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에피소드

오페라 속의 오페라

정준극 2016. 5. 15. 23:17

오페라 속의 오페라

Opera within an Opera


오페라 속에서 드라마가 공연되는 오페라들이 있다. 오페라의 무대 위에 또 다른 무대가 마련되어서 연극을 공연하는 것이다. 연극이라고 해도 오페라에 나오는 연극이기 때문에 출연자들이 오페라처럼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오페라 속에서 또 다른 드라마가 공연되기 때문에 오페라의 스토리와 연극의 스토리를 혼동하기 쉽다. 대표적인 예가 '팔리아치'이다. 오페라 속의 연극과 현실 중에서 어떤 것이 드라마이고 어떤 것이 현실인지 알수 없어서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다음은 오페라 속에서 오페라가 나오는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벤자민 브리튼)

셰익스피어 원작의 '한여름 밤의 꿈'은 세개의 스토리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진행되는 드라마이다. 하나는 요정의 나라 오베론 왕과 타티아나 왕비에 대한 이야기이며 두번째는 마을의 젊은 두 커플인 리산더-헤르미아, 드미트리우스-헬레나의 티격태격하는 로맨스에 대한 이야기이고 세번째는 마을 사람들이 아테네 공작 테세우스와 히폴리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 고대 그리스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피라무스와 티스베에 대한 이야기를 연극으로 공연하는 내용이다. 그중에서도 하일라이트는 피라무스와 티스베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이다. 훌륭하신 영주의 결혼식에서 그런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축하 공연한다는 것이 마땅치 않지만 스토리의 초점을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에 두었으므로 관찮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무대


피라무스와 티스베의 비극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기원전 1세기경 로마의 시인인 오비디우스가 쓴 '변신'(Metamorphoses)에 나오는 바벨론의 전설이다. 바벨론이라고 하면 지금의 이라크이므로 피라무스와 티스베는 비록 그리스의 이름이지만 바벨론 사람들이라는 것이 타당하다. 피라무스와 티스베에 대한 이야기는 기원전 10세기경 세라미스 여왕이 바벨론을 통치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한 마을에 살고 있는 피라무스와 티스베는 서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이들의 부모들은 사이가 나빠서 피라무스와 티스베의 사랑을 한사코 반대한다. 이에 두 젊은 연인들은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들의 사랑을 증명한다는 내용이다. 셰익스피어는 당연히 오비디우스의 '피라무스와 티스베'의 전설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불후의 명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완성했다. 아무튼 아테네의 장인들이 영주인 테세우스와 히폴리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한 연극이 바로 '피라무스와 티스베'였다. 아테네의 장인들이 그런 연극을 준비한 것은 평소에 테세우스 공작으로부터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감사하는 뜻에서였다. 아테네의 장인들이란 옷감장인, 목공장인, 철공장인 등등이다. 결론적으로, 연극은 극본도 형편없고 출연배우들의 연기도 형편없었지만 테세우스 공작과 히폴리타는 만족했다고 한다. 


피라무스와 티스베 연극 준비. 바비칸 극장


낙소스의 아리아드네(Ariadne auf Naxos: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자기의 오페라들을 성공적으로 공연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낙소스의 아리아드네'를 만들었다. 오페라를 제작한 사람들로서는 감독과 성악가들도 있지만 이밖에도 무대장치를 맡은 사람, 의상을 담당한 사람, 조명을 맡은 사람 등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해당된다. '낙소스의 아리아드네'는 비엔나에 있는 어떤 귀족의 저택에서 가설무대를 설치해 놓고 공연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19세기에 비엔나의 귀족들은 손님 접대를 위해, 또는 여흥을 위해 자기들의 저택에서 오페라를 공연하는 것을 즐겨했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배경으로 삼은 것이다. 그날 밤 귀족 저택에서의 여흥 프로그램으로서는 먼저 코미디가 한편 공연되고 이어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를 내용으로 하는 오페라를 공연토록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코미디를 공연하는 배우들과 감독, 오페라를 공연하는 성악가들과 감독은 제한된 시간에 충분히 효과를 거두는 공연을 해서 자기들을 초청한 귀족의 마음에 들도록 해야 했다. 왜냐하면 밤 9시에는 무슨 수가 있어도 불꽃 놀이가 시작되어야 하므로 그 전에 코미디와 오페라를 공연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니 코미디 감독 및 배우들, 오페라 감독 및 성악가들은 서로 경쟁의식으로 긴장되어 있을수 밖에 없었다. 


프리마 돈나와 알레퀸들


그런 처지인데 안타깝게도 오페라 공연준비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우선 출연자들이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특히 테너가 문제여서 자기가 제일이라고 뽐내기만 하고 있다. 아리아드네역을 맡은 소프라노는 무대연습은 하지 않고 분장실에서 얼간이 추종자들을 만나 노닥거리느라고 정신이 없다. 악기 연주자들도 제멋대로이다. 바이올린을 찾자 손님들의 식사에 불려가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감독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지만 어쩔수 없다. 코미디팀의 대장은 체르비네타라는 여자이다. 음악감독은 처음에 체르비네타를 보고 좀 날씬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서 은근히 마음이 끌렸었다. 그러나 그날 밤 공연 사례금의 절반은 코미디팀이 차지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뚱뚱한 체르비네타를 원수처럼 생각한다. 음악감독은 코미디 광대들과 훌륭한 음악가들을 똑 같이 취급하는데 대하여 속이 상한 것이다. 아무튼 모든 사람들이 공연 때문에 정신없는듯 보이지만 정작 공연에 신경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코미디를 준비하고 있는 체르비네타 등


그날 밤의 모든 행사를 총괄하는 귀족 집안의 집사장은 두 개의 공연 때문에 불꽃놀이가 늦게 시작되지 않도록 하는 묘안을 생각해 낸다. 오페라와 코미디를 동시에 공연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집사장이 자기의 아이디어를 음악감독에게 말하자 음악감독은 이 새로운 요청을 단연코 거절한다. 어떻게 같은 무대에서 한쪽에서는 오페라가 공연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코미디를 펼칠 수 있다는 말인가? 음악감독이 난색을 표하자 집사장은 음악감독과 작곡가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집사장은 ‘여보게! 오페라의 한 파트로 코미디를 넣으면 안 되겠나? 광대들을 오페라에 출연시키면 어쨌든 밤 9시 전에 끝낼수 있지 않은가? 주인 나리가 좋아하시겠는데..’라고 말한다. 주인 나리라는 소리에 음악감독과 작곡가는 어쩔 수 없이 이 제안을 승낙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프라노가 그 소리를 듣고 나서 방방 뜬다. 오페라의 프리마 돈나인데 딴따라와 함께 같은 무대에서 공연한다는 일은 절대로 못하겠다는 주장이다. 소프라노는 음악감독이 '오늘 밤의 모든 박수갈채는 프리마 돈나의 것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자 겨우 마음을 돌려놓는다. 코미디 광대들이 나타나 오늘밤의 오페라 내용이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 음악 감독은 아름다운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에게 버림을 받아 실연 끝에 무인도에 와서 죽을 작정만 하고 있는데 바카스라는 미남 신이 나타나자 어느덧 마음이 맞아 언제 죽을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해준다. 코미디팀 대장인 체르비네타는 ‘여자란 다 그래! 새 애인 찾으러 무인도에 갔구만!’이라고 나불거린다. 음악 감독은 그 대사가 참 좋다고 하면서 작곡가에게 어서 저 내용을 피날레에 넣으라고 소리친다.


코미디 팀과 오페라 팀의 티격태격


막이 오르자 무대는 기괴한 동굴이 보이는 무인도이다. 주인공인 크레테의 아름다운 공주 아리아드네가 아테네의 왕인 테세우스로부터 버림을 받자 낙소스라고 하는 섬의 동굴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아리아드네는 지하세계의 신 헤르메스가 어서 자기를 데려가 주기를 소망하고 있다. 코미디 팀의 광대들이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절망에 빠져있는 아리아드네의 기분을 돌려놓으려고 애를 쓰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리아드네는 오로지 죽음만이 지금의 자기를 구해 줄 수 있다고 중얼 거린다. 이번에는 코미디 팀의 우두머리인 체르비네타가 자기의 특기를 살려 아리아드네의 기분을 돌려놓으려고 노력한다. 이 때에 체르비네타는 믿을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그리고 복잡한 수퍼 아리아를 부른다. 자기를 떠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바로 자기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내용이다. 그때 멀리서 섬을 향해 배 한척이 들어온다. 이 광경을 본 아리아드네는 자기를 버렸다고 믿었던 테세우스가 마음을 돌려 찾아온 것으로 생각하여 기분이 들떠서 마중하러 뛰어 나간다. 그러나 그 배에는 젊은 미남 신인 바커스가 타고 있다. 해안에 도착한 바커스는 아리아드네를 보자마자 반하여 사랑을 고백한다. 어느새 두 사람은 행복한 마음으로 동굴로 되돌아가는 중 막이 내린다. 광대역의 체르비네타가 막을 비집고 나와 결론을 얘기한다. ‘우리 여자들은 새로운 미남이 나타나는 순간 곧이어 마음을 빼앗긴답니다.’


팔리아치(I Pagliacci: 루제로 레온카발로)

'팔리아치'는 이탈리아 베리스모 오페라의 모델이다. 그런데 공연시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더블 빌로서 공연을 한다. '팔리아치'는 어릿광대들을 말하지만 여기서는 카니오가 단장으로 있는 유랑극단의 배우들을 말한다. 카니오의 유랑극단이 마을을 찾아 온다. 그날 저녁 가설무대에서 공연이 있다. 카니오의 예쁜 부인이 네다이다. 네다는 유랑극단의 생활이 싫고 더구나 너무 질투심만 많은 남편 카니오가 싫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 네다를 마을 청년 실비오가 좋아해서 함께 멀리 도망가자고 말한다. 네다와 실비오는 앞날의 사랑을 위해 뜨겁게 포옹한다. 카니오가 이 장면을 목격하지만 어둠 속이라서 남자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실비오는 어둠 속에서 인기척이 있자 네다에게 저녁 공연이 끝난후 만나서 떠나자고 말하고 재빨리 사라진다. 어둠속에서 나타난 카니오는 네다에게 방금 같이 있던 놈이 누구냐고 물으면서 마치 죽일 듯이 칼을 빼어들고 위협한다. 바로 그 때 어떤 단원이 네다에게 당장 연극을 시작해야 하니 빨리 무대로 나가라고 소리친다. 이틈에 네다는 도망치듯 가설무대로 나간다. 혼자 남은 카니오는 자기도 곧 연극에 출연해야 하므로 Vesti la guibba(의상을 입어라)라는 아리아를 부른후 가설무대 안으로 들어간다. 카니오의 아리아는 오페라의 모든 테너 아리아 중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의 하나로서 부인의 변절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먹고 살기 위해 어릿광대의 의상을 입고 무대에 나가야 하는 자기의 한심한 신세를 한탄하며 격정적으로 부르는 곡이다.


유랑극단의 무대와 무대 위의 관객들


어서 연극을 공연하라고 재촉하는 마을 사람들의 합창에 이어 가설무대의 막이 올라간다. 무대 위에 또 다른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가설무대에 한쪽에는 어릿광대인 콜롬비나로 분장한 네다가 앉아 있다. 콜롬비나는 극중의 남편인 팔리아쵸(어릿광대)를 기다리고 있다. 팔리아쵸의 역할은 네다의 실제 남편인 카니오이다. 그러는 중에 무대 뒤에서 알레키노로 분장한 또 다른 단원인 뻬페가 ‘오, 콜롬비나, 그대의 사랑 알레키노가 기다리고 있소이다’라는 세레나데를 부른다. 조금 전에 벌어졌던 무대 뒤에서의 상황이 가설무대 위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과 같다. 연극은 계속된다. 어릿광대로 분장한 뻬페가 등장하여 콜롬비나에게 수면제를 주며 남편 팔리아쵸가 들어오면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하고 둘이서 멀리 도망치자고 말한다. 그러한 때에 남편 팔리아쵸(카니오)가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오고 있다. 뻬페는 창문을 통해 재빨리 도망간다. 이어서 콜롬비나(네다)가 극본에 있는 대로 ‘이 밤 이후로 이 몸은 영원히 당신 것이어요!’라는 대사를 소리친다. 콜롬비나(네다)의 이같은 대사를 들은 팔리아쵸(카니오)는 연극과 현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다. 카니오는 네다가 뻬페와 함께 정말 멀리 도망가려는 것으로 착각한다.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이 꼭 그럴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카니오는 극중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질투의 화신이 되어 얼굴 화장을 문질러 지우면서 No. Pagliaccio non son(나는 팔리아쵸가 아니다)라는 아리아를 부르며 절규한다. 가설무대 앞에 앉아 있던 관중들은 속절없이 ‘와, 팔리아쵸가 연기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네!’라면서 박수를 보낸다.


네다를 믿지 못하는 카니오


네다(콜롬비나)는 갑자기 카니오(팔리아쵸)의 행동이 이상해지자 두려움에 객석으로 몸을 피하려고 한다. 그러자 카니오(팔리아쵸)는 네다(콜롬비나)를 붙잡고 ‘같이 도망가려는 애인이 어떤 놈이냐?’고 다그치듯 윽박지른다. 네다(콜롬비나)가 정말 겁이 나서 몸을 피하자 카니오(팔리아쵸)는 느닷없이 칼을 빼들고 네다(콜롬비나)를 쫓아가 등을 찌른다. 불쌍한 네다(콜롬비나)는 피를 흘리면 쓰러진다. 네다(콜롬비나)는 죽어가면서 함께 도망가기로 약속한 마을 청년 실비오의 이름을 부른다. 무대 위의 객석에 있던 실비오가 네다를 도와주려고 가설무대에 뛰어 오른다. 실비오를 본 카니오(팔리아쵸)는 그제서야 네다가 실비오와 함께 도망가려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비오 역시 정신 나간 카니오(팔리아쵸)의 칼에 목숨을 잃는다. 극도의 증오심과 질투심 때문에 끔찍한 일을 저지른 카니오(팔리아쵸)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무대 앞으로 다가가서 진짜 관중들에게 La commedia e finita(연극은 끝났습니다)라고 중얼거린다. 남들을 위해 웃어야 하면서도 속으로는 울어야 하는 것이 팔리아치의 운명이다.


○ 햄릿(Hamlet: 앙브루아즈 토마)

셰익스피어의 5대 비극 중에 하나인 '햄릿'을 프랑스의 앙브루아즈 토마가 오페라로 만들었다. 얼마전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부왕의 혼령이 아들 햄릿에게 나타나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였으니 복수를 해 달라는 식으로 얘기한다. 이에 햄릿은 그러지 않아도 새로 왕의 자리에 오른 삼촌과 그런 삼촌을 좋아해서 결혼한 어머니에 대하여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던 차에 부왕의 혼령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듣고나자 어머니와 삼촌이 함께 음모를 꾸며서 아버지를 암살했다고 믿는다. 햄릿은 유랑극단의 연극을 통해서 삼촌과 어머니의 흉악한 음모를 파헤치려고 한다. 그래서 오페라 중에 연극이 공연된다. 오페라 속의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대사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연기만 한다. 판토마임이다. 작은 무대 위로 왕관을 쓴 나이 많은 왕이 왕비의 부축을 받으며 등장한다. 왕비의 모습과 의상은 햄릿의 어머니인 게르트루드 왕비와 비슷하여 왕비가 직접 연극에 출연한 것으로 오해 받을수 있는 정도이다. 햄릿은 삼촌인 클라우디우스 왕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판토마임의 시작을 알리는 대사를 얘기한다. 햄릿의 내레이션이 '이들은 늙은 곤자가 왕과 귀네비어 왕비입니다'이다. 무언극은 햄릿의 해설로 계속 진행된다. 귀네비어는 늙은 곤자가에게 그에 대한 자기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며 곤자가를 어떤 한적한 장소로 데려온다. 피곤한 곤자가는 귀네비어의 팔을 베개삼아 잠이 든다. 범인이 나타난다. 귀네비어는 가지고 있던 독약을 범인에게 넘겨 준다. 범인은 독약을 곤자가의 입에 붓는다. 곤자가가 숨을 거두자 범인은 왕관을 차지하고 자기 머리에 쓴다.

 

유랑극단 배우들이 판토마임으로 햄릿의 부왕을 삼촌이 암살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그 순간에 햄릿은 해설을 중단하고 클라우디우스에게 직접 질문을 던진다. '폐하, 얼굴이 창백해 지셨습니다'이다. 왕은 당황하기도 하고 화가 나서 '치워라, 이런 비열한 연극을 집어 치워라'라고 소리친다. 그 소리를 들은 햄릿은 순간 미친듯이 격정적이 되어 클라우디우스에게 '당신이야말로 독약을 부은자이다'라고 소리친다. 햄릿은 왕에게 다가가서 왕이 쓰고 있는 왕관을 낚아 채며 '거짓의 가면을 벗어라. 허황된 왕관을 벗어라'라고 말한다. 그러자 왕은 왕관을 다시 차지하려고 하면서 엄숙하게 선언한다. '오 치명적인 모욕! 눈먼 광기! 모든 사람의 마음을 두려움으로 흥을 깨는도다'이다. 왕비는 '정신이 나갔구나, 아들이 나를 멸시하도다. 그가 나에게 반항하는 구나'라며 소리친다. 왕과 왕비의 외침과 여기에 햄릿과 오펠리아, 폴로니우스, 마르첼루스, 호라시오 등이 합세하여 혼란스러우면서도 장대한 7중창이 이루어진다. 햄릿은 그 자리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왕이 바삐 자리를 뜨자 왕비도 따라서 나간다. 궁정 사람들 모두들 너무나 충격을 받아서인지 떠난다. 잠시후 정신을 차린 햄릿이 긴의자에 홀로 앉아 있다. 햄릿은 자기의 지나치게 흥분된 행동으로 일을 망친 것을 크게 자책하고 있다. 햄릿의 자책이 '그 악당을 죽일수도 있었는데'이다. 그같은 자책감은 햄릿으로 하여금 보다 차분하고 보다 자기성찰적인 독백으로 이어진다. 저 유명한 To be or not to be(Etre ou ne pas etre: 죽느냐 사느냐/그것이 문제로다)이다. 


○ 베르사이유의 유령(The Ghost of Versaille: 존 코릴리아노)

18세기 프랑스의 시인이며 작가인 피에르 오귀스탱 드 갸롱 보마르셰는 '피가로 3부작'으로 이름을 높혔다. '피가로 3부작'의 1부는 로시니가 오페라로 만든 '세빌리아의 이발사'이며 2부는 모차르트가 오페라로 만든 '피가로의 결혼'이다. 3부는 '죄많은 어머니'라는 제목이다. 내용이 건전치 못하다는 이유 등으로 연극이나 오페라로 공연되는 것을 자제하였는데 근자에 프랑스의 다리우스 미요가 오페라로 만들기는 했지만 별로 자주 공연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던차에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이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존 코릴리아노에게 새로운 오페라의 작곡을 의뢰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베르사이유의 유령'이다. 대본은 영국의 윌리멈 호프만이 맡았다. 그러면 피가로 3부작으로 유명한 보마르셰와 '베르사이유의 유령'은 무슨 관계가 있는가? 간단히 말해서 '피가로 3부작'의 마지막 편이 '죄 많은 어머니'이지만 그것을 떠나서 존 코릴리아노와 윌리엄 호프만은 '베르사이유의 유령'이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만들면서 스토리를 마치 '피가로 3부작'의 3부처럼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피가로 3부작'의 1부와 2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대로 나오기는 하는데 내용이 너무나 황당해서 과연 어디까지를 믿어야 하고 어디까지를 믿지 말아야 하는지 도무지 알수 없는 형편이다. 중요한 것은 '베르사이유의 유령'이라는 오페라에 '안토니아를 위한 피가로 같은 사람'(A Figaro for Antonia)이라는 연극이 별도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방황하는 마리 앙뚜아네트의 유령


무대는 루이 16세의 궁전이 베르사이유이며 내용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뚜아네트(마리아 안토니아)의 사후 생활을 다룬 것이다. 보마르셰는 이 오페라에서 배역을 맡아서 출연자로 등장한다. 마리 앙뚜아네트는 길로틴에서 참수형을 당한 후에 유령이 되었지만 아무래도 기분이 우울하다. 그런 앙뚜아네트를 위로하기 위해 극작가인 보마르셰가 오페라를 만들어서 공연키로 했다. 보마르셰는 새로운 대본이라고 주장하지만 가만히 보면 '피가로 3부작'에서 3부인 '죄많은 어머니'(La Mere coupable)를 많이 참고한 것이다. 새로운 오페라에서 알마비바 백작은 파리에 주재하는 스페인 대사로 등장한다. 알마비바 백작은 충실한 하인인 피가로와 함게 프랑스 혁명의 와중에 있는 마리 앙뚜아네트를 구출코자 한다. 그런데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보마르셰 자신이 오페라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피가로 및 그의 부인인 수잔나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서 왕비를 구출코자 한다는 내용이지만 실상은 그렇게 간단한 내용이 아니다.


LA오페라 무대


오페라가 시작되면 베르사이유궁전의 오페라극장에 루이16세의 유령이 도착한다. 루이 16세는 어떤 평민이 왕비인 마리 앙뚜아네뜨를 사랑하고 있지만 자기는 이미 유령이기 때문에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루이왕은 요즘 따분하고 지루하므로 오늘 공연하는 보마르셰의 새로운 오페라(안토니아를 위한 피가로라는 사람)가 재미났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한편, 보마르셰는 우아한 왕비에게 사랑을 호소하지만 왕비는 자기가 과거에 길로틴에 처형당했던 끔찍한 기억을 상기하면서 보마르셰에게 자기를 단념하라고 말한다. 보마르셰는 잠시후 공연될 자기의 새로운 오페라의 공연을 보면 자기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한다. 오페라속의 오페라의 프롤로그이다. 피가로가 빚쟁이와 여러명 남자들의 추격을 따돌리며 무대에 등장한다. 남자들이 피가로를 잡으려는 것은 피가로가 돈 조반니 뺨치게 자기들의 딸들과 아내들을 농락했기 때문이다. 겨우 숨을 돌린 피가로는 지난날의 모험과 현재의 생활을 설명하는 아리아를 부른다. 어떤 경우에는 외교관이 되었다가 곡예사도 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에티켓 선생도 되었다는 얘기이다. 오페라를 관람하고 있던 귀족 유령들은 피가로의 아리아가 기교가 훌륭하고 재미있다고 하면서 박수를 친다. 오페라 속의 오페라가 정식으로 시작되기 전에 보마르셰가 무대 위에 나타나 왕비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만 가질수 있다면 과거 역사를 변경할수 있으며 프랑스혁명을 중지시킬 수 있고 더구나 왕비의 단두대 처형을 막을수 있다고 설명한다(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대하여는 이미 본 블로그의 마리 앙뚜아네트 편에서 별도로 설명하였다.) 


마리 앙뚜아네트를 사랑하는 보마르셰


오페라 속의 오페라의 무대는 1793년, 파리 소재 터키대사관이다. 파티에서 스페인대사인 알마비바 백작이 영국대사에게 왕비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라고 제안한다. 영국대사가 바짝 흥미를 보인다. 이때 관중석에 있는 루이왕이 보마르셰에게 오페라를 중지하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극작가는 오페라를 중지하고 출연진 하나하나를 무대로 나오라고 해서 소개하라는 말로 알아듣고 배역들을 무대 위로 불러올린다. 알마비바백작, 그의 하인인 피가로와 피가로와 결혼한 수잔나, 백작부인인 로지나, 로지나와 케루비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레온, 알마비바백작이 어떤 여인과 관계를 맺어서 태어난 딸로서 레온을 사랑하는 플로레스틴이 소개된다. 알마비바백작은 극작가의 소개 때문에 무대 위에서 백작부인인 로지나의 아들로 레온이란 청년이 있다는 것과 더구나 그 청년이 부인인 로지나가 케루비노와 부정을 저질러서 태어난 것을 비로소 알게 된다. 백작은 화가 치밀어 어찌할줄 모른다. 더구나 딸 플로레스틴이 레온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것을 알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와 딸 플로레스틴을 귀족들이 싫어하는 혁명주의자 베기어쓰의 하인인 시골뜨기 빌헬름과 결혼시키겠다고 약속한다. 여기까지는 서막이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시간이 없어서 결론만 말한다면, 앙뚜아네뜨는 보마르셰에게 더 이상 과거를 다시 만들려고 하지 말라고 말한다. 과거를 바꾸어 놓는다면 현재 보마르셰가 왕비를 사랑하는 것을 부인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알바비바백작의 가족들은 모두 미국으로 도망가고 보마르셰와 왕비의 유령은 다시한번 자기들의 처형장면을 구경한후 극장을 떠난다. 두 유령은 나중에 천국에서 결합한다는 내용이다.


○ 카르디약(Cardillac: 프란시스 풀랑크)

파리에서도 유명한 금세공장인이 카르디약은 자기가 만든 작품들에 대하여 너무나 애착을 가진 나머지 이미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간 자기의 작품들을 회수하기 위해 소장자를 하나하나 살해한다. 카르디약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오페라 소프라노이다. 카르디약은 딸을 위해 가장 훌륭한 티아라 금관을 만든다. 오페라에 출연해서 사용할 금관이다. 딸은 장 바티스트 륄리의 '파에톤'(Phaeton)에서 금관을 쓰고 공연한다. 어떤 경찰관이 금관을 탐내어서 훔친다. 카르다약이 그 경찰관을 살해하고 금관을 찾아온다. 경찰이 범인을 수색하는 중에 카르디약의 조수가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카르디약은 자기의 조수가 처형을 받게 되자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하여 자기가 범인임을 자백한다. 카르디약은 지금까지 여러 명이 살해된 것도 자기의 소행이라고 자백한다. 사람들이 카르디약을 증오하여서 무기를 들어서 카르디약을 살해한다.


오페라 '파에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태양과 바다의 님프인 클리메네의 아들인 파에톤은 이집트의 공주인 리비야를 손에 넣기 위해 그동안 사귀던 테오나를 버린다. 파에톤과 리비야의 결혼식이 열리려고 할때에 분노한 리비야의 애인인 에파푸스가 나타나서 파에톤이 신의 아들이 아니라며 비난한다. 에파푸스는 주피터의 아들이다. 이에 파에톤은 자기의 신성혈통을 증명하기 위해 아버지인 태양으로부터 화염병거를 하루동안 빌린다. 파에톤은 화염병거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중에 말들을 제대로 콘트롤 하지 못해서 화염병거가 땅에 떨어질 위기에 처한다. 만일 땅에 떨어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재난을 당해야 한다. 이에 에파푸스는 아버지인 주피터에게 부탁해서 화염병거를 주피터의 번개로서 파괴한다. 파에톤도 화염병가와 함께 죽는다. 


파에톤이 화염병거를 타고 하늘을 날으다가 말들을 제대로 콘트롤하지 못해서 위기에 처한 장면의 그림.


○ 오페라를 만들자(Let's Make an Opera: 벤지민 브리튼)

'오페라를 만들자'는 2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파트 1은 오페라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진행된다는 내용이다. 오페라를 만들기 위한 준비 회의에서 오페라의 대본은 앤느 두갈이 맡도록 한다. 얼마전 학교를 졸업하고 스코틀랜드은행의 행원으로 근무하는 여자이다. 음악은 아마추어 배우인 노만 채핀치가 맡기로 한다. 오페라는 '어느 마을회관에서도 공연할수 있는 작품'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오페라의 출연자들은 오페라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키로 했다. 하지만 성(姓)은 다른 것으로 바꾸어 붙이기로 했다. 오페라에 출연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작곡을 맡은 브리튼의 친척집 아이들의 이름을 빌려서 사용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어린 굴뚝 청소부'는 '오페라를 만듭시다'라는 무대 작품의 두번째 파트이다. 첫번째 파트는 연극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아마추어 배우들이 오페라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각본을 만들고, 연습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페라에 대한 일종의 신비감이라 할까, 아무튼 오페라라고 하면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는 선입감을 타파하기 위해 청중들이 함께 참여하는 순서도 만들어 넣었다. 인터발 후에 나오도록 한 청중들의 합창이 바로 그것이다. 네 번이나 함께 노래를 부르도록 되어 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것이 '어린 굴뚝 청소부'(The Little Sweep)라는 오페라이다. '오페라를 만들자'의 제2부인 '어린 굴뚝 청소부'는 크리스마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다. '어린 굴뚝 청소부'는 어린이 오페라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학생들이 주로 공연한다. 미국의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을 자주 공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린 굴뚝 청소부'는 영국의 학교에서 자주 공연한다. '어린 굴뚝 청소부'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가정 형편상 어쩔수 없이 굴뚝 청소부의 밑에 들어가 일을 하게된 일곱 살의 어린 샘은 어른들이 못 살게 굴어서 정말 고생이 많다. 이를 보다 못한 가정부 미스 바고트가 그 집안의 다른 아이들과 협력하여 어린 샘을 구출한다는 것이다. 


'오페라를 만들자'의 파트 1에서 각자는 오페라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분담하여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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