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안토니오 카뇨니의 '돈 부체팔로' - 147

정준극 2015. 3. 26. 16:37

돈 부체팔로(Don Bucefalo)

안토니오 카뇨니(Antonio Cagnoni)의 3막 드라마 조코사(Dramma giocosa)

도니체티와 로시니의 코믹 오페라 스타일 믹스

 

안토니오 캬뇨니

 

안토니오 카뇨니(Antonio Cagnoni: 1828-1896)라는 작곡가의 이름은 생소할 것이다. 20편의 오페라를 남겼다고 하지만 오늘날 자주 공연되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에서 바그너 스타일의 라이트모티프를 사용했으며 간혹 불협화음도 사용한 작곡가라는 정도는 기록으로 남아 있어서 그나마 기억되고 있다. 그는 종교음악도 상당수 작곡했다. 대표작은 1888년의 '진혼곡'이다. '돈 부체팔로'는 안토니오 카뇨니가 세번째로 작곡한 오페라이다. 1847년, 그가 19세 때에 밀라노음악원의 시험과제로 만든 것이다. 말하자면 학생작품이었다. 그런데 한번 공연되자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이해하기가 쉬운 스토리여서 당장 친숙해 질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도니체티의 두 편의 걸작 오페라, 즉 '사랑의 묘약'과 '돈 파스쿠알레'와 성격이 비슷해서 환영을 받았다. 그런가하면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와도 비슷한 점이 있어서 친근감을 주었다. 예를 들어서 '세빌리아'에서 로지나의 성악레슨 장면이 '돈 부체팔로'에도 그대로 등장한다. '사랑의 묘약'과 비슷하다는 것은 돈 부체팔로 자신이 마치 둘까마라처럼 마을에 도착하는데 다만, 둘까마라처럼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이라고 속여서 엉터리로 파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에게 노래 레슨을 해주고 돈을 받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사실상 사랑을 고백하는 데에는 포도주보다 노래가 더 효과적이 아닐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돈 부체팔로의 접근 방법이 더 실리적일수 있다. 더구나 돈 부체팔로 자신도 마을에서 제일 예쁜 로사를 사랑하게 되어 로사의 사랑을 얻고자 하는 여러 구혼자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로사로 말하자면 모두들 남편과 사별한 청춘 과부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남편이 살아서 변장을 하고 돌아왔다는 것도 코믹한 얘기이다.

 

 

3막의 '돈 부체팔로'의 대본은 칼리스토 바시(Calisto Bassi)가 썼다. 바시는 대본가이면서 오랫동안 라 스칼라의 무대감독을 지낸바 있다. 바시의 대본으로서는 로시니의 '모세와 파라오', '귀욤텔' 등이 있다. '돈 부체팔로'의 원작은 주세페 팔롬바(Giuseppe Palomba: 1765-1825)의 Le cantatrici villane(시골 가수들)이다. 주세페 바시는 원래 '돈 부체팔로'의 대본을 발렌티노 휘오라반티(Valentino Fioravanti: 1764-1837)를 위해서 썼다. 발렌티노 휘오라반티는 바시의 대본으로 오페라를 만들어서 1799년에 초연을 가졌다. 그 대본을 가지고 나중에 안토니오 카뇨니가 오페라로 만들었고 1847년 6월 28일에 밀라노음악원에서 초연을 가졌다. 밀라노음악원에서의 공연이 성공을 거두자 3년 후인 1850년에는 리스본의 산 카를로스 국립극장(Teatro Nacional de Sao Carlos)에서 공연되었고 1853년에는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에서, 1854년에는 밀라노의 테아트로 리리코에서, 1860년에는 파르마의 테아트로 레지오에서, 그리고 같은 해에 베르가모의 테아트로 도니체티에서 공연되었다. 이후 파리와 남미의 몬테비데오 등지에서 공연되었다가 갑자기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다가 130여년 만인 2008년에 이트리아 페스티발(Festival della Valle d'Itria)에서 공연되었고 가장 최근에는 2014년 10월에 아일랜드의 웩스포드 페스티발에서 공연되었다. '돈 부체팔로'에는 오페라 중에 오페라가 나온다. 마치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또는 '팔리아치'를 연상케 한다. 그것만으로도 흥미만점이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돈 부체팔로(Don Bucefalo). 노래 선생. B

- 칼리노(Carlino). 병사. T

- 로사(Rosa). 칼리노의 부인. S

- 아가타(Agata). 시골 여인. MS

- 자네타(Gianetta). 시골 여인. S

- 돈 마르코 봄바(Don Marco Bomba). 마을의 원로. B

- 벨프라토 백작(Count Belprato). 로사를 사랑하는 사람. T

 

 

1막. 마을의 주막이다. 음악선생인 돈 부체팔로가 한가롭게 앉아 있다. 마을의 농부들 몇 명이 주막에 들어서면서 농사가 잘되었다며 기쁘게 노래를 부른다. 돈 부체팔로는 농부들에게 '당신들이 노래만 좀 더 잘 부른다면 더 재수가 좋을 것이요'라고 말하면서 노래 레슨을 받으라고 권면한다. 마을 사람 중에는 로사도 끼어 있다. 로사의 남편인 칼리노는 전쟁에 나갔는데 분명히 전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로사에게 벨프라토 백작이 은근히 마음을 두고 있다. 로사도 백작과 결혼하게 되면 팔자가 고쳐질 것으로 생각해서 어떻게 하면 백작의 마음에 들까를 고민하고 있다. 로사는 돈 부체팔로가 노래를 잘 부르게 되면 팔자가 고쳐질수도 있다고 말하자 노래 레슨을 받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로사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사람이 또 하나 있다. 로사의 이웃에 살고 있는 돈 마르코이다. 다만, 돈 마르코는 나이가 많다. 돈 부체팔로는 마을에서 간단한 오페라를 하나 공연해서 입장료를 받아 돈도 벌고 또한 오페라에 출연한 사람들도 마을에서 선발할 생각이다. 오페라에 출연하게 된다면 먼저 노래 레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역시 레슨비를 받아서 챙길수가 있다는 계산이다. 아무튼 로사와 로사의 친구인 아가타가 노래 레슨을 받고 오페라에 출연키로 한다. 잠시후 어떤 병사 한 사람이 마을에 나타난다. 실은 로사의 남편인 칼리노가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변장한 것이다. 칼리노는 로사를 만나기 위해 로사의 집을 찾아간다. 로사의 집에서는 로사가 돈 부체팔로로부터 노래 레슨을 받고 있다. 칼리노는 로사가 아직도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로사의 집 밖에서는 몇 명의 마을 청년들이 로사에게 노래 레슨을 하고 있는 돈 부체팔로를 질투하고 있다. 마을의 여인들은 오히려 로사가 부러워서 죽을 지경이다.

 

 

2막. 돈 부체팔로가 주선하는 오페라는 한창 준비 중이다. 마을 사람들은 과연 오페라가 제대로 공연될수 있을지 의심을 한다. 돈 부체팔로는 로사와 아가타가 오페라에서 부를 노래를 위해 급히 작곡과 작사를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 로사는 오페라에 출연해서 노래를 부르게 되자 무척 좋아한다. 그때 질투심이 많은 돈 마르코가 나타나서 돈 부체팔로를 라이발로 생각하여 시비를 걸고자 한다. 그때 아직도 변장하고 있는 칼리노가 뛰어 들어와서 로사 때문에 늙은 돈 마르코와 음흉한 돈 부체팔로가 티격태격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분노해서 두 사람 모두를 질책한다. 그러면서 로사에게도 '아니 남편이 아직 살아 있는지도 모르는데 이게 무슨 짓이냐'면서 나무란다. 돈 부체팔로와 돈 마르코는 창피하기도 해서 탁자 밑으로, 옷장 안으로 숨는다. 하지만 칼리노가 이들을 금방 찾아낸다. 그러면서 더 심하게 비난한다.

 

 

3막. 돈 마르코와 돈 부체팔로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서로 다툴 일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다. 두 사람은 서로 친구가 된다. 돈 마르코는 돈 부체팔로의 오페라 공연에 돈을 대기로 한다. 그리고 베이스 주역을 맡아 노래를 부르기로 한다. 아가타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자기의 목소리가 로사보다 더 좋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로사가 주인공이 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몽땅 받을 것 같아서 속상해 한다. 벨프라토 백작은 아직도 로사와 결혼할 생각을 갖고 있지만 웬 병사가 나타나서 자기 주위에 있는 남자들을 질책한 후에는 어쩐 일인지 벨프라토 백작과의 결혼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제 오페라가 막을 올리게 된다. 오케스트라가 돈 부체팔로의 지휘상로 상당히 긴 서곡을 연주한다. 갑지가 칼리노가 나타나서 변장한 옷을 벗어 던진다. 사람들이 칼리노를 보고 놀랜다. 칼리노는 로사와 다시 결합한다. 그후 별별 소동이 다 일어나지만 결국 모두 해피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