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히티의 소동(Trouble in Tahiti)
레오나드 번슈타인의 첫번째 오페라
'타히티의 소동'은 오페라 속의 영화 제목...공연시간 약 40분
1990년에 향년 72세로 세상을 떠난 레오나드 번슈타인. 정말 음악적으로 우수하고 재능이 많은 인물이었다.
레오나드 번슈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이라고 하면 세계적인 뉴욕필의 마에스트로로서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번슈타인은 위대한 지휘자이면서 뛰어난 작곡가였다. 또한 그는 작사자였으며 오페라의 대본가였다. 그는 작가였고 유능한 강사였다. 뿐만 아니라 훌륭한 피아니스트였다. 작곡가로서 번슈타인은 실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오페라, 뮤지컬, 발레곡, 극음악, 극장음악, 영화 음악, 오케스트라 작품, 합창곡, 성악곡, 실내악, 피아노곡 등을 남겼다. 지휘자로서 그는 한국에도 와서 세종문화회관에서 뉴욕필을 지휘하였다. 오페라는 3편을 남겼다. 모두 미국의 스탠다드 레퍼토리에 포함되는 작품들이다. '타히티의 소동'(Trouble in Tahiti), '캔다이드'(Candide), '조용한 장소'(A Quiet Place)이다. 그 중에서 번슈타인의 첫번째 오페라인 '타히티의 소동'은 우리나라가 6.25 사변의 와중에 있을 때에 완성한 작품이라고 하니 새삼 감회가 깊다. 그런데 사실상 번슈타인은 오페라도 오페라이지만 뮤지컬로서 더 이름을 떨쳤다. 뮤지컬은 아홉편을 만들었다. 그중에서 '우르가로 가는 경주'(The Race to Urga)만이 미완성이었다. 참고로 번슈타인의 뮤지컬 리스트를 보면, '마을에서'(On the Town: 1947), '원더풀 타운'(Wonderful Town: 1953),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1957), '우르가로 가는 경주'(The Race to Urga: 1969), '바이 번슈타인'(By Bernstein: 1975), '펜실베이니어 애비뉴 1600 번지'(1600 Pennsylvania Avenue), '베티 콤든과 아돌프 그린과 함께하는 파티'(A Party with Betty Comden and Adolph Green: 1977), '센트랄 파크 웨스트의 미친 여자'(The Madwoman of Central Park West: 1979) 등이다. 이 중에서 '바이 번슈타인'은 뮤지컬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레뷰(Revue)이다. 레뷰라는 것은 음악, 댄스, 엔터테인멘트가 종합된 공연예술을 말한다. 말하자면 버라이어티 쇼이다. 또한 이 중에서 오페라처럼 공연되는 작품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85년에 소프라노 키리 테 카나와, 테너 호세 카레라스, 소프라노 타티아나 트로야노스, 바리톤 쿠르트 올만, 메조소프라노 매릴린 혼 등이 음반으로 취입한 것이 있다. 모두 세계적인 오페라 성악가들이다.
샘은 비즈니스맨이고 다이나는 가정주부이다. 두 사람에게는 아들 주니어가 하나 있다. 영상으로 주인공들의 모습을 클로스업헤서 보여주고 있다.
단막의 '타히티의 소동'은 기본적으로 현대사회의 노이로제 현상을 그린 것이다. 무언가로부터 쫒김을 당하고 있는 자아상실의 현대인을 그린 것이다. 대본은 번슈타인 자신이 썼다. 번슈타인의 오페라 또는 뮤지컬 중에서 번슈타인이 음악도 만들고 대본도 쓴 것은 '타히티의 소동'이 유일하다. '타히티의 소동'은 번슈타인의 다른 오페라/뮤지컬에 비해서 가장 어두운 작품이다. 경쾌하거나 명랑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타히티의 소동'은 오페라에 나오는 영화의 제목이다. 오페라의 주인공인 샘과 다이나가 보러 간 영화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샘과 다이나는 실제 오페라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샘과 다이나는 가정생활이 너무나 무미하다는 것을 함께 인식하고 저멀리 남태평양의 타히티 섬에 가서 지난날의 사랑을 다시 회복해 보기로 한다. 그러면서 그런 생각을 하기까지 샘과 다이나가 겪는 심적인 갈등을 표현한 영화이다. 샘과 다이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아를 잃고 살다가 마침내 가족관계의 회복을 위해 노력키로 하지만 그동안 너무나 자본주의 사회에 침전되어 있어서 어떻게 해야 가족관계를 회복할수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타히티의 소동'에는 미국 도시의 교외생활에 대한 심각한 비판이 내재되어 있다. 오페라 '타히티의 소동'은 타히티의 소동이라고 제목을 붙일 것이 아니라 '타히티와 같은 소동'이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교외가 타히티처럼 태양이 내려비치는 자연 속의 마을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표현되어 있다. 이웃에는 정육점이나 빵가게가 있어서 언제나 주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평상처럼 살수 있는 교외, 아이들이 뛰어 놀수 있는 공원이 있는 교외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교외, 우리의 이웃들이 있는 마을은 온통 소동 속에 있을 뿐이다. 마치 '타히티의 소동' 처럼. [한마디 더! 오페라의 무대가 되는 교외(郊外)는 영어로 Suburbia(서버비아)라고 되어 있다. 서버비아는 보통 교외(서버브)가 아니다. 서버브를 약간 경멸해서 부르는 단어이다. 상류층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아니라 비교적 중산층의 사람들이 바쁘게 그러면서도 자본주의 현실에 얽매어서 사는 교외의 신흥 주택가를 말한다.]
부부이면서도 각각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샘과 다이나. 우산들은 왜 들었는가?
번슈타인은 '타히티의 소동'을 만들어서 미국의 작곡가, 작사자, 대본가인 마크 블리츠슈타인(Marc Blitzstein: 1905-1964)에게 헌정하였다. 마크 블리츠슈타인은 번슈타인의 오페라와 뮤지컬 작곡에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블리츠슈타인의 대표적인 뮤지컬/오페라는 '요람은 흔들릴 것이다'(The Cradle Will Rock)이다. 이 작품은 오손 웰스가 제작을 감독하여 더욱 유명해진 것이다. 그런데 마크 블리츠슈타인은 좌익으로 유명했다. 미국에서 번슈타인이 그런 좌익에게 오페라를 헌정한다는 것은 비난을 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블리츠슈타인과 번슈타인은 이름도 비슷하지만 절친한 친구사이였다. 두 사람 모두 필라델피아의 커티스 음악원의 펠로우 학생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가정은 모두 유태계였다. 그러니 서로 친할수 밖에 없었다. 번슈타인은 블리츠슈타인의 뮤지컬 '요람은 흔들릴 것이다'의 제작을 맡기도 했다. 번슈타인은 과거에 블리츠슈타인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적인 자본주의 사회를 통열히 비난했다. 번슈타인은 자본주의 때문에 인간관계가 파괴된다고 믿었다. 미국의 자본주의를 잘 보여준 것이 '타히티의 소동'에 나오는 어떤 가정이다. 교외에 한참 떨어져 있는 이 집에는 사실상 없는 살림이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생활은 결국 고독함과 정신적인 고통만을 가져다 줄 뿐이라는 얘기다.
'타히티의 소동'은 영화 제목이다. 다이나는 극장에 가서 이 영화를 두번이나 보았다. 영화 선전을 위해 트리오가 마치 타히티 사람들처럼 장식하고 노래를 부른다. 영화 '타히티의 소동'은 어떤 부부가 남태평양의 낙원이라고 하는 타히티 섬에 가서 가지는 다툼을 내용으로 삼은 것이다.
가정과 직장은 완전히 분리된다. 사랑이 아니라 경쟁이 하루를 지배한다. 이웃사람들이란 일요일에나 겨우 만나는 존재이다. 그것도 남자들이 몇몇이서 만날 뿐이다. 옛날에는 주일날 당연히 교회에 갔지만 요즘엔 고작 골프치러 가기 위해 이웃 사람들을 만난다. 아침이 되어 남자는 시내에 있는 직장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타러 뛰어간다. 여자는 집에 남아 있는다. 생활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가? 돈이다. 돈은 힘을 주고 행복을 준다. 빚지고 살지 않는 사람이 없다. 모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그래도 체육관의 핸드볼 클럽에 가입하고 수영 클럽에 가입해 있다. 그러면서 입이 찢어질 정도로 기쁜 일은 잘난체 하는 이웃을 핸드볼 클럽의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다. 문화에 대한 정보는 어디로부터 얻는가? 간단하다. TV를 통해서 얻는다. 그렇지 않으면 클럽에서 보내주는 '이달의 책'(Book-of-the-Month)으로부터 얻는다. 섹스? 남자들은 직장에서 비서와 그런 관계를 갖는다. 그런 사람일수록 집에서 와이프와 섹스하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그저 의무감에서 적당한 기간에 섹스를 가질 뿐이다. 사람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열기도 하고 현실 도피를 위해서 해변을 간다든지 산속으로 캠핑을 가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 거짓 엔터테인멘트이다. 이러한 생활의 결론은 무엇인가? 불쌍하다는 얘기밖에 할 말이 없다. 서로 남남 처럼 지내던 샘과 다이나는 비로소 사랑하는 생활을 바란다. 두 사람은 사랑을 어떻게 다시 시작하는지를 배우고자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있는 벽을 허물어 버리고자 한다. 두 사람은 하나뿐인 아이지만 그동안 너무 무관심하게 대했다는 자책감을 가진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 아이를 사랑하는지 모른다. 두 사람은 도대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어떻게 하자고 얘기할수도 없다. 두 사람은 자기들의 감정을 표현할 수도 없다. 두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것은 다이나의 정신과 의사로부터 낙천적이 마음을 가지면 만사가 해결될 것이라는 충고뿐이다.
영화 '타이티의 소동'에서는 부부가 사랑의 재발견을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나온다.
'타히티의 소동'은 1952년 6월 1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월댐(Waltham)에 있는 브란디스(Brandeis)대학교 캠퍼스에서 초연을 가졌다. 번슈타인이 주관한 창작예술 페스티발이 열리는 기간 중이었다. 학교 오페라와 마찬가지인데 번슈타인의 인품과 재능을 존경하여서 무려 3천명 이상이나 참석했다. 기왕에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레오나드 번슈타인은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부모는 우크라이나의 로브노(Rovno)라는 곳에서 미장원 용품을 도매하며 지내다가 뜻한바 있어서 미국으로 이민의 길에 올라선 사람들이다. 레오나드 번슈타인의 아버지는 사무엘 요셉 번슈타인이고 어머니는 결혼전 이름이 제니 레스니크였다. 이름에서 볼수 있듯이 번슈타인의 부모는 유태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태계의 우크라이나인이었다.
'타히티의 소동'의 음악은 번슈타인이 이미 작곡했던 것을 재사용한 것, 또는 다름 사람의 음악 중에서 잠시 차용해 온 것등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면 여주인공의 첫번째 아리아는 아론 코플란드의 미국 사투리 노래와 번슈타인이 나중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사용하기 위해 아껴두었던 음악을 인용한 것이다. 그리고 '타히티의 소동'에 나오는 재즈 스타일의 음악들은 번슈타인이 '마을에서'(On the Town)를 위해 작곡했던 것들이다. 오프닝의 중간쯤해서 트리오의 한 멤버가 넌센스 가사(스탠자)를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이어서 계속 같은 가사의 노래를 부른다. 똑같은 내용의 넌센스이다. 트리오는 후에 몇 번이나 더 등장한다. 트리오가 잠시 장면이 바뀌는 공백기간에 부르는 노래는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무엇이든지 많이 소유한다는 것이 '원더풀 라이프'를 위해 좋은 일이라는 내용의 노래를 부른다. 노래의 가사에서 원더풀 라이프라는 것은 현대식 주방, 세탁기, 화려한 욕실, 생활정보가 수두룩하게 담겨 있는 잡지들, 셰리단 소파, 취픈데일(Chippendale) 의자, 본 차이나 그릇들, 순은 식기류, 투 도어 세단 그리고 지붕이 열고 닫을수 있게 되어 있는 콘버티블 쿠페 등을 소유하고 있으면 그런 생활을 즐길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주장한다. 샘과 다이나는 이들의 사랑하는 귀여운 아들 조차도 두 사람의 체면을 높여주는 소유물로 간주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그럴듯 하게 찍은 가족사진이 중요하다. 다만, 그 사진은 다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고급 액자 속의 사진이어야 한다.
샘과 다이나는 서로 사랑의 부활을 위해 대화를 시작코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번슈타인은 이 오페라를 만들면서 모든 내용이 사실이고 실제와 같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무척 노력하였다. 예를 들면 출연자들의 대화도 당시의 사투리나 은어를 그대로 반영하였다. 번슈타인은 이를 위해서 거리에 나가서 사람들이 어떤 단어로 어떻게 얘기를 나누는지를 오랫동안 주의 깊게 관찰하였다. 대단하다. 번슈타인은 '타히티의 소동'에 나오는 음악들은 진정으로 미국적인, 미국만이 표현할수 있는, 미국의 전통과 민속이 배어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대사에 있어서도 그런 정신이 함축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번슈타인은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이 오페라를 작곡했다고 해서 미국적 오페라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미국 고유의 운율은 다른 어느 누구도 모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타히티의 소동'에서 문제가 되는 커플은 다름 아니라 번슈타인 자신과 새로 결혼한 신부인 펠리치아 몬테레아그레(Felicia Moneleagre)의 얘기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런가하면 번슈타인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얘기라는 소문도 있었다.
다이나가 샘에게 아들 주니어의 학교연극에 오라고 하니까 샘은 핸드볼 토나멘트가 있어서 안된다고 말한다. 무관심이다.
'타히티의 소동'은 공연시에 대단히 단순한 무대장치와 배경만 있으면 된다. 물론 번슈타인이 무대배경과 장치는 이러저러하게 만들라고 일일이 지시해 놓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도 무대배경도 간단하고 출연자들의 의상들도 단순하다. 솔리스트(솔로이스트)는 두명 뿐이다. 부부인 샘(Sam: Bar)과 다이나(Dinah: MS)이다. 아들인 주니어(Junior)는 대사 중에 간혹 언급되지만 그렇다고 모습이 나온다든지 음성을 들을수 있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다. 샘과 다이나와 주니어 이외에도 등장인물들이 있지만 간혹 대사에 그들의 이름이 언급될 뿐이며 무대에 모습을 보이는 일은 없다. 샘의 고객인 패트릿지(Patridge)는 전화를 통해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샘의 여비서인 미스 브라운(Miss Brown)은 무대에 잠깐 등장은 하지만 본인 스스로 가급적 사람들 앞에 모습을 보이려하지 않는다. 샘의 친구인 빌(Bill)도 역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몸을 숨긴다. 다이나의 정신과 의사인 그런 사람이 있다는 언급이 있을 뿐이며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다이나의 모자를 전문으로 만드는 모자장이도 모습을 볼수 없다. 다만, 상상으로 그런 사람이 있다고 믿을 뿐이다. 그러나 트리오 멤버인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의 세 사람은 무대에 출연하여 노래를 부른다.
'타히티의 소동'은 어떤 대도시의 교외 주택가에서 하루동안에 벌어지는 남편 샘과 부인 다이나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이름만 부부이지 부부로서의 생활을 없다. 그저 서로 존재만 할 뿐이다. 두 사람은 불행하다는 생각을 한다. 두 사람은 사랑을 갈망한다. 하지만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오페라의 마지막에 샘과 다이나는 서로를 위해 자기를 희생할 생각을 한다. 결혼이라는 속박 때문에 자기를 희생하여 상대방을 사랑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 아니다. 그저 부부는 이러면 안되고 가족은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자기를 희생하여 상대방을 사랑키로 하는 것이다. 오페라에는 보컬 트리오가 등장한다. 재즈 댄스 밴드이다. 트리오의 역할을 중요하다. 번슈타인은 이 트리오에 대하여 '그리스의 코러스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오늘날의 라디오 광고방송과 같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과연, 트리오는 라디오 광고방송과 같은 음악을 노래한다. 당시로서는 가장 행복한 음악형태였다. 트리오는 오페라의 오프닝에서 서버비아의 영광을 찬양한다. 그런데 이들의 음악 패턴은 도, 화, 솔, 도를 사용하는 패턴이다. 이것은 마치 '마을에서'에 나오는 '뉴욕, 뉴욕'의 멜로디와 같은 것이다. 아침해가 솟아서 부부를 깨운다. 아침해는 두 사람의 사랑에 불을 붙인다. 아침해는 창살에 입맞추고 벽에 입맞추며 문의 손잡이에도 입을 맞춘다. 그리고 예쁜 빨간색 지붕에도 입을 맞춘다. 아침해는 집앞 잔디밭에 깔아 놓은 석판들에게도 입을 맞추며 현관문 앞에 던져져 있는 아침신문에도 입을 맞춘다. 그리고 작은 하얀색 집의 현관 주변에 심어져 있는 장미꽃에게도 입을 맞춘다. 이곳은 어디라도 좋다. 대도시의 교외일 뿐이다. 뉴욕의 스카스데일(Scarsdale)일수도 있고 매사추세츠의 웰슬리 힐스(Wellesley Hills)일수도 있다. 뉴욕의 오존 파크(Ozone Park)일수도 있고 미시간의 하일랜드 파크(Highland Park), 오하이오의 셰이커 하이츠(Shaker Heights), 워싱턴DC의 미시간 파크(Michgan Park), 캘리포니아의 비벌리 힐스(Beverly Hills)일수도 있다. 모두 중상류층 이상의 사람들이 사는 동네이다. 이른바 성공해서 그럴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고 그럴듯한 직위에 있으며 명분상으로는 도시의 소음을 떠나 조용히 살고 싶기 때문에 이 동네에서 살고 있다는 사람들이다. 관중들은이곳에 살면서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는 가정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타히티의 소동'은 서막과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막에서는 만면에 웃음을 띤 재즈 트리오가 나타나서 풍요로운 사회의 어떤 교외 마을에서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는 노래를 부른다. 비록 대저택처럼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넉넉한 스페이스의 아담한 집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가정을 찬양하는 노래이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여도 내 쉴 곳은 저곳 내 집 뿐이리'라는 가사가 들어 맞는 듯한 내용의 노래이다(Mornin' Sun). 트리오는 이 마을은 미국의 어느 곳이든지 될수 있다면서 비벌리 힐스, 웰슬리 힐스 등 여러 마을의 이름들을 나열한다.
[1장] 비록 트리오가 행복하고 완벽한 생활에 대하여 설명했지만 샘과 다이나의 가정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아침이 되어 샘과 다이나가 식사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먹기만 하다가 간혹 말다툼을 벌인다. 다이나는 샘이 사무실에서 여비서와 놀아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샘을 비난한다. 샘은 그럴리가 없다면서 완강히 부인한다(The subject is closed). 다이나는 더 이상 여비서 이야기를 했다가는 샘이 무척 흥분해서 화를 낼 것 같아서 참는다. 다이나는 화제를 바꾸어서 오늘 오후에 아들 주니어가 학교에서 연극을 한다면서 가야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자 샘은 체육관에서 핸드볼 토너멘트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이나는 '아이고 그놈의 체육관, 지옥에나 떨어져라'고 대꾸한다. 다이나는 '의사'에게 주어야할 돈이 있어야 한다. 정신과 의사이다. 샘은 정신과 의사를 '철저한 사기꾼'(out-and-out fake)이라면서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다이나는 샘에게 '당신이야말로 정신과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아요'라고 말하지만 샘은 그 말을 들은체도 하지 않는다. 마침내 두 사람은 이렇게 말다툼이나 하는 것이 진정으로 삶을 이어가는 방법이 아니라는 데에 의견의 일치를 본다. 두 사람은 오늘 저녁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하여 한번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어 보자고 한다. 두 사람은 기본적으로 서로간에 '친절'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다시 사랑하기 위해 서로 돕자'고 말한다. 두 사람은 두 사람 사이를 가로 막고 있는 담을 허물게 되기를 기도한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이 문제를 놓고 또 다시 말다툼을 벌인다. 말다툼은 샘이 기차 시간에 늦는다고 하면서 뛰어 나갈 때까지 계속된다. 물론 두 사람의 말다툼은 그저 일상적인 것인듯 그다지 심각하게 발전되지는 않는다.
샌프란시스코 무대
[2장] 샘의 사무실이다. 샘은 전화로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샘은 그 사람과 아주 가까운 사이인듯 마치 간이라도 빼어 줄듯이 친절하게 얘기한다. 상대방은 패트릿지라는 사람이었다. 샘에게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다. 샘은 패트릿지의 부탁을 조리있고 예의바르게 거절한다. 코러스는 그런 샘을 천재라고 부른다. '놀라운 사람'(You marvelous man)이라는 합창이다. 아무튼 아무리 놀라운 사람이라고 해도 돈에 관해서는 샘을 당할 사람이 없는듯 하다. 잠시후 빌로부터 전화가 온다. 빌도 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샘은 빌에게 아무 걱정하지 말라면서 돈을 빌려주겠다고 한다. '언제라도 갚고 싶을 때에 갚는 것이 조건이다. 그러면 되는가?'이다. 우연이겠지만 빌도 샘과 함께 핸드볼 토나멘트에 참가한다. 합창은 '다른 사람에게 주는 문제라면 마음이 넓은 샘을 당할 사람이 없다'는 노래를 부른다.
[3장] 다이나의 정신과 의사 진료실이다. 다이나가 얼마전에 꾸었던 꿈을 회상하고 있다. '어느 정원에 서 있었네'(I was standing in a garden)이다. '어느 정원에 서 있었어요. 꽃들이 모두 지고 있는 정원이지요. 잡초가 무성했어요. 주변에는 온통 비틀려 자란 나무들 뿐이어요. 검고 황폐하고 죽고 메마른 정원이랍니다. 아버지가 그곳에서 어서 나오라고 부르십니다. 나가고 싶었지만 나가는 길이 없었어요. 아무리 살펴보아도 안내 표지판이나 길이 없었지요. 그러는데 또 다른 소리가 들렸어요.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한마디 한마디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정원이 있으니 나와 함께 가자. 빛나는 정원이다. 가서 보자. 사랑이 우리에게 하모니와 우아함을 가르쳐 줄것이다. 그런 후에 사랑이 우리를 조용한 장소로 안내해 줄 것이다'라는 말이었어요.'이다. 한편, 샘은 사무실에서 여비서에게 '내가 당신에게 한번이라도 치근거린 적이 있느냐?'고 다짐하듯 묻는다. 여비서는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아무튼 지난번에 우리가 함께 지낸 일이 있잖아요'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샘은 '그건 사고였어. 그때 일은 잊어버려야 한다'면서 위협하는 태도로 말한다.
센트랄 시티 오페라. 샘과 다이나와 트리오.
[4장] 거리에서 샘과 다이나가 우연히 만난다. 오랫만에 그렇게 만났으므로 마침 점심시간이니 함께 식사라도 해야 하지만 서로는 '이를 어쩌나, 이미 다른 사람과 점심 약속이 있는데'라고 거짓으로 말하면서 헤어진다. 두 사람은 일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를 생각한다. 그러면서 지금은 찾을수 없는 옛날 행복했던 때를 그리워한다. 간주곡이 흘러 나온다. 집안에서 트리오가 교외에서의 사랑스런 생활에 대하여 노래한다. 트리오는 다시한번 어메리칸 드림을 이루는데 기여하는 갖가지 물건들을 다시한번 소개한다. 현대식 부엌, 세탁기, TV, 자동차 등등.
[5장] 체육관이다. 샘이 핸드볼 토너멘트에서 이긴다. 샘은 남자로서 상대방을 이긴데 대한 승리의 기쁨을 노래한다. '규칙이 있다'(There's a law)이다. 남자라면 남들보다 꼭대기에 올라가려고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경쟁에서 이기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이기는 것은 아니다. 승자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언제라도 성공하는 법이다'라고 말하면서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았다'(Men are created unequal)라는 노래를 부른다.
라이프치이 무대
[6장] 모자 상점이다. 다이나는 점원인지 손님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어떤 사람과 '타히티의 소동'이라는 로맨스 영화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다. 바로 오늘 오후에 보았다는 영화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다이나는 영화를 보느라고 아들 주니어의 학교 연극에 가는 것을 잊어버렸다.) 다이나는 처음에는 그 영화가 그저 시간이나 빼앗는 테크니컬러 영화인줄 알았는데 보고 나니까 아주 인상에 남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영화의 주제곡인 '아일랜드 매직'(Island Magic)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트리오가 뒤에서 백보컬로서 함께 노래를 부른다. 다이나는 영화에서처럼 사랑의 도피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다이나는 갑자기 생각이 난듯 어서 집에 가서 샘을 위해 저녁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샘이 저녁에 사랑의 회복에 대하여 얘기하자는 것을 기억한다.
서로 잘해보자고 다짐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시작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7장] 샘은 집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남자의 또 다른 규칙'이 갑자기 생각난듯 노래한다. 아무리 타고난 승자라고 해도 그가 얻은 것에 대하여는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샘이 집안으로 들어가자 트리오가 나타나서 노래를 부른다. 교외에 살고 있는 각 가정에서의 저녁 축복에 대한 노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정에서 벽난로에서 피어오르는 불길처럼 따듯하고 안전하게 지내는 축복을 말한다. 저녁을 먹고 난 후에 다이나는 뜨개질을 하고 있고 샘은 신문을 보고 있다. 샘은 다이나와 아침에 약속했던 얘기를 나누어야 할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이나가 무엇에 대하여 얘기하는 것이 좋으냐고 묻자 두 사람은 결국 서로 아무거나 하고 싶은 얘기를 하자고 합의한다. 하지만 사실 샘은 다이나와 얘기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저 여비서 생각, 핸드볼 게임 생각, 패트릿지와 빌에 대한 생각 등등으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샘은 무슨 얘기부터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있다. 갑자기 샘은 다이나가 자기의 말을 간섭한다면서 다이나를 비난한다. 하지만 다이나는 아무것도 말한 일이 없다. 샘의 공연한 신경질이었다. 샘은 미안했다고 생각하는지 다이나에게 주니어의 연극이 어땠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다이나도 연극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얼버무린다. 샘은 다이나에게 마침 극장에서 '타히티의 소동'이라는 새로운 영화를 하니 영화나 보러 가자고 말한다. 다이나는 이미 그 영화를 보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말할 입장이 아니어서 그러자고 대답한다. 두 사람은 극장으로 가면서 어째서 두 사람의 사랑을 다시 찾을수 없을까라며 곰곰히 생각한다. 트리오는 마지막으로 풍자적인 코멘트를 한다. '마법과 같은 환상적인 섬'에 대한 내용이다.
아침 장면을 보면 일상적인 부부같지만 그후의 생활을 서로가 무관심 속에서 진행된다.
번슈타인은 '타히티의 소동'의 후편을 만들었다. '조용한 장소'(A Quiet Place: 1983)이다. 그런데 이 오페라은 별로 환영을 받지 못했다. '타히티의 소동'의 장면들을 마치 과거를 회상하는 식의 플래시백으로 처리한 작품이다. 그러니 지루하기만 했다. 또 다른 후편도 나왔다. 번슈타인이 작곡한 것이 아니라 다른 누가 작곡한 것으로 이번에는 주니어에 초점을 둔 것이다. 자기 아들이 학교 연극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데도 부모 중에 어느 누구도 주니어에 대하여 관심이 없는지 오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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