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을 100% 바꿔줄수 있는 클래식 음악 10선
사람의 삶을 100% 바꿔주는 계기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문화예술분야에서도 그러한 계기를 마련해 주는 작품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위대한 소설을 읽고서 감동하여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위대한 그림이나 조각작품을 보고 감동하여서 인생을 바꾸게 되었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또 어떤 사람들은 위대한 음악작품을 듣고서 생애가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 중에서는 과연 어떤 작품들이 한 인간의 삶을 100% 바꿔줄 정도로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일까?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 작품 10선을 소개한다.
1.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마태수난곡'(Matthäus-Passion: St Matthew Passion)
독일어로 Matthäus-Passion이라고 하는 '마태수난곡'은 바흐가 남긴 두번째 수난곡이다. 다른 하나의 수난곡은 '요한수난곡'(Johannes-Passion)이다. '마태수난곡'은 바흐작품번호(BWV)로는 244번으로 바흐가 1727년, 그가 42세의 중후한 생애에 완성한 작품이다. 오늘날에는 '마태수난곡'이라고 부르지만 원래 바흐가 작곡한 타이틀은 Passio Domini nostri J.C. secundum Evangelistam Matthaeum(사도 마태가 기록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이며 솔로 음성들과 더블 합창단과 더블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으로 작곡된 것이다. 제목에서 J.C. 라는 것은 Jesus Christ를 말한다. 그렇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약자로 표기한 것도 특별하다. '마태수난곡'의 가사는 피칸더(Picander)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진 독일의 시인이며 작사가인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 하인리치(Christian Friedrich Heinrici: 1700-1764)가 마태복음 26장과 27장의 말씀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피칸더의 가사는 마르틴 루터가 독일어로 처음 번역한 신약성서를 인용한 것이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클래식 종교음악의 가장 위대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흐는 두 편의 수난곡만 남겼지만 사실은 한 다섯 편쯤 생각하고 있었으나 다른 작곡으로 분주하여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면 어째서 바흐의 '마태수난곡'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줄수 있는 작품인가? 우리는 보통 바로크 음악이라고 하면 부유한 귀족들이나 지체높은 왕족들을 위해서 하프시코드를 두드리는 음악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마태수난곡'은 그러한 협소한 인식을 불식시켜주는 것이다. 우선 가사를 보면 이 세상 마지막 날에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지를 선포하는 내용들로 충만해 있다. 말하자면 '최후의 심판'을 예견하는 내용이다. 그런 내용 때문인지 바흐의 음악은 간혹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서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무조적인 음과 불협화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에 바로크 작곡가들에게 있어서 인간의 경험은 중요한 요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바흐는 '마태수난곡'에서 자기 자신의 인간적인 의지를 표현했던 것이다. 그것은 중요한 사상의 변화였다. 마치 신본주의 사상에서 인본주의 사상으로의 변천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바흐가와 '마태 수난곡'을 부르는 사람들. 그림
2. 표트르 차이코브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Pathetique)
교향곡 6번 B 단조 작품번 74, 일명 '비창'은 차이코브스키의 마지막 교향곡이다. 차이코브스키는 교향곡 6번을 1893년 8월 말에 완성했다. 그리고 두달 후인 10월 26일(어떤 자료에는 11월 6일)에 세상을 떠났다. 차이코브스키는 이 교향곡에 '파테티체스카야'(Pateticheskaya)라는 러시아어 제목을 붙였다. 러시아어로 '열정' 또는 '감성적인'이라는 뜻이다. 그것을 프랑스에서 Pathetique라고 번역하였다. '동정을 불러 일으키는'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는 프랑스어의 Pathetique를 '비창'(悲愴)이라고 번역했다. 아마 일본의 예를 따랐을 것이다. 이처럼 원래의 뜻이 잘못 번역되었지만 오늘날 세계 모든 나라에서는 프랑스어 제목의 Pathetique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다만, 러시아에서만은 원래대로 파테티체스카야(열정)로 부르고 있을 뿐이다. 교향곡 6번은 1893년 10월 28일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차이코브스키가 세상 떠난 날을 11월 6일이라고 하면 그로부터 약 1주일 전에 초연을 가졌던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연주는 그해 11월 18일 차이코브스키를 추모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그런데 추모음악회 때에는 원래의 스코어를 약간 수정한 것이 연주되었다. 이 수정버전이 오늘날 일반적으로 연주되는 차이코브스키의 교향곡 6번이다. 그러므로 '비창'의 초연은 1893년 11월 18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어째서 '비창'이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을 만큼 중요한 작품인가? 차이코브스키는 아마도 작곡가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생애를 살았던 사람 중의 하나일 것이다. 교향곡 6번 '비창'에는 그가 평생을 안고 살아야 했던 모든 괴로움과 비참함이 담겨있다. 사실 그는 어쩔수 없는 동성애로 인하여 많은 번민을 하였다. 원하지도 않았던 결혼 생활은 참담한 것이었다. 차이코브스키는 사는 것이 너무나 괴로워서 이제는 그만 죽을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들은 차이코브스키의 마지막 작품인 '비창'을 그가 생애를 마무리하려는 자살 노트라고 까지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다른 어떤 사람들은 '비창'이 슬프고 비통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런 슬픔과 비통함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영광스러운 작품이라고 말하였다. 과연 '비창'은 사람의 괴로운 감정을 음악으로 적나나하게 표현한 위대한 작품이다. 그러나 슬프고 비통한 심정을 영광스러운 것으로 표현한 이 작품이야말로 우리들에게 위대한 교훈을 남겨주었다고 볼수 있다.
차이코브스키의 교향곡 6번 일명 '비창'의 4악장은 마치 동토의 땅에 홀로 버져진 듯한 느낌을 준다.
3. 구스타브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Resurrection)
육중한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기운찬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마치 이 세상의 모든 요소들을 한데 넣은듯한 음악이다. 말러는 이 교향곡을 1888년에 시작하여 1894년에 완성했다. 그만큼 열심으로 전념하였다. 초연은 말러 자신의 지휘로 1895년 3월에 베를린에서 있었다. '부활'은 말러의 전체 교향곡 중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말러는 사람이 죽은 후에 가야하는 내세와 사망의 권세를 이기는 부활이야말로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한 사상이 이 교향곡에 배어 있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듯한 소리,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 등이 표현되어 있다.
보통 하나의 곡이라고 하면 3분 정도가 적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작품 하나의 연주시간이 조금만 길어도 지루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부활'은 거의 한시간 반이나 걸리는 대작이다. 그렇게 길어도 사람들은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내세란 무엇이며 부활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이다. 주제가 심각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음악도 심각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깊은 사색과 함께 즐거움을 주는 음악이다. 아무튼 '부활'은 인생을 다시한번 조명해 볼수 있는 귀중한 명제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교향곡 2번 '부활'을 지휘하는 말러. 캐리캐추어
4. 루드비히 반 베토벤의 그로세 푸게(Grosse Fugue)
독일어로 Grosse Fuge(그로쎄 푸게)라고 하는 베토벤의 '그랜드 푸가'는 영어로 Great Fugue(그레이트 푸그)라고도 부른다. Op 133번이다. 단악장이며 관현악곡이 아니라 현악 4중주곡의 형태이다. '그로쎄 푸게'는 원래 베토벤이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825년에 작곡한 현악 4중주곡 13번 B 플랫 장조, Op 130의 마지막 악장이었다. 그러나 출판업자가 현악 4중주곡 13번은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할 것같다고 생각해서 베토벤에게 4악장만이라도 다른 것으로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래서 베토벤은 새로운 피날레를 작곡해서 현악 4중주곡 13번의 4악장을 대신하도록 했다. 이미 작곡해 놓았던 4악장은 베토벤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별도의 '그로쎄 푸게'로서 출판되었다. 작품번호도 그렇게해서 Op 133 이 되었다. '그로쎄 푸게'는 베토벤이 청각을 완전히 잃은 때에 작곡된 것이다. '그로쎄 푸게'는 명실상부하게 장엄한 곡이다. 현악 4중주이면서도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은 인상을 주는 곡이다. 그런데 현악 4중주곡 13번이 1826년에 초연되었을 때 평론가들은 '무슨 곡이 이러냐?'면서 좋은 평가를 하지 않았다. 알게마이네 무지칼리셰 차이퉁이라는 음악전문지는 이 푸가를 '마치 중국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곡이며 바벨탑의 혼돈과 같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부터는 이 푸가에 대한 평가가 새롭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과연 베토벤의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간주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이 곡을 '시대를 초월하는 절대적이고 영원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로쎄 푸게'를 '도저히 가까이 하기 어려운' '정상적이 아닌 특별한' '파라독스로 가득차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아마게돈'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었다. 베토벤 작품 중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불확실한' 작품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이며 작곡가인 데이빗 매튜스는 '지옥처럼 연주하기 힘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배경을 가진 작품이므로 베토벤의 '그로쎄 푸게'는 어찌보면 베토벤의 삶에 대한 투쟁과 숭고한 예술혼에 대한 노력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수 있다. 물론 이 작품은 '엘리제를 위해서'처럼 듣기에 편한 음악이 아니다. 그러나 베토벤으로서는 할수 있는 한의 모든 것을 오직 이 작품 하나에 퍼부은 것이라는 인식을 준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후에 나타나는 20세기의 병렬주의 작곡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 것이다. 또 다시 스트라빈스키의 이야기를 전하면 그는 이 작품을 '음악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위대한 작품 앞에서 심경의 변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베토벤의 '그로세 푸게'
5.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진혼곡'(Requiem)
모차르트가 모진 병마에 시달리면서 죽음을 앞두고 완성코자 했으나 미완성으로 남긴 작품이다. 만일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온 장면을 믿는다면 그렇지만 모차르트의 '진혼곡'에 대한 확실한 설명은 추측일 뿐이다. 다만, 미완성 부분을 모차르트의 제자인 프란츠 사버 쥐스마이르가 완성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진혼곡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본 블로그의 별도의 코너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모차르트의 '진혼곡'은 과연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진혼곡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해 주는 곡이다. 죽은 사람을 위한 살아 있는 사람의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 곡이다. 모차르트의 '진혼곡'의 오프닝인 인트로이투스'(Introitus: 도입부)는 중후한 비탄의 톤으로 되어 있다. 마치 모차르트 자신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슬퍼한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뒤를 이어 나오는 곡들도 거의 모두 슬픔과 비탄을 표현하고 있다. 영혼이 허공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듯한 기이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차분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수 있다.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 들이고 영혼이 잘되기를 바라는 심정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 중의 하나인 모차르트의 마지막 음악이다. 모차르트는 죽음에 임박하여서 좀 더 살아서 좀 더 많은 작품을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자기가 세상을 떠나면 남아 있는 가족들은 어떻게 될지 걱정도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떠나야만 했던 모차르트의 심정을 진혼곡에서 느껴볼수 있을 것이다.
모차르트의 '레퀴엠'
6.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베스퍼스'(Vespers)
'베스퍼스'는 저녁기도송을 말한다. Vespers는 라틴어의 Vesper에서 온 단어로 '저녁'(Evening)이라는 뜻이다. 여러 작곡가들이 교회의 저녁기도송을 작곡했지만 몬테베르디의 '베스퍼스'는 그 장엄함으로 인하여 놀라운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첫번째 곡에서 콰이어가 유니송으로 한 음을 계속 부르는 것부터 인상적이다. 몬테베르디는 이 작품을 1610년 경에 완성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보통 Marian Vespers 1610 이라고 부른다. 원래의 제목은 Vespro della Beata Vergine(복되신 성모를 위한 저녁기도송)이다. 라틴어로는 Vesoeris in Festis Beata Mariae Vergine라고 표기한다. 가사는 주로 시편의 구절들을 사용했다.
이 작품은 르네상스와 초기 바로크를 연결하는 가교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면 어째서 이 작품이 사람의 삶을 100% 바꿔줄수 있다는 것인가? 우선 오래전의 음악이라고 해서 지루하다는 선입관을 가지면 곤란하다. 몬테베르디의 '베스퍼스'는 대단히 흥미있는 곡이다. 스케일에 있어서도 대규모이다. 몬테베르디가 교회음악을 오페라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는 곡이다. 그만큼 극적인 요소가 넘쳐 있는 작품이다. 트럼펫과 드럼들, 그리고 대규모 합창, 유려한 멜로디의 노래들...그야말로 초기 바로크 음악으로서는 대단한 히트를 기록한 작품이다. 바로크 종교음악에서 그만한 기쁨을 찾을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수 없다.
베스퍼스
7. 에드워드 엘가의 첼로 협주곡(Cello concerto)
에드워드 엘가(Edward Elgar: 1857-1934)의 유일한 첼로 협주곡이다. 하이든,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과 함께 세계의 3대 첼로 협주곡에 포함되는 작품이다.
8. 리하르트 바그너의 '링 사이클'(The Ring Cycle)
'링 사이클'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모든 것이다'라고 대답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링 사이클'의 오페라들을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로시니나 베르디에 익숙해 있던 감정에 커다란 변화가 올 것이다. 네 편의 오페라들을 다 듣고 나서도 별다른 감동이 없다면 그건 감정적으로 문제가 있다. 너무 지루해서 아무도 애착을 가지지 않는다고도 하지만 정말 매니아라면 한 소절 한 소절을 분석해가며 적응코자 할 것이다.
바그너의 '링 사이클'. 보탄
9. 막스 리히터의 '비발디: 다시 작곡하다'(Vivaldi: Recomposed)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막스 리히터(Max Richter: 1966-)는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Le quatro stagione)를 바탕으로 다시 작곡한 작품을 내놓았다. 비발디의 '사계'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그래서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조사결과 '사계'가 클래식 음악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품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꽃노래도 자꾸 들으면 귀찮아 진다는 말이 있고 같은 옷도 계속 입으면 싫증이 난다는 말처럼 비발디의 '사계'도 너무 자주 들으면 싫즐이 날수 있다. 막스 리히터는 '사계를 현대풍으로 다시 작곡하다시피 했다. 극단적이라고 볼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이다. 현대의 귀를 가진 우리로서 그에 맞는 음악을 들어야 한다면 바로 막스 리히터의 '비발디: 다시 작곡하다'를 들어야 할 것이다.
영국의 막스 리히터는 최근 8시간 이상이나 걸리는 '슬립'(Sleep)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사람들이 이 곡을 듣다가 잠이 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8시간 짜리 자장가이다. 리히터는 1시간으로 단축한 버전도 만들었다. 리히터는 8시간 짜리가 '자장가'라고 하면 1시간 짜리는 '낮꿈'이라고 말했다.
10. 헨리크 고레키의 '교향곡 3번'
폴란드 출신인 헨리크 고레키(Henryck Gorecki: 1933-2010)의 교향곡 3번은 지금까지 나온 음악 중에서 감정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어떤 감정인가? 죽음에 대한 공포, 자기 자신의 무력함에 대한 절망감, 그칠줄 모르는 슬픔 따위이다. 그래서인지 작곡자 자신은 이 교향곡을 '슬픔에 넘친 노래의 교향곡'이라고 불렀다. 각 악장마다 솔로 소프라노가 노래를 부른다. 전쟁과 헤어짐이라는 공포와 절망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가사를 노래한다. 2악장이 특히 그러하다. 가사는 2차 대전중 게슈타포 감옥의 벽에 마치 손톱으로 긁어서 쓴 듯한 글귀들을 모아서 만들었다. 고레키는 그런 문장들을 가사의 바탕으로 삼기는 했지만 음악은 그런 문장들의 내용을 초월하는 이상적인 음악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듣는 사람들은 과연 이 가사들이 게슈타포의 감옥에서 나온 것인지 믿을수 없게 했다. 고레키는 소프라노의 음성이 오케스트라를 훨씬 능가하도록 작곡했다.
폴란드의 작곡가 헨리크 고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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