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로시니의 '이집트의 모세' - 145

정준극 2015. 1. 23. 15:17

이집트의 모세(Mosè in Eggito) - Moses in Egypt

조아키노 로시니의 3막 오페라

모이즈와 파라옹(Moise et Pharaon) 또는 '홍해를 건넘'(Le passage de la Mer Rouge)으로 수정

Moses and Pharaoh - The Crossing of the Red Sea

 

애급(이집트)왕 바로(파라오)의 아들 오시리데(아메노피스)와 히브리 여인 엘치아(아나이)

 

모세가 애급(이집트) 땅에서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히브리 백성들을 이끌고 가나안 복지로 가는 도중에 하나님의 크신 능력으로 홍해를 무사히 건너는 얘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모세가 히브리 백성들을 인도하여 애급에서 벗어나는 역사적인 사실을 보통 '출애굽'이라고 하며 영어로는 엑서도스(Exodus)라고 부른다. 엑소도스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들이 살던 곳을 버리고 한꺼번에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을 말한다. 모세의 엑서도스에 대한 이야기는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특히 홍해를 건너는 이야기는 출애굽기 14장 1-31절에 설명되어 있다. 히브리 백성들의 출애굽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모세에 대한 이야기는 예술작품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소설과 영화로서도 여러번 제작되었지만 음악의 세계에서도 오페라로 만들어져서 관심을 받았다. 대표적인 오페라로는 로시니의 '이집트의 모세'가 있다. 이밖에도 아놀드 쇤버그의 '모세와 아론'(Moses und Aron)이 있고 우크라이나의 작곡가 겸 지휘자인 미로슬라브 스코리크가 2001년에 완성한 '모이세이'(Moisei)도 있다. 그러나 로시니의 '이집트의 모세'는 아름다운 음악과 스펙터클한 무대 장치로서 가장 사랑을 받고 있는 오페라이다. 쇤버그의 '모세와 아론'은 12음 기법에 의한 현대적인 작품이며 스코리크의 '모이세이' 역시 현대적 스타일에 의한 오페라이다.

 

페사로 로시니 페스티발의 무대. 모세는 지팡이 대신 기관총을 들고 있다.

 

'이집트의 모세'는 로시니가 1818년에 완성해서 그해 3월 5일에 나폴리의 신축 산 카를로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대본은 안드레아 레오네 토톨라(Andrea Leone Tottola)가 프란체스코 링기에리(Francesco Ringhieri)의 1760년 희곡인 '오시리데'(L'Osiride)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오시리데는 파라오의 아들인 왕자의 이름이다. 로시니는 '이집트의 모세'를 나폴리에서 초연이 있은지 9년 후인 1827년에 프랑스 공연을 위해 제목도 '모이즈와 파라옹'(Moise et Pharaon)이라고 바꾸고 내용도 상당부분을 수정하였다. 그리고 부제는 '홍해를 건넘'(Le passage de la Mer Rouge)이라고 했다. 프랑스어 대본은 루이지 발로키(Luigi Balocchi)와 빅토르 조셉 에티엔느 드 주이(Victor-Joseph Etienne de Jouy)가 공동으로 완성했다. 나폴리에서의 '이집트의 모세'는 3막이었으나 파리 버전은 발레를 추가하는 등 그랜드한 프랑스 스타일로 만들기 위해 4막으로 수정하였다. 파리 버전의 '모이즈와 파라옹'은 1827년 3월 26일 파리 오페라의 살르 르 플르티에(Salle Le Peletier)에서 초연을 가졌다. '이집트의 모세'가 되었건 '모이즈와 파라옹'이 되었건 모두 그랜드 오페라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헤매일 때에 구름 기둥과 불 기둥이 그들을 인도하는 장면도 스펙터클하지만 그보다도 압권은 홍해가 갈라져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다 한 가운데를 마치 육지처럼 건너는 장면과 이스라엘 백성들을 추격해온 바로(파라옹)의 군대가 홍해의 한 가운데서 모두 수장되는 엄청난 장면이다.

 

웨일스 국립오페라 무대. 아말테아 왕비

 

오페라 '이집트의 모세'의 스토리는 성경 출애굽기의 기록과는 차이가 있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로맨스도 곁들이지 않을수 없었던 모양이다. 파라오의 아들인 아메노피스(오시리데)가 히브리 백성들이 애급을 떠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으려는 장면이 나온다. 그 이유는 그가 사랑하는 여인인 아나이스(엘치아)가 히브리 여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는 성경에 나오지 않는 픽션이다. 1818년의 나폴리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은 홍해가 갈라지는 스펙터클한 장면이다. 파라오가 보낸 군대를 바닷물이 삼키는 장면이 이어진다. 하지만 초연에서 이 장면은 기계장치의 부실로 인하여 대단한 웃음꺼리만 제공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트의 모세'는 뛰어난 음악으로 인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이집트의 모세'에는 azione traggico-sacra 라는 설명이 붙었다. 비극적인 성극(聖劇)이라는 의미이다. 당시 3월초는 사순절(렌트) 기간 중이었다. 교회는 이 기간 중에 세속적인 드라마 공연을 금지했다. 그래서 성스러운 드라마라는 설명을 붙이고 오라토리오의 분위기를 만들어서 그나마 공연허가를 받았던 것이다. 로시니는 이듬해인 1819년에 음악과 스토리를 아주 조금 수정하였다. 이때 모세의 저 유명한 아리아인 Dal tuo stellato soglio(빛나는 하늘의 보좌에서)가 추가되었다. 이 아리아는 오늘날 베이스 바리톤의 아리아로서 가장 유명한 것 중의 하나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니콜로 파가니니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으로 만들었다. 베이스 아리아와 바이올린(오늘날에는 주로 첼로) 변주곡은 오늘날 콘서트의 스탠다드 레퍼토리가 되었다.

 

웨일스 내셔널 오페라 무대. 파라오와 아말테아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로시니는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이집트의 모세'를 프랑스 스타일로 대대적인 수정을 하였다. 프랑스어 대본을 사용하였고 상당부분의 음악을 추가하였다. 그리고 발레를 추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페라의 타이틀도 '이집트의 모세'에서 '모이즈와 파라옹' 또는 '홍해를 건넘'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나폴리에서 초연을 가졌던 '이집트의 모세'와는 다른 모습의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났다. 발레를 포함하고 4막으로 재편성된 '모이즈와 파라옹'은 1827년 3월 26일 파리 오페라에서 초연되었다. 대히트였다. 그로부터 이 오페라는 1838년까지 약 10년 동안 100회의 공연을 가질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오늘날 '이집트의 모세'는 그랜드 오페라라는 특성 때문에 세계의 오페라 극장에서 자주 공연되지는 않고 있지만 이탈리아 페사로에서의 로시니 페스티발에서는 1980년 이래 주기적으로 공연되고 있다. 최근에는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2003년에 공연되었고 2009년에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발에서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로 공연되었다. 리카르도 무티를 비롯한 여러 음악학자들은 로시니의 작품 중에서 '이집트의 모세'와 '귀욤 텔'이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리카르도 무티에게 '어째서 <이집트의 모세>를 로시니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로시니가 자기의 작품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모세가 히브리 백성들을 이끌고 출애굽 준비를 하고 있다. 페사로 로시니 페스티발. 현대적 연출

 

다음에 소개하는 줄거리는 나폴리 버전의 3막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시기는 기원전 1230년경이며 장소는 이집트이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모세(Mose/Moise): 이집트에서 억압받고 있는 히브리 민족의 지도자/예언자

- 화라오네/파라옹(Faraone/Pharaon): 이집트의 왕

- 아말테아/시나이데(Amaltea/Sinaide): 이집트의 왕비

- 오시리데/아메노피스(Osiride/Amenophis): 이집트의 왕자

- 엘치아/아나이(Elcia/Anai): 히브리 처녀. 이집트의 왕자가 사랑하고 있는 여인이다.

- 아론느/엘레처(Aronne/Elezer): 모세의 형

- 아메노피/마리(Amenofi/Miriam): 모세의 누이

- 맘레/아우피데(Mamre/Aufide): 대제사장

 

모세가 파라오에게 히브리 백성들을 해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1막. 어둠이 이집트 전역을 뒤덮고 있다. 파라오가 히브리 백성들을 홍해 건너 약속의 땅으로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내리신 징계이다. 마침내 파라오가 모세를 부른다. 파라오는 모세에게 해가 다시 비치게 되면 그때 노예들을 해방시켜 주겠다고 선언한다. 모세의 형인 아론은 모세에게 파라오의 말을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해방시켜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번번히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세는 이번에는 파라오가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어서 하나님께 간구하여 햇빛이 다시 비치도록 한다. 그런데 파라오의 아들인 오시리데는 히브리 백성들을 이집트로부터 내보내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왜냐하면 그가 사랑하는 히브리 처녀인 엘치아도 떠날 것이 두려워서이다. 오시리데는 대제사장인 맘레를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간청한다. 대제사장은 모세의 능력을 믿지 않고 있다. 대제사장은 오시리데에게 무슨 방법이던지 찾아보겠다고 약속한다. 대제사장은 이집트 국민들이 히브리 노예들을 보내지 않도록 대규모의 반대운동을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제사장은 파라오에게 만일 히브리 노예들을 보낸다면 온 백성들이 봉기할 것이므로 보내지 말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파라오는 모세에게 만일 단 한사람의 히브리인이라도 이집트로부터 도망간다면 당장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파라오의 부인인 아말테아는 비밀리에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되었다. 아말테아는 파라오에게 모세와의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내세우지만 백성들의 봉기가 두려운 파라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모세는 파라오가 또 다시 약속을 지키지 않자 이제는 더 무서운 재앙이 내려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자 오시리데의 부하 병사들이 모세를 둘러싸고 죽이고자 한다. 그때 마침 파라오가 나타나서 모세를 죽이지 말도록 지시한다. 이에 모세는 불비가 온 나라에 내리도록 하나님께 기도한다.

 

파라오의 명령에 의해 감옥에 갇힌 모세

 

2막. 파라오는 히브리 백성들에게 당장 이집트를 떠나라고 명령한다. 그의 백성들에게 닥칠 하늘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파라오는 아들 오시리데가 히브리 노예들의 문제에 대하여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을 알고 이것은 아마 그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파라오는 아들 오시리데에게 아르메니아 공주와 결혼하는 것으로 협약이 맺어져 있다고 말해준다. 그러나 오시리데는 아버지 파라오의 말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아버지 파라오는 그런 오시리데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로부터 얼마후에 모세는 오시리데가 엘치아를 납치해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아론은 다른 생각이다. 두 사람이 함께 도피했다는 것이며 지금 어디에 숨어 있는지 짐작이 간다고 말한다. 오시리데의 어머니인 아말테아는 아론으로부터 오시리데가 히브리 처녀와 함께 도망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론과 함께 두 사람을 찾으러 간다. 오시리데와 엘치아는 어떤 동굴에 함께 숨어 있다. 오시리데는 아버지 파라오가 자기를 아르메니아 공주와 결혼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얘기해 주면서 엘치아에게 저 멀리 아무도 모르는 시골로 가서 함께 살자고 말한다. 그때 아말테아 왕비와 아론이 경비병들을 거느리고 동굴에 들어선다. 오시리데와 엘치아는 떨어지지 않겠다면서 함께 가기를 거절한다. 오시리데는 이집트의 왕위까지도 포기하겠다고 말한다.

 

페사로 로시니 페스티발에서의 '이집트의 모세' 무대

 

한편, 파라오는 또 다시 히브리 백성들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히브리 백성들이 이집트의 원수들을 지원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서이다. 분노한 모세는 파라오에게 큰아들 오시리데를 비롯한 이집트 모든 집안의 장자들이 하늘로부터의 벼락을 맞아 죽게 될 것이라는 저주를 전한다. 파라오는 경비병들에게 모세를 쇠사슬에 묶어서 감옥에 가두라고 명령한다. 자기의 아들을 모세의 예언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해서이다. 이어 파라오는 지금으로부터 오시리데가 이집트와 공동 통치자가 될 것이라고 선포하고 모세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은 오시리데가 할 일이라고 선언한다. 그때 엘치아가 나타나서 파라오에게 그동안 비밀로 했던 자기와 오시리데의 관계를 밝히고 모세를 석방하고 히브리 백성들을 해방하라고 간청한다. 엘치아는 오시리데에게 자기의 운명을 받아들이라고 말하면서 아르메니아 공주와 결혼하는 것이 이집트 왕자로서의 운명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오시리데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이집트의 장자들이 죽임을 당한다는 예언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모세를 당장 사형에 처하라고 명령한다. 그러한 말을 할 때 하늘로부터 벼락이 떨어져서 오시리데는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한다.

 

하늘로부터 벼락이 내려와 파라오의 장자인 오시리데를 죽인다.

 

3막. 히브리 백성들은 사막을 지나서 홍해의 언덕에 도달한다. 히브리 백성들은 홍해가 앞에 가로 막혀 있기 때문에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크게 걱정을 한다. 히브리 백성들은 그대로 애굽에 남아 있었더라면 지금 이런 죽음을 맞이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면서 모세를 원망한다. 모세는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응답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면서 기도를 드린다. 그러나 잠시후 히브리 백성들은 이집트 추격병들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자 큰 혼란에 빠진다. 그때 모세가 지팡이로 바닷물을 치자 홍해가 갈라지면서 건너편 언덕까지 길이 열린다. 히브리 백성들이 서둘러서 홍해를 건넌다. 히브리 백성들을 바짝 쫓아오던 대제사장 맘레와 파라오는 눈 앞에 히브리 백성들이 보이자 무작정 바다가 갈라진 길로 병거를 재촉하여 들어선다. 그러자 바닷물이 이집트 병사들을 모두 덮어버린다.

 

오시리데와 엘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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