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잠을 자는 장면이 나오는 오페라들
오페라를 공연하는 중에 주인공이 잠을 자야하는 역할이라고 하면 어떨까? 그 주인공은 더 이상 노래를 부르거나 연기를 하지 않고 그저 잠들어 있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편할 것이다. 하기야 죽는 역할을 맡는다면 더 편할 것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가 무어라고 해도 무대 위에 죽은 듯이 누워있으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죽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시신을 메고 무대 밖으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무대 뒤에서 오페라가 끝날 때까지 이것저것 먹거나 다른 사람들과 재잘거리면서 편하게 쉴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죽어야 하는 역할은 대체로 오페라의 피날레에 나온다. 예를 들면, '라 보엠'의 미미, '토스카'의 타이틀 롤, '나비부인'의 초초상 등이다. 그런 경우라면 죽기 전까지는 정신없이 오페라의 공연을 거의 전부 수행해야 한다. 조금 일찍 죽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람메무어의 루치아'이다. 그러나 아무튼 피날레에 죽어야 하는 역할이라면 별로 쉬는 시간은 없다. 오페라의 중간쯤부터 잠들어 있는 역할을 맡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나기가 어렵지만 잠든 사람은 언제고 생각만 있으면 깨어날수 있어서 그것도 유리하다. 오페라의 주인공이 공연 중에 잠들어 있어야 하는 작품으로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해 보았다. 그런 작품의 공연이 있으면 염치불구하고 주역을 맡는 것이 좋다.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에서 '축복받은 정령들의 춤'. 바르셀로나 리세우 무대
○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1567-1643)의 '오르페오'(L'Orfeo). 오르페오가 뱀에 물려 죽은 유리디체를 찾으로 지하세계를 가다가 스타익스 강에 이르른다. 이 강을 건너야 지하세계로 들어갈수가 있다. 그러나 스타익스의 뱃사공인 카론은 누가 뭐래도 산사람은 배를 태우지 않는다. 오르페로가 노래를 부르자 그 노래에 취해서 카론이 잠이 든다. 오르페오는 그 기회를 이용해서 배를 몰래 훔쳐타고 스타익스 강을 건너 지하세계로 들어간다.
○ 장 바티스트 륄리(Jean-Baptiste Lully: 1632-1687)의 '아티스'(Atys). 님프인 아티스는 강의 신의 딸인 상가리드를 사랑하지만 상가리드는 아티스의 친구인 첼레누스와 결혼키로 한다. 한편 여신 시벨르는 아티스를 사랑한다. 그렇게 해서 비극이 시작된다. 첫 장면에서 아티스가 잠들어 있는 프리지아 사람들을 깨워서 여신 시벨르가 올것이니 환영 준비를 하자고 하는 장면이 있다.
장 바티스트 륄리의 '아티스'
○ 조지 프리데릭 헨델(George Friderick Handel: 1686-1759)의 '올란도'(Orlando)
○ 조지 프리데릭 헨델(George Friderick Handel)의 '세멜레'(Semele). 잠의 신인 솜누스가 세멜레와 주피터의 사랑을 위해 가교역할을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 1732-1809)의 '달세계'(Il mondo della luna)
○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의 '진정한 정절'(La vera costanza)
○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1792-1868)의 '탄크레디'(Tancredi)
○ 게타노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 1797-1848)의 '루크레치아 보르지아'(Lucrezia Borgia)
○ 프로멘탈 알레비(Fromental Halevy: 1799-1862)의 '방랑하는 유태인'(Le Juif errant)
○ 빈첸조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의 '몽유병자'(La Sonnambula)
벨리니의 '몽유병자'. 몽유병에 걸린 아미나가 한밤 중에 지붕 위를 걷고 있다. '몽유병자'의 경우에는 주인공이 누워서 잠을 자는 것이 아니기 주인공이 한가할 틈이 없다.
○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의 '파우스트의 겁벌'(Le Damnation de Faust)
○ 앙브루아즈 토마(Anbroise Thomas: 1811-1896)의 '햄릿'(Hamlet). 오펠리아는 죽은 듯이 누워 있어야 한다.
○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8)의 '발퀴레'(Walküre). 제신의 우두머리인 보탄은 딸 브륀힐데가 자기의 지시를 무시하고 듣지 않았다고 해서 벌로서 불길 서클의 가운에데서 영원한 잠에 빠지게 한다. 브륀힐데를 깨울수 있는 사람은 감정을 극복할수 있는 영웅이어야 한다.
'발퀴레'에서 브륀힐데를 영원한 잠에 빠지게 만든 보탄
○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의 '조반나 다르코'(Giovanna d'Arco)
○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의 '시몬 보카네그라'(Simon Boccanegra)
○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의 '맥베스'(Macbeth)
'막베스'. 안나 네트렙코
○ 샤를르 구노(Charles Gounod: 1818-1893)의 '로미오와 줄리에트'(Romeo et Juliette)
○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1880)의 '지하세계의 오르페오'(Orphee aux Enfers)
○ 베드리치 스메타나(Bedrich Smetana: 1824-1884)의 '비밀'(Tajemstvi)
○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ens: 1835-1921)의 '삼손과 델릴라'(Samson et Dalila). 블레셋 여인 달릴라는 삼손의 힘의 비밀을 알아내고 나서 삼손의 머리칼을 잘라내기 위해 삼손에게 술을 마시게 하여 잠이 들도록 만든다.
생상스의 '삼손과 델릴라'. 델릴라는 잠들어 있는 삼손의 머리칼을 잘라내어서 여호와께서 주신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든다.
○ 엥겔버트 훔퍼딩크(Engelbert Humperdinck: 1854-1921)의 '헨젤과 그레텔'(Hansel und Gretel). 먹을 것을 찾으로 깊은 숲속까지 들어간 헨젤과 그레텔은 피곤해서 그만 숲속에서 잠이 든다. 샌드맨이 등장해서 두 아이가 깊은 잠에 빠지도록 노래를 불러준다.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의 '이집트의 헬레나'(Die Agyptische Helena)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그림자 없는 부인'(Die Frau ohne Schatten). 이 오페라는 잠과 꿈과 환상적인 밤의 상상으로 채워져 있다. 염색장이가 잠이 드는 약을 먹고 잠에 빠지자 그제서야 왕비가 꿈속에서 방황하는 일이 끝난다.
'그림자 없는 부인'
○ 움베르토 조르다노(Umberto Giordano: 1867-1948)의 '어릿광대의 만찬'(Le cena delle beffe: The Jester's Supper). 자네토와 네리는 가문간에 원수 사이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다같이 지네브라를 사랑한다. 자네토가 먼저 지네브라와 약혼한다. 하지만 지네브라는 네리를 더 사랑한다. 자네토가 지네브라에게 정체를 밝히지 않은채 잠자리를 함께 한다. 지네브라는 상대방이 네리인줄 안다. 그래서 비극이 시작된다.
○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의 '난봉꾼의 행로'(The Rake's Progress).
'난봉꾼의 행로'. 스웨덴 요테보리 오페라 무대
○ 파울 힌데미트(Paul Hindemith: 1895-1963)의 '화가 마티스'(Matthis der Maler).
○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L: 1913-1976)의 '턴 오브 더 스크루'(Turn of the Screw). 가정교사로 들어온 플로라가 처음 들어보는 과이한 자장가를 불러서 아이들을 재운다. '오늘은 죽음의 소금바다 곁에, 내일은 그 여자의 창백한 입술이 닫혀지기를...'라는 가사이다.
○ 벤지민 브리튼(Benjamin Britten: 1913-1976)의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한여름 밤의 꿈'
○ 탄 던(Tan Dun: 1957-)의 '무단팅'(Mu Dan Ting: 牡丹亭). 옛날 송나라 시대에 두리냥이라는 아가씨가 있었다. 두리냥은 어느 봄날 모란이 만발한 동산의 모란정에서 봄기운에 취해서 잠이 든다. 두리냥은 꿈 속에서 류몽메이라는 잘생긴 선비를 만나 서로 깊이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는 중에 모란의 꽃잎이 두리냥의 얼굴에 떨어지는 바람에 꿈에서 깨어난다. 두리냥은 류몽메이에 대한 사모의 마음이 지나쳐서 상사병에 걸리고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저 세상으로 떠난다.
○ 토마스 아데스(Thomas Ades: 1971-)의 '템페스트'(The Tempest). 마법사의 딸인 미란다는 아버지의 마법으로 잠에 빠지지만 페르디난드에 의해 잠에서 깨어난다. 한편, 요정인 아리엘은 나폴리와 밀라노의 궁전 사람들을 마법으로 잠에 빠지게 만든다. 이들은 안토니오에 의해서 깨어난다.
토마스 아데스의 '템페스트'. 배가 파손되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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