지키도록 하는 중요한 관리였다. 폴리우토의 장인은 사위인 폴리우토가 시내 광장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너무나 놀라고 두려워서 어찌할줄 모르고 있다가 마침 폴리우토가 나타나자 폴리우토에게 그 일로 인하여 죽임을 당하지 않을수 없다고 말하고 함께 걱정했다. 펠릭스는 폴리우토에게 '이제 어쩔수 없으니 부인과 자녀들에게 작별이나 하라'고 말했다. 부인인 파울리나가 달려와서 폴리우토에게 '제발 그리스도를 부인하고 잘못을 뉘우친다고 말하라'고 간청했다. 부인 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폴리우토에게 '황제에게 용서를 구하라고'간청했다. 그러나 폴리우토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그리스도를 위해 고난을 당할 것을 굳건히 다짐하였다.
마침내 폴리우토는 당국에 의해 체포되어 처형을 당하게 되었다. 처형 당함을 앞둔 폴리우토는 모진 고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했다는 기쁨에 두려움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평안한 마음으로 자기의 목을 사형집행인의 칼날 아래에 맡겼다. 폴리우토는 부하 장병들이 그의 처형을 슬퍼하자 총독에게 당부하여 부하 장병들은 아무런 죄가 없으니 무사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평소에 폴리우토를 크게 신임했던 총독은 그의 간청을 받아 들여서 폴리우토 휘하의 병사들에 대하여는 아무런 죄도 씌우지 않았다. 사형집행인의 칼날이 번득이자 그의 목은 떨어져 나가고 피가 솟구치듯 뿜어 나왔다. 폴리우토는 그 피로서 세례를 받았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로마의 종교로서 선포하였고 멜라티네에는 순교자 폴리우토가 죽임을 당한 그 자리에 그를 기념하는 교회가 세워졌다. 성폴리우토 교회에서는 여러 기적들이 일어났다. 한 예로서 나중에 황제가 된 에우티미우스의 부모는 자녀가 없자 이 교회에 와서 아들을 내려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였다. 그로 인하여 에우리미우스 황제가 태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주후 376년의 일이었다. 사람들은 성폴리우토가 그리스도에게 중재하여 그러한 기적들이 일어났다고 믿었다. 오늘날 성폴리에우크투스는 동방교회는 물론 서방교회(로마 가톨릭)에서도 약속과 조역체결의 수호성인으로서 숭배를 받고 있다. 성폴리에우크투스의 축일은 가톨릭 칼렌다에 의하면 2월 13일이다. 그러나 동방정교회에서는 1월 9일을 축일로 지키고 있다. 고대 아르메니아 칼렌다에 의하면 성폴리에우크투스의 축일은 1월 7일이다. 지금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에는 아니시아 줄리아나 황제 때에 성폴리우토에게 봉헌하는 교회가 세워졌다. 이교회는 하기아 소피아 사원이 세워지기 전에 콘스탄티노플에서 가장 화려하고 규모가 큰 교회였다.
성폴리우토(성폴리에우크투스)의 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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