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아리아의 세계/오페라 아리아 총정리

가장 어려운 오페라 아리아 10선

정준극 2017. 3. 16. 20:33

가장 어려운 오페라 아리아 10선

 

어떤 오페라 아리아가 부르기에 가장 어려운가? 세상에 어렵지 않은 아리아란 없는 법이지만 그래도 성악가들이 생각하기에 부르기에 가장 어려운 오페라 아리아들이 있는 법이다. 어려운 아리아를 규정하는 데에는 몇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기술적으로 높은 테크닉이 요구되는 아리아가 부르기가 어렵다. 고난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음역이 넓은 노래는 부르기가 어렵다. 고음에서부터 저음에 이르기까지 남들보다 더 넓은 음역을 가지고고 불러야 한다. 다음으로는 스태미나를 필요로 하는 노래이다. 풍부한 호흡력도 이에 속한다. 기운이 빠지면 아리아를 끝까지 부르기가 어렵다. 대개의 아리아들은 가곡과는 달리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부르는 사람의 스태미나가 관건인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중요한 일이다. 다음으로는 드라마틱한 감정을 살려야 하는 아리아가 부르기도 어렵다. 아리아의 주인공의 감정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드라마틱한 아리아가 모두 부르기가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서정적인 아리아를 그야말로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심금이 울리도록 감정을 넣어 부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10곡의 아리아를 현재로서는 가장 부르기가 어려운 아리아로 선정하는데 이의가 없다. 이들 아리아는 너무나 잘 알려진 것이기 때문에 성악을 전공한 사람들, 또는 오페라 애호가들이라면 다 아는 것들이다. 굳이 다시 듣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찾아서 들어보면 될 것이다. 누가 부른 것이 가장 뛰어난 것이냐는 것은 듣는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수가 있다. 참고로 필자는 누구의 노래를 가장 뛰어나다고 보는지 이름만 제시하는 바이다.

 

○ '세빌리아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 로시니)에서 '나는 거리의 만능선수'(Largo al factotum):

Largo는 '장엄하게 그리고 느리게'라는 뜻의 음악용어이다. Factotum은 허드렛일꾼, 막일꾼, 잡역부를 말한다. 그래서 혹시 이 곡을 장엄하지만 느리게 부르는 곡이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마치 굵은 빗방울이 지붕을 후두둑 두드리듯, 하인들이 잰걸음으로 또닥또닥거리며 달려가는 듯, 가사를 재빠르게 읽어야 하는 노래이다. 이런 노래를 영어로는 패터 송(patter song)이라고 부른다. 바리톤을 위한 이 아리아는 스케일에서 대단한 정확성을 필요로 하는 곡이다. 그리고 아르페지를 능란하게 구사할수 있어야 하면 가사의 발음에 있어서도 분명한 이탈리아어를 구사해야 하는 곡이다. 특히 마지막에서 알레그로 비바체(빠르고 활기있게)로서 Bravo bravissimo...Fortunatissimo per vertia!...Pronto prontissimo...라고 노래하는 것은 단 한치의 오차가 있어도 곤란한 대목이다. 바리톤 오페라 스타가 되려면 이 노래부터 마스터해야 한다. 그래서 '라르고 알 팍토툼'은 오페라 바리톤의 기량을 측정하는 잣대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바리톤들이 '피가로. 피가로'를 노래했지만 세간의 평가는 에토레 바스티아니니(Ettore Bastianini)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었다. 가장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바스티아니니는 노래도 노래지만 연기에 있어서도 탁월하여 만인의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바스티아니니는 후두에 암이 생겨 전성기로부터 2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라르고 알 팍토툼'을 부르는 피가로(조르지오 카오두로). 라 스칼라. 2010년

 

○ '낙소스의 아리아드네'(Ariadne auf Naxos: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서 '교만한 공주님'(Grossmächtige Prinzessin: 고귀하고 능력많으신 공주): 무려 12분 이상이나 걸리는 체르비네타의 대단한 아리아이다. 그래서 이 아리아를 듣고 있노라면 음악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테크닉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므로 짜증이 날수도 있지만 그보다도 너무 긴 아리아여서 부르는 사람도 그렇지만 듣는 사람도 지치게 되므로 짜증이 날수 있다. 하지만 대단한 아리아임에는 분명하다. 트릴과 음정의 비약등 온갖 성악적 테크닉을 동원해야 하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고음에서는 F 샤프까지 내야한다. 이 음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의 아리아에 나오는 고음보다도 반음이나 높은 것이다. 그뿐아니라 이 아리아에서는 하이 E가 여러번이나 나온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여섯번이나 나온다. 그러고 보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도 참으로 고약한 성격의 인물인듯 싶다. 자기는 가만히 앉아서 작곡이나 하면서 소프라노에 대해서는 죽을 힘을 다해 노래부르도록 하니 말이다. 그러므로 웬만한 소프라노로서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실제 공연에서는 슬쩍 음을 내려서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 하기야 듣는 사람으로서는 하이 F 를 내던지 하이 E를 내던지 제대로 구별하기가 어려우니 음을 적당히 낮추어 불러도 크게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리아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라면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곡이다. 에디타 그루베로바라면 쉽게 도전할수 있는 곡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에디타 그루베로바의 음성을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음은 애석한 일이다. 슬로박 출신인 에디타 그루베로바(Edita Gruberova)의 노래를 한번 들어보시라! '역시!'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것이다.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에서 체르비네타를 맡은 에디타 그루베로바. 금세기 최고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이다.

 

○ '후궁에서의 도주'(Die Entführung aus dem Serail: 모차르트)에서 '그 어떤 고문이 나를 기다린다 해도'(Martern aller Arten: Torments of all Kinds):  이 아리아의 제목을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모든 종류의 고문'이다. 파샤의 하렘에 갇혀있는 콘스탄체가 그 어떤 고문이 닥치고 그 어떤 형벌이 가해지더라도 흔들리지 않겠다고 단언하는 노래이다. 이 오페라는 모차르트가 비엔나에 있을 때에 요제프 2세 황제가 모차르트에게 독일어 대본에 의한 오페라를 작곡해 달라고 주문하여서 완성된 것이다.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후궁에서의 도주'가 비엔나에서 처음 공연되었을 때 요제프 2세가 공연이 끝나고 나서 무대에 올라와서 모차르트에게 다 좋은데 다만 음표가 너무 많은 것 같다고 코멘트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자 모차르트는 '어느 파트가 음표가 많다는 말입니까?'라면서 따지듯이 말했다. 요제프 2세가 즉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주저하자 모차르트는 '어느 부분이던지 꼭 필요한 만큼의 음표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아마 콘스탄체의 이 아리아를 두고 그런 대화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왜냐하면 콘스탄체의 이 아리아가 보통보다는 너무 길어서 지루하게 느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콘스탄체의 이 아리아는 무려 약 8분 30초가 걸린다. 일반적인 아리아들은 3분을 초과하지 않는 것이 관례인데 8분 30초 이상을 불러야 하니 지루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차르트가 누구인가? 꼭 필요한 만큼의 아리아를 부르도록 작곡했다는 그의 주장을 전폭 지지하지 않을수 없다.

 

'그 어떤 고문이 닥치더라도'는 어려운 곡이다. 음역이 두 옥타브를 커버하는 것이다. B4로부터 D6까지이다. 하이 C를 넘어서 D까지 소리를 내야하는 아리아이다. 콘스탄체는 파샤 셀림의 하렘에 붙잡혀 있어서 마음과 몸이 모두 고단한 입장이다. 그러한 입장에서 이렇듯 장대한 아리아를 부르도록 했으니 대단하기는 대단하다. 아마 콘스탄체가 지루하고 피곤한 것을 떨쳐 버리기 위해 죽어라고 소리치고 노래를 부르지 않았는가 싶다. 초연에서 콘스탄체를 맡았던 소프라노 카테리나 카발리에리는 처음에 살리에리로부터 레슨을 받았으나 '후궁에서의 도주'가 막을 올리고 보니 주인공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모차르트는 카발리에리가 라이발인 살리에리와 가깝게 지냈던 것을 생각하고 카발리에리에게 '그 어떤 고문이 닥치더라도'라는 어려운 아리아를 선물했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두 개의 똑같이 어려운 아리아를 주어서 부르도록 했다. 아주 지치고 또 지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나는 Ach! Ich liebe(아, 사랑합니다)라는 아리아이고 다른 하나는 Trauligkeeit ward mir zum Lose(슬픔은 나의 운명)이다. 첫번째 곡은 불쌍한 콘스탄체가 막이 열리자 마자 등장해서 처음으로 부르는 아리아이므로 긴장되어서 힘든 것일텐데 고음을 D6까지 내야하는 것이므로 더욱 힘든 것이 아닐수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 곡은 대단히 드라마틱하게 감정을 넣어 불러야 하므로 이 역시 쉽지 않은 곡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초연의 카발리에리는 콘스탄체를 맡아서 아주 죽을 고생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고통이 닥치더라도 흔들리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므로 막이 내려질 때까지 대단한 노력을 기울이며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독일의 에다 모저(Edda Moser)의 노래를 한번 들어 보시라!

 

'후궁에서의 도주'에서 콘스탄체와 블론드가 '어떠한 고문이 닥치더라도 후궁에서 도주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베를린 테아터 운터 덴 린덴.

 

○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 베르디)에서 '타오르는 불길'(Di quella pira): 대체로 힘든 아리아를 부를 때에는 노래만 잘 부르면 되었지 연기까지 완벽히 해야 하는 것은 다음 문제이다. 그런데 베르디는 테너(만리코)가 이 아리아를 부르면서 자신의 감정을 극도로 표출하는 연기까지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한것 같다. 만리코가 사랑하는 레오노라와 마침내 결혼식을 올리려는데 부하가 들어와서 어머니인 아주체나가 백작의 병사들에게 잡혀서 곧 화형에 처해질 것이라는 놀라운 소식을 전한다. 순간적으로 분노에 넘친 만리코는 부하들을 불러 아주체나를 구출하러 가기로 한다. 이 아리아는 만리코가 노래를 부른다기 보다는 고함을 쳐서 분노를 표출하는 것과 같다. 아리아의 마지막 파트에 하이 C 음을 내도록 되어 있다. 이 하이 C 음은 모든 오페라의 테너 아리아 중에서 가장 불멸의 하이 C 음일 것이다. 마치 종을 울리는 것처럼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하이 C 음을 낸 후에도 아직 더 부를수 있다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 아리아를 듣는 것만으로도 두시간 반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다.

 

'일 트로바토레'에서 만리코가 '디 켈라 피라'(타오르는 불길)을 부르는 장면. 덴마크오페라. 2011년

 

○ '라크메'(Lakmé: 레오 들리브)에서 '인도의 젊은 여인은 어디 갔는가?'(Où va la jeune hindoue): 이른바 '종의 노래'(Bell Song)이라고도 부르는 곡이다. 오페라 '라크메'에서 '꽃의 이중창'과 함께 가장 유명한 아리아이다. 힌두교의 고승인 닐라칸타의 딸인 라크메는 어느날 하녀 말리카와 함께 시장 구경을 나갔다가 사람들에게 노래로서 힌두교의 전설을 얘기해 준다. 노래가 마치 작은 종을 딸랑거리는 듯 아름답고 경쾌하기 때문에 '종의 노래'라는 별명이 붙었다. 실제로 라크메는 작은 종을 손에 들고 딸랑거리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어느날 천민(파라이아)의 딸이 숲에서 무서운 짐승들에게 쫓김을 당하고 있는 창조주 브라마의 아들인 비슈누를 마법의 종을 울려서 구해준다는 것이며 그런 선한 일을 했기 때문에 낙원으로 올라가는 상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라크메의 아버지인 닐라칸타는 라크메가 그 노래를 부르면 라크메를 은밀히 쫓아다니는 청년이 라크메와 함께 낙원에 이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모습을 나타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지켜본다. 라크메의 '종의 노래'는 부르는 사람의 음성이 종처럼 맑게 울려퍼져야 하며 고난도의 테크닉을 구사할수 있어야 하고 또한 드라마틱한 환상을 가져야 한다. 오늘날 그런 소프라노로서는 프랑스의 나탈리 드사이(Natalie Dessay)만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파라이아의 딸, 젊은 인도 여인은 커다란 미모사 나무가 달빛에 춤을 출 때에 어디로 가는가?..."라고 시작하는 아리아이다.

 

'라크메'의 나탈리 드사이

 

○ '청교도'(I Puritani: 벨리니)에서 '비참한 신부여'(Credeasi, Misera!): 사형선고를 받고 쫓겨다니던 아르투로는 어렵게 엘비라를 만난다. 엘비라는 아르투로가 자기를 버리고 떠난 것으로 믿어서 혼란하다. 아르투로는 왕비를 구출할수 밖에 없었던 그간의 사정을 얘기해준다. 오해를 푼 엘비라는 아르투로에 대한 사랑을 다시한번 다짐한다는 내용이다. 벨리니는 이 아리아를 그 시대의 엔리코 카루소라고 하는 조반니 루비니(Giovani Rubini)라고 하는 친구를 위해 썼다. 이 아리아는 하이 C 음을 넘어서서 하이 F 음을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너무나 높은 음이기 때문에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같은 당대의 테너도 하이 F 음을 내기 위해 팔세토를 사용했다고 한다. 벨리니의 친구인 루비니는 하이 F 음을 완벽한 흉성으로서 냈다고 한다. 너무너 힘을 주어서 음을 냈기 때문에 목칼라가 부러졌다고 한다. 이 아리아는 오페라가 시작되고 나서 2시간 반 정도 후에 부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테너에게는 극심한 고문이나 마찬가지이다.

 

'청교도'에서 엘비라의 에디타 그루베로바

 

○ '후궁에서의 도주'(Die Entführung aus dem Serail: 모차르트)에서 '하, 얼마나 고소한 일인가'(Ha! Wie will ich triumphieren): 모든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 베이스가 가장 낮은 음을 내야하는 아리아로서 유명하다. 마치 말이 겅둥겅둥 뛰듯 뛰며 기뻐하여서 부르는 아리아이다. 모차르트는 이처럼 어려운 아리아를 친구인 루드비히 피셔(Ludwig Fischer)를 위해 작곡했다. 루드비히 피셔는 당대의 베이스 중에서 가장 낮은 음을 낼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 아리아는 3막이 시작될 때에 오스민이 벨몬테와 페드리요를 붙잡아서 이들의 애인들 앞에서 고문을 하여 죽일 생각으로 부르는 것이다. 이 아리아의 최저 저음은 중간 C 에서 2 옥타브 아래인 D 음이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낼수 없는 저음이다. 게다가 이처럼 낮은 D 음을 한동안 내다가 갑자기 한 옥타브나 점프하여 소리를 내야하는 곡이다. 지금까지 이 아리아를 가장 두드러지게 부른 성악가는 베이스 에치오 핀차(Ezio Pinza)이다. '후궁에서의 도주'는 비엔나에서의 초연이후 너무너 인기를 끌어서 이탈리아어와 헝가리어로 번역되었는데 에치오 핀차가 부른 것은 이탈리아어로였다. 에치오 핀차는 악보를 볼줄 모르는 성악가로서 유명하다. 그는 놀랍게도 한번 귀로 듣고서 암기하여 노래를 불렀다.

 

'후궁에서의 도주'에서 오스민

 

○ '마술피리'(Die Zauberflöte: 모차르트)에서 '지옥의 분노로 내 마음 불타네'(Die Hölle Rache kocht in meinen Herzen): '밤의 여왕'이 딸 파미나 공주에게 단검을 내밀면서 자라스트로를 찔러 죽이라고 강요한다. 만일 자기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더 이상 딸이라고 부르지도 않겠다는 위협도 한다. 정황을 보니 '밤의 여왕'은 이시스 신전의 고승인 자라스트로를 철천지 원수 이상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반면에 자라스트로는 전편을 통해서 '밤의 여왕'이 죽이고 싶을 만큼의 원수라는 소리는 단 한번도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과연 무엇 때문에 '밤의 여왕'이 자라스트로를 죽이고 싶어하는지 이유도 분명치 않다. 옛날에 서로 사귀던 사이였는데 자라스트로가 발로 찼나? 모를 일이다. 분명한 사실은 '밤의 여왕'의 '지옥의 분노' 운운하는 아리아는 참으로 어려운 곡이라는 점이다. 기상학적으로 말하면 성층권의 노래이다. 하이 F6 이 무려 4번이나 나온다. 반음계의 스케이링이 계속된다. 그래서 아무리 음치라고 해도 '밤의 여왕'의 '지옥의 분노...'가 나오면 하이 C를 뛰어넘는 고음이 몇번이나 나오는지를 알아차릴 정도이다. 테너들은 모차르트가 소프라노들만을 애호하여서 좋은 아리아들은 모두 소프라노만 위해서 작곡했다고 약간의 불평을 말할지 모르지만 그러나 소프라노들이 감내해야하는 고통스런 아리아를 제공하지 않은데 대하여 오히려 감사해야 할것이다. 그나저나 모차르트가 테너를 무시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티토의 자비'에서 티토의 아리아, '돈 조반니'에서 옥타비오의 아리아, '이도메네오'에서 이도메네오의 아리아는 호흡을 헉헉거리게 만드는 대단히 어려운 곡들이다. 독일의 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의 '지옥의 분노...'를 한번 들어 보시라!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을 노래하는 디아나 담라우

 

○ '람메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 도니체티)에서 '그대의 부드러운 음성'(Il dolce suono mi colpi di sua voce!): '광란의 장면'은 모든 오페라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다. 오페라의 거의 마지막 파트에서 루치아가 이미 콜로라투라 노래를 상당히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장면이다. 루치아는 신방에서 새신랑인 아르투로를 단검으로 찌른 후에 미쳐서 피에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사람들에게 나와 이 노래를 부른다. 애절하기도 하지만 섬뜩한 느낌을 주는 노래이다. 도니체티는 원래 이 노래를 글래스 하모니카가의 반주로 부르도록 작곡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플륫이 사용된다. 그리하여 루치아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역할은 본질적으로 오케스트라의 플륫과 경쟁이라도 하듯 노래하는 것이다. 이 노래는 F 장조로 작곡되었으며 하이 C를 넘어서서 하이 F에서 마치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웬만한 고음능력을 가진 소프라노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곡이다. 루치아가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마치자 오빠인 엔리코가 들어온다. 그리고 루치아는 숨을 거둔다. 루치아가 이처럼 초인간적인 벨칸토 노래를 부르고 나서 쓰러지면 아마 관중들은 루치아가 너무나 힘들게 노래를 부르고 나서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지나 않았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람메무어의 루치아'에서 마리아 칼라스. 메트. 1958

 

○ '연대의 딸'(La fille du Regiment: 도니체티)에서 '아, 친구들이여'(Ah mes amis): 도니체티는 테너와 무슨 유감이 있는지 '연대의 딸'에서 토니오에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아리아를 주었다. 하이 C를 무려 여섯번이나 내야하는 대단한 아리아이다.

 

'연대의 딸'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토니오)와 조앤 서덜랜드(마리).

 

[추가]

 

○ '디노라'(Dinorah: 마이에르베르)에서 '그림자의 노래'(Ombre légère): 마이에르베르의 '디노라'는 그의 다른 오페라들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거의 공연되지 않고 있는 작품이다. 마이에르베르의 오페라가 거의 공연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제작비 때문인듯 싶다. 그랜드 오페라이기 때문에  제작비가 매우 많이 든다. '디노라'는 무대에서 오페라로 공연되는 경우는 드믈지만 아리아들, 특히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에 의한 디노라의 아리아인 '그림자의 노래'는 콘서트의 레퍼토리로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소프라노들이 둥근 소리를 내고 또한 높은 소리를 비교적 쉽게 내기 위해 헬륨 가스를 들여마신후 노래를 부른 경우가 있었다. '그림자의 노래'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 아리아이다. 그림자를 노래하기 때문이다. 월츠 풍의 이 아리아에서는 고음을 Ab까지 내야한다. 나탈리 드사이와 마도 로뱅의 노래가 뛰어나다. 마치 에코처럼 노래를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디노라'의 타이틀 롤을 맡은 아멜리타 갈리 쿠르치. 1919년

 

○ '돈 조반니'(Don Giovanni: 모차르트)에서 '잔인하다고요?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Credele? Ah, no, mio bene..bel'idol mio): 돈나 안나의 침실에 스며들어서 돈나 안나를 범하려던 돈 조반니는 돈나 안나의 아버지인 콤멘다토레가 나타나는 바람에 도망가다가 콤멘다토레와 결투를 벌여 콤멘다토레를 칼로 찔러 죽인다. 돈 조반니로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지만 돈나 안나로서는 돈 조반니가 불구대천의 원수이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슬픔에 차 있는 돈나 안나에게 돈 오타비오가 어서 결혼식을 올리자고 제안한다. 아무리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라고 하더라도 그런 상황에서 결혼식을 서두르는 것은 조금 스마트하지 못한 처사가 아닐수 없다. 그런 돈 오타비오에게 돈나 안나가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라면서 한마디 쏘아준다. 돈나 안나의 아리아는 그다지 고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고음이라고 해야 하이 Bb4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멜로디 라인은 대단한 감정으로 불러야 하는 것이다. 역시 브라티슬라바 출신의 에디타 그루베로바의 노래가 일품이다.

 

에디타 그루베로바

 

○ '몽유병자'(La Sonnambula: 벨리니)에서 '아 믿을수 없어라'(Ah non credea mirarti): 몽유병자인 아미나는 잠이 든채로 온 동리를 돌아다니면서도 어려운 노래를 불러야 한다. 어떤 때는 공중에 걸쳐 있는 외줄을 타는 묘기를 부리면서도 노래를 불러야 한다. 그것도 보통 노래가 아니라 고음을 하이 Eb 까지 내야하는 살인적인 아리아이다. '몽유병자'는 벨리니의 여러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음악으로 수놓아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티롤지방의 아름다운 민속음악의 향취도 담겨 있는 작품이다. 사람들은 벨리니의 대표작을 '청교도' 또는 '노르마'라고 말하지만 실로 벨리니가 가장 애착을 가졌던 작품은 '몽유병자'였다. 그래서인지 시실리의 카타니아성당에 있는 벨리니 묘소의 비석에는 '몽유병자'에 나오는 아리아의 첫 소절인 Ah! non credea mirati(아, 믿을수 없어라)가 적혀 있다. 여주인공인 아미나가 2막에서 사랑하는 엘비노가 자기의 마음을 몰라주고 오해하여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겠다고 하며 떠나자 슬퍼서 부르는 기가 막히게 아름답고 서정적인 아리아이다. '아 믿을수 없어라'는 마리아 칼라스가 불러서 대히트를 기록하였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라면 반드시 한번쯤은 도전해 보고 싶은 아리아이다.

 

'몽유병자'에서 아미나를 맡은 마리아 칼라스

 

ä  ö  é  ü  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