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비엔나의 매력

비엔나의 송구영신

정준극 2016. 2. 10. 07:13

비엔나의 송구영신

장관의 왈츠 무대와 불꽃놀이

 

의사당(팔라멘트) 앞에서의 송구영신 불꽃놀이

 

비엔나만큼 섣달 그믐날과 새해 첫날을 유별나게 축하하는 도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송구영신=왈츠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과연! 한해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날에는 비엔나의 곳곳이 왈츠와 폴카의 리듬으로 넘쳐 난다. 그러나 가장 대표적인 콘서트는 전통적으로 비엔나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이다. 섣달 그믐날의 단골 레퍼토리이다. 그런데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은 새해 첫날인 1월 1일에도 연주된다. 돌이켜 보건대 송구영신의 날에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을 연주하는 것은 1차 대전 이후 일본에서 독일 포로들에 의해 시작된 관례라고 하니 세상 일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아닐수 없다. 1월 1일이라고 하면 비엔나필하모닉이 비엔나악우회의 황금홀에서 신년음악회를 여는 날이다. 1월 1일 오전 11시에 연주회가 시작된다. 11시에 시작한다고 되어 있지만 대체로 보면 11시 15분쯤에 첫 음악이 연주된다. 주로 요한 슈트라우스 가족의 월츠와 폴카, 오페레타 곡조가 연주되지만 하이든, 모차르트, 슈베르트, 프란츠 레하르, 칼 밀뢰커, 프란츠 폰 주페 등의 음악도 간간히 프로그램에 올라온다. 비엔나신년음악회는 전세계 90개국에 실황중계되고 있는 지구촌의 새해 축하공연이다.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시청(라트하우스) 앞 광장과 비엔나 슈타츠오퍼 옆 광장(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플라츠)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누구나 무료로 볼수 있게 하고 있다. 비엔나신년음악회의 티켓은 하늘의 별따기 처럼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전에는 연줄을 통해서 미리미리 입장권을 마련하는 일이 있었지만 근자에는 그런 예외가 없다. 마치 복권을 추첨하듯이온라인을 통해서 입장권을 추첨하여 공정하게 판매한다.

 

라트하우스플라츠에서의 새해 맞이. 이 많은 사람들이 왈츠를 춘다. 불꽃놀이가 장관이다. 온 동리 사람들이 다 나온것 같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의 밤에는 슈타츠오퍼와 폭스오퍼에서 관례적으로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Die Fledermaus)를 무대에 올린다. '박쥐'의 스토리가 섣달 그믐날부터 다음날인 새해 첫날까지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쥐'를 공연할 때에도 슈타츠오퍼 옆의 작은 광장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플라츠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서 저녁 7시부터 누구든지 공연실황을 볼수 있다. 송구영신의 음악회는 슈타츠오퍼와 폭스오퍼 뿐만 아니라 테아터 안 데어 빈, 콘체르트하우스, 캄머오퍼 등에서도 이루어진다. 섣달 그믐날 저녁에는 호프부르크의 대연회장에서 송년무도회가 열린다. 여인들은 아름다운 드레스와 찬란한 보석으로 치장하며 남자들은 턱시도를 입고 왈츠의 선율과 폴카의 리듬에 맞추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긴다. 이들은 마치 제국의 영화를 다시한번 재현하듯이 호프부르크의 웅장하고 찬란한 샹들리에 불빛 아래에서 시간과 인생을 모두 즐긴다. 무도회는 시청(라트하우스)에서도 열린다. 시청의 무도회에서는 피날레에 사람들이 인간기차를 만들어서 마치 강강수월래처럼 춤을 춘다. 웃음 꽃이 활짝 피어나는 장관이다. 

 

호프부르크에서의 송구영신 무도회. 대단하다. 이날의 무도회를 위해 1년 동안 돈을 모았다는 사람도 있다.

 

비엔나의 송구영신은 유명 연주회장에서만 맞이하는 것이 아니다. 대충 12월 31일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경까지 도심의 곳곳이 축하의 파티장소로 변한다. 비엔나의 명동이라고 하는 그라벤 거리는 아예 대형 야외 무도회장이 된다.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왈츠에 따라서 그저 아무나 붙잡고 자유스럽게 왈츠를 출수 있기 때문이다. 슈테판대성당의 송구영신은 대단히 뜻깊다. 해가 바뀌는 자정이 되면 슈테판대성당의 품메린 종이 울린다. 사람들은 '휜프, 휘어, 드라이, 츠바이, 아인'이라고 카운트 다운을 하면서 새해가 시작되는 감격을 몸으로 느끼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때에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연주된다. 모두들 손을 잡고 왈츠를 춘다. 그라벤과 슈테판스플라츠에서 춤판이 벌어질 때에는 비엔나의 댄스학교 사람들이 나와서 왈츠나 폴카를 추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잠시잠시 가르쳐주기도 한다. 즉석 레슨이다. 비엔나의 주요 호텔에서도 신년 갈라 음악회가 열리는 경우가 있다. 자허 호텔, 임페리알 호텔 등등... 특별한 새해맞이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샴펜 한잔을 기울이며 프라터의 리젠라트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서 비엔나의 화려한 야경을 바라본다든지 또는 멀리 칼렌버그나 레오폴드버그의 정상에 올라가서 비엔나 시내를 내려다보다가 내친 김에 동녘에서 해가 솟아 오르는 것을 마중한다. 비엔나 토박이가 아니고 잠시 거주하는 사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기왕에 이런 분위기에도 젖어 드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라벤의 송구영신 거리 무도회. 보통 사람들은 그저 길거리에서 춤을 춘다. 드레스가 필요없고 턱시도가 필요없는 무도회이다. 대개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