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번호 이해하기
간혹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중에 작품번호 K 몇번, D 몇번, S 몇번이라고 말하는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라디오 방송에서 '이번에 들으실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C 장조 K 467번 입니다. 그러면 보내드리겠습니다'라는 식이다. K는 모차르트의 작품번호를 소개할 때에 붙이는 쾨헬(Köchel)을 말한다. KV라고도 쓰는데 그것은 Köchel Verzeichnis(쾨헬 페어차이히니스)의 약자이다. Verzeichnis는 독일어로서 목록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KV는 쾨헬목록이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D는 슈베르트의 작품번호를 소개할 때에 붙이는 도이치(Deutsch)를 말하며 S는 리스트의 작품번호를 소개할 때에 불이는 시얼(Searle)을 말한다. 그러면 K, D 따위는 무슨 뜻이며 무슨 단어의 약자인가? 우선 대답만 한다면 K는 오스트리아의 음악학자인 루드비히 폰 쾨헬(Ludwig von Köchel)의 이름에서 Köchel의 첫 글자인 K를 말한다. 왜 그 사람의 이름 이니셜을 모차르트의 작품번호의 앞에 사용하고 있는가? 그 사람이 처음으로 모차르트의 전체 작품들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사실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중에 작품번호가 몇번이라는 것까지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매니아는 작품번호를 아는 것은 일반상식에 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차제에 공부하는 셈치고 작품번호에 대하여 일고코자 한다.
작품번호를 Op 라고 적는다는 것은 다 아는 사항이다. 라틴어 Opus(오푸스)의 약자이다. Opus는 작품이라는 뜻의 단어이다. Opus의 복수형태가 Opera(오페라)라는 것도 다 아는 사항이다. 그리고 이처럼 여러 작품을 뜻하는 오페라라는 단어가 오늘날에는 순전히 가극, 즉 뮤직 드라마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사항이다. 작품번호라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작곡가의 작품을 작곡한 연도별로, 또는 장르별로 정리해서 번호를 붙여 놓은 것을 작품번호 또는 오푸스번호라고 한다. 작품번호는 대체로 두가지 방법으로 붙인다. 하나는 작곡한 연대별로 붙이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작품번호만 보고 그 작품이 그 작곡가의 생에에서 언제쯤 작곡된 작품인지를 알수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장르별로 정리해서 번호를 붙이는 것이다. 교향곡, 현악4중주곡, 가곡, 오페라 등등으로 분류하여 번호를 붙이는 것이다. 그럴 경우에 작곡한 연대는 잘 모를지 모르지만 장르별로는 몇번째 작품인지는 쉽게 알수 있다. 작품번호는 작곡가가 생전에 붙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사후에 다른 사람이 붙인다. 그럴 경우에는 목록을 분류한 학자의 이니셜을 따서 작품번호를 정리하는 것이 통상이다. 모차르트의 경우에 모차르트의 전작품을 정리한 루드비히 폰 쾨헬(Ludwig von Köchel)의 이름에서 첫글자인 K를 작품번호의 앞에 붙이는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K384 라고 하면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에서의 도주'인 것을 알수 있다. 작품번호는 주로 작품을 많이 남긴 작곡가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다. 작품을 몇개만 남긴 작곡가들에게는 굳이 작품을 정리하고 목록을 만들 필요가 없다. 어떤 작곡가의 작품들은 작곡가의 사후에 음악학자 등에 의해 분류되고 정리되어 작품번호가 붙여지지만 대부분 작곡가들의 작품들은 작곡가들이 생전에 스스로 붙이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는 대체로 Op 번호만을 붙인다. 어떤 작곡가의 작품이 설합 속에 잠들어 있다가 훗날 새롭게 발견된다면 이미 그 작곡가의 작품들에 Op 번호를 붙였서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들을 전반적으로 수정하기 어려우므로 WoO라는 표기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독일어로 Werk ohne Opus(베르크 오네 오푸스: 작품번호가 없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이미 작품번호가 붙여저 있는 작품에 추가로 무엇을 덧붙이게 된다면 그 때는 Anh(안)이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 독일어로 부록이라는 뜻의 단어인 Anhang(안항)의 약자이다. 작품의 장르를 어떻게 분류하느냐는 것은 어떤 확정된 규칙가 있는 것이 아니고 순전히 분류하는 사람의 편의에 따른다. 한 사람의 작품을 여러 음악학자들이 정리하여 목록을 만들고 각자의 편의대로 작품번호를 만드는 경우도 더러 있다. 예를 들면 비발디의 경우에는 작품번호가 R 이 있지만 F(Fauna), P(Pinchecle) 등이 별도로 있다.
○ 고전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존경받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작품번호는 BWV(베베바우)라고 표기된다. Bach Werke Verzeichnis(바흐 베르케 페어차이히니스)의 약자이다. 번역하면 '바흐작품목록'(Bach Work Catalogue)이다. 바흐작품의 경우에는 그의 작품을 정리해서 목록을 만든 사람인 볼프강 슈미더(Wolfgang Schmieder: 1901-1990)의 이니셜을 사용하지 않고 평범하게 BWV를 사용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바흐의 작품번호를 말할 때에 BWV 대신에 '슈미더 번호'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이탈리아 협주곡'인 BWV 971은 S 971로 불리기도 한다. 볼프강 슈미더는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음악사, 문학사, 예술사를 공부한 대단한 학자이다. 그는 바흐의 음악에 깊은 관심이 있어서 1950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바흐의 전체 작품을 장르별로 분류하고 각각의 작품에 번호를 부여하는 필생의 작업을 완성하였다. 1950년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선 김일성에 의한 6.25 사변이 일어난 해이다. 아무튼 슈미더가 분류한 바흐작품의 장르와 일련번호는 오늘날에도 세계적인 표준이 되어서 모든 학자들이나 음악가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것이 되어 있다. 바흐의 작품목록은 슈미더가 쓴 Thematisch-systematisches Verzeichnis der musikalishen Werke von Johann Sebastian Bach(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음악작품의 주제별 체계적 목록)이라는 저서에서 발표되었다. 이에 의하면 바흐의 작품은 칸타타 1번을 BWV 1로 정하였으며 현재 Lobet Gott, unsern Herrn(우리의 주 하나님을 찬양하라)인 BWV 1126번이 마지막으로 되어 있다. 볼프강 슈미더에 의한 바흐 작품의 장르별 분류는 다음과 같다. 칸타타(1-224), 모테트(225-231), 라틴어 제례음악(232-243), 수난곡/오라토리오(244-249), 4부합창곡(250-438), 노래와 아리아(439-524), 오르간곡(525-771), 키보드곡(772-994), 루트독주곡(995-1000), 실내음악(1001-1040), 오케스트라 작품(1041-1071), 캐논(1072-1078), 후기 대위법 작품(1079-1080), 추가작품(20세기에 추가된 작품: 1081-1126). 그리고 부록(안항)으로는 190-213번이 있다.
바흐의 작품을 처음으로 정리하고 분류한 독일의 볼프강 에른스트 슈미더
○ 바흐와 같은 해에 독일의 할레에서 태어났으나 훗날 영국으로 귀화하여 영국시민이 된 조지 프리데릭 헨델(George Friderick Handel: 1685-1759)의 작품에는 HWV 라는 넘버링이 붙어 있다. Händel Werke Verzeichnis(헨델 베르케 페어차이히니스)의 약자이다. 헨델은 평생동안 약 6백 20곡의 작품을 작곡했다고 한다. 그것을 23개 장르로 분류하여 목록을 만든 사람이 독일의 베른트 바젤트(Bernd Baselt: 1934-1993)이다. 바젤트는 헨델과 마찬가지로 할레에서 태어났으니 고향사람인 헨델을 위해 좋은 일을 한 셈이다. 바젤트는 할레의 음악-극장 아카데미, 마르틴 루터대학교에서 공부한 음악학자이다. 그는 헨델의 작품을 612번까지 정리하여 목록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숫자는 별로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다른 작곡가들도 그렇겠지만 헨델의 경우에도 그의 작품 중에 넘버링이 되지 않은 것들도 있고 분실된 작품도 있으며 또한 헨델이 작곡한 것으로 잘못 알려진 작품들, 그리고 누가 일부러 헨델의 작품이라고 만든, 즉 위작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젤트가 분류한 바흐 작품의 장르를 보면, 1. 오페라 2. 극음악 3. 오라토리오 4. 찬가(Ode)와 마스크(Masques) 5. 칸타타 6. 이탈리아 듀엣 7. 이탈리아 트리오 8. 찬송가 9. 이탈리아 아리아 10. 영국 노래 11. 독일 교회 칸타타 12. 이탈리아 교회 칸타타 13. 라틴어 전례 음악 14. 송가 15. 송영(Canticles) 16. 협주곡 17. 콘체르티 그로시 18. 오케스트라 작품 19. 솔로 소나타 20. 트리오 소나타 21. 윈드 앙상블 작품 22. 키보드 작품 23. 다른 작품을 편곡한 것이다. 바젤트는 헨델의 전체 작품목록을 1978-1986년 기간에 세권으로 나누어 발간하였다.
○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거장이라고 하는 장 바티스트 륄리(Jean-Baptiste Lully: 1632-1687)의 작품에는 LWV(엘베바우)라는 작품번호 기호가 붙는다. Lully Werke Verzeichnis(륄리 베르케 페어차이히니스)의 약자이다. 륄리의 작품을 장르별로 정리하고 각 장르에 속한 작품들을 다시 연도별로 정리한 사람은 독일 뷔스바덴 출신의 음악학자인 헤르베르트 슈나이더(Herbert Schneider: 1941-)이다. 슈나이더는 프랑스 바로크 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파리에서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꽃을 피운 장 바티스트 륄리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그의 작품목록을 만들었다. 륄리의 작품목록을 해설한 저서가 Chronologisch-Thematisches Verzeichnis sämmtlicher Werke von Jean-Baptiste Lully(장 바티스트 륄리 전체작품의 연도별-주제별 목록)이다. 슈나이더에 의한 륄리 작품의 장르는 1. 오페라(Tragedies en musique) 2. 파스토랄레(목가적인 스타일의 작품) 3. 발레 4. 다른 사람과 륄리가 공동으로 완성한 발레 5. 코메디 6. 코메디 발레 7. 다른 사람과 륄리가 공동으로 완성한 코메디 8. 비극적 발레(Tragedie-ballets) 9. 희유곡(Divertissements) 10. 목가적 음악(Ecloques) 11. 막간음악(Intermedes) 12. 대모테트(Grands motets) 13. 소모테트(Petits motets) 14. 기타 작품들이다.
○ 영국 고전음악의 아버지인 헨리 퍼셀(Henry Purcell: 1659-1695)의 작품에는 Z 라는 작품번호 기호가 붙는다. 미국의 음악학자인 프랭클린 버쉬르 침머만(Franklin Birshir Zimmermann: 1923-)의 이름 찻글자를 따서 붙인 기호이다. 캔사스주 출신이 침머만은 남가주대학교에서 음악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다트마우스대학, 켄터키대학교, 펜실베이니어대학교 등에서 음악학 교수로서 봉사하고 1968년 은퇴한 사람이다. 그는 일찍부터 바로크음악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러 저서를 내놓은 중에 특히 영국 바로크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헨리 퍼셀의 작품을 정리하여 목록으로 내놓아서 퍼셀연구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 침머만은 퍼셀의 작품들을 10개 장르로 분류하였고 각 장르에 속한 작품들에게 넘버링을 붙였다. 침머만이 분류한 장르는 다음과 같다. 1. 송가(Anthemes) 2. 찬송가(Hymns)와 성가(Sacred songs) 3. 예배음악(Services) 4. 돌림노래(Catches) 5. 찬가(Odes)와 환영가 6. 일반 노래 7. 극장음악 8. 오페라 9. 기악곡 10. 장례식 음악(특히 메리 여왕의 장례식을 위한 음악)이다. 그러나 침머만의 목록을 만든 후에 또 다시 작품들이 발견되었고 이들은 Z 넘버가 없는 작품들로 구분하였다.
○ 로마 가톨릭의 사제가 되어 빨간색 사제복을 입고 다녔으며 여기에 머리까지 빨간색이어서 '빨간 사제'(Red Priest)라는 별명으로 불린 바로크 시대의 위대한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ladi: 1678-1741)의 작품번호에는 RV라는 이니셜이 붙는다. 비발디의 작품들을 정리하여 목록으로 만든 덴마크의 음악학자인 페터 룜(Peter Ryom: 1937-)의 이름 첫글자인 R을 따서 붙였으며 여기에 목록이라는 뜻의 독일어인 페어차이히니스의 약자를 사용한 것이다. 그러므로 비발디의 작품번호의 앞에 오는 RV를 읽을 때에는 '룜 페어차이히니스'(Ryom-Verzeichnis) 또는 독일어식으로 '알바우'라고 읽는다. 비발디의 작품번호가 처음 세상에 발표된 것은 1973년에 페터 룜이 쓴 Antonio Vivaldi: Table de concerdance des oeuvres(안토니오 비발디: 작품의 연도별 목록)라는 저서에서였다. 비발디의 작품은 크게 두 형태로 분류된다. 첫번째는 비발디의 생전에 출판된 작품들만을 정리한 것이다. 1705년부터 1729년까지의 24년 동안 작곡한 114개의 작품으로 이들은 Op 1번부터 Op 12번까지로 분류되고 있다. 그중에서 Op 8은 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tione(하모니와 창작의 경쟁)이라는 제목의 12개 바이올린 협주곡인데 첫 네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유명한 4계(Le quattro stagione)이다. RV 넘버링이 붙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이후부터이다. 이들은 크게 나누어서 콘체르토, 신포니아, 소나타; 오페라; 성곡; 칸타타로 분류되고 있다. 오페라는 스코어가 일부만 남아 있는 것과 전체가 남아 있는 것으로 구별하였다.
비발디의 작품에 넘버링을 붙인 덴마크의 페터 룜
○ '파파 하이든'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교향곡의 아버지' 또는 '현악4중주곡의 아버지'인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 1732-1809)의 작품들은 Hob라는 기호로서 넘버링이 되어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태어난 안토니 반 호보켄(Anthony van Hoboken: 1887-1983)의 이름에서 가져온 기호이다. 음악학자이며 서지학자이고 또한 음악자료 수집가로서 유명한 호보켄은 필생의 작업으로서 1957년에 Joseph Haydn. Thematisch-bibliographisches Werkverzeichnis(요제프 하이든, 주제적, 서지작 작품 목록)을 발간하였다. 하이든의 작품들을 연도별이 아니라 장르별로 분류한 목록이다. 호보켄은 하이든의 작품들을 31개 장르로 분류하고 각각의 장르에 라틴어 넘버링을 붙였다. Hob. I, Hob. II, Hob. III...등이다. 이에 의하면 예를 들어서 Hob I은 교향곡(1-108), Hob III은 현악4중주곡(1-83a), Hob XI는 바리톤, 바이올린 또는 비올라와 첼로를 위한 트리오(1-126), Hob XVI는 피아노 소나타(1-52), Hob XXI은 오라토리오(3), Hob XXII는 미사곡(1-14), Hob XXVIII는 오페라(1-13), 그리고 마지막인 Hob X은 스코틀랜드 민요 편곡(273), 웰쉬 민요 편곡(60)이다.
하이든의 작품을 정리한 네덜란드의 안토니 반 호보켄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작품들에는 잘 아는대로 K 또는 KV 라는 기호가 붙는다. 오스트리아 크렘스 출신의 유명한 음악학자이며 작가, 작곡가, 식물학자, 출판인인 루드비히 폰 쾨헬(Ludwig von Köchel: 1800-1877)의 이름에서 가져온 기호이다. 쾨헬은 이름난 음악학자이면서도 식물학자여서 세계 여러 지역의 식물들을 연구하였거니와 또한 지질학과 광물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자연과학자였다. 그런데 실은 그는 비엔나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까지 받은 사람이다. 그는 오스트리아제국 당시 샤를르 대공의 네 아들의 가정교사가 되었고 그런 연유로 샤를르 대공의 후원을 받아 샤를르 대공의 궁전에서 편안하게 연구활동을 할수 있었다. 샤를르 대공의 궁전은 현재 비엔나 중심가에 있는 알베르티나 미술관이다. 샤를르 대공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서 나폴레옹 전쟁을 겪은 레오폴드 2세의 아들이다. 쾨헬은 필생의 저서인 Chronologisch-thematisches Verzeichnis sammtlicher Tonwerke W.A. Mozart(모차르트 전체작품의 연도별-주제별 목록)을 1862년에 처음 발간하였다.
모차르트는 1784년, 그러니까 18세 이후부터 자기의 작품에 번호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 이전의 작품들은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드 모차르트가 가능한 대로 정리해서 목록을 만들어 놓기는 했다. 쾨헬은 첫번 목록을 만든 후에 계속 수정하고 보완하여 여섯번째 버전까지 만들었다. 이를 K6 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K1과 K6의 목록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쾨헬의 목록은 모든 작품을 연대별로 정리한 것이다. 그리하여 K 1은 모차르트가 5-6세 때인 1761-1762년에 잘츠부르크에서 작곡한 '피아노를 위한 G 장조 미뉴에트'가 차지하게 되었다. 모차르트는 다섯살 때부터 작곡했다고 하며 그때의 작품이 네곡이나 남아 있지만 그것들은 K 넘버링에 포함하지 않았다. 마지막 작품은 K 626으로서 모차르트가 1791년 10-12월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작곡을 진행했으나 미완성으로 남겨 놓은 진혼곡 D 단조이다. 그런데 그후 또 하나의 소품이 발견되었다. 모차르트가 24세 때인 1780년에 작곡했다고 하는 '피아노 핑거 연습곡 C 장조'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워서 K6 에서 K626b로 정하였다. 쾨헬은 전체 목록의 부록으로서 다섯가지를 추가하였다. I. 기록은 있으나 오리지널 악보가 분실된 작품, II. 작품의 일부만이 남아 있는 것, III. 모차르트의 작품이지만 다른 사람이 편곡하거나 필사하면서 수정한 것, IV. 모차르트의 작품이라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의심이 되는 작품들 V. 모차르트의 작품으로 잘못 알려진 작품들이다.
모차르트 작품의 목록을 처음으로 작성한 루드비히 폰 쾨헬
○ 루드비히 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작품에는 K, D, S 와 같은 기호가 붙어 있지 않다. 베토벤의 작품은 주로 장르별로 분류되어 있다. 그런가하면 어떤 학자들은 연도별로 분류하기도 했다. 아무튼 가장 일반적인 분류는 장르별로 Opus 넘버를 붙인 것이다. Op 넘버는 베토벤의 생존시에 출판사가 붙인 것이다. 그리고 각 장르 내에서 일련번호를 붙였다. 예를 들어 14번째의 현악4중주곡은 Op 131로 출판되었는데 그래서 현악4중주곡 14번으로 표기되었는가 하면 Op 131 현악4중주곡으로 표기되어 있기도 하다. 베토벤의 생전에 출판되었다고 해도 장르와 제목은 있지만 작품번호가 없는 작품들이 있다. 그런가하면 생전에 출판되지 않고 사후에 악보가 발견되어 출판된 경우도 있다. 베토벤은 생전에 출판하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었던 작품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일부만 작곡했고 미루어 놓았던 작품들도 상당히 많았다. 생전에 출판되었지만 작품번호가 없는 작품들과 사후에 발견된 작품들은 작품번호가 없으므로 WoO라는 기호를 사용하여 분류하였다. WoO는 Werke ohne Opuszahl(작품번호가 없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그런가하면 여기저기에도 포함시키기 어려운 작품들은 부록(Anh)으로 정리해 두었다. 예를 들어서 피아노 소품인 '엘리제를 위해서'(Für Elise)는 바가텔 A 단조 WoO 59가 공식적인 넘버링이다. 베토벤의 작품 중에서 어떤 작품은 별명이 더 잘 알려진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며 '크로이처 바이올린 소나타', 또는 '에로이카 교향곡' 등이다.
학자들이 장르별로 구분한 베토벤의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1. 오케스트라곡(교향곡, 협주곡, 기타 솔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 서곡, 극음악) 2. 실내악(3중주곡, 4중주곡, 현악 5중주곡, 목관익기 중심의 실내악, 바이올린- 첼로-혼- 등 솔로 악기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 피아노와 솔로 음악 4. 성악곡 5. 목관악기 앙상블을 위한 작품이다. 이러한 장르별 구분에 의해서 Opus 넘버링이 되어 있는 작품은 138개이며 Opus 넘버링이 없는 작품, 즉 WoO는 205개가 된다. 그리고 부록(안항)으로 넘버링이 되어 있는 작품은 18개이다. 베토벤의 작품을 정리하고 목록으로 만든 음악학자들은 여러 명이나 된다. 그중에서 세 목록만 소개코자 한다. 첫째는 독일의 킨스키-할름(Kinsky-Halm) 목록이다. 게오르그 킨스키(Georg Kinsky: 1882-1951)와 한스 할름(Hans Halm: 1879-1957)이 공동으로 작성한 목록이다. 1955년에 발간한 Das Werk Beethoven 에 수록되어 있는 목록이다. 이들은 주로 WoO의 목록에 치중하였다. 두번째는 스위스의 음악학자인 빌리 헤스(Willy Hess: 1906-1997)의 목록이다. 주로 킨스키-할름 목록에 누락되어 있는 작품들을 발굴하여 목록에 추가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헤스는 1950년대에 목록을 출간하였는데 335번까지 넘버링을 마련하였으며 단독으로 발굴한 작품에는 H 넘버링을 붙였다. H 넘버링은 66번까지 있다. 다음은 이탈리아의 음악학자인 조반니 비아몬티(Giovanni BiamontiL: 1889-1970)의 목록이다. 장르별이 아니라 연도별로 목록을 만든 것이 특별하다. 849 작품까지 정리했다.
○ '가곡의 왕'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의 작품에는 D 넘버링이 되어 있다. D는 오스트리아의 음악학자인 오토 에리히 도이치(Otto Erich Deutsch: 1883-1967)의 이름 첫 글자를 따온 것이다. 유태인인 도이치는 비엔나에서 태어나서 비엔나대학교와 그라츠대학교에서 미술사와 문학을 전공했다. 이어 비엔나대학교의 미술사연구소에서 근무했으나 유태인이었기 때문에 나치의 박해가 다가오자 1939년에 영국 캠브릿지로 떠나서 전쟁이 끝난 후인 1951년에 비엔나로 돌아왔다. 도이치는 영국에 있을 때인 1951년에 Schubert Thematic Catalogue를 펴내어 슈베르트의 작품들을 최초로 장르별 및 연도별로 정리한 목록을 내놓았다. 비엔나에 돌아온 그는 1967년에 비엔나 근교의 바덴에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가족과 제자들이 1978년에 슈베르트 작품목록의 독일어 버전인 Franz Schubert Thematisches Verzeichnis seiner Werke in chronologischer Folge를 발간했다. 이에 의하면 슈베르트의 모든 작품은 7개 시리즈로 분류하고 각 장르에 속한 작품들을 연대별로 정리하여 D 넘버링을 부여하였다. 도이치가 분류한 장르는, 1. 교회음악(Kirchenmusik) 2. 무대작품(Bühnenwerke) 3. 파트송, 합창, 칸타타(Mehrstimmige Gesänge) 4. 리더(Lieder) 5. 오케스트라 작품(Orchsterwerke) 6. 실내악(Kammermusik) 7. 피아노음악(Klaviermusik)이다. 여기에 부록으로 슈베르트가 편곡한 작품들, 슈베르트의 작품이 아닌 것으로 입증된 작품들, 슈베르트가 연습곡으로 만든 작품들, 어떤 장르에도 속하기 어려운 작품들, 다른 작곡가의 목록에 들어가 있는 작품들을 첨부하였다. 그리하여 예를 들어서 슈베르트의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의 작품번호는 IV 시리즈인 가곡(리더)에 속한 Op 25, D 795 이다.
오토 도이치. 슈베르트의 작품을 장르별, 연도별로 정리한 목록을 만들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다.
○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의 작품은 Op 넘버링으로 되어 있다. 첫 작품인 Op 1은 '아베그 이름에 대한 변주곡'(Variations on the name Abegg)으로 슈만이 20세 때인 1830년에 만든 것이다. 마지막 작품은 Op 148로서 1852년에 작곡한 '레퀴엠'이다. 슈만은 1852년 이후로는 정신질활 등의 사유로 작곡에 전념하지 못했다. 슈만은 1840년 클라라 슈만과 결혼하기 전까지는 주로 피아노 작품만을 작곡했으나 결혼 후에는 리더와 오케스트라 작품들을 쓰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슈만의 작품들은 1. 피아노 작품 2. 성악곡 3. 오케스트라 작품 4. 실내음악으로 간단히 구분할수 있다.
○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Felix Mendelssohn Batholdy: 1809-1847)의 작품들은 멘델스존이 생전에 작품번호를 전통적인 Opus 방식을 사용하여 붙인것,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추가로 Opus 번호를 붙인 것, 그리고 WoO, 즉 Opus 작품번호를 붙이지 않은 것, Opus 번호나 WoO 번호가 아예 없는 것들로 분류된다. 그런 분류는 물론 멘델스존 본인이 한 것이 아니라 나중에 학자들이 정한 것이다. 멘델스존이 생전에 Opus 번호를 붙인 작품들은 Opp 1-72번이다. 사후에 Op 번호를 붙인 작품들은 Opp 73-121번이다. WoO 넘버는 1번부터 29번까지이다. Opus 번호, 또는 WoO 번호가 아예 없는 작품들로서는 27개 작품이 있다. 작품번호만을 합산해서 멘델스존의 작품은 전부 몇개라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왜냐하면 하나의 작품번호에 여러 곡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Op 26은 '피아노를 위한 어린이 소픔'(Kinderstück)인데 여기에는 No1 부터 No 6까지 여섯 곡이 들어 있는 것이다.
○ '피아노의 시인' 프레데릭 쇼팽(Frederick Chopin: 1810-1849)이 생전에 정리한 작품들은 전통적인 Op 넘버링으로 번호가 지정되어 있지만 기타 작품들은 대체로 B 넘버링이나 KK 넘버링을 따르고 있다. B 넘버링은 영국의 음악학자인 모리스 브라운(Maurice Brown: 1906-1975)의 이름에서 이니셜을 가져온 것이고 KK는 폴론드의 음악학자인 크리스티나 코빌란스카(Krystyna Kobylanska: 1925-2009)의 이름에서 이니셜을 가져온 것이다. 모리스 브라운은 1972년에 Chopin: An Index of His Works in Chronological Order라는 저서를 통해서 쇼팽의 작품들을 장르별로 구분하고 각각의 장르에 속한 작품들을 연도별로 정리하였다. 폴란드의 코빌란스카는 1979년에 Frederic Chopin: Thematisch-bibliographisches Werkverzeichnis라는 저서를 통해서 역시 쇼팽의 작품들을 정리하고 넘버링을 붙였다. KK 목록은 다른 이름으로 코빌란스카 목록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쇼팽의 작품을 크게 다섯으로 분류하였다. 1. 피아노 솔로 작품 2.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작품 3. 첼로와 피아노 작품 4.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작품 5. 성악과 피아노 작품이다. 쇼팽의 작품은 대부분이 솔로 피아노를 위한 작품이다. 그러나 피아노 협주곡도 두편이나 작곡했다.
쇼팽의 작품들을 정리하여 목록을 만든 폴란드의 크리스티나 코빌란스카
○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이며 오르가니스트, 작곡가, 지휘자, 음악교사, 편곡자, 작가, 박애주의자, 민족주의자,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제3회원(속적이 있는 수도회원)인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의 작품에는 S 라는 작품번호 기호가 있다. 영국의 작곡가로서 리스트의 작품들을 정리하고 목록을 만든 험프리 시얼(Humphrey Searle: 1915-1982)의 이름에서 이니셜을 따서 붙인 기호이다. 예를 들어서 리스트의 유명한 전주곡(Les Preludes)은 S 97번이다. 시얼은 1966년에 영국에서 '리스트의 음악'(The Music of Liszt)이라는 저서를 통해 리스트의 전체 작품에 대한 목록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이 책에는 리스트의 작품을 크게 세가지로 분류하였다. 첫번째는 리스트의 오리지널 작품에 대한 목록이다. 두번째는 리스트가 편곡을 했거나 수정을 한 작품들, 또는 환상곡을 정리한 목록이다. 세번째는 리스트의 작품이라고 단정하기가 어려운 작품들의 목록이다. 시얼은 리스트가 작곡한 것이 틀림없는 작품을 12개 장르로 구분하였고 각 장르에 속한 작품들을 연도별로 정리하였다. 그리하여 전체 768개의 작품에 대한 목록을 만들었다. 12개의 장르는 1. 오페라 2. 교회합창곡 3. 일반합창곡 4. 오케스트라 작품 5.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작품 6. 실내음악 7. 두 손을 위한 피아노 작품 8.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작품 9.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 10. 오르간 작품 11. 노래 12. 기타 성악 작품이다.
영국의 작곡가인 험프리 시얼. 프란츠 리스트의 작품에 대한 목록을 완성했다.
○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8)의 작품은 WWV(베베바우)로 넘버링이 되어 있다. Wagner Werke Verzeichnis의 약자이다. 바그너는 생전에 자기의 작품에 Opus 넘버링을 붙이지 않았다. 그러던중 1983년에 런던 킹스칼리지의 음악학 교수인 존 데스브릿지(John Deathbridge: 1944-)가 이러면 안되겠다고 생각하여서 동료들의 지원을 받아 바그너의 전체 작품을 정리하여 목록으로 만든 WWV를 넘버링을 완성하였다. WWV에는 바그너의 미완성작품도 모두 포함하였다. 현재 WWV 넘버링에는 1번부터 113번까지가 정리되어 있다. WWV 1번은 비극(Trauerspiel)인 로이발트(Leubald)로서 바그너가 13세에 시도한 극음악이다. 그러나 바그너가 만든 대본은 남아 있지만 음악은 생존하여 있지 않다. 로이발트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인 햄릿, 맥베스, 리어왕, 리챠드 3세의 내용과 괴테의 비극, 그리고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비극 내용을 참고로 삼은 극본이다. WWV에 의한 바그너의 마지막 작품은 '작은 가곡'(Kleine Liederkompositionen)으로 되어 있다.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인 '파르지팔'(Parsifal)은 WWV 111번이다.
바그너의 전작품을 처음으로 정리하여 목록으로 만든 영국의 존 데스브릿지
○ '오페라의 황제'라고 하는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의 작품들은 미안한 말이지만 Opus 넘버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음악학자들이 베르디의 작품들을 정리해서 목록으로 만든 것도 없다. 다만, 훗날 몇몇 학자들이 베르디의 작품들을 장르별로 분류해 놓기는 했지만 Op 넘버링을 붙인 것은 아니다. 베르디의 작품은 크게 나누어서 1. 오페라 2. 종교음악(레퀴엠 등) 3. 기타 종교음악(Tantum ergo G 장조등) 4. 기타 성악작품(애국적인 노래인 Suona la tromba 등) 5. 기악곡, 오케스트라 작품, 실내악 작품이다. 그러므로 예를 들어 오페라 '나부코'라고 하면 그냥 '나부코'이지 별도의 작품번호가 붙어 있지 않다. 다만, 베르디의 오페라들을 심도있게 연구한 사람이 있었다. 영국의 오페라학자이며 방송인인 줄리앙 버든(Julian Budden: 1924-2007)이다. 1983년에 '베르디의 오페라'(The Operas of Verdi) 3권을 펴낸 것이 있다. 이 책들은 이 분야에서는 최고의 참고서적으로 간주되고 있다.
베르디 오페라의 권위자인 영국의 줄리안 버든. 3권으로 된 '베르디의 오페라'를 펴냈다.
○ 요한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의 작품들은 장르별로 분류되어 있기도 하고 작곡한 연도별로 분류되어 있기도 하다. 두 경우에 작품번호를 붙인 것은 모두 전통적인 Opus 넘버링에 의한 것이다. Op 1번은 1853년에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제1번 C 장조'이며 Opus 넘버로서 가장 마지막 작품은 Op 122으로 1896년에 작곡한 '오르간을 위한 11개의 합창 전주곡'(Eleven Choral Preludes for Organ)이다. 작곡 연도별로 분류한 작품들은 브람스가 생전에 Opus를 넘버를 붙인 것과 Opus 넘버가 없는 것, 그리고 기타(Anhang)로 되어 있다. 장르별로는 교향곡을 포함한 오케스트라 작품, 합창과 성악 솔로를 위한 오케스트라 작품, 실내악, 피아노 작품, 오르간 작품, 기타 가곡, 듀엣, 모테트 등의 오케스트라 작품이다. 브람스 작품을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한 학자는 영국의 M. L. McCorkle로서 그는 1984년에 Johannes Brahms. Thematisches-Bibliographisches Werkverzeichnis를 발간했다.
○ '동물의 사육제'로 유명한 프랑스의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Aens: 1835-1921)의 작품은 R 넘버링으로 표기되고 있다. R은 캐나다 몬트리얼대학교의 음악학 교수인 사비나 텔러 라트너(Sabina Teller Ratner)의 이름에서 이니셜을 사용한 것이다. 라트너 교수는 Camille Saint-Saens 1835-1921: A Thematic Catalogue of His Complete Works라는 저서를 통해서 생상스의 작품들을 정리하여 목록을 만들었다. 그같은 공적을 기념하여서 생상스의 작품에는 R 넘버링을 사용하게 되었다. 물론 생상스의 작품 중에서 많은 량이 여러 사정으로 R 넘버링이 없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들은 앞으로의 계속 연구를 통해서 차츰 정리되어 갈 것이다. 라트너 교수는 생상스의 작품을 오페라, 발레, 영화음악, 극음악, 오케스트라 작품, 밴드곡, 협주곡, 실내음악, 키보드 작품(오르간 및 피아노), 합창곡(성가합창), 일반합창곡, 성악곡(성가), 일반 성악곡으로 분류하였다. 그리하여 예를 들어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의 작품번호는 Op 47번이면서 R 288번이다.
생상스의 작품들을 정리한 사비나 텔러 라트너 교수
○ 피터 차이코브스키(Peter Tchaikovsky: 1840-1893)의 작품들은 전통적인 Opus 넘버링으로 정리되어 있다. 차이코브스키의 작품을 정리한 학자들은 여러 명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영국의 음악학자인 제랄드 에이브라함(Gerald Abraham: 1904-1988)의 업적이 가장 크다. 에이브라함은 다른 학자들과 공동으로 차이코브스키의 작품들을 장르별로 분류하고 Op 넘버링을 최종적으로 정리하였다. 1944년에 출판한 '차이코브스키'라는 책은 대표적이다. 이에 의하면 제랄드 에이브라함은 오페라와 극음악을 중점 연구했으며 A. Alshvang은 가곡을, Martinn Cooper는 교향곡을, AEF Dickinson은 피아노음악을, Edwin Evans는 발레음악을, Colin Mason은 실내악을, Ralph Wood는 기타 오케스트라 작품들을 정리하였다. 대체적으로 학자들이 분류한 차이코브스키의 작품들은 1. 발레음악 2. 오페라 3. 교향곡 4. 협주곡 5. 기타 오케스트라 작품들 6. 피아노 음악 7. 실내음악 8. 합창음악 9. 가곡 10. 다른 작품을 편곡한 것이다. 차이코브스키는 베토벤, 모차르트, 슈만, 베버 등의 작품을 24곡이나 편곡했다.
차이코브스키 작품 연구의 대가인 영국의 제랄드 에이브라함
○ 안토닌 드보르작(Antonin Dvorak:1841-1904)의 작품들은 전통적인 Op 넘버로 정리되어 있지만 B 넘버링을 채택하고 있기도 하다. B 넘버는 체코의 음악학자, 작곡가, 지휘자로서 드보르작의 작품들을 정리하고 목록을 만든 야르밀 부르크하우저(Jarmil Burghauser: 1921-1997)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드보르작의 Op 넘버링은 어떤 경우에는 연도순으로도 맞지 않지만 장르별로도 아무런 연관이 없이 마련되어 있어서 혼란을 주었다. 주로 출판사들이 영리목적으로 불합리한 Op 넘버링을 마련했던 것이다. 출판사들은 드보르작의 명성이 점점 높아지자 예전에 작곡했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는 작품들에게 상당히 최근의 작품번호를 부여함으로서 악보가 잘 팔리도록 수단을 썼던 것이다. 그런가하면 드보르작 자신도 새로 작품을 만들면 계약의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 놓은 작품인것 처럼 보이기 위해 초기의 작품번호를 인용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드보르작은 '체코 모음곡'(Czech Suite)을 심로크 출판사에게 팔고 싶지 않아서 Op 52번 대신에 Op 39번으로서 슐레징거 출판사가 출판하도록 했다. 그래서 드보르작 작품 중에는 작품번호는 중복된 것이 여러개나 발견되었는가 하면 실은 하나의 작품인데 별개의 작품처럼 인식되어진 것도 있었다. 극단적인 예로서 작품번호 12는 오페라 '왕과 숯장이'(King and Charcoal Burner: 1871), F 장조 콘서트 서곡(1871. 오페라에서 사용한 것을 수정한 것), 현악4중주 6번 A 단조(1873), G 단조 퓨리안트(1879: 보헤미아 민속음악의 한 종류), 피아노를 위한 C 단조 둠카(1884: 우크라이나 민속음악)에 각각 붙여졌지만 나중에 정리해서 현악4중주 6번 A 단조만이 Op 12번으로 정했다. 이같은 사태는 주로 서로 다른 출판사들이 하나의 작품을 서로 다른 작품번호로 출판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드보르작의 교향곡에서도 번호 때문에 혼선이 있었다. 드보르작의 교향곡은 모두 9개인데 첫 4편의 교향곡이 나중의 다섯편 교향곡보다 나중에 출판되었다. 그리고 출판을 하더라도 작곡한 연도순으로 번호를 붙이지 않고 출판한 연도순으로 번호를 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신세계 교향곡'만 보더라도 처음에는 제5번으로 출판되었으나 나중에는 8번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결국 작곡한 연도순으로 다시 조정해서 9번이 되었던 것이다. '신세계교향곡'은 워래의 Op 넘버는 95번이지만 새로운 B 넘버에 의하면 178번이다. 아무튼 이렇듯 Op에 의한 넘버링에 어려움이 있자 보헤미아의 야르밀 부르크하우저가 전체 작품을 작곡한 연도순으로 정리하였다. 그것이 B 넘버링이다. 이에 따라 B 1은 피아노를 위한 '물망초 폴카' C 장조(Forget-me-not polka in C major for piano)가 되었다. Op 넘버링은 비록 혼선은 주지만 참고가 되기 때문에 B 넘버링과 병행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Op 1은 두대의 바이올린, 두대의 비올라, 한대의 첼로를 위한 현악5중주곡 제1번 A 단조이다. 오늘날 드보르작의 작품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B 넘버를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왜냐하면 출판사에 의한 Op 넘버가 붙여지기 이전의 작품들이 발견되었고 그것들에는 B 넘버를 붙였기 때문이다.
드보르작의 작품을 새로 정리한 보헤미아의 야르밀 부르크하우저
○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인 클로드 드비시(Claude Debussy: 1862-1918)의 작품은 L 넘버링으로 정리되어 있다. L은 프랑스의 음악학자로서 드비시의 작품들을 정리하고 목록으로 만든 프랑수아 르쉬르(Franzois Lesure: 1923-2001)의 이름에서 이니셜을 가져온 것이다. 르쉬르는 1977년에 Catalogue l'oeuvre de Claude Debussy라는 저서를 통해서 드비시의 작품을 분류하고 넘버링을 붙였다. 이에 의하면 드비시의 작품은 1. 오케스트라 작품 2. 발레 작품 3. 솔로와 오케스트라 작품 4. 실내악 작품 5. 솔로 피아노 작품 6. 네 손 또는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 7. 성악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 8. 기타 성악곡으로 구분하였다. 그리하여 예를 들어서 드비시의 대표적인 오페라인 '플레아와 멜리상드'는 카테고리 8의 기타 성악곡에 속하며 작품번호로는 L 88이 된다. 르쉬르의 넘버링에 따르면 드비시의 작품은 141개로 정리되고 있다.
드비시의 작품목록을 정리하고 넘버링을 붙인 프랑수아 르쉬르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의 작품들은 세가지 작품번호로 목록이 만들어져 있다. 하나는 전통적인 Opus 넘버이다. 슈트라우스의 생전에 주로 출판사가 악보를 출판하면서 붙인 넘버이다. 1번부터 88번까지 Op 넘버가 붙어 있다. Op 1번은 1881년에 작곡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축제행진곡'(Festmarsch)이다. 그리고 Op 88번은 1942년에 작곡한 리트로서 '솔로와 피아노를 위한 세개의 노래'에서 '오베레 벨베데레의 경치'(Blick vom oberen Belvedere)이다. 벨베데레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사랑받고 있는 비엔나의 바로크 궁전이다. 두번째 넘버링은 TrV 이다. Trenner Verzeichnis(트레너 페어차이히니스)의 약자이다. 1999년에 플로리안 트렌너(Florian Trenner)가 정리한 298번까지의 목록이다. 그리고 세번째 넘버링은 AV이다. Azow Verzeichnis(아조브 페어차이히니스)의 약자이다. 독일의 음악학자인 에리히 헤르만 뮐러 폰 아조브(Erich Hermann Müller von Asow: 1892-1964)가 Opus 넘버에 들어있지 않은 작품들을 모두 정리하여 목록으로 만든 것이다. 독일의 음악학자인 폰 아조브는 1959년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 중에서 Op 번호를 붙인 것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을 대상으로 2권의 목록을 완성했다. 폰 아조브가 세상을 떠난 후에 프란츠 트렌너(Franz Trenner: -1993)가 중심되어 폰 오조브의 목록을 참고로 삼아서 세번째 목록을 발간했다. 3권에는 323개의 타이틀이 목록으로 올라갔다. 그후 1993년에 프란츠 트렌너의 아들인 플로리안 트렌너가 지금까지 나온 모든 목록을 정리하여 새로 298개 타이틀의 목록을 만들었다. TrV에 의한 목록의 1번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1870년에 작곡한 '피아노를 위한 슈나이더폴카'이다. AV 넘버의 1번도 마찬가지이다. TrV의 마지막 넘버는 298번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1949년에 작곡한 혼성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의식'(Bssinnung)이라는 곡이다. AV 넘버로서는 306이다.
말년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이밖에도 몇개의 작품번호를 더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캐나다의 클리프 아이젠(Cliff Eisen: 1952-)는 모차르트 전문가로서 레오폴드 모차르트(Leopold Mozart)의 작품에 대하여 E 넘버링을 완성하였다.
- 프랑스의 이브 제라르(Yves Gerard: 1932-)가 루이지 보케리니(Luigi Boccherini)의 작품에 대하여 G 넘버의 목록을 작성했다.
-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기글링(Franz Giegling)이 주세페 토렐리(Giuseppe Torelli)의 작품에 대하여 G 넘버의 목록을 작성했다.
- 독일의 오이겐 헬름(Eugen Helm)이 칼 필립 에마누엘 바흐(C.P.E. Bach)의 작품에 대하여 H 넘버의 목록을 작성했다.
- 영국의 구스타브 홀스트(Gustave Holst)의 딸인 이모젠 홀스트(Imogen Holst: 1907-1984)가 아버지의 작품에 대한 목록을 정리하고 H 넘버를 붙였다.
- 이탈리아의 포티토 페다라(Potito Pedarra: 1945-)가 오토리노 레스피기(Ottorino Respighi)의 작품을 정리하고 P 넘버를 붙였다.
- 비엔나 출신의 여류 음악학자인 레나테 그라스버거(Renate Grasberger: 1941)는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의 작품을 정리하고 WAB(Werkverzeichnis Anton Bruckner) 넘버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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