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 아리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아리아들은 어떤 것인가? 그동안 여러 기관에서 앙케트 식으로 조사한 것이 있지만 그것을 떠나서 근자에 새로 조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오페라 애호가들인 30여명에게 문의하여 도출한 결과이다. 2013년 11월 한달 동안 조사했다. 종전의 조사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는 당연한 결과이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베이스/바리톤 아리아들로 구분하여 각 성악 파트별로 3곡 씩의 베스트 아리아들을 선정하였다.
토스카. 비엔나 슈타츠오퍼. 마리아 예리차
1. 소프라노 아리아
- 푸치니의 ‘토스카’에서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Vissi d'arte, vissi d'amore): 우선 제목이 너무 낭만적이어서 좋아할 수도 있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그보다 더 멋있는 삶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사실 원래 제목에는 노래라는 단어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대신에 arte, 즉 예술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번역한다면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가 된다. 그런데 arte 라는 단어는 미술이라는 뜻에 더 가깝다. 카바로도시가 화가인 것을 생각하면 '그림에 살고, 사랑에 살고'라고 하는 것이 보다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토스카는 자기의 얘기가 아니라 카바로도시의 입장에서 얘기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노래에 살고...'라고 한 것은 토스카가 오페라에서 소프라노 성악가로 나오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토스카
- 푸치니의 ‘라 보엠’에서 ‘내 이름은 미미’(Mi chiamano Mimi): 오페라에서는 ‘내 이름은 미미’이지만 실제로 여주인공의 이름은 루치아이다. 프랑스식 이름으로는 루실이다. 미미라는 것은 정식 이름이 아니고 별명이다. 프랑스에서는 자그마하고 귀여운 여인에게 미미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영국이나 미국에서 명랑하고 예쁜 여인을 룰루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Mi chiamano Mimi라는 말은 '나는 미미라고도 불립니다'라는 의미로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라 보엠'에서 미미(프레데리크 베치나)와 로돌포(데이빗 포메로이)
- 벨리니의 ‘노르마’에서 ‘정결한 여신’(Casta Diva): 오페라에서 뛰어난 역할의 여주인공을 프리마 돈나라고 하지만 또 다른 표현으로는 디바라고 한다. 디바는 글자 그대로 여신을 말한다. ‘디바’라는 말은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처음 사용되었을까? 분명치 않다. 일설에는 언젠가 ‘노르마’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마리아 칼라스가 Casta Diva(정결한 여신)를 부르고 나자 열광한 관중들이 ‘디바’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마리아 칼라스를 디바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가하면 역시 마리아 칼라스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토스카’를 공연하고 나서 수없는 커튼콜을 받는 중에 관중들이 ‘디바’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그로부터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모두 확실치는 않다. 다만, 마리아 칼라스에 대하여는 사랑과 존경의 의미로서 ‘최고의 디바’(Supreme Diva)라고 부르는 것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디바’와 의미가 같은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프리마 돈나’라는 말은 실은 이탈리아에서 16세기부터 사용된 용어이다. 16세기에 이탈리아에는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라는 일종의 순회극단들이 있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간단한 오페라도 공연하고 연극도 공연했다. 이 단체들이 공연하는 연극이나 오페라의 여자 주인공을 프리마 돈나(Prima donna)라고 불렀고 얼마후에는 좀 더 격을 높혀서 ‘디바’라는 별명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페라에서 ‘디바’라는 표현은 16-17세기부터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노르마'에서 마리아 피아 프스텔리
2. 메조소프라노 아리아
- 생 상스의 ‘삼손과 델릴라’에서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Mon coeur s'ouvre a ta voix):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를 작곡한 사람의 이름이 ‘카미유 생 생’인지 또는 ‘카미유 생 상스’인지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다. 우리나라 국어사전에는 ‘생 상스’로 되어 있다. 프랑스 사람에게 물어보니 ‘생 생’이라고 하지 않느냐는 대답이다. 스펠은 Saint-Saëns로 되어 있다. 아무튼 ‘삼손과 델릴라’에서 나오는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는 오리엔탈 스타일의 매혹적인 아리아이다. 그리고 끝 부분에는 삼손이 델릴라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까지 곁들여서 재미가 있다.
'삼손과 델릴라'.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 말라고르차타 발레브스카, 아담 헬드
- 푸치니의 ‘자니 스키키’에서 ‘오 사랑하는 아버지’(O mio babbino caro): 푸치니의 유일한 코믹 오페라인 ‘자니 스키키’는 여주인공인 라우레타의 아버지의 이름이다. 노래 제목만 보면 딸이 아버지를 지극히 사랑하는 내용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아버지를 협박하는 내용의 노래이다. 자니 스키키의 딸인 라우레타는 리누치오라는 가난한 청년과 결혼을 약속했다. 그런데 부자인 리누치오의 삼촌이 세상을 떠났다. 라우레타는 아버지 자니 스키키에게 사랑하는 리누치오가 세상 떠난 삼촌의 재산을 물려 받을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간청하며 부르는 아리아인데 내용은 만일 그렇게 해 주지 않는다면 저 베니스의 아르노 강에 풍덩 빠져 죽을 것이니 알아서 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 사랑하는 아버지’라고 해서 효녀 심청이의 노래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자니 스키키'에서 라우라가 아버지에게 호소하는 장면
- 비제의 ‘카르멘’에서 하바네라(L'amor est un oiseau rebelle): 하바네라는 쿠바의 하바나(아바나)에서 비롯된 춤곡이다. 그것이 어찌어찌하여 스페인의 세빌리아 지방에서도 유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카르멘이 부르는 이 멋진 노래의 제목이 ‘하바네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원래 노래의 제목은 ‘사랑은 길들이지 않은 새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언제 멀리 날아갈지 모른다는 내용이다. 프랑스어에서 oiseau rebelle 은 집에서 길들여서 기르는 새가 아닌 들새, 야생조를 말한다.
'카르멘'에서 카르멘이 돈 호세를 유혹하고 있는 장면
3. 테너 아리아
-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에서 ‘남 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 우리 말로 번역된 것을 보면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이라고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이라고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것이 정확한 번역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사에는 ‘남 몰래’라는 표현이 없다. 그저 ‘흐르는 눈물’이다.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누가 흘리는 눈물이냐는 것이다. 사람들은 당연히 순박한 시골청년 네모리노가 흘리는 눈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아름다운 아가씨 아디나가 흘리는 눈물을 말한다. 자기에게 그렇게도 무관심하던 아디나가 드디어 자기를 사랑하여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네모리노가 감동하여서 부르는 노래이다.
'사랑의 묘약'의 네모리노.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부르고 있다.
- 푸치니의 ‘토스카’에서 ‘별을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 토스카의 풀 네임은 플로라 토스카이다. 토스카는 성악가이다. 오페라에 자주 출연하는 소프라노이다. 물론 소프라노라고 명시된 증거는 없지만 오페라에서 토스카는 소프라노가 맡기 때문에 그렇다고 볼수 있다.
'토스카'에서 '별은 빛나건만'을 부르는 카바라도시(로베르토 알라냐)
- 푸치니의 ‘투란도트’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이 것이야 말로 제목에 문제가 있는 아리아이다. Nessun dorma는 ‘아무도 잠을 잘수 없다’라는 의미이다. 투란도트 공주는 베이징의 백성들에게 자기에게 도전한 미지의 남자가 도대체 누구인지 이름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아무도 잠을 잘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기야 투란도트 공주도 그런 명령을 내려 놓고 어서 그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잠을 잘 형편이 아니겠지만 그건 우리들 추측이고 실제로 공주가 아무런 걱정 없이 잠을 잘 잤는지, 또는 잠을 못 이루었는지는 알수 없다. 그러므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잘못된 해석이다. 그리고 기왕에 한 마디만 더 한다면 푸치니는 항상 ‘투란도트’라고 하지 않고 ‘투란도’라고 발음했다고 한다. 그것이 오리지널 이름의 발음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투란도트'. 칼라프 왕자(마르코 베르티)가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4. 바리톤 아리아
-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나는 거리의 만능선수’(Largo al factotum). 이것은 영국 사보이 오페라에 나오는 패터 송(Patter song)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마치 발음 콘테스트를 하는 것과 같은 대단한 스피드의 노래이다. 이탈리아어의 factotum 을 만능선수라고 번역했지만 정확한 뜻은 남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자잘구레한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말하자면 심부름꾼이다. 노래의 제목에 Largo라는 말이 들어가기 때문에 '장엄하고 느리게'라는 의미의 음악용어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넓다는 뜻이며 여기서는 무슨 일이든지라는 의미이다.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나는 거리의 만능선수'를 부르는 바리톤 페터 마테이
- 비제의 ‘카르멘’에서 ‘투우사의 노래’(Toreador Song) 실은 축배의 노래이다. 에스카미요가 교외에 있는 주막에 추종자들과 함께 나타나서 부르는 축배의 노래이다. Votre toast, je peux vous le rendre(당신의 축배를, 나는 당신에게 줄 수 있습니다)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그러므로 투우사인 에스카미요가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에 에스카미요가 투우장에서 부르는 용감한 노래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주막에 있는 군인들을 보고 군인들과 투우사는 전투를 준비하기 때문에 서로 뜻이 맞는다는 얘기를 한다. 그리고 쾌락을 위해서 한잔씩 들자는 제안을 한다. 마지막으로 사랑, 사랑, 사랑이라고 외치더니 투우사여, 투우사여, 사랑이 당신을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카르멘'에서 투우사의 노래를 부르는 에마뉘엘 비욤. 달라스 오페라
-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프로벤차 내고향으로'(Di Provenza il mar, il suol)의 경우에 원래 의미는 프로벤차 바다와 땅이다. 프로벤차는 이탈리아어이며 프랑스어로는 프로방스이다. 프랑스 남부 지방의 이름이다. 조르지오 제르몽이 파리에 와서 환락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아들 알프레도에게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하는 노래.
'라 트라비아타'에서 '프로벤사 내 고향'. 바리톤 조반니 필리아노티
'오페라 아리아의 세계 > 오페라 아리아 총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을 주제로 삼은 오페라 아리아, 듀엣 (0) | 2015.03.20 |
---|---|
가장 강력한 고음이 나오는 오페라 아리아 10선 (0) | 2015.03.05 |
바다를 주제로 삼은 오페라 아리아 10선 (0) | 2014.05.21 |
오페라에서의 광란의 장면 (0) | 2014.02.17 |
가장 슬픈 아리아 (0) | 2013.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