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장원(Straszny Dwor) - The Haunted Manor
스타니스와프 모니우츠코의 4막 국민오페라
스타니스와프 모니우츠코
폴란드에도 이웃 체코와 마찬가지로 중세 이후로 수많은 애국적인 국민작곡가들이 많이 있었다. 아무래도 고난의 역사를 지닌 나라이기 때문에 그런 작곡가들이 많았다고 볼수 있다. 그중에서도 모니우츠코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모니우츠코는 보헤미아의 스메타나와 마찬가지로 폴란드 국민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모니우츠코의 오페라 '할카', 그리고 '유령의 장원'은 폴란드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불어 넣어 준 작품이었으며 아울러 애국심을 일깨워 준 작품들이다. 모니우츠코의 뒤를 이은 폴란드의 위대한 애국적 작곡가로는 이그나치 얀 파데레프스키(Ignacy Jan Paderewski: 1866-1941)이다. 파데레프스키의 교향곡 중에 '폴로니아'(Polonia)는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와 마찬가지로 폴란드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불어 넣어 주는 뛰어난 작품이다. 파데레프스키는 1차 대전 이후 폴란드의 국민들을 애국적으로 이끈 작곡가였지만 스타니스와프 모니우츠코(Stanislaw Moniuszko: 1819-1872)는 폴란드가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시절에 폴란드 국민음악의 기치를 높이 내걸은 애국적인 작곡가였다. 그의 작품들, 특히 오페라는 애국적인 내용으로 인해서 폴란드 국민들에게는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이었지만 지배자인 러시아에게는 못마땅한 것이었다. 그래서 모니우츠코의 오페라들은 까다로운 검열을 통과해야 했고 심지어는 공연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할카'(Halks)와 함께 '유령의 장원'(Straszny dwor)도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폴란드 국민들은 '유령의 장원'을 폴란드 독립운동의 기틀로 삼았다. 한편, 폴란드가 러시아의 압박을 받고 있던 시절에 그러한 환경 아래에서는 도저히 음악활동을 할수 없다고 하여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로 갔던 애국적인 음악가로서 프레데릭 쇼팽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쇼팽은 프랑스 사람이지 폴란드 국민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그의 아버지가 프랑스 사람이었고 쇼팽이 바르샤바에서 태어났을 때 바르샤바는 프랑스 영토였기 때문이다.
스타니스와프 모니우츠코를 기념하는 폴란드 국립은행의 10만 즈워티 화폐. 폴란드의 화폐단위는 즈워티(Zloty: Zlotych)이며 약자로는 zl 이라고 쓴다.
'유령의 장원'(Straszny dwor: The Haunted Manor)은 모니우츠코가 1861-64년에 걸쳐 완성한 오페라이다. 대본은 폴란드의 극작가인 얀 체친스키(Jan Checinski)가 썼다. '유령의 장원'은 코믹하면서도 로맨틱한 내용이지만 한편으로는 폴란드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불어 넣어주는 작품이다. 예를 들어 1막의 병영장면에서는 '하나님과 국가가 부른다면 언제라도 전쟁터로 달려나가서 외적을 막겠다'라는 대사가 나오는 것이다. 음악도 대단히 뛰어나다. 폴란드의 민속적인 선율이 군데군데 묻어 있다. 그래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당시 폴란드를 지배하던 러시아는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공연금지를 했었다. '유령의 장원'은 '할카'와 함께 아마 19세기 폴란드에서 가장 뛰어난 오페라 작품일 것이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폴란드 이외의 지역에서는 이런 오페라들이 있었는지조자 잘 모르고 지내왔다. 그러다가 근자에 이르러서 폴란드 이외의 지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공연코자 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화려한 전통적인 색채 때문에 많은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폴란드의 오페라는 폴란드의 근세 역사만큼 수난이 많았다. 폴란드는 19세기 중반에 나라가 분할되어서 한쪽은 러시아가 지배하게 되었고 다른 한 쪽은 프러시아(독일)와 오스트리아가 지배하게 되었다. 그러한 처지에서 진정한 폴란드 국민들은 폴란드의 전통문화, 민족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러한 노력은 음악에서도 시도되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폴란드는 러시아화된 문화와 프러시아화된 문화로부터 탈피하여 고유의 전통을 살리고자 했다. '유령의 장원'은 스토리에 있어서나 음악에 있어서 그러나 투쟁을 반영한 작품이다. 아무튼 폴란드의 음악을 이해하고 싶으면 '할카' 또는 '유령의 장원'부터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체스니코바
'유령의 장원'의 스토리는 폴란드 시골의 장원에서 전원적인 생활을 엿볼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군인으로서 나라를 위해 충성과 헌신을 우선으로 삼으며 조국이 외세의 침입을 받을 때에는 목숨을 초개와 같이 생각하여 분연히 일떠 선다는 애국적인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 가족의 중요성도 가미되어 있다. 그래서 막이 오르는 것과 함께 애국을 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인지, 또는 누구라도 바라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이 전개된다. 다시 말하지만 '유령의 장원'이 폴란드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우선 하모니가 풍성하며 장면들의 구성이 뛰어나고 오케스트라는 미묘하면서도 색채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멜로디는 복잡하게 전개되면서도 아름답다는 것도 특색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니우츠코의 독특한 오페라적인 드라마 스타일에 폴란드의 민속적인 노래와 춤이 복합되어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고 폴란드적인 분위기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폴란드의 민속 춤으로서는 마추르카, 폴로네이스, 바르소비엔느, 폴카, 둠카, 그리고 크라코비아크(Krakowiak) 등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사실은 이런 춤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입장권을 사서 오페라 극장을 찾아간 보람이 있다.
마주르카
'유령의 장원'은 지금부터 150여년 전인 1865년 9월 28일에 바르샤바의 비엘키극장(Teatro Wielki)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그러나 단 2회 공연뿐이었다. 당시 폴란드를 지배하고 있던 러시아 당국의 검열 때문에 공연이 중지되었다. 러시아 당국은 '유령의 장원'에 내포되어 있는 애국적인 내용이 위험하다고 간주했던 것이다. 실로 당시는 러시아에 항거하는 폴란드의 1월 혁명이 비극적으로 막을 내린지 겨우 2년여 밖에 지나지 않았던 때였다. 1월 혁명이란 1863년 1월 23일에 시작된 구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이 제정러시아의 압정에 항거하는 독립운동이었다. 구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은 오늘날 폴란드,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라트비아, 우크라이나 일부, 서부 러시아 일부를 말한다. 그러나 1월 혁명은 제정러시아의 군사력을 이기지 못해서 수많은 희생자만을 남긴채 막을 내려야 했던 봉기였다. 이후로 폴란드 국민들의 마음 속에는 제정러시아에 대한 항거의 정신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한 때에 모니우츠코의 '유령의 장원'이 나와서 다시한번 폴란드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불러 일으키고자 했으므로 러시아 당국으로서는 눈의 가시였을 것이다. 모니우츠코는 '유령의 장원'이 초연을 가진후 7년을 더 살았지만 그의 생전에 '유령의 장원'이 다시 공연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미에츠니크
'유령의 장원'이 영어대본으로 만들어져서 영국에서 처음 공연된 것은 바르샤바에서 초연을 가진지 105년 후인 1970년이었다. 영국의 브리스톨대학교에서 공연되었다. 영국에 있는 폴란드 망명자들은 '유령의 장원'이 공연된다고 하니까 만사제쳐 놓고서 관람을 하러 왔다. 당시는 동서냉전이 극심하던 때였고 폴란드는 바르샤바조약의 일원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조국 폴란드를 떠나서 해외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었다. 폴란드 망명자들은 브리스톨대학교에서의 공연을 보기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왔다. 영국의 여러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왔고 네덜란드와 벨기에에 살고 있던 폴란드인들도 일부러 왔다. 실상 브리스톨대학교에서의 공연은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아마추어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령의 장원'은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후 영어버전의 '유령의 장원'은 영국에서만 여러번 공연되었다. 미국에서는 200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포켓오페라가 새로운 영어버전으로 처음 공연하였다. 이제 스토리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그 전에 주요 등장인물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마을 여인들의 흥겨운 노래
- 미에츠니크(Miecznik: Bar). 군주의 검을 들고가는 사람.
- 한나(Hanna: S). 미에츠니크의 딸. 야드비가의 언니
- 야드비가(Jadwiga: MS). 미에츠니크의 딸. 한나의 여동생.
- 스테판(Stefan: T). 기병(후사르). 츠비그니에프의 형.
- 츠비그니에프(Zbigniew: B). 역시 후사르. 스테판의 동생.
- 체스니코바(Czesnikowa: Cont.). 스테판과 츠비그니에프의 숙모
- 마시에이(Maciej: Bar). 체스니코바 가족의 하인
- 스콜루바(Skoluba: B). 미에츠니크 집안의 집사장 겸 문직이.
- 판 다마치(Pan Damazy: T). 멋쟁이 변호사
- 마르타(Marta: MS). 가정부
- 그르체스(Grzes: Bar). 농장의 일꾼, 노파(MS), 소년 클로피에츠(대사)
흥겨운 마주르카
1막. 스테판과 츠비그니에프는 형제이다. 두 형제는 폴란드군의 용감한 후사르(기병)이다. 외적이 폴란드에 침입하자 전선에 나가서 용감히 싸워 적군이 더 이상 폴란드 국경을 넘보지 못하게 하는데 기여했다. 이제 폴란드에도 평화가 왔다. 하지만 언제 다시 외적이 처들어 올지 모른다. 두 형제는 군대복무의 기간이 끝나서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두 형제는 전우들이 마련해준 송별식에서 고향에 돌아가서 아무리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인들을 만난다고 해도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서약한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가진다면 훗날 조국 폴란드가 외적의 침입으로 위기에 처해 있을 때에 아무런 미련 없이 전선으로 달려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동료 전우들이 그렇다고 그러면서 '사실 마누라는 안달만하고 골치꺼리다'라고 말해 준다. 병영의 장면이 재미있다. 두 형제는 이윽고 고향 마을로 돌아온다. 인근에 있는 가족들은 물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두 사람의 빛나는 귀향을 환영한다. 두 형제는 전통에 따라서 빵과 소금으로 귀향을 환영 받는다. 두형제는 이제로부터 평안하고 여유있는 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사랑스런 두 딸이 좋은 남편을 만나게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 미에츠니크
그런데 그런 생각이 숙모인 체스니코바 때문에 여지없이 무너진다. 숙모인 체스니코바는 젊고 용감하고 잘 생긴 두 조카가 고향에 돌아오자 자기가 잘 아는 처녀들과 중매를 설 생각이다. 그러면 조카들로부터도 감사의 선물을 받을 것이고 처녀들로부터도 감사의 선물을 받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사실상 마을에서는 얼마전부터 처녀들만 늘어나고 신랑감은 부족해서 난리들이었다. 7대 1이나 된다는 것이다. 아무튼 자기들을 결혼시키려는 숙모의 계획을 들은 두 형제는 어떻게 해서든지 숙모인 체스니코바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옛 친구로서 칼리노브(Kalinow)에 살고 있는 미에츠니크에게서 빌린 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떠나야 한다고 구실을 만든다. 칼리노브의 장원에 살고 있는 미에츠니크는 국왕이 행차 할 때에 국왕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서 국왕의 앞에서 검을 받들고 가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빼대있는 가문의 인물이다. 미에츠니크에게는 아직 정혼하지 않은 두 딸이 있다. 한나와 야드비가이다. 둘 다 아름답고 교양있는 처녀들이어서 벌써부터 여러 청년들이 결혼을 바라고 있는 처지이다. 그런데 미에츠니크의 장원은 그 지방에서 유령이 돌아다니는 집이라는 소문이 있다. 그 사실을 얻어 들은 숙모 체스니코바는 두 조카들에게 칼리노브의 장원은 '유령의 장원'이기 때문에 가면 큰 불운이 닥친다하면서 가지 못하게 말린다. 그러나 두 형제는 미신이란 있을수 없다고 하면서 아무런 두려움이 없이 칼리노브의 장원으로 떠난다.
스콜루바가 유령행세를 하며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있다.
2막. 섣달 그믐날의 저녁이다. 이날에는 새해의 운수를 점치는 관습이 있다. 주로 왁스점을 본다. 왁스를 녹여서 찬 물에 떨어트리면 별별 모양이 생긴다. 그 모양을 보고 운수를 점치는 것이다. 특히 처녀들은 새해에 자기들의 남편이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이 될것인지를 왁스 모양을 보고 점을 친다. 한나와 야드비가도 왁스점을 본다. 불에 녹인 왁스를 찬 물에 떨어트렸더니 군인의 투구와 창과 군마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것으로 볼때 두 자매는 장래 남편은 분명히 후사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나에게는 다마치라는 청년이 구혼을 하고 있다. 다마치는 멋쟁이 변호사이다. 하지만 좀 약아빠진 것 같은 사람이다. 다마치는 한나가 떨어트린 왁스를 보고 모양이 귀족들이 쓰는 가발과 법원에서 입는 가운이라고 주장한다. 가발과 가운이라고 하면 변호사들이 입는 것이다. 다마치는 한나에게 자기야 말로 변호사이므로 왁스점이 보여준대로 한나의 장래 남편으로서 운명지어 졌다고 주장한다. 한나는 다마치의 말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미 장래 남편이 될 사람은 후사르라는 점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버지인 미에츠니크는 벌써부터 두 딸의 남편이 될 사람은 용감하고 애국적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한나가 스테판의 담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일부러 칼싸움을 벌이지만 상대가 되지 않는다.
두 형제의 숙모인 체스니코바가 장원을 찾아온다. 체스니코바는 전부터 미에츠니크와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이기 때문에 섣달 그믐날에 인사차 방문한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체스니코바가 미리 장원을 찾아온 것은 두 형제가 혹시나 미에츠니크의 두 딸을 만나보고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면 자기가 주선한 처녀들과의 결혼이 물거품이 되므로 그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목적 때문이다. 체스니코바는 미에츠니크의 두 딸들에게 스테판과 츠비그니에프가 비록 후사르로 근무하다가 제대해서 고향에 돌아왔지만 용감하기는 커녕 대단히 겁장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어서 아예 관심을 갖지 않도록 하자는 속셈이다. 그래서 두 딸들에게 스테판과 츠비그니에프가 여간 겁장이가 아니라고 있는말 없는말 보태서 설명해 준다. 그때 마침 장원의 집사장인 스콜루바가 인솔해서 사냥을 나갔던 사람들이 커다란 멧돼지 한마리를 잡아서 돌아온다. 수콜루바는 그 사나운 멧돼지를 자기가 총을 쏘아서 잡았다고 자랑한다. 그러자 사냥에 나갔던 다른 사람들은 실은 누군지 모르는 두 젊은 나그네가 마침 그 곳을 지나다가 멧돼지가 날뛰자 용감하게 앞에 나가서 총을 쏘아 잡았다고 말한다. 집사장인 스콜루바는 자기의 용감성을 광고해서 주인 미에츠니크와 둘째 딸 야드비가의 환심을 사려고 했는데 그만 허사가 될 판이다. 잠시후에 스테판과 츠비그니에프 형제가 집으로부터 데리고 온 하인 마시에이와 함께 장원에 들어선다. 장원의 주인인 미에츠니크는 두 형제를 따듯하게 환영하며 두 딸들에게 소개한다. 두 딸들은 스테판과 츠비그니에프가 겉으로보기에는 참으로 믿음직스럽고 교양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겁장이인지 아닌지를 테스트해보기로 한다. 그래서 일부러 화가 난 척하면서 칼을 빼어 들어 결투를 해보지만 스테판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한편, 변호사인 다마치도 두 형제가 겁장이인 것을 증명해서 한나의 사랑을 차지하고 싶은 심정이다. 또한 집사장인 수콜루바도 이들 두 형제는 겁장이이며 자기야 말로 멧돼지를 잡은 용감한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 그래서 역시 나름대로 두 형제에게 겁을 주는 계략을 실천키로 한다.
피날레에서 축복의 장면
3막. 밤이 된다. 두 형제는 손님방으로 안내를 받는다. 마찬가지로 하인 마시에이도 방하나를 배정받는다. 두 형제가 하룻밤을 지낼 방에는 두 여인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커다란 초상화여서 액자 안에 있는 여인들은 마치 실물과 같이 보인다. 방한쪽에는 커다란 괘종시계가 놓여 있다. 집사장인 스콜루바는 두 형제와 하인 마시에이에게 초상화들과 시계는 마법에 걸려 있기 때문에 혹시나 무서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말해 준다. 그렇게 설명하면서 부르는 집사장의 아리아가 대단히 아름답다. 그런데 초상화의 두 여인은 실은 한나와 야드비게가 마치 그림처럼 액자 뒤에 숨어 있는 것이고 벽시계에는 다마치가 숨어 있다. 아무튼 두 형제는 미신이란 있을수 없다고 하면서 도무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하인 마시에이는 집사장의 말을 듣고 겁이 나서 혼자 못자겠다고 난리를 편다. 동생 츠비그니에프가 하인 마시에이를 데리고 그의 방으로 가서 잠자는 것을 보고 오겠다고 한다. 혼자 있게 된 스테판은 피곤해서 침대에 누우려고 하는데 갑자기 벽시계가 으시시하게 울린다. 그리고 가만히 보니까 여인들 초상화가 마치 살아 있는 사람들처럼 서로 소곤소곤대고 있는 것같다. 하지만 스테판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태평이다. 동생 츠비그니에프가 하인을 잠재우고 방으로 돌아온다. 두 형제는 실은 이 장원의 두 딸인 한나와 야드비가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 말을 들은 초상화 속의 두 여인은 기쁘기 한이 없지만 그렇다고 말을 한마디라도 할 형편이 아니어서 참고 있다.
체스니코바가 마을 사람들에게 미에츠니크의 장원은 유령의 장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두 형제는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괘종시계가 울리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칼을 빼어들고 살펴보기 시작한다. 마귀가 나타나면 칼을 들어 물리칠 생각이다. 시계 속에 숨어 있던 다마치는 혹시나 마귀로 오인을 받아 칼에 찔려 죽을것 같아 겁이나서 시계로부터 기어나온다. 그리고는 실은 자기가 두 형제가 겁장이인지 아닌지를 테스트해보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니 너그럽게 용서해 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 그러면서 두 형제에게 이 장원이 '유령의 장원'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옛날에 억울하게 죽은 처녀의 혼령이 아직도 밤만 되면 나타나서 떠돌아 다니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럴듯하게 꾸며서 설명한다. 두 형제는 만일 그렇다면 억울한 혼령이 있는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것이 신사로서 취할 도리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곳에 가서 하룻밤을 지내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짐을 들고 장원에서 나가려 한다.
미에츠니크에게 한나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말하는 다마치
4막. 미에츠니크는 손님으로 온 두 형제가 밤중에 장원을 떠나 다른 숙소를 찾아가려는 것을 알고 그러면 자기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 형제에게 이 장원에 '유령의 장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연을 설명해주고 오해를 풀기로 한다. 그때 파티에 참석했던 사람들과 춤추는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와서 흥겹게 파티를 하고 춤을 춘다. 이 장면이 저 유명한 마주르카의 장면이다. 한바탕 춤 파티가 열리고 나자 그제서야 미에츠니크는 두 형제에게 '유령의 장원'에 대한 사연을 얘기해 준다. 이야기는 미에츠니크의 증조 할아버지 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증조 할아버지에게는 아홉 딸이 있었다. 모두들 아름답고 교양있어서 청년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장원을 찾아오는 청년들은 너도나도 딸들에게 청혼을 하여 마침내 딸들이 하나 둘씩 좋은 남편들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그러자 마을에 사는 어떤 부인네가 자기의 딸들은 결혼을 하지 못해서 걱정인데 장원의 딸들은 하나 둘씩 훌륭하게 결혼하는 것을 보고 시기하는 마음에서 장원에 유령이 나온다는 헛소문을 퍼트려서 청년들이 겁이나서 더 이상 찾아가지 못하도록 음모를 꾸몄다. 그렇게 해서 미에츠니크의 장원은 사실과는 달리 '유령의 장원'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는 것이다. 두 형제는 미에츠니크에게 자기들이 오해를 했다고 하면서 용서를 구한다. 그러면서 실은 한나와 야드비게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미에츠니크는 친구의 아들들이 자기의 두 딸들에게 청혼하자 기쁜 마음으로 축복을 내려 준다. 스테판과 츠비그니에프는 한나와 야드비게에게 결혼한 후에 만일 조국이 외적의 침략을 받게 되면 당장 전선으로 달려나가서 목숨을 바쳐 싸우겠다고 말하자 폴란드의 남자라면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다짐한다. 모두 두 형제와 두 자매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다만, 숙모인 체스니코바와 한나를 좋아했던 다마치, 그리고 자기가 멧돼지를 잡은 용감한 사람이라는 것을 내보이려했던 스콜루바만이 쓴 오이를 씹어먹은 얼굴이다.
해피엔딩
폴란드의 칼리노바에 있는 '유령의 장원'의 모델이 된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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