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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의 모든 것

정준극 2017. 2. 10. 06:37

미완성의 모든 것


음악에서 '미완성'이라고 하면 우선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Die Unvollendete)이 생각날 것이다. 슈베르트는 원래 4악장으로 구성되어야 할 교향곡 E 단조를 2악장만 완성하고 무슨 연유인지 더 이상 완성하지 않고 밀어 두었다. 슈베르트가 4악장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 분명한 것은 3악장에 대한 스케치도 대충 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베르트는 B 단조 교향곡(나중에 교향곡 8번으로 정리)을 미완성인 채로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슈베르트의 E 단조 교향곡은 그가 세상을 떠난지 거의 40년 후에야 빛을 보게 되었다. 몇몇 작곡가들이 슈베르트가 스케치 해놓은 것을 바탕으로 B 단조 교향곡을 완성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어쩐지 슈베르트의 향취가 미흡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교향곡을 완성할 생각은 접어두고 비록 그 교향곡이 2악장만 되어 있어서 미완성이지만 '미완성의 완성'이라고 하여서 그 교향곡을 '미완성교향곡'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런데 미완성은 슈베르트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세상의 수많은 작곡가들이 미완성의 작품들을 남겼다. 교향곡도 미완성으로 남긴 것들이 상당히 있지만 다른 분야의 작품들도 미완성으로 남긴 것들이 다대하다. 예를 들어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하더라도 모차르트의 '진혼곡'(Requiem),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 그리고 말러의 교향곡 10번 등이 있다. 더러는 다른 작곡가들이 미완성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여서 그런대로 완성된 작품처럼 선을 보였지만 아무래도 미완성이라는 꼬리표는 떼어 낼수 없었다. 말러의 교향곡 10번의 경우에는 말러가 남긴 것이 전체적인 스케치, 그리고 두 악장에 대한 오케스트레이션이었다. 몇몇 작곡가들이 완성에 도전한 중에 데릭 쿠크(Deryck Cooke)가 완성한 것이 그런대로 성공적이었다. 데릭 쿠크는 말러의 초안을 바탕으로 해서 완성했기 때문에 자기의 솜씨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초안의 연주 버전'(performing version of the draft)이라고 표현했다. 이 버전은 1964년 런던의 프롬스(The Proms)에서 베르톨트 골드슈미트의 지휘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이제 도대체 어떤 작품들이 미완성으로 남겨진 것인지, 누가 완성했는지 등을 교향곡, 오페라, 미사곡, 협주곡 등등의 여러 장르에서 찾아보자.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서 또 다른 흥미꺼리이기 때문이다.  


고전음악의 시기에는 작곡가들이 작곡을 하려면 우선 오선지에 스케치를 하고 나중에 정사(精寫)하는 형식을 취했다. 말하자면 무슨 악보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휘갈겨 놓거나 또는 짓고 다시 쓰기를 반복한 난장판의 악보를 카피 전문가가 정성스럽게 정리해서 하나의 보기 좋은 악보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2006년도 할리우드 영화인 '카핑 베토벤(Copying Beethoven)을 보면 베토벤(에드 해리스분)이 엉망으로 그려 놓은 오선지를 안나 홀츠(다이앤 그루거분)가 정성스럽게 필사를 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바로 그러한 일이다. 하기야 고전음악의 시기(대략 16세기 후반-20세기 초반)에는 녹음기술도 없고 컴퓨터 작곡은 상상조차 할수 없으므로 그저 죽으나 사나 오선지에 정성스럽게 음표를 그려 넣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초보 필사자(筆寫者: Copyist)들은 실수도 가끔씩 했다. 작곡자가 그려 놓은 음표를 잘못 보고 잘못 필사해서 놓는 바람에 엉뚱한 음악을 만들어 놓는 경우이다. 아래 그림은 베토벤이 오리지널 악보이다. 저걸 정확히 알아보고 제대로 정리해 놓는 일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가하면 예를 들어서 교향곡 한 작품이라고 하면 오선지만해도 수십장에 이른다. 어떤 작곡가는 이 오선지들을 페이지 번호도 없이 뒤죽박죽으로 두었기 때문에 페이지 순서를 맞추어서 정리해 놓아야 한다. 하지만 어느 오선지가 몇 페이지에 해당하는지를 도무지 알수가 없어서 결국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는 바람에 원래 작곡자가 의도한 음악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Op 69라고 생각되는 작품의 오리지널 악보 일부. 악보도사가 아니면 알아보기 힘들다.


미완성 작품은 오리지널 작곡가의 스타일대로 완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자면 평소에 오리지널 작곡가를 잘 알던 사람, 또는 훗날 오리지널 작곡가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한 사람이 미완성을 완성한다면 그나마 인정을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요한 세버스티안 바흐(1685-1750)는 어쩐 일인지 '후가의 예술'(Die Kunst der Fuge: The Art of Fugue)를 작곡하다가 미완성인채로 남겨두었고 얼마후에 세상을 떠났다. 여러 작곡가들의 이 후가 작품을 완성코자 노력했는데 그 중에서 헝가리의 작곡가인 촐탄 괸츠(Zoltan Göncz: 1958-)가 마련한 것이 그나마 가장 바흐 스타일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이었다. 괸츠는 바흐 전문가였다. 영국의 에드워드 엘가는 교향곡 3번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130 페이지에 이르는 스케치를 남겨놓았다. 이것을 영국의 작곡가인 안토니 페인(Anthony Payne: 1936-)이 정성들여서 재건했다. 그리하여 오늘날 엘가의 교향곡 3번이라고하면 당연히 페인이 완성한 것을 프로그램에 올리고 있다. 대부분의 미완성 작품들은 오리지널 작곡가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또는 작곡자가 도무지 만족하지 못해서 한켠으로 밀어 놓아두었기 때문에 완성되지 못한 것들이다. 그런 일반적인 이유 말고도 다른 이유로 미완성이 남아 있게 되고 나중에 다른 사람이 완성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작곡가인 콜린 매튜스(Colin Matthews: 1946-)가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The Planets)을 완성한 경우이다. 홀스트는 지구를 제외한 태양계의 행성들을 표현한 음악을 만들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아홉번째 행성에 대하여는 일단 순서에 따라서'명왕성, 새로운 별'(Pluto, The Renewer)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그에 해당하는 음악을 스케치해 놓았다. 그로부터 80년이 훨씬 지난 2000년에 콜린 매튜스가 '명왕성' 부분을 완성하였다. 이 때에는 이미 명왕성이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으로서 발견된 후였다. 이로써 태양계의 행성들은 지구를 제외하고 모두 포함될수 있었다. 홀스트가 '행성'을 작곡한 연대는 1914-16년이었고 명왕성이 발견된 것은 1930년이었으므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행성을 상상해서 표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오페라 중에도 미완성 작품들이 더러 있지만 우리가 잘 아는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푸치니의 '투란도트'이다. 푸치니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완성을 보지 못했다. '투란도트'의 미완성 부분은 거의 피날레 부분이다. 푸치니와 평소에 교분이 두터웠던 프랑코 알파노(Franco Alfano: 1875-1954)가 미완성 파트를 완성하였고 푸치니가 세상을 떠난지 2년 후인 1926년에 완성된 '투란도트'의 초연이 이루어졌다. 최근에 루치아노 베리오(Luciano Berio: 1925-2003)가 또 다른 피날레 파트를 완성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프랑코 알파노가 피날레를 만든 '투란도트'가 모든 공연에서 통용되고 있다. 또 다른 예도 있다. 비엔나 출신의 알반 베르크(Alban Berg: 1885-1935)는 오페라 '룰루'(Lulu)의 2막만을 완성하고 세상을 떠났다. 여러 작곡가들이 3막을 만들겠다고 제안했지만 알반 베르크의 미망인인 헬레나가 반대하여서 1979년까지 2막으로만 공연되었다. 그러다가 역시 비엔나 출신의 프리드리히 체르하(Friedrich Cerha: 1926-)가 베르크의 스케치를 사용해서 나름대로의 음악을 붙여서 3막을 완성했고 이것이 오늘날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것이 되었다. 미완성이라고 해도 미완성인 그대로 연주해도 문제가 없는 경우가 있다. 잘 아는대로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으로 정해진 일명 '미완성 교향곡'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이다. 안톤 브루크너의 고향곡 9번도 피날레가 완성되지 못한 것이지만 피날레 없이 연주되고 있다. 독일의 작곡가인 칼 아마데우스 하르트만(Karl Amadeus Hartmann: 1905-1963)의 '게장스스체네'(GEsangsszene)의 경우에는 마지막 구절을 프랑스의 시인인 장 지라두(Jean Giraudoux: 1882-1944)의 시를 노래부르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작곡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음악이 완성되지 못했다. 오늘날 이 작품을 연주할 때에는 마지막 노래를 솔리스트가 음악 없이 그저 낭송한다.


푸치니의 '투란도트'에서 칼라프 왕자(루치아노 파바로티)가 '공주는 잠못 이루고'(네순  도르마)를 부르고 있다. 1977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이 파트는 프랑코 알파노의 작품이라고 한다.


미완성의 작품을 다른 작곡가가 완성한 대표적인 경우를 정리해 보았다. 오리지널 작곡가의 이름을 알파벳 순서로 소개한다.


- 벨라 바르토크(Béla Bartok)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미완성이었지만 헝가리의 바이올리니스트, 지휘자 겸 작곡가인 티보르 세를리(Tibor Serly: 1901-1978)가 완성하였다. 다른 작곡가들도 세를리의 완성작업에 동참하였으나 세를리가 주역이었다.

- 루드비히 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은 교향곡을 9번까지만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또 하나의 교향곡을 준비 중이서서 앞부분에 대한 스케치를 해 놓았다. 사람들은 그것을 베토벤의 교향곡 10번이라고 불렀다. 미완성의 교향곡을 영국의 음악학자이자 작곡가인 배리 쿠퍼(Barry Cooper: 1949-)가 4악장의 교향곡으로 완성했다. 하지만 오늘날 거의 연주되지 않고 있다. '합창교향곡'이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이라는 인식때문이다.  

- 알렉산더 보로딘(Alexander Borodin)의 오페라 '이고르 공'(Prince Igor)은 미완성이었지만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알렉산더 글라주노프(Alexander Glazunov: 1865-1936)의 협조를 받아서 완성했다.

- 어네스트 쇼송(Ernest Chausson)의 현악4중주곡은 미완성이었지만 프랑스의 작곡가인 뱅상 댕디(Vicent d'Indy: 1851-1931)가 완성했다.

- 클로드 드빗시(Claude Debussy)는 '플레아와 멜리상드'라는 오페라 이외에도 '로드리고와 시멘'(Rogrique et Chimene)이라는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미완성이었다. 스페인의 구국 영웅인 엘 시드의 애국과 사랑의 이야기이다. 러시아의 에디슨 데니소프(Edison Denisov: 1929-1996)가 나머지 부분을 완성했다.

- 게타노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는 오페라 '알바 공작'(Le duc d'Albe)을 미완성으로 남겼다. 이탈리아의 마테오 살비(Matteo Salvi: 1816-1887)가 완성했다.


도니체티의 미완성 오페라인 '알바 공작'. 네덜란드 블람세 오페라 무대. 스페인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플란더스 백성들의 항거와 항거를 주도한 에그몬트 백작의 이야기.


- 마누엘 드 화야(Manuel de Falla)의 오페라 '아틀란티다'(Atlantida)는 미완성이었지만 스페인의 에르네스토 할프터(Ernesto Halffter: 1905-1989)가 완성했다.

- 프로멘탈 알레비(Fromental Halévy)는 오페라 '노아'(Noé)를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사위인 조르즈 비제가 완성했다. 창세기의 대홍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 챨스 아이브스(Charles Ives)는 '대학교 교향곡'(University Symphony)을 미완성으로 남겼다. 여러 작곡가들이 완성 버전을 만들었는데 미국의 래리 오스틴(Larry Austin: 1930-)의 버전이 그중 널리 알려져 있다.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 A. Mozart)의 C 단조 미사(Great Mass)도 실은 미완성이었다. 모차르트는 상투스의 일부분, 크레도의 대부분, 그리고 아누스 데이는 전부를 완성하지 못했다. 완성은 했는데 스코어가 아예 없거나 분실되었는 얘기도 있다. 근자에 이르러 미완성된 부분을 여러 작곡가들이 완성코자 하였는데  미국의 로버트 레빈(Robert D Levin: 1947-)과 독일의 벤야민 군나르 코르스(Benjamin-Gunnar Cohrs: 1965-)의 것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나름대로의 완성버전을 만든 작곡가로서는 영국의 로버트 랭던(Robert Landon: 1873-1938), 오스트리아의 헬무트 에더(Helmut Eder: 1916-2003), 영국의 수학자이며 작곡가인 리하르트 마운더(Richard Maunder: 1937-), 영국의 필립 윌비(Philip Wilby: 1949-) 등이 있다.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프란츠 사버 쥐스마이르(Franz Xaver Süssmayr)가 완성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y)의 오페라 '호반시치나'(Khovanshchina)는 여러 버전으로 완성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은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버전이다. 이밖에도 모리스 라벨과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공동으로 완성한 버전이 있고 또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가 완성한 버전도 있다.

-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의 또 다른 오페라인 '체니트바'(Zhenitba: 결혼)도 미완성이다.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 알렉산드르 가우크(Alexandr Gauk), 미하일 이폴리토프 이바노프(Mikhail Ippolitov-Ivanov), 알렉산더 체레프닌(Allexander Tcherepnin), 게나디 로츠데스트벤스키(Gennady Rozhdestvensky), 비야체슬라브 나고비친(Vyacheslav Nagovitsyn) 등이 각각의 완성 버전을 만들었다.

-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의 '소로친치 시장'(The Fair at Sorochyntsi)은 러시아의 세자르 쿠이(Cesar Cui: 1835-1918) , 러시아의 니콜라이 체레프닌(Nikolai Tcherepnin: 1873-1946, 비사리온 세발린(Vissarion Shebalin), 우크라이나 출신의 미국 작곡가인 에밀 쿠퍼(Emil Cooper: 1877-1969) 등이 각각 완성한 버전이 있다.

-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Sergei Prokofiev)의 오페라 '맛달레나'(Maddalena)는 미완성이었지만 영국의 지휘자이며 작곡가인 에드워드 다운스(Edward Downs: 1924-2009)가 완성했다.

-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제비'(La Rondini)는 이탈리아의 로렌초 페레로(Lorenzo Ferrero: 1951-)가 완성했다. 원래 푸치니는 최초의 '제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세번이나 수정하였다. 그러나 그 중에서 어떤 것을 최종 버전으로 확정할지를 결정하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로렌초 페레로가 마지막 버전을 다시 가다듬에서 그것으로 확정 버전으로 삼도록 했다.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인 '투란도트'를 프랑코 알파노가 완성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 오토리노 레스키피(Ottorino Respighi)의 오페라 '루크레치아'(Lucrezia)는 이탈리아의 여류 작곡가인 엘사 레스피기(Elsa Respighi: 1894-1996)가 완성했다. 실은 엘사는 레스피기의 제자였다가 레스피기와 결혼하여 레스피기의 부인이 되었다.

- 아놀드 쇤버그(Arnold Schoenberg)의 오페라 '모세와 아론'(Moses und Aron)을 작곡할 때에 3막으로 계획하였다. 쇤버그는 3막까지의 대본을 확정했으나 음악은 2막까지 완성하고 미루어 두었었다. 3막의 음악을 완성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날 '모세와 아론'은  2막까지만 공연되고 있다.


아놀드 쇤버그의 '모세와 아론'. 웰쉬 국립오페라


-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의 교향곡 7번과 10번은 영국의 브라이언 뉴불드(Brian Newbould: 1936-)가 완성했다. 뉴불드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2번의 빠진 내용을 채워넣기도 했다. 교향곡 7번은 오스트리아의 펠릭스 봐인가르트너, 영국의 존 프란시스 바네트 등도 완성했다.

- 알렉산더 스크리아빈(Akexander Scriabin)의 '미스테리움'(Mysterium) 중에서 '행동 서문'(Prefatory Action)은 러시아의 알렉산더 넴틴(Alexander Nemtin: 1936-1999)이 완성했다.

- 표트르 차이코브스키(Pyotr Tchaikovsky)의 피아노 협주곡 3번 E 플랫 장조는 러시아의 세르게이 타네예프(Sergei Taneyev: 1856-1915)가 완성했다. 이 협주곡은 원래 교향곡 E플랫 장조로 구상되었던 것이다. 차이코브스키가 포기하지 않고 작곡을 완성했다면 교향곡 6번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현재 '비창'으로 알려진 교향곡 6번 B 단조와는 다르다. 차이코브스키는 교향곡으로 생각했던 스케치를 피아노 협주곡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협주곡의 미완성 부분은 타네예프가 완성한 것이다. 한편, 세미욘 보가티레프(Semyon Bogatyrev)는 차이코브스키의 오리지널 스케치를 바탕으로 애초에 차이코브스키가 구상했던 대로 교향곡을 완성했다. 그리고 교향곡 7번이라고 붙여서 출판하였다.  

- 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von Weber)의 미완성 오페라 '세 사람의 핀토'(Die drei Pintos)는 구스타브 말러(Gustav Mahler)가 완성했다.


베버-말러 합작인 코믹 오페라 '세 사람의 핀토'. 프라하 슈타츠오퍼. 현대적 연출.


음악의 세계에서 미완성의 작품은 교향곡과 오페라에서 두드러진다. 다른 일반적인 노래와 간단한 음악은 크게 주목해야할 일이 없기 때문인것 같다. 하지만 교향곡이나 오페라는 규모가 크고 작곡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정상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교향곡의 세계에서는 어떤 작품들이 미완성이었는지, 또한 누가 완성코자 노력했는지를 살펴본다. 앞에서도 두어번 언급했지만 가장 대표적인 미완성 교향곡은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이다. 그런데 이 교향곡에도 사연이 많다. 슈베르트가 이 교향곡을 2악장까지만 완성한 것은 1822년이었다. 세상 떠나기 6년전이다. 슈베르트는 이 교향곡을 4악장의 전통적인 교향곡으로 작곡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3악장에 대한 스케치를 해 놓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슈베르트가 왜 2악장까지만 완성하고나서 그냥 두었는지에 대한 것은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슈베르트는 이 교향곡을 그라츠음악협회를 위해 작곡했다. 그라츠음악협회가 26세의 슈베르트에게 음악원 졸업을 인정하는 디플로마 자격증을 주었기 때문에 감사하는 의미에서 그라츠음악협회에 헌정키로 했던 것이다. 그라츠음악협회의 디플로마는 친구인 안젤름 휘텐브렌너(Anselm Hüttenbrenner)의 주선에 의한 것이었다. 슈베르트는 2악장까지의 B 단조 교향곡을 휘텐브렌너에게 주어서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휘텐브렌너는 슈베르트로부터 받은 2악장의 교향곡을 그라츠음악협회에 보여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슈베르트로부터 그런 교향곡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슈베르트는 1828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후로 B 단조 교향곡에 대하여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지 37년 후인 1865년, 휘텐브렌너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슈베르트가 준 악보를 지휘자인 요한 폰 헤르베크(Johann von Herbeck)에게 보여주었다. 헤르베르크는 그해 12월 17일 비엔나에서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의 초연을 지휘했다. 다만, 슈베르트의 교향곡 3번의 4악장을 미완성 교향곡의 피날레로서 붙여서 연주했다. 그후로 많은 음악학자들은 E 단조 교향곡이 2악장으로만 완성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악장만으로 충분하다는 견해였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작곡가들에 의한 미완성 교향곡으로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기왕에 별로 바쁘지도 않으므로 소개한다. 미완성 교향곡을 남긴 작곡가들을 알파벳 순서로 소개한다.


- 루드비히 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교향곡 10번. 베토벤은 이 교향곡의 일부분을 스케치로 남겨 놓았다. 영국의 세계적 베토벤 전문가인 배리 쿠퍼(Barry Cooper: 1949-)가 베토벤이 남겨 놓은 스케치를 바탕으로 4악장의 교향곡을 완성하고 이를 교향곡 10번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오늘날 베토벤의 교향곡 10번이 연주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 조르지 비제(Georges Bizet)의 '로마 교향곡'(Roma Symphony)은 미완성으로 알려졌지만 그것은 오해이다. 비제는 '로마 교향곡'을 두고 11년간(1860-1871)이나 씨름하였다. 물론 1869년에는 일부 완성된 파트만을 가지고 발표를 한 일도 있지만 완성된 작품은 아니었다. 비에는 그런 오랜기간동안 붙들고 고민하였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정하기를 반복하였다. 결국 비제의 생전에는 마지막으로 손을 본 수정본이 출판되지 못하였다. 출판된 것은 비제가 세상을 떠난지 5년 후인 1880년이었다. 비제가 마지막 버전에 대하여 만족했는지의 여부는 모르지만,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로마 교향곡'을 미완성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4악장 모두 완벽하게 스코어가 된 것이었다.

- 알렉산더 보로딘(Alexander Borodin)의 교향곡 3번은 단지 2악장까지만 초안이 잡혀 있었을 뿐이어서 나중에 알렉산더 글라주노프(Alexander Glazunov)가 초안을 바탕으로 완성했다.

-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는 베토벤과 마찬가지로 교향곡을 9번까지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은 3악장까지만 완전하게 작곡되어 있고 4악장은 초안만 되어 있다. 여러 사람들이 4악장을 완성코자 노력하였지만 크게 만족스럽지는 못하였다. 오늘날 연주회에서는 3악장까지만 연주하는 것을 관례로 삼고 있다.

- 부드윈 버킨크스(Boudewin Buckinx)은 벨기에의 포스터모더니즘 작곡가이다. 그는 1991-92년에 9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는데 모두 미완성이다. 이들 교향곡은 미완성인 채로 1993년에 모두 초연되었다.

- 노르베르트 부르크뮐러(Norbert Burgmüller: 1810-1836)의 교향곡 2번은 2악장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3악장은 로베르트 슈만이 스케르쪼로 완성했다. 부르크뮐러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났으며 26세의 젊은 나이로 아헨 온천장에서 간질병이 발작하여 익사하였다.  작곡가로서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교향곡, 실내악, 성악곡, 피아노곡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 에드워드 엘가(Edward Elgar)의 교향곡 3번 C 단조, 작품번호 88은 4개 악장 모두가 완성되지 못하고 스케치만 되어 있었다. 다만, 일부 소절은 오케스트라 파트가 되어 있기는 했다. 그 스케치를 바탕으로 영국의 안토니 페인(Anthony Payne)이 1997년에 완전한 교향곡으로 만들어서 콘서트에서 연주될수 있도록 했다.

- 구스타브 말러(Gustav Mahler)의 교향곡 10번은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악장과 3악장은 완전하게 작곡되어 있으나 나머지 악장들은 스케치만 되어 있는 것이었다. 작곡가인 프란츠 샬크(Franz Schalk)와 에른스트 크레네크(Ernst Krenek)가 완전하게 작곡되어 있는 1악장과 3악장만으로 교향곡 10번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할 계획이었다. 1960년대부터 여러 작곡가들이 말러의 교향곡 10번을 완성코자 노력하였다. 그 중에는 영국의 작곡가인 데릭 쿠크(Deryck Cooke: 1919-1976)가 1964년에 완성한 것도 포함된다. 데릭 쿠크의 스코어는 나중에 베르톨드 골드슈미트(Berthold Goldschmidt), 콜린 매튜스(Colin Matthews), 데이빗 매튜스(David Matthews) 등이 수정하였다.   

- 칼 닐센(Carl Nielsen: 1865-1931)의 교향곡 F 장조(1888)는 1악장만 완성되어 있지만 나중에 '심포닉 라프소디'(Symphonic Rhapsody FS 7)라는 타이틀의 교향곡으로 인정되고 있다. '심포닉 라프소디'는 1악장만 가지고 두번이나 연주되었다. 닐슨은 나머지 악장들을 완성하지 않았다. 대신에 다른 교향곡을 작곡했다. 교향곡 1번이라고 하는 G 단조의 작품이다. 당연히 '심포닉 라프소디'가 교향곡 1번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였다. 그런데 교향곡 1번은 G 단조이면서도 중간에 조성을 바꾸어서 C 장조로 끝나도록 했다. 그런 경우도 교향곡에서는 예외였다.

-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의 교향곡 8번 B단조는 슈베르트가 미완성으로 남겨 놓아서 훗날 대단히 유명해졌다. 그런데 실은 교향곡 7번도 미완성이었고 교향곡 10번도 어찌보면 미완성이었다. 교향곡 7번은 1악장만 완성되어 있었고 나머지 악장들에 대하여는 단 하나의 악기 파트만이 작곡되어 있었다. 영국의 작곡가인 존 프란시스 바네트(John Francis Barnett: 1837-1916), 오스트리아의 펠릭스 봐인가르트너(Felix Weingartner: 1863-1942), 영국의 브라이언 뉴불드(Brian Newbould: 1936-) 등이 완성했다. 이렇게 완성된 교향곡 7번을 도이치 작품번호로서 D708a로 분류하였다. 브라이언 뉴불드는 교향곡 7번 E 장조, 8번 B 단조, 10번 D 장조도 완성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10번은 1828년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만들어 놓은 것으로 3악장까지만 완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미완성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3악장으로서 완성되었다고 간주키로 했다. 교향곡 10번은 '마지막 교향곡'(Letzte Symphonie) 또는 교향곡 10번이라고 부른다.

- 장 시벨리우스(Jean Sibelius)의 교향곡 8번은 시벨리우스가 생전에 작곡을 진행중이라고 몇번이나 말했기 때문에 상당히 완성되었다고 생각들을 했는데 실제로는 없었다. 시벨리우스가 작곡하다가 만족하지 않아서 파괴했다는 짐작이다.

- 빌헬름 슈텐함마르(Wilhelm Stenhammar: 1871-1927)의 교향곡 3번은 1악장의 초안만 남아 있고 다른 악장들은 스케치만 되어 있었다. 1악장의 오케스트라 버전을 완전히 만든 사람은 스웨덴의 지휘자이며 작곡가인 토미 앤더슨(Tommy Andersson: 1964-)이었고 1악장만으로 1991년에 초연을 가졌다.

- 표트르 차이코브스키(Pyotr Tchaikovsky)의 교향곡 7번은 차이코브스키가 작곡을 포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차이코브스키는 7번을 위해 만들어 놓았던 음악을 피아노 협주곡 3번과 '안단테와 피날레'(Andante and Finale)라는 작품에 재사용했다. 나중에 러시아의 세미욘 보가티레프(Semyon Bogatyrev: 1890-1960)가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심포니 버전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것을 간혹 교향곡 7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안단테와 피날레'는 차이코브스키가 피아노협주곡 스타일로 작곡한 것으로 사실상 차이코브스키가 별볼이 없는 작품이라면서 포기한 것을 나중에 러시아의 세르게이 타네예프(Sergei Teneyev: 1856-1915)가 정리하였다. 오는날 연주회에서는 피아노협주곡 3번과 '안단테와 피날레'를 함께 연주하는 것이 관례이다. 이를 '합성협주곡'(symthetic concerto)라고 부른다.

- 에스토니아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에두아르드 투빈(Eduard Tubin: 1905-1982)의 교향곡 11번은 1악장이 부분적으로 오케스트라가 되어 있고 2악장은 10개의 음표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1악장의 오케스트라는 에스토니아의 칼리오 라이드(Kaljo Raid: 1921-2005)가 1987년에 완성했는데 여러번 연주되었고 음반으로 취입까지 되었다.  

- 영국의 어네스트 존 뫼란(Ernest John Moeran: 1894-1950)의 교향곡 2번 E 플랫 장조는 그가 세상을 떠나지 직전에 네 악장에 대한 스케치를 모두 마쳐놓은 작품이다. 그러나 미망인인 피어스 코에트모어 여사가 이 악보를 포함한 다른 여러 악보들을 호주 멜본의 빅토리아예술대학에 기증했기 때문에 상당기간 동안 그런 악보가 있었는지 모르고 지냈다. 그러다가 영국의 지휘자 겸 작곡가인 마틴 예이츠(Martin Yates: 1958-)가 교향곡 2번의 스케치한 악보를 발견하고 전악장을 완성했다.

- 영국의 리챠드 아넬(Richard Arnell: 1917-2009)의 교향곡 7번 Op 201은 넬슨 만델라에게 헌정키로 한 것이어서 '만델라'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넬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 교향곡의 스케치만을 남겼을 뿐이다. 그것을 마틴 예이츠(Martin Yates)가 완성했다.  

- 러시아의 독일계 작곡가인 알프레드 슈니트케(Alfred Schnittke: 1934-1998)의 교향곡 9번은 그가 세상을 떠나지 2년 전인 1998년에 작곡되었다. 슈니트케의 악보는 알아보기가 힘든 것으로 유명하다. 교향곡 9번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다. 아마 병중이어서 더 힘들게 악보를 그렸을 것이다. 결국 교향곡 9번의 악보는 정사(淨寫)되지 못해 슈니트케의 생전에 연주되지 못하였다. 슈니트케의 사후에 러시아의 젊은 작곡가인 알렉산더 라스카토프(Alexander Raskatov: 1953-)가 슈니트케의 미망인인 이리나의 요청으로 정리하여 완전하게 만들었다. 라스카토프는 뿐만 아니라 Nunc dimittis - In memoriam Alfred Schnittke(알프레드 슈니트케를 회상하여서)라는 작품을 작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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