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Chopin)
자코모 오레피체의 4막 오페라
자코모 오레피체
픽션이던 넌피셕이던 위대한 음악가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영화로 만든 것은 더러 있지만(예를 들어 베토벤, 베르디, 요한 슈트라우스, 슈베르트 등) 과문인지 몰라도 오페라로 만든 것은 거의 없었다. 있다고 하면 아마 영국의 조나단 하베이(Jonathan Harvey)가 작곡한 '바그너의 꿈'(Wagner Dream)이 있을 뿐이다. 2007년에 암스테르담에서 초연을 가진 오페라이다. 그러나 '바그너의 꿈'은 바그너의 생애를 조명한 작품이라기 보다는 바그너가 한때 관심을 기울였던 불교철학이 깃들여 있는 작품이다. 1900년대 초에 이탈리아의 자코모 오레피체(Giacomo Orefice: 1865-1922)가 폴란드 출신의 위대한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인 프레데릭 쇼팽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그린 오페라를 만든 것이 있다. 오페라의 타이틀은 '쇼팽'이다. 아마 위대한 음악가의 생애와 활동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 '쇼팽'이 처음일 것이다. 오페라 '쇼팽'은 1901년 11월 25일 밀라노의 테아트로 리리코에서 초연되었다. 대본은 안지올로 오르비에토(Angiolo Orvieto)가 썼다. 벌써 100년도 훨씬 넘은 과거에 만들어진 오페라이기 때문에 그때에도 그랬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별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2011년에 폴란드에서 쇼팽 탄생 200 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다시 공연되어 새삼 관심을 끌게 되었다.
돌이켜 보건대 밀라노에서의 초연은 그런대로 성공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년 후인 1905년 파리에서의 공연은 혹평을 받았다. 아무리 오페라라고 해도 스토리가 너무 황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심지어는 '저속하다, 신성모독이다'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리고 쇼팽의 생애를 마치 19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보헤미아니즘(Bohemianism) 또는 이탈리아에서 리소르지멘토 시기 이후에 등장했던 스카필리아티(Scapigliati) 예술운동과 다를바가 무엇이냐는 비판도 받았다. 스카필리아티는 보헤미아니즘과 흡사한 이즘으로 대체로 저속한 예술운동을 말한다. 아서 푸갱이라는 평론가는 오페라 '쇼팽'에 대하여 '아이디어가 새롭기는 하지만 너무나 사실을 무시한 별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악은 그런대로 관찮다고 덧붙였다. 이 오페라의 음악은 많은 부분이 쇼팽의 음악들을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쇼팽은 '나의 스토리를 오페라로 만들다니...당치도 않은 일이로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실제로 쇼팽은 오페라를 가장 뛰어난 음악의 장르라고 하면서 애호하였지만 결코 무대를 위한 음악을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 자기의 본분은 피아노이므로 피아노 이외의 예술활동은 할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쇼팽의 생애를 주제로 삼아서 오페라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느니 쇼팽으로서는 비록 저 세상에 있지만 내키지 않는 일일 것이다.
파리에서 녹턴을 즉흥으로 작곡하여 연주하고 있는 쇼팽
작곡자인 자코모 오레피체는 비첸차(Vicenza) 출신으로 볼로냐음악원(Liceo Musicale di Bologna)에서 작곡을 공부했으며 나중에 밀라노음악원의 작곡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밀라노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오페라를 10편을 남겼고 발레음악도 한편을 남겼다. 10편의 오페라 중에서 가장 성공작이 '쇼팽'이다. 이 오페라에는 쇼팽의 음악이 자주 등장한다. 오레피체는 쇼팽의 피아노 음악을 아리아 또는 듀엣으로 만들었고 전체 오케스트라 파트를 만들었다. 그래서 쇼팽의 소나타, 폴로네즈, 마추르카, 녹턴이 노래로서 나온다. 대체로 귀에 익은 멜로디들이기 때문에 듣기에는 생소하지 않다. 다만, 오페라의 스토리에 픽션적인 것들이 포함되어서 혼돈을 가져다 줄 소지는 있다. 예를 들어서 쇼팽이 폴란드에서 지낼 때에 스텔라라고 하는 여인을 사랑했다는 것, 마요르카에 와서 플로라라는 여인과 결혼하여 딸까지 두었다는 것 등은 사실과 다른 픽션이다. 출연진은 쇼팽(T), 쇼팽의 첫 애인인 스텔라(Stela: S), 쇼팽의 친구인 엘리오(Elio: Bar), 쇼팽의 새로운 애인인 플로라(Flora: MS), 그리고 플로라와 쇼팽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그라치아(Grazia) 등이다. 여기에 파리의 어린 학생들과 마요르카의 어부들이 등장한다.
마요르카의 장면
서곡은 쇼팽의 폴란드 노래에 의한 환상곡 Op 13에 바탕을 두었다. 1막은 폴란드의 어느 마을이 무대이다.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쇼팽이 스텔라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오페라 '쇼팽'의 출연진은 쇼팽만 제외하고는 모두 픽션의 인물들이다. 스텔라도 스토리 속의 여인일 뿐이다. 2막은 파리가 무대이다. 쇼팽의 친구인 엘리오가 어린아이들에게 폴란드가 자유와 독립을 위해서 어떻게 투쟁해 왔는지를 얘기해 준다. 그 얘기를 함께 들은 쇼팽은 피아노로 달려가서 녹턴(야상곡)을 작곡한다. 그 자리에는 쇼팽의 새로운 애인인 플로라도 함께 있다. 3막은 마요르카가 무대이다. 사실상 마요르카는 쇼팽이 실제로 조르즈 상드와 1838-39년의 겨울을 함께 지낸 곳이다. 그러나 오페라에서는 쇼팽이 플로라와 그들의 딸인 그라치아와 함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병약한 그라치아는 천둥이 치는 어느 밤에 숨을 거둔다. 마을 사람들이 그라치아의 죽음을 슬퍼한다. 4막에서는 스텔라가 폴란드를 떠나서 파리에 도착한다. 곧이어 쇼팽은 스텔라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둔다.
쇼팽의 임종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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