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구노의 '폴리왹트' - 177

정준극 2017. 4. 21. 21:25

폴리왹트(Polyeucte)

샤를르 구노의 5막 그랜드 오페라

한때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조르지나 웰던을 주인공으로 예정했던 작품


 

샤를르 구노와 조르지나 웰던


프랑스의 샤를르 구노(Charles Gounod: 1818-1893)는 생전에 '파우스트', '로미오와 줄리엣' 등 13편의 오페라를 완성했다. 그 중에서 열번째가 1878년에 초연된 '폴리왹트'이다. 오페라 '폴리왹트'는 로마제국 시대에 우상숭배를 버리고 기독교로 개종했다가 순교당한 성자 폴리왹트에 대한 이야기이다. 폴리왹트는 프랑스식 표현이고 이탈리아어로는 폴리우토(Poliuto)이다. 오페라 '폴리왹트'의 대본이 프랑스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비록 등장하는 인물들이 로마제국의 사람들이지만 이름은 프랑스식으로 바꾸어져 있다. 폴리왹트에 대하여 좀 더 설명하자면, 폴리왹트는 아르메니아의 왕족으로서 지체가 높은 사람이었다. 로마가 임명한 아르메니아 총독 펠릭스(펠리체)는 정책적으로 딸 폴랭(파올리나)을 폴리왹트와 결혼토록하였다. 폴리왹트는 친구인 네아르크(네아르쿠스)가 우상숭배를 버리고 기독교로 개종하여 복음전파에 열성을 다하자 그 열성에 감동하여서 자기도 공개적으로 기독교를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으로 나가서 건물 벽에 붙어 있는 로마의 신을 섬기라는 데시우스 로마황제의 포고문을 찢어버렸으며 이어서 마침 사람들이 열두 우상의 신상을 모시고 행진하며 지나가자 용감하게 달려가서 우상들을 모두 부셨다. 이에 당국은 당장 폴리왹트를 체포하여 감옥에 가두고 우상을 숭배하라고 강요하였지만 기독교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않았고 마침내 참수형을 받아 순교하였다. 폴리왹크는 아르메니아의 멜리테네에서 순교했기 때문에 혹자들은 그를 '멜리테네의 성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멜리테네는 오늘날 터키 동부 아나톨리아의 말라티아를 말한다.


폴리왹크의 순교에 대한 이야기를 17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극작가인 피에르 코르네유(Pierre Corneille: 1606-1684)가 극본으로 만들었다. 코르네유는 몰리에르, 장 라신과 함께 17세기를 풍미한 프랑스의 3대 극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프랑스 비극의 창시자라는 별명을 듣고 있는 사람이다. 코르네유의 극본을 오페라 대본가로 이름난 쥘르 바르비에와 미셀 캬레가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샤를르 구노가 5막의 그랜드 오페라로 만들었다. 코르네유의 극본을 바탕으로는 일찍이 1679년에 마르크 앙투안 샤팽티에(Marc Antoine Charpentier)가 발레음악을 작곡한 것이 있으며 오페라로는 1838년에 게타노 도니체티가 '순교자'(Les martyrs: 또는 폴리우토)라는 타이틀의 작품을 만든 것이 있다. 또한 1892년에는 프랑스의 폴 뒤카(Paul Ducas)가 '폴리왹트 서곡'이라는 작품을 만든 것이 있다. 도니체티의 '순교자'는 구노의 '폴리왹트'보다 꼭 40년 전에 만들어진 오페라이다. 그런데 도니체티의 '순교자'는 비교적 코르네유의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졌지만 구노의 '폴리왹트'는 원작과는 조금 다른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으로 만들어 졌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을 위해 순교한다는 기본적인 메시지는 다를바가 없다. 구노는 '폴리왹트'를 만들기 전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기독교라는 저항할수 없는 능력이 온 인류에게 널리 전파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구노의 '폴리왹트'는 1878년 10월 7일 새로 완성된 팔레 갸르니에(Palais Garnier)에서 초연되었다. 전 5막인데 무대 장치는 1막을 장 에밀 다랑이, 2막을 루이 셰레가, 3막을 오귀스트 알프레드 뤼베와 필립 샤프롱이, 4막을 외진 루이 캬르프자와 안투안 라바스트르가, 5막을 장 바티스트 라바스트르가 맡아서 각각의 재능을 선보였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들 무대장치가들의 이름을 일일히 거명하는 것은 혹시 나중에 다른 오페라의 무대장치를 공부할 때에 관련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초연은 무대장치가 화려하고 웅장했지만 정작 오페라 공연은 실패였다. 구노는 '내 생애의 슬픔'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폴리왹트'는 팔레 갸르니에에서 29회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유명 오페라 극장들이 간혹 도전했지만 역시 무대장치의 어려움 등으로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다만, 폴리왹트의 아리아인 Source delicieuse(달콤한 봄날이여)는 간혹 콘서트에서 들을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사실상 구노가 '폴리왹트'를 완성한 것은 팔레 갸르니에에서 초연을 가진 때로부터 거의 10년 전이었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초연이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초연을 1873년 10월에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파리 오페라극장이 화재로 파손되는 바람에 연기될수 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었다. 영국에서 지내던 구노는 한때 미칠정도로 사랑했던 조르지나 웰던과 헤어져야겠다고 결심하고 1874년에 런던에서 파리로 돌아왔다. 구노는 런던에 있으면서 '폴리왹트'를 초안을 완성했다. 구노는 '폴리왹트'가 초연을 가지게 되면 사랑하는 조르지나를 여주인공인 폴랭의 역할을 맡길 생각으로 그에 맞게 음악도 작곡하였다. 그때만해도 구노와 조르지나는 뜨거운 관계였다. 그런데 구노가 아무래도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조르지나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파리로 돌아가게 되자 질투의 화신 비슷하게 된 조르지나는 '폴리왹트' 악보의 초안을 감춰두고 구노에게 주지 않았다. 속이 상한 구노는 법원에 소송을 내어서 '폴리왹트'의 악보 초안을 돌려 받고자 했다. 그러나 조르지나는 요지부동이었다. 구노는 할수 없이 기억력을 되살려서 '폴리왹트'의 음악을 다시 완성키로했다. 그나저나 조르지나는 일말의 양심이 있었던지 구노가 '폴리왹트'의 복원작업을 거의 마칠 즈음에 가지고 있던 초안을 돌려주었다.


시기는 주후 3세기이며 장소는 고대 아르메니아의 수도인 멜리테네이다. 스토리는 코르네유의 비극을 바탕으로 삼았다. 그러나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더러 있다. 아르메니아의 총독인 펠릭스에게는 폴랭이라는 딸이 있다. 한때 로마 장군인 세베르가 폴랭과 결혼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폴랭은 아르메니아 공자인 폴리왹크를 사랑하고 있어서 세베르와 폴랭의 결혼은 무산된다. 막이 오르면 멜리테네의 거리에서 기독교인들이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도하고 있다. 폴리왹트도 기독교인들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마음 속으로 크게 감동한다. 그리하여 폴리왹트는 기독교로 개종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로마제국에서는 아직 기독교가 공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국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가 말할수 없이 혹독하다. 폴리왹트도 체포되어 이제 곧 사형에 처해질 운명이다. 이때 로마의 장군이 세베르가 전투에서 승리하여 멜리테네로 개선하여 들어온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폴리왹트(Polyeucte: T). 폴리우토(Poliuto). 아르메니아 귀족, 아르메니아의 로마총독인 펠릭스(펠리체)의 수양 아들

- 펠릭스(Felix: B). 펠리체(Felice). 로마황제가 임명한 아르메니아 총독

- 세베르(Severe: Bar). 세베로(Severo: Severus). 로마 장군, 데치우스 황제가 총애하는 신하. 한때 폴랭에게 청혼

- 폴랭(Pauline: S). 파올리나(Paolina). 펠릭스 총독의 딸. 폴리왹트의 부인

- 스트라토니스(Stratonice: MS). 폴랭의 친구

- 네아르크(Nearque: Bar). 네아르코(Nearco). 아르메니아 귀족, 폴리왹트의 친구

- 알뱅(Albin: B). 알비누스(Albinus). 펠릭스 총독의 친구

- 시메온(Simeon: B). 시몬(Simon). 크리스챤 노인

- 섹스투스(Sextus: T). 젊은 집정관

- 백부장(A Centurion: B). 이밖에 수비병, 로마 병사, 제사장, 기독교도들, 왕궁의 시녀들, 하인들, 백성들


1막. 폴랭의 침실이다. 방 한쪽에는 베스타 여신을 모신 작은 제단이 있다. 폴랭이 제단 앞에서 명상에 잠겨 있다. 시녀인 스트라토니스가 걱정이 되어서 어째서 우울하냐고 묻자 폴랭은 어떤 불길한 꿈을 꾸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사랑하는 폴리왹트가 기독교 제단 앞에서 머리 숙여 절을 하는 장면을 보았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폴랭은 꿈에 폴리왹트가 주피터 신상을 파괴하였는데 신의 복수를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면서 크게 걱정한다. 잠시후 슬픈 모습의 폴리왹트가 들어온다. 폴랭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슬프하느냐고 묻자 폴리왹트는 날이 밝으면 기독교인들이 처형 당할 것이어서 그렇다고 대답한다. 폴랭이 기독교인들은 우리가 섬기는 신들을 배척하기 때문에 처형을 당하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리왹트는 비록 신앙을 위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독교인들이 불쌍하다고 말한다. 폴랭은 설마 폴리왹트가 그렇게 기독교인들을 동정할지를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그런 사태가 사실인 것으로 밝혀지자 걱정이 더해진다. 폴랭이 폴리왹트에게 제발 기독교인들을 동정하지 말아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폴리왹트는 이제 개선하는 세베르 장군이 도착하면 그를 환영하기 위해 기독교인들을 원형경기장에서 사자의 무리로 처형하게 될 것이라면서 기독교인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다시한번 나타낸다. 폴랭은 그제서야 세베르 장군이 승전하여서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폴랭은 세베르 장군이 전장터에서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세베르는 한때 폴랭에게 청혼한 사람이다. 폴랭은 어쨋든 우리는 로마제국에 충성하는 사람들이니 로마제국의 법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장면은 바뀌어 멜리테네의 광장이다. 군준들이 개선장군인 세베르를 기다리면서 환호하고 있다. 드디어 세베르 장군이 병사들과 함께 나타나자 아르메니아 총독인 펠릭스가 나아가서 크게 환영한다. 세베르는 펠릭스의 딸인 폴랭을 사랑해서 청혼까지 했던 추억을 회상하면서 혹시나 아직 폴랭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한가닥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는데 폴랭이 세베르에게 폴리왹트를 데리고 나와서 남편이라고 소개한다. 순간 세베르의 얼굴에는 번뇌가 스쳐간다. 모두들 세베르가 낙담하는 모습을 보고 또 무슨 불길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면서 걱정한다.  


복음을 전하고 있는 네아르크


2막. 베스타신전이 있는 정원이다. 세베르는 개선장군으로서의 영광을 폴랭과 함께 나누고자 했으나 폴랭이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한 것을 알고는 자기가 이룬 영광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며 자기를 저주한다. 잠시후 폴랭이 들어오는 기척이 있다. 세베르는 얼른 한쪽으로 숨어서 폴랭을 지켜보기로 한다. 폴랭은 베스타 여신에게 자기의 괴로운 심정을 살펴주기를 바라면서 기도를 한다. 세베르는 폴랭이 기도하는 중에 그가 폴리왹트와 결혼한 것은 아버지 펠릭스의 소원에 복종하여서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폴랭이 기도를 마치고 일어서자 그제야 세베르가 폴랭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폴랭에게 원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했다고 몹씨 비난한다. 그러자 폴랭은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실은 자기도 폴리왹트를 사모해 왔었다고 고백한다. 그 말을 들은 세베르는 한가닥 희망도 사라진 것 같아서 다시한번 절망에 빠진다. 폴랭은 제발 자기를 괴롭히지 말아 줄것과 자기로 인하여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말아 줄것을 간청한다. 세베르는 베스타 여신에게 그가 폴랭을 얼마나 사랑했었는지를 알아 달라면서 무슨 방도가 없겠느냐고 간구한다. 폴랭도 그런 세베르를 측은하게 여겨서 베스타 여신에게 세베르의 상처받은 마음을 고쳐 달라고 기도한다. 그러면서 폴랭은 남편 폴리왹트가 기독교 무리들을 동정하고 있어서 혹시 무슨 화를 당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되면 세베르가 도와주기를 바란다. 밖에서 어떤 병사가 기독교도들을 모두 체포했다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폴랭은 폴리왹트도 체포되지 않았을까 하며 크게 놀란다. 폴랭은 급히 폴리왹트를 찾아서 만난다. 폴랭은 폴리왹트에게 가족들을 생각해서 기독교를 부인하고 목숨을 보전할 것을 간청한다. 폴리왹트는 어디론가 급히 갈 곳이 있다고 하면서 떠난다. 폴랭은 다시 베스타 신전으로 돌아간다. 역시 세베르가 숨어서 폴랭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폴리왹트가 기독교도로서 거리에서 전도하던 네아르크와 함께 등장한다. 폴리왹트는 폴랭이 베스타 신전에 있는 것을 보고 함께 있고 싶어하지만 네아르크가 폴리왹트를 떠밀다시피하면서 다른 곳으로 떠난다. 혹시나 폴랭에게 화가 미칠 것이 아닌지 염려해서이다. 세베르가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본다. 장면은 바뀌어 바위와 나무가 우거진 어느 한적한 장소이다. 여러 기독교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폴리왹트가 마침내 기독교를 받아 들인다.


기독교도들의 처형장에서 폴리왹트


3막. 궁전의 어떤 홀이다. 폴리왹트, 펠릭스, 세베르, 알뱅, 주피터 신전의 대제사장 등이 모여 있다. 이들은 기독교도들이 점점 세를 불려가고 있다는 얘기를 나누면서 걱정한다. 펠릭스가 기독교도들은 로마에 반대하는 무리들이기 때문에 처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세베르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면서 반대한다. 그러자 펠릭스는 주피터 신전이 낡았으므로 모두 힘을 합쳐서 복구하자고 주장한다. 세베르가 또 다시 그런 주장을 반대한다. 백성들이 이제 전쟁을 끝내고 돌아왔는데 또 다시 동원해서 노역을 하고 높은 세금을 징수한다면 곤란하나는 얘기다. 펠릭스는 기독교도들은 찌거기와 같은 사람들이므로 이들을 붙잡아서 강제노역을 시키면 될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펠릭스는 자기가 어느때 기독교도들이 세례를 받는 것을 보았는데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두 평등하다고 주장한다면서 그것이야말로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덧붙인다. 총독 펠릭스는 부하에게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들의 명단을 만들어 내라고 지시한다. 그런것이 없다고 하자 펠릭스는 누구든지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이 있으면 가족까지도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세베르는 폴리왹트에게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목숨을 보전하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폴리왹트는 기독교를 위해서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고백한다.


4막. 폴리왹트가 감옥에 갇혀 있다. 하지만 아직도 기독교를 배반하지 않고 있다. 5막. 폴리왹트와 폴랭이 다른 기독교도들과 함께 원형경기장에 등장한다. 로마 병사가 사자 우리의 철문을 연다. 기독교도들의 찬미소리가 들린다.


감옥에 갇힌 폴리왹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