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릿광대의 만찬(La cena delle beffe) - The Jester's Supper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4막 오페라
두 사람의 라이발이 빚어내는 비극, 또 비극
움베르토 조르다노
두 가문간의 지나친 라이발은 간혹 오페라의 좋은 소재가 되어왔다. 베로나의 캬퓰레티가와 몬테키가의 라이발이 그러하고(로미오와 줄리엣) 스코틀랜드의 람메무어가와 레이븐스우드가의 원한이 그러하다(람메무어의 루치아). '안드레아 셰니에'로서 유명한 이탈리아 베리스모 작곡가인 움베르토 조르다노(Umberto Giordano: 1867-1948)가 완성한 4막의 '어릿광대의 만찬'(La cena delle beffe)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 18세기 플로렌스의 두 귀족인 네리와 자네토의 지나친 라이발에 대한 에피소드이다. 대본은 극작가이며 시인인 셈 베넬리(Sem Benelli)가 1909년에 내놓은 동명의 극본을 바탕으로 작가 자신이 작성했다. 그러나 오페라의 대본은 원작 극본에 비하여 내용이 조금 다르다. 반면에 1942년에 나온 영화 '어릿광대의 만찬'은 원작 극본을 상당히 충실하게 재현한 것이었다. 셈 베넬리의 연극은 음악과 함께 1909년에 로마의 아르젠티나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때 음악은 당시 14세의 소년이었던 마노아 라이데 토데스코(Manoah Leide-Todesco)가 작곡해서 관심을 끌었다. 베넬리의 작품은 대체로 역사적인 바탕 위에 비극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접목시킨 것이다. 사람들은 이같은 스타일의 작품을 네오 로맨틱 작품이라고 불렀다. 베넬리의 연극인 '어릿광대의 만찬'은 상당히 인기를 끌어서 어떤 때는 네개의 극단이 각각 다른 극장에서 동시에 이 연극을 공연하기도 했다.
베넬리의 극본을 프랑스의 장 리슈팽(Jean Richepin)이 1910년에 '농담'(La beffa)이라는 제목의 프랑스어 버전으로 만들어서 파리의 무대에 올려 역시 대단한 호응을 얻었다. 파리 공연은 사라 베른하르트가 자네토의 역할을 맡은 것이었다. 사라 베른하르트는 이 연극을 그해에 뉴욕에서 공연키로 했다. 그러나 파리에서 무대장치와 배경을 엉뚱한 것을 보내는 바람에 뉴욕 공연은 성사가 되지 못하였다. 미국에서는 1919년에 에드워드 셀던이 '어릿광대'(The Jest)라는 타이틀로 만든 영어 버전의 연극이 대성공을 거두었다. 자네토의 역할은 존 배리모어가 맡았고 네리의 역할은 라이오넬 배리모어가 맡은 것이었다. 뉴욕의 플라이마우스 극장에서 연 256회의 공연을 기록하였다. 조르다노는 미국에서의 연극이 시작되기 전인 1917년에 베넬리에게 연락하여 '어릿광대의 만찬'을 오페라로 만들겠다고 제안하였다. 베넬리는 미안하지만 작곡가 토마소 몬테피오레()와 아미 오페라 제작을 약속했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몬테피오레는 1910년에 베넬리와 그런 약속을 해 놓고서 1917년이 되었는데도 아무런 시작도 하지 않고 잇었다. 결국 조르다노가 오페라 작곡권을 가지게 되었다. 베넬리 자신은 조르다노에 의해 오페라가 추진되는 것을 기뻐해서 대본을 직접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조르다노가 완성한 '어릿광대의 만찬'은 1924년 12월 20일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지휘를 맡았고 지네브라는 카르멘 멜리스(Carmen Melis), 자네토는 히폴리토 라사로(Hipolito Lazaro)가 맡았다. 세트와 의상은 갈릴레오 키니(Galileo Chini)가 디자인했는데 그는 1909년 베넬리의 연극이 처음 공연되었을 때 세트와 의상을 책임 맡았던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초연의 밤은 대단한 성공이었다. 캐스트들과 지휘자는 무려 24회의 커튼콜을 받았다. 이어 '어릿광대의 만찬'은 이탈리아 전역에서 공연되기 시작했고 바다 건너 미국으로 가서 1926년에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미국 초연이 있었다. 메트 초연에서는 당대의 소프라노 프란시스 알다(Frances Alda)가 지네브라를, 테너 베냐미노 질리(Benjamino Gigli)가 자네토를, 바리톤 티타 루포(Titta Ruffo)가 네리의 역할을 맡은 최상급 캐스팅이었다. 그후 이 오페라는 전쟁의 와중에서 잠시 몸을 추수렸다가 1987년에 웩스포드 오페라 페스티발에서 리바이발되었고 이어 1999년에는 취리리 오페라에서 리바이발되었다. 현재 조르다노의 '어릿광대의 만찬'은 세계의 여러 극장들이 관심을 가지고 리바이발을 구상 중에 있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지네브라(Ginevra: S): 네리의 애인이었으나 자네토와 하룻밤을 보내자 자네토를 좋아하게 되는 여인.
- 자네토 말라스피니(Gianetto Malaspini: T): 플로렌스의 귀족. 네리 형제로부터 조롱을 당하여 복수를 결심.
- 네리 키아라만테시(Neeri Chiaramantesi: Bar): 플로렌스의 귀족. 지네브라의 애인. 자네토에게 오히려 조롱을 당하자 복수의 일념으로 끔찍한 비극을 만들어 낸다.
- 가브리엘로 키아라만테시(Gabriello Chiaramantesi: T): 네리의 동생. 자네토에게 속아서 지네브라와 하룻밤을 보내지만 격분한 네리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 토르나퀸치(Tornaquinci: B): 로렌초 궁전에 있는 어릿광대
이밖에 칼란드라(Calandra: B), 파치오(Fazio: Bar), 친티아(Cintia: MS), 라포(Lapo: T), 의사(Doctor: Bar), 트린카(Trinca: T), 랄도미네(Laldomine: MS), 휘아메타(Fiammetta: S), 리사베타(Lisabetta: S) 등.
1막. 플로렌스(피렌체)의 메디치 궁전이다.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 공작이 플로렌스를 통치하던 시대이다. 로렌초는 토르나퀸치에게 연회를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로렌초는 플로렌스의 두 귀족가문 사람인 자네토 말레스피니와 키아라만테시 가문의 형제인 네리와 가브리엘로의 라이발을 화해시기키 위해서 연회를 마련키로 한 것이다. 그런데 자네토와 네리는 두 사람이 다 같이 지네브라를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자네토가 지네브라와 먼저 약혼을 하였다. 네리는 분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자네토에게 복수키로 다짐한다. 그리고 지네브라도 실은 네리를 더 사랑하고 있다. 네리는 얼마전에 우선 지네브라를 유혹하여서 자기 편으로 만든 다음, 자네토를 조롱하기 위해 그를 납치하여 커다란 자루 속에 집어 넣고 마치 당장이라도 죽일 것처럼 칼로 쿡쿡 찌르며 고통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아르노강에 던져버린 일이 있다. 자네토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너무나 분해서 복수만을 생각한다. 그러할 때에 로렌초 공작이 자네토와 네리 형제를 만찬에 초대한 것이다. 네리는 파티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정신이 없을 정도가 된다. 자네토는 그런 네리에게 트집을 잡아서 결투를 신청한다. 네리는 술에 취한 김에 날이 밝으면 플로렌스의 구석진 광장에서 결투를 하기로 약속한다. 자네토는 네리와 결투를 약속하기 전에 하인들을 시켜서 네리가 정신이상자라고 소문을 낸다. 그리고는 한술 더 떠서 하인들을 시켜서 네리를 납치하여 하룻 밤만 갇혀 있도록 한다. 네리가 감옥과 같은 골방에서 밤을 지새고 있는 중에 자네토는 그날밤 네리의 애인인 지네브라와 함께 지낸다. 지네브라는 어둠 때문인지 그날 밤에 함께 지낸 남자를 애인인 네리라고 믿는다.
2막. 다음날 아침 지네브라는 전날 밤에 함께 지낸 남자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지네브라는 놀라거나 수치스럽게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것 같아서 기쁜 마음이다. 그때 네리가 지네브라의 방에 뛰쳐 들어선다. 네리는 지네브라가 지난 밤에 원수인 자네토와 함께 지낸 것을 알고 분노로 어찌할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오히려 지네브라였다. 네리를 대하는 지네브라의 태도가 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네브라는 네리를 은근히 비겁한 남자로 보는 듯 했다. 네리는 지네브라의 태도에 대하여도 분노했지만 자네토가 연회에서 화해를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자기 애인을 차지한데 대하여 극도로 분노의 감정을 가진다. 네리가 마치 미친사람처럼 분노를 내뿜자 메디치의 하인들이 나타나서 네리를 끌고 나간다.
3막. 네리는 손발이 묶인채 메디치 궁전의 한쪽 감방에 갇혀 있다. 네리가 미친사람으로 인정을 받아 감옥에 갇히자 자네토는 일부러 의사를 대동하고 여러 사람을 불러모아서 네리가 갇혀 있는 감방을 찾아간다. 명색은 네리의 정신병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자네토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네리를 찾아간 것은 사람들이 네리가 미쳤다는 것을 믿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사람들 중에는 리사베타도 포함되어 있다. 리사베타는 네리가 잘못했다고 믿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부터 네리를 사랑하여 왔기 때문에 갇혀 있는 네리에 대하여 깊은 동정심을 가진다. 사람들이 나가자 리사베타는 네리에게 진짜로 미친것 처럼 행동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하면 모두들 네리가 진짜 미친 것으로 알게 될 것이며 그러면 로렌초 공작에게 부탁하여서 네리를 감옥에서 빼어 내겠다고 말한다. 한편, 집에 돌아온 자네토는 자기가 네리를 정말로 미치게 만들었다고 믿어서 두려운 마음을 가진다.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느낀 자네토는 네리를 만나서 자기를 용서해 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네리는 계속 미친사람 행동을 하며 자네토를 무시한다. 순간, 자네토는 네리가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자기를 무시하는데 대하여 다시한번 괴롬을 주어야 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네리에게 오늘밤에 지네브라를 다시 만나서 함께 잘 것이라고 말해준다.
4막. 지네브라는 자네토가 다시 찾아올것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자네토는 네리의 동생인 가브리엘로를 은밀히 만나서 실은 지네브라가 가브리엘로를 깊이 사랑하고 있으며 그날 밤에 가브리엘로가 자기의 침실로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준다. 물론 지네브라는 그런 내막을 알지 못하고 있다. 한편, 감옥에 갇혀 있던 네리는 리사베타가 로렌초 공작에게 간청하여서 풀려나게 된다. 감옥에서 풀려난 네리는 자네토가 한 말을 그대로 믿어서 곧바로 지네브라의 집을 찾아간다. 네리는 지네브라의 침실에 침입하여서 지네브라와 함께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를 자네토라고 믿어서 칼을 들어 지네브라와 그 남자를 죽인다. 지네브라와 함께 있던 남자는 네리의 동생인 가브리엘로였지만 네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두 남녀를 죽인 네리가 방 밖으로 나오자 놀랍게도 방 밖에는 자네토가 기다리고 있다. 그제서야 네리는 자네토의 마지막 장난이 자기로 하여금 자기의 동생을 죽이게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방으로 다시 들어간 네리는 죽어 있는 남자가 동생 가브리엘로인 것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이번에는 정말로 정신이상을 일으킨다. 자네토의 복수는 이제 모두 끝난다. 하지만 그가 행하였던 모든 일에 대하여 생각할수 없는 고통만을 맛본다.
[영화의 줄거리]
1942년에 이탈리아에서 만든 영화이다. 네리와 가브리엘로 형제는 플로렌스에서 말썽만 부리는 못된 사람들이다. 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이들은 사람들을 장난 삼아서 괴롭히기를 좋아한다. 두 사람이 거리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우선 피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두 형제는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폭력배이다. 한편, 자네토는 시를 좋아하는 얌전한 사람이지만 겁이 많아서 두 형제가 못되게 굴어도 그저 참고 지낸다. 사실 자네토는 어릴 때부터 두 형제로부터 괴로움을 당해왔다. 자네토는 두 형제의 잔인한 장난의 희생자이다. 지네브라는 제멋대로이며 건방진 네리의 애인이다. 원래는 어떤 집의 하녀였으나 네리의 애인이 되었다. 그런 지네브라를 자네토도 사랑하고 있다. 지네브라도 자네토가 자기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자네토는 지네브라가 보고 있는 중에 네리 형제로부터 심한 조롱을 당한다. 보통 사람같으면 당장이라도 칼을 빼어 결투를 신청하겠지만 자네토는 신중해서 그런지 겁이 많아서 그런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심한 조롱과 모욕을 당했지만 참는다. 그러나 자네토의 마음 속에는 복수심이 불타 오른다. 자네토는 우선 겉으로는 네리 형제와 평화스럽게 지내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한다. 그래서 플로렌즈를 통치하고 있는 메데치 가문의 로렌초 공작을 만나서 네리 형제와 평화스럽게 지내고자 하니 만찬을 후원해 달라고 부탁한다. 로렌초 공작은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궁중 어릿광대에게 화해를 위한 만찬을 준비토록 지시한다.
자네토와 네리 형제가 참석하는 만찬이 메디치 궁전에서 진행된다. 자네토는 우선 네리와 가브리엘로를 떼어 놓기로 한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서 만찬 중에 네리의 동생 가브리엘로에게 거리에서 누가 찾고 있으니 어서 가보아야 한다면서 불러낸다. 가브리엘로는 아무것도 모르고 나간다. 만찬에서는 여흥으로 네리에게 갑옷을 입히고 칼을 들어서 거리를 한바퀴 돌고 오도록 만든다. 조금은 머리가 둔한 네리는 역시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갑옷을 입은채 칼을 휘두르면서 거리를 돌아다닌다. 사람들은 네리가 미치지 않고서는 저럴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네토는 시민들처럼 변장한 하인들을 시켜서 네리를 붙잡아 종탑에 가두어 둔다. 네리는 하룻밤 종탑에서 지내는 것도 여흥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서 그대로 쇠사슬에 팔다리가 묶인채 종탑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그틈을 이용해서 자네토가 네리로 변장해서 지네브라의 침실을 찾아가서 하룻밤을 함께 지낸다. 자네토는 다시 가브리엘을 만나서 지네브라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은 네리가 아니라 가브리엘로라고 말하면서 지네브라가 오늘 밤에 자기의 침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가보라고 한다. 가브리엘로는 자네토의 말대로 밤중에 지네브라를 찾아간다. 지네브라는 가브리엘로를 네리로 알고 하룻밤을 보낸다. 종탑에서 석방되어 나온 네리는 자네토를 찾아서 복수키로 한다. 네리는 자네토가 자기 애인인 지네브라와 함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불같이 화를 내면서 지네브라의 침실을 찾아간다. 그리고 잠을 자고 있는 지네브라와 자네토라고 생각되는 남자를 죽인다. 실은 자기 동생 가브리엘을 죽인 것이다. 네리는 결국 정말로 미쳐서 거리를 돌아다닌다.
영화 '어릿광대의 만찬'에서 지네브라 역을 맡은 클라라 칼라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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