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R. 슈트라우스의 '이집트의 헬레나' - 175

정준극 2016. 12. 30. 18:02

이집트의 헬레나(Die Ägyptische Helena) - The Egyptian Helen

슈트라우스-호프만슈탈의 벨 칸토 오페라

트로이에 가지 않고 이집트에 숨어 있던 헬렌의 이야기


토론토 오페라 무대


'이집트의 헬레나'(Die Ägyptische Helena)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곡을 붙이고 휴고 폰 호프만슈탈(Hugo von Hofmannsthal)이 대본을 쓴 2막의 오페라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번호 75번이다. '이집트의 헬레나'는 1928년 6월 6일 드레스덴의 젬퍼오퍼에서 초연되었다. R. 슈트라우스는 '이집트의 헬레나'의 타이틀 롤인 헬레나 역할을 당대의 소프라노 마리아 예리차(Maria Jeritza)를 염두에 두고 작곡했다. 그러나 젬퍼오퍼는 마리아 예리차가 너무 많은 액수의 출연료를 요구하는 바람에 자기들도 규정이 있는데 예외적으로 지불하기가 곤란해서 타이틀 롤을 엘리자베트 레트버그(Elisabeth Rethberg)에게 맡겼다. 마리아 예리차는 그후 비엔나와 뉴욕에서 '이집트의 헬레나'가 초연 될 때에 트로이의 헬렌의 이미지를 또 다시 창조하였다. R. 슈트라우스와 콤비였던 휴고 폰 호프만슈탈은 '이집트의 헬레나'의 대본을 씀에 있어서 고대 그리스의 에우리피데스(Euripides: BC 480-406)의 '트로이의 여인들'(The Trojan Women)과 스테시코루스(Stesichorus: BC 630-555)의 '헬렌'(Helen)이라는 희곡들을 참고로 삼았다. 트로이의 헬렌에 대한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에서 인기를 끌었던 소재로서 여러 시인들과 극작가들이 작품으로 남겼으며 역사학자 헤로도토스와 철학자 플라토도 트로이의 헬렌에 대한 내용을 언급한바 있다. 그리고 근세에 들어와서는 1963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리스의 시인 요르고스 세페리스(Giorgos Seferis: 1900-1971)의 시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것을 휴고 폰 호프만슈탈이 현대적 취향에서 R. 슈트라우스를 위해 오페라 대본으로 각색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R. 슈트라우스는 드레스덴 초연이 있은지 5년 후인 1933년에 오페라 제작자인 로타르 발렌슈타인(Lothar Wallenstein)과 지휘자 클레멘스 크라우스(Clemens Krauss)와 협동하여서 잘츠부르크 공연을 위해 내용의 상당부분을 수정하였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는 1933년의 수정버전이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실정이다.


대본을 쓴 휴고 폰 호프만슈탈. 비엔나의 란트슈트라쎄에서 태어났고 비엔나의 리징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집트의 헬레나'는 트로인 전쟁 후에 벌어진 헬레나(헬렌)와 그의 전남편 메넬라우스(Menelaus)의 뒷얘기를 다룬 것이다. 트로이 전쟁은 파리스 왕자가 세명의 여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고 생각되는 아프로디테에게 황금사과를 줌으로서 야기되었다. 아프로디테는 파리스 왕자로부터 황금사과를 얻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약속한다. 트로이의 헬레나였다. 그래서 파리스는 스파르타에서 메넬라우스 몰래 헬레나와 도망쳐 나온다. 메넬라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파리스 왕자를 죽이고 헬레나를 다시 차지한다. 그런데 그리스의 시인 세페리스에 의하면 헬레나가 트로이로 떠난 것이 아니라 이집트에 비밀스럽게 숨어 있었으며 트로이에는 마법에 의한 헬렌의 환영이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나중에 메넬라우스는 이집트에서 진짜 헬레나를 만나며 처음에는 헬레나가 미워서 죽일 생각까기 했으나 헬레나를 용서하며 아이와 합류하여 과거의 부부로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그 내용을 R. 슈트라우스가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한편, R. 슈트라우스가 1933년 잘츠부르크 공연을 위해 수정한 내용에는 오리지널에는 없었던 신탁을 받은 바다의 커다란 조개, 그리고 사막의 베두인 족이 출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나저나 오늘날 '이집트의 헬레나'는 거의 공연되지 않고 있다. R. 슈트라우스의 다른 오페라들인 '엘렉트라', '장미의 기사',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그림자 없는 여인', '아라벨라' 등에 비하여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떤 평론가는 '이집트의 헬레나'를 R. 슈트라우스 오페라 형제자매 중에서 의붓동생이라고까지 말한바 있다. 그래서인지 일반인들은 R.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로서 '이집트의 헬레나'라는 것이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 R. 슈트라우스의 골수 팬들이라면 모를까 말이다. 


헬레나


'이집트의 헬레나'의 미국 초연은 드레스덴 초연이 있은지 몇 달 후인 1928년 11월이었다. 영국 가싱턴 초연이 1997년에야 이루어진 것과 비교해 보면 대단히 앞선 공연이었다. 영국 초연은 드레스덴 초연으로부터 반세기 후에나 이루어진 것이어서 늦은 감이 있다. 뉴욕 메트에서의 공연은 타이틀 롤을 마리아 예리차가 맡은 것이었다. 금발미모의 마리아 예리차는 음성도 아름다워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마리아 예리차는 사실상 R. 슈트라우스와 인연이 많았다.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세계 초연에서 아리아드네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1912년 초연뿐만 아니라 1916년의 수정버전 초연에서도 타이틀 롤을 맡았었다. '그림자 없는 여인'의 초연에서도 타이틀 롤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이집트의 헬레나'가 드레스덴에서 초연을 가진지 닷새 후에 비엔나에서 초연을 가졌을 때에도 마리아 예리차가 타이틀 롤을 맡았다. 비엔나 초연은 R. 슈트라우스 자신이 지휘를 맡은 것이었다. 그런데 마리아 예리차는 어쩐 일인지 메트 초연에서는 2막에 나오는 아리아인 Zweite Brautnacht(두번째 신부의 밤)을 단축해서 불렀다. 대단히 어려운 아리아였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비엔나에서는 오리지널 대로 불렀는데 메트에서는 전체 아리아의 거의 반이나 줄여서 부른 것은 두고두고 얘기꺼리가 되었다. 아마도 하이 C 샤프가 나오기 때문인듯 하다는 얘기였다. 메트의 역사에서 문제의 헬레나의 아리아를 삭제 없이 풀로 부른 소프라노는 드보라 보이그크(Deborah Voigt)가 처음이다.  1966년에는 소프라노 레온타인 프라이스가 루이손 스타디움(Lewisohn Stadium)에서 풀 스코어로 부른 것도 기록에 남아 있다.



마리아 예리차가 헬레나 역할로 최적일 것이라고 권면한 사람은 실은 대본을 쓴 휴고 폰 호프만슈탈이었다. 호프만슈탈은 인물로보나 음악적 재능으로 보나 그렇다는 주장을 했다. 헬레나가 누구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수천 척의 배를 바다에 띄우게 만든 여인, 트로이전쟁의 원인이 된 여인이었다. 마리아 예리차가 그 역할에 최적이라는 것이었다. 슈트라우스가 마리아 예리차를 처음 본 것은 오펜바흐의 '아름다운 엘렌'(Le Belle Helene)이 공연될 때였다. 마리아 예리차에게 감동한 슈트라우스는 호프만슈탈과 협력하여 마리아 예리차를 위한 오페라를 하나 작곡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후 슈트라우스와 호프만슈탈은 '그림자 없는 여인'(Die Frau ohne Schatten: 1919)에서 함께 작업을 했고 초연에서의 타이틀 롤(황비)은 마침내 마리아 예리차가 맡았다. 그러나 슈트라우스는 그것으로 마리아 예리차의 진가가 발휘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슈트라우스는 새로운 오페라를 구상했다. 슈트라우스는 1894년에 소프라노 폴랭 드 아나(Pauline de Ahna)와 결혼했다. 물론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행복한 것이었으며 더구나 폴랭 드 아나는 슈트라우스의 작곡활동에 많은 영감을 주었지만 문제는 폴랭 드 아나가 성질이 급하고 성을 잘 내며 수다스럽기가 이를데 없고 남들과는 다른 특이한 행동을 하는 바람에 장황하게 만들며 말을 조심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거침없이 하는 바람에 슈트라우스가 곤혹을 치룬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슈트라우스는 자기의 결혼이 무언가 잘못되었고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슈트라우스는 자기의 결혼이 마치 하나의 오해의 연속이고 코미디의 한 파트와 같다고 생각했다. 슈트라우스는 그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오페라를 작곡하고 싶어했다. 성격이 상당히 까다로운 편인 호프만슈탈은 슈트라우스가 자기의 결혼생활을 소스로 해서 오페라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자 깜짝 놀라면서 '생종하여 있는 예술가의 사생활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완강히 거절했다. 그래도 슈트라우스의 결심은 흔들림이 없었다. 슈트라우스는 자기가 직접 대본을 써서 오패라를 만들었다. 1929년에 나온 '인터메쪼'(Intermezzo)였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가족. 부인 폴랭 드 아나와 아들 프릿츠. 프릿츠는 나중에 유태인 기업가의 딸과 결혼했기 때문에 부인과 함께 나치로부터 핍박을 받았다. 1910년.


슈트라우스는 그가 구상했던 것을 평소에는 자기에게 적극 협조적이었던 호프만슈탈이 야박하게 거절하자 의기소침하여 앞으로는 그와 공동작업을 하지 않을 생각까지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프만슈탈의 대본이 자기의 취향에 너무 적합해서 다시 한번 합동작전을 펼칠 생각을 했다. 이번에도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추진키로 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과거에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삼은 '엘렉트라'(Elektra)와 '아리아드네'(Ariadne)를 완성한 일이 있기 때문에 슈트라우스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호프만슈탈도 적극 찬성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가사의 스타일이 틀에 짜인 운문이라기 보다는 마치 물이 흐르듯 자유스러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치 '아리아드네'의 프롤로그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호프만슈탈은 비극적인 그리스 신화를 가볍게 취급한다면 그만큼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오페라의 내용은 헬렌과 남편인 메넬라우스가 화해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트로이의 파리스 왕자는 헬렌을 납치하여 트로이로 데려갔기 때문에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리고 전쟁 중에 파리스 왕자는 메넬라우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메넬라우스가 헬렌을 구출한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는가? 헬렌과 메넬라우스가 진정으로 재결합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들이 필요한 것인가? 호프만슈탈은 이같은 의문점에 대한 대답을 '이집트의 헬레나'를 통해 찾도록 했다.


 

헬레나의 마리아 예리차. '이집트의 헬레나'의 비엔나 초연에서 슈르라우스와 마리아 예리차


호프만슈탈은 대본을 씀에 있어서 에우리피데스와 스테시코루스의 희곡들을 참고로 삼았다고 했지만 또한 호머의 '오디세이'와 헤로도투스의 작품도 참고로 했다. 그 중에는 헬렌에 대한 이런 얘기가 들어 있는 것도 있었다. 헬렌은 파리스 왕자에게 납치 당하다시피 해서 트로이로 가서 파리스와 함께 10년을 살지만 그 헬렌은 환영(판톰)이며 실제로 육신을 가진 헬렌은 이집트에 있는 남편의 집에 머물러 있었다는 얘기이다. 호프만슈탈은 이 얘기를 바탕으로 삼아서 슈트라우스를 위한 새로운 오페라의 대본을 만들었다. 폰 호프만슈탈은 우선 1막의 대본을 완성해서 슈트라우스에게 보여주었다. 슈트라우스는 대만족이었다. 약 10년 전에 폰 호프만슈탈이 쓴 '장미의 기사' 1막의 대본을 받아보고 마음에 흡족하게 생각했던 바로 그 기분과 같은 기분이었다. 호프만슈탈도 슈트라우스가 찬사를 보내자 크게 기뻐했다. 두 사람의 생각은 똑 같이 '이집트의 헬레나'를 오페레타처럼 만들자는 것이었다. 원래 계획은 음악 넘버들 사이에 말하는 대사를 넣는 것이었다. 마치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나 베토벤의 '휘델리오'에서 처럼 대사가 나오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그런 계획을 취소하고 전체가 하나의 음악적 앙상블의 연속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슈트라우스-호프만슈탈의 벨 칸토 오페라라고 불렀다. 트로이의 헬렌을 주인공으로 삼은 내용이면 파리스 왕자가 등장해야 하지만 '이집트의 헬레나'에서는 파리스 왕자가 나오지 않는다. 대신에 헬레나의 전남편인 스파르타의 메넬라우스 왕이 주인공이다. 슈트라우스는 메넬라우스를 테너로 설정했고 그에게 오페라의 전편을 통해 가장 길고 가장 발전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역할을 마련해 주었다.



슈트라우스는 작곡을 1927년 10월에 완성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초연에서 누가 헬레나를 맡느냐는 문제였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슈트라우스는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던 마리아 예리차를 염두에 두었다. 그러나 마리아 예리차가 너무나 많은 액수의 출연료를 요구하는 바람에 결국은 그를 기용하려던 계획을 취소해야 했다. 드레스덴 오페라극장(젬퍼오퍼)로서는 고액의 출연료를 지불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더구나 당시 독일극장연합(Deutscher Bühnenverein)은 배우 또는 성악가에게 일정한 액수 이상의 출연료를 지불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드레스덴 오페라극장으로서도 그같은 규정을 따라야 했다. 결국 슈트라우스는 초연에서 헬레나의 이미지를 창조할 소프라노로서 엘리자베트 레트버그를 추천하였다. 레트버그는 기용한 것은 대단한 성공이었다. 레트버그의 음성은 놀랄만큼 아름다웠다. 토스카니니는 레트버그를 성악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며 찬사를 보낸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더구나 레트버그는 독일 출신이고 드레스덴에서 다년간 활동했던 경력이 있어서 드레스덴 사람들과 친숙하게 지낼수 있었다. 반면에 마리아 예리차는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브르노 출신이었다. 지금은 체코공화국에 속한 지역이다. 그러므로 마리아 예리차는 독일적이라기 보다는 보헤미아적인 기질의 소유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트라우스는 마리아 예리차를 잊지 못하였다. 그래서 9월에 비엔나에서 '이집트의 헬레나'가 공연될 때에는 우정 마리아 예리차에게 헬레나의 역할을 맡겼던 것이다. 그후 1930년대에 걸쳐서 마리아 예리차는 대표적인 헬레나로서 세계의 갈채를 받았다.


아이트라의 라우라 아이킨. 베를린 슈타츠오퍼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초연에서 헬레나는 엘리자베트 레트버그, 메넬라우스는 테너 쿠르트 타우허(Curt Taucher), 헤르미오네는 소프라노 아넬리제 페트리히(Anneliese Petrich), 아이트라는 소프라노 미라아 라이들(Maria Rajdl), 다 우드()는 바리톤 프리드리히 플라슈케(Friedrich Plaschke)가 맡았다.


- 헬레나(Helena: S). 메넬라우스의 부인

- 메넬라우스(Menelaus: T). 스파르타의 왕

- 헤르미오네(Hermione: S). 메넬라우스와 헬레나의 아이

- 아리트라(Aithra: S). 이집트 왕의 딸. 마법사

- 알타이르(Altair: Bar)

- 다 우스(Da-Ud: T). 알타이르의 아들

- 이밖에 아이트라의 두 하인(S, MS), 4명의 요정들(S, S, Cont, Cont), 전지전능한 바다 조개(Cont)


[1막] 과거의 신화시대이다. 이집트의 공주이면서 마법사인 아이트라가 외딴 섬에 있는 그의 궁전에서 포세이돈이 돌아오기를 헛되이 기다리고 있다. 신탁의 능력이 있으며 무엇이든지 다 알고 있다고 하는 바다 조개가 아이트라에게 비록 포세이돈이 멀리 떠나 있지만 아이트라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은 흔들림이 없다고 말해 준다. 바다 조개는 이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남편인 메넬라우스가 아내를 찾기 위해 10년에 걸친 트로이전쟁을 마치고 이제 헬렌을 되찾아서 배를 타고 스파르타로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를 해준다. 아이트라는 배에 타고 있는 헬렌이 환영인 것을 알고 있다. 진짜 헬렌은 이집트에 있다는 것이다. 아이트라는 메넬라우스가 10년 동안 다른 남자와 살았던 헬렌을 증오하여 죽이려한다는 것을 알고 헬렌을 구해주기 위해서 바다에 큰 풍랑을 일으켜서 헬렌과 메넬라우스가 탄 배를 난파시킨다. 배가 파선되자 배에 탔던 사람들은 가까스로 외딴 섬의 해안에 도착한다. 이들은 외딴 섬에 아름다운 궁전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래서 찾아온다. 그런데 10년 전에 헬레나는 비록 파리스 왕자에게 납치되어 트로이로 가게 되었지만 트로이에서 지내면서 메넬라우스를 잊지 못하고 있었으며 파리스 왕자가 죽자 메넬라우스와 함께 고향인 스파르타로 돌아가게 된것이다. 다만, 메넬라우스는 헬레나의 환영이 있다는 사실과 오리지널 헬레나가 이집트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그래서인지 관중들 조차 메넬라우스와 함께 스파르타로 돌아가고 있는 여인이 진짜 헬레나인지, 이집트에서 아이트라 공주의 보호를 받고 있는 여인이 진짜 헬레나인지 혼동할 지경이다. 아무튼 환영인 헬레나는 배가 침몰할 때에 사라진 것으로 되어 있고 메넬라우스가 섬에 도착하여 만난 여인은 진짜 헬레나이다. 그러므로 메넬라우스는 헬레나의 환영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10년 만에 메넬라우스를 만난 헬레나는 메넬라우스와의 결혼생활을 과거처럼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남편인 메넬라우스는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로 도망간 헬레나만 생각나서 헬레나를 도저히 용서할수 없다. 메넬라우스는 헬레나로 인하여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고 10년 동안의 전쟁을 통해서 수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버린 것을 잊을 수가 없다.  메넬라우스는 모든 사단이 헬레나로 인해서 발발한 것이므로 헬레나를 죽이려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상 메넬라우스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고서 헬레나를 원망하고 있다. 그래서 심지어는 하나뿐인 딸 헤르미오네가 엄마인 헬레나를 생각하지 못하도록 해왔다. 아이트라의 섬에 도착한 메넬라우스는 기회를 엿보아서 헬레나를 칼로 찔러 죽이려고 한다. 그러나 달빛에 비치는 헬레나의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차마 죽이지 못하고 주저한다. 그러자 아이트라는 메넬라우스가 헬레나를 다시는 죽이지 못하도록 다짐하기 위해 요정들에게 간절히 소원해서 메넬라우스를 괴롭히고 고통을 주도록 한다. 이에 요정들은 우선 메넬레우스의 라이발인 파리스가 살아있는 것처럼 환영을 만들어서 메넬라우스의 앞에 나타나게 만든다. 메넬라우스는 파리스가 살아 있다고 믿고 파리스를 다시 죽이기 위해 달려간다. 아이트라는 계속 마법을 사용해서 헬레나가 젊은 날의 오리지널 아름다움을 되찾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연꽃 드링크를 주어서 헬레나의 불안감을 씻어준다. 아이트라의 시녀들이 헬레나를 메넬라우스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헬레나를 다른 방으로 데려간다.


메넬라우스. 베를린 슈타츠오퍼. 현대적 연출. 메넬라우스는 그가 파리스와 헬레나를 죽인 것으로 믿고 있다.


메넬라우스가 돌아온다. 파리스와 헬레나에게 갑자기 나타나서 깜짝 놀라게 했고 이어 그 두 사람을 죽였다고 자랑한다. 아이트라가 메넬라우스에게 역시 마음을 진정시키는 음료를 준다. 아이트라는 메넬라우스가 아직도 헬레나에 대하여 연민의 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실은 9년전, 파리스에게 헬레나를 빼앗겼을 때 신들이 파리스를 속이기 위해서 헬레나를 그의 망령과 바꿔치기 했다고 알려 준다. 그리고 진짜 헬레나는 아틀라스 산맥에 있는 아이트라의 아버지의 성에 숨겨 놓았다고 덧붙여 얘기해 준다. 헬레나는 그곳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으며 남편인 메넬라우스가 찾아와서 깨우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상 옆 방에 있는 헬레나라는 여인은 허상이며 환영이라는 것이다. 아이트라는 메넬라우스에게 마법으로 아틀라스 산맥에 있는 성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한다. 메넬라우스는 너무나 놀라운 얘기 때문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지만 아이트라의 말을 믿기 시작했고 얼마 후면 오리지널 헬레나를 만나서 예전처럼 지낼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아이트라는 메넬라우스가 일단 연꽃 미약을 마시고 지난 날의 혼란스러운 기억을 씻은 듯이 잊게 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2막] 성의 정자에서 잠들어 있던 헬레나가 드디어 깨어난다. 헬레나는 메넬라우스와 두번째 결혼의 밤을 갖게 된 것을 기뻐한다. 헬레나의 아리아가 유명한 Zweite Brautnacht(두번째 결혼의 밤)이다. 메넬라우스도 미약의 기운으로부터 깨어난다. 하지만 메넬라우스는 아직도 혼미한 중에 있다. 헬레나는 메넬라우스에게 연꽃 미약을 더 주어서 진정시키고자 한다. 그러는데 메넬라우스는 옆에 있는 칼을 보고 불현듯 옛날의 증오심이 되살아 난다. 메넬라우스는 지금 자기 옆에 있는 이 여인이 진짜인지 환영인지 몰라서 혼란스러워한다. 사막의 기마인들과 산의 왕자인 알타이르가 나타나서 헬레나에게 경배하고 선물을 준다. 알타이르의 아들인 다 우드도 헬레나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며 경배한다. 메넬라우스는 사람들이 헬레나를 찬양하고 그에게 경배하는 장면을 보자 지난날 트로이 사람들이 헬레나를 경배하던 것이 생각나서 질투심을 갖는다.  하지만 알타이르와 다 우드가 메넬라우스를 사냥에 초대하자 메넬라우스는 질투심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메넬라우스는 아직도 헬레나가 진짜인지 환영인지를 알지 못한채 우선 사냥을 가기 위해 헬레나와 작별한다. 아이트라가 헬레나의 시녀처럼 모습을 바꾸어서 나타난다. 아이트라는 헬레나에게 약병 중에 어떤 것은 기억을 잊게하는 미약이 들어 있지만 어떤 병에는 기억을 되살려 주는 미약이 들어 있다고 말해준다. 헬레나는 아이트라가 적극 제지함에도 불구하고 메넬라우스와의 결혼생활을 회복하려면 기억을 살려주는 미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흠이 없는 과거로 돌아갈수 있다는 환상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수 없다.


알타이르가 사냥에서 돌아오자 헬레나는 주위에 있던 시녀들에게 모두 나가서 있으라고 손짓한다. 알타이르는 헬레나에게 과감하게 청혼하면서 헬레나를 위해 연회를 마련했으니 함께 참석하자고 권한다. 그때에 메넬라우스가 사냥 중에 다 우드를 죽였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타이르는 헬레나에게 계속 구혼을 하다가 사람들이 그의 아들인 다 우드의 시신을 들고 나타나자 놀란듯 그 자리에서 나간다. 뒤를 이어 메넬라우스가 들어온다. 메넬라우스는 자기가 파리스를 죽였는지 다 우드를 죽였는지 도무지 혼동되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헬레나는 아이트라의 계속되는 제지에도 불구하고 메넬라우스의 옛 기억을 되살려 주기 위해 메넬라우스에게 기억이 회생되는 미약을 마시라고 권한다. 메넬라우스는 진짜 헬레나가 죽었다고 믿는다. 그는 자기 앞의 헬레나를 환영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진짜 헬레나를 따라서 죽을 결심을 한다. 메넬라우스는 죽음의 약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마신다. 그러자 메넬라우스는 죽었다고 생각되는 헬레나가 진짜 살아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두 사람은 감격적인 재회를 한다. 알타이르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헬레나와 메넬라우스를 떼어 놓고자 한다. 그때 아이트라가 포세이돈의 병사들이 방진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병사들은 헬레나와 메넬라우스의 아이인 헤로미오네를 데리고 나타난다. 알타이르는 마법사인 아이타르를 알아보고 그에게 머리숙여 경배한다. 헤르미오네는 마침내 기쁨으로 부모를 만나서 함께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이집트의 헬레나'가 음반으로 첫 선을 보인 것은 1928년이다. 프리츠 부슈가 지휘하는 베를린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소프라노 로우스 폴리(Rose Pauly)가 헬레나를 부른 것이었다. 그러나 공연이 아니라 발췌곡만을 취입한 것이었다. 완판 음반이 처음 나온 것은 1956년이다. 비엔나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연주하였고 소프라노 레오니 레자네크(Leonie Rysanek), 테너 베른드 알덴호프(Bernd Aldenhoff), 아넬리스 쿠퍼(Anneliese Kupper), 헤르만 우데(Hermann Uhde)가 취입한 것이다. 1970년에도 역시 비엔나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연주, 그리고 소프라노 귀네스 존스(Gwyneth Jones)와 테너 제스 토마스(Jess Thomas), 메조소프라노 미미 코어체(Mimi Coertsse)가 취입한 음반이 나왔다. 1979년에는 안탈 도라티가 지휘하는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케네스 즈웰 합창단의 연주, 그리고 역시 소프라노 귀네스 존스, 바바라 헨드릭스 등이 취입한 음반이 나왔다. 비교적 최근인 2001년에는 캐나다 캘거리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연주와 비탈이야 블린스트러바이트(Vitalija Blinstrubyte) 등이 취입한 음반이 나왔고 2002년에는 어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뉴욕 콘서트 코랄의 연주, 드보라 보이그트(Deborah Voigt), 칼 탠너(Carl Tenner) 등의 노래로 취입한 음반이 나왔다.


주요 음악 넘버들은 다음과 같다. 오페라이긴 하지만 오페레타라고 보면 마음 편한 작품이다. 호프만슈탈은 코믹하면서 팔란도(parlando)와 같은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야기하는 듯한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 Das Mahl ist gerichtet

- Ist es wirklich Helena?

- Wo bin ich?

- Bei jener Nacht, der keuschen einzig einen

- Ihr grünen Augen im weissen Gesicht

- Du bist durchnässt

- Ai!... Im weissen Gewand

- Zerspalten das Herz!

- Helen's awakening

- O Engel!

- Das Notigste nur in eine Truhe

- Zweite Brautnacht!

- Wo ist das Haus?

- Aus flirrender Stille was naht heran?

- Ich werde neben dir reiten!

- So schön bedient

- Aithra! Liebe Herrliche!

- O dreifache Torin!

- Mein Geliebter! Menelas!

- Funeral march(장례행진곡)

- Mein Geliebter! Menelas!

- Unter geschlossenem Lid

- Helena, oder wie ich sonst dich nenne

- Bei jener Nacht, der keuschen einzig einen

- Ewig erwahlt von diesem Blick!

- Wie du aufs neue die Nacht die Nacht durchglanz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