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아리아의 세계/오페라 아리아 총정리

바다를 주제로 삼은 오페라 아리아 10선

정준극 2014. 5. 21. 09:36

바다를 주제로 삼은 오페라 아리아 10선

'여자는 다 그래'에서 Soave sia il vento(바람은 부드럽게, 물결은 잔잔하게)가 단연 백미

 

수많은 오페라가 바다와 관련이 되어 있다. 비록 오페라의 타이틀에 '바다'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바다의 장면이 나오고 바다에 대한 노래가 나오는 오페라들이 많이 있다. 바다는 영원한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인가? 바다가 무대의 한 쪽을 차지하는 오페라로서는 바그너의 '방랑하는 네덜란드인'과 '트리스탄과 이졸데', 브리튼의 '빌리 버드'와 '피터 그라임스', 몬테베르디의 '율리시스의 조국 귀환', 벨리니의 '해적'(Il pirata), 베르디의 '오텔로', 모차르트의 '여자는 다 그래'와 '이도메네오', 로시니의 '탄크레디'와 '알제리의 이탈리아여인', 비제의 '진주잡이',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짜르 살탄의 이야기', 존 애덤스의 '클링호퍼의 죽음', 한스 베르너 헨체의 '배반의 바다'(Das verratene Meer),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에녹 아덴', 에드몽 오드랑의 '올리베트의 결혼', 에두아르 랄로의 '이스의 왕'(Le roi d'Ys), 토마스 아데스의 '템페스트', 다리우스 미요의 '불쌍한 뱃사람'(Le pauvre matelot), 제이크 히기의 '모비 딕'(백경), 퐁키엘리의 '라 조콘다', 그리고 푸치니의 '나비부인'과 앙드레 메사저의 '국화부인'도 항구가 무대이다. 이밖에도 바다가 잠시라도 비치는 오페라들은 찾아보면 더 많이 있지만 지면 사정상 생략코자 한다. 특히 그리스 신화에는 바다가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기가 일수인 것만을 지적코자 한다. 그런 중에 정작 '바다'라는 단어가 오페라의 제목에 들어간 경우는 헨체의 '배반의 바다' 정도일 것이다. 시원한 푸른 바다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그러나 오페라에서는 바다가 반드시 시원하고 푸르기만한 바다는 아니다. 눈물과 고통의 바다인 경우가 더 많다. 바다와 관련된 오페라의 아리아 또는 앙상블들을 살펴본다. 오페라의 '바다의 교향시'이다. '바다'라는 말만 나와도 거의 무작정 동경의 감정이 앞서는 음악 팬들을 위한 '오페라에서 바다와 관련된 아리아' 톱 10이다.

 

1. 모차르트의 '여자는 다 그래'(Cosi fan tutte)에서 휘오르딜리지, 도라벨라, 돈 알폰소의 트리오

Soave sia il vento(바람은 부드럽게, 물결은 잔잔하게)

 

'여자는 다 그래'에서 약혼자들이 전쟁터로 나간다고 하자 두 자매와 돈 알폰소가 '바람은 부드럽고, 물결은 잔잔하라'라는 매우 아름다운 트리오를 부른다. 글린드본 페스티발. 반주부분이 마치 잔잔한 파도가 찰랑거리는 듯하게 들린다.

 

생전 바다를 못 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 노래를 들으면 어느덧 바닷내음을 느끼고 마음은 바다로 향할 것이다. 부드러운 바람, 잔잔한 물결... 짭짤한 바다의 맛이 그대로 감도는 곡이다. 게다가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이 아니던가? 아마 이 트리오는 '여자는 다 그래'에서 가장 사랑받는 곡일 것이다. 자매인 표르딜리지와 도라벨라, 그리고 이들의 오랜 친구인 돈 알폰소가 두 자매의 약혼자들이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배를 타고 떠나야 한다니까 안전한 항해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부느는 노래이다. 이 노래와 같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곡이라면 아무리 해신 넵튠이라고 해도 감동해서 풍랑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Soave sia vento, tranquilla sia l'onda(바름은 부드럽게, 물결은 잔잔하에)

ed ogni elemento benigno risponda(모든 것들이 다정하게 미소짓기를)

ai nostri desir(우리는 간절히 바랍니다)

 

2.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Idomeneo)에서 엘레트라의 아리아

Tutte nel cor vi sento(마음으로 느낄수 있어요, 어두운 지옥의 복수의 여신들을)와

Pieta Numi, pieta!(신이시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크레테 왕 이도메네오'의 한 장면

 

넵튠이 '여자는 다 그래'에서 두 자매와 돈 알폰소의 트리오를 듣고 감동해서 풍랑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도메네오'에서 엘렉트라의 분노의 저주를 듣고 난 후에는 그에 응답해서 엄청난 풍랑을 일으키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엘레트라는 크레테의 왕자 이다만테를 사랑하지만 이다만테는 트로이에서 포로로 잡혀온 일리아 공주를 사랑한다. 엘레트라는 질투의 화신이 되어 분을 참지 못할 지경이 된다. 이다만테 왕자를 증오하게 된 엘레트라는 지하세계의 복수의 여신들(알렉토, 메기라, 티시포네의 세 자매)이 자기에게 어찌하여 복수를 하지 않고 있느냐면서 괴롭히고 있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른다. 엘레트라의 분노에 넘친 아리아가 Tutte nel cor vi sento furie del cupo averno(마음으로 당신을 느낄수 있어요, 어두운 지옥의 복수의 여신들을)이다. 엘레트라의 아리아는 초자연적인 괴물과 같은 거대한 풍랑으로 변하여 크레테의 왕 이도메네오의 함선들을 집어 삼키려 한다. 병사들이 산이라도 뒤집을 것 같은 거센 풍랑을 보고 두려움에 떨면서 부르는 합창이 Pieta! Numi pieta!(신이시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이다. 모차르트는 폭풍과 격랑을 오케스트라로 철저하게 표현하였다.

 

3. 로시니의 '탄크레디'(Tancredi)에서 탄크레디의 아리아

O Patria! di tanti palpiti(오 조국이여! 이처럼 설레이는 마음)

 

'탄크레디'가 조국에 돌아와서 감격하고 있다. 메조소프라노 다니엘라 바르첼로나. 토리노 극장. 2009년.

 

탄크레디는 오래동안의 거친 항해를 마치고 거의 난파 직전에 드디어 조국 시라큐스의 땅에 도착한다. 오케스트라가 거친 풍랑을 절묘하게 표현한다. 그러다가 항구에 도착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오보에와 비올라로서 갈매기의 소리까지 나타내도록 했다. 탄크레디가 조국 땅에 발을 디딜 때에는 잔잔한 물결이 해변의 살며시 두드리는 듯한 음악이다. 탄그레디는 조국 시라큐스로부터 배반자라는 낙인이 찍혀서 추방 당해 있었다. 오랫만에 아름다운 고향 땅에 돌아온 탄크레디는 조국에 돌아온 감격을 노래하고, 이어서 사랑하는 아메나이데를 만날 기쁨에 카바티나 '내 마음을 여는 당신'을 노래한다. 이어 그는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카발레타인 '이렇게 가슴이 설레다니'를 노래한다. 이 아리아는 상당기간 동안 이탈리아에서뿐만 아니라 전 유럽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조소프라노(또는 콘트랄토)의 아리아였다.

 

4. 바그너의 '방랑하는 네덜란드인'(Der fliegende Hollander)에서 젠타의 발라드

Johohoe! Traft ihr das Schiff(요호호에! 검은 돛대에 핏빛 붉은 돛을 단 배를 보았는가)  

 

보스턴 리릭 오페라의 무대. 젠타가 저주받은 네덜란드 선장을 생각하며 발라드를 부르고 있다.

                                                

젠타는 전설 속에 나오는 '방랑하는 네덜란드인' 선장의 초상화를 벽에 걸어두고 그의 저주받은 운명을 안타까워한다. 젠타는 마을 처녀들과 물레를 돌리면서 네덜란드인 선장에 대한 전설을 얘기해 준다. 네덜란드인 선장이 어서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저주에서 풀려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젠타 자신이 그 진실한 여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발라드 풍의 이 노래를 들으면 아무리 바다를 싫어하고 뱃사람이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마치 마력에 빠진듯 하던 일을 집어 치우고 바다로 가서 배를 탈 것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이 노래는 놀라운 분위기가 있다.

 

요호호에, 그대들은 바다에서 핏빛처럼 붉은 돛을 달고

검은 마스트가 있는 배를 보았나요

갑판 위에 홀로 서있는 창백한 모습의 선장은

무언가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지요

아, 바람에 너무가 거세군요, 요호호에

아, 목적도 없이, 끝도 없이, 쉬지 않고, 마치 화살처럼 나아가기만 합니다.

그에게 이 세상에서 진실한 여자를 찾아 줄수만 있다면

그 창백한 선장을 구원할수 있을거예요

아, 언제나 그 여자를 만날수 있을까

신께 기도하세요

그러면 그를 위해 살아갈 진실한 여인을 곧 찾게 될 것이예요 

 

5. 벨리니의 '해적'(Il Pirata)에서 괄티에로의 아리아

Nel furor del tempeste(들어보라 저 성난 폭풍을)

 

'해적'에서 이모제네의 르네 플레밍, 괄티엘로의 마르첼로 조르다니.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 2015.

 

사실상 오페라 '해적'의 서곡이 바다의 폭풍을 더욱 실감나게 표현했다. 그러나 그건 서곡이고 아리아가 아니기 때문에 서곡에 이어 나오는 해적 괄티에로의 아리아 '들어보라 저 성난 폭풍을'을 소개한다. 시실리 몬탈토의 영주였던 괄티에로는 여러 사정상 지중해에서 악명을 떨치는 해적이 된다. 에르네스토 공작이 왕의 명령을 받아 괄티에로의 해적들을 소탕한다. 괄티에로는 폭풍속에서 난파되어 겨우 부하들과 함께 어느 해안에 도착한다. 그러면서 부르는 아리아가 '들어보라 저 성난 폭풍을'이다.

 

6.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L'Italiana in Algeri)에서 이사벨라의 카바티나

Cruda sorte! Amor tiranno!(잔인한 운명! 사랑은 폭군!)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의 현대적 무대. 여객선이 침몰하고 이사벨은 가까스로 해안에 도착한다. 

 

알제리의 어떤 해변이다.  폭풍으로 배 한척이 난파하여 해변에 밀려와 있다. 승객 중에는 이사벨라가 있다. 이사벨라는 사랑하는 린도로를 찾아 나섰다가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사벨라가 부르는 슬품에 넘친 카바티나가 Crude sorte! Amor tiranno!이다. 그러나 이사벨라는 아무리 상황이 비참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때 알제리의 지방장관인 무스타파의 부하들이 나타나서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모두 포로로 삼는다. 무스타파의 부하들은 이사벨라가 이탈리아 여자라고 하니까 크게 기뻐한다. 무스타파가 자기의 본부인이 싫증나서 새로 찾아오라는 여자가 이탈리아 여자이기 때문이다. 이사벨라의 카바티나(비교적 짧은 서정적인 아리아)는 마치 '탄크레디'에서 탄크레디의 아리아인 di tanti palpiti(오 조국이여! 이처럼 설레이는 마음)와 비슷하다. 거센 풍랑에 시달려서 배가 난파될 지경이었는데도 이사벨라는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나는지 이 카바티나를 아주 성실하게 부른다.

 

7. 폰키엘리의 '라 조콘다'(La Gioconda)에서 엔조의 아리아

Cielo e mar(하늘과 바다)

 

'라 조콘다'. 마시모 극장. 2014

 

아밀카레 폰키엘리의 '라 조콘다'는 오늘날 다른 베리스모 오페라들에 비하여 그다지 자주 공연되지 않는 작품이다. 그러나 엔조의 찬란할 정도로 아름다운 테너 아리아는 콘서트 레퍼토리로서 사랑을 받고 있다. 엔조의 '하늘과 바다'는 사랑하는 라우라가 자기를 만나기 위해 타고 오는 것으로 생각되는 배 한척을 바라보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잔잔한 바다의 물결, 투명하고 친근감을 주는 하늘도 라우라의 아름다움에 비교할수 없다는 내용이다. '라 조콘다'는 가슴을 저미는 비극이지만 이 장면만은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다.

 

8. 브리튼의 '빌리 버드'(Billy Bud)에서 빌리 버드의 아리아

All of it, pretty much(거의 모든 것)

 

리하르트의 '장미의 기사'가 레스비안적인 무대라고 하면 브리튼의 '빌리 버드'는 게이적인 무대이다. 솔직한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빌리 버드는 못된 선임선원인 존 클라가트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 결국은 죄인 취급을 받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 사건이 일어 났는데도 비어 선장은 아무런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것은 마치 그리스도와 사탄과 빌라도의 경우를 보는 것과 같다.

 

갑판에서 쇠사슬에 묶여 있는 빌리 버드(Liam Bonner). LA 오페라. 2013.

                     

9.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에서 이졸데의 아리아

Mild und Leise(부드럽고 조용하게) - 이졸데의 리베스토드(사랑의 죽음)

 

트리스탄과 이졸데

 

바그너는 정치적인 이유로 드레스덴을 떠나 스위스에서 도피생활을 했었다. 그때 베젠동크 부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바그너는 아름답고 지성적인 베젠동크 부인을 사모했다. 그러나 이룰수 없는 사랑이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에는 바그너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한다. 아일랜드의 공주인 이졸데는 콘월의 왕인 마크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다. 콘월의 기사인 트리스탄이 아일랜드에 가서 이졸데 공주를 호위하여 데려오기로 한다. 먼 항해이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마크 왕은 부하를 시켜 트리스탄을 죽인다. 이졸데가 사랑의 죽음을 선택한다.

 

Mild und leise/부드럽고 조용하게

wie er lächelt/그가 마치 미소 짓는 것처럼
wie das Auge hold er öffnet/눈을 뜨고 바라본다네

—seht ihr's, Freunde?/그렇지 않은가? 친구여


Seht ihr's nicht?/그렇지 않은가?
Immer lichter/언제나 밝게 빛나요
wie er leuchtet,/그가 빛을 비추는 것처럼
stern-umstrahlet/별이 빛을 발휘하듯
hoch sich hebt?/높이
Seht ihr's nicht?/그렇지 않은가?

10. 브리튼의 '피터 그라임스'(Peter Grimes)에서

네 곡의 바다의 간주곡(Sea Interludes)

심술궂고 못된 선장인 피터 그라임스는 어린 견습선원을 지나치게 못살게 굴어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그러한 피터를 마을 사람들은 경멸하고 비난한다.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지만 바다는 언제나 똑 같은 모습이다. 잔잔하기도 하고 풍랑이 일기도 한다. 이 오페라에서는 네 곡의 '간주곡'이 나온다. 모두 바다의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곡들이다. 바다의 간주곡들은 콘서트의 레퍼토리로서도 사랑을 받고 있다.

 

'피터 그라임스'. 오페라 노우스.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