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하는 유태인(Le Juif errant) - The Wandering Jew
프로멘탈 알레비의 그랜드 오페라
외진 수의 동명 소설 바탕
프로멘탈 알레비
프랑스의 프레멘탈 알레비(Jacques-François-Fromental-Élie Halévy: 1799-1862)는 유태인이다. 그래서인지 유태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들을 여러 편 작곡했다. 대표적인 오페라는 '유태여인'(La Juive)이다. 이 오페라에 나오는 라헬의 아버지 엘레아자의 아리아 Rachel, quand du Seigneur(라헬아, 주께서 너를 내게 주셨을 때)는 유명하다. 알레비는 마지막으로 노아의 홍수를 주제로 삼은 오페라 '노에'(Noé)를 작곡하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제자로서 나중에 그의 사위가 된 조르즈 비제가 '노에'를 완성했다. 오페라 '노에'도 역시 유태교 신앙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알레비는 프랑스의 작가 외진 시(Eugène Sue: 1804-1857)의 1844년도 소설 '방랑하는 유태인'(Le Juif errant)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오페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방랑하는 유태인'은 중세로부터 유럽 전역에 널리 퍼진 전설이다. 알레비는 그러한 전설인 '방랑하는 유태인'을 어떻게 하면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할수 있을지 고심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작품을 만들고 싶어다. 대본은 대체적으로 외진 시의 소설을 바탕으로 당대의 외진 스크리브(Eugène Scribe)와 드 생 조르즈(De Saint-Georges)로 더 잘 알려진 쥘르 앙리 베르노이 드 생 조르드(Jules-Henri Vernoy de Saint-Georges)가 공동으로 완성했다. 대본을 씀에 있어서 원작을 대체적으로 바탕으로 삼았다고 말한 것은 원작을 내용을 상당히 변경해서 대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소설은 19세기 파리를 무대로 삼았지만 오페라의 대본은 12세기(정확히 말하면 1190년)의 암스테르담을 무대로 삼았으며 주인공은 유태인 아하수에러스(Ahasuerus)이지만 오페라에서는 '방랑하는 유태인'의 이름을 아쉬베러스(Ashvérus)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아하수에러스는 구약성서 '에스더'에 나오는 페르시아(파사)의 아하수에로 대왕을 말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혼돈을 피하기 위해서 아쉬베러스로 바꾸었다는 얘기다.
알레비의 '유태여인'의 초연에서 이레느의 이미지를 창조한 소프라노 에미 라그루아(Emmy Lagrua)
'방랑하는 유태인'이라고 하니까 얼핏 바그너의 오페라 '방랑하는 네덜란드인'(Die fliegende Holländer)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그너도 '방랑하는 네덜란드인'을 작곡하면서 중세로부터의 전설인 '방랑하는 유태인'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 내용은 본 블로그의 '풍운아 바그너' 편과 '오스트리아의 유태인'의 '방랑하는 유태인' 편에 설명되어 있으므로 참고하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간단히 설명하자면 방랑하는 유태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발길을 옮길 때에 그를 보고 '네가 유태인의 왕이라고 하더니 이게 무슨 꼴이냐?'면서 조롱했던 유태인이라고 한다. 그 유태인은 그 잘못으로서 예수께서 재림하실 때까지, 즉 최후의 심판 날까지 이 세상을 정처없이 방랑하며 지내야 한다는 저주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 유태인이 누구냐는 것에 대하여도 여러 전설이 있다. 예루살렘에서 신발을 팔던 사람이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본디오 빌라도 저택의 문직이 노릇을 하던 사람이라는 주장도 있고 어떤 학자는 사도 요한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알레비의 '방랑하는 유태인'은 1852년 4월 23일 파리 오페라의 살르 르 플르티에(Salle Le Peletier)에서 초연되었다. 그후 두 시즌을 거치면서 모두 48회의 공연을 가질만큼 인기를 끌었다. '방랑하는 유태인'에 나오는 메인 테마 음악은 상당히 유명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삼아서 '방랑하는 유태인 마주르카' '방랑하는 유태인 왈츠', '방랑하는 유태인 폴카' 등이 나왔으며 나중에는 여러 사람들이 '그랑 환타지 드라마티크'라는 타이틀의 피아노곡 등으로 편곡해서 발표하기도 했다. '방랑하는 유태인'의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아쉬베러스(Ashvérus: Bar) - 방랑하는 유태인
- 니세포어(Nicéphore: B) - 동방의 황제
- 레옹(Léon: T) - 아쉬베러스의 후손
- 테오도라(Théodora: MS) - 레옹의 여동생. 셀트(Scheldt) 강의 뱃사공. 셀트 강은 앤트워프를 감돌아 북부 프랑스까지 흐르는 큰 강이다. 프랑스에서는 에스꼬(Escaut) 강,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는 스켈트 강이라고 부른다.
- 이레느(Irène: S) - 플란더스 백작 보두앙(Baudoin)의 딸. 니세포어의 부인. 아쉬베러스의 후손
- 이밖에 궁중의 시녀들, 타락한 천사들, 산적들, 야경꾼, 궁전관리, 영주들, 앤트워프의 주민들, 악동들, 상점 주인들, 브라반트 공국의 백성들, 니세포어 황제 궁정의 귀족과 귀부인들, 데살로니카 주민들, 콘스탄티노플 주민들, 벙어리들, 하렘 관리인들, 노예들, 황제의 경비병들, 이렌느 황비의 시녀들, 천사와 악마들, 이스라엘 선민들, 저주받은 자들 등이 출연한다. 산적들로서는 두목 러저스(Ludgers: B), 첫째 산적 마노엘(Manoel: B), 둘째 산적 안드로닉(Andronic: B), 셋째 산적 장(Jean: B), 넷째 산적 아르바스(Arbas: B)가 각각 역할을 맡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조롱한 어떤 유태인. 평생 방랑하는 저주를 받았다.
오페라의 줄거리를 소개하기 전에 소설 '방랑하는 유태인'의 배경과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소설의 제목이 '방랑하는 유태인'이어서 주인공이 방랑하는 유태인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로 소설에서 방랑하는 유태인의 역할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단역이라고 보면 된다. 소설에서는 오히려 예수회의 사주를 받은 로댕과 디그리니 신부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막(프롤로그)은 두 사람이 베링 해협을 사이에 두고 서로 큰 소리로 외치고 있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한 사람은 '방랑하는 유태인'이고 다른 사람은 그의 여동생인 에로디아드(Hérodiade)이다. '방랑하는 유태인'은 콜레라 전염병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가 가는 곳마다 콜레라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설에서 콜레라는 예수회가 개신교인들을 방해하기 위해 내세우고 있는 방책이기도 하다. '방랑하는 유태인'과 에로디아드는 르네퐁(Rennepont) 가족이 모두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정처없이 방랑해야하는 저주를 받았다. 르네퐁 가족이란 마리우스 드 르네퐁(Marius de Rennepont)의 후손들을 말한다. 마리우스 드 르네퐁은 프랑스에서 예수회가 주동이 되어 위그노들을 박해 할 때에 비통하게 처형을 당한 인물이다. 르네퐁이란 이름은 이 가문의 선조들이 파리의 동북부 오트 마르느(Haute-Marne) 지방의 르네퐁 지역에서 가문을 일으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마리우스 드 르네퐁은 루이 14세 시대에 그가 위그노(Huguenots)라는 이유로 예수회에 의해 비참하게 처형을 당했다. 위그노는 칼빈주의에 입각한 프랑스의 종교개혁주의자들을 말한다. 그건 그렇고 소설에서는 에로디아드의 후손들 역시 르네퐁의 후손들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어떻게 해서 에로디아드의 후손들이 르네퐁 가문과 연관되는지가 설명되어 있지 않다. 에로디아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시대로부터 지금까지 살아 온 영생의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헤롯 안티파스와 재혼한 에로디아드(헤로디아)와는 다른 여인이다. 에로디아드는 결혼을 했다거나 자녀를 둔 일이 없다. 그러므로 그에게 후손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하면 그뿐이다. 그건 그렇고 어쨋든 오빠인 방랑하는 유태인과 동생인 에로디아드는 르네퐁 가족들이 모두 사라져야 완전한 평화를 얻을수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특히 에로디아드는 르네퐁 후손들에게 어떤 위험이나 고난이 닥치게 되면 이들을 지켜주고 보호해 주는 역할도 한다. 한편, 정작 르네퐁 후손들은 이처럼 보이지 않는 힘이 자기들을 보호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방랑하는 유태인과 에로디아드가 르네퐁 후손들을 도와준 예를 들어 보면, 언젠가 후손들이 아메리카 인디안에게 붙잡혀서 얼굴 가죽이 벗겨져야 하는 위기를 맞이하였으나 구사일생으로 구출된 일이 있는데 바로 에로디아드가 도와주었기 때문이며 또 어떤 때는 감옥에 갇혀서 죽을 고생을 하게 되었는데도 아무 탈 없이 빠져 나온 일이 있는데 역시 에로디아드가 도와주어서였다.
프랑스에서 개신교(위그노)가 박해를 당하기 시작한 것은 1685년 낭트 칙령이 폐지된 직후 부터였다. 그때 예수회가 마리우스 르네퐁의 모든 재산을 빼앗아 갔다. 그러나 요행으로 예수회가 모르는 작은 재산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되었다. 르네퐁 가족들은 풍비박산이 되어 산지사방으로 흩어지게 되었지만 그때 숨겨 놓은 얼마간의 재산은 사무엘이라고 하는 유태인이 맡아서 관리하였는데 그 유태인이 재산을 은밀하게 복리로 돈을 빌려 주는 일을 해서 재산을 크게 불렸고 세월이 지나다보니 막대한 재산이 되었다. 위그노들이 박해를 당할 때 르네퐁 가족들은 각자로 흩어지기 전에 동메달을 만들어 하나씩 나누어 가지고 그것을 징표로 하여 150년 후에 파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그리고 그때까지 생존해 있는 후손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그 숨겨 놓은 재산을 골고루 나누어 가지기로 했다. 그로부터 세월이 150년이나 흘러 1832년이 되었다. 르네퐁 가문의 후손들은 동메달에 적혀 있는 대로 파리로 가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는 있었지만 왜 가야 하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하였다. 르네퐁의 후손들은 저 멀리 인도에서, 시베리아에서, 미국에서, 프랑스에서, 그리고 기타 여러 곳에서 1832년 2월 13일 파리의 뤼 생 프랑수아(rue St Francois) 3번지에 모이기로 했다. 르네퐁 후손들은 세상의 이곳저곳에서 살고 있기도 하지만 직업이나 신분도 각각이었다.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공장 경영자도 있고 인도에서 온 사람은 왕자의 신분이었다. 어떤 사람은 형편이 어려웠지만 어떤 사람은 부자였다.
'방랑하는 유태인' 무대 스케치
파리의 예수회는 추방을 당한 위그노 교도 르네퐁의 가족들에게 막대한 재산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고 그 재산을 예수회 것으로 만들 생각을 한다. 로댕(Rodin)과 데그리니 신부(Pere d'Aigrigny)가 재산 몰수의 책임을 맡는다. 이들은 다른 공작원들을 포섭해서 르네퐁의 재산을 압수하고 르네퐁 가족들의 모임을 훼방하기로 한다. 예수회는 우선 미국의 예수회 선교사인 가브리엘을 이용키로 한다. 가브리엘은 르네퐁 가문의 일원이다. 하지만 자기가 르네퐁 가문의 멤버라는 것에 대하여 별로 관심이 없다. 가브리엘은 예수회의 음모를 알지 못한채 파리의 예수회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일 뿐이다. 예수회는 가브리엘에게 르네퐁 후손들이 나누어 가질 재산이 실은 가브리엘 혼자서 가져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주입시켰다. 이에 따라 가브리엘은 르네퐁 후손들을 만나서 파리에 있는 재산이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일 가브리엘이 재산을 모두 차지하게 되더라도 예수회 신부 또는 선교사는 개인적으로 재산을 소유할수 없기 때문에 결국 그 재산은 욕심많고 간사한 예수회에 속하게 된다. 르네퐁 가족의 멤버인 가브리엘이 예수회 멤버가 된 것은 순전히 신앙심이 깊다고 하는 그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잘 모르는 가브리엘의 어머니는 가브리엘을 설득해서 예수회 선교사가 되도록 했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었다. 한편, 예수회는 사실상 스파이와 충복들을 전 세계에 심어 놓고 비밀 공작들을 꾸며 왔다. 예수회는 르네퐁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서 그런 스파이들을 이용키로 했다. 예수회는 우선 르네퐁 후손들이 파리로 오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별별 수단을 다 강구키로 했다. 게다가 예수회 스파이들은 르네퐁 후손들이 서로를 의심하여 불화가 일어나도록 이간질 하는 일도 서슴치 않기로 한다. 예수회가 전세계에 심어 놓은 스파이들을 이용해서 르네퐁 후손들이 파리로 가는 길을 방해한 케이스는 다음과 같다.
- 다고베르(Dagobert)는 르네퐁 가문의 시몽 장군과 막역한 사이였다. 시몬 장군은 예수회의 모함을 받아서 저 멀리 시베리아로 유배를 떠났다. 그때 시몬 장군의 부인은 임신 중이었다. 시몽 장군이 시베리아로 유배를 떠난 직후에 그의 부인은 쌍둥이 여자 아이들을 출산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인은 어린 두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다고베르는 시몬 장군의 어린 두 딸인 로즈(Rose)와 블랑셰(Blanche)를 어릴 때부터 돌보아 주고 길렀다. 한편, 시몽 장군은 시베리아로 떠나기 직전에 다고베르에게 그가 가지고 있던 서류와 메달을 잘 간직해 달라고 당부하였다. 르네퐁 가문의 재산 이야기가 적혀 있는 서류이며 메달은 르네퐁 가문의 후손이라는 것을 입증해 주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다고베르는 서류와 메달을 어이없게도 모로크(Morok)라고 하는 동물 조련사의 속임수에 넘어가서 빼앗겼다. 모로코는 당연히 예수회와 공범이었다. 뿐만 아니라 모로크는 자기가 기르는 표범을 이용해서 다고베르의 말인 조비알을 의도적으로 죽였다. 말을 타고 파리로 가는 것을 훼방하기 위해서였다. 다고베르는 2월에 파리에서 르네퐁 후손들이 만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걸어서 파리로 떠난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서 예수회의 방해로 당국에 의해 부랑자로 취급을 받아 체포된다. 헤로디아드가 그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 다고베르를 석방시킨다. 얼마후 다고베르는 모임의 날짜와 장소가 변경되었다는 시몽 장군의 메시지를 공증인을 통해서 받고 급히 달려갔으나 실은 그를 속이기 위한 가짜 메시지였다.
- 고아로 자란 로즈와 블랑셰는 어찌하다가 시베리아에 살고 있다. 두 여자는 모두 다고베르의 보호를 받았기 때문에 예수회의 간계에 의해 역시 부랑자로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게 된다. 다고베르의 와이프는 못된 여자이다. 다고베르가 시몽 장군의 가짜 메시지에 속아서 모임에 참석하러 길을 재촉하고 있는 중에 다고베르의 부인은 감옥에 갇힌 두 사람을 자기가 책임지고 관리하겠다고 말하고 석방시키고 대신 수도원에 넣는다. 다고베르의 와이프는 예수회 사람들에게 나중에 다고베르가 두 사람을 어디다 두었느냐고 물어도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시몽 장군은 로즈와 블랑셰가 자기의 딸인 줄을 알지 못하고 있다. 아니, 실은 자기에게 딸이 둘이나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시몽 장군은 두 딸들이 태어나기 전에 시베리아로 추방 당했기 때문이다. 시몽 장군은 추방 당하던 때에 부인이 아들을 출산한 줄로 알고 있었다. 그나마 세월이 흐르자 그 사실도 잊어 버렸다. 시몽 장군은 파리의 모임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다.
- 르네퐁 가족의 일원인 잘마(Djalma)는 먼 극동에서 프랑스로 향한다. 잘마는 살인조직으로 악명 높은 에트랑뢰르(Etrangleurs)의 두목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더구나 팔에 조직을 상징하는 문신이 새겨져 있어서 자바에서 당국에 의해 체포된다. 그런데 문신은 실은 잘마가 잠들어 있는 중에 예수회의 사주를 받은 어떤 하수인이 잘마의 팔에 새겨 넣은 것이었다. 잘마는 감옥에 갇히는 바람에 파리로 가는 배를 타지 못했다. 그후 겨우 석방되어 파리에 도착하기는 했지만 옛 친구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친절하게 대하더니 결국 수면제를 먹이고 깊은 잠에 빠지게 만든다. 예수회가 그를 납치한다.
- 자크 르네퐁은 파리에서 막노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자크의 아버지게 세상을 떠나면서 자크에게 르네퐁 가문의 재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서류와 메달을 전해 주었다. 하지만 자크는 공부를 하지 못해서 글을 읽고 쓸 줄을 모른다. 그래서 서류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예수회가 그런 내용을 알고 자크에게서 서류를 뺏기로 한다. 예수회는 자크에게 의도적으로 많은 돈을 빌려준다. 자크가 갚지 못하자 예수회는 자크를 고소하여 감옥에 갇히게 만든다.
- 프랑수아 하디는 파리에서 사업이 잘 되고 있는 공장을 소유하고 있다. 그가 파리의 모임에 가려고 하자 그의 가장 절친한 친구가 그에게 급히 어디를 가자고 하면서 프랑스 중부에 있는 어느 마을로 데려간다. 그래서 2월 13일의 모임에 참석할수 없게 만든다. 그 친구는 예수회의 주모자인 데그리니 신부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다.
- 아드리안느 드 카르도비유는 파리에서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다. 숙모와 함께 살고 있는데 숙모는 전에 데그리니 신부의 정부였다. 숙모와 데그리니 신부와 또 한 사람의 예수회 의사가 공모하여 드 카르도비유를 정신병동에 입원시켰다. 그 정신병원은 우연하게도 로즈와 블랑셰가 함정에 빠져서 머물고 있는 수도원의 옆에 있다.
그러다보니 미국에서 예수회 선교사로 있는 가브리엘만이 모임에 나타나고 다른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에로디아드가 나타난다. 가브리엘은 에로디아드를 보고 자기가 미국에서 인디안에게 잡혀 죽을뻔 했을 때 구해준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에로디아는 책상 설합에서 서류 한장을 꺼낸다. 유언 보족서이다. 마리우스 드 르네퐁의 유언장에 대한 부록이다. 여기에 의하면 2월 13일로부터 세달 반 후에 모임을 갖는 것으로 되어 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예수회는 데그리니 신부를 책임자 자리에서 파면하고 로댕으로 하여금 대신토록 한다. 로댕은 새로운 방법을 이용해서 르네퐁 후손들이 제 날짜에 모이지 못하도록 노력한다. 우선 콜레라에 전염되도록 한 것이다. 그는 로즈와 블랑셰 그리고 자크에게 콜레라의 효력을 시험해 보기로 한다. 세 사람은 콜레라 때문에 꼼짝 못하며고 다른 곳으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못한다. 다음 타겟은 프랑수아 하디이다. 로댕은 하디를 만나서 그가 그의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어떻게 배신을 당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하디의 애인을 미국으로 떠나도록 주선해 준다. 바로 그날 하디의 귀중한 공장에서 불이나서 잿더미가 된다. 하디는 예수회로부터 설득을 당해서 결국 예수회의 멤버가 된다.
인도의 왕자 잘마는 아드리안느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예수회의 로댕이 이 기회를 이용키로 한다. 로댕은 잘마에게 아드리안느가 다른 남자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질투에 붙타는 잘마를 파멸시킨다. 잘마는 결국 독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이다. 그러나 독을 반 밖에 마시지 않아서 오히려 서서히 죽어간다. 그 사이에 아드리안느는 잘마가 어째서 독을 마셨는지를 알아 차리고 이 세상 살아서 뭐하냐는 생각에 나머지 독을 마시고 목숨을 끊는다. 어찌보면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다. 드디어 두번째 약속한 모임 날짜가 된다. 그러나 르네퐁 후손 중에서는 아무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가브리엘마저 예수회 선교사를 그만 두었다. 로댕만이 혼자서 참석한다. 옛날부터 르네퐁 가문을 돌보아주던 유태인인 사무엘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 차리고 그 모든 일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무엘은 죽은 르네퐁 사람들의 관을 모두 가져와서 보여주며 로댕이 얼마나 악행을 저질렀는지를 알게 한다. 사무엘은 로댕이 르네퐁 재산을 터치할수 있는 서류를 불태운다. 가브리엘과 하디도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겪다가 얼마 후에 세상을 떠난다. 그리하여 방랑하는 유태인과 에로디아드는 영원한 안식을 얻는다. 소설은 방랑하는 유태인과 에로디아드가 마침내 만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그렇지만 르네퐁 가문의 막대한 재산은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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