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팟푸리

오페라에서의 어머니와 아버지

정준극 2016. 1. 1. 19:03

오페라에서의 어머니와 아버지

5월 어버이 달을 맞이하여

 

우리나라에서는 5월 8일을 ‘어버이 날’이라고 해서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를 기념하는 날로 정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어머니 날’이 따로 있고 ‘아버지 날’이 따로 있다. ‘어머니 날’은 5월 둘째 주일에, ‘아버지 날’은 6월 셋째 주일에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회에서는 교회력에 의해 2014년에는 5월 11일을 ‘어버이 주일’로 지키고 있다. ‘어머니 날’에는 카네이션을 드리지만 ‘아버지 날’에는 장미를 드린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얘기가 공연히 다른 길로 간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아무튼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는 의미에서 오페라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제목으로 삼은 노래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라우레타의 협박성 호소 '오 미오 바비노 카로'(자니 스키키: Gianni Schicchi)

아마 가장 유명한 곡은 푸치니의 오페라 ‘자니 스키키’에 나오는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일 것이다. 노래의 내용이야 어떻든 제목이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목만 보면 딸이 마치 효녀 심청처럼 아버지를 극진히 생각하는 듯하지만 실상 내용을 보면 아버지가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강물에 빠져 죽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푸치니는 ‘라 보엠’이나 ‘토스카’ 또는 ‘나비부인’과 같은 베리스모의 걸작들을 남겼지만 베리스모 스타일의 짧은 오페라 세편도 남겼다. 푸치니의 3부작(트릴로지)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자니 스키키’ ‘외투’ ‘수녀 안젤리카’의 세 편이다. 모두 단막의 짧은 오페라이기 때문에 보통 두 편을 엮어서 공연하는 경우가 많다. ‘자니 스키키’는 돈 많은 구두쇠 영감이 세상을 떠나자 그 유산을 가지고 벌이는 코믹한 내용이다. 푸치니의 오페라들은 전부 비극인데 ‘자니 스키키’만은 코미디이다. 아무튼 죽은 구두쇠 영감의 친구인 자니 스키키가 자기의 딸 라우레타와 딸이 사랑하는 리누치오의 장래를 위해 구두쇠 영감의 재산을 그의 유일한 조카인 리누치오가 받도록 해준다는 내용이다. 오페라 ‘자니 스키키’에 나오는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는 라우레타가 아버지인 자니 스키키에게 ‘리누치오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하니 제발 유산을 상속 받을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간청하는 내용의 아리아이다. 내용은 간청이지만 실은 앞에서도 언급한 대로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내용이다. ‘자니 스키키’는 1918년 12월 14일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되었다.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의 가사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성문 안의 거리로 달려가서 반지를 사려고 해요!

예, 저는 가고 싶어요.

제가 그를 헛되이 사랑하는 것이라면

베끼오 다리로 달려가겠어요.

달려가서 아르노 강에 몸을 던지겠어요,

내 이 괴로움을, 이 고통을!

오 신이시여, 저는 죽고 싶어요.

아버지,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시어요.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라우레타(폴라 사이드)와 자니 스키키(리챠드 모슬리 에반스)

 

맛달레나의 아리아 '어머니의 죽음'-안드레아 셰니에(Andrea Chenier)

역시 이탈리아 베리스모 오페라인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에서 ‘어머니의 죽음’(La mamma morta)이라는 아리아도 어머니를 생각하게 만드는 아리아이다. ‘안드레아 셰니에’는 프랑스 혁명시기에 활동했던 시인이다. 혁명의 와중에서 귀족들의 편에 서서 귀족들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혁명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비운의 인물이다.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에는 귀족들의 방탕하고 사치스런 생활상이 나오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헐벗고 굶주린 서민들의 모습도 등장하여 자유와 평등과 박애라는 메시지를 전달코자 하고 있다. 맛달레나는 귀족이지만 오페라에서는 유명한 소프라노로 등장한다. 맛달레나는 혁명군에 의해 체포되어 죽음을 앞 둔 사랑하는 안드레아 셰니에를 구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키로 한다. 맛달레나의 어머니는 이미 폭도와 같은 혁명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후이다. 맛달레나는 어머니마저 죽임을 당하였는데 사랑하는 안드레아 셰니에마저 죽임을 당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때 부르는 아리아가 유명한 ‘어머니는 돌아가시고’(La mamma morta)이다.

 

'안드레아 셰니에'. 토리노 무대

 

이 아리아는 1993년도 ‘필라델피아’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인 에이즈 환자 톰 행크스(앤드류 베켓)와 변호사인 덴젤 워싱턴(조 밀러) 사이에 재판을 앞두고 정신적인 교감이 이루어지는 장면에 나와서 유명해진 곡이다. 영화 ‘필라델피아’에서 덴젤 워싱턴이 기자들에게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여기는 필라델피아입니다. 형제애의 도시입니다. 자유가 탄생하고 독립선언이 나온 곳입니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곳입니다.’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는 그리스어로 ‘형제애’를 의미한다. 앤드류 베켓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변호사인 조 밀러에게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 La mamma morte를 함께 듣고 싶다고 말한다. 영화에서는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였다. 영화 ‘필라델피아’에서는 이런 말도 나온다. <변호사 1천명을 쇠사슬로 묶어서 바다 밑바닥에 던져 넣으면 뭐가 되는지 알아?....깨끗한 세상>이다. 악덕 변호사였던 조 밀러는 앤드류 베켓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면서 인간의 권리와 사회의 정의는 개인의 성별이나 인종, 종교, 성적취향 등 그 어떤 것에도 상관없이 동등하게 실현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다.

 

‘어머니는 돌아가셨다’(La manna morta)의 가사를 소개한다.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그들이 바로 내 방 문 앞에서 어머니를 해쳤다

어머니는 나를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으셨다

그 끔찍한 밤에 가까스로 베르지와 함께 달아나는데

갑자기 강렬한 불빛이 피어오르더니

내가 가는 어두운 앞길이 환하게 밝아졌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태어났던 집이 화염에 싸인 것이다.

그렇게 나는 외톨이가 되었고, 내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남은 거라곤 가난과 굶주림, 곤경과 위험 뿐

게다가 병까지 들었다

베르지, 착하고 순진한 그 아이는 나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희생해야 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사랑한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했다

하지만 그때

고통 가운데 있는 나에게 사랑의 신이 찾아왔다.

조화롭고 그윽한 음성이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다시 살아야 해.

나는 생명이란다.

내 눈 속에 너의 천국이 있단다.

내가 모든 것을 잊게 해주마.

나는 신이니, 저 높은 곳으로부터

이 땅에 천국을 창조하기 위해 내려왔단다.

아, 나는 사랑! 나는 사랑이다!

 

'안드레아 셰니에'. 안드레아 셰니에(요나스 카우프만), 맛달레나(미카엘라 카로시).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는 18세기 프랑스 혁명기를 표현한 방대한 스케일의 작품이다. 대본은 유명한 루이지 일리카가 썼다. 루이지 일리카는 푸치니를 위해 여러 걸작 대본을 남겼다.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마농 레스꼬’는 모두 루이지 일리카의 대본을 사용한 오페라이다. 루이지 일리카는 움베르토 조르다노를 위해 ‘안드레아 셰니에’의 대본을 썼고 알프레도 카탈라니를 위해서는 ‘라 왈리’의 대본을 썼다. 조르다노와 일리카의 합작인 ‘안드레아 셰니에’는 1896년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초연되었다. 이 오페라를 보고 너무나 감동한 관중들의 마침 라 스칼라에 참석한 루이지 일리카에게 한없는 박수를 보내고 결국은 무대 위로 올라와 커튼 콜을 받게 했다. 라 스칼라의 역사에 있어서 대본가가 커튼 콜을 받은 경우는 ‘안드레아 셰니에’의 루이지 일리카가 처음이었다. 오늘날 ‘안드레아 셰니에’는 그다지 자주 공연되고 있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에 서울시립오페라단이 창단 기념으로 공연한 것이 처음이다. 그후 한두번의 공연이 더 있었지만 맛달레나와 안드레아 셰니에의 역할을 맡을 성악가들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서 자주 공연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얘기이다. 소프라노 맛달레나의 역할은 수시로 변조되기 때문에 고난도의 발성을 필요로 하며 고음 처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섬세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연기를 수반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런 역할을 소화할수 있는 성악가들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공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무대는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 스타일이기 때문에 제대로 무대를 꾸미자면 제작비가 상당히 들어간다는 어려움도 있다.

 

'안드레아 셰니에'. 토리노극장 무대

 

산뚜짜의 애절한 호소(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Cavalleria Rusticana)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 산뚜짜의 아리아인 ‘어머니도 아시다시피’(Voi lo sapete, o mamma)를 소개한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옛 애인을 잊지 못해서 스스로 파멸의 길로 가는 한 시골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잘 아시는 대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라는 말은 ‘시골 청년’이라고 번역하면 좋을 것 같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무대는 시실리의 작은 농촌 마을이다. 시기는 20세기 초반의 아무 때나 좋다. 막이 열리면 무대의 한 쪽에는 마을 성당이 서 있고 다른 한 쪽에는 마마 루치아가 주인으로 있는 마을 주막집이 있다.

 

군대에 갔다가 제대하여 시골집으로 돌아온 투리두라는 청년은 군대에 가기 전에 서로 사랑했던 롤라가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한 것을 알고는 미칠 지경이 된다. 그래서 어머니를 도와 주막집 일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시간만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롤라를 만나 옛 사랑을 찾아보려고 한다. 하지만 롤라는 남들이 보기에 별로 반응이 없다. 투리두는 롤라에 대한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마을의 순박한 처녀인 산뚜짜를 유혹하고 임신까지 시킨다. 그러자 롤라는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질투를 한다. 그리고 투리두를 노골적으로 만나 옛 사랑을 살리려고 한다. 산뚜짜는 투리두에게 제발 롤라를 잊고 어머니를 모시고 행복하게 살자고 애원하지만 못난 투리두는 듣지 않는다. 마침 부활주일의 아침이 된다. 마을 사람들이 부활의 기쁨을 찬양하며 성당으로 간다. 이때 마을 사람들이 부르는 합창이 유명한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이다. 모두들 부활 미사를 드리기 위해 성당으로 가지만 산뚜짜는 함께 가지 못한다. 어제 밤에 투리두가 롤라의 집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을 보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투리두가 들어오면 따져 보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산뚜짜는 투리두를 기다리면서 투리두의 어머니인 마마 루치아에게 신세 한탄을 한다.

 

‘어머니도 아시다 시피

투리두는 군대에 가기 전에 롤라와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어요.

투리두는 롤라와 결혼하기 위해 돌아왔지만

롤라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하였지요.

투리두는 새로운 다짐으로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잠재우려 했어요.

그는 나를 사랑했어요. 나도 그를 사랑했어요.

그러나 롤라는 우리 두 사람의 행복을 부러워해서

자기의 남편을 잊었어요.

롤라는 질투에 불타서 나의 투리두를 빼앗아 갔어요.

롤라와 투리두는 아직도 서로 사랑한답니다.

그리고 나는 웁니다.‘라는 내용이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 산뚜짜(엘레나 오브라초바).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스토리의 결말은 비극으로 끝난다. 투리두를 롤라에게 빼앗기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산뚜짜는 롤라의 남편인 마부 알피오에게 달려가서 ‘아무래도 롤라가 투리두와 다시 만나서 좋아 지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질투의 화신이 된 알피오는 당장 투리두를 만나 시실리 식의 결투를 요청한다. 투리두로서는 결투를 피할 수가 없다. 투리두는 어머니인 마마 루치아에게 안녕히 계시라고 작별을 고하고 결투장으로 간다. 잠시후 어떤 여자가 ‘투리두가 죽었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들은 산뚜짜는 온 몸에 맥이 풀려서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부활주일의 하루 동안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케루비니의 '메데'(Medee)

이번에는 19세기 이탈리아의 작곡가인 루이지 케루비니의 오페라 ‘메데’에 나오는 메데의 아리아 ‘어머니인 내가’(De toui figli la madre)를 소개코자 한다. 어머니로서 두 아들을 죽여야만 하는 비통한 심정을 그린 노래이다. 사실 그런 일이란 있을수 없지만 그리스 신화의 얘기이므로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메데(또는 메데아)의 얘기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메데아는 콜키스라는 도시국가의 공주로서 마법과 요술에 능하다. 메데아는 용사인 제이슨을 사랑하여 아버지 이이테스 왕의 뜻을 거역하고 제이슨이 황금양털을 차지하도록 도와준다. 제이슨은 콜키스에서 살수가 없어서 메데아와 함께 다른 곳으로 떠나서 몇 년을 함께 산다. 제이슨과 메데는 두 아들까지 두었다. 그런데 얼마후 제이슨은 코린토의 왕인 크레온의 딸 크레우사와 결혼코자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메데는 크레우사를 제거키로 한다. 메데는 크레우사에게 축하의 선물로 웨딩드레스를 보낸다. 그런데 누구든지 그 가운을 입으면 불이 붙어 죽는다는 무서운 가운이다. 크레우사가 가운을 입자마자 불에 타서 죽는다. 메데는 제이슨에 대한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 두 아이들까지 살해한다. 그후 메데는 아테네로 가서 아테네 왕과 결혼한다. 케루비니의 메데아는 그동안 별로 알려지지 못했다. 신화를 주제로 삼은 오페라들이 물러나고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오페라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53년에 마리아 칼라스가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주인공인 메데의 역할을 맡아 공연한 이후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마리아 칼라스는 거장 파솔리니 감독의 영화 메데아에도 출연했다. 그래서 오늘날 메데아는 오페라 애호가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케루비니의 '메데'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마리아 칼라스. 1953. 라 스칼라

 

마술피리 (밤의 여왕과 파미나 공주)-Die Zauberflote

'밤의 여왕'은 딸 파미나 공주에게 단검을 주면서 고승 자라스트로를 암살하라고 시킨다. 그러면서 만일 자기의 말을 듣지 않으면 더 이상 딸이 아니라고 협박조로 말한다.

 

'밤의 여왕'이 딸 파미나 공주에게 단검을 주며 고승 자라스트로를 암살하라고 말한다.

 

나비부인 (초초상과 돌로레)- Madama Butterfly

나비부인인 '초초상'은 집안이 몰락하자 현실에서의 탈출구로서 나가사키에 주둔하고 있는 미해군 함정의 핑커튼과 결혼한다. 초초상은 핑커튼과의 결혼이 진실한 것으로 믿고 있으나 핑커튼은 외국에 파견되어 있는 다른 장교들이 그런것처럼 엔조이하는 현지처로 생각하여 결혼한다. 얼마후 핑커튼은 미국으로 돌아가서 미국에서 케이트와 정식으로 결혼한다. 초초상은 남편 핑커튼 돌아와서 자기와 아들 돌로레를 데리고 미국으로 갈 것을 기다리고 있다. 마침내 3년이나 기다리던 남편 핑커튼이 돌아온다. 그러나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상하다. 핑커튼은 아내 케이트와 함게 아들만 데리러 온 것이다. 초초상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아들 '돌로레'(슬픔)를 '조이'(기쁨)라고 부르면서 '너는 이제 아빠 따라서 미국에 가서 살게 되었으니 기쁜 일이다'라고 말한다. 초초상은 명예 때문에 자결한 아버지의 말씀을 생각한다. '명예롭게 살지 못하려거든 명예롭게 죽어야 한다'이다. 

 

초초상(켈리 카두스)이 아들 돌로레와 슬픈 작별을 하고 있다.

 

일 트로바토레 (아주체나와 만리코의 듀엣)- Il Trovatore

그 옛날 어떤 집시 노파가 루나 백작의 저택을 기웃거리다가 백작의 어린 아들을 납치하려는 것으로 의심받아 체포되어 결국은 억울하게 화형에 처해 죽는다. 그후 집시노파의 딸이 백작에게 원수를 갚기 위해 몰래 백작의 집에 들어가서 백작의 어린 아들을 납치하는데 성공한다. 집시여인인 아주체나는 납치한 백작의 아들을 활활 타오르고 있는 화톳불에 던진다는 것이 그만 순간적으로 착각을 일으켜서 업고 있던 자기의 아들을 불에 집어 던진다. 아무리 후회해야 소용이 없다. 집시여인 아주체나는 백작의 둘째 아들인 만리코를 데려다가 어린 시절부터 자기의 아들처럼 키운다. 만리코도 그런 아주체나를 어머니로 알고 지내왔다. 그러다가 마침내 아주체나가 만리코에게 진실을 털어 놓는다. 만리코의 충격은 말할수 없이 컸다. 그러나 만리코는 아주체나에게 자기의 어머니임을 강조한다.

 

만리코에게 자기가 어머니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아주체나. 아방셰 페스티발

 

노르마 (아들들을 죽이려 함)- Norma

노르마는 골족이 신봉하는 드루이드교의 여사제이다. 로마제국은 골족의 땅을 점령하고 강제로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골족으로서는 로마제국이 원수이다. 그러한 입장에서 골족의 여사제인 노르마는 로마제국의 주둔군 사령관인 폴리오네를 사랑하여 아이까지 두었다. 그런데 폴리오네가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자 노르마는 난감한 심정이 아닐수 없다. 더구나 노르마가 동생처럼 아끼는 여사제인 아달지사가 폴리오네와 은말하게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충격을 받아서 아이를 죽이고 자기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한다. 그런 사정을 알게 된 폴리오네는 노르마를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노르마와 함께 불구덩이로 향한다.

 


노르마가 아들을 죽이려고 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소프라노 손드라 라드바노브스키.

 

심금을 울리는 <수녀 안젤리카>의 ‘엄마도 없이, 오 아가야’- Suor Angelica

콘서트의 레퍼토리로 자주 등장하는 어머니에 관한 또 하나의 아리아가 있다. 푸치니의 <수녀 안젤리카>(Suor Angelica)에 나오는 ‘엄마도 없이, 오 아가야’(Senza mamma, a bimbo)이다. <수녀 안젤리카>는 푸치니의 3부작 중에서 두 번째이다. 플로렌스의 귀족의 딸로서 부모가 허락하지 않은 아이를 낳은 안젤리카는 참회하는 심정에서 7년 동안 세상과 인연을 끊고 수녀원에 들어가 생활한다. 안젤리카는 자기가 낳은 아이마저 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가 자기의 아이가 2년 전에 병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한없는 죄책감에 싸여 결국은 사랑하는 아이의 곁으로 가기 위해 독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엄마도 없이, 오 아가야’는 안젤리카가 죽음을 앞두고 아이를 생각하며 애절하게 부르는 노래이다. 『엄마도 없이, 오 아가야/너는 죽었구나/입술의 핏기를 잃고/차갑게 식어서 눈을 감았구나/아 이 엄마가 얼마나 너를 사랑했는데...』라는 내용이다.

 

아름다운 아리아 <루크레치아 보르지아>의 ‘얼마나 아름다운가’- Lucrezia Borgia

도니체티의 <루크레치아 보르지아>(Lucrezia Borgia)에 나오는 루크레치아의 아리아 ‘얼마나 아름다운가, 순수하고 고귀한 젊은이’는 루크레치아가 제나로라고 하는 청년을 보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서 부르는 아리아이다. 그런데 제나로는 실은 옛날에 헤어졌던 루크레치아의 아들이다. 그것도 모르고 아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품은 것이다. 요카스타 콤플렉스이다. 루크레치아 보르지아는 실존인물이다. 16세기 초에 살았던 페라라공국의 총독의 부인이었다. 루크레치아 보르지아의 아버지는 나중에 교황 알렉산더 4세가 된 사람이다. 실제로 루크레치아는 대단한 미인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페라라의 클레오파트라’라고 불렀을 정도였다. 그런 루크레치아는 대단한 요부(팜 파탈)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했다. 루크레치아의 전남편들은 하나 둘씩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루크레치아가 독약으로 죽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루크레치아인데 베니스의 카니발 기간에 어떤 젊은이를 보고 그 아름다움과 순수한 모습에 그만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광장에서 잠시 잠들어 있는 제나로를 보고 ‘얼마나 아름다운가, 순수하고 고귀한 젊은이....’라며 자기의 심정을 표현하는 노래를 부른다. 물론 루크레치아는 나중에 제나로가 자기 아들인 것을 알게 된다. 한편, 총독인 돈 알폰소는 자기 부인인 루크레치아가 어떤 젊은이와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서 질투로 그 젊은이를 독살코자 한다. 제나로는 총독의 독재에 맞서서 투쟁하는 젊은이들 중 하나이다. 결국 나중에는 제나로가 독을 마시고 죽고 자기의 아들을 살리지 못한 루크레치아도 독을 마시고 죽는다.

 

투란도트의 노래- Turandot

공주가 어찌하여 그토록 냉혹한 사람이 되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 사연은 제2막에서 공주가 부르는 아리아 In questa Reggia(이 황궁에서)에 설명되어 있다. ‘먼 옛날 베이징의 황궁에서는 참혹한 비명이 울려 나왔어요/ 오랜 세월이 지났건만 지금도 귀에 들리는 그 비명소리/ 로우링(Lo-u-ling)여왕은 인자하고 아름다운 분/ 백성들을 사랑하셨지요/ 그런데 야만적인 타타르의 왕이 침략하여 사랑스러운 로우링 여왕을 능욕한 후에 잔인하게 살해하였지요/ 가여운 여왕님. 원수를 갚겠어요/ 순결했던 여왕님의 비명과 비참한 죽음/ 지금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답니다/ 그 잔혹한 비명소리가 사라지지 않는한 누구에게도 나를 맡길수 없어요/ 수수께끼는 세 개. 죽음은 하나/ 수수께끼를 풀수 있는 사람만이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수 있답니다....’라는 내용이다.

 

투란도트가 어찌해서 자기가 어름처럼 차가운 사람이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므첸스크 구의 레이디 맥베스 (쇼스타코비치) 1963년 초연- Lady Macbeth of the Mtsensk District

제목에 맥베스라는 이름이 나오지만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만, 주인공 카테리나가 맥베스 부인처럼 악랄한 여인이기 때문에 그런 제목을 붙인것 같다. 쇼스타코비치기 1930년에 작곡한 오페라이다. 이 작품이 구소련에서 선보이자 스탈린 당국은 공연금지령을 내렸다. 병리적인 자연주의와 에로티즘이 가미되어 있으며 공산 사회주의의 적인 부르조아적 발상이 담겨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스탈린도 이 오페라를 보고나서 이것은 음악이 아니라 서민들의 치정극이며 혼돈이라고 비판했다. 관영 신문은 스탈린의 코멘트를 즉각 보도하였다. 그리하여 이 오페라는 스탈린이 죽은지 10년후인 1963년에야 겨우 수정본이 다시 무대에 오를수 있었다. 스탈린 당시 쇼스타코비치는 자기의 작품을 알아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비판으로 신작활동을 억제하려는 소련 공산당에 환멸을 느끼고 한 때 자살까지 하려 했다. 그러나 참고 견뎠으며 교향곡 제5번으로 재기하였다.

 

'므첸스크구의 레이디 맥베스'

 

마가렛 가너의 ‘슬픔은 나의 기쁨’- Grief is my pleasure

미국의 리챠드 다니엘 푸어가 작곡하고 노벨상의 토니 모리슨 여사가 대본을 쓴 <마가렛 가너>(Margaret Garner)는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켄터키주의 흑인 노예인 마가렛 가너가 주인의 학대를 견디지 못하여 아이들과 함께 도망갔다가 노예사냥꾼에게 잡히게 되자 자기의 어린 아이들만은 자기처럼 비참한 노예생활을 할수 없다고 하여 모두 죽이려다가 딸 하나만을 죽이고 붙잡혀서 재판을 받아 교수형에 처해지는 사건을 다룬 오페라이다. 마가렛이 딸을 죽이고 나서 부르는 노래가 슬프다. ‘슬픔은 나의 기쁨이다’(Grief is my pleasure)이다. 얼마나 비통한 심정인지를 알 수 있는 노래이다.

 

루이자 밀러가 아버지에게 작별을 고하는 노래- Luisa Miller

베르디의 <루이자 밀러>(Luisa Miller)에서는 딸 루이자가 독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기 전에 자기를 그렇게도 염려해 주던 아버지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면서 부르는 아리아가 유명하다. ‘아버지, 딸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받으세요’(Padre, recevi l'estremo addio)이다. 그런가하면 사악한 어머니들도 많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Salome)에서는 살로메가 어머니인 헤로디아의 부추김을 받아서 헤롯에게 세례자 요한의 목을 베어 쟁반에 담아 달라는 끔찍한 주문을 한다. 딸을 그런 일이나 시키는 어머니야 말로 사악한 어머니가 아닐수 없다. 쥘르 마스네의 <에로디아드>(Herodiade)도 에로디아드가 딸 살로메를 앞세워서 세례자 요한을 죽이는 스토리이다. 다만, 마스네의 <에로디아드>에서는 살로메가 일곱 베일의 춤을 추지 않는다.

 

‘외디푸스 콤플렉스’와 ‘요카스타 콤플렉스’- Oedipus Rex

그리스 신화의 외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내용이다. 이 비극적인 내용을 가지고 여러 작곡가들이 오페라를 만들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외디푸스 왕>(Oedipus Rex), 루마니아의 게오르그 에네스쿠의 <외디프>(Oedipe), 그리고 현대판 외디푸스라고 하는 토비아스 피커(미국)의 <에멜린>(Emmelin)이 있다. <에멜린>의 내용은 1830년대에 미국의 메인주에서 있었던 일을 그린 것이다. 에멜린이 매튜라는 청년과 결혼하지만 매튜는 실은 어릴 때 헤어진 자기 아들이란 사실이 밝혀지자 에멜린은 죄책감으로 외딴 곳에서 혼자 살다가 쓸쓸히 세상을 떠난다는 얘기다. 어머니와 관련된 오페라로서 특별한 것은 ‘보마르셰 3부작’의 마지막인 ‘죄 많은 어머니’(La mère coupable)를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지금까지 보마르셰 3부작 중에서 1부인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로시니가, 2부인 ‘피가로의 결혼’은 모차르트가 오페라로 만들었지만 3부인 ‘죄 많은 어머니’는 여러 사정상 오페라로 시도되지 않다가 프랑스의 다리우스 미요가 1966년에 오페라로 만들었다. 백작부인이 된 수잔나가 자기를 연모하는 미청년 케루비노와 관계를 가져 아들 레옹을 낳았고 백작도 어떤 여인과 관계를 맺어 딸 플로레스틴을 낳았는데 레옹과 플로레스틴이 서로를 모르고 결혼하겠다고 나서자 알마비바 백작과 백작부인이 깜짝 놀라서 반대를 하지만 따지고 보면 아무런 관계가 되지 않는 사이가 아니냐는 주장으로 희망을 갖는다는 내용이다. 별 주장도 다 있다.

 

이밖에 어머니, 아버지와 관련된 오페라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바네사 (어머니와 딸)

죄 많은 어머니 (다리우스 미요) - 피가로 3부작의 마지막

에믈린 (토비아스 피커)

우리 모두의 어머니 (버질 톰슨)

어머니 (알로이스 하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