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케빈 푸츠의 '사일렌트 나이트'(고요한 밤) - 146

정준극 2015. 3. 26. 16:32

오페라 '사일렌트 나이트'(Silent Night)

미국의 케빈 푸츠(Kevin Puts)가 2막 오페라로 완성

 

작곡자 케빈 푸츠. 피바디 교수이다.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2005년도 프랑스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el)가 이번에는 오페라로 만들어져서 또 한번의 남다른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피바디음악원 교수인 케빈 푸츠(Kevin Puts: 1972-)가 작곡한 오페라 '사일렌트 나이트'(고요한 밤)이다. 전쟁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일깨워 주는 작품이어서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막을 포함하여 2막으로 구성된 이 오페라는 케빈 푸츠의 첫 오페라이지만 그는 이 작품으로 2012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대본은 미국의 마크 캠벨(Mark Campbell)이 맡았다. 마크 캠벨은 미국 작곡가들의 오페라 10여 편의 대본을 완성한바 있는 중견이다. 대표적인 오페라 대본으로서는 '볼포네'(Volpone: John Musto 작곡), '감찰관'(The Inspector: John Musto 작곡), '이스트 11번가에 보내는 편지'(A Letter to East 11th Street: Martin Hennessy 작곡)등이다. '사일렌트 나이트'의 대본은 주로 영어로 되어 있지만 상황과 등장인물들에 따라서 프랑스어, 독일어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간혹 이탈리아어와 라틴어 대본도 나온다. 이 오페라의 줄거리는 영화에서 이미 소개된대로 1914년 1차 대전 당시 서로 대치하고 있는 영국군, 독일군, 프랑스군이 비록 하루 이틀에 불과하지만 크리스마스 휴전을 가져 전화에 찌들린 현실에서 잠시 도피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대본을 쓴 마크 캠벨은 이 오페라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쟁이란 것은 당신이 당신의 적을 하나의 인간으로서 생각할 때에 더 이상 계속될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만일 당신이 쏘고자 하는 그 적병이 집에 아내가 있고 아이들이 있으며 단란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 전쟁을 계속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의 병사들이 무인지대에 모여있다.

 

'사일렌트 나이트'는 2011년 11월 12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의 오드웨이 극장(Ordway Theater)에서 세계 초연을 가졌다. 미국 동부지역에서의 초연은 2013년 2월 8일 필라델피아의 '아카데미 오브 뮤직'에서였고 남서부 초연은 2014년 5월 4일 포트 워스 오페라가 텍사스주 베스공연홀(Bass Performing Hall)에서였다. 그리고 유럽 초연은 2014년 10월 24일 아일랜드의 웩스포드 페스티발 오페라에 의해서였다. 웩스포드 오페라 페스티발은 잊혀진 오페라들을 발굴하여 모습을 보이게 하는 사명감을 가진 행사이다. 오페라 '사일렌트 나이트'는 미네소타 오페라가 NWI(New Works Initiative)프로그램에 의해 케빈 푸츠에게 의뢰한 것으로 오페라 필라델피아가 공동 제작지원하였다. 케빈 푸츠는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 출신이다.

 

프랑스, 스코틀랜드, 독일군의 지휘관들이 크리스마스 휴전을 합의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독일군 측]

- 니콜라우스 슈프링크(Nikolaus Sprink: 오페라 테너: T). 유태인이지만 1차대전 당시에는 독일군 장교가 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 안나 쇠렌센(Anna Sørensen: 오페라 소프라노. 니콜라우스 슈프링크의 약혼자: S). 원래는 덴마크 출신.

- 호르스트마이어 중위(Lieutenant Horstmayer: 독일군 벙커 지휘관: Bar)

- 황태자(Kronprinz: Kaiser Wilhelm II의 아들: T)

[스코틀랜드군 측]

- 조나단 데일(Jonathan Dale: T)

- 윌리엄 데일(William Dale: 조나단 데일의 형: Bar)

- 팔머 신부(Father Palmer: B). 의무병으로 자원입대했다.

- 고든 중위(Lieutenant Gordon: 스코틀랜드군 벙커 지휘관: Bar)

- 영국군 소령(The British Major: B-Bar)

[프랑스군 측]

- 오드베르 중위(Lieutenant Audebart: 프랑스군 벙커 지휘관: Bar)

- 퐁셀(Ponchel: 오드베르 중위의 보좌관: Bar). 독일 점령지역에 어머니가 살고 있다.

- 장군(The General: B). 실은 오드베르 중위의 아버지.

- 마델레이느(Madeleine: 오드베르 중위의 부인: S). 독일인으로 독일 점령지역에 살고 있다.

- 귀슬랭(a French soldier: 병사: B-Bar) 

 

독일군, 프랑스군, 영국군(스코틀랜드군)이 구축한 벙커들 사이에는 무인지대가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무조건 어느 벙커에서든지 기관총이 불붙듯이 터진다. 공연히 상대방 벙커를 점령하려고 돌격했다고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는 병사들

 

서막: 1914년 여름이다. 베를린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공연이 한창이다. 갑자기 오페라가 중단되더니 어떤 사람이 무대 앞으로 나와서 전쟁이 터졌다고 발표한다. 순식간에 극장안은 말못할 두려움에 휩싸인다. 모두들 걱정하면서 자리를 뜬다. 테너인 니콜라우스 슈프링크와 소프라노인 안나 쇠렌센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그러나 갑작스런 전쟁으로 두 사람의 삶과 오페라 성악가로서의 경력은 큰 변화를 맞는다. 니콜라우스는 징집되어 전선으로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의 어떤 작은 마을에 있는 교회이다. 형 윌리엄 데일이 동생 조나단에게 전쟁이 일어났으니 어서 함께 자원입대하여 전선으로 가자고 설득하고 있다. 팔머 신부님은 이들 형제가 너무나 과격하게 흥분하고 있다면서 걱정이지만 이들의 고집을 꺾을 재간은 없다. 파리의 어떤 아파트이다. 오드베르 중위가 전쟁 때문에 전선으로 가야한다고 말하자 임신한 그의 부인 마델레이느는 곧 첫 아이를 출산할 텐데 어떻게 하느냐면서 신경질적으로 화를 내고 있다. 애국적인 노래가 뜨겁게 들려오는 중에 각각 나라는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전선으로 떠날 준비를 마친다.

 

세 나라의 병사들이 무인지대에 나타나서 크리스마스를 엄숙하게 맞이하고 있다.

 

1막. 1914년 12월 23일 오후, 프랑스 국경에서 가까운 벨기에의 전선이다. 독일군이 프랑스 및 스코틀랜드군과 대치하여 전투를 벌이고 있다. 빗발치는 포화 속에서 젊은이들이 쓰러진다. 프랑스군과 스코틀랜드군이 독일군의 벙커 진지를 점령하려고 돌격하지만 벙커로부터 날아오는 기관총으로 비참하게 실패한다. 세개의 벙커 사이에 있는 무인지대에 젊은 시체들만 싸여간다. 독일군 벙커에 니콜라우스가 있다. 최전선으로 배치된 것이다. 니콜라우스는 돌격해 오는 프랑스 병사들과 백병전을 벌이다가 총검으로 어떤 병사를 찔러 죽인다.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병사들이 물러가자 니콜라우스는 한 없는 절망과 폭력의 두려움으로 어찌할줄 모른다. 스코틀랜드에서 온 윌리엄이 전투 중에 총에 맞아 쓰러진다. 동생 조나단이 옆에 있었지만 빗발치는 총탄을 피하기 위해 형의 시신을 그대로 두고 어쩔수 없이 후퇴한다.

  

전사자들 합동장례식

 

그날 저녁이다. 스코틀랜드 벙커에서 고든 중위가 오늘 전투의 사상자들을 점검하고 있다. 전선에 함께 온 스코틀랜드의 팔머 신부님이 슬픔에 빠져있는 조나단을 위로하여서 기도해준다. 한편, 프랑스 벙커에서는 오드베르 중위가 전투를 마치고 자기의 임시 처소로 들어서자 그곳에 장군이 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장군은 오드베르 중위에게 독일 벙커를 점령하지 못하고 후퇴한데 대하여 질책을 하고 계속 전투에서 지지부진하면 다른 전선으로 전출하겠다고 위협한다. 장군이 떠나자 오드베르 중위는 부관인 퐁셀에게 전투 중에 와이프의 사진을 잃어버렸다면서 한탄한다. 퐁셀이 나가자 오드베르 중위는 이번 전투에서 몇명이나 사상자가 났는지 숫자를 세면서 어느새 파리에 두고온 부인 마델레이느와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아기를 생각한다. 오드베르 중위는 이제 지쳐서 잠이라도 자 두어야 겠다고 노래한다. 그 노래 소리를 듣고 다른 병사들이 모두 고향과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생각에 싸인다. 밖의 무인지대에는 어느새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내리는 눈이 무인지대에 있는 병사들의 시신들을 조용하게 덮어주고 있다. 각 벙커의 병사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잠에 빠진다. 독일 벙커의 니콜라우스만이 혼자 깨어서 안나를 그리워하며 전쟁에 대한 절망감을 나타낸다.

 

베를린으로부터 유명한 소프라노 안나가 애인 니콜라우스를 만나러 전선에 도착해서 병사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12월 24일 아침이 되었다. 독일 벙커에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들이 도착한다. 황태자가 병사들을 위문하여서 보낸 선물 상자들이다. 열어보니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들이 들어 있다. 호프스트마이어 중위는 황태자가 전선에서 필요한 탄약이나 보충병은 보내주지 않고 엉뚱하게 아무 짝에도 쓸데 없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내주었다고 하면서 비난을 퍼붓는다. 갑자기 사령부로부터 지시가 내려온다. 근처의 산장에 황태자가 와서 머물고 있는데 벙커에 오페라 테너인 니콜라우스라는 병사가 있으니 그를 황태자의 산장으로 보내어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노래를 부르도록 하라는 지시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황태자 산장에는 베를린으로부터 인기 오페라 소프라노인 안나 쇠렌센이 와서 있었고 안나가 애인인 니콜라우스를 보고 싶어서 사령관에게 부탁해서 니콜라우스를 황태자를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오도록 했던 것이다. 니콜라우스는 곧바로 황태자 산장으로 떠난다. 니콜라우스는 몇달 동안 헤어져 있던 애인 안나를 다시 만날 생각으로 흥분해 있다.

 

안나가 독일군 지휘관인 호르스트마이어 중위에게 니콜라우스를 체포한데 대하여 항의하고있다.

 

한편, 프랑스 병사들은 와인과 소시지와 초콜릿이 가득 들어 있는 상자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서 기쁨에 들떠 있다. 퐁셀이 커피를 한잔 타와서 오드베르 중위에게 전해주며 시간이 있으니 이발이나 해드리겠다고 한다. 퐁셀은 군대에 오기 전에 이발사였다. 퐁셀은 매일 아침마다 어머니와 함께 커피를 마셨다는 얘기를 하며 고향 집에 어머니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걱정이 된다고 말한다. 퐁셀의 어머니는 독일군 진영을 거쳐서 걸어서 한시간도 안되는 곳에 살고 있지만 퐁셀은 매일의 전투에 매어 있어서 한번도 찾아간 일이 없다. 퐁셀은 왼쪽 가슴 속에 알람 시계를 간직하고 있다. 이 알람 시계 때문에 언젠가 적병의 총알을 맞았지만 요행히 살아 남을수 있었다. 퐁셀의 알람 시계는 매일 아침 10시에 울리도록 되어 있다. 알람이 울리면 벙커 안에 있던 모든 병사들이 그날의 작전을 위해 모임을 갖는다. 스코틀랜드 벙커에는 고향으로부터 위스키 상자가 배달된다. 조나단은 고향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쓴다. 하지만 형 윌리엄이 전사했다는 얘기는 차마 쓰지 못한다.

 

장면은 바뀌어서 다음날인 12월 24일 이른 저녁이다. 독일 황태자가 머물고 있는 산장에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린다. 안나와 니콜라우스가 듀엣을 부른다. 두 사람은 잠시 시간을 내어 테라스에서 만난다. 안나는 전쟁의 참혹한 이미지가 애인인 니콜라우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안나는 사령부에 얘기해서 그날 밤만은 니콜라우스와 함께 지낼수 있도록 주선해 놓는다. 그러나 니콜라우스는 벙커에서 고생하고 있는 전우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나가 화를 내지만 어쩔수가 없다. 안나는 할수 없이 니콜라우스와 함께 벙커로 가기로 한다.

 

세나라의 병사들이 함께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른다.

 

12월 24일 밤이다. 프랑스 벙커의 귀슬랭이 독일 벙커로 잠입하겠다고 자원한다. 그래서 수류탄이라도 터트리고 오겠다는 것이다. 독일군이 물러나야 어머니가 혼자 계시는 시골 집을 갈수 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병사들은 위스키들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있다. 마침 다른 부대에서 백파이프를 보낸 것이 있어서 그것을 계속 불어댄다. 백파이프에 맞추어서 팔머 신부님이 고향에 대한 센티멘탈한 노래를 부른다. 모두들 고향생각, 가족생각으로 숙연하다. 다른 벙커에 있는 병사들이 팔머 신부님의 노래와 스코틀랜드 병사의 백파이프 연주를 듣고 한숨들을 쉰다. 어떤 병사는 고향생각에 못참겠다는 듯이 소리를 치기도 한다. 한편, 독일 벙커에서는 때아닌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니콜라우스가 안나와 함께 돌아왔기 때문이다. 최전선에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으니 사기가 부쩍 올라간듯 싶다. 스코틀랜드 벙커에서 팔머 신부님의 노래가 끝나자 니콜라우스가 밖으로 나가서 모두 듣도록 크리스마스 '슈틸레 나하트'에 이어 '아데스테 피델레스'를 힘차게 부른다.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가 니콜라우스의 캐롤에 맞추어 반주를 하기 시작한다. 두려움이 없어진 니콜라우스는 벙커 꼭대기로 올라가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워 놓는다. 말하자면 우정의 표시이다. 각 벙커의 지휘관들은 병사들에게 침착하라고 소리치지만 병사들은 모두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기도 하며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자 한다.

 

니콜라우스가 용감하게 무인지대의 가운데로 걸어나간다. 귀슬랭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수류탄을 가지고 독일 벙커로 잠입해 들어가서 터트릴 계획을 취소하고 무인지대에서 오도가도 못한다. 마침내 세 벙커의 지휘관들은 흰색 깃발을 내걸고 모여서 일시 휴전을 제안한다. 세 지휘관들은 크리스마스 이브만이라도 휴전하기로 합의한다. 병사들이 천천히 그러나 조심스럽게 벙커에서 나와서 다른 벙커의 병사들을 만나러 간다. 병사들은 서로 가지고 있는 작은 물건들을 교환한다. 소시지도 교환하고 초콜릿도 교환한다. 사진도 교환하고 서로 이름과 주소도 적어서 나중에 만나자고 한다. 그때 안나가 무인지대에 나타난다. 병사들은 웬 여인이 갑자기 나타나자 너무나 예상 밖이어서 깜짝들 놀란다. 팔머 산부님이 무인지대에 임시 예배처를 마련하고 병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미사를 드리기 시작한다. 한편, 조나단은 무인지대에서 형 윌리엄의 시체를 찾아내고 형을 죽인 독일군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팔머 신부님은 크리스마스 미사가 끝나자 병사들에게 평안한 마음으로 각자의 벙커로 돌아가라고 권한다. 멀리서 대포소리가 들린다.

  

'사일렌트 나이트'가 세계 초연된 미네소타의 오드웨이 극장

                 

2막. 12월 25일 새벽이다. 조나단이 새벽같이 밖으로 나와서 형 윌리엄의 시신을 땅에 묻으려한다. 그 모습을 본 독일 병사 두명이 조나단에게 총을 쏘려고 한다. 공식적으로 크리스마스 휴전은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팔머 신부님과 고든 중위가 뛰어나와서 독일 병사들에게 잠시 사격을 중단하라고 소리친다. 독일 벙커의 호르스트마이어 중위는 죽은 병사들을 묻어 줄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명의 지휘관들이 다시 만나서 커피 한잔씩을 하며 무인지대에 있는 전사자들을 모두 묻어주는 일을 마칠 때까지 휴전을 연장키로 결정한다. 안나와 니콜라우스는 병사들이 전사자들을 묻는 것을 보고 니콜라우스만은 저런 처지가 되지 않기로 약속하라고 말한다. 시간이 흘러서 12월 25일 늦은 아침과 오후 일찍이다. 병사들이 전사자들의 시신들을 한군데로 정리해 놓는다. 팔머 신부님이 전사자들을 위한 마지막 종교의식을 진행한다. 병사들은 마차에 시신들을 얹어 놓고 장례 행렬을 이루어 다른 곳에 매장하기 위해 떠난다.

 

한편, 전선의 벙커에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병사들이 크리스마스 휴전을 하고 있다는 뉴스가 사령부로 흘러 들어간다. 영국군 소령과 독일의 황태자와 프랑스의 장군은 모두 말도 안되는 소리라면서 분노한다. 이들은 만일 정말로 휴전을 하고 서로 나와서 함께 노래도 하고 음식도 나누어 먹었다면 누가 주동을 했는지 찾아서 군법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강조한다. 12월 25일 저녁이 되었다. 이제 호르스트마이어 중위는 다시 전투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본 니콜라우스가 호르스트마이어 중위에게 사람의 목숨이 귀하다는 것은 생각하지 아니하고 독일에 대하여 지나치게 충성만 한다고 비난한다. 그러자 호르스트마이어 중위는 니콜라우스를 명령불복종으로 체포코자한다. 그러자 안나가 재빨리 니콜라우스의 손을 이끌고 무인지대로 피신이나 하듯 나간다. 호르스트마이어 중위는 병사들에게 어서 니콜라우스에게 총을 쏘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명령을 듣지 않는다. 니콜라우스와 안나는 무사히 프랑스 벙커에 도착한다. 니콜라우스와 안나는 프랑스 지휘관에게 망명을 요청한다.

 

오페라 '사일렌트 나이트'의 스코어 표지

 

12월 26일 이른 아침이다. 영국군 소령이 스코틀랜드 병사들에게 크리스마스 휴전을 했다고 책망하고 있다. 소령은 병사들에게 다른 최전방으로 전출시키겠다고 말한다. 소령은 어떤 독일 병사가 무인지대를 건너가는 것을 보고 병사들에게 저 독일 병사를 사살하라고 명령한다. 다른 병사들은 모두 가만히 있는데 조나단만이 총을 들고 나와서 아무런 감정도 없이 총을 쏘아 독일 병사를 쓰러트린다. 형의 원수를 갚겠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병사는 실은 프랑스의 퐁셀이었다. 독일 병사의 옷을 입고 독일 진영의 뒤편 마을에 살고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오드베르 중위가 벙커 내의 자기 처소로 돌아온다. 장군이 기다리고 있다. 장군은 오드베르 중위를 베르뒨(Verdune) 전선으로 전출할 것이며 부대를 해산하여 나머지 병사들을 모두 개별적으로 최전선으로 배치하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오드베르 중위는 장군에게 자기에게 앙리라는 이름의 아들이 태어났다고 말한다. 장군은 실은 오드베르 중위의 아버지이다. 장군과 오드베르는 새로 태어난 아들을 위해서라도 전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고 맹세한다. 독일의 황태자는 독일 병사들을 모두 포메라니아 전선으로 전출시키겠다며 분노를 삭이지 못한다. 병사들이 새로운 전선으로 가기 위해 트럭에 모두 올라탄다.이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스코틀랜드 병사들이 불렀던 노래를 낮은 소리로 부르기 시작한다. 무인지대를 둘러싼 전선에는 이제 아무도 없게 된다. 눈이 다시 쌓인다.

 

팔머 신부님이 조나단을 위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