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비엔나의 매력

비엔나의 크리스마스 시즌 베스트 10

정준극 2016. 2. 9. 09:33

비엔나의 크리스마스 시즌 베스트 10

크리스마스 시즌에 비엔나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 열가지

 

비엔나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여기에 과거의 찬란했던 영화가 서려 있다. 비엔나는 오랫동안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였다. 로마 가톨릭에 빠져 있는 도시이다. 그런 비엔나는 유럽의 여늬 다른 도시보다도 크리스마스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 그리하여 여러가지 즐거운 행사들이 마련되고 있다. 아름다운 바로크 궁전을 무대로 삼아 펼쳐지는 행사들이 있는가 하면 도심의 번화한 광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행사들도 있다. 그리고 음악과 춤이 있다.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음악과 발레를 볼수 있는 곳도 역시 비엔나이다. 만일 크리스마스 시즌에 비엔나에 머물고 있다면 만사 제쳐놓고 최소한 다음 열가지 이벤트에 두루 참가해 볼 것을 강력 추천한다. 특히 음악에 깊은 관심이 있다고 하면 더구나 안성맞춤이다.

 

그라벤의 크리스마스 장식. 아름다운 샹들리에 스타일이다.

 

1. 슈테판대성당에서의 강림절 연주회

강림절(降臨節: Advent)은 크리스마스 당일로부터 4주전의 기간을 말한다. 대강절(待降節)이라고도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강림절이 시작되면 어느덧 비엔나의 거리와 교회와 일반 건물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조성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매년 맞이하는 강림절인데도 불구하고 매년 새로운 기분으로 맞이한다. 슈테판대성당은 비엔나의 랜드마크이다. 비엔나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당연히 찾아가보는 곳이다. 고딕식의 대성당 내부는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웅장하고 엄숙한 곳이다.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지루하지가 않은 신비하고 장엄하며 화려한 곳이다. 곳곳의 성화와 조각과 카펠레에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강림절을 맞이하여 음악회가 열리면 더욱 감동적이 아닐수 없다. 슈테판대성당의 고틱 기둥과 천정과 제단을 배경으로 열리는 성탄음악회는 감동 그 자체이다. 깅림절 기간 중에 3-4회의 연주회가 준비된다. 대체로 12월 21일이면 그해의 크리스마스 연주회를 마감한다. 성탄절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엔나 실내오케스트라(Wiener Kammer Orchester)가 연주한다. 모차르트, 바흐, 슈베르트, 하이든 등의 작품을 연주하며 대중적인 크리스마스 캐롤도 연주한다. 슈테판대성당은 연주회 장소로서도 명성이 높다. 그래서 세계의 유명 음악인들이 너도나도 찾아와서 연주회를 갖는다. 얼마 전에는 사라 브라이트만의 연주회가 있었다. 슈테판대성당의 종은 유명하다. 중세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비엔나의 시민들은 슈테판대성당의 종소리를 듣고 시간을 알고 지냈다. 베토벤은 어느날 슈테판대성당의 종탑에서 새들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분명히 종이 울려서 새들이 날아갈 터인데 어째서 자기는 종소리를 듣지 못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청각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슈테판대성당(슈테판스돔)에서의 강림절 음악회

 

2. 박물관 구역의 겨울

박물관구역(MQ: Museumsquartier)은 비엔나만이 자랑하는 놀라운 장소이다. 세계 정상의 미술관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미술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아마 세계에서도 이만한 규모의 종합 미술관 구역은 찾아 보기 힘들 것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박물관구역은 화려한 야외 행사의 장소로 변한다. 예를 들어서 2015년에는 박물관구역 내에 어름 정자를 세운 것이다. 그리고 놀랄만큼 아름다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기도 하고 빔 프로젝터를 통한 영상도 만들어 낸다. 여기에 DJ가 나오는 생음악 연주회도 결들인다. 아이스 링크도 마련된다. 컬링을 즐길수 있다. 그리고 물론 푼슈와 글뤼봐인...차가운 날씨에 사람들의 몸을 훈훈하게 만들어 준다. 밤에 별로 할일도 없으면 박물관구역에 와서 화려한 조명과 영상을 보는 것도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박물관구역의 조명. 대단하다.

박물관구역의 크리스마스 상점들과 조명

 

3.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1734년 크리스마스를 위해 작곡한 것으로 라이프치히의 두 교회에서 순차적으로 초연되었다. 그후 이 오라토리오는 크리스마스를 찬양하는 대표적인 음악으로서 전세계의 사랑을 받아왔다. 비엔나에서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장소는 구애받지 않고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연주회가 열린다. 2015년에는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과 칼스키르헤(Karlskirche)에서 열렸다. 비엔나 캄머 오케스터와 아놀드 쇤버그 합창단이 연주했다. 특히 연주와 함께 발레도 곁들였다. 함부르크 발레단의 공연이었다. 테아터 안 데어 빈은 우리 말로 '빈강변극장'이라고 부른다. 오페라 '휘델리오'를 비롯한 베토벤의 여러 작품들이 이곳에서 초연되었다. 고전음악에 조예가 없다고 하더라도 크리스마스 시즌을 고려하여서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감상하는 것도 뜻깊은 일이다. 물론 사전에 프로그램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연주와 함께 무대를 장식한 발레

 

4. 벨베데레의 크리스마스 시장

비엔나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크리스마스 시장이 펼쳐진다. 라트하우스, 마리아 테레지안 플라츠, 융프라우, 암 호프, 알테 알게마이네 크랑크하우스, 칼스키르헤 등등에서 펼쳐진다. 벨베데레에서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그 중에서도 덜 세속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람들도 별로 많지 않고 지나치게 먹고 마시는 일에만 치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바로크 궁전을 배경으로 마련된 크리스마스 시장을 보는 것은 과연 뜻깊은 것이다. 이때 쯤이면 오베레스 벨베데레 궁전은 찬란한 조명으로 장식되어 놀라운 감동을 준다.

 

벨베데레 궁전의 크리스마스 시장

 

5. '크리스마스 인 비엔나' 콘서트

'크리스마스 인 비엔나'(비엔나에서의 크리스마스)는 매년 크리스마스에 즈음해서 비엔나의 유서 깊은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열리는 갈라 음악회아다.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캐롤들이 연주된다. 2015년에는 비엔나 싱아카데미(Wiener Singakademie), 비엔나 소년합창단, 비엔나 라디오방송교향악단 등이 출연했고 솔리스트로서는 나탈리아 우샤코바(Natalia Ushakova), 라몬 바르가스(Ramon Vargas), 아서 루신스키(Arthur Rucinski), 베셀리나 카사로바(Vesselina Kasarova)가 출연했다. 미리 예약을 해야 할 것이다.

 

콘체르트하우스에서의 크리스마스 연주회 Christmas in Vienna

 

6. 프라이융의 크리스마스 시장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비엔나에는 여러 곳에서 크리스마스 시장이 선다. 따끈한 푼슈와 글뤼봐인이 있으며 구운 마로니(밤)와 카르토펠른(감자) 먹거리가 있다. 그리고 집으로 가져가서 시용할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을 팔고 있다. 비엔나의 크리스마스 시장 중에서 그래도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곳은 프라이융과 암 호프이다. 하기야 이곳이 중세로부터 비엔나의 센터였으니까 오늘날에도 시장이 서고 물건들을 사고 팔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프라이융 크리스마스 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아담하다. 그리고 농부들이 집에서 만든 식품들도 나와 있어서 정겨움을 주고 있다. 특히 집에서 만든 치즈 또는 훈제 고기는 맛도 좋거니와 가격도 적당해서 인기이다. 광장의 한 구석에서는 펀치와 주디의 인형극이 어린이들의 환호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라이융의 크리스마스 시장. 쇼텐슈티프트와 쇼텐키르헤가 배경으로 되어 있다.

 

7. 칼스플라츠 크리스마스 시장

칼스키르헤가 있는 칼스플라츠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아름다운 바로크 교회를 배경으로 삼은 크리스마스 시장이다. 칼스플라츠 크리스마스 시장이 다른 크리스마스 시장과 유별나다는 점은 칼스플라츠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예술가 및 공예전문가들이 주관하여 여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칼스플라츠 크리스마스 시장의 상점에서 파는 공예품 등은 모두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서 합격해야한다. 그리고 제작자가 직접 판매해야한다. 다른 사람에게 위탁해서 물품들을 팔면 안된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품질보장이다. 이곳 크리스마스 시장에서는 전통 케이크, 향료·설탕·달걀 노른자 따위를 넣고 뎁힌 포도주, 과일과 럼을 섞어서 만든 펀치 등을 맛볼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커다란 규모의 아기 예수 탄생장면이 재현되어 있다.

 

칼스플라츠 크리스마스 시장

 

8. 빈필 신년음악회

 만일 연말을 지나서 신년초까지 비엔나에 머문다면, 그리고 특별한 공무가 없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비엔나악우회의 황금홀에서 열리는 비엔나신년음악회를 가보는 것이 좋다. 오랜 전통의 비엔나신년음악회는 매년 1월 1일 오전 11시에 시작한다. 주로 요한 슈트라우스 가족들의 음악을 들려주지만 이밖에도 모차르트, 하이든, 슈베르트 등 비엔나와 연관이 있는 위대한 작곡가들의 작품들도 연주된다.

 

비엔나신년음악회. 2015년

 

9. 스케이팅

비엔나 사람들은 예전부터 겨울에 스케이팅을 사랑했다. 19세기 초반에만해도 비엔나에는 노이어마르크트(현대 돈너분수가 설치되어 있는 곳), 빌헬미넨버그 궁전의 정원 등에 스케이트장이 마련되어서 많은 시민들이 스케이팅을 즐겼다. 최근에는 라트하우스 앞 광장에도 링크가 마련되어 많은 시민들이 몰려 와서 스케이팅을 즐긴다. 비엔나에 잠시 체류하면서 비엔나 사람들과 친해 지려면 스케이팅을 타면 된다. 남녀노소할 것없이 모두 스케이팅을 즐기기 때문이다. 콘체르트하우스 옆에는 성설 전용 스케이팅장이 있다. 독일어로는 아이스라우펜(Eislaufen)이라고 부른다. 어름위를 달려간다는 뜻이다. 비엔나 아이스라우펜은 보통 3월 초까지 계속 연다. 그렇지만 가장 번화한 때는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라트하우스(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스케이트장에서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스케이트를 지치는 시민들. 멀리 보이는 건물은 부르크테아터.

라트하우스 플라츠에서의 크리스마스 시장. 대단하다.

 

10. 슈타츠오퍼에서의 '호두까기 인형'과 '박쥐'

차이코브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공연되는 가장 친숙한 작품이다. 비엔나의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즈음해서 거의 매년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해 왔다. '호두까기 인형'은 절기나 계절에 관계없이 전세계에서 공연되어 왔지만 비엔나의 크리스마스 시즌에 공연되는 '호두까기 인형'은 별다른 의미를 가진다. 세계 최고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되는 발레이기 때문이다. 슈타츠오퍼는 전통적으로 12월 하순이면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를 공연해 왔다. 그러므로 '호두까기 인형'과 '박쥐'는 12월을 상징하는 두 개의 공연예술이다.

 

차이코브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의 한 장면. 스토리의 설정이 12월 31일 밤으로부터 1월 1일 아침까지로 되어 있어서 송구영신을 위해 반드시 보고 넘어가는 오페레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