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결혼식(Blood Wedding) - Bodas de sangre
헝가리의 초콜라이 산도르(Szokolay Sandor)의 3막 오페라
작곡가 초콜라이 산도르
현대 헝가리의 오페라로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경우는 졸탄 코다이(Zoltan Kodaly: 1881-1945)의 '푸른수염의 성'(The Bluebeard's Castle)이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도록 코다이의 후배 작곡가들에 의한 오페라로서 국제 무대에서 성공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있다고 하면 초콜라이 산도르(Szokolay Sandor: 1931-2013)의 '피의 결혼식'이 있을 뿐이다. '피의 결혼식'은 1964년 10월 31일에 부다페스트 국립극장에서 초연을 가진 이래 유럽의 곳곳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으며 공연되었다. 사람들은 '아니 헝가리에도 이런 훌륭한 오페라가 있단 말인가?'라면서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피의 결혼식'의 원작은 스페인의 극작가인 페레리코 가르시아 로스카(Federico Garcia Lorca: 1898-1936)의 희곡이다. 로르카의 희곡은 1933년 마르리드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원작자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작곡자인 초콜라이 산도르는 음악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음악적인 재능이 뛰어났던 산도르는 부다페스트음악원에서 본격적인 작곡 수업을 받았다. 산도르는 졸탄 코다이가 만든 개혁적인 음악교육 시스팀의 혜택을 받은 첫번째 세대가 된다. 부다페스트음악원을 졸업한 그는 곧이어 합창곡, 무대작품 등으로 작곡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의 발레곡인 '공포의 발라드'(Ballad of Horror), 오라토리오인 '3월의 불'(Fire in March)과 '이스타르의 지옥행'(Istar's Hell-going)은 작곡가로서 산도르의 명성을 높여준 작품들이다. 산도르는 1962년에 파리를 방문했었다. 이때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연극인 '피의 결혼식'(Bodas de sangre)를 보고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로르카는 당대의 시인이면서 작곡도 했던 사람이다. 로르카의 문학작품들은 열정적이고 표현주의적이었다. 그러면서도 간결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문체로서 강력환 상상력을 키워주는 것이었다. 산도르는 연극 '피의 결혼식'을 보고나서 '말할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 눈물이 흘러나왔다. 연극이 공연되는 내내 심한 고통을 받는듯 했다'고 말했다. '피의 결혼식'을 바탕으로 삼아서 오페라로 만든 경우는 산도르가 처음이 아니다. 아르헨티나의 알베르토 지나스테라(Alberto Ginastera)가 스페인어 대본으로 만든 것이 있고 독일의 볼프강 포르트너(Wolfgang Fortner)가 '블루트호흐차이트'(Bluthochzeit)라는 제목으로 독일어 오페라를 만든 것이 있다.
신랑의 어머니가 신부에게 '잘 살아라'라고 당부하고 있다.
'피의 결혼식'의 스토리는 두 집안간의 해묵은 원한으로 젊은이들이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로미오와 줄리엣'과도 비슷하며 '운명의 힘'이나 '람메무어의 루치아'와도 내용이 흡사하다. 노비아(Novia: 신부라는 뜻)는 펠릭스 집안의 레오나르도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지만 아버지에 의해 포도농원을 경영하는 집안의 아들과 결혼키로 된다. 그런데 포도농원집은 펠릭스 집안과 오래된 원수지간이다. 이제 노비아와 결혼키로 되어 있는 포도농원집 아들인 노비오(Novio: 신랑이라는 뜻)는 펠릭스 집안 사람들이 습격해 와서 모두를 죽일 때에 요행으로 살아남은 유일한 남자였다. 신랑의 어머니는 신부가 펠릭스 집안의 레오나르도와 가깝게 지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머니는 아들의 결혼에 대하여 무언가 무섭고도 불길한 예감을 갖는다. 한편, 레오나르도는 이미 결혼했고 아이까지 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신부에 대한 감정을 버리지 못한다. 결국 신랑신부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린 날의 밤에 신부는 가출해서 레오나르도와 함께 멀리 도망가다. 그러나 레오나르도와 신부는 뒤쫓아 온 신랑에 의해 무참하게 살육당한다. 끔찍한 결말이었다. 산도르는 되도록이면 헝가리나 스페인의 전통적인 민속음악 스타일을 지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스페인의 민속음악적인 스타일이 등장하는 것은 분위기를 위해서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현대음악이며 간혹 12음 기법에 의한 음악도 나온다.
결혼식 준비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신랑의 어머니(La Madre: S)
- 신랑(El Novio: Papel hablado: 대사)
- 신부(La Novia: S)
- 신부의 아버지(El Padre de la Novia: Papel hablado)
- 레오나르도(Leonardo: Bar)
- 레오나르도의 부인(La Mujer de Laonardo: Cont)
- 레오나르도의 장모(La Suegra de Leonard: MS)
- 하녀(La Criada: S)
- 이웃여인(La Vecina: MS)
- 달(La Luna: T)
- 죽음(La Muerte: Death). 거지로 분장(Como mendiga).
- 나뭇꾼(Lenadores)
합창단은 아가씨들(Muchachas), 총각들(Muchachos), 결혼식 하객들(Invitados), 마을 사람들(Vecinos)
교회에서의 결혼식
1막. 막이 오르면 어머니가 결혼식을 앞 둔 아들에게 몇년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은 실은 펠릭스 집안 사람들에 의해서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얘기해 준다. 아들은 처음에는 격분한 모습이지만 이어 차분해 지더니 어머니에게 포도밭에 나가서 포도를 따야 하므로 칼을 달라고 말한다. 어머니는 무언가 의심스러워서 선뜻 칼을 내주지 못한다. 어머니와 아들은 한참이나 얘기를 나누다가 결국 어머니가 아들에게 칼을 내준다. 아들은 어머니를 포옹한 후에 '안녕히 계세요'라는 평소답지 않은 인삿말을 하고 어디론가 간다. 이웃 여인들이 몰려와서 아들의 결혼식을 앞 둔 어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이웃 여인들은 어머니에게 신부가 되는 아가씨가 실은 펠릭스 집안의 레오나르도와 가깝게 지냈다는 얘기를 해 준다. 레오나르도라고 하면 어머니의 남편을 살해한 그 집안의 사람이 아니던가! 아직도 펠릭스 집안 사람들이라고 하면 마음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증오심을 억제하기 어려운 어머니는 신부가 될 아가씨가 원수의 집안 사람과 좋아 지냈다고 하자 분하고 억울해서 어찌할줄 모른다. 그러다가 정신을 가다듬어서 우선 신부가 될 아가씨를 만나서 그 문제에 대하여 분명히 매듭짓고자 한다.
온 가족이 모인 장면. 신랑과 신부, 신랑의 어머니, 신부의 아버지와 어머니
레오나르도는 결혼해서 아들까지 하나를 두었다. 레오나르도가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서는 레오나르도의 부인과 레오나르도의 어머니가 레오나르도의 아들을 잠재우기 위해서 자장가를 부르고 있다. 자장가는 마치 앞으로 어떤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처럼 음울하게 들린다. 레오나르도의 결혼은 그다지 행복한 것이 아닌듯 싶다. 하루종일 일터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도 부인과 얘기를 한마디도 나누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그때 어떤 소녀가 레오나르도의 집의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신랑이 내일 신부와의 결혼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 소리를 들은 레오나르도가 갑자기 큰소리를 치며 성을 내더니 문을 열고 밖으로 쏜살같이 나간다. 레오나르도의 갑작스런 행동 때문에 부인과 어머니와 놀러온 소녀가 모두 겁이라도 난듯 두려워한다. 한편, 신랑의 어머니는 신부와 얘기를 나누기 위해 신부의 집으로 간다. 궁금해진 신랑도 따라 나선다. 어머니는 신부의 집에서 신부의 하인과 신부의 친정 아버지를 만난다.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약해진 신부의 아버지는 신랑의 어머니에게 자기의 부인이 어떻게 해서 세상을 떠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귀찮을 정도로 계속 들려준다. 신부의 아버지는 신부가 어머니 없이 고생만하며 자랐다는 것을 얘기하고 아울러 신부가 어서 결혼식을 올려서 아이들을 많이 낳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신부가 들어와서 신랑될 사람과 신랑의 어머니를 반갑게 맞이한다. 신랑의 어머니는 신부에게 무어라고 따질 형편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어떻게 지내는지, 결혼식 준비는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들렸다고 말하고 돌아가기로 한다. 방에는 신부와 하녀 한 사람만이 남아 있다. 하녀는 신랑이 신부에게 주려고 가져온 선물을 보고 '이것도 선물이라고 가져왔군요'라면서 신부를 놀린다. 하녀는 그러면서 레오나르도가 밤중에 신부의 모습만이라도 보기 위해서 창문 아래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레오나르도와 신부
2막. 결혼식 날 아침이다. 레오나르도가 신부를 다시한번 보기 위해서 찾아온다. 레오나르도는 신부에게 자기가 얼마나 신부를 사랑해 왔으며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 비록 결혼을 했지만 자기가 진정으로 결혼하고 싶었던 여인은 신부 바로 당신이라고 말한다. 신부는 레오나르도의 그런 말에 마음이 혼란해져서 어찌할줄을 모른다. 신부도 실은 아직까지 레오나르도에 대한 감정을 간직하고 있다. 레오나르도와 신부가 단둘이서 함께 있는 것을 본 하녀는 레오나르도에게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면서 거의 내쫓다시피한다. 잠시후 결혼식 축하손님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어서 신랑의 어머니, 신부의 아버지, 그리고 신랑이 도착한다. 모두들 결혼식을 위해 교회로 향한다. 한편, 신부는 교회로 가기 전에 신랑에게 제발 자기를 보호해 달라고 간청한다. 신랑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잠시후에는 레오나르도와 레오나르도의 부인이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교회에 나타난다. 그런데 두 사람은 왜그런지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다투고 화를 내고 한다.
신랑 어머니와 신부
교회에서 결혼식이 끝나자 손님들, 가족들, 그리고 신랑신부는 신부의 집으로 온다. 피로연이 진행된다. 사람들이 흥겨운 춤을 춘다. 그러나 신부는 피곤하다면서 자기 방으로 간다. 피로연에는 레오나르도와 레오나르도의 부인도 참석했다. 잠시후 레오나르도의 부인은 신랑에게 남편 레오나르도가 갑자기 말을 타고 어디론가 떠났는데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고 묻는다. 신랑은 그가 말을 타고 떠나던 걸어가던 그것이 자기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면서 레오나르도의 부인을 상대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결혼식 피로연에서는 신랑신부가 하객들과 함께 춤을 추어야 한다. 그런데 신랑신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두 사람을 찾으러 다닌다. 신랑은 어머니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어서 곧바로 피로연 장소로 올수 있었지만 신부는 아무리 찾아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그때 레오나르도의 부인이 뛰어 들어오면서 자기 남편이 신부와 함께 말을 타고 멀리 도망갔다고 소리친다. 신부의 아버지는 그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어서 집안 구석구석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신랑은 너무나 분하고 화가 나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당장 말을 타고 레오나르도를 찾아 떠난다. 신랑은 레오나르도를 찾는 즉시 죽일 생각이다. 신랑의 어머니도 놀라고 분해서 당장 피로연을 중지하라고 말하고는 사람들에게 도망간 신랑신부를 찾는데 도와달라고 간청한다. 신부의 아버지는 비탄을 이기지 못해서 그 자리에 쓰러진다.
결혼식 축하객
3막. 숲에서 세명의 나뭇꾼(벌목공)들이 오늘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나뭇꾼들은 그리스 연극에서 코러스의 스타일이지만 관중들을 향해서 얘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것이 다르다). 나뭇꾼들은 온 동리 사람들이 동원되어서 도망간 신랑신부를 찾고 있기 때문에 달이 훤히 떠오르면 두 사람을 찾아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얘기한다. 신랑신부가 무대에 나타났다가 달이 뜨기 시작하자 도망치듯 어디론가 떠난다. 달은 얼굴에 하얀 칠을 한 청년 나뭇꾼의 모습이다. 달은 오늘 밤이 지나기 전에 숲에서 선혈이 낭자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늙은 거지로 분장한 죽음이 나타나서 역시 이 밤은 죽음으로 지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죽음은 달에게 시간이 다 지나가기 전에 더 밝은 빛을 내뿜어서 신랑신부를 쉽게 찾아낼수 있도록 하라고 말한다. 잠시후 분노에 찬 신랑이 친구들과 함께 나타난다. 신랑의 친구들은 숲이 너무 어두워서 앞을 분간하기가 어려우니 그만 집으로 돌아갔다가 밝은 낮에 다시 오자고 말한다. 그러나 신랑은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하면서 반드시 레오나르도를 찾아내어 죽일 것이며 신부가 자기의 신부임을 확실하게 선포하겠다고 말한다. 거지 노파로 분장한 죽음이 다시 나타난다. 죽음은 신랑에게 레오나르도가 어디 있는지 아니까 그곳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제안한다. 신랑이 그러자면서 죽음과 함께 어디론가 간다.
달의 등장.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으나 후드를 걷어 내면 달빛이 환하게 비추어진다.
나뭇꾼들이 기를 쓰고 나무들을 찍어내고 있다. 나뭇꾼들은 신랑신부가 해가 뜨기 전에 멀리 도망가서 잡히지 않게 되기를 기도한다. 레오나르도와 신부가 나타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얘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불안한 감정에 휩싸여 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의 사랑은 끝까지 변치 말자고 말한다. 신부는 레오나르도에게 혼자 어서 도망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레오나르도는 혼자서는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때 사람들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신랑과 죽음이 가까이 오고 있는 소리다. 레오나르도가 급히 몸을 피한다. 무대 밖에서 두 사람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레오나르도와 신랑은 서로를 죽인 것이다. 마을에서는 신랑의 어미니와 신부의 어머니를 포함한 마을 여인들이 교회 옆에 모여서 수근거리고 있다. 거지 노파로 변장한 죽음이 나타나서 숲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고 전한다. 신랑의 어머니는 무언가 말할수 없는 불안감으로 교회로 들어가서 제발 아무 일도 없게 되기를 성모에게 기도한다. 그때 옷에 피가 낭자하게 묻은 신부가 숲으로부터 마을로 돌아온다. 자기를 사랑했던 레오나르도와 자기의 남편이 될 신랑이 서로 죽이는 바람에 그들의 피가 옷에 질펀하게 묻은 것이다. 신부의 아버지는 신부 때문에 집안의 명예를 더렵혀졌으므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신부를 죽인다. 물론 무대에서는 신부의 아버지가 그런 얘기를 하지는 않는다. 신부를 그저 죽이는 장면으로 마무리할 뿐이다. 그런데 다른 버전에 의하면 신랑의 어머니가 신부에게 부디 오래 살아서 죽음 보다도 더한 괴로움을 겪으면서 살라고 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거지 노파로 변장한 죽음
'피의 결혼식'의 주제는 '삶의 사이클'이다. 이와 함께 시간의 경과, 선택, 기만, 운명, 자연 등도 주제로 등장한다. '삶의 사이클'과 '시간의 경과'가 주제라는 것은 전체 분위기가 '결혼'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수 있다. 결혼이라는 것은 어느 문화, 어느 민족에 있어서나 어린이가 어른이 되는 길목에 있는 것이며 또한 시간과 삶이 경과하는 도중에 있다는 확실하고도 분명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선택'을 주제로 삼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레오나르도, 신랑, 신부가 선택해야하는 운명이 있기 때문이다. 신부는 사랑하는 사람을 따로 두고 다른 사람과 억지로 결혼해야 하기 때문에 혼란에 빠진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레오나르도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레오나르도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다. 부인이 있고 아이가 있다. 그런데도 옛 사랑을 잊지 못하여서 선택을 해야 했다. 옛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신부가 성스러운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직후에 신부를 데리고 멀리 도망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신랑은 신부가 비록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더라도 언젠가는 자기만을 사랑해 줄 것으로 믿어서 신부를 선택한다. '기만'을 주제로 삼은 것은 '선택'과 관계가 깊다. 신부는 레오나르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기를 기만한다. 레오나르도도 신부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기 부인과 다른 식구들을 기만한다. 신부는 레오나르도를 잊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서 신랑과 결혼키로 한다. 그것도 기만이 아닐수 없다. 마지막으로 '자연'을 주제로 삼은 것은 달, 숲, 강, 죽음, 포도농장, 오렌지 꽃 등으로 표현된다. 이같은 자연을 주제로 내세운 것은 인간의 본성에도 변할수 없는 것이 있고 피할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레오나르도와 신랑의 살인. 달과 죽음과 나뭇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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