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 왕(Kuningas Lear)
아울리스 살리넨(Aulis Sallinen)의 2막 오페라
아울리스 살리넨
불후의 명작들을 소재로 만든 오페라들이 부지기수이지만 그 중에서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 가장 다대하다. 예를 들면 '윈저의 유쾌한 아낙네들'(The Merry Wives of Windsor), '템페스트'(The Tempest),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등등은 여러 작곡가들이 앞을 다투다시피 오페라로 작곡했다. 그런데 셰익스피어의 5대 비극 중의 하나라고 하는 '리어 왕'은 고작 2편 만의 오페라가 존재하고 있다. 하나는 독일의 아리베르트 라이만이 음악을 붙인 '리어'이고 다른 하나는 핀랜드의 원로 작곡가인 아울리스 살리넨(Aulis Sallinen: 1935-)이 음악을 만든 '리어 왕'(Kuningas Lear)이다. 여기에 또 하나가 있다면 대본만 있고 음악은 완성되지 않은 '리어 왕'(Re Lear)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솜마라는 사람이 베르디를 위해서 특별히 쓴 대본이다. 평소에 셰익스피어에 대하여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던 베르디로서는 솜마라는 사람이 '리어 왕'의 오페라 대본을 만들어 가지고 와서 '제발 오페라로 만들어 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하자 베르디는 그러지 않아도 새로운 소재를 구하고 있던 차에 '암요!'라면서 대본을 받았다. '리어 왕'에는 오페라로서의 요건들이 충분히 들어 있다. 음모, 배반, 사랑, 헌신, 절망, 복수, 그리고 광란...그러나 오페라의 황제라고하는 베르디는 어쩐 일인지 계속 구상만 하고 고민만 하였을 뿐이며 정작 '리어 왕'의 음악은 시작하지도 못했다. 나중에 누가 베르디에게 '아니,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고 묻자 베르디는 '아무래도 곤란하다. 리어 왕의 복잡한 성격을 도저히 음악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무튼 그리하여 베르디는 '리어 왕'을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실제로는 음악을 만들지 못했다. 만일 베르디의 오페라 '리어 왕'이 나왔더라면 짐작컨대 불후의 명작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 헬싱키 국립극장에서의 공연은 현대적 연출에 의한 것이었다.
리어왕과 어릿광대
공연히 베르디 이야기로 빠져 나갔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다시 살리넨의 '리어 왕'으로 돌아가면, 살리넨의 '리어 왕'은 핀랜드 국립오페라가 살리넨에게 의뢰한 것으로 2000년 9월 15일에 헬싱키의 핀랜드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살리넨은 오페라 '리어 왕'에 대하여 극작법을 재창조하였다고 설명했다. 즉, 내용들을 단축했으며 이와 함께 등장 인물들도 되도록이면 축소했다고 한다. 살리넨은 원작에 나오는 대화체의 대사들을 가능한한 많이 줄였으며 반면에 대단히 강렬한 감동을 주는 시적(詩的)인 장면들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살리넨은 '리어 왕'을 작곡하면서 두 사람의 핀랜드 성악가를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하나는 마티 살미넨(Matti Salminen: 1945-)이고 다른 하나는 요르마 힌니넨(Jorma Hynninen: 1941-)이었다. 두 사람 모두 핀랜드를 대표하는 중후한 베이스 바리톤들이었다. 결국 마티 살미넨은 초연에서 타이틀 롤인 리어 왕의 이미지를 창조하였고 요르마 히니넨은 글라우체스터 경의 역할을 맡았다. 한가지 문제는 합창에 대한 것이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에는 합창을 위한 구절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어떤 대사를 합창단이 불러야 할지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살리넨은 오페라에서 별로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되는 전령들, 기사들, 기타 오프 스테이지에서 아무런 대사도 없이 움직이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합창의 기회를 주었다. 전반적인 줄거리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비교적 충실하려고 했다. 다만, 원작에 나오는 켄트의 역할은 오페라에서 제외하였다.
고네릴과 리간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리어 왕(B)
- 코르델리아(Cordelia: MS): 리어 왕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셋째 딸.
- 글라우체스터(Glouchester: Bar): 리어 왕에 대한 충성을 버리지 못하는 영주.
- 에드먼드(Edmund: T): 글라우체스터 경의 사악한 서자.
- 고네릴(Goneril: S): 욕심 많고 교만한 리어 왕의 첫째 딸.
- 리건(Regan: S): 역시 욕심 많고 교만한 리어 왕의 둘째 딸.
- 에드가(Edgar: Bar): 글라우체스터 경의 큰 아들.
- 프랑스 왕(B-Bar): 코르델리아를 사랑하여 결혼한 사람.
- 알바니 공작(Duke of Albany: Bar): 고네릴의 남편.
- 콘월(Cornwall: T): 리건의 남편.
- 어릿광대(Fool: T): 리어 왕의 유일한 동무.
리간으로부터 냉대를 받고 있는 리어 왕
[1막] 1장. 이제 나이 들어 기력이 쇠해진 리어 왕은 자기의 왕국을 세 딸들, 즉 고네릴, 리간, 코르델리아에게 나누어 주기로 결심한다. 다만, 리어는 딸 들 중에서 누가 자기를 가장 사랑하는지를 알아 내어 그 딸에게 왕국에서 가장 좋은 영토를 주기로 한다. 고네릴과 리건은 그런 리어의 마음을 알고는 리어에게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한 없는 사랑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망내 딸인 코르델리아는 언니들처럼 그렇게 리어를 사랑할수는 없다고 말하며 다만 자기의 사랑의 반은 앞으로 자기와 결혼하여 남편이 되는 사람에게 줄것이며 나머지 반은 아버지 리어에게 줄 것이라고 말한다. 절반 정도밖에 사랑을 주지 않겠다는 말에 화가난 리어는 코르델리아를 당장 눈 앞에서 사라지라고 내쫓으며 아무런 상속도 줄수 없다고 선언한다. 얼마후 프랑스의 왕이 코르델리아에게 청혼하기 위해 찾아온다. 프랑스의 왕은 코르델리아가 리어로부터 아무런 상속도 받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르델리아를 사랑하여서 함께 프랑스로 간다. 첫째 딸 고네릴과 둘째 딸 리간은 아버지 리어 왕의 그런 불같은 성질을 이해할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언젠가 자기들에게도 그런 질책이 떨어질 것 같아서 혼란스러워 한다. 그리고 리어 왕이 이제 왕의 자리를 내놓게 된 입장에서 너무나 많은 기사들과 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리어왕과 부하들의 사냥
2장(글라우체스터의 성). 글라우체스터 경에게는 서자 에드먼드가 있다. 욕심많고 사악한 에드먼드는 적법한 장자인 에드가를 몰아내고 자기가 글라우체스터 경의 상속자가 되려고 음모를 꾸민다. 에드먼드는 에드가가 아버지인 글라우체스터 경을 암살하려 한다는 내용의 가짜 편지를 만들어서 글라우체스터에게 보여준다. 글라우체스터 경은 아무래도 믿을수가 없지만 그래도 분면한 편지가 있으므로 일단은 에드먼드에게 더 자세히 알아보라고 지시한다. 그러자 에드먼드는 이번에는 에드가에게 아버지 글라우체스터 경이 에드가가 자기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고 믿어서 대단히 분노하고 있으니 우선은 어디로 피신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런후에 에드먼드는 스스로 자기 몸에 상처를 입히고 글라우체스터 경에게 에드가가 아버지를 함께 살해하자고 하는 것을 거부하자 자기를 칼로 죽이려 했다고 거짓으로 말한다. 분노한 글라우체스터 경은 부하들에게 당장 에드가를 체포하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에드가는 에드먼드의 말을 믿고 이미 멀리 도망간 후였다.
앙상블. 연주하는 사람들이 무대 위에 올라가 있다.
3장(숲속). 에드가는 추격병들을 따 돌리기 위해 숲속의 어떤 커다란 나무 속에 숨는다. 그후로부터 에드가는 '가난한 톰'이라면서 거지 행세를 하며 숨어 지낸다. 4장(콘월의 성). 리어와 수행원들은 콘월의 둘째 딸인 리건을 찾아갔으나 오히려 냉대를 받는다. 리건은 리어가 총애하는 어릿광대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고 무시한다. 그리고 리어를 수행하는 기사들이 소란만 피운다고 비난한다. 마침내 리건은 리어에게 수행원들의 수를 대폭 줄이지 않으면 대우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분노한 리어는 리건을 저주하지만 그럴수록 리건의 냉대는 더해진다. 큰 딸 고네릴도 동생 리건의 편을 들어주면 아버지 리어를 멸시한다. 두 딸은 결국 리어에게 만일 기사들과 종자들을 모두 내보내지 않으면 아무리 아버지라도 받아들일수 없다고 선언한다. 분노한 리어는 두 딸을 저주하며 폭풍이 이는 속으로 사라진다.
어릿광대와 리어 왕
2막 5장(글라우체스터의 성). 글라우체스터는 아직도 리어 왕에 대한 충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로부터 리어는 이미 광인이 되었고 두 딸들로부터도 버림을 받았으니 현실을 직시하라는 충고를 받는다. 그럴 때에 글라우체스터는 어떤 비밀 루트를 통해서 프랑스 군대가 영국을 공격하려 한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글라우체스터는 이제는 믿을수 밖에 없는 에드먼드에게 비밀 편지를 보여주며어서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에드먼드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아버지 글라우체스터를 몰아내고 영주의 자리를 차지할 생각을 한다. 에드먼드는 비밀 편지를 콘월 공작에게 보낸다. 6장(숲속). 이제 리어의 마음은 절망과 분노로 넘쳐 있지만 어찌할수 없는 실정이어서 더욱 광란에 빠진다. 리어는 어릿광대와 함께 숲 속을 방황한다. 그럴 때에 역시 숲속을 방황하는 '가난한 톰'(에드가)이 리어를 만나 함께 지내게 된다. 7장(알바니의 성). 고네릴과 에드먼드가 합심해서 어떤 비밀스런 일을 꾸민다. 고네릴은 남편인 알버니 공작에게 프랑스 군이 쳐들어 온다는데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을 퍼붓는다. 한편, 리건과 남편인 콘월 공작은 글라우체스터를 없애기 위해 은밀하게 글라우체스터의 두 눈을 뽑아내어 장님으로 만든다. 그러자 콘월 공작의 하인들이 격분하여서 콘월 공작을 살해한다. 그 소식을 들은 고네릴은 큰 충격에 빠진다. 이제 고네릴에게는 과부가 된 동생 리간이 있고 사악한 에드먼드가 한 편이 되어 있다.
리어왕과 코르델리아
8장(숲속). 장님이 된 글라우체스터는 숲속을 방황하다가 거지 행세를 하고 있는 에드가를 만난다. 글라우체스터는 '가난한 톰'이 자기의 아들이지만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면서 에드가(가난한 톰)에게 도버의 절벽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글라우체스터는 스스로 죽으려고 결심한 것이다. 숲 속을 방황하던 리어가 드디어 글라우체스터와 만난다. 그 때 코르델리아가 보낸 한 무리의 기사들이 나타나서 리어를 모시고 간다. 코르델리아는 아버지 리어가 언니들의 버림을 받아 숲 속을 방황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다. 9장(도버 부근 영국군 진영).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전투를 위해 대치하고 있다. 한편, 고네릴과 리간은 에드먼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두고 다투고 있다. 에드먼드는 고네릴과 리간 둘 중에서 누구와 손을 잡아야 이득이 되는지를 생각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고네릴이 쓴 편지를 발견한다. 편지에는 전투가 끝나면 남편인 알바니 공작을 처치할 음모가 적혀 있다. 잠시후 전투가 벌어지고 영군군이 승리한다. 10장(영국군 진영). 리어와 코르델리아가 영국군 진영에 잡혀 있다. 리어는 과거에 자기가 코르델리아에게 행한 잘못을 깊이 뉘우친다. 코르델리아도 그동안 아버지를 저 지경으로 만든 것이 자기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눈물을 흘린다. 고네릴과 리간의 다툼은 리간이 갑자기 병에 걸리는 바람에 끝난다. 독을 마신것 같다. 기사 한 사람이 도착해서 에드먼드를 반역자라고 비난하면서 결투를 청한다. 결투에서 에드먼드가 크게 패배한다. 그 기사는 자기가 에드가임을 비로소 밝힌다. 에드가와 에드먼드는 그래도 한 핏줄을 나눈 형제이므로 그동안의 잘못들을 용서하고 화해하고자 한다. 그러나 고네릴이 에드먼드의 편을 들어서 에드먼드야 말로 반역의 희생자라고 주장한다. 에드가의 용서에 깊이 감동한 에드먼드가 고네릴이 쓴 편지를 알바니에게 전한다. 알바니는 고네릴이 자기를 죽이려 한 사실을 알게 된다. 고네릴이 추방 당한다. 에드가는 글라우체스터가 숲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발표한다. 잠시후 기사들이 들어와서 고네릴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고한다. 기사들은 고네릴이 죽기 전에 리건에게 독약을 먹인 사람은 자기라고 밝혔다고 말한다. 에드먼드는 자기 부하들에게 속히 가서 리어왕과 코르델리아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게 된다. 리어와 코르델리아의 시신을 안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잃은 리어는 이제 사랑하는 딸 코르델리아의 옆에서 숨을 거둔다.
피날레. 코르델리아의 죽음을 애통해 하는 리어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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