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스테픈 스토레이스의 '실수연발' - 161

정준극 2015. 12. 21. 10:20

실수연발(Gli equivoci) - 오해(The Misunderstandings)

영국의 스테픈 스토레이스(Stephen Storace)가 작곡한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

 

스테픈 스토레이스

 

스테픈 스토레이스는 1762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영국인이었지만 아버지는 이탈리아인이었다. 아버지는 오케스트라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였다. 스테픈 스토레이스의 동생은 유명한 소프라노인 낸시 스토레이스(Nancy Storace)이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초연에서 수잔나의 이미지를 창조한 소프라노이다. 낸시는 비엔나 극장의 초청을 받아 비엔나에 가게 되었고 그 기회를 이용하여 스테픈도 비엔나에 가서 잠시 활동하게 되었다. 스테픈이 22세 때였다. 스테픈은 비엔나에서 첫 오페라인 Gli sposi malcontenti(1785)와 두번째 오페라인 Gli equivoci(1786)를 작곡하여 선보였다. 스테픈은 동생 낸시와 함께 3년 동안의 비엔나 생활을 정리하고 1787년에 런던으로 돌아가서 세상 떠날 때까지 오페라를 작곡하면서 지냈다. 스테픈은 비엔나에 있을 때에 동생인 낸시 때문이기도 했지만 같은 작곡가로서 모차르트, 살리에리 등과도 친분을 다지며 지냈다. 모차르트로 말하자면 스테픈의 동생인 낸시의 재능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했다. 모차르트가 '피가로의 결혼'의 초연에서 낸시에게 수잔나를 맡긴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한편, 낸시는 비엔나에서 Cantata per la ricuperata di Ophelia의 솔로를 맡았는데 이 작품은 모차르트, 살리에리 그리고 코르네티(Cornetti)라는 필명의 사람이 함께 작곡한 것으로 되어 있다. 코르네티는 스테픈을 말한다는 것이 오늘날의 주장이다. 아무튼 낸시 때문에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손을 잡고 공동으로 칸타타를 작곡했다는 것은 모차르트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소재가 되는 사건이었다.

 

'여보 나예요 나'(아드리아나), '아니 누구시더라?'(시라큐스의 유페미오).

 

잘 아는 대로 '피가로의 결혼'의 대본은 이탈리아 출신의 로렌초 다 폰테(Lorenzo da Ponte)가 썼다. 스테픈은 이탈리아라는 공통분모 때문에 당연히 다 폰테와 가깝게 지냈다. 스테픈은 다 폰테의 '피가로의 결혼'이 성공을 거두자 다 폰테에게 자기를 위해서도 오페라 대본을 하나 써 달라고 부탁했다. 단, 기왕이면 영국 작가의 작품을 바탕으로 오페라 대본을 써주기를 바랐으며 특별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바탕으로 대본을 써 달라고 간청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다 폰테의 '오해'(Gli equivoci)였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실수연발'(The Comedy of Errors)을 바탕으로 만든 대본이었다. 다 폰테는 셰익스피어 원작의 내용을 다만 2막으로 압축하였지만 핵심 줄거리들은 버리지 않고 간직하였다. 그리하여 스테픈 스토레이스의 음악과 로렌초 다 폰테의 대본으로 만들어진 '오해'는 1786년 12월 27일 비엔나의 부르크테아터에서 초연되었다. 초연에서 에베소의 유페미오의 부인인 소프로니아(아드리아나)의 역할은 낸시 스토레이스가 맡았다. 유페미오에게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는데 극중에서 소프로니아의 가짜 남편으로 나오는 유페미오는 시라큐스의 유페미오라고 부르고 쌍둥이 형제로서 진짜 남편은 에베소의 유페미오라고 부른다. 초연에서 시라큐스의 유페미오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비엔나에서 활동하고 있던 테너 빈첸초 칼베시(Vinceenzo Calvesi)가 맡았고 에베소의 유페미오는 영국 출신으로 비엔나에서 활동하고 있던 마이클 켈리(Michael Kelly)가 맡았다. 마이클 켈리는 나중에 낸시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 사람이다. 참고로 스테픈 스토레이스는 오페라를 19편을 완성했다. '오해'는 그의 두번째 오페라이다. '오해'는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 스타일이지만 영국의 민요가 등장하는 등 영국적인 요소가 다분해서 일각에서는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라니 무슨 소리냐? 영국의 발라드 오페라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테픈 스토레이스는 1796년 34세의 젊은 나이로 런던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오페라 '철의 가슴'(The Iron Chest)의 리허설을 감독하던 중 감기에 걸려서 세상을 떠났다. Gli equivoci 라는 제목의 오페라가 또 하나 있다.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스칼라티가 1679년에 발표한 오페라이다. 스칼라티 오페라의 정식 명칭은 Gli equivoci nel sembiante(똑같은 얼굴)이지만 보통 '오해'(글리 에퀴보치)라고 부른다.

 

아드리아나, 시라큐스의 유페미오, 시라큐스의 드로미오, 레스비아

 

다시한번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시라큐스의 유페미오(Eufemio of Syracuse: T). 상인 에지온의 아들, 에베소의 유페미오와 쌍둥이 형제

- 에베소의 유페미오(Eufemio of Ephesus: T). 상인 에지온의 아들. 시라큐스의 유페미오와 쌍둥이 형제

- 소프로니아(Sofronia: S). 에베스의 유페미오의 부인. 아드리아나

- 소스트라테(Sostrate: S). 소프로니아의 여동생. 루치아나

- 에지온(Egeon: Bar). 시라큐스에서 온 상인

- 시라큐스의 드로미오(Dromio of Syracuse: Bar). 시라큐스의 유페미오의 하인. 에베소의 드로미오와 쌍둥이 형제

- 에베소의 드로미오(Dromio of Ephesus: Bar). 에베소의 유페미오의 하인. 시라큐스의 드로미오와 쌍둥이 형제

- 실리누스(Silinus: Bar). 에베소 공작, 에베소 총독

- 안젤로(Angelo: Bar). 금세공사

- 레스비아(Lesbia: S). 시라큐스의 드로미오의 부인

- 드로미아(Dromia: S). 시라큐스의 드로미오와 레스비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드로미오와 레스비아

 

[1막] 시라큐스의 유페미오와 하인 드로미오가 탄 배가 심한 폭풍을 만나 난파한다. 두 사람은 구사일생으로 에베소에 도착한다. 시라큐스 사람이 에베소에 발을 디디려면 상당한 세금을 내야하며 그렇지 않으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사형집행에 직면해야 한다. 한편, 에베소에서는 나이 많은 상인인 이지온이 똑같은 선고를 받았다. 세금을 대폭 내던지 아니면 사형을 당해야 하는 선고이다. 이지온은 에베소의 총독인  실리누스 공작에게 자기가 에베소에 온 것은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서라며 눈물로서 사정을 잘 설명한다. 이에 감동한 총독은 이지온에게 하루 동안의 사면을 허락하고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보라고 한다. 총독은 이지온에게 만일 잃어버린 아들을 찾지 못하면 그대로 사형을 집행하겠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런데 이지온의 쌍둥이 아들 중에서 하나는 몇년전에 배를 타고 항해를 하다고 풍랑을 만나 난파되었는데 그 후로 소식을 들은 일이 없고 다만 추측컨대 에베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지온은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야만 했다. 공교롭게도 쌍둥이 형제에게는 쌍둥이 하인들이 있다.

 

배가 난파되어 간신히 에베소에 상륙한 시라큐스의 유페미오와 하인 드로미오는 경비병들의 눈을 피해서 도시로 숨어 들어온다. 그러나 어디가 어딘지 모를뿐만 아니라 간혹가다가 경비병들과 마주치게 되자 두 사람은 서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러한 과정에서 두 사람은 어쩔수 없는 오해를 받기도 해서(에베소의 유페미오와 드로미오로 착각되어서)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 된다. 두 사람은 무슨 마법에 씌인 것같다는 생각이다. 시라큐스의 유페미오는 길에서 우연히 두 젊은 자매를 만난다. 아드리아나와 루치아나라고 했다. 아드리아나는 시라큐스의 유페미오를 보자마자 그를 남편이라고 믿어서 그가 여자들의 꽁무니나 쫓아다닌다면서 호되게 야단을 친다. 유페미오가 아무리 변명을 해도 소용이 없다. 결국 유페미오는 아드리아나의 남편인 것을 인정하고 화해의 제스추어로서 두 자매를 데리고 저녁 식사를 하러 어느 식당으로 들어간다. 식당의 문 밖에는 드로미오가 망을 보고 있다. 혹시나 경비병 또는 다른 누가 시라큐스의 유페미오를 알아보고 잡으러 오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아드리아나와 시라큐스의 유페미오

 

한편, 아드리아나의 진짜 남편인 에베소의 유페미오는 금세공사인 안젤로에게 아내에게 줄 금목걸이를 만들어 달라고 하기 위해서 찾아간다. 그런데 에베소의 유페미오의 하인인 드로미오가 길에서 레스비아라는 이름의 어떤 여인을 만났는데 그 여인은 다짜고짜로 드로미오가 오래 전에 자기를 버리고 떠난 남편이라고 주장하면서 완전 난리를 쳤다는 것이다. 에베소의 유페미오는 이런 경우에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서 안젤로에게 자문을 구한다. 안젤로로 말하자면 에베소에서 알아주는 약간 이상한 심령술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안젤로는 에베소의 유페미오에게 그럴 경우에는 하인 드로미오가 레스비아라는 여인과 살면 된다고 조언해 준다. 얼마후 이번에는 진짜 에베소의 유페미오와 하인 드로미오가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집안에 있던 부인들이 두 사람을 누군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두 사람은 당췌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화가 나기도 하고 이러다가 노숙이라도 해야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을 한다. 집안에는 이미 시라큐스의 유페미오와 드로미오가 남편과 하인으로서 꼼짝없이 역할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집에 들어가지 못한 에베소의 유페미오와 하인은 아무래도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고 해서 문을 부수기라도 해서 집안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집으로 들어가겠다느니 누군데 함부로 들어오려고 하느니 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 자정이 가까워온다. 에베소 사람들은 야경꾼에게 붙잡히면 큰일이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 이 노릇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시라큐스의 유페미오). '여보 아 아'(아드리아나)

 

[2막] 금세공사인 안젤로는 에베소의 유페미오가 주문한 금목걸이를 다 만들어서 전달하려고 가지고 온다. 집에 있던 시라큐스의 유페미오는 금목걸이를 주문한 일이 없다고 말한다. 그 때문에 다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에베소의 유페미오는 아무래도 자기 부인이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서 자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우선 이 불성실한 자기 부인의 거동을 몰래 추적코자 한다. 시라큐스의 유페미오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인사를 하며 '유페미오 님'이라고 부르자 아무래도 마법에 취한 것 같아서 당황한다. 시라큐스의 유페미오는 자기 부인이라고 하는 아드리아나보다는 그의 여동생인 루치아나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이 참에 구혼까지 할 생각이다. 루치아나는 형부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자기에게 구혼하고자 하는 것을 보고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한편, 에베소의 유페미오는 안젤로에게 주문한 금목걸이의 값을 치루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다. 안젤로는 마법사로 변장하고 미치광이처럼 보이는 에베소의 유페미오와 하인 드로미오로부터 악마를 내쫓기 위한 강신술을 시행한다. 레스비아는 마침내 오래 전에 헤어졌던 남편과 상봉한다. 시라큐스의 드로미오이다. 레스비아는 시라큐스의 드로미아에게 드로미아를 보여주면서 '당신의 아이'라고 밝힌다. 에베소 중앙 광장에서는 총독인 공작이 하루가 이미 지났다고 하면서 이지온을 처형코자 하고 있다. 아드리아나는 총독에게 이지온이 정신나간 자기의 남편을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해주었다고 하면서 제발 처형하지 말아 달라고 청원한다. 잠시후 광장에 모두 모인다. 그제서야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하나하나 밝혀진다. 모두들 '실수연발'이라면서 한바탕 웃어제킨다.

 

현대적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