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박물관 도시

KHM 집중탐구 - 2

정준극 2015. 9. 26. 12:25

KHM 집중탐구 - 2

 

밤의 미술사박물관

 

루돌프 2세(1552 비엔나-1662 프라하) 황제는 오스트리아의 역사에 있어서 대단히 신비한 인물로 간주되고 있다. 그는 황제가 되고 나서 거의 대부분 세월을 제국의 수도인 비엔나를 제껴두고 프라하의 궁전에서 보냈다. 프라하를 사랑해서였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프라하가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처럼 인식되었다. 루돌프 2세는 프라하를 예술과 학문의 도시로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당시에 유행했던 학문들은 주로 연금술학, 천문학, 수비학(Numerology) 등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런 과학분야는 자칫 마법과 연관되기가 쉬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루돌프 2세는 그런 견해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그런 학문들에 몰두하여 말하자면 비교적(秘敎的: Gnostic)인 황제가 되었다. 그런데 그런 황제가 예술은 무척 애호하였다. 미술품 애호가라기 보다는 수집광이었다. 특히 르네상스 시기와 초기 바로크 시기의 독일 회화에 대하여 놀랄만한 수집력을 보여서 그저 보는대로 자꾸 사들였다. 루돌프 2세가 수집한 작품들은 우선 크렘스 출신의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Vater: 1472-1553)의 것들을 꼽을수 있다. 크라나흐는 '다뉴브 학파'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화가였다. '다뉴브 학파'는 봐하우(Wachau) 지역의 전형적인 르네상스 스타일의 화풍을 발전시킨 사람들이다. 뉘른베르크 출신의 알브레헤트 뒤러(1471-1528)는 이탈리아 스타일과 전통을 유럽의 독일 지역에 전파한 인물이다. 당시에는 그림을 그리더라도 대체로 익명으로, 또는 무명으로 그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뒤러는 자기의 이름을 분명히 알려서 명성을 얻는 노력을 하였다. 즉, 뒤러는 그림에 자기의 이름을 써 넣었다.

 

루카스 크라나흐 아버지의 '마르틴 루터' 초상화

 

한스 홀바인(Hans Holbein Jr.: 1497-1543)은 사실주의적인 초상화로 유명했다. 특히 영국 왕실 사람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는데 헨리 6세와 튜도 왕조 초기의 인물들을 주로 그렸다. 한스 폰 아헨(Hans von Achen: 1551-1615)은 자기의 후원자인 루돌프 2세의 초상화를 그렸다. 아래에서 보는 대로 지금까지 알려진 루돌프 2세의 초상화이다.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1527-1593)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일지 모르지만 얼굴을 꽃과 채소와 기타 정물로서 장식한 그의 작품들은 유명하다. 루돌프 2세는 좀 괴짜여서 아르침볼도의 작품을 상당히 좋아했다. 그래서 아르침볼도에게 여러 작품을 그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작 비에나의 미술사박물관에는 몇 작품만이 들어 올수 있었다. 안토니 반 다이크(Anthony van Dyck: 1599-1641)는 바로크 화가들과 현대 스타일간의 갭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그의 특징은 브러쉬를 보다 거칠게 그리고 미완성인듯이 사용하는 것이다. 덧치와 플레미쉬 화가들의 작품은 상당히 많이 있다. 특히 페터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작품들은 다른 어느 곳보다 풍성하다. 무려 세 전시실에 걸쳐서 루벤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미술사박물관이 플레미쉬/더치 화가인 렘브란트(1606-1669)와 루벤스를 마치 경쟁이라도 시키듯 비교하는 기회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눈여겨 볼 일이다. 얀 베르메르(Jan Vermeer: 1623-1675)의 초상화, 풍경화, 비유화 등은 네덜란드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의 미술사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이다. 미술사박물관은 얀 베르메르의 작품들을 소중히 전시해 놓았다.

 

한스 폰 아헨의 '루돌프 2세'

 

이탈리아의 걸작들은 합스부르크 왕실의 또 다른 미술품 수집 대상이다. 그런데 합스부르크는 아무 시대의 이탈리아 미술품들을 수집한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시기의 미술품만을 중점적으로 수집했다. 후기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품들이다. 주로 북부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합스부르크로서는 다행스러운 것이 17세기와 18세기에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이탈리아 미술에 대하여 크게 찬사를 보내고 있을 때에 북부 이탈리아를 통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의 귀족들은 북부 이탈리아의 후기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품들을 대거 수집할수 있었다. 가장 두드러진 수집은 티티안(Titian: 1490-1576)의 작품들이다. 푸른색 기조가 보이는 티티안의 그림들은 신비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것이다. 그리고 보석류에 속하는 라피스 라줄리(Lapis Iazuli: 靑金石)를 사용하여 만든 그림들도 있다. 티티안의 작품들은 연대순으로 잘 정리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미술에 별로 조예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티티안의 스타일이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지를 짐작할수 있다.

 

티티안의 '비올란테'

 

미술사박물관에 전시된 후기 르네상스와 바로크 전시실에 배정된 또 다른 저명 화가들로서는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 1431-1506), 조반니 벨리니(Giovanni Bellini: 1460-1516), 필명같기도 한 조르지오네(Giorgione: 1478-1511), 전설적인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 1528-1588), 그리고 틴토레토(Tintoretto: 1518-1594)의 종교화 여러 점을 볼수 있다. 그런가하면 안토니오 코레지오(Antonio Correggio: 1494-1534)의 조금은 에로틱한 작품들도 볼수 있고 파르미지아니노(Parmigianino: 1503-1540)의 이상스런 자화상도 볼수 있다. 그러나 저러나 파르미지아니노라면 '작은 파르메상 치즈'라는 뜻인데 재미있다. 그리고 라파엘(Rafael: 1483-1520)의 그림들도 아뇰로 브론치노(Agnolo Bronzino: 1503-1572)의 작품들과 함께 우리의 눈을 현란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들의 그림들을 보면 초기 바로크 시기의 이탈리아 미술이 어떤 스타일이었는지 가늠할수 있다.

 

조각 및 장식예술 전시실

 

17세기와 18세기의 미술품들은 좀 더 국제적인 견지에서 수집되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 1599-1660)의 작품들이다. 합스부르크는 스페인 가계를 통해서 스페인의 예술에 접할수가 있었다. 합스부르크의 스페인 가계는 샤를르 6세 황제 때에 갈라서게 되었다. 18세기 후반에 유럽의 젊은이들은 다른 나라의 풍물에 관심을 가지고 여행 떠나는 것을 하나의 의무 겸 관행으로 생각했다. 이같은 경향은 특히 영국에서 유행하여 그랜드 투어(Grand Tour)라는 용어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젊은이들이 그렇게 견문을 넓히다보니 과거의 종교와 또는 황실을 주제로 삼은 그림들은 점차 흥미를 잃게 되었다. 대신에 각국의 풍경과 생활양식등을 담은 그림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의 화가들은 로마, 나폴리, 베니스, 플로렌스를 배경으로 삼아서 그림들을 그렸다. 수집가들은 그런 그림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물론 카날레토(Canaletto: 1697-1768)와 같은 화가는 관례에 의한 그림들을 그렸지만 다른 화가들은 대중을 기쁘게 하기 위해 그림들을 그렸다. 말하자면 저속한 작품의 등장인 셈이다.

 

회화전시실(게맬데갈레리). 다리가 아프거나 좀 깊이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푹신한 소파들이 마련되어 있다.

 

회화전시실에서 눈여겨 볼 작품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얀 반 다이크의 '니콜로 알게르가티 추기경 초상화'(Portrait of Cardinal Niccolo Albergati)

- 알브레헤트 뒤러의 '성삼위일체 경배'(Adoration of the Trinity)

- 틴토레토의 '수잔나와 장로들'(Susanna and the Elders)


틴토레토의 '수잔나와 장로들'


- 주세페 이르침볼도의 '여름'(Summer)

-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산 카시아노교회의 제단장식'(San Cassiano Altarpiece)

- 미켈란젤로 메레시 다 카라바지오의 '로자리를 지닌 마돈나'(Madonna of the Rosary), '가시 면류관 씌우기'(The Crowning with Thorns),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David with the Head of Goliath)

- 페터 파울 루벤스의 '일데폰소 제단'(Ildefonso Altar), '모피'(The Fur)

- 라파엘의 '초장의 마돈나'(Madonna of the Meadow)


초장의 성모. 라파엘


- 렘브란트의 '자화상'

- 요한네스 베르미르의 '그림 그리기 예술'(The Art of Painting)

-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스페인 왕족들의 초상화들

- 피에터 브뤼겔 아버지의 '카니발과 렌트간의 투쟁'(The Fight between Carnival and Lent), '아이들의 게임'(Children's Game), '바벨 탑'(The Tower of Babel), '우울한 날'(The Gloomy Day), '.소떼들의 돌아옴'(The Return of the Herd), '눈 속의 사냥꾼들'(The Hunters in the Snow), '농부와 둥지 도적'(The Peasant and the Nest Robber), '농가의 결혼식'(The Peasant Wedding), '농부들의 춤'(The Peasant Dance)

 

브뤼겔의 '어린이들의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