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세계(Il mondo della luna) - The World on the Moon
Life on the Moon(달에서의 생활)
요제프 하이든의 3막 오페라 부파
에르네스토와 플라미니아, 체코와 리세타, 멀리는 에클리티코와 클라리체
18세기 초반부터 유럽에서는 계몽사상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새로운 세계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그래서 너도나도 신천지를 개척하기 위해 배를 타고 모험의 길을 떠났다. 계몽사상은 새로운 지식, 특히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높혀 주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은 멀리 우주에까지 이르렀다. 달과 태양계의 행성들에 대한 관심은 막을수 없는 추세였다. 그 중에서도 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달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달이 주는 막연한 신비감과 동화적인 요인도 한 몫을 했다. 그러한 관점들은 문화예술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음악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짐작컨대 하이든의 오페라 '달세계'(Il mondo della luna)도 그러한 배경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하이든의 '달세계'는 오페라의 장르로 볼때 이탈리아 스타일의 오페라 부파에 속한다. 당시에는 이탈리아 오페라가 유럽을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탈리아 출신이 아니더라도 이탈리아어 대본에 의한 이탈리아 스타일의 오페라를 만들어서 무대에 올리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었다. 그래서 하이든의 '달세계'도 이탈리아어 대본으로 되어 있다. 대본은 베니스 출신으로 나중에 파리에서 활동하다가 세상을 떠난 유명한 카를로 골도니(Carlo Goldoni: 1707-1793)가 만든 것이다. 카를로 골도니는 두 주인의 하인'(Il servitore di due padroni), '여관집 여주인'(La locandiera)등으로 이미 명성을 떨치고 있던 오페라 대본가이다. 골도니의 '달세계'는 여러 작곡가들이 오페라로 만들었는데 그 중에서는 1750년에 발다사레 갈루피(Baldassare Galuppi)가 베니스 카니발 시즌을 위해 작곡한 것이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하이든 페스티발의 무대
하이든의 '달세계'는 1777년 8월 3일에 헝가리에 있는 에스터하자 공자의 저택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하이든이 봉사하고 있는 니콜라우스 에스터하지 공자의 막내 아들인 니콜라우스 에스터하지 백작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 작곡된 오페라이다. '달세계'는 Die Welt auf dem Monde(달 세상)이라는 독일어 제목으로 다른 곳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아무튼 하이든의 '달세계'는 공상과학적인 요소가 많았던 18세기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달세계'의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하이든은 에클리티코와 리세타의 역할을 에스터하지궁전에 고용되어 있는 테너 굴리엘로 제몰리와 그의 부인으로 소프라노인 마리아 제몰리를 위해 작곡하였으나 이들은 이 오페라가 초연되기 전에 에스터하지 궁전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갔다.
- 에클리티코(Ecclitico: T). 가짜 천문학자. 부오나페데의 큰 딸인 클라리체를 사랑하고 있다.
- 에르네스토(Ernesto: Cont 또는 Castrato). 에클리티코의 친구. 귀족으로 부오나페테의 작은 딸인 플라미니아를 사랑하고 있다.
- 부오나페데(Buonafede: B). 돈은 많지만 구두쇠인 영감. 그런데 두 딸은 예쁘고 명랑하다.
- 클라라체(Clarice: S. 부오나페데 영감의 큰 딸. 가난한 아마추어 천문학자인 에클리티코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 플라미니아(Flaminia: S). 부오나페데 영감의 작은 딸. 귀족인 에르네스토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 리세타(Lisetta: MS). 부오나페데 영감 집의 하녀. 부오나페데 영감은 리세타가 자기를 좋아하는 줄로 알고 있으나 실은 에르네스토의 하인인 체코를 좋아하고 있다.
- 체코(Cecco: T). 에르네스토의 하인. 부오나페데 영감 집의 하녀인 리세타를 사랑하고 있다.
이밖에 네명의 아마추어 천문학자들, 귀족들이 등장한다.
고탐오페라의 무대
[1막] 첫 장면은 가짜 천문학자인 에클리티코의 집 테라스가 무대이다. 커다란 망원경이 있어서 마치 천문대처럼 보이는 테라스이다. 달 밝은 밤이다. 에클리티코와 그에게서 무얼 배우겠다고 모인 네 명의 학생들이 달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런데 에클리티코의 노래 가사는 조금 다르다. 자기가 어떻게 바보들을 속여 왔는지를 자랑하는 내용이다. 그 바보들 중에는 부오나페데도 포함되어 있다. 호랑이도 제말을 하면 온다더니 에클리티코가 부오나페데를 놀리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중에 부오나페데가 테라스로 올라온다. 부오나페데는 어리석어서 달이 무엇인지, 달은 어떻게 생겼는지, 누가 살고 있기나 한지 등등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그러는 중에 부오나페데는 에클리티코의 집 테라스에 천문대가 있어서 망원경으로 달을 아주 자세히 볼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일부러 보러 온 것이다. 에클리티코는 부오나페데에게 자기의 망원경을 통해서 달을 보면 달의 표면을 아주 자세히 볼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달에 사는 사람들의 집 안까지 마치 스파이가 염탐하듯이 들여다 볼수 있는데 예를 들면 부인네들이 침실에서 침대에 들기 전에 옷을 벗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볼수 있다고 설명해 준다. 구미가 바짝 당긴 부오나페데는 에클리티코에게 어서 망원경을 보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어 에클리티코의 하인들이 부오나페데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중에 망원경의 렌즈 앞에 만화처럼 그림 그린 것들을 준비해 놓는다. 망원경을 들여다 보는 사람들은 달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렌즈 앞에 설치 해 놓은 그림들을 보는 것이다.
잘츠부르크 란데스테아터 무대
이같은 속임수인데 당장 효과가 나타난다. 부오나페데는 정말로 망원경을 통해서 달세계를 본것처럼 생각한다. 무엇을 보았느냐하면 어떤 예쁘게 생긴 아가씨가 어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아양을 떨면서 찰싹 달라 붙는 장면을 보았고 어떤 남편이 아내가 바람 핀 것을 알아채고 난리도 아니게 부인을 야단치는 장면을 보았는가 하면 어떤 남자가 자기 아내를 마치 종부리듯이 부리며 군림하는 장면도 보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장면들이 망원경의 렌즈 앞에 대 놓은 그림의 내용들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부오나페데는 달세계의 사람들이 지내는 모습들을 재미있게 보았다고 하면서 에클리티코에게 관람료로 얼마를 쥐어 주고 떠난다. 혼자 있게 된 에클리티코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구두쇠 노인 부오나페데의 돈 몇 푼이 아니라 그 노인의 큰 딸인 클라리체와 결혼하는 것이라고 중얼거리듯 말한다. 한편, 에클리티코의 친구인 에르네스토는 부오나페데 영감의 작은 딸인 플라미니아를 사랑하고 있고 한술 더 떠서 에르네스토의 하인인 체코는 부오나페데 영감 집에서 하녀로 일하고 있는 리세타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부오나페데는 자기 딸들을 부자들에게 결혼시키고 싶어 한다. 에클리티코는 친구 에르네스토와 그의 하인 체코에게 비록 돈어 없어서 부자는 아니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에르네스토는 사랑하는 플라미니아의 눈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더 아름다운 아리아를 부르고 이어 언젠가는 사랑하는 플라미이나와 영원히 함께 지내게 될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덧 붙여 노래한다(Begli occhi vezzosi). 하인 체코는 인생이란 하나의 게임과 같은 것이며 삶이란 결국 코미디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한다.
에클리티코의 정원에서. 별이라고 자처하는 에르네스토. 웨스트민스터 오페라 무대.
장면이 바뀌어 부오나페데의 집이다. 클라리체와 플라미니아 자매는 폭군과 같이 고집이 세고 게다가 돈만 아는 구두쇠인 아버지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심정이다. 플라미니아는 상당히 긴 아리라를 통해서 이성이 정신을 지배한다고 해도 사랑이 개입되면 사랑이 모든 것을 콘트롤한다는 내용을 얘기한다. 플라미니아가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던 부오나페데 영감은 플라미니아가 철이 없다고 하면서 놀린다. 그러자 플라미니아는 아버지 부오나페데에게 만일 자기 마음에 드는 남편을 구해 주지 못한다면 자기가 직접 선택하겠다면서 협박적으로 대답한다. 두 자매는 사실상 서로 확실히 생각이 다르다. 클라리체는 좀 더 현실적이다. 그러나 플라미아는 보다 이상적이다. 두 자매를 돌보는 하녀가 리세타이다. 그런데 부오나페데 영감이 리세타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 영리한 리세타는 부오나페데로부터 최대한의 편의를 얻기 위해 비록 겉으로이지만 사근사근하고 곰살맞게 행동한다. 부오나페데는 리세타로부터 환심을 사기 위해서 자기가 망원경을 통해서 달세계를 보았는데 아주 재미있으니까 다음 번에는 같이 한번 보자고 말한다. 리세타의 목적은 부오나페데로부터 얻어 낼 것을 다 얻어 낼 심산이어서 부오나페데를 사랑하는 척 하면서 '저는요 영감님밖에 몰라요. 아앙'이라면서 아양을 떤다. 잠시후 에클리티코가 찾아와서 부오나페데에게 달나라 황제께서 부오나페데를 기특히 여겨서 특별 초청을 하였으나 함께 떠나자고 말한다. 부오나페데는 이게 웬 일이나고 하면서 에클리티코에게 어서 함께 떠나자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에클리티코에게 축하의 술이나 한잔씩 하자고 제안한다. 에클리티코는 술을 마시는 척만 하지만 부오나페데는 한 잔 술을 다 마신다. 그리고는 골아 떨어진다. 부오나페데는 달나라로 비행하는 꿈을 꾼다. 클라리체와 리세타는 처음에 부오나페데가 죽은 줄 한다. 그리고는 이제 유산은 자기들에게 떨어진다는 생각을 한다.
비엔나 테아터 안 데어 빈의 무대
[2막] 에클리티코의 집 정원이다. 마치 달 표면처럼 꾸며 놓았다. 부오나페데가 믿도록 만들기 위해서이다. 에클리티코와 에르네스토가 앞으로 어떻게 계획을 꾸며 나갈지 의논하고 있다. 한편, 부에나페데는 잠에서 깨어나자 정말로 자기가 달에 도착한 줄로 안다. 한무리의 댄서들이 나와서 춤을 추며 부에나페데를 환영한다. 그리고는 부오나페데에게 이상하지만 훌륭하게 보이는 가운을 입힌다. 에클리티코가 부오나페데에게 곧 있으면 두 딸인 클라리체와 플라미니아, 그리고 하녀인 리세타도 달에 도착할 것이라고 미리 얘기해 준다. 에클리티코는 부오나페데에게 달세계의 관습이 따르면 여자는 그저 남자에게 온순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잠시후 체코가 마치 달 나라의 황제처럼 차리고 나타나며 에르네스토는 헤스페루스 별의 모양을 하고 등장한다. 부오나페데는 예쁜 댄서들이 또 다시 나와서 춤을 추면서 접대를 하니까 기분이 무척 좋아 있다. 부오나페데는 달세계에서의 생활에 대만족이다. 얼마후 드디어 리세타가 나타나니까 부오나페데는 기분도 그렇지 않고 해서 리세타에게 청혼을 한다. 그러자 달세계의 황제인 체코가 리세타에게 황후가 되어 줄것을 간곡히 부닥한다. 리세타는 전체 계획을 잘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차츰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를 파악하고 오히려 재미있어 한다. 이어서 두 딸들이 도착해서 황제에게 아주 예의를 차려서 인사를 드린다. 넌센스 세리모니이다. 클라리체는 에클리티코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찬가지로 플라미니아도 별인 에르네스토와 어디론가 사라진다. 황제인척 하는 체코는 황후가 될 리세타에게 왕관을 씌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 가면을 쓴 사람들이 벌이는 혼란 속에 부오나페데는 남자들의 트릭에 말려 들어가서 결국은 세 커플의 결혼을 승락하고 만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서 자기가 세 커플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아채지만 이미 때는 늦어서 세 커플은 결혼을 기정사실로 받아 들여서 준비한다.
달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장면. 잉글리쉬 투어링 오페라의 무대
[3막] 에클리티코의 집이다. 가면들과 우스꽝스러운 옷을 벗어 던진 세 사람은 이제 평상시의 옷으로 갈아 입는다. 그리고 부오나페데를 자기 방에 문을 잠그고 가두어 놓는다. 에클리티코는 부오나페데에게 방에서 나와 자유를 얻는 방법은 세 커플들을 용서하는 길 뿐이라고 말한다. 부오나페데는 어쩔수 없이 세 커플들을 용서한다. 이날 따라 하늘에 높이 떠 있는 달은 더욱 휘영청 밝다. 에클리티코와 클라리체가 사랑의 듀엣을 아름답게 부른다. 부오나페데는 자기가 과거에 너무 구두쇠처럼 굴었던 것을 후회한다. 모두 행복하다.
'달세계'의 서곡은 교향곡적인 스타일이기 때문에 관심을 끄는 곡이다. 하이든은 나중에 서곡의 주제를 교향곡 63번의 1악장에 인용하였다. 오페라에서 달과 관련된 음은 E플랫조로 연주되고 있다. 18세기에 E플랫조는 통상 어둠이나 수면과 관계가 있는 조이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에르네스토와 플라미니아가 부르는 듀엣이다. 1막에서 플라미니아의 아리아 Ragion nell'alma siede는 콜로라투라 아리아로서 명성이 높다. 2막에서 리세타의 아리아인 Se lo comanda는 코믹하면서도 순수한 스타일의 아리아이다. 에르네스토의 아리아인 Qualche volta non fa male는 하이든이 그의 마리아첼러 미사(Mariazeller Mass: Hob XXII: 8)의 베네딕투스로 그대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1막에서 달을 향해 비행하는 인식을 줄 때의 음악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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