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장식하는 꽃들의 향연
꽃을 주제로 삼은 클래식 음악 집중 탐구
가장 사랑받고 있는 꽃은 장미, 그리고 제비꽃
봄이 무르익어 가는 4월이다. 어떤 사람은 무슨 연유인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지만 4월은 무르익어 가는 봄과 함께 사랑스런 꽃들이 향연을 펼치는 아름다운 달이다.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서도 꽃을 내세워서 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 아름다운 가곡의 제목이 되었고 사랑스런 오케스트라의 주제가 되었다. 오선지에 펼쳐지는 꽃들의 향연을 함께 노래해본다. 클래식 음악에서 꽃을 주제로 삼은 작품들의 집중 탐구이다.
꽃의 아름다움은 가곡에서 더욱 사랑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여러 가지 꽃들이 가곡의 주제가 되어 있다. 아무래도 장미가 가장 사랑받는 주제이다. 다음은 오랑캐꽃이라고도 하는 제비꽃이다. 이어서 수선화, 수레국화, 달맞이 꽃, 데이지, 벚꽃, 수련, 양귀비꽃도 등장한다. 장미를 주제로 삼은 노래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노래는 슈베르트의 ‘들장미’(Heidenröslein)이다. 슈베르트가 16세 때인 1815년에 작곡한 노래이다. 슈베르트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1막의 마지막 장면에서 파미나 공주와 새잡이 파파게노가 함께 부르는 ‘누구든 용감한 사람은 할수 있다’(Könnte jeder brave Mann)의 멜로디에서 힌트를 얻어 작곡한 것이라고 한다. 가사는 괴테의 ‘들장미’이다. 독일의 낭만주의 시에서는 작고 아름다운 장미가 자주 등장한다. 작고 아름다운 빨간 장미는 사랑하는 여인을 상징한다. 괴테의 ‘들장미’는 그가 일찍이 1771년에 슈트라스부르크에 있으면서 지은 시이다. 당시 22세의 괴테는 프레데리케 브리온이란 아가씨를 사랑하였는데 프레데리케가 괴테의 사랑을 받아들일 듯하면서도 자꾸 피하기만 하자 젊음의 애타는 심정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괴테와 프레데리카의 숨바꼭질하는 듯한 사랑 이야기는 훗날 프란츠 레하르에게 영감을 주어 1928년에 오페레타(징슈필) ‘프리데리케’(Friederike)가 나와서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괴테의 ‘들장미’를 바탕으로 노래를 만든 또 다른 작곡가들도 있다. 가장 유명한 ‘들장미’는 독일의 젊은 작곡가인 하인리히 베르너(Heinrich Werner: 1800-1833)가 만든 ‘들장미’이다. 밝고 명랑한 노래이다. 또 하나는 역시 독일의 칼 프리드리히 첼터(Carl Friedrich Zelter: 1758-1832)가 작곡한 ‘들장미’이다. 첼터는 멘델스존, 마이에르베르 등의 작곡 스승이었다.
젊은 날의 괴테와 프리데리카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e: 1845-1924)의 ‘네 개의 멜로디’ 중에서 네 번째 노래인 ‘이스파한의 장미’(Les roses d’Ispahan)는 아름다운 이스파한 장미를 노래한 것이다. 이란의 이스파한은 역사적으로 장미정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일찍이 13세기의 십자군 전쟁 때에 이스파한 장미가 유럽으로 전파되었고 그후로 유럽의 정원에서 가장 사랑을 받는 장미가 되었다. 그 이스파한 장미(Rose d’Ispahan)를 포레가 아름다운 멜로디를 붙여서 찬양했다. 영국의 허버트 하웰스(Herbert Howells: 1892-1983)는 15세기 독일에서 많이 불려졌던 성모 마리아 송가인 Es ist ein Rose entsprungen(장미 한송이가 피었네)에 새로 멜로디를 붙여서 ‘흠없는 장미꽃’(A Spotless Rose)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원래 크리스마스 캐롤로서 만든 노래이지만 교회에서 일반적으로 부르는 노래가 되었고 이어 모든 사람이 아무 때나 부르는 민요처럼 된 노래이다. 영국의 현대 작곡가인 맥스웰 데이비스(Maxwell Davies: 1934-2016)도 성모를 아름답고 순결한 꽃에 비유한 성곡을 작곡했다. ‘아베 마리아-복되신 꽃을 찬양하라’(Ave Maria-Hail Blessed Flower)이다. 원래 크리스마스 캐롤로서 작곡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아무 때나 누구나 즐겨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이스파한 장미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의 연가곡인 ‘시인의 사랑’(Dichterliebe)에도 장미에 대한 가곡이 포함되어 있다. 1840년에 슈만은 그토록 사랑하는 클라라와의 결혼이 과연 이루어질지 어떨지 몰라서 괴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행복한 앞날을 생각하는 중에 이 연가곡을 만들었다. 16곡으로 구성된 ‘시인의 사랑’의 가사는 모두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에서 가져온 것이다. ‘시인의 사랑’에서 세 번째 곡이 ‘장미, 사랑, 비둘기, 태양’(Die Rose, die Liebe, die Taube, die Sonne)이다. 클라라의 행복한 감정을 표현한 노래이다.
레하르의 오페레타 '프리데리카'. 괴테와 프리데리카의 사랑 이야기. 오하이오 라이트 오페라
장미에 대한 노래로서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널리 불려지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편곡한 것으로는 아일랜드 민요인 ‘한 떨기 장미꽃’(The Last Rose of Summer)일 것이다. 원래의 제목은 ‘여름의 마지막 장미’이지만 ‘한 떨기 장미꽃’으로 번역되어서 그런 줄 알고 있는 노래이다. 이 민요를 바탕으로 일찍이 17세기에 영국의 헨리 퍼셀(Henry Purcell: 1659-1695)이 ‘장미보다 더 달콤한’(Sweeter than roses)라는 노래를 만든 것이 있어서 그 이후로 나오는 수많은 ‘한 떨기 장미꽃’의 선두가 되었던 일이 있다. 이 민요가 아일랜드에서 언제부터 부르게 되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그나마 정식 노래로 인정받은 것은 아일랜드의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인 존 앤드류 스티븐슨(John Andrew Stevenson: 1761-1833)이 19세기 초에 역시 아일랜드의 시인인 토마스 무어(Thomas Moore)가 1805년에 발표한 ‘젊은이의 꿈’(The Young Man’s Dream)이라는 시에 아일랜드에서 오래전부터 불려온 민요의 멜로디를 피아노 반주를 입혀서 내놓은 ‘아일랜드 멜로디’에 들어 있고나서 부터였다. 이후 수많은 작곡가들이 ‘한 떨기 장미꽃’을 편곡하거나 변주곡으로 만들어서 이 민요를 널리 알렸지만 그 중에서도 독일의 프리드리히 폰 플로토우(Friedrich von Flotow: 1812-1883)가 작곡한 오페라 ‘마르타’(Martha)에서 주인공인 해리에트의 아리아로 나와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플로토우의 '마르터'(리치몬드 장터)에서 해리엣이 '한떨기 장미꽃'을 부르고 있다.
아일랜드 민요인 ‘한 떨기 장미꽃’을 편곡하거나 변주곡으로 만들거나 또는 멜로디를 인용한 대표적인 케이스를 소개하면, 우선 베토벤이 1819년에 만든 ‘6개의 민요 변주곡’(Six National Airs with Variations. Op 105)에서 세 번째 곡인 ‘아일랜드 노래’(Air ecossais)가 ‘한 떨기 장미꽃’을 변주곡으로 만든 것이다. Ecossais라는 단어는 스코틀랜드라는 의미이지만 여기서는 아일랜드를 의미한다. 사실상 베토벤은 교향곡이나 협주곡과 같은 일반 장르의 작품들보다도 여러 나라의 민요를 변주곡으로 만들거나 편곡한 작품들을 더 많이 만들었다. 베토벤은 주로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민요를 변주곡으로 만들었는데 그것은 대부분이 오랜 친구인 조지 톰슨(Geroge Thomson: 1757-1851)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민요 수집가이며 작곡도 했던 조지 톰슨은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의 민요를 수집해서 베토벤에게 멜로디를 보내면 베토벤이 이들을 바탕으로 변주곡을 만들었으며 그러면 조지 톰슨이 노래마다 가사를 붙이는 일을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베토벤의 변주곡이 무려 179개나 되었다.
‘한 떨기 장미꽃’을 변주곡으로 만들거나 편곡하는 일은 계속 진행되었다. 독일의 페르디난트 리스(Ferdinand Ries: 1784-1838)는 현악4중주, 더블 베이스, 피아노를 위한 ‘그랜드 6중주곡’(Grand sestetto)에 ‘한 떨기 장미꽃’의 멜로디를 사용하였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칼크브렌너(Friedrich Kalkbrenner: 1785-1849)는 ‘피아노를 위한 여덟번째 환상곡’(Eighth Fantasia for Piano)에 사용하였다. 이탈리아의 마우로 줄리아니(Mauro Giuliani: 1781-1829)는 ‘기타를 위한 여섯 개의 아일랜드 민요 변주곡’(Six Airs irlandois nationales varies for guitar: Op 69)에 사용하였다. 체코의 이그나즈 모셀레스(Ignaz Moscheles: 1794-1870)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인 ‘아일랜드의 회상’(The Recollections of Irland: Op 69)에서 사용하였다. 러시아의 미하일 글링카()는 ‘피아노를 위한 스코틀랜드 주제에 대한 변주곡’(Theme exossais varie for piano) 16곡 중에서 사용하였다. 스위스의 지기스문트 탈베르크(Sigismund Thalberg: 1812-1871)는 ‘피아노를 위한 한 떨기 장미꽃’ 변주곡을 1857년에 만들었다. 프랑스의 샤를르 구노(Charles Gounod: 1818-1893)는 1873년에 혼성합창곡을 만들었다. 독일의 파울 힌데미트(Paul Hindemith: 1895-1963)는 1944년에 ‘아홉 개의 영국 노래’ 중에서 ‘한 떨기 장미꽃을 듣고서’(On Hearing the Last Rose of Summer)라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었다. 영국의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 1913-1976)은 1958년에 ‘민요편곡집’ 제4권에서 ‘무어의 아일랜드 멜로디’(Moore’s Irish Melodies)를 만들면서 ‘한 떨기 장미꽃’을 사용하였다. 이밖에도 수많은 작곡가들이 아일랜드 민요인 ‘한 떨기 장미꽃’을 바탕으로 변주곡을 만들거나 편곡을 했다.
한편, 장미를 주제로 삼은 아름다운 왈츠가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남국의 장미’(Rosen aus dem Süden)이다. 이 왈츠는 1880년 11월에 비엔나 악우회에서 에두아르드 슈트라우스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이 왈츠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왕비의 레이스 손수건’(Das Spitzentuch der Königin)의 2막에 나오는 ‘들장미는 어느 곳에 피었는가?’(Wo die wilde Rose erblüht)?라는 노래의 멜로디를 인용한 것이다.
장미를 주제로 삼은 대표적인 대중가요들 몇 곡을 소개코자 한다. 노래 제목은 굳이 번역하지 않는다. 블론디의 A Rose By Any Name, 본 조비의 Bed of Roses, 주디 콜린스의 Bread and Roses, 글로리아나의 Carolina Rose, 헨리 만치니의 Days of Wine and Roses, 보비 다린의 Eighteen Yellow Roses, 애슐리 몬론의 Like a Rose, 벤 하퍼의 Roses from My Friends, 미치밀러 합창단의 The Yellow Rose of Texad, 제임스 테일러의 Yellow and Rose 등이다.
제비꽃(또는 오랑캐꽃)을 주제로 삼은 노래도 많이 나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모차르트의 ‘제비꽃’(Das Veilchen)이다. 괴테가 1774년에 쓴 시를 가사로 삼아서 모차르트가 1784년에 비엔나에서 만든 노래이다. 1774년이면 미국이 독립한 해이기도 하다. 아무튼 모차르트가 괴테의 시로 노래를 만든 것은 ‘제비꽃’이 유일하다. ‘제비꽃’의 가사는 오늘날의 세태에 참고가 되는 것 같기에 소개한다.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들었다/보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보았다/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말했다/그래도 봄바람은 불어온다/그래도 제비꽃은 피어난다/없애려고 뜯어내고/송두리째 뿌리까지 들어내도/가슴 속에는 제비꽃이 활짝 피어있다”이다. 괴테의 ‘제비꽃’을 바탕으로 가곡을 만든 대표적인 작곡가들로서는 독일에서 태어나서 스위스에서 활동했던 필립 카이저(Philipp Kayser: 1776), 독일의 안톤 슈봐이처(Anton Schweitzer: 1777), 체코 출신으로 비엔나에서 활동했던 요제프 안톤 슈테판(Joseph Anton Steffan: 1779). 독일의 요한 프리드리히 라이하르트(Johann Friedrich Reichardt: 1780, 1783 두 번에 걸쳐 작곡함), 독일의 프리드리히 하인리히 힘멜(Friedrich Heinrich Himmel: 1807), 독일의 페터 요제프 폰 린트파인트너(Peter Josef von Lindpaintner: 1815), 체코 출신의 바클라브 토마제크(Vaclav Tomasek: 1815), 독일의 칼 고틀리브 라이씨거(Carl Gottlieb Reissiger: 1827), 슈만의 부인인 클라라 슈만(Clara Schumann: 1853), 러시아 출신으로 런던에서 활동했던 니콜라이 메드트너(Nikolai Medtner: 1909), 스위스의 오트마르 쇠크(Othmar Schoeck: 1915) 등이다.
오페라에서 꽃의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꽃노래’라고 하면 우선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서 돈 호세가 부르는 서정적인 노래를 연상하게 된다. La fleur que tu m’avais jetée(그대가 나에게 던져준 꽃)이다. 멜로디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가사가 더 멋이 있다. ‘그대가 나에게 던져준 꽃 한 송이, 감방에서도 간직하고 있었다네, 나는 그 향기에 취하였고’라는 내용이다. 아마도 정열의 집시 여인 카르멘이 순박한 돈 호세에게 던져준 꽃은 아리아의 가사에서는 무슨 꽃이라는 말이 없지만 아마도 장미꽃 한 송이일 것이다. 레오 들리브의 오페라 ‘라크메’(Lakme)에 나오는 ‘꽃의 2중창’은 모든 여성 듀엣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곡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는 곡이다. 인도 아가씨 라크메와 하녀 말리크가 산책하기 위해 보트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옛 사원 건물의 돔이 자스민 꽃으로 뒤덮여 있는 것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여서 부르는 노래이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에서는 초초상과 하녀 스즈키가 나가사키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집에서 꽃잎을 따서 흩날리면서 미국으로 떠난 초초상의 남편 핑커튼이 3년만에 다시 찾아온 것을 기뻐하며 부르는 듀엣이 있다. ‘꽃의 2중창’이다. 이때의 꽃은 벚꽃이다. 18세기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스칼라티(Alessandro Scarlatti: 1660-1725)의 오페라 ‘피로와 데메트리오’(Pirro e Demetril)에서 클리메네 공주가 부르는 아리아가 ‘제비꽃’(Le violette)이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예쁜 제비꽃이 수줍은 듯 잎 사이에 숨어 있다는 내용이다.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는 부활주일의 아침에 마을 사람들이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라는 합창을 부른다. 오렌지 꽃에서 흩어져 나오는 향기이다.
'카르멘'에서 꽃노래를 부르는 돈 호세(페르난도 델 라 모라)
프레데릭 들리우스의 오페라 ‘마을의 로미오와 줄리엣’(A Village Rome and Juliet)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기화요초가 만발한 낙원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꽃들이 만발하지만 어떤 꽃을 지정한 것은 아니다. 이 장면의 음악은 오케스트라 간주곡이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는 동백꽃을 달고 파티에 나온다고 되어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카멜리아꽃이다. 그래서 ‘라 트라비아타’의 원작의 제목은 La dame aux camellia(카멜리아꽃을 단 여인)이다. 카멜리아는 오스트리아제국 당시에 모라비아 출신의 예수회 신부이며 식물학자인 게오르그 요제프 카멜이 필리핀에서 처음 발견한 것이어서 그의 이름을 따서 카멜리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카멜리아는 우리가 말하는 동백꽃과는 다르다는 것이 일반적인 주장이다. 로저스와 햄머슈타인의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에는 ‘에델바이스’(Edelweiss) 노래가 나온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1965년에 영화로 만들어져서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고 아울러 ‘에델바이스’도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에델바이스는 오스트리아의 국화(國花)이다. 에델바이스는 작은 꽃이지만 해바라기과에 속한 꽃이다. 차이코브스키의 발레음악인 ‘호두까기 인형’에는 ‘꽃의 왈츠’가 나온다. 여러 아름다운 꽃들이 무대에 나와서 춤을 추는 장면이다. 어떤 꽃들이 춤을 추도록 하느냐는 것은 순전히 안무가가 결정할 일이다.
차이코브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에서 '꽃의 왈츠'. 마리인스키
푸치니는 오페라만 작곡한 것이 아니라 현악4중주곡도 작곡했다. 그 중의 하나가 1890년에 작곡한 ‘국화’(Crisantemi)이다. ‘국화부인’(Madame Chrysanthéme)이라는 오페라도 있다. 프랑스의 앙드레 메사저가 작곡한 오페라이다. 줄거리는 푸치니의 ‘나비부인’과 거의 같다. 다만, ‘나비부인’에는 미국 해군장교가 등장하지만 ‘국화부인’에서는 프랑스 해군장교가 나오는 것이 다르다. ‘나비부인’이건 ‘국화부인’이건 벚꽃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차이가 없다. 봄철 벚꽃의 화사함을 그린 노래가 있다. 영국의 조지 버터워스(George Butterworth: 1885-1916)가 영국의 시인인 알프레드 에드워드 하우스만의 시에 멜로디를 붙인 ‘슈롭셔어 젊은이’(A Shropshire Lad)이다. 슈롭셔어는 영국 버밍엄 서쪽에 있는 지명이지만 ‘슈롭셔어 젊은이’라는 단어는 장미의 한 종류를 말하기도 한다. 버터워스의 대표작인 ‘푸른 버드나무의 강둑’(The Banks of Green Willow)이라는 관현악곡도 봄철에 강둑을 푸르게 장식하는 버드나무의 아름다움을 그린 작품이다. 구스타브 말러(Gustav Mahler: 1860-1911)의 교향곡 3번의 2악장에는 ‘초원의 꽃들은 나에게 무어라고 말하는가’(What the flowers in the meadow tell me)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역시 아름다운 봄날 들판에 퍼져 있는 꽃들을 표현한 내용이다. 꽃을 주제로 삼은 또 하나의 교향곡은 폴란드의 미치슬라브 봐인버그(Mieczslaw Weinberg: 1919-1996)의 솔로와 합창을 위한 교향곡 8번이다. 노래의 텍스트는 폴란드의 시인 줄리안 투빔(Julian Tuwin: 1894-1953)의 ‘폴란드의 꽃’에서 사용하였으며 폴란드의 고난의 역사와 앞날에 대한 희망을 그린 내용이다.
'라크메'에서
꽃을 주제로 삼은 가곡으로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성악과 피아노를 위한 4개의 노래인 ‘소녀의 꽃’(Mädchenblumen)을 빼놓을 수가 없다. 네 개의 노래는 수레국화(Kornblumen), 양귀비꽃(Mohnblumen), 수련(Wasserrose), 그리고 담장이 넝쿨(Epheu)이다. 담장이 넝쿨은 꽃에 속하지는 않지만 슈트라우스는 ‘소녀의 꽃’에 포함하였다. 벤자민 브리튼의 ‘다섯 개의 꽃노래’도 사랑받고 있는 가곡이다. 브리튼이 1950년에 친구로서 식물학자인 엘름허스트 부부의 결혼 25주년을 축하해서 작곡한 노래들이다. 수선화(To daffodils), 금잔화(Marsh flowers), 달맞이 꽃(The evening primrose), 금작화(The ballad of green broom), 그리고 1년중 가장 화려한 달인 4월부터 7월까지의 네 달(The succession of 4 sweet months)을 찬양한 무반주 합창곡이다. 영국의 해리 데커(Harry Dacre: 1860-1922)는 팝송에 가까운 ‘데이지 벨’로서 유명한 작곡가이다. 데이지는 국화처럼 생긴 꽃이다. ‘데이지 벨’이라는 노래에는 ‘탠덤 자전거’(A Bicycle Built for Two)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해리 데커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자전거를 가지고 갔었는데 세관에서 높은 관세를 물려서 당황했었다. 친구가 ‘여보게, 다행으로 생각하게! 만일 두 사람이 타는 탠덤 자전거를 가지고 왔더라면 관세를 배나 물어야 하지 않았겠나!’라고 위로하였다고 한다. 그런 내용이 이 노래에 담겨 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1873-1943)는 미국의 비벌리 힐스에서 지낼 때에 ‘데이지’(Daisies)라는 노래를 작곡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이다. 러시아의 알렉산더 글라주노프(Alexander Glazunov: 1865-1936)는 ‘수레국화와 양귀비꽃의 왈츠’(Waltz of the Cornflowers and Poppies)를 작곡했다. 발레음악인 ‘사계’의 여름에 나오는 아름다운 왈츠곡이다. 이탈리아의 줄리오 카치니(Giulio Caccini: 1551-1618)는 ‘아마릴리, 내 사랑’(Amarilli, Mia Bella)라는 노래를 남겼다. 아마릴리(아마릴리스)는 수선화와 비슷한 꽃이지만 여기서는 여자 이름이다. 사랑을 받아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의 노래이다.
꽃을 찬양한 아름다운 피아노곡으로 독일의 구스타브 랑게(Gustav Lange: 1830-1889)의 ‘꽃노래’(Blumenlied)가 있다. 결혼식과 같은 축하의 모임에서 자주 연주되는 즐거운 음악이다. 꽃을 주제로 삼은 노래가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슬픈 노래도 있다. 알렉산더 보로딘(Alexander Borodin: 1833-1887)의 ‘나의 눈물에서 꽃이 피어나네’(From My Tears Sprang Flowers)의 멜로디는 러시아 민요에 바탕을 둔 것이고 가사는 슈만의 ‘시인의 사랑’에 사용했던 하이네의 Aus meinen Tränen sprießen이다. 애절한 사랑의 슬픔을 노래한 것이다. 벤자민 브리튼의 ‘샐리 가든’(Down by the Salley Garden: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은 아일랜드 민요에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를 입힌 노래이다. 사랑하는 여인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나뭇잎, 들풀, 변함없는 자연으로 표현한 노래이다. 우리나라 파페라 가수인 임형주도 이 노래를 불렀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Sergei Prokofiev: 1891-1953)의 ‘돌 꽃 이야기’(The Tale of the Stone Flower)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인 돌 꽃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불행도 감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노래이다. 우랄지방의 민화를 바탕으로 삼은 ‘돌 꽃 이야기’는 프로코피에프가 생애의 마지막에 작곡한 러시아 발레로서 그의 사후에 초연되었다.
프로코피에프의 발레 '돌 꽃'(석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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