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Claude)
티에리 에스케슈(Thierry Escaich)의 2막 오페라. 원작은 빅토르 위고
부제는 '저주받은 남자의 마지막 날'(Le Dernier jour d'un condamné)
티에리 에스케슈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의 명성을 널리 떨치게 만든 첫번째 위대한 작품은 1834년에 내놓은 소설 '클로드 게'(Claude Gueux)이다. 정의와 불의 사이에서 사회적인 양심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반영한 작품이다. 이 단편소설의 또 다른 제목은 '저주받은 남자의 마지막 날'(De Dernier jour d'un condamné)이다. 한 사람의 운명이 이토록 처절하게 저주를 받을수 있는지를 설명한 제목이다. '클로드 게'는 위고의 후속 작품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특히 위고의 최대 걸작인 '레 미제라블'(아 무정: 장발잔)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클로드 게'를 '레 미제라블'의 선구자라고 말한다. '클로드 게'는 위고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뒤를 이은 여러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알베르 카뮈, 챨스 디큰스, 표도르 도스토에브스키 등이 '클로드 게'의 영향을 받았다. 여러 작곡가들이 위고의 작품에 감동을 받아서 오페라로 만들었다. 베르디의 '에르나니'와 '리골레토', 프란츠 슈미트의 '노트르담', 퐁키엘리의 '라 조콘다', 도니체티의 '루크레치아 보르지아' 등등...모두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오페라들이다. 프랑스의 티에리 에스케슈(Thierry Escaish: 1965-)는 '클로드 게'를 원작으로 삼아 오페라를 만들었다. '클로드 게'를 원작으로 삼아서는 프랑스의 데이빗 알라냐(David Alagna: 1975-)가 2007년에 '저주받은 자의 마지막 날'이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만든 것이 있기는 하지만 초연 이후 슬며시 사라져서 지금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입장으로 있다. 티에리 에스케슈는 오페라의 제목을 간단히 '클로드'라고 지었다. 2013년에 리용 오페라극장에서 초연을 가졌다.
형무소. 죄수들이 밤 늦게 자기들의 감방으로 돌아가고 있다.
티에리 에스케슈의 '클로드'가 상당한 관심을 끈 것은 작곡도 작곡이지만 대본을 쓴 사람이 다름 아니라 당시 84세의 로베르 바딘터(Robert Badinter)였기 때문이다. 바딘터는 작가이면서 대본가이지만 그보다도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형제도 폐지주의자이다. 그는 1981년 프랑스가 사회주의 정부일 때에 법무장관을 지냈다. 이때 그는 사형제도가 불법이라고 선언하고 국제적인 동조를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연고로 오페라 '클로드'는 단순히 오페라라는 것을 떠나서 사형제도에 대한 경종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수감자들의 고통에 대하여는 과거에도 여러 오페라들이 나와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마 베토벤의 '휘델리오'일 것이다. 그리고 달라피콜라의 '죄수'(Il prigioniero)도 갇힌 자의 고통을 표현한 오페라이다. 그러나 '클로드' 만큼 갇히고 억눌리 자가 고통을 받는 작품도 찾아 보기 힘들다. 사실상 오페라의 연혁에 있어서 주인공이 이토록 고통을 당하는 작품은 없다. 오페라 '클로드'는 계속되는 불안과 끊임없는 폭력이 자리잡고 있는 작품이다. 오페라 '클로드'에는 여성 출연자가 한 명도 없다. 모두 남성이다. 다만 오프 스테이지에서 부르는 그리스 합창 스타일의 합창에 여성 음성이 포함된다. 그리고 두 죄수들이 서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할 때에도 소프라노가 민요조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물론 이 때에도 무대 위에서가 아니라 무대 뒤에서이다.
감독이 클로드를 증오해서 개인적인 감정으로 핍박하고 있다.
작곡자인 티에리 에스케슈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오르가니스트이다. 그러면서 작곡에도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었다. 티에리 에스케슈는 실내악, 가곡, 기악곡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오페라로서는 '클로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마지막이라고 한 것은 그가 '클로드'를 내 놓은 이래 더 이상 오페라 작곡에 마음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로드 게는 프랑스 중부, 세이느강 줄기가 흐르는 중세의 고도 트로예(Troyes)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이다. 클로드는 가난해서 제대로 끼니를 채우지 못하지만 워낙 체격이 크고 식욕이 좋아서 먹을 것이 있으면 사정두지 않고 많이 먹는다. 클로드는 가난하기 때문에 교육이란 것을 받아 본 일이 없다. 그래서 정의니 불의니 하는 말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클로드는 사회로부터 어떠한 도움을 받은 일도 없다. 사회는 그를 낙오자로 보고 방관했을 뿐이다. 클로드는 어떤 여자와 동거하고 있다. 남들처럼 결혼식을 올릴 처지가 되지 못해서 그저 단칸방에서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도 하나 생겼다. 클로드는 아이와 아이 엄마를 먹여 살려야 했다. 추운 겨울이기 때문에 방안의 난로도 지펴야 했다. 하지만 수중에는 빵을 사거나 땔감을 살 돈이 한푼도 없다. 클로드는 어떤 넉넉하게 보이는 상점에서 땔감과 빵을 훔친다. 기왕 훔치는 김에 최소한 사흘동안 사용할수 있는 양을 훔친다. 클로드가 도둑질을 한 것은 살기 위해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클로드의 도둑질은 사회가 그렇게 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인정이 없는 집단이다. 클로드는 경찰에 체포된다. 그리고 5년형의 판결을 받아서 클레보(Clairvaux) 형무소에 수감된다. 예전에 수도원으로 사용했던 건물인데 지금은 철통같은 보안과 감시로 탈옥이라고는 생각도 못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죄수들은 낮이면 불결하기 짝이 없는 작업소에서 옷만드는 일에 종사해야 하고 밤에는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감방에서 잠을 자야 한다. 죄수들은 잠들기 전에 아주 작은 양의 음식을 배급받는다. 그것으로 다음날 하루 종일을 견뎌야 한다. 그런데 클로드는 습관적으로 무엇이든지 많이 먹는 사람이다. 그래서 배급주는 아주 작은 양의 음식을 가지고는 도저히 견딜수가 없다. 클로드와 같은 감방을 쓰는 알뱅(Albin)은 클로드가 많이 먹는다는 것을 알고 가끔씩 자기가 받은 음식 중에서 상당부분을 클로드에게 준다. 클로드는 그 때문에 그나마 겨우 연명을 하고 있다. 알뱅은 성격이 조용하고 수줍어 하는 젊은이다. 알뱅의 조용한 성격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음식 때문인지 하여튼 클로드와 알뱅은 오랜 기간을 깊은 우정으로 지낸다.
감옥에 있는 클로드
대개의 형무소장들이 그렇듯이 이곳의 형무소장도 탐욕스럽고 뻔뻔하며 파렴치한 사람이다. 한마디로 악한 사람이다. 죄수들을 그를 '감독'(Director)이라고 부른다. 감독은 클로드를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클로드가 죄수들과 친하게 지내는 능력이 있어서 모든 죄수들이 자기보다는 클로드에게 순종하기 때문이다. 물론 감독(형무소장)은 죄수들 사이에서 무슨 문제가 생겨서 상황이 악화될 때에 클로드에게 부탁해서 사태를 진정시키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그렇게 신세를 졌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클로드를 몹시 싫어한다. 감독은 클로드가 알뱅과 너무나 친하게 지내는 것을 알고서 클로드와 알뱅을 서로 떼어 놓으면 그만큼 클로드에게 고통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알뱅을 클로드가 알지 못하는 다른 곳으로 옮긴다. 클로드는 감독에게 어째서 알뱅을 다른 곳으로 보냈느냐고 항의하지만 감독은 '내 마음대로인데 왜 말이 많으냐'고 말할 뿐이다. 그리고는 자기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클로드를 독방에 처 넣는다. 클로드는 분해서 견딜수 없는 지경이 된다. 하지만 클로드가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감독에게 알뱅을 돌려 달라고 요청하는 것 뿐이다. 그러기를 한달도 넘게 그랬다. 감독이 전혀 들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클로드는 중대 결심을 한다. 아주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클로드는 감독을 죽이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다. 그로부터 며칠후 클로드는 작업장에서 손도끼 한자루와 가위를 구한다. 클로드는 저녁이 되어 아무도 없는 작업장에 남아서 감독이 야간 검사를 하러 오기를 기다린다. 작업장에 나타난 감독이 클로드에게 '여긴 밤 중에 아무도 있어서는 안되는데 어찌된 일이냐?'라고 묻는다. 그러자 클로드는 감독에게 알뱅을 풀어주어 돌아오게 해 달라고 마지막으로 간청한다. 감독이 거절한다. 감독은 '다시는 절대로 그 얘기를 꺼내지도 말아라. 나를 귀찮게 하지 말아라'라고 말한다. 클로드는 다시한번 왜 자기에게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묻는다. 감독은 전과 마찬가지로 '내 마음대로다'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클로드는 도끼를 들어 감독의 머리를 내려친다. 감독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진다. 클로드는 자기도 스스로 죽을 생각을 한다. 그래서 가위로 자기의 가슴을 찌른다. 한번, 두번, 세번...
가운데가 클로드와 알뱅의 감장이다. 두 사람은 친구 이상으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지낸다.
그러나 클로드는 죽지 않았다. 클로드는 급히 의무실로 옮겨져서 치료를 받는다. 자기의 가슴을 가위로 찌른 것 때문에 몇 달이나 치료를 받아야 했다. 클로드는 치료를 받는 중에 형무소 당국으로부터 심문을 받는다. 클로드는 자기의 살인을 인정한다. 그러면서 감독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던지 한다'는 말에 반감을 가져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설명한다. 클로드는 몸이 완쾌되자 트로예의 순회재판에 회부된다. 클로드는 재판에서 배심원들에게 조용하고 조리있는 말로 사태가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유죄이므로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고 말한다. 배심원들은 클로드를 동정하는 분위기이다. 그러자 관선 변호사가 일어나서 클로드는 아무런 도발도 하지 않은 사람을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그말에 대하여 클로드는 화를 내며 감독이 그동안 어떻게 죄수들을 못살게 굴었는지를 설명하고 특히 자기에 대하여는 작업장에서나 감방에서나 참기 어려운 도발을 일삼았다고 말한다. 재판장은 사건의 전말을 요약하여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재판장은 클로드의 잘못만을 부각해서 언급한다. 그건 사실과는 무척 다른 내용이다. 마침내 재판장은 클로드에게 유죄판결을 내려 사형을 선고한다. 클로드는 살인을 했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믿어서 항소를 포기한다. 클로드가 감방에 돌아오니 병원에서 자기를 간호해 주던 수녀가 기다리고 있다. 수녀는 클로드에게 항소를 다시 생각해 보라고 권면한다. 클로드는 자기를 돌보아 준 수녀에게 감사하는 의미에서 항소를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클로드는 항소를 하더라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음날이 되어 클로드가 형무소의 사무실을 찾아가려고 하자 간수들은 클로드를 감방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한다. 작업장에 일하러 가겠다고 했지만 역시 거절 당한다. 클로드의 죄수 친구들이 클로드의 감방에 몰래 여러가지 도구들을 건네준다. 그 도구들만 있으면 탈옥도 가능하다. 그러나 클로드는 도구들을 간수들에게 모두 돌려준다.
인정이라고는 찾아 볼수 없는 형무소의 작업실
마침내 클로드를 사형에 처하는 날이 다가온다. 클로드는 사형선고를 재고해 달라고 청원하였지만 짐작대로 거부당한다. 가톨릭 신부가 찾아온다. 클로드는 그가 지금까지 지은 모든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다. 클로드는 자기의 목숨을 끊을 형리가 저만치 서 있는 것을 보고 그에게 다가가서 '당신은 아무런 죄가 없다. 어쩔수 없이 사형을 집행하는 것을 이해한다. 당신을 용서한다'라고 말한다. 잠시후 일단의 간수들이 클로드를 시장 광장으로 데리고 간다. 길로틴(단두대)이 준비되어 있다. 클로드는 사형이 집행되기 직전에 그가 가지고 있던 유일한 재산인 동전 한닢을 신부에게 주며 그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해 주라고 부탁한다. 이어 길로틴의 새파란 날이 클로드의 목에 떨어진다.
'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 > 화제의 300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이지 노노의 '불관용 1960' - 167 (0) | 2016.02.05 |
---|---|
초콜라이 산도르의 '피의 결혼식' - 166 (0) | 2016.02.04 |
헨체의 '강으로 가다' - 164 (0) | 2016.01.28 |
번슈타인의 '타히티의 소동' - 163 (0) | 2016.01.12 |
폴 뒤카스의 '아리안과 푸른수염' - 162 (0) | 2016.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