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볼프 페라리의 '네명의 촌스러운 남자들' - 171

정준극 2016. 4. 14. 15:23

네명의 촌스러운 남자들(I quatro rusteghi) - The Four Curmugeons

영국에서는 '아버지 무리들'(School of Fathers)

에마누엘 볼프 페라리의 3막 코믹 오페라

 

1951년 뉴욕시티오페라 무대. 피날레 장면. 루치에타와 필리페토의 사랑이 결실을 맺도다.

 

'성모의 보석'(I gioielli della Madonna)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베리스모 오페라 작곡가인 에마누엘 볼프 페라리(Ermaano Wolf-Ferrari: 1876-1948)는 10여편의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그 중에서 코믹 오페라로서는 '네명의 촌스러운 남자들' 이 가장 유명해서 지금도 세계 각자의 오페라 극장에서 심심찮게 공연되고 있다. '네명의 촌스러운 남자들'은 이탈리아의 이름난 대본가 겸 작가인 카를로 골도니(Carlo Goldoni: 1707-1793)의 희곡을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골도니의 희곡 또는 오페라 대본은 너무 유명해서 많은 작곡가들이 오페라로 만들었는데 그중에서 '네명의 촌스러운 남자들'은 특히 여러명의 작곡가들이 내용을 각색하여 오페라로 남겼다. 예를 들면 요한 시몬 마이르(Johann Simon Mayr: 1763-1845)가 1800년에 비첸차에서 초연한 오페라가 있고 1959년에는 체코의 보후슬라브 마르티누(Bohuslav Martinu: 1890-1959)가 '미란돌리나'(Mirandolina)라는 타이틀로 프라하에서 초연한 오페라가 있으며 그 전에 하이든도 '여관집 여주인'(La canterina)이라는 타이틀의 오페라를 만든 것이 있다. 하여튼 그만큼 재미있는 내용의 희곡이다.

 

루치에타와 필리페토의 결혼을 취소하는 루나르도

 

골도니가 쓴 희곡의 원래 제목은 I quatro rusteghi 이다. 그런데 quattro 라고 써야하는 것을 quatro라고 쓴 것은 베니스 사투리대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골도니는 베니스 출신이다. rusteghi 라는 단어는 까다로운 사람, 깐깐한 사람, 고집불통인 사람, 심술궂은 사람, 인색한 사람 등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런 제목을 우리 말로는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일단은 '촌스러운 남자들'이라고 붙여 보았다. rusteghi 라는 이탈리아어를 영어로 번역하면 딱히 맞는 표현은 없지만 curmudgeon 이라고도 할수 있고 churl 이라고도 할수 있다. curmudgeon은 '까다로운', '심술궂은', '인색한', '못난'이란 뜻이 강하며 churl은 '촌스러운', '야비한 사람', '고집장이'라는 뜻의 단어이다. 골도니의 희곡에서 제목으로 사용한 rusteghi 라는 단어는 영어로 churl 에 더욱 가깝다. 볼프 페라리의 I quatro rusteghi를 영국에서 공연할 때에는 School for fathers 라고 했다. 아버지들 양성소라고나 할까? 올바른 아버지가 되기 위해 억지로라도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들이 자기들만의 주장을 실현하기 위해 작당을 하는 것을 말한다고나 할까? 그러고보면 '네명의 촌스러운 남자들'에서는 아버지들이 자녀들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제발 공부 좀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제목을 붙였던 것 같다.

 

필리페토에게 화를 내며 나가라고 하는 루나르도

 

작곡가인 에르마노 볼프 페라리는 이탈리아 작곡가이면서도 주로 독일에서 활동했던 특별한 경우이다. 헨델도 그렇고 마이에르베르도 그러했다. 물론 나중에 헨델은 영국으로 가서 활동했고 마이에르베르는 프랑스에서 활동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다른 경우같으면 대체로 독일 출신의 작곡가들이 이탈리아에 와서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볼프 페라리의 경우에는 이탈리아 출신이면서도 독일에 가서 활동한 것이다. 그나저나 Wolf-Ferrari 라는 이름에서 볼수 있듯이 Wolf 는 독일어로서 늑대라는 뜻이며 Ferrari 는 이탈리아어로서 대장장이라는 뜻의 단어이다. 경주용 자동차인 페라리의 원래 의미도 대장장이라는  뜻이 있다. 볼프 페라리라는 이름은 독일어와 이탈리아를 합성한 것이다. 볼프 페라리의 아버지는 독일인이고 어머니는 이탈리아인이었기 때문에 독일과 이탈리아어를 융합한 것이다. 볼프 페라리는 베니스에서 태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에서 더 유명한 것이 아니라 독일에서 더 유명했다. 볼프 페라리는 베니스에서 태어났지만 뮌헨에서 더 많은 활동을 했다.  볼프 페라리는 14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는데 그중에서 베니스에서 2편, 밀라노에서 2편, 로마에서 1편이 초연되었고 나머지는 모두 독일에서 초연되었다. 사람들은  볼프 페라리의 오페라를 독일적 오페라라고 주장했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이탈리아적 오페라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음악에 있어서의 이중성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부모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볼프 페라리의 독일인 아버지는 바덴에서 태어났으나 베니스에 정착해서 살았으며 직업은 화가였다. 볼프 페라리의 어머니는 이탈리아인으로 피아니스트였다. 어린 시절에 볼프 페라리의 풀 네임은 독일식으로 헤르만 프리드리히 볼프(Hermann Friedrich Wolf)였다. 그것을 그가 20세 쯤일 때에 이탈리아식으로 고쳐서 에르마노 볼프가 되었다. 그러나 그냥 에르마노 볼프라고 하면 혹시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인 휴고 볼프(Hugo Wolf)와 무슨 친척 관계에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어머니의 결혼전 성인 페라리를 붙였다는 것이다.

 

에르마노 볼프 페라리

 

볼프 페라리는 생애의 후반기에 가서야 그의 작품들이 이탈리아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기 시작했지만 초기에는 비록 여러편의 오페라를 만들었지만 그 중에서 한편 정도만이 이탈리아 극장에서 관심을 끌고 공연되었다.

볼프 페라리가 1900년에 발표한 '체네렌톨라'(Cenerentola: 신데렐라)는 베니스의 라 페니체에서 실패로 돌아갔다. 볼프 페라리는 그 후 1903년부터 1913년까지 10년이란 세월 동안 다섯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호기심 많은 부인'(Le donne curioso), '네명의 촌스러운 남자들', '수잔나의 비밀'(Il segreto di Susanna), '성모의 보석', '사랑 치료'(L'amore medico)이다. 그런데 이 다섯 편의 오페라는 이탈리아에서가 아니라 모두 독일에서 초연되었다. 뮌헨, 드레스덴, 베를린이었다. 이탈리아 오페라극장들이 볼프 페라리의 오페라에 대하여 관심을 덜 가졌던 것은 그의 음악이 이탈리아 사람들의 편에서 보면 너무 진보적이기 때문이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푸치니나 마스카니와 같은 베리스모 스타일의 오페라를 선호했는데 볼프 페라리의 '네명의 촌스러운 남자들'이나 '수잔나의 비밀'은 그런 요망에 부응하지 못하는 구식(올드 패션)이라는 것이었다. 볼프 페라리도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베리스모 스타일의 오페라를 시도해 보았다. '성모의 보석'이었다.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같은 스타일의 작품이었다. 그런데 볼프 페라리가 '성모의 보석'을 만든 것은 그에게 있어서 전진이라기 보다는 후퇴였다. 볼프 페라리가 처음부터 추구한 스타일은 네오 클래식(신고전)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볼프 페라리의 스타일은 신고전주의를 표방했지만 어찌보면 아방 갸르드적인 요소가 많았다. 예를 들면 스트라빈스키의 '풀치넬라'(Pulcinella), 그보다 30년 후인 1920년에 나온 '난봉꾼의 행로'(Rake's Progress)와 스타일에 있어서 다를바가 없는 것이었다. 베니스는 늦게나마 볼프 페라리의 진면목을 깨닫기 시작했다. 볼프 페라리는 1925년 베니스의 라 페니체에서 공연된 '결혼한 연인들'(Gli amanti sposi)로서 큰 환영을 받았고 이어 그의 작품들이 이탈리아에서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루나르도와 리카르도가 서로 의기투합

 

볼프 페라리의 최우수 코믹 오페라인 '네명의 촌스러운 남자들'은 1906년 뮌헨의 호프테아터(궁정극장)에서 독일어 버전으로 초연되었다. 제목은 Die vier Grobiane 라고 했다. Grobian 이라는 단어는 세련되지 못한 시골뜨기라는 뜻이다.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공연된 것은 뮌헨 공연으로부터 14년이 지난 후였다. 그리고 영국에서의 첫 공연은 뮌헨으로부터 40년 후인 1946년 새들러스 웰스에서였다. '네명의 촌스러운 남자들'은 신고전주의 스타일로서 성격적으로는 로시니의 코믹 오페라를 보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로시니 타입이라는 것은 아니다. 푸치니 스타일도 포함되어 있고 심지어는 베르디의 '활슈타프' 스타일도 내포되어 있는 작품이었다. 남자들의 고집 때문에 젊은 연인들이 난관을 겪게 되자 부인네들이 앞장서서 계획을 꾸며서 남자들의 심술궂은 고집을 꺾고 젊은 연인들에게 기쁨을 준다는 내용이다. 원작 희곡을 쓴 골도니가 베니스 사람이므로 희곡의 대사도 베니스 사투리로 쓰여진 부분이 많다. 열명의 출연진이 모두 베니스 사투리를 사용한다. 단, 예외가 있다면 외국에서 온 귀족인 리카르도일 뿐이다. 외국이라고 해야 플로렌스이다. 그러므로 베니스 사투리를 쓸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음악에 있어서도 베니스 스타일이 많이 가미되었다. 마치 '베니스 카니발'의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 특히 1막과 2막 사이의 간주곡에서 하다. 그리고 물론 다른 부분에서도 베니스 스타일의 음악이 자주 등장한다. 또 한가지 음악적인 특성은 앙상블이 찬란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막에서 루치에타, 아버지 루나르도, 계모 마르가리타의 트리오이다. 그러나 2막에서 열명의 주인공들이 한꺼번에 노래하는 것은 정말 장관이다. 돌림노래를 부르는 것같지만 모두 특색있는 한가닥의 노래들을 절묘하게 융합하여 부른다. '활슈타프'에서도 비슷한 노네트(nonet)가 나오는 것은 눈여겨 볼 사항이다. 그리고 3막이 시작될 때에 나오는 베이스 3명의 트리오! 다른 어느 오페라에서도 볼수 없는 특별한 트리오가 아닐수 없다. '네명의 촌스러운 남자들'에는 레시타티브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화가 있더라고 멜로디를 수반하는 대화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더욱 음악적이다.

 

마르가리타와 루치에타는 루나르도의 고집을 싫어한다.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 루나르도(Lunardo: B). 고집세고 세련되지 못하며 촌스럽고 깐깐한 상인

- 마르가리타(Margarita: MS). 루나르도의 두번째 부인

- 루치에타(Lucieta: S). 루나르도의 첫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딸

- 시모네(Simone: B). 역시 촌스러운 남자. 상인

- 마리나(Marina: S). 시모네의 부인

- 마우리치오(Maurizio: B). 역시 못난 남자. 상인.

- 필리페토(Filipeto: T). 마우리치오의 아들. 마리나의 조카. 루치에타와 사랑하는 사이.

- 칸치안(Cancian: B). 역시 저속한 남자. 상인

- 펠리체(Felice: S). 칸치안의 부인

- 리카르도(Riccardo: T). 플로렌스에서 온 신사. 백작

- 마리나의 하녀(S)

 

루나르도는 모두를 용서하고 두 사람의 결혼식을 어서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네명의 촌스러운, 그러면서 심술궂고 깐깐하며 고집이 세고 여기에 구두쇠이기까지 한 사람들은 베니스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다. 중류층 시람들로서 호화스럽게 살지는 못하지만 먹고 사는데 아쉬움이 없는 사람들이다. 네 사람 모두 중년이다. 그러니 가부장적이고 구식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들의 특징은 모두 고집이 세다는 것이다. 때는 1800년경이고 베니스에서 카니발이 열릴 즈음이다. 어느날 골동품상인 루나르도가 식구들을 모아 놓고 '우리 딸 루치에타와 내 친구 마우리치오의 아들 필리페토를 결혼시키기로 했으니 그리들 아시오'라고 선언한다. 당시에는 자녀들의 결혼을 부모들이 미리 결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관례가 있다. 아무리 결혼이 약속되어 있는 남자와 여자라고 해도 결혼 전까지는 절대로 만날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사람이 어떤지는 더더구나 모르면서 결혼해야 했다. 루나르도가 그렇게 선언하자 당사자인 루치에타는 물론이고 계모인 마르가리타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고리타분한 관습인지 무언지를 지키고 앉아서 앞으로 결혼해야할 청춘남녀가 서로 얼굴도 모른채 결혼해야 하느냐면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르가리타는 비록 계모이지만 신데렐라의 계모처럼 못되지는 않고 오히려 아주 착해서 언제나 전처의 딸인 루치에타 편이다. 한편, 마우리치오도 집에서 식구들을 모아 놓고 아들 필리페토와 루나르도의 딸을 결혼시키기로 했다고 선언한다. 이 말에 역시 필리페토와 그를 지지하는 이모인 마리나가 말도 안된다면서 불만이 보통이 아니다. 마리나는 세번째 고집장이 촌스런 남자인 시모네의 부인이다. 네번째 촌스러운 남자인 칸치안은 어떠한가? 그의 부인 펠리체의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얼간이 중에 얼간이이다. 그런 연고로 펠리체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성격이다. 이번 카니발만 해도 펠리체는 다른 나라(플로렌스)에서 온 리카르도 백작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어 카니발에 같이 가기로 되어 있다. 그래도 남편인 칸치안은 아무소리 할 형편이 아니다.

 

루나르도에게 실망한 루치에타

 

부인네들이 서로 모여서 고집장이 못난이 남편들이 자기들도 남편이랍시고 이번에 아들딸 혼사를 마음대로 할 모양인데 그건 절대로 안될 일이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편들의 고집을 꺾고 필리페토와 루치에타가 서로 만나서 얼굴이라도 익히고 서로 좋아하게 되면 좋은 일이고 그렇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아니하면 그런대로 결혼을 없던 일로 해야 될 것이 아니냐는데 의견의 일치를 본다. 부인네들은 이번 기회에 자녀들의 행복을 위해서 못된 남편들을 정신 차리도록 해야 겠다는 생각이다. 네 부인네들 중에서 그래도 펠리체가 말발이나 서고 사람들을 지휘할 성격에 속한다. 그래서 펠리체가 두 젊은이가 서로 얼굴이라도 볼수 있는 만남을 주선키로 한다. 펠리체는 루나르도에게 말해서 루나르도 초청의 딘너를 갖도록한다. 다만, 카니발 기간임을 감안하여서 모두 마스크(가면)을 쓰고 참석토록 한다. 여기에 루치에타와 필리페토도 가면을 쓰고 참석해서 기회를 엿보다가 서로 만나보도록 한다는 기막힌 계획이다. 물론 펠리체는 플로렌스에서 온 리카르도 백작과 함께 참석할 생각이다. 일을 잘 되어서 루나르도의 딘너에 가면을 쓰고 참석한 루치에타와 필리페토는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보아하니 루치에타는 예쁘게 생겼고 필리페토는 핸섬하게 생겼으므로 당장 좋아하게 된다. 그런데 한편, 딘너에 참석했던 리카르도는 옆에 있는 어떤 가면 쓴 남자(칸치안)가 말을 붙이면서 얘기하기를 자기 부인이 아무래도 다른 지방에서 온 웬 놈팽이를 좋아해서 카니발에 같이 붙어 다닌는데 이거 참 큰일이라고 불평하는 것을 듣고 그것이 자기를 말하는 것인지를 당장 알아차리고는 민망해서 얼른 커튼 뒤에 숨는다.

 

아름다운 루치에타

 

그러지 칸치안은 않아도 옆자리에 앉았 있던 가면 쓴 어떤 신사가 아무래도 자기 와이프인 펠리체와 놀아다니는 놈팽이 같아서 의심스러웠던 차에 갑자기 그 신사가 사라지자 찾으러 다닌다. 커튼 뒤에 숨어 있던 리카르도는 들켜서 망신을 당하느니 보다는 먼저 나서서 자기가 리카르도 백작이라고 말하고 선수를 치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슬쩍 나타나서 집주인인 루나르도에게 자기의 신분을 밝히고 아까보니 어떤 남자가 커튼 뒤에 숨어 있던데 자기의 생각으로는 이 집 주인의 딸인 루치에타에게 눈독을 들이고자 등장한 사람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루나르도로서는 앞으로 루치에타와 결혼할 필리페토를 딘너에 초대하지 않았는데 그럴리가 없다고 하면서도 '이 놈이 또 무슨 음모를 꾸미는 모양'이라면서 잔뜩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루나르도는 그렇다면 루치에타도 이 자리에 가면을 쓰고 앉아 있을 것이니 그렇게 되면 서로 얼굴을 보게 되고 얘기를 나누게 되므로 그건 베니스의 고대 관습에 어긋나는 중대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사람들 앞에서 자기 딸 루치에타와 마우리치오의 아들 필리페토의 결혼은 취소한다고 선언하고 루치에타를 수녀원에 보내겠다고 말한다. 이어 루나르도는 다른 못난 남자들을 따로 불러서 지금의 상황은 분명히 부인들이 작당해서 꾸민 일이므로 각자 집에 돌아가서 부인들을 호되게 나무라고 상당한 벌을 내리기로 합의한다.

 

필리페토를 쫓아내는 루나르도

 

3막이 시작되면 아직도 부인네들 때문에 속이 상한 세 남편들이 불평의 트리오를 노래한다. 필리페토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난관을 해결하려면 당사자인 자기가 나설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필리페토는 로나르도를 찾아가서 실은 이 모든 계획을 자기가 꾸민 것이라면서 한편으로는 온갖 아양과 아첨과 감언으로 루나르도의 마음을 돌려 놓는데 성공한다. 처음에는 보기도 싫으니 어서 나가라고 야단법석을 떨던 루나르도는 급기야 자기가 너무했다는 생각을 하고 자기의 잘못을 인정한다. 그러자 한술 더 떠서 루치에타와 마르가리타도 나타나서 루나르도에게 용서를 구한다. 아무리 고집세고 심술맞고 못된 남자라고 해도 사랑하는 딸과 부인이 잘못했다고 하면서 용서를 구하는데 화만 낼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음이 한결 누그러진 루나르도는 사람들에게 시켜서 당장 결혼식 준비를 하라고 말한다. 먹고 마실 것도 풍부하게 준비하고서...해피 엔딩.

 

해피엔딩. 어서 잔치를 준비하라고 말하는 루나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