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아리아의 세계/오페라 아리아 총정리

꽃을 주제로 삼은 오페라 아리아, 듀엣

정준극 2015. 3. 20. 13:31

꽃을 주제로 삼은 오페라 아리아, 듀엣

Opera Arias or Duets inspired from Flowers

 

○ 비제의 '카르멘'에서 '꽃 노래'. 카르멘은 '사랑은 길들이지 않은 들새와 같은 것. 언제 어디로 날아갈지 아무도 모른다'는 내용의 하바네라를 부른다. 사람들이 그런 카르멘에게 누구를 마음에 두고 있는지 지적해 보라고 말한다. 카르멘은 한쪽에 무심하게 앉아 있는 돈 호세에게 꽃 한송이를 던져 주며 언제라도 자기를 찾아오라고 말한다. 고향에 약혼자가 있는 돈 호세는 카르멘의 유혹을 한 귀로 흘려 보내지만 무슨 마음이 생겼는지 카르멘이 던져준 꽃 한송이를 집어서 가슴에 품어 넣는다. 얼마후 돈 호세는 카르멘이 감방에서 도망치도록 놓아 둔다. 그때문에 돈 호세가 오히려 감방에 갇힌다. 그 날 저녁, 돈 호세는 감방을 탈출하여 카르멘을 찾아간다. 그리고 낮에 받았던 꽃 한송이를 꺼내 보이면서 자기의 사랑을 받아 달라고 간청한다. 이때 부르는 돈 호세의 노래가 '그대가 나에게 던져준 꽃 한 송이'(La fleur que tu m'avais jetee)이다. 보통 '꽃노래'라고 부르는 아리아이다. 돈 호세가 애절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를 부르지만 카르멘의 마음은 이미 돈 호세로부터 멀어져 있다.

 

그렇소. 내 말을 들어주시오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오

 

당신이 내게 던져 준 꽃을

감옥에서도 간직하고 있었오

시들고 말라버렸지만 그 꽃을 간직하고 있었오

언제나 달콤한 향기를 맡는 기분이었오

그리고 두 눈을 감고 그 향기에 취해 있었다오...

 

카르멘이 돈 호세에게 꽃 한 송이를 던져 주며 언제라도 자기를 찾아와 달라고 말한다.

 

○ 푸치니의 '나비부인'에서 '꽃의 이중창'. 초초상은 남편 핀커튼이 미국으로 떠날 때 곧 돌아오겠다고 말한 것을 믿고 기다린지 벌써 3년을 보낸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돌로레스)가 벌써 세살이나 되었다. 하지만 핀커튼으로부터는 편지 한장이 없다. 그래도 초초상은 핀커튼이 돌아와서 자기를 미국으로 데려갈 것을 굳게 믿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대포 소리가 들리고 저 아래 항구에 미국함선인 에이브라함 링컨 호가 입항하는 모습이 보인다. 초초상은 남편 핀커튼이 드디어 돌아왔다고 확신하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초초상은 '모두들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모두가. 나 혼자만이 믿지 않았어요. 그를 사랑하는 나만이. 내 사랑, 나의 믿음. 완전한 승리지요. 그가 돌아 왔어요. 그리고 나를 사랑합니다.'라고 말한다. 초초상은 핀커튼이 당장이라도 뛰어 오면서 '나비야'라고 부를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일부러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지라는 생각까지 한다. 초초상은 하녀 스즈키와 함께 마루와 마당을 깨끗이 청소하고 벛나무에서 꽃을 따다가 마당에 뿌린다. 초초상은 '집안을 모두 꽃으로 장식해야지. 모든 곳을! 밤중에 하늘에 별들이 넘쳐 보이듯이. 봄의 향기가 방마다 넘쳐 나도록 꽃으로 장식해야지'라고 말한다. 그때 부르는 노래가 바로 '꽃의 이중창'이다.

 

현대적 연출의 '나비부인'. 초초상이 방안에 꽃을 뿌리고 있다.

 

○ 들리브의 '라크메'에서 '꽃의 이중창'. 오페라 '라크메'는 영국이 지배하던 인도에서 일어난 일이다. 라크메는 인도 브라민 고승인 닐라칸타의 아름다운 딸의 이름이다. 닐라칸타는 딸 라크메가 혹시라도 영국 군인들의 눈에 띠어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걱정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왕래가 드믄 깊은 산속에 집을 마련해서 살고 있다. 어느날, 라크메는 날씨가 하도 더워서 목욕을 하러 하녀 말리카와 함께 보트를 타고 숲 속 깊숙히 연못을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 주위 경치를 살펴보니 녹음이 우거진 것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특히 옛 사원인듯한 건물의 돔(지붕)에 자스민 꽃이 만발하여 덮여 있는 것을 보고 감동한다. 그러면서 하녀 말리카와 함께 부르는 노래가 바로 '꽃의 이중창'이다. '보라 말리카, 자스민 꽃이 덮여 있는 지붕을'(Viens, Mallika... Dôme épais le jasmin)이다. 오페라에 나오는 이중창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곡이다.

 

'라크메'에서 라크메와 말리카의 꽃의 이중창

 

○ 바그너의 파르지팔'에서 꽃처녀들의 노래 '오라 오라 사랑스런 소년이여'(Komm, komm, holder Knabe). '파르지팔'의 2막 2장 클링소르의 마법의 성에 있는 꽃밭에는 아름다운 꽃처녀들이 있다. '파르지팔'에는 여섯명으로 되어 있지만 실은 더 많을수도 있다. 이들은 순진한 청년 파르지팔이 나타나자 그를 유혹하기 위해 서로 다투기까지 한다. 그러나 파르지팔은 너무나 순진하여서 꽃처녀들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꽃처녀들은 파르지팔을 포기하여 떠나면서 그를 '바보'라고 부른다. 바그너의 신비함이 넘쳐 있는 장면이다.

 

'파르지팔'(요나스 카우프만)이 꽃처녀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메트로폴리탄.

 

○ 플로토우의 '마르타'에서 '한 떨기 장미꽃'. 독일의 프리드리히 폰 플로토우는 오페라 작곡에 있어서 프랑스 스타일의 우아함과 아기자기함을 도입하였다. 플로토우가 프랑스의 쥘르 앙리 베르노이 드 생 조르즈(Jules-Henri Vernoy de Saint-Georges)의 단편소설 '리치몬드 시장'(Der Markt zu Richmond)을 바탕으로  작곡한 오페라가 '마르타'이다. 오페라 '마르타'는 1847년 비엔나의 캐른트너토르극장에서 초연되었다. 1710년 영국이 무대이다. 앤느 여왕의 수석시녀인 해리에트는 궁정생활이 지루하여서 하녀 낸시와 함께 신분을 속이고 리치몬드 시장에 나가서 남의 집 일꾼으로 들어간다. 해리엣은 이름을 마르타라고 바꾸었다. 두 여인은 시골 청년들을 주인으로 만나 그 집에 가서 일을 하지만 어설프다. 마침내 마르타(해리엣)과 시골 청년인 라이오넬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2막에서 마르타가 부르는 아리아가 아일랜드 민요인 '한 떨기 장미꽃'이다. 노래의 나중 부분에서는 라이오넬도 함께 부른다. 노래의 원래 제목은 '여름날의 마지막 장미'(The Last Rose of Summer)이다. 당시에는 오페라를 작곡할 때에 잘 알려진 민요를 도입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아일랜드 민요 '한떨기 장미 꽃'은 오페라 '마르타'를 통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마르타'의 한 장면

 

○ 들리우스의 '마을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파라다이스 정원으로'(The Walk to the Paradise Garden).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는 여러 편이 있는 중에 영국의 프레데릭 들리우스(Frederick Delius: 1862-1934)가 작곡한 오페라 '마을의 로미오와 줄리엣'(A Village Romeo and Juliet)도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부류에 속한다. 1907년 베를린의 코믹오페라(Komische Opera Berlin)에서 초연되었으며 독일어 제목은 Romeo und Julia auf dem Dorfe 이다. 어려서부터 함께 지내온 살리와 브렌헨은 부모들의 완고함으로 더 이상 함께 있지 못하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던져 저 세상에서나마 함께 지내기로 한다. 살리와 브렌헨은 작은 보트에 타고 강물에 떠내려 가다가 보트 바닥의 플러그를 뽑아 물이 새어 들어오게 한다. 그리하여 이 세상을 하직한다. 그 전에 살리와 브렌헨은 숲 속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간다. 마치 낙원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그때의 음악이 '파라다이스 정원으로'이다.

 

'마을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살리와 브렌헨

 

○ 리하르트 슈트라우의 '장미의 기사'에서  장미의 기사인 옥타비안이 내일의 신부인 조피에게장미를 전달하면서 부르는 노래. 2막에서 드디어 장미의 기사가 신부인 조피에게 은장미를 전달하러 온다. 조피는 유모인 마리안느와 함께 장미의 기사를 맞이한다. 화려한 은빛 의상을 입은 옥타비안이 은장미를 들고 시종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등장한다. 그리고 조피에게 은장미를 대단히 예의 바르게 전달한다. 그러나 조피를 처음 본 옥타비안, 옥타비안을 처음 본 조피는 서로가 서로에게 끌려서 어느덧 사랑의 마음이 샘솟듯 솟아난다. 두 사람의 각각 자기의 처지도 잊은채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제가 이 영예로운 임무를 맡았나이다'(Mir ist die Ehre widerfahren...)이다. 꽃닢이 시냇물에 실려 흘러 내려가듯, 밤하늘에서 별들이 미끄러지듯, 구름이 바람에 실려 둥실 떠다니는 듯한 노래이다. 조피의 하이 소프라노가 아름답다.

 

조피에게 은장미를 전달하는 옥타비안

 

○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와 알렉산더 뒤마 휘스의 '카밀리아 꽃을 단 여인'. '라 트라비아타'는 알렉산더 뒤마(휘스)의 '카멜리아 꽃을 단 여인'(La Dame aux Camélias)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카멜리아라는 단어는 원래 네덜랜드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동백나무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라 트라비아타'를 '춘희'(椿姬)라고 번역했다. 동백꽃 아가씨라는 뜻이다. 그런데 한문의 椿은 참죽나무를 말하는 춘이라고 하니 점점 복잡해 진다. '라 트라비아타'라는 이탈리아어는 '타락한 여인' 또는 '방종한 여인'이라는 뜻이다. 베르디는 '카밀리아 꽃을 단 여인'이라는 제목을 사용하지 않고 나름대로 '라 트라비아타'라는 제목을 선택했다.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인 비올레타 발레리는 파티를 열 때에 자기가 생리 중이면 빨간 카멜리아꽃을 가슴에 꽃았으며 생리가 아니면 하얀 카멜리아꽃을 달아서 뭇 남자들에게 자기의 상태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카멜리아 꽃을 단 여인'이라는 제목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오페라의 제목은 그렇지만 카멜리아 꽃을 찬양하는 노래는 없다. 다만, 비올레타가 카멜리아 꽃을 달고 등장한다는 것 뿐이다. 그 대신에 비올레타의 아리아인 '언제나 자유스럽게'(Sempre libera)가 카멜리아 꽃을 달고 나오는 비올레타의 심정을 대신 전해주고 있다고 본다.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 장면

 

○ 발프의 '카스틸의 장미'(The Rose of Castile). 영국의 윌리엄 발프(William Balfe: 1808-1870)가 작곡한 오페라 '카스틸의 장미'는 실제로 장미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페인 레온의 여왕인 엘비라의 별명이다. 엘비라 여왕이 장미꽃 처럼 아름답기 때문에 카스틸의 장미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다. 스토리는 엘비라가 어릴 때 카스틸의 세바스티안 왕자와 정혼하였는데 이제 세월이 흘러 결혼식을 올릴 때가 된다. 서로 한번도 만난 일이 없는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어서 변장하여 만나보기로 한다. 엘비라는 시골처녀로 변장했고 세바스티안은 나귀몰이 청년으로 변장한다. 두 사람은 시골의 어떤 여관에서 만나지만 서로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물론 나중에는 두 사람의 신분이 밝혀지지만 그 동안의 모험과 코믹한 장면들은 압권이다.

 

'카스틸의 장미'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