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에피소드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비스와 라민'

정준극 2016. 6. 27. 10:13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비스와 라민'(Vis and Ramin)

그리고 볼리우드 영화 '파르데스'(Pardes)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비너 슈타츠오퍼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스토리는 잘 아는대로 콘월의 기사 트리스탄과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또는 이술트)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는 중세 프랑스 브리타니 지방의 전설, 또는 켈트족의 전설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고 아서왕의 전설에 나오는 랜스롯과 기네비어 왕비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그런가하면 고대 페르시아에서 널리 알려진 '비스와 라민'의 이야기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비스와 라민' 이야기는 11세기 페르시아의 시인인 아사드 고르가니(Asad Gorgani)가 고대로부터의 전설을 정리해서 쓴 러브 스토리이다. 사실상 비스와 라민에 대한 이야기는 11세기 이전에, 즉 페르시아가 이슬람 국가가 되기 전에 나온 이야기라는 주장이 있다. 고르가니는 비스와 라민에 대한 이야기가 페르시아 사산조(Sassanid) 시대의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는 파르티아 제국(Parthian Empire) 시대에 나온 이야기라는 주장이 더 신빙성을 지니고 있다. 파르티아 제국은 현재의 이란 동북부 지역에서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1세기 경까지 융성했던 제국이다. 예수께서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였을 때 경배하러 찾아온 동방박사들은 실은 파르티아 제국의 제사장들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파르티아 제국이 훗날 사산조의 중심이 되었으니 서로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생각해 보아서 비스와 라민에 대한 이야기는 기원후 11세기에 비로소 정리가 되어 기록으로 남아 있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야기의 구성은 파르티안 제국의 유력한 두 귀족 가문으로부터 비롯하고 있다. 그런데 한 쪽은 지방의 왕의 동생이다. 파르티안 제국에서는 원래 일곱 귀족 가문이 연합하여 세력을 펼치고 있었다. 훗날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도 비스와 라민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아서왕의 전설에 나오는 랜슬롯과 귀네비어의 사랑 이야기


바그너의 오페라에서는 브레튼의 기사인 트리스탄이 삼촌인 마크 왕과 결혼하기로 되어 있는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이술트(이졸데) 공주를 데려오기 위해 아일랜드로 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로부터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었느냐는 것에 대하여는 전설에 따라 여러 버전이 있다. 하지만 공통적인 이야기는 아일랜드에서 콘월로 오는 배 안에서 두 사람이 우연히 사랑의 묘약을 마심으로서 서로 미치도록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술트는 마크 왕과 결혼하지만 사랑의 묘약의 효력은 계속되어서 트리스탄과의 밀회도 계속된다. 그렇게 하여 마크 왕-트리스탄-이술트의 고전적인 3각 관계가 펼쳐진다. 트리스탄은 삼촌인 마크 왕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트리스탄에게 있어서 마크 왕은 든든한 후원자이며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그런 마크 왕의 왕비인 이술트만 생각하면 사랑으로 미칠지경이 된다. 마크 왕은 트리스탄을 아들처럼 사랑한다. 그리고 이술트도 부인으로서 깊이 사랑한다. 이술트는 마크 왕의 친절함과 후의에 깊이 감사하지만 트리스탄을 사랑한다. 스토리의 결말에 대하여도 여러 버전이 있다. 덴마크 전설에서는 이술트가 인도에서 온 공주로 되어 있다. 또 다른 버전에는 트리스탄과 이술트가 자기들의 이름을 딴 자녀들을 두었다고 되어 있다. 또 어떤 버전에는 트리스탄과 이술트가 알고보니까 남매였다는 것이다. 별별 버전도 다 있다. 


바그너의 오페라에서는 트리스탄이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인 멜로트에 의해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이졸데의 사랑을 얻고자 서로 시기하기 까지 했다는 것이다. 친구라는 사람이 그럴진대 누가 적인지 자기 편인지를 어떻게 구분하겠는가? 한편, 마크 왕은 나중에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죽자사자 사랑하는 것이 다름 아니라 사랑의 묘약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두 사람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을 용서해 주기로 결심하고 찾아갔으나 그때는 이미 트리스탄이 숨을 거둔 후였고 그 옆에 있는 이졸데는 마치 백조의 노래를 부르듯이 저 유명한 리베스토드(사랑의 죽음)을 부르면서 트리스탄이 부활하는 모습을 환상 중에 본 후에 역시 숨을 거두었다. 마크의 후회는 막급하였다. 이같은 삼각관계 또는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도 불사한다는 거룩한 생각은 실상 바그너의 경험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 바그너는 1852년에 자기의 돈많은 후원자인 오토 베젠동크의 부인인 마틸데와 깊은 사랑에 빠진 일이 있다. 마틸데는 뛰어난 시인이기도 해서 여러 시를 썼는데 바그너는 그 중에서 다섯편의 시를 바탕으로 가곡을 만들었다. 오늘날 '베젠동크 리더'로 알려진 가곡들이다. 다섯 가곡 중에서 '꿈'(Traume)는 훗날 '트리스탄과 이졸데' 2막에서 유명한 사랑의 듀엣으로 거듭 태어났다. 그리고 또 다른 가곡인 '온실에서'(Im Treibhaus)의 테마는 3막의 전주곡의 바탕이 되었다. 그만큼 바그너는 마틸데 베젠동크와의 사랑으로부터 깊은 영감을 받았다.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트리스탄 코드'(Tristan Chord)로 알려진 트리스탄의 라이트모티프(Leitmotif)로 유명하다. 오페라가 처음 시작될 때에 나오는 모티프이다. 이루지 못할 사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곡히 갈망하는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전통적이고 정상적인 하모니로부터 무조적인 비정상의 하모니로 변화하는 것이 바로 그같은 표현이라는 것이다. 바그너는 자기의 경험을 생각하면서 이 장면의 음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비스와 라민(Vis and Ramin)


이제 '비스와 라민'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비스는 파르티아 제국의 일곱 가문 중에서 서부지역에 근거를 둔 유력한 마(Mah: Media) 가문의 카렌(Karen: Qarin)과 샤루(Shahru)의 딸이다. 라민은 현재의 이란 동북부를 다스리던 마르브(Marv) 지역의 왕인 모바드 모니칸(Mobad Monikan)의 동생이다. 어느때 모니칸 왕은 왕궁의 연회에서 샤루를 보고 너무나 아름다워서 경이로운 감정을 가진다. 모니칸은 샤루가 이미 결혼한 여인인 것을 모르고 청혼을 한다. 그러자 샤루는 왕에게 이미 결혼했다는 말을 하면서 만일 딸을 낳게 되면 왕의 신부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 얼마후 샤루는 딸을 낳는다. 비스(또는 비세)이다. 샤루는 어린 비스를 대도시인 쿠잔으로 보내어 유모에게 맡겨 기르도록 한다. 그런데 유모는 마침 라민이라는 아기도 함께 기른다. 비스와 라민은 나이가 같다. 비스와 라민은 함께 자라난다. 이제 아름다운 처녀가 된 비스는 어머니에게 돌아간다. 비스의 어머니는 옛날 모니칸 왕에게 했던 약속을 잊어버리고 비스를 자기의 동생인 비루(Viru)와 결혼시킨다. 결혼 축하연이 성대하게 열린다. 그러나 신랑신부는 첫날밤을 치루지 못한다. 왜냐하면 비스가 생리 기간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모니칸 왕은 비스의 결혼 축하연에 대한 소식을 듣고는 동생인 자르드(Zard)를 비스의 집으로 보내어 신부의 어머니인 샤루에게 '딸을 낳으면 모니칸 왕의 신부가 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전한다. 자르드는 비스가 첫날 밤을 치루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그렇다면 더구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머니 샤루의 걱정은 태산과 같다. 그 얘기를 들은 비스는 모니칸 왕의 요구를 거절하고 절대로 모니칸 왕궁으로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비스와 라민의 사랑의 춤


모니칸 왕은 분노하여서 군대를 이끌고 마 가문을 공격한다. 비스의 아버지인 카렌이 전투에서 전사한다. 하지만 모니칸 왕도 비스와 정혼한 비루와 결투를 하는 중에 부상을 입는다. 그로 인해서 모니칸 왕의 군대는 패배하여 일단 퇴각한다. 모니칸 왕은 병사들을 이끌고 비스와 샤루가 피신해 있는 구라브(Gurab)로 가서 사자를 통해 비스에게 자기와 결혼하게 되면 여러가지 특권을 누릴수 있다고 설득한다. 비스는 모니칸 왕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한다. 모니칸은 두 동생인 자르드와 라민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자문을 구한다. 그런데 라민은 이미 어릴 때부터 비스와 함께 자라오면서 어느덧 비스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라민은 형인 모니칸 왕에게 제발 비스와 결혼하는 것을 포기하라고 설득하지만 소용이 없다. 한편, 자르드는 모니칸 왕에게 샤루의 남편이 전사한 것 같으니 이 기회에 샤루를 설득해서 비스의 마음을 돌리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모니칸 왕은 구라브 성에 있는 샤루에게 값비싼 보석과 재물을 보낸다. 마음이 약해진 샤루가 모니칸 왕을 성안으로 들어오게 허락한다. 성안에 들어온 모니칸 왕은 비스를 거의 납치하다시피 해서 데리고 간다. 이 소식을 들은 신랑 비루가 말할수 없이 분노한다. 모니칸 왕은 동생들과 함게 마르브의 왕궁으로 돌아온다. 오는 도중에 라민은 잡혀가는 비스를 보고는 너무나 마음이 아파서 절망하다가 그만 말에서 떨어져서 큰 부상을 입고 정신을 잃는다. 


비스는 마르브 왕궁에 도착해서 왕의 하렘에 들어간다. 비스의 유모도 구라브에서 데려와서 비스와 함께 지내도록 한다. 유모는 비스에게 제발 현실적으로 생각하라고 설득하면서 모니칸 왕과 결혼하고 비루는 잊으라고 말한다. 비스는 처음에 하렘에 들어와서 자기의 운명을 한탄하며 비통하게 지내다가 결국 어쩔수 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해서 하렘의 생활에 적응한다. 그렇지만 비스는 아버지의 죽음과 자기를 강제로 납치해 온 것을 생각하고는 계속 모니칸 왕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그러기를 1년이나 지난다.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느라고 그런지 유모는 어느정도 마법을 행사할수 있는 사람으로 설정한다. 유모는 남자가 성기능 장애를 일으킬수 있는 부적을 만들어서 은밀히 모니칸 왕이 지니고 다니도록 한다. 그렇게 해서 비스는 한달이나 모니칸 왕과의 잠자리를 피할수 있었다. 그 즈음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홍수가 난다. 모니칸 왕은 홍수의 피해를 시찰하던중 그만 자기도 모르게 몸에 붙어 있던 부적을 잃어버린다. 부적의 효력은 부적이 부러지면 잃지만 그러지 않는한 계속 지속된다. 그 때문에 모니칸 왕은 영구히 성불구자가 되어 신부와 잠자리를 함께 할수 없게 된다. 한편, 완쾌해진 라민은 기회만 엿보고 있다가 하렘에 있는 사랑하는 비스를 만난다. 마침 모니칸 왕이 전쟁으로 멀리 나가 있는 중이었다. 비스와 라민은 서로의 사랑을 불태운다. 잠시후 모니칸 왕이 전쟁터로부터 돌아온다. 모니칸 왕은 비스와 비스의 유모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엿듣다가 신부인 비스가 자기의 동생인 라민과 사랑하는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니칸 왕은 만일 비스가 부정한 일을 저지른 것이 확인되면 불에 태워 죽일 생각이다. 그런 기미를 눈치 챈 비스와 라민은 급히 왕궁을 빠져 나와 도망간다. 모니칸 왕의 어머니가 형제간에 여자 하나 때문에 싸우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마지막 하나 남은 동생을 죽이려고 생각하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하자 모니칸 왕도 동생인 라민을 어쩌지 못한다.


모니칸 왕은 동생 라민을 로마의와 전투에 데려간다. 전쟁터에서 전사하면 그나마 명예스럽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러나 라민은 전쟁터로 가는 도중 병에 걸려서 어쩔수 없이 뒤에 남는다. 라민은 아픈 몸이 추스려지자 비스를 전쟁터로 가지 않고 비스를 만나러 간다. 비스는 모니칸 왕의 명령에 따라 감옥에 갇혀 있으며 자르드가 지키고 있다. 라민은 사다리를 타고 감옥의 벽을 넘어가서 감옥에서 한동안 비스와 시간을 지낸다. 그러다가 모니칸 왕이 전쟁터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지 도망간다. 라민은 비스와의 사랑이 앞 날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형인 모니칸 왕에게 저 멀리 변방으로 보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라민은 변방으로 가서 그 지방의 골(Gol)이라는 여인을 처음에는 비스를 잊으려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사랑하여서 결혼한다. 그 소식을 들은 비스는 너무나 황당하여서 유모를 라민에게 보내어 라민과 자기의 운명적인 사랑을 잊지 말아 달라고 상기시킨다. 그러자 라민은 비스에게 모욕적인 회신을 보낸다. 라민은 그래야면 비스가 더 이상 자기를 생각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스는 또 다시 라민에게 메시지를 보내어 전보다 더 애절한 내용으로 호소하고 어서 자기에게로 돌아와 달라고 간청한다. 그때 쯤해 라민은 부인인 골에 대하여 권태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비스가 두번째 편지를 보내어 돌아오라고 간절히 요청하다 그만 비스를 만나러 간다. 라민이 마르브에 도착할 때에는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비스는 성의 지붕에 올라가서 말을 타고 오는 라민의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아내를 버리고 자기를 찾아오는 라민의 모습이 너무나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라민을 보고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니 돌아가라고 말한다. 라민은 또 다시 절망한다. 비스는 라민의 절망하는 모습을 보자 자기의 행동을 후회하고 유모를 시켜서 라민에게 돌아오라고 전한다. 두 사람은 화해한다.


모니칸 왕은 라민을 데리고 사냥을 나간다. 왕비인 비스는 유모와 다른 여인들과 함께 왕궁 근처의 사원에서 열리는 여인들만의 행사에 참가한다. 사냥을 떠난 라민은 사냥 팀에서 벗어나서 여자로 변장을 하고 사원을 찾아간다. 그리고 비스를 만나서 함께 떠날 차비를 한다. 비스는 몇가지 짐들을 챙기기 위해 우선 성으로 돌아간다. 라민은 자기를 따르는 병사들을 이끌고 성의 수비병들을 죽이고 이어 성을 지키고 있던 둘째 형인 자르드까지 죽인다. 그후 두 사람은 저 멀리 카스피해안에 있는 달리암(Daliam)으로 도망간다. 한편, 모니칸 왕은 사냥 중에 멧돼지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러자 라민은 비스와 함께 마르브의 왕궁으로 돌아와서 왕이 되고 이어 비스와 정식으로 결혼한다. 그후 라민은 83년을 통치한다. 비스는 라민보다 2년 전에 세상을 떠난다. 라민은 큰 아들에게 왕위를 전하고 비스의 무덤에서 2년 동안 애도의 세월을 보낸 후에 내세에서 비스와 만나기 위해 떠난다. 이같은 로맨스는 우리가 보면 못마땅한 내용이지만 페르시아에서는 그럴수도 있다는 내용이어서 문제가 없다. 비스와 라민의 이야기는 페르시아 문화를 넘어서 다른 지역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이웃인 그루지아에서는 비스라미아니(Visramiani)라는 타이틀로 유명한 전승문학이 되었다. 


볼리우드 영화 '파르데스'


1997년도 볼리우드 영화로서 '파르데스'(Pardes)라는 것이 있다. 일종의 뮤지컬 영화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트리스탄과 이솔트(이졸데)의 전설과 흡사하다.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인 키쇼릴랄(Kishorilal)은 아들인 라지브(Rajiv)의 배우자를 누구로 정할지 고민이 막심하다. 키쇼릴랄은 NRI(Non-Resident Indian)이다. 미국에 와서 살고는 있지만 마음은 고국인 인도에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들 라지브는 완전히 미국화가 된 젊은이이다. 키쇼릴랄은 인도에 살고 있는 오랜 친구인 수라즈 데브(Suraj Dev)를 만나러 간다. 수라즈의 가정은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인도의 가정이다. 수라즈의 큰 딸인 강가(Ganga)는 인도의 전통을 사랑하고 인도의 문화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아가씨이다. 강가의 그러한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은 키쇼릴랄은 친구인 수라즈에게 강가를 며느리로 삼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수라즈는 성공한 친구 키쇼릴랄의 간청을 받아 들인다. 키쇼릴랄은 강가가 미국에 와서 살게 되면 미국식이 되어버린 자기 집에 인도 문화를 귀중히 여기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것이라고 확신하며 기뻐한다. 그런데 키쇼릴랄은 아들 라지브가 과연 강가와 결혼하려고 할지 걱정이다. 너무나 서구화되었기 때문에 인도의 전통과 문화를 사랑하는 강가와 마찰을 빚을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미국에 돌아온 키쇼릴랄은 양아들 겸 비서인 아르준(Arjun)에게 라지브와 강가의 결혼이 아무런 문제 없이 치루어지도록 중간에서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아르준은 여가를 이용해서 밴드를 구성해서 음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아르준은 '나의 인도를 사랑해'(I Love My India)라는 히트곡을 작곡해서 유명해졌다. 


영화 '파르데스'의 포스터. 강가와 아르준(샤루크 칸)


양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아르준은 인도로 가서 미리 강가를 만나 라지브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기로 한다. 강가는 자기의 본 모습은 가린채 아르준을 떠보기 위해서 이상한 뿔테안경을 쓰고 치아는 뻐드렁이처럼 보이게 한다. 아르준은 강가의 못난 모습을 보고 과연 라지브가 이런 여자를 좋아해서 결혼을 할지 걱정한다. 그러다가 얼마 후에 아르준은 강가의 진짜 모습을 보고 강가의 지혜로움에 강가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얼마후 라지브가 강가를 만나러 온다. 서구화가 된 라지브는 보수적인 마을 사람들을 얕잡아 보고 인도의 전통 문화를 경시하는 등 오만하게 행동한다. 사실 라지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인도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것인지 조차 알지 못한다. 아르준은 비록 강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지만 양아버지인 키쇼릴랄에게 충성하고 또한 형인 라지브의 행복을 위해서 자기의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고 오직 강가와 라지브의 결혼이 원만하게 성사되도록 노력한다. 그래서 아르준은 강가에게 라지브가 성격도 좋고 착실하며 가정적이고 신사라고 치켜서 얘기해 준다. 강가와 라지브의 약혼이 발표된다. 그런데 키쇼릴랄은 강가가 약혼 전에 미국에 한번 와서 둘러보기를 바란다. 미국에 도착한 강가를 위해서 가족 파티가 열린다. 파티에서 강가는 라지브의 어머니가 강가에 대해서 이것저것 촌스럽다느니 하면서 험담을 하는 소리를 듣는다. 라지브의 어머니는 다른 여인들에게 심지어 강가가 인도의 전통의상인 사리를 입고 미국 공항에 도착한 것을 두고도 못마땅하다는 얘기를 한다. 강가는 그럴수도 있겠다면서 참는다. 다음날 키쇼릴랄가 마련한 더 규모가 큰 파티가 열린다. 사람들은 강가에게 인도의 노래를 불러 달라고 요청한다. 강가는 아르준이 작곡한 '나의 인도를 사랑해'를 부른다. 사람들은 강가에게 열광적인 박수를 보낸다. 라지브와 그 친구들들은 전통적인 것을 존중하는 강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아르준만은 강가를 높이 평가한다. 강가는 차츰차츰 자기가 결혼할 사람은 라지브가 아니라 아르준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나 아르준은 차마 강가에게 사랑을 고백할수 없다. 양아버지인 키쇼릴랄에게 대한 의리와 존경 때문이었다.


다음날, 아르준의 생일이다. 아르준은 마음이 괴로워서 혼자 있고 싶어한다. 강가가 라지브에게 아르준의 생일을 축하하러 가자고 말하자 라지브는 그의 생일이 무어 그리 중요하냐면서 찾아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라지브는 아르준을 마치 하인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가가 혼자서 아르준을 찾아간다. 아르준의 밴드 멤버들이 아르준을 위해서 깜짝 파티를 준비했다. 강가도 기쁜 마음으로 아르준의 생일 파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라지브의 어머니는 강가와 아르준이 너무 가깝게 지낸다는 것을 눈치채고 남편인 키쇼릴랄에게 아무래도 무슨 조치를 취해야 겠다면서 불편한 심사를 전한다. 키쇼릴랄은 아르준에게 회사 일로 다른 도시로 발령을 냈으니 당장 떠나라고 말한다. 이어서 라지브에게는 강가와 함께 라스 베가스의 모임에 참석토록 지시한다. 라지브는 라스 베가스에서 술에 취해서 추한 모습을 보여주고 또한 인도에 대한 혐오감을 주저없이 내밷는다. 라지브는 인도사람들을 '위선자'이며 '어리석은 자들'이라고 말한다. 그 모습을 본 강가는 화가 나서 라지브에게 마약에 찌들고 도덕관념이 없는 미국의 젊은이들에게는 미래가 없다면서 반박한다. 두 사람은 심한 말다툼을 벌인다. 그러다가 강가는 자기도 모르게 라지브를 밀친다. 그 바람에 술에 취한 라지브는 쓰러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 틈에 강가는 파티장을 빠져나와서 도망치듯 떠난다. 강가를 찾아나선 아르준은 기차역에서 옷이 찟긴채 울고 있는 강가를 발견한다. 아르준은 강가에게 어서 키쇼릴랄의 집으로 가자고 설득하지만 강가는 싫다고 말한다. 아르준은 강가가 측은해서 견딜수가 없다. 아르준은 강가를 보호해 주겠으며 인도의 가족에게 무사히 돌아갈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 


강가와 아르준이 인도의 집에 도착한다. 키쇼릴랄이 강가의 아버지인 수라즈에게 건 전화를 걸어서 강가와 아르준과 도망갔으니 찾으면 연락해 달라고 말한다. 수라즈는 너무나 창피해서 가보로 내려오는 칼로 아르준을 죽이고자 한다. 아르준이 수라즈에게 강가는 절대로 가문에 먹칠을 할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설명하지만 수라즈는 듣지 않는다. 수라즈는 강가를 집안의 창고에 가두고 가문을 욕되게 하였으므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말한다. 강가의 동생들과 할머니가 창고로 몰래 들어와서 강가에게 아르준과 함께 멀리 도망가서 살라고 말한다. 강가는 비로소 자기가 아르준을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강가는 동생들의 도움을 받아서 집에서 몰래 빠져 나간다. 그때 쯤해서 키쇼릴랄이 아들 라지브를 데리고 인도에 도착한다. 강가는 사원에서 아르준을 만나 죽음을 무릅쓰고 이곳까지 따라 왔으니 자기를 사랑한다고 말해 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르준은 아직도 자기를 양육해 준 키쇼릴랄에 대한 충성심으로 강가를 절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강가의 슬픔과 절망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이다. 라지브는 암살자들을 고용해서 아르준을 죽이고자 한다. 아르준과 라지브가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처음에는 아르준이 몹시 두들겨 맞지만 다음 순간에 라지브를 제압하고 이내 마지막 주먹을 날려 죽이려고 할 때에 키쇼릴랄과 수라즈가 그 자리에 나타난다. 키쇼릴랄은 아르준에게 배은망덕한 놈이라고 비난하면서 총을 던져두며 이 자리에서 명예스럽게 자살하라고 요구한다. 키쇼릴랄은 아르준에게 강가와 함께 미국을 떠나 인도로 온 이유가 무엇인지 사실을 밝리하고 다그친다. 그러자 아르준은 키쇼릴랄에게 '이제 아버지도 미국식이 되었군요. 어찌해서 진실을 알기 원하는 사람이 총을 던져주며 자살하라고 합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르준은 이제는 마음 속을 열어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강가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강가에게 강요해서 사랑하게 된 것은 아니며 명예스럽지 못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밝힌다. 


죽을뻔 하다가 목숨을 건진 라지브는 이때다 싶어서 아르준을 모든 거짓과 모함을 동원하여서 비난한다. 라지브의 비난은 개인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의 문화와 전통과 역사와 가치관까지 비난하는 것이었다. 이에 강가가 나타나서 실은 라지브가 자기를 강간하려 했으나 요행히 피할수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아버지가 죽으라고 한다면 이 자리에서라도 당장 죽겠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동서문화의 차이가 확연히 들어난다. 동양(인도)에서는 신부의 아버지가 가문을 명예를 내세워서 딸을 죽음으로 내몰수도 있지만 서양(미국)에서는 만일 딸이 결혼할 상대방에게 실망한다면 그냥 파혼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모든 진실을 들은 키쇼릴랄은 강가가 아르준과 결혼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선언한다. 서양과의 타협이다. 그러면서 아르준이 자기의 진짜 아들이라고 밝힌다. 키쇼릴랄과 수라즈는 강가와 아르준의 약혼을 축복한다. 그러면 '파드레스'는 어떤 점이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연관성이 있는가? 아버지 키쇼릴랄과 아들 라지브는 마크 왕의 편에 해당한다. 아르준과 강가의 사랑은 완벽한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그런데 또 하나의 관계가 있다. 양아들 아르준과 양아버지 키쇼릴랄과의 관계이다. 의리와 존경과 충성에 대한 관계이다. 여기에 윤리적인 면도 작용한다. 그러므로 한 쪽으로는 의무와 충성과 명예가, 다른 한 쪽에는 원초적인 열정과 사랑이 자리잡고 있는 관계이다. '파드레스'에는 사랑의 묘약과 같은 것은 등장하지 않지만 그와 비슷한 요소는 등장하고 있다. 


영화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세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로맨틱 전설을 바탕으로 2006년에 미국에서 케빈 레이놀즈 감독으로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 Isolde)가 나왔다. 트리스탄 역은 제임스 프랑코(James Franco)가 맡았고 이졸데는 소피아 마일스(Sophia Myles)가 맡았다. 또한 콘월의 영주인 마크는 러퍼스 스웰(Rufus Sewell)이 맡았고 멜로트는 헨리 카빌(Henry Cavill)이 맡았다. 이 영화는 프렌차이즈 픽쳐스가 파산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제작한 것이다. 무대는 중세 암흑시대인 5세기 경으로 로마제국이 몰락한 이후의 영국와 아일랜드이다. 콘월의 영주인 마크는 영국 땅에서 켈트족, 앵글족, 색슨족, 쥬트족 들을 모두 통합하여 하나의 왕국을 만들고 싶어했다. 통일 영국을 만들고자 한 이유는 아일랜드의 침공으로부터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각 부족이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분열되어 있으면 아일랜드가 침공해 올 때 효과적으로 방어하기가 어렵다. 마크 왕은 여러 부족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공정하고 용감한 지도자였기에 그가 여러 부족들의 통합을 주장하자 모두들 찬성하였다. 아일랜드의 왕 돈챠드(Donnchadh)는 이 사실을 알고 군대를 이끌고 우선 쥬트 성을 공략하였다. 쥬트족은 그때까지만해도 통합에 서명하지 않고 관망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부족들은 쥬트족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때였다. 아일랜드의 갑작스런 기습으로 주트 성에 있던 영주와 그의 가족들은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러할 때에 콘월의 마크 왕이 병사들을 이끌고 도우러 왔다. 그러나 때가 늦어서 주트의 영주와 부인은 숨을 거두었다. 마크 왕은 다만 주트 영주의 유일한 아들인 트리스탄을 구해 낼수 있었다. 하지만 트리스탄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마크 왕은 그만 적군에 의해 한쪽 팔을 잃었다. 마크 왕은 어린 트리스탄을 불쌍히 여겨서 궁전으로 데려와서 마치 아들처럼 양육했다. 


마크 왕(Rufus Sewell)과 이졸데(Sophia Myles)와 트리스탄(James Franco)


그로부터 9년이 지난다. 이제 트리스탄은 열화와 같이 용맹한 전사로 성장한다. 트리스탄의 마크 왕에 대한 충성은 기사가 주군에 대하여 충성을 보이는 것의 정도를 넘어서서 마치 아들이 아버지에게 보이는 맹목적인 헌신이나 마찬가지이다. 어느 때 트리스탄와 콘월의 전사들은 아일랜드의 노예 캬라반을 습격한다. 아일랜드 호위군사들의 대장은 아일랜드에서 가장 뛰어난 기사인 모르홀드(Morhold)이다. 모르홀드는 아일랜드 돈챠드 왕이 가장 신임하는 기사이다. 그래서 돈챠드 왕은 모르홀드와 자기의 딸인 이솔데 공주의 결혼을 약속한바 있다. 트리스탄은 모르홀드를 죽이고 아일랜드 군대를 제압하지만 자기도 전투 중에 큰 부상을 입는다. 콘월의 병사들은 트리스탄이 죽은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트리스탄은 실은 모르홀드의 독칼에 찔려 정신을 잃고 고통을 당하고 있을 뿐이었다. 콘월의 병사들은 트리스탄의 시신을 실은 배를 멀리 바다로 떠내려 보낸다. 그런데 무슨 운명인지 트리스탄을 실은 배가 아일랜드의 해안까지 밀려간다. 트리스탄은 마침 해안을 거닐던 이졸데 공주와 시녀 브랑게네에게 발견된다. 이졸데는 해안에 밀려온 기사가 누구인지 모르고 급히 해독제를 주어서 살려낸다. 브랑게네는 이졸데에게 절대로 공주라는 것을 밝히지 말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졸데는 트리스탄에게 자기의 이름은 브랑게네라고 말한다. 그로부터 이졸데는 트리스탄이 회복 될때까지 지극히 간호를 한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은 어느덧 깊이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은 헤어져야 했다. 트리스탄의 배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트리스탄은 콘월로 돌아간다. 트리스탄은 콘월에서 영웅으로서의 환영을 받는다. 마크 왕도 크게 기뻐하고 트리스탄을 두 팔을 벌여 환영한다.


아일랜드의 돈챠드 왕은 영국을 제압하려면 우선 평화협약을 맺어서 안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돈챠드 왕은 무술대회를 개최하여 승리한 기사와 자기의 딸 이졸데 공주가 결혼토록 하겠다고 약속한다. 트리스탄이 마크 왕을 대신해서 무술대회에 나가서 승리한다. 그러나 승자에 대한 상이 자기가 아일랜드에서 사랑에 빠졌던 그 여인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트리스탄은 자기에게 브랑게네라고 했던 그 여인이 실은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인 것을 알고 크게 놀란다. 왜냐하면 자기가 마크 왕을 대신해서 무술대회에 나갔기 때문에 결국 이졸데 공주는 마크 왕과 결혼토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크 왕은 자기가 이졸데와 결혼하게 되면 백년이 넘게 피를 흘리며 싸웠던 아일랜드와의 평화가 이루어 질것으로 믿어서 결혼을 수락한다. 마크 왕은 이졸데에게 친절하고 부드럽게 대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졸데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이졸데도 마크 왕에 대하여 존경과 사랑의 감정을 가진다. 그렇지만 아직도 자기는 트리스탄에게 속하여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졸데는 트리스탄에게 언제라도 원한다면 함께 멀리 떠날수도 있다고 말한다. 트리스탄은 사랑하는 이졸데와 마크 왕에 대한 충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마크 왕은 요즘 들어서 무슨 사연인지 트리스탄이 점점 자기와 멀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마크왕과 이졸데의 결혼


결국 트리스탄의 마음은 마크 왕에 대한 충성보다는 이졸데에 대한 사랑으로 기운다. 두 사람은 마크 왕의 뒷전에서 밀회를 거듭하며 두 사람의 사랑을 재확인한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밀회 장면을 위크트레드 경(Lord Wictred)이 목격한다. 위크트레드 경은 오래 전부터 마크 왕의 통치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다. 위크트레드는 아일랜드의 돈챠드 왕에게 이졸데 왕비가 트리스탄과 간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이를 기화로 해서 마크 왕을 몰아내자는 음모를 꾸민다. 위크트레드는 마크 왕을 몰아낸 후에는 자기를 콘웰의 왕으로 삼는다는 밀약을 맺는다. 그런줄도 모르고 마크 왕은 아들과 같은 트리스탄을 불러서 요즘 이졸데 왕비가 아무래도 어떤 사람과 밀회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 놓으면서 무슨 아는 사실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부탁한다. 그 말은 들은 트리스탄은 죄책감으로 심히 번민하다가 다시는 이졸데를 만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밤중에 이졸데와 은밀히 만나던 다리를 불태워 없앤다. 얼마후 마크 왕과 이졸데의 대관식이 거행된다. 트리스탄을 두 사람의 대관식으로 더욱 죄책감이 커져서 다시한번 이졸데와의 관계를 끝내기로 결심한다. 그러자 이졸데는 트리스탄에게 제발 자기에게서 떠나지 말아 달라고 간청한다. 두 사람이 포옹하고 있는 모습을 마크 왕과 마침 대관식에 참석했던 아일랜드의 돈챠드 왕, 그리고 영국의 다른 왕들이 목격한다. 돈챠드 왕은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도 이졸데가 콘월에서 마치 '창녀'와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크게 화를 내고는 콘월과의 평화조약을 없던 것으로 선언한다. 영국의 다른 왕들도 마크 왕이 인간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마크 왕이 주창했던 동맹을 깨고 제각기 자기들 나라로 떠난다.


마크는 사랑하는 왕비와 아들처럼 생각하고 있는 트리스탄이 자기를 배신한 것에 대하여 크게 분노한다. 마크 왕은 트리스탄에게 영국의 평화를 모든 노력이 트리스탄 때문에 수포로 돌아갔다고 비난하며 그 옛날 어린 트리스탄을 죽음에서 구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한다. 그러나 이졸데가 마크 왕에게 그동안의 사연들을 처음으로 자세히 설명하자 마크 왕은 비로소 자기가 경솔했다면서 후회한다. 마크 왕은 부하들에게 트리스탄을 강가로 데려가서 보트에 태워 멀리 떠나보내라고 지시한다. 트리스탄이 강가에 도착하니 그곳에는 이졸데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크 왕이 트리스탄을 처벌하는 것처럼 하면서 실은 이졸데와 함께 멀리 떠나서 살도록 마지막으로 배려해 준 것이었다. 그러나 트리스탄은 차마 이졸데를 보트에 태우고 함께 떠나기를 주저한다. 왜냐하면 훗날 사람들이 '두 사람이 강가에서 보트를 타고 떠남으로서 왕국의 멸망을 가져왔다'고 말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트리스탄은 강가로부터 보트를 밀어 내고 혼자 타고 떠난다. 트리스탄은 곧이어 마크 왕이 반란을 일으킨 위크트레드와 전투를 벌일 것으로 생각하여 전쟁이 벌어질 곳은 마크 왕의 성이르모 그곳을 향해서 떠난다. 전트에서 용감하게 싸우다가 죽을 결심인 것이다. 


마크왕의 대관식을 축하하는 궁정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한편, 마크 왕의 조카이면서 트리스탄의 가장 오랜 친구인 멜로트(Melot)는 마크 왕이 과거에 트리스탄만을 총애하는 것을 분개하여서 마크 왕에게 반란을 일으킨 위크트레드 경을 은밀히 만나서 마크 왕의 성을 힘들이지 않고 점거할수 있는 로마시대로부터의 비밀 통로로 안내한다. 멜로트는 마크 왕이 죽으면 위크트레드가 왕이 될 것이며 그때에는 자기가 중요한 직책을 가질 것으로 믿는다. 위크트레드는 로마시대로부터의 비밀 통로의 입구에 도착하자 갑자기 칼을 빼어 멜로트를 찌른다. 그리고 쓰러진 멜로트를 그대로 버려둔채 부하들과 함께 비밀 통로를 통해서 성안으로 잠입한다. 마크 왕과 가족들과 신하들은 성밖으로는 돈챠드의 공격을 받고 있고 성안으로부터는 위크트레드의 공격을 받아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한다. 트리스탄은 또 다른 비밀 터널을 통해서 성 안으로 들어온다. 평소에 이졸데와 밀회를 할 때에 이용하던 비밀 터널이다. 트리스탄을 성안으로 들어가는 중에 쓰러져 있는 멜로트를 발견한다. 멜로트는 숨을 거두기 전에 자기가 저지를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말한다. 트리스탄이 위크트레드의 부하들을 발견하고 공격하여 무찌른다. 이통에 마크 왕의 병사들은 가까스로 성을 지켜낼수 있게 된다. 트리스탄은 위크트레드와의 결투에서 위크트레드에게 치명상을 입히지만 자기도 크게 다친다. 곧이어 마크 왕과 그의 충성스런 병사들이 성안에서 몰려나와 위크트레드의 부하들을 크게 무찌른다. 마크 왕은 위크트레드의 수급을 베어 창에 꽂아 성밖에 있는 돈챠드 왕에게 보여준다. 돈 챠드 왕은 크게 당황한다. 이제 마크 왕은 영국의 여러 왕들에게 영국의 통일을 위해서 다시한번 연합하자고 호소하며 그길만이 아일랜드로부터 종속되는 것을 막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이 말에 감동한 영국의 왕들을 부하들을 이끌고 즉시 돈챠드 왕의 병사들을 공격하여 몰아낸다.


마크 왕은 죽어가고 있는 트리스탄을 이졸데가 기다리고 있는 강가로 데려간다. 마크 왕이 병사들과 함께 승리를 높이 외칠 때에 트리스탄은 이졸데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둔다. 트리스탄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나는 삶과 죽음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위대한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랑을 이 둘보다 더 위대합니다'였다. 트리스탄의 장례식이 거행된다. 트리스탄이 이졸데와 은밀히 만나던 로마시대의 폐허에서이다. 이졸데는 트리스탄의 무덤 옆에 버드나무 두 그루를 심는다. 나중의 얘기이지만 두 그루의 버드나무는 서로 포옹이나 하듯 하나가 되어 자란다. 트리스탄의 장례식이 치루어 진후 누구도 이졸데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 마크 왕은 아일랜드를 무찌르고 영국을 통합하였으며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영국을 평화로서 다스렸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의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