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하우스/유명 오페라극장 2

민스크의 '벨로루시 공화국 국립 오페라-발레 아카데미 볼쇼이 극장'

정준극 2015. 2. 22. 07:28

벨로루시 공화국 국립 오페라-발레 아카데미 볼쇼이 극장

National Academic Bolshoi Opera and Ballet Theatre of the Republic of Belarus

민스크 오페라 하우스

 

민스크 오페라 하우스의 위용

 

벨로루시는 러시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우크라이나에 둘러싸여 있는 나라이다. 수도는 민스크이다. 우리는 보통 백러시아라고 불렀던 나라이다. 아마 이나라 사람들의 피부색이 눈처럼 하야서 그렇게 불렀던 모양이다. 오랫동안 구소련에 속해 있던 나라이다. 워낙 역사가 있는 나라이니만치 문화예술의 수준도 상당하다. 민스크의 오페라 극장을 보면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수 없다. 마치 하나의 커다란 성채와 같다.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오페라 극장의 하나이다. 또한 건축학적으로 민스크의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민스크 오페라극장의 풀 네임은 '벨로루시공화국 국립 오페라-발레 아카데미 볼쇼이 극장'(National Academic Bolshoi Opera and Ballet Theater of the Republic of Belarus)이다. 민스크의 중심가인 트리니티 반류(Trinity Banlieu) 공원에 자리잡고 있다. 민스크 시민들은 이 극장을 벨로루시어로 오피에르니 테아트르(Opierny Teatr)라고 부른다. 또는 대외적으로는 '오페라-발레 극장'이라고 부른다.

 

밤의 민스크 오페라극장(벨로루시 공화국 국립 오페라-발레 아카데미 볼쇼이 극장)

 

돌이켜보건대 민스크에 처음으로 국립 연극 극장이 생긴 것은 1920년대였다. 그런데 드라마 극장이지만 여러 명의 오페라 솔리스트, 합창단 멤버들, 그리고 발레 댄서들과 오케스트라까지 유지하였다. 1930년(혹은 1933년)에 마리인스키 극장의 유명한 솔리스트인 안톤 보나치츄가 민스크에 최초로 국립 오페라 발레 스튜디오를 수립했다. 이것이 오늘날의 벨로루시 공화국 국립 오페라-발레 아카데미 볼쇼이 극장의 전신이다. 안톤 보나치츄는 초대 극장장이 되었다. 그러나 얼마후에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였다. 개관기념 공연은 비제의 '카르멘'이었다. 유명한 소프라노 라리사 알렉산드로브스카야가 타이틀 롤을 맡았다. 따지고 보면 현재의 웅장한 건물은 1939년에 오픈한 것이다. 레닌그라드(현재의 생페터스부르크)에서 활동하던 벨로루시 건축가 이오시프 랑바르드(Iosif Langbard)가 설계했다. 하지만 그의 오리지널 설계 내용은 그다지 많이 반영되지 못했다. 재정문제 등으로 설계대로 건축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자체는 로마시대의 야외극장을 모델로 삼았다.

 

전면의 조각들

 

1939년의 오프닝 때에는 예프게니 티코츠키(Yevgeny Tikotsky)의 오페라 '미카스 파드고르니'(Mikhas Padgorny)와 발레작품인 '바흐치사라이의 분수'(The Fountain of Bakhchisaray)가 공연되었다. 새로운 극장에서의 첫 공연은 차이코브스키의 '백조의 호수'였다. 1940년에는 극장의 이름에 볼쇼이(Bolshoi)라는 단어를 덧붙였다. 러시아어의 볼쇼이라는 단어는 '크다'는 뜻이다. 볼쇼이 극장이라고 하면 '대극장'이란 뜻이다. 1940년 6월에 모스크바에서 '벨로루시 예술 10년'(Decade of Belarusian Art)라는 행사가 열렸다. 벨로루시 최초의 발레 작품인 미미카일 크로쉬너(Mikhail Kroshner)의 '나이팅게일'(The Nightingale)이 공연되었다. 이밖에 벨로루시 작곡가들에 의한 창작 오페라들도 공연되었다. '팔레세의 깊은 숲에서', '행운의 꽃', '미카스 파드고르니' 수정버전 등이었다. 대성공이었다. 1944년 민스크가 소련 적군에 의해 해방될 때까지 이 행사는 계속되었다. 다만, 모스크바가 아니라 오늘날의 고르키(Gorky)인 니츠니 노브고로드(Niizhny Novgorod)에서였다. 1944년 이후에는 코브로프(Kovrov)에서 열렸다. 민스크 오페라-발레 극장은 지금까지 2만회 이상의 공연을 가졌으며 그 중에서 초연은 2백 작품 이상이 된다. 그러나 이 극장은 '대애국전쟁' 때에 폭격을 받아 파괴되었고 집기들도 전쟁 중에 모두 약탈당했다. 극장을 복구하거나 극장에서 공연에 전념해야할 예술가들은 모두 징집되어 전쟁터로 가야했다. 극장이 황폐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전쟁이 끝나자 재건의 소리가 높이 울렸다. 오리지널 설계자인 이오시프 랑바르드가 복구공사를 감독하게 되었다.

 

민스크 오페라 하우스의 발코니

 

새로운 건축은 객석을 1,200석으로 축소한 것이었다. 대신에 층별로 발코니를 설치했다. 여러 아름다운 조각들도 추가되었다. 새로운 극장은 1947년에 오픈되었다. 그리고 1949년에 가서는 전전에 유지하였던 레퍼토리를 다시 확보할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극장의 개관기념 공연은 바실리 졸로타레프의 발레 '프린스 레이크'(Prince Lake)와 드미트리 루카스의 오페라 '카스투스 칼리노우스키'였다. 이 두 공연은 벨로루시 국립극장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준 공연으로 길이 기억되고 있다. 1955년에는 처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공연인 '마린카'(Marinka)를 공연하였다. 이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갔다.

 

2차 대전이 끝난 후에 벨로루시 오페라의 레퍼토리는 대단히 풍부해졌다. 민스크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유명 오페라로서는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 베르디의 '오텔로'와 '돈 카를로', 자크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사드코'와 '황금 닭', 리하르트 바그너의 '로엔그린' 등이었다. 유리 세메니야코(Yuri Semenyako), 예프게니 글레보프(Yevgeny Glebov), 하인리히 바그너(Heinrich Wagner)와 같은 벨로루시 작곡가들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작품들도 공연되었다. 벨로루시 작곡가 중에서 기억되어야 하는 사람은 쿨리코비치 슈체글로프(Kulikovich Shcheglov)일 것이다. 그는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전쟁 후에 유배를 당했다. 1996년에 국립 극장은 두개의 독립적인 단체들로 나뉘어졌다. 하나는 벨로루시 공화국 국가 볼쇼이 발레 아카데미이고 다른 하나는 벨로루시 국립 오페라극장 아카데미이다. 그러나 2008년에 두 단체는 다시 합해져서 오늘날의 벨로루시 공화국 국립 오페라-발레 아카데미 볼쇼이 극장이 되었다. 극장의 건물은 2006년에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착수했다. 극장 주변에 여러 조각들이 추가되었다. 무대를 조금 좁히고 대신 객석을 넓혔다. 그리고 최신 조명장치와 무대 이동 장치를 설치했다. 보수공사에서 두드러진 것은 샹들리에의 설치였다. 1950년대 스타일의 샹들리에였다. 바닥재는 아홉가지 색다른 화강암으로 장식했다. 보수공사와 함께 3개층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메짜닌 층에는 의상실과 스튜디오가 마련되었다. 2009년의 재개관에는 벨로루시 대통령이 참석했다. 새로운 오페라 극장의 실내악연주회장에는 소프라노 라리사 알렉산드로브스카야를 기념하여 그의 이름을 붙였다. 또 하나의 특징은 무대를 객석으로 향해서 4도 경사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객들이 무대를 더 잘 볼수 있게 만들었다.

 

1943년의 민스크 오페라 하우스

 

오늘날 민스크 오페라 하우스는 벨로루시 작곡가에 의한 오페라들을 집중적으로 무대에 올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드미트리 스몰스키(Dmitry Smolsky)의 '그레이 레전드'(The Grey Legend)는 대표적이다. 민스크 오페라단은 외국 순회연주를 자주 다녔다. 스페인, 러시아, 독일, 폴란드, 스위스, 이스라엘, 포르투갈, 중국 등지에서 오페라를 공연했다. 민스크 오페라단은 매년 독일에서 열리는 Classic Open Air 페스티발에 참석하여 커다란 환영을 받아 왔다. 민스크 오페라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라리사 알렉산드로브스카야(Larisa Aleksandrovskaya)는 잊을수 없다. 그가 민스크 볼쇼이 극장에서 카르멘을 맡았던 것은 지금까지도 사람들 사이에서 얘기꺼리가 되고 있다. 민스크의 볼쇼이 극장은 연례 대규모 행사들을 개최하고 있다. '볼쇼이에서의 뮤지컬 이브닝' '현대 발레 이브닝' '민스크 국제 크리스마스 오페라 포럼' '청년 오페라 포럼' '라드치윌 성에서 볼쇼이 극장과 함께 하는 오페라-발레 페스티발' '송년대무도회' 등이다. 민스크 볼쇼이 극장은 모길레프, 고멜, 노보폴로츠크에 지점을 두고 있다. 다른 나라 오페라단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2013년에는 에스토니아 국립 오페라와 교환 프로그램을 가졌었다. 민스크 볼쇼이 지금까지 오페라는 세계 30개국을 순회공연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