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아리아의 세계/오페라 아리아 총정리

가장 강력한 고음이 나오는 오페라 아리아 10선

정준극 2015. 3. 5. 17:58

가장 강력한 고음이 나오는 오페라 아리아 10선

(Top 10 Most Powerful High Note) - 오페라 펄스(Opera Pulse) 선정

 

오페라를 보러 가는 사람들은 어떤 주인공이 가장 높은 음을 가장 멋있고 힘차게 부르는가를 보러 간다. 그 때문에 바쁜 중에도 비싼 돈을 주고 입장권을 사서 가는 것이다. 오페라에서 가장 높은 고음을 내는 주인공은 주로 테너와 소프라노이다. 메조소프라노와 바리톤 또는 콘트랄토나 베이스도 고음을 내는 아리아를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테너와 소프라노의 고음에는 미치지 못한다. 어떤 곡목이 가장 높은 음을 가장 감동있게 들려주는 아리아일까? 미국의 오페라 소식 네트워크인 '오페라 펄스'(Opera Pulse)는 최근 가장 강력한 고음의 아리아 10 곡을 선정했다.

 

1. '투란도트'(푸치니)에서 칼라프 왕자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n). 아는대로 푸치니는 '투란도트'의 마지막 파트를 완성하지 못한채 세상을 떠났다. 푸치니의 제자인 프랑코 알파노가 푸치니가 스케치 해 놓은 것을 바탕으로 마지막 파트를 완성했다. 칼라프 왕자의 아리아인 '네순 도르마'는 그렇게 하여 탄생했고 오늘날 오페라를 애호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한없는 사랑을 받는 아리아가 되었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마지막 파트에서 칼라프 왕자가 '빈체로'(이기리라)라고 말하며 고음을 힘차게 내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Nessun dorma! Nessun dorma!(아무도 잘수 없다, 아무도 잘수 없다)
Tu pure, o, Principessa,(오 공주여 그대까지도)
nella tua fredda stanza,(그대의 차가운 방에서)
guardi le stelle(별들을 바라보라)
che tremano d'amore(사랑에 떨고 있고 희망에 떨고 있는)
e di speranza.(그러나 나의 비밀은)
Ma il mio mistero è chiuso in me,(나만이 알고 있는 것)
il nome mio nessun saprà!(아무도 나의 이름을 알지 못하리)
No, no, sulla tua bocca lo dirò(아니오 아니오, 빛이 비추면 그대의 입에)
quando la luce splenderà!(말해주리라)
Ed il mio bacio scioglierà il silenzio(나의 키스가 침묵을 사라지게 하리라)
che ti fa mia!(그대를 나의 것으로 만드는)
(Il nome suo nessun saprà!...(누구도 그의 이름을 알수 없도다)
e noi dovrem, ahime, morir!)(그리고 아아 모두 죽임을 당하리라)
Dilegua, o notte!(오 밤이여 사라져라)
Tramontate, stelle!(별들은 지거라)
Tramontate, stelle!(별들은 지거라)
All'alba vincerò!(새벽이 오면 내가 이기리라)
                        

투란도트 무대. 베로나. 칼라프의 네순 도르마

 

2. '연대의 딸'(도니체티)에서 토니오의 아리아 '아 친구들이여 오늘은 좋은 날'(Ah! mes amis...Pour mon ame). 하이 C를 무려 아홉번이나 내야 하는, 경우에 따라서는 한번 더 내야하는 고난도의 아리아이다. 이런 테너 아리아는 벨칸토가 아니면 찾아볼수 없다. 그래서 '연대의 딸'의 토니오는 몇몇 선별된 테너만이 맡을수 있다. 이 아리아를 듣고 나면 속이 다 후련하다. 하지만 테너로서는 죽음의 시련이다.

 

'연대의 딸'에서 토니오(로렌스 브라운리). 2011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3. '리골레토'(베르디)에서 리골레와 질다의 듀엣 '이제 복수의 시간이다'(Della vendetta alfin giunge l'istante). 3막에서 리골레토의 아리아이지만 중간에 만투아 공작과 질다의 노래도 곁들인다. 주막 안에서 죽었는줄 알았던 만투아 공작이 '여자의 마음'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당황한 리골레토가 불길한 예감 속에서 '그러면 이 자루 속에 든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라며 자루를 열어보니 질다가 죽어가고 있다.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사랑하는 딸이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리골레토의 비통한 심정...이 장면의 노래이다. 바리톤 아리아로서 대단히 드라마틱한 것이다. 질다의 노래는 피아노시모의 고음이다.

 

리골레토(Mark Delevan)는 자루 속의 사람이 만토바 공작이 아니라 딸 질다(Lyubov Petrova)인 것을 알고 경악한다. 죽어가고 있는 질다의 노래가 아름다운 고음이다.

 

4. '로미오와 줄리엣'(구노)에서 줄리엣의 아리아 '독설의 아리아'(Poison Aria: Amour, ranime mon courage). 로미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줄리엣은 자기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로미오의 뒤를 따르겠다고 하며 부르는 아리아이다.

 

줄리엣의 나탈리 말프리노. 더블린 오페라 하우스

 

5. '파우스트'(구노)에서 파우스트의 아리아 '안녕, 정결하고 순수한 집'(Salut! demeure chaste et pure). 3막에서 파우스트의 카바티나이다. 마르그레트 집의 정원에 메피스토펠레가 파우스트를 데리고 나타난다. 그 전에 시벨이 마르그레트에게 주기 위해 꽃 다발을 가지고 와서 현관에 놓아두고 간다. 메피스토펠레는 파우스트에게 시벨을 이기려면 더 좋은 선물을 해야 한다고 속삭인후 떠난다. 혼자 남은 파우스트가 이곳이 그 순결하게 보이는 마르그레트의 집이라는데 대하여 감격해 하며 부르는 노래이다. 마르그레트에 대한 청순한 감정이 그대로 표현된 아름다운 아리아이다. 잠시후 메피스토펠레가 보석이 들어 있는 상자를 가지고 온다.

 

정원에서 파우스트가 마르그리트에게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6. '일 트로바토레'(베르디)에서 만리코의 아리아 '타오르는 불길이여'(Di quella pira). 만리코는 자기를 키워준 어머니인 집시 여인 아주체나가 루나 백작에게 체포되어 화형에 처해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칼을 빼어 들고 어머니를 구하러 가겠다고 하는 장면의 아리아이다. 비록 길지 않은 테너 아리아이지만 대단히 격정적이어서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해준다. 하이 C는 한번 사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테너는 감정이 고조되어 다시 한번 하이 C를 부르는 경향이 있다.

 


루나 백작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만리코. 테너 이용훈. 메트로폴리탄

 

7. '라 트라비아타'(베르디)에서 비올레타의 아리아 '영원히 자유롭게'(Sempre libera). 알프레도의 사랑 고백을 들은 비올레타는 과연 자기도 진정한 사랑을 할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영원히 자유스럽게 살겠다고 다짐하는 아리아. 후반부에는 높은 기교를 필요로 하는 힘차고 아름다운 아리아이다.

 

1988년도 영화 '가면 속의 아리아'(Le Maitre de Musique: 음악선생)에서 소피 모리에르(앤느 루셀)가 비올레타의 아리아인 '영원히 자유롭게'를 부르고 있다.

 

8. '후궁에서의 도주'(모차르트: Die Entführung aus dem Serail)에서 콘스탄체의 아리아 '어떠한 형벌이 가해지더라도'(Marten aller Arten). '후궁에서의 도주'는 모차르트가 요셉 2세 황제의 부탁으로 작곡한 독일어 대본의 오페라이다. 독일어 대본이지만 배경은 터키의 하렘이다. 하렘에 붙잡혀 온 콘스탄체를 파샤인 셀림이 말을 듣지 않으면 힘으로라도 그의 소유로 만들고자 한다는 얘기를 듣고 어떠한 고문이 닥쳐 올리자로 굴하지 않겠다고 의연히 다짐하는 아리아이다. 2막 마지막 파트에 나오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아리아이다.

 

'후궁에서의 도주' 2막에서 파샤 셀림(Andreas Klumpf)이 콘스탄체(Alexandra Lubchansky)에게 강제로 접근하려 하자 콘스탄체가 어떠한 고문과 형벌이 내리더라도 자기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2006년 독일 괴팅겐.

 

9. '죽은 도시'(코른골트: Die tote Stadt)에서 피에로의 춤 노래 '나의 열망 나의 집념'(Mein Sehnen Mein Wehnen). 소프라노 아리아인 '행운은 아직 나에게 머물러 있다'(Glück das mir verblieb)도 대단히 감동을 주는 아리아이다. 폴은 사랑하는 아내 마리가 세상을 떠나자 마리를 잊지 못해서 방 안에 마리의 초상화 등 마리에 대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간직하고 매일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가 어느날 길에서 마리와 똑같이 생긴 어떤 여인을 만난다. 어느 극단에 속해 있는 댄서인 마리에타이다. 피에로는 마리에타가 속해 있는 극단의 멤버인 프리츠이다. 마리에타가 단원들에게 축배를 제안한 후에 프리츠에게 노래를 불러 달라고 부탁한다. 프리츠의 노래(피에로의 춤노래)는 그의 과거를 돌아보는 애수에 섞인 노래이다. 1절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죽은 도시'에서 피에로(모간 스미스). 달라스 오페라

 

Mein Sehnen, mein Wähnen,(나의 열망, 나의 집념)

es träumt sich zurück.(꿈속으로 나를 데려가네)

Im Tanze gewann ich,(어느 때 춤을 출 때 가지고 있었지)

verlor ich mein Glück.(이제 나는 행복을 잃었다네) 

Im Tanze am Rhein,(라인에서 춤을 출 때) 

bei Mondenschein,(달빛 아래에서)  

gestand mirs aus Blau-aug(그녀는 내게 사랑스런 푸른 눈으로)

ein inniger Blick,(사랑을 고백했었지) 

Gestand mirs ihr bittend Wort:(그녀가 고백한 간절한 이야기들)

o bleib, o geh mir nicht fort,(오 가지마세요, 멀리 가지 마세요)

bewahre der Heimat(고향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세요) 
still blühendes Glück.(평화롭고 풍성한 행복을)

 

10. '삼손과 델릴라'(생상스)에서 4막의 피날레(Act IV Finale). 4막 2장은 다곤 신전이다. 블레셋의 제사장들이 삼손을 희생제물로 드리려고 한다. 델릴라가 눈먼 삼손을 조롱한다. 지난 날 사랑을 속삭였던 것도 실은 삼손을 잡기 위해서였다는 얘기를 한다. 삼손은 어린 소년에게 다곤 신전을 받치고 있는 기둥 사이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 드디어 삼손이 여호와 하나님께 마지막 능력을 간구한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하여서 다곤 신전의 기둥을 무너트린다. 모두가 진멸된다. 삼손의 마지막 외침이 간절하다.

 

'삼손과 델릴라'. 웨스트 베이 오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