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하우스/유명 오페라극장 2

르비브(리비우) 오페라-발레 극장

정준극 2015. 2. 4. 06:02

르비브(리비우) 오페라-발레 극장(Lviv Theater of Opera and Ballet)

L'vivs'kyi Derzhavnyi akademichnyi teatr Opery ta baletu imeni Solomyiyi Krushel'nyts'koii

(르비브 국립 솔로미야 크르셸니츠카 오페라 발레 아카데미 극장)

Lviv State Academic Opera and Ballet Theatre of Solomiya Krushlnytska

 

르비브(리비우) 오페라-발레극장

 

유럽의 대다수 오페라 극장들이 나름대로 그럴듯한 건축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르비브(리비우) 오페라-발레 극장의 건축 히스토리는 특별하다. 건물을 폴트바 강을 복개하고 그 위에 지은 것이다. 하필이면 그런 장소에다가 지을 이유가 무엇이냐고 생각하겠지만 도시 계획상 그 자리에 오페라 하우스를 짓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였다. 당시 르비브(리비우: 르보브)는 오스트리아제국의 갈리치아에 속하여 있었고 명칭도 독일어로 렘버그(Lemberg)라고 불렀다. 렘버그 시의회는 렘버그도 유럽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문화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오페라 하우스를 짓기로 결정하고 설계건축을 국제공모하였다. 응모자 중에는 당시 극장건축의 거장이라고 하는 펠너와 헬머(Fellner & Helmer)회사도 있어서 당연히 그 회사가 결정될 줄 알았는데 심사위원회에서는 펠너와 헬머 회사의 설계가 지나치게 웅장하고 그러면서도 특색이 없다고 해서 선택하지 않았다. 건축은 폴란드의 유명한 지그문트 고르골레브스키(Zygmunt Gorgolewski)가 맡았다. 그는 베를린의 카이저 빌헬름 다리, 드레스덴 미술관(Gemaldegalerie), 비엔나 슈타츠오퍼의 내부 등을 설계한 사람이었다. 지그문트 고르골레브스키는 건물이 들어설 자리에 있는 작은 강을 복개하고 강물은 터널을 만들어 흐르게 하였으며 그 위에 콘크리트 기초를 만든후 건물을 짓기로 결정했다. 그렇게하여 유럽의 모든 오페라 극장 중에서는 특이하게 강 위에 세워진 오페라 극장이 생겨나게 되었고 또한 최초로 콘크리트 기초를 하고 세운 건물이 등장하게 되었다. 르비브 오페라하우스는 1897년에 착공하여 1900년에 완성되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건축 양식을 혼합한 건물이었다. 이를 비엔나 신르네상스 양식이라고 부른다.

 

르비브 오페라-발레 극장 측면

 

건물 정면의 화려함은 다른 극장에서도 별로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메인 입구 쪽에는 코미디와 비극을 비유한 조각이 있다. 그리고 윗 부분에 장식으로 두른 돌출부에는 뮤즈들을 만들어 놓았다. 무엇보다도 장관인 것은 건물의 상단에 마치 천사처럼 영광, 시, 음악을 상징하는 동상들을 세운 것이다.

 

건물 상단의 음악을 상징하는 동상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역시 우려했던 대로 건물이 조금씩이지만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몇 십년이 지나자 완전히 정착되어 문제가 없게 되었지만 당시로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개관식 이후의 일이지만 고르골레브스키는 자기의 잘못으로 건물이 내려 앉게 되었다고 생각하여 크게 상심했고 자살까지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결국 완공된지 3년 후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이상하게도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나자 건물의 침하(가라 앉는 것)가 중지되었다. 1900년 10월 4일의 개관에서는 발레와 오페라 드라마와 코미디가 공연되었다. 발레는 '한여름 밤의 꿈' 이야기였으며 리릭 드라마틱 오페라는 블라디슬라브 첼렌스키(Wladyslaw Zelenski)가 만든 '야네크'(Janek)라는 작품이었다. '야네크'는 카르파티아 산맥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그린 내용이다. 주역은 우크라이나의 저명한 테너인 올렉산드르 미슈하가 맡았다. 오페라 '야네크'는 그를 위해 작곡된 작품이었다.

 

밤의 르비브 오페라-발레극장

 

오늘날 르비브 오페라-발레 극장은 90명에 이르는 전속 오케스트라, 40명에 이르는 정상급 성악가들, 합창단, 발레단을 거느리는 하나의 그룹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화려하고 웅장한 르비브 오페라-발레 극장은 르비브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이 되었다. 르비브 오페라-발레 극장은 처음에는 그랜드 극장이라고 불렀다. 폴랜드 말로 테아트르 빌키(Teatr Wielki)라고 했고 우크라이나어로는 벨리키 미스키 테아트르(Velykyi Mis'kyi Teatr)라고 했다. 그러다가 1939년에 이르러서야 소련 당국에 의해 르보브 오페라(Lwow Opera)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으나 그것도 잠시뿐, 이 극장은 서부 우크라이나 인민의회당으로 사용되었다.  

 

건물 상단의 영광을 상징하는 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