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번얀(Paul Bunyan)
벤자민 브리튼의 오페레타. 비전문 성악가들을 위한 작품
벤자민 브리튼
영국의 벤자민 브리튼이 오페레타도 작곡했다. 프롤로그와 2막으로 구성된 '폴 번얀'(Paul Bunyan)이다. 그런데 실은 오페레타라고 하기에는 좀 무엇한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미국의 뮤지컬 사촌 쯤 된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오페라적인 면모가 없는 것도 아니다. 유쾌하고 명랑한 음악과 스토리이다. 유럽 출신의 작품이기 때문에 뮤지컬이라는 용어가 어울리지 않아서 그냥 오페레타라고 부르게 된 것 같다. 아무튼 '폴 번얀'은 오페라와 오페레타와 뮤지컬의 혼합이라고 보면 그럴듯하다. 오페라이건 오페레타이건, '폴 번얀'은 굳이 전문 오페라 성악가들이 죽어라고 연습해서 공연할 수준의 작품은 아니다. 오페라를 좋아하는 비전문 성악가들이 공연하면 어울리는 작품이다. 음악이 별로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폴 번얀은 누구인가? 미국 민담에 나오는 거인 벌목공이다. 폴 번얀은 어린아이들 동화에나 나오기 때문에 실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는데 1916년 쯤에 미국의 윌리엄 래프헤드(William Laughead: 1882-1958)라는 프리랜서 작가가 폴 번얀의 스토리를 정리해서 레드 리버 목재 회사(Red River Lumber Co)를 선전하는 책자에 게재하면서부터 마치 실존인물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그후로 폴 번얀이라는 존재는 여러 문학작품이나 뮤지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아울러 상업적으로 광고에도 은근히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소설에 따르면 폴 번얀이 활동했던 곳은 메인주의 방고르라고 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 방고르에 가면 마을 입구에 거대하게 만들어 놓은 폴 번얀의 기념상을 만날수 있다. 폴 번얀은 통상적으로 베이브 더 블루 옥스(Babe tthe Blue Ox)라는 황소와 함께 등장하기가 일수이다.
미국의 메인주 방고르에 있는 거인 벌목공 폴 번얀 기념상
폴 번얀은 브리튼의 오페레타에서 실제로 무대에는 등장하지 않는 가공의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간혹 무대 뒤에서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사만 우렁차게 소리지른다. 그렇다고 폴 번얀이 해설자(내레이터)인 것은 아니다. 내레이터는 따로 있다. 내레이터는 프롤로그에서 폴 번얀의 출생과 성장에 대하여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이야기는 미국의 어느 숲속에서부터 시작된다. 나이가 많은 나무들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살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한 늙은 나무들에게 젊은 나무 네그루와 야생 거위 세마리가 감히 도전한다. 도전이라기 보다는 늙은 나무들이라고 해서 너무 안이하게 세상을 살다가는 곤란하다는 일종의 충고이다. 거위가 한마디 한다. 숲에 사람이 나타나면 늙은 나무는 톱에 짤리고 도끼에 찍혀서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고 얘기다. 이어서 거위는 숲에서 벌목을 지휘할 폴 번얀이 다음번 블루 문에 태어난다고 전한다. 블루 문은 1년에 달이 열두번이나 만월이 되는데 추가로 한번 더 만월이 되는 경우가 있으며 그때에는 달이 푸르게 보인다는 얘기다. 아무튼 거위로부터 폴 번얀이 태어날 것이라는 소리를 들은 늙은 나무들은 깜짝 놀라서 겁에 질린다. 얼마후 정말이지 달이 푸르게 변한다. 폴 번얀은 태어나고 나서부터 몸무게가 엄청 빠르게 늘어나서 매주마다 346 파운드가 늘어난다. 그리고 키도 엄청 커서 발걸음을 한번 옮길 때마다 3. 7 마일을 갈수 있다. 어느날 밤에 폴 번얀은 무언가 이상해서 잠에서 깨어난다. 암소가 자기 머리를 핥고 있는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 폴 번얀은 암소와 함께 무작정 남쪽으로 떠난다. 그리고 폴 번얀은 숲속에 캠프를 설치한다. 이것이 서막의 내용이다.
사랑에 빠진 타이니와 슬림
브리튼은 '폴 번얀'을 2차 대전의 전운이 짙게 깔려 있던 1940년에 완성했다. 대본은 영국계 미국 시인인 W.H. 오든(W.H. Auden: 1907-1973)이 썼다. 오든은 영국에서 태어났으나 2차 대전이 끝나자마자 미국시민이 된 사람이다. '폴 번얀'은 1941년 5월 5일 콜럼비아대학교에서 초연되었다. 처음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인 것이었다. 브리튼은 한참 후인 1976에 수정본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로부터 '폴 번얀'은 미국과 영국에서 주로 대학생들이 자주 공연하는 작품이 되었으며 음반으로도 몇번이나 취입되는 인기를 끌었다. 음악은 미국 스타일을 주로 채택하였다. 미국의 민속 음악, 블루스, 찬송가 등을 적당히 혼합하였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타이니(Tiny) - 폴 번얀의 딸(S)
- 조니 잉크슬링거(Johnny Inkslinger: T) - 경리직원.
- 핫 비스켓 슬림(Hot Biscuit Slim), 마음씨 좋은 요리사(T). 나중에 타이니와 결혼한다.
- 내레이터 겸 대중가수(Balladeer)(Bar 또는 T)
- 샘 샤키(Sam Sharkey). 마음씨 나쁜 요리사(T)
- 벤 베니(Ben Benny). 마음씨 나쁜 또 다른 요리사(B)
- 헬 헨슨(Hel Helson). 벌목공의 십장(Foreman: Bar)
- 크로스 크로스하울슨(Cross Crosshaulson). 스웨덴 사람(A Swede: B); 젠 젠슨(Jen Jenson). 스웨덴 사람(B); 피트 피터슨(Pete Peterson). 스웨덴 사람(T); 앤디 앤더슨(Andy Anderson). 스웨덴 사람(T)
- 피도(Fido: 개: S), 모펫(Moppet: 고양이: MS), 포펫(Poppet: 고양이: MS),
- 존 쉬어스(John Shears). 농부(Bar)
이밖에 블루스를 부르는 루저 4명(Cont. T. Bar. B); 헬 헨슨의 네명의 친구(4 Bar), 백로, 달, 바람, 딱정벌레, 다람쥐, 벌목공들, 농부들, 개척지의 여인들, 동물들, 나무들, 야생 거위들이 나온다. 무대는 미국의 어떤 숲이며 시기는 20세기 초반으로 되어 있다.
헬 헬슨에게 충고를 하는 동물들
[1막] 1장. 숲속의 공터. 폴은 유럽 전역으로부터 벌목공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미 미국에 온 벌목공 중에는 스웨덴 사람들이 많다. 스웨덴 사람들은 누가 십장이 되느냐를 두고 서로 다투고 있다. 그때 웨스턴 유니온 전보회사의 소년이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서 전보 한장을 전한다. 스웨덴 왕이 보낸 전보이다. 스웨덴 왕의 전보는 헬 헬슨을 십장으로 추천하니 그렇게들 알고 있으라는 내용이다. 폴은 당연히 헬 헬슨들 십장으로 임명한다. 이번에는 누가 요리사가 되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을 벌인다. 요리사는 벌목공들에게 영양많은 음식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를 요리사로 임명하느냐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이때 나타난 사람들이 나쁜 마음씨의 요리사들인 샘과 벤이다. 두 사람은 수프와 콩 요리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다. 언제나 주머니에 돈 한푼이 없어서 사람들의 눈치만 보는 회계사인 존 잉크스링거가 자기가 한번 요리사에 나서 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요리를 함에 있어서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겠으며 수프와 콩 음식은 절대로 만들지 않겠다고 말한다. 폴은 잉크스링거가 아무런 재주도 없는 것을 알고 그를 돌려보낸다. 그리고 어쩔수 없이 샘과 벤을 요리사로 임명한다. 샘과 벤은 고양이 모펫과 포펫, 그리고 개 피도를 데려온다. 요리 만드는 일을 할 때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이다. 어느덧 잠잘 시간이 된다. 폴은 모두를 위해 '경고의 꿈'을 꾸도록 한다. 루서(실패자) 4명이 부르는 Gold in the North came the blizzard to say라는 남성4중창이다. 잉크스링거도 루저이다. 벌목터에서 떠나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서 장부 정리일을 맡는다.
개척지 여인들
내레이터는 폴이 어떻게 해서 와이프를 구했는지를 설명한다. 폴은 자기와 적당한 사이즈의 파트너인 캐리를 구해서 데려와 결혼한다. The Spring came and the Summer and Fall. 얼마후 두 사람 사이에서 딸 타이니가 태어난다. 그런데 부모인 폴과 캐리의 결혼생활은 불행한 것이었다. 캐리는 어린 딸 타이니를 데리고 집을 나간가. 몇년후 캐리가 세상을 떠난다. 폴은 캐리의 장례식에서 이제부터는 타이니를 위해 좋은 아버지가 되겠다고 약속한다.
2장. 벌목공들의 캠프. 폴이 잠시 외출하고 없을 때에 벌목공들 사이에서는 수프와 콩의 배급에 공평하지 않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온다. 잉크스링거는 요리사들인 샘과 벤에게 제발 음식 메뉴를 다른 것으로 만들어 보라고 설득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말도 듣지 않은채 저리로 가버린다. 벌목공들은 오히려 잉크스링거가 요리사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럴 때에 갑자기 어떤 남자의 소리가 들린다. 떠돌이 슬림이다. 슬림은 이곳에서 무슨 할 일이 없을까해서 지나가다가 들렸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까 슬림은 플랩잭(Flapjack)을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 플랩잭은 팬케이크처럼 생긴 음식을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쿠키도 만들수 있고 물고기로 요리를 만들수 있으며 스테이크도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 벌목공들은 슬림이 나타나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농사를 짓고 싶다는 사람들
얼마후 폴이 타이니와 함께 돌아온다. 요리사가 되지 못한 잉크스링거는 자기의 신세를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개 피도에게 자기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얘기해 준다. 피도는 개이기 때문에 잉크스링거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한다. 잉크스링거는 공연히 시간낭비만 했다고 생각한다. 벌목공들은 타이니를 보고 마치 폭행이라도 할듯 떼를 지어 몰려든다. 타이니는 아직도 어머니 캐리를 잃은 슬픔에 젖어 있다. 그런 중에도 타이니는 슬림을 보고 마음이 움직인다. 폴은 벌목공들에게 자기가 잠시 떠나 있는 동안에 무슨 문제가 있었느냐고 묻는다. 잉크스링거는 마침 기회라고 생각해서 폴에게 십장인 헬 헬슨이 자기 졸개들을 너무 많이 거느리고 있으면서 제멋대로여서 문제가 많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존 쉬어스라는 사람은 힘들어서 더 이상 벌목을 하고 싶지 않으며 나가서 농사나 짓겠다는 생각이라고 얘기해 준다. 벌목공들은 대우를 좀 더 잘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서 겨우 진정한다. 폴은 실제와 가능성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한다.
벌목공들이 타이니를 둘러싸고 서로 호감을 얻고자 한다.
[2막] 1장. 숲속의 공터. 폴은 벌목공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으고 누가 농사를 짓고 싶은지 묻는다. 폴은 농부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으면 자기가 데리고 저 멀리 '마음의 욕망'(Heart's Desire)이라고 하는 비옥한 땅으로 안내해 주겠다고 말한다. 그 소리를 들은 존 쉬어스를 비롯한 몇 명이 크게 기뻐한다. It has always been my dream. 폴은 헬 헬슨에게 자기가 떠나 있는 동안에 이곳의 일을 책임져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엉망진창이 되어 있는(톱시 터비) 산은 벌목을 해서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한다. 헬 헬슨의 네명의 졸개들은 헬 헬슨에게 이번 기회에 폴과 잉크스링거를 몰아내고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설득한다. 헬 헬슨은 그럴수 없다고 말하고 네명의 졸개들을 오히려 저 멀리 쫓아 보낸다. 백로, 달, 바람, 딱정벌레, 다람쥐가 헬 헬슨에게 '당신도 루저'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피도만이 헬 헬슨을 위로코자 하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모펫과 포펫은 자기들이 피도처럼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기뻐한다.
백로
폴이 돌아온다. 헬의 졸개 네명도 돌아온다. 헬의 졸개들은 또 다시 헬에게 폴과 싸우라고 설득한다. 타이니와 슬림은 무대 밖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리지만 관심도 두지 않은채 오로지 두 사람의 사랑을 기뻐하기에 여념이 없다. 정신을 잃은 헬이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들어선다. 사람들은 Take away the body and lay it on the ice. 라는 노래를 부른다. 얼마후 깨어난 헬은 폴에게 더 이상 다투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면서 네 명의 졸개들을 모두 쫓아버린다. 타이니와 슬림은 계속해서 사랑의 기쁨을 노래한다. 내레이터는 목재 산업이 크게 번창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내레이터는 타이니와 슬림의 사랑도 변함이 없다고 말해준다. So Helson smiled and Bunyan smiled. 암소인 베이브가 기다렸다는 듯이 폴에게 이제는 일을 접을 때라고 말한다. 폴도 베이브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어느덧 크리스마스 이브가 된다.
흥겨운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
2장. 모두들 크리스마스 축하 무드에 있는데 잉크스링거가 몇가지 발표를 한다. 슬림과 타이니가 결혼해서 미드타운 맨하튼으로 가서 살게 되었다는 소식도 전한다. 헬 헬슨은 워싱턴에 가서 연방정부의 공공사업을 맡을 것이라고 한다. 존 쉬어스도 농장 일을 잠시 접어 두고 이들과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한다. 모두들 기뻐하고 있는데 웨스턴 유니온 회사의 소년이 전보를 가지고 온다. 이번에는 할리우드에서 온 전보이다. 잉크스링거에게 목재 관련 새로운 영화제작에서 기술 자문을 맡아 달라는 내용이다. 끝으로 폴이 이제는 은퇴할 때가 되었다고 하면서 떠나겠다고 말한다. 잉크스링거가 폴에게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라고 묻는다. 폴은 '밤이 낮이 되는 곳, 꿈이 현실이 되는 곳, 나는 영원한 손님이다. 나는 길이고 나는 행동이다'라고 대답한다.
슬림과 타이니는 마침내 결혼해서 맨하튼에서 살 계획이다.
'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 > 화제의 300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보르작의 '고집 센 연인들' - 152 (0) | 2015.07.13 |
---|---|
브리튼의 '오페라를 만들자' - 151 (0) | 2015.07.11 |
스메타나의 '비밀' - 149 (0) | 2015.03.31 |
아드리아나 횔츠키의 '브레머 프라이하이트'(브레멘 자유) - 148 (0) | 2015.03.27 |
안토니오 카뇨니의 '돈 부체팔로' - 147 (0) | 2015.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