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헨델의 '파르테노페' - 170

정준극 2016. 4. 13. 21:40

파르테노페(Partenope)

헨델의 첫번째 코믹 오페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무대

 

'파르테노페'(Partenope: Parthenope)는 헨델의 첫번째 코믹 오페라이다. 헨델은 거의 50편에 이르는 오페라를 작곡했는데 대부분이 오페라 세리아(순수오페라)이며 코믹 오페라는 다섯 손가락 안에도 미치지 못한다. '파르테노페'는 그 첫번째 코믹 오페라이다. 헨델의 오페라들은 거의 모두 런던에서 초연을 가졌다. 런던 이외의 장소에서 초연된 것은 헨델이 작곡 활동을 시작하던 아주 초기에 함부르크에서 4편이 초연된 것, 그리고 이탈리아에 3년 동안 있으면서 플로렌스와 베니스에서 각각 1편씩의 오페라가 초연된 것뿐이다. 런던에서 처음 공연된 헨델의 오페라는 1711년 '리날도'였다. '파르테노페'는 그로부터 거의 20년 후인 1730년에 역시 런던에서 초연되었다. 헤이마켓에 있는 국왕극장(King's Theater)에서였다. 런던의 웨스트민스터시에 있는 국왕극장은 경우에 따라서 당시의 군주가 여왕이면 '여왕극장'(Queen's Theater)라고 부르다가 또 얼마 동안은 이탈리아 오페라를 위주로 공연했기 때문에 '이탈리아 오페라 하우스'라고 불렀었다. 현재는 엘리자베스 2세의 치하이므로 '여왕폐하극장'(Her Majesty's Theater)라고 부른다. '국왕극장'에서는 헨델의 오페라가 25편이나 초연되었다. 코벤트 가든에 로열 오페라 하우스가 생기자 '국왕극장'에서는 주로 뮤지컬을 공연하였다. 예를 들어 '오페라의 유령'도 '국왕극장'에서 초연되었다.

 

'파르테노페'는 오페라 세리아의 구조와 형식을 따르는 것이지만 따지고보면 주인공의 성격이라든지 음악의 구성이 유머스럽고 경쾌하고 또한 스토리 자체도 로맨틱하면서도 남장여인이 등장하여 재미있게 혼동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코믹 오페라라고 간주할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소개가 덜 되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비교적 자주 공연되고 있는 작품이다. 3막의 '파르테노페'의 대본은 원래 1699년에 이탈리아의 실비오 스탐필리아(Silvio Stampiglia)가 완성한 대본을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스탐필리아의 대본으로 이탈리아에서 몇몇 작곡가들이 오페라로 만들었는데 그중에는 당시 인기를 끌었던 안토니오 칼다라(Antonio Caldara: 1670-1736)의 오페라도 포함되어 있다. 헨델은 아마도 베니스에서 칼다라의 '파르테노페'를 관람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헨델은 1726년에 왕립음악원의 오페라단에 스탐필리아의 대본을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를 공연해 달라고 제안했다. 그런데 왕립음악원 오페라단은 대본의 내용이 보잘것 없으며 가만히 보니까 아리아는 별로 없고 대부분 대사를 레시타티브로 처리했는데 그것도 너무 길어서 보는 사람들이 지루하게 여길 것이 분명하므로 오페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아울러 상업성도 결여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지만 그런 코멘트가 모두 타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아리아나 앙상블은 다른 오페라에 비해서 많지 않지만 아리아만을 보면 정말 훌륭한 것들이어서 지루하다고 생각할 여지가 없다.  헨델은 어쩔수 없이 몇년을 은인자중하면서 기다리다가 극장장이 바뀌자 신임 극장장과 잘 협의해서 결국 1730년 2월 24일에 초연을 가지게 되었다.

 

아르사체를 사랑하는 로스미라는 유리메네라는 남자로 가장하고 등장한다.

 

대부분 바로크 오페라가 그렇듯이 헨델의 오페라도 초연 당시에는 반짝 인기를 끌다가 얼마후에는 설합 속에 파묻히게 되고 그로부터 거의 2백년 가까이 잠자고 있다가 근자에 들어와서 재발견이니 재조명이니 하는 수식어와 함께 아주 간혹이나마 리바이발하게 되었다. '파르테노페'의 리바이발은 1964년 스코틀랜드의 레들라네트(Ledlanet)에서 였고 미국에서는 1988년 오페라 오마하가 미국초연으로 공연하였다. 그후 1998년에는 글리머글래스 오페라에서 이탈리아어로 공연되었고 그해에 뉴욕시티오페라도 공연하였다. 최근 공연으로는 2008년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가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와 공동으로 무대에 올린 것이 있다. 그런데 2008년의 ENO 공연은 초현실주의 비주얼 아티스트로 유명한 맨 레이(Man Ray: 1890-1976)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1920년대 분위기를 재현한 것이었다. 콘서트 버전으로서는 2009년에 런던의 프롬스에서 공연된 것이 있다. 그리고 2009년에는 비엔나의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프란치스코 네그린(Francisco Negrin)의 현대적 제작으로 공연되었다. 가장 최근의 공연으로는 2014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가 공연한 것이다. 주요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 파르테노페(Partenope: S) - 나폴리의 여왕

- 아르사체(Arsace: Alto castrato) - 고린도(Corinth)의 왕자. 고린도는 현재의 그리스의 중남부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있었던 도시국가.

- 아르민도(Armindo: Contralto) - 로우드(Rhodes)의 왕자. 로우드는 그리스어로 로도스()라고 하며 그리스 남부 에게해에 있는 섬.

- 에밀리오(Emilio: T) - 쿠마에(Cumae)의 왕자. 쿠마에는 이탈리아 중남부 티레니아 해변에 있었던 도시국가.

- 로스미라/유리메네(Rosmira/Eurimene: Contralto) - 아르사체 왕자를 사랑하는 여인

 

아르사체, 아르민도, 에밀리오, 여기에 유리메네까지....파르테노페의 선택은?

 

[1막] 나폴리를 세운 파르테노페 여왕이 아폴로 신상과 왕좌가 있는 화려한 공식 알현실에서 빈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빈객들은 모두 파르테노페 여왕과 결혼하고 싶어서 청혼코자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온 사람들이다. 고린도의 왕자 아르사체는 핸섬하게 생기기도 했지만 무슨 일이든지 적극적이어서 호감을 주는 청년이다. 로우드(로데스)에서 온 아르민도 왕자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적극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부끄러움을 타는 모습이다. 아르민도는 파르테노페를 마음 속으로 깊이 사랑하지만 차마 자기의 심정을 여왕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의 새로운 손님이 등장한다. 자기를 유리메네 왕자라고 소개하는 청년이다. 그러나 실은 로스미라 공주가 남자로 가장한 것이다. 로스미라 공주는 고린도의 아르사체 왕자와 결혼키로 되어 있었으나 아르사체 왕자가 갑자기 자기를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자 도대에 어디로 무엇때문에 떠났는지 궁금해서 추적해 보니 나폴리의 파르테노페 여왕과 결혼하기 위해서 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로스미라 공주는 남장을 하고 나폴리까지 따라온 것이다. 알현실에 있던 아르사체는 유리메네라고 하는 남자가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다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뜨고 두 사람만 남아 있게 되자 찬찬히 보니까 자기의 여친이었던 로스미라이므로 깜짝 놀란다. 로스미라는 그제서야 아르사체에게 남장을 하고 찾아 왔음을 인정하고 도대체 사람이 그럴수가 있느냐면서 아르사체를 혹독하게 비난한다. 아르사체는 위기를 모면하려고 그랬는지 또는 진심인지 하여튼 자기는 로스미라를 아직도 깊이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로스미라는 그렇다면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의 정체를 절대로 밝히지 말것과 자기가 여자라는 사실도 발설하지 말 것을 약속하라고 다그친다. 아르사체가 그렇게 하겠다고 맹서한다.

 

로스미라와 아르사체.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멜본

 

로스미라/유리메데가 실의에 빠져 있는 아르민도와 얘기를 나누어보니 아르민도야말로 파르테노페의 지위나 재산을 넘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르민도는 파르테노페에게 그러한 자기의 심정을 차마 얘기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은 파르테노페가 아르사체를 더 좋아하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르테노페는 아르민도가 그저 자기의 주위에서 맴돌고 있는 것만 같아서 '원 별 사람도 다 있네'라고 생각하면서도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소극적이기만 할까'라는 궁금증도 갖고 있다. 그런 상황을 파악한 로스미라/유리메네는 아르민도에게 '그러지 말고 용기를 내서 사랑한다고 말해 보시오. 밑져야 본전인데'라고 권고한다. 이에 용기를 얻은 아르민도가 파르테노페를 만나서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자 파르테노페는 '어머 이걸 어쩌나. 나는 이미 아르사체를 사랑하고 있는데...'라고 대답한다. 옆에서 그런 얘기를 들은 로스미라가 아직도 유리메네의 복장으로 파르테노페의 앞에 나와서 '사실은 나도 여왕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혹시 파르테노페를 아르사체로부터 떨어트려 놓을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아르민도는 유리메네라는 남자가 갑자기 파르테노페에게 사랑한도 말하는 것을 듣고는 더 실망한다.

 

그러는 중에 또 다른 구혼자가 나타난다. 쿠마에 왕국의 에밀리오 왕자이다. 사실상 쿠마에 왕국은 나폴리 왕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이웃나라 간의 평화를 위해서 동맹이라도 맺어야할 형편이다. 그런데 에밀리오 왕자는 무력시위라도 하려는 듯 병사들을 이끌고 왔다. 그러면서 파르테노페 여왕에게 만일 결혼을 하지 않겠다면 무력으로라도 나폴리 왕국을 점령하겠다고 협박한다. 드러자 파르테노페는 에밀리오에게 '아니 그런 말을 한다고 내가 겁날줄 아시나요. 난 절대로 협박에 굴복하지 않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파르테노페는 만일 전쟁이 벌어지면 갑옷을 입고 앞장서서 싸우겠으며 또한 아르사체 왕자에게 도와 달라고 할 것이라고 덧붙여 말한다. 파르테노페가 아르사체에게만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하자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나라 구혼자들은 섭섭해서 아르사체에 대한 질투심을 갖는다. 모두들 나가고 무대에는 아르민도와 로스미라/유리메네만이 남는다. 아르민도는 로스미라/유리메네가 자기의 라이발이 되자 이제는 실망을 넘어서서 절망의 심정이 된다. 로스미라/유리메네는 그런 아르민도의 속마음을 알고서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일을 없을 것입니다'라고 위로한다.

 

이건 무슨 장면인지 확실히 모르겠음.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왜 재미없게 현대적으로만 연출하는지?

 

[2막] 파르테노페의 군대와 에밀리오의 군대가 마침내 전투를 벌인다. 전투 중에 파르테노페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갑자기 아르민도가 나타나서 파르테노페의 목숨을 구해준다. 아르민도는 파르테노페의 생명의 은인이 된다. 그 바람에 파르테노페가 승리를 하며 에밀리오는 사로 잡혀서 감옥에 갇힌다. 로스미라도 유리메네의 신분으로서 전투에 참가해서 실제로 에밀리오를 사로 잡는데 큰 공을 세운다. 그러자 나중에 나타난 아르사체가 에밀리오를 사로 잡은 것은 자기라고 주장한다.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로스미라/유리메네는 명예를 위해 아르사체에게 결투를 요청하지 않을수 없게 된다. 유리메네가 로스미라인 것을 알고 있는 아르사체는 어떻게 해서든지 로스미라와의 결투를 없었던 일로 하고 싶다. 그러나 로스미라의 정체를 절대로 밝히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하기 때문에 결국 어쩔수 없이 유리메네의 결투신청을 받아 들인다. 아르사체는 옛 사랑인 로스미라와 새 사랑인 파르테노페의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한편, 파르테노페를 도와서 전쟁을 승리를 이끈 아르민도는 다시한번 용기를 내서 파르테노페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번에는 파르테노페도 조금은 마음이 움직인 모양이다. 그렇다고 아르민도에게 완전히 마음을 준 것은 아니다.

 

[3막] 아직도 유리메네로 가장한 로스미나는 파르테노페에게 자기는 로스미라 공주의 부탁으로 이곳에 와서 아르사체에게 복수하기 위해 결투를 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아르사체는 실은 로스미라 공주와 결혼하기로 약속되어 있으나 파르테노페 여왕과 결혼하기 위해 로스미라 공주를 버리고 이곳에 온 것이라고 밝히면서 로스미라 공주의 명예를 위해서 결투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놀라고 당황한 파르테노페가 아르사체를 불러서 지금 이 말이 모두 사실이냐고 묻는다. 아르사체로서는 그렇다고 대답할수 밖에 없다. 그러자 파르테노페는 이제로부터는 아르사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언한다. 이어서 아르민도가 더 훌륭한 배우자가 될수 있다고 말한다. 아르사체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내일 아침이면 한때 사랑했던 그리고 지금도 사랑의 마음이 가시지 않고 있는 로스미라와 목숨을 건 결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 로스미라가 아르사체의 방으로 찾아온다. 그 모습을 파르테노페가 우연히 본다. 아르사체가 로스미라의 이름을 부르자 그 장면을 본 파르테노페가 숨어 있던 곳에서 뛰쳐 나오면서 로스미라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아르사체가 그 이름을 부르면서 사랑이니 무어니 하자 아르사체가 분명히 로스미라라는 여인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어서 아르사체의 이중성과 불성실성을 비난한다. 로스미라/유리메네도 기왕에 아르사체가 비난을 받자 '이 사람이 원래 이래요'라면서 그동안 아르사체에게 하지 못했던 비난을 터트린다.

 

파르테노페의 엠마 매튜스.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다음날 아침, 아르사체와 유리미네의 결투를 보기 위해 모두 모여든다. 아르사체로서는 로스미라의 정체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했으므로 과연 이 결투를 어떻게 해야 할지 큰 고민에 빠진다. 아무튼 아르사체로서는 연약한 여인에 불과한 로스미라와 칼을 빼어들고 결투를 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자 아르사체는 갑자기 무슨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사람들에게 '결투신청을 받은 사람은 결투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하는지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웃옷을 벗고 결투하는 것을 제안합니다'라고 말한다. 로스미라는 그 말에 적잖이 당황한다. 웃옷을 벗게 되면 여자라는 것이 알려지게 될 것이니 낭패였던 것이다. 아르사체가 어서 웃옷을 벗고 결투를 하자고 다그치자 로스미라는 이제는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듯 실은 자기는 유리메네가 아니라 로스미라 공주라고 밝히면서 아르사체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일이지만 아르사체를 남편으로 받아 들이겠다고 말한다. 아르민도는 파르테노페와 결혼 할수 있게 되어 기쁨에 넘친다. 에밀리오는 용서를 받고 자기의 병사들을 이끌고 돌아간다. 모두 해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