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 9번의 저주?
음악의 세계에는 아홉번째 교향곡에 저주가 깃들여 있다는 미신적인 생각이 있다. 아홉편의 교향곡을 쓴 작곡가는 그것으로 인하여 세상을 떠날 운명이라는 속설이다. 사실 그런 얘기는 미신적인 것이지만 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꺼리가 아닐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베토벤이다. 베토벤은 교향곡 9번을 마지막으로 완성하고 나서 세상을 떠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교향곡 9번 때문에 저주를 받아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홉번째 교향곡이 베토벤의 운명에 저주를 내렸기 때문에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식이었던 것이다. 그런 허무맹랑한 얘기를 신문들이 그것도 기사라고 받아서 게재하기 시작했다. 신문들은 재미 있으라고 그랬겠지만 신문을 믿는 순진한 사람들은 교향곡 9번을 작곡한 사람은 비록 죽음이라는 저주를 받지 않더라도 생애서 어떤 불운을 맞이하게 된다는 얘기를 믿었다. 신문들은 계속해서 9번을 거쳐서 10번 교향곡을 시도한다면 그것은 운명에 대한 도전으로서 결과는 예측할수 없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그러면서 구스타브 말러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말러도 아홉번째 교향곡을 완성한 후에 10번째 교향곡을 시도하다가 비운의 생애를 마감하였다는 것이다. 되돌아보건대 말러는 여덟번째 교향곡을 완성한 후에 '대지의 노래'(Das Lied von der Erde)를 작곡했다. '대지의 노래'는 구조적으로는 교향곡에 가깝지만 실은 연가곡 형식이었다. 왜냐하면 각 악장이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를 위한 시가(詩歌)였기 때문이다. 말러는 '대지의 노래'를 완성한 후에 교향곡 9번을 작곡했다. 그러나 말러의 교향곡 9번은 베토벤처럼 마지막 교향곡이 되지 않았다. 말러는 아홉편의 교향곡에 관한 저주를 무너트렸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교향곡 9번을 완성한 후에 교향곡 10번을 시도했다. 그런데 신병으로 인하여 교향곡 10번을 미완성으로 남겨 놓은채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말러도 교향곡 9번까지 작곡한 후에 곧이어 세상을 떠나지 않았는가'라면서 아홉번째 교향곡이 운명적인 저주를 지니고 있다고 내세웠다.
아놀드 쇤베르크는 미신이니 초자연적이니 하는 것들을 무시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예를 들어서 쇤베르크는 13이란 숫자를 극도로 기피하였다. 물론 오늘날의 과학기술로 보면 하찮은 미신이지만 쇤베르크는 13이란 숫자가 불운을 가져 온다고 믿었다. 쇤베르크의 오페라 '모세와 아론'의 원래 독일어 제목은 Moses und Aaron 이었다. 그러나 쇤베르크는 이 제목의 알파벳 글자가 모두 13이므로 그건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쇤베르크는 Aaron에서 a를 하나 빼서 Aron으로 만들어서 제목에 사용했다. 그래서 쇤베르크의 '모세와 아론'의 제목은 Moses und Aron(Moses and Aron)이 되었다. 아무튼 쇤베르크는 말러가 교향곡 9번을 완성하고 나서 10번에 도전한다는 얘기를 듣고 '9번 교향곡을 쓴 사람은 내세와 너무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홉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야. 말러가 10번을 추진한다면 분명히 누군가와 헤어져야 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쇤베르크의 주장에는 신빙성이 없다. 예를 들어서 브루크너는 교향곡을 아홉편을 작곡했지만 베토벤이나 말러 처럼 불운의 생애를 마감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브루크너는 오늘날 교향곡 9번이라고 불리는 작품을 완성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완성된 것만 따지자면 여덟편을 작곡한 셈이다. 그러나 만일 초기에 연습용으로 작곡한 교향곡, 즉 '연습교향곡'(Study Symphony) F 단조와 오늘날 교향곡 0번으로 알려진 D 단조 교향곡을 계산에 넣는다면 열편의 교향곡을 만든 셈이다. 그런데 브루크너는 이 두 유사 교향곡을 그의 교향곡 리스트에 넣지 않았다. 브루크너는 교향곡 9번 때문에 혹시나 나쁜 일이나 생기지 않을까라며 미신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브루크너는 자기도 베토벤처럼 9번째 교향곡을 마지막으로 하여 세상을 떠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기는 했다. 다만, 아홉편의 교향곡을 작곡했기 때문에 혹시 무슨 나쁜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한 것이 아니라 베토벤의 9번 교향곡과 자기의 교향곡 9번의 조성(調性)이 같기 때문에 혹시라도 불운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미신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아홉번째 교향곡을 작곡한 작곡가로서는 루이스 슈포르, 슈베르트, 드보르작, 브루크너, 말러, 본 윌리엄스 등을 들수 있는데 이들이 아홉 편의 교향곡을 만든 것은 베토벤을 따라야 하겠다는 생각으로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다. 게다가 어떤 경우는 하다보니 아홉편이 되었고 또는 만들어 놓은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포기하고 다시 작곡하다가 보니 아홉편이 된 경우도 있으며 또는 작품의 넘버링을 간소화하다보니 그렇게 된 경우도 있다.
교향곡 9번의 스코어를 배경으로 한 베토벤 초상화
교향곡을 아홉편만 작곡하고 세상을 떠난 작곡가들은 의외로 여러명이 있다. 독일의 루이스 슈포르(Louis Spohr: 1784-1859)도 9편의 교향곡을 남겼다.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는 기록상으로는 13편의 교향곡을 남긴 것으로 되어 있지만 미완성을 제외하면 9편이다. 슈베르트의 대표적인 교향곡이라고 하는 '미완성교향곡'은 작곡 연대로 보았을 때에 교향곡 8번에 해당한다. 1822년에 2악장까지 완성했기 때문이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 C 장조(D 944)는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해인 1828년에 작곡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 작품이 알려진 것은 사후 12년만인 1840년이었다. 그런데 1970년대에 와서 또 하나의 미완성 교향곡이 발견되었다.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에 스케치 해놓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사람들은 그것도 슈베르트의 교향곡 리스트에 포함시켜서 교향곡 10번으로 불렀다. 나중에 영국의 브라이언 뉴불드(Brian Newbould)라는 작곡가가 슈베르트가 남긴 스케치을 바탕으로 교향곡을 완성했지만 그렇다고 콘서트의 스탠다드 레퍼터리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슈베르트 때문에 얘기가 좀 길어진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아홉편의 교향곡을 작곡한 위대한 작곡가들을 또 소개하면, 체코(보헤미아)의 안토닌 드보르작(Antonin Dvorak: 1841-1904)이 있다. 마지막 교향곡인 9번이 저 유명한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라는 부제가 붙은 교향곡이다. 오스트리아 오버외스터라이히주의 안스펠덴(Ansfelden)이란 곳에서 태어난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 1824-1896)도 9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그런데 브루크너는 교향곡 1번을 내놓기 전에 '연습 교향곡'(Study Symphony: F 장조)이라는 것을 작곡한바 있다. 그것도 교향곡으로 간주한다면 실상 브루크너는 10편의 교향곡을 작곡한 셈이다. 다음으로 구스타브 말러(Gustav Mahler: 1860-1911)를 얘기하지 않을수 없다. 9편의 교향곡을 완성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있어서 세상 떠나기 1년 전인 1910년에 교향곡 10번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스코어를 초안만 잡아 놓고 미완성으로 남긴채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말러가 교향곡을 아홉편 작곡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10편을 작곡한 것으로 은근히 알려져 있다. 또 한 사람이 있다. 영국의 랄프 본 윌리엄스(Ralph Vaughan Williams: 1872-1958)이다. 9편의 교향곡을 남겼다. 본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57년에 완성한 교향곡 9번은 그가 세상을 떠나던 해인 1958년에 런던에서 초연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본 윌리엄스가 9번 교향곡의 저주 때문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아홉편의 교향곡을 남긴 작곡가들. 왼편으로부터 루이스 슈포르, 프란츠 슈베르트, 안토닌 드보르작, 안톤 브루크너, 구스타브 말러, 랄프 본 윌리엄스
이들 이외에도 교향곡을 9편 작곡한 20세기 작곡가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부분 모두 장수하였다.
- 쿠르트 아테르베리(Kurt Atterberg: 1887-1974). 스웨덴 작곡가. 9편의 교향곡 작곡. 86세로 작고
- 엘리 지그마이스터(Elie Siegmeister: 1909-1991). 미국 뉴욕 출신 작곡가. 9편의 오페라, 8편의 교향곡 작곡. 82세로 작고
- 알프레드 슈니트케(Alfred Schnittke: 1934-1998). 러시아 작곡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작고. 64세. 교향곡 0-9번까지 작곡. 오페라는 3편 작곡(게수알도, 닥터 요한 파우스트 이야기, 바보와의 생활)
- 로저 세션스(Roger Sessions; 1896-1985). 미국 브루클린 출신 작곡가. 교향곡 9편 작곡. 89세로 작고
- 에곤 벨레츠(Egon Wellesz: 1885-1974). 오스트리아 작곡가. 영국 옥스포드에서 작고. 89세. 교향곡 9편 작곡
- 피터 메닌(Peter Mennin: 1923-1983). 미국 작곡가. 줄리아드음대 학장 역임. 교향곡 9편 작곡. 60세 작고
- 말콤 아놀드(Malcolm Arnold: 1921-2006). 영국 작곡가. 9편 교향곡 작곡. 85세 작고
왼쪽으로부터 쿠르트 아테르베리, 엘리 지그마이스터, 알프레드 슈니트케, 로저 세션스, 에곤 벨레츠, 페터 메닌, 말콤 아놀드
[우리가 잘 아는 작곡가로서 교향곡을 가장 많이 작곡한 사람은?]
- 요제프 하이든: 104편
- 미하엘 하이든: 41편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4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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