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토리오의 세계/특별 오라토리오

쇤베르크의 칸타타 '구레 리더'(Gurre-Lieder)

정준극 2015. 9. 3. 22:40

구레 리더(Gurre-Lieder)

아놀드 쇤베르크의 칸타나

 

덴마크 유틀란드 반도의 서안에 있었던 구레 성의 폐허

 

'구레 리더'(Gurre-Lieder)는 아놀드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 1874-1951)가 작곡한 대규모 칸타타이다. 보컬 솔로이스트만 다섯명이 등장하며 여기에 내레이터(해설자)가 별도로 나온다.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는 글자그대로 대규모이다. '구레 리더'는 일명 '아이피 야콥센'이라고 불리는 덴마크의 소설가 옌스 페터 야콥센(Jens Peter Jacobsen: 1847-1885)의 유명한 시집인 '구레상'(Gurresang)에 포함되어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쇤베르크의 칸타타에서는 덴마크어를 독일어로 번역하여 사용했다. '구레 리더'는 글자그대로 '구레의 노래'를말한다. 구레는 덴마크의 서안에 있는 중세의 성이었으나 지금은 폐허가 되어 있는 곳이다. '구레의 노래'는 구레성에서 있었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에 대한 것이다. 구레의 노래는 중세 덴마크 왕인 발데마르 4세 아터다그(Valdemar  IV Atterdag: 1320-1375: 재위는 1340-1375)와 애인 토베(Tove)의 비극적인 사랑을 노래한 것이다. 발데마르 4세는 '새로운 새벽'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모든 것에 있어서 혁신적인 군주였다. 그러나 지나친 독재를 했다는 오명도 안고 있는 사람이었다. 발데마르 4세의 애인인 토베는 질투에 불타는 왕비 헬비그(Helvig)에 의해 살해되었다. 그 이야기를 다룬 것이 '구레 리더'이다. 그런데 시에서는 비극의 주인공을 발데마르 4세로 표현하였으나 역사적 기록으로 보면 그의 선조인 발데마르 1세가 그런 비극적인 전설의 주인공이었다고 한다. 아놀드 쇤베르크의 '구레 리더'를 본 블로구의 오라토리오 편에서 소개하는 것은 이 작품이 원래 칸타타이지만 오라토리오 스타일로서도 연주될수 있고 심지어는 오페라로서도 공연될수 있기 때문이다.

 

발데마르가 신의 잔인함을 비난한다.

 

쇤베르크(미국으로 이민간 후에는 쇤버그)는 아이피 야콥센의 '구레상'을 소프라노, 테너, 피아노를 위한 연가곡으로 만들어서 비엔나작곡가협회(Wiener Tonkunstler-Verein: Vienna Composers' Association)이 주관하는 작곡경연대회에 제출할 생각이었다. 쇤베르크의 이 연가곡은 후기 낭만주의 스타일로서 리하르트 바그너의 영향을 대단히 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작곡을 완성했을 때에는 이미 마감 날짜가 며칠이나 지난 후였다. 그것이 오히려 '구레 리더'의 향방을 새롭게 정해준 계기가 되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쇤베르크는 오리지널 개념을 대폭 확장하여 오리지널의 아홉 곡 이외에도 전주곡인 '숲 비둘기의 노래'를 추가하였고 파트 2와 파트 3도 크게 수정하였다. 그러나 수정작업은 연속적으로 진행되지 못하였다. 다른 작업을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피아노 반주로만 되어 있는 곡들을 오케스트라 반주로 바꾸는 작업은 마음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쇤베르크는 1910년에 가서야 디시금 '구레 리더'를 들여다 보았다. 그때쯤해서 그는 이미 그의 첫 무조작품으로서 많은 관심을 끈 '피아노를 위한 세개의 작품'(Op 11), '오케스트라를 위한 다섯 작품'(Op 16), 그리고 '기다림'(Erwartung: Op 17)을 완성했었다. 당시에 쇤베르크는 구스타브 말러에 크게 매혹하고 있었다. 쇤베르크는 말러를 1903년에 처음 만났으며 그 이후로 말러에 대하여 일종의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도 말러의 영향을 엿볼수 있을 정도였다. 특히 '구레 리더'의 파트 1과 파트 2는 누가 보더라도 바그너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후반부 오케스트레이션은 말라의 영향을 느낄수 있는 것이었다. 한편, Des Sommerwindes wilde Jagd에서는 처음으로 슈프레헤게장(Sprechgesang) 기법을 도입하였다. 쇤베르크는 나중에 슈프레헤게장의 기법을 멜로드라마인 '피에로 뤼네어'(Pierrot Lunaire: Op 21)에 충분히 반영하였다.'구레 리더'의 오케스트레이션은 마침내 1911년에 모두 완성되었다.

 

죽은 영혼들을 불러내는 발데마르

 

프란츠 슈레커(Franz Schreker)가 1913년 2월 23일 비엔나에서의 초연을 지휘했다. 대단한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쇤베르크 자신은 그같은 성공에 대하여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청중들이 겉으로는 박수를 보냈지만 속으로는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쇤베로크는 '구레 리더'가 앞으로 상당한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인지 그러한 비판을 미리 차단이라도 하듯 그는 '구레 리더'가 그의 향후 작곡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연에서 청중들이 쇤베르크가 무대 앞에 나와서 인사를 받아 주기를 바랬으나 그는 연주자들에게만 인사를하고 즉시 자리를 피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쇤베르크의 지지자이며 과거에 제자였던 영국 BBC 방송의 프로그램 책임자인 에드워드 클라크는 쇤베르크를 런던으로 초청하여 1928년 1월에 '구레 리더'의 영국 초연이 이루어질수 있도록 했다. 미국 초연은 1832년 4월 레로폴드 스토코브스키의 지휘로 이루어졌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솔로이스트, 합창단이 출연했다.

 

숲 비둘기의 노래

 

칸타나 '구레 리더'는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파트 1과 파트 2는 독창과 오케스트라만이 연주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파트 3은 처음에 두 명의 솔로이스트가 나오며 이어 내레이터, 그리고 남성합창이 나오다가 전체 혼성합창으로 이어진다. 파트 1에서는 토베에 대한 발데마르의 사랑과 불행한 미래에 대한 주제,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그린 아홉 곡의 노래로 구성되어 있다. 소프라노와 테너가 오케스트라 반주로 노래한다. 이어서 긴 오케스트라 간주곡이 나오며 '숲 비둘기의 노래'로 연결된다. 토베의 죽음과 발데마르의 비통함을 노래하는 내용이다. 파트 2는 비교적 짧다. 노래 한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이시여 당신께서 무엇을 하는지 아십니까?"(Herrgott, weisst du, was du tatest)이다. 발데마르가 신의 잔인함을  비난하며 정신을 잃고 방황하는 내용이다. 파트 3에서는 발데마르가 이미 죽어서 무덤에 들어가 있는 그의 가신들을 불러내오는 장면이다. 남성 합창이 아직 영원한 안식을 얻지 못하고 쉬임없이 방황하는 혼백들이 밤중에 성의 주변을 떠도는 내용을 노래한다. 그러나 방황하는 혼백들은 아침 해가 솟아 오르자 사라지며 죽음의 영원한 잠으로 돌아간다. 그러는 중에 어떤 농부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기운을 던져주는 바보 클라우스에 대하여 노래한다. 클라우스는 무덤에서 안식을 취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서 공포의 대량학살을 주도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때 부드러운 간주곡이 흘러나오며 새벽의 빛이 온 누리를 비추기 시작한다. 이어 '여름 바람의 거친 사녕'(The Summer Wind's Wild Hunt)가 멜로드라마 형식으로 진행된다. 아침 바람에 대한 내레이션이다. 내레이션은 혼성합창인 '보라 저 해를'(Seht die Sonne!)로서 마감된다.

 

'구레 리더' 연주회. 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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