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비발디의 '다리오의 대관' - 178

정준극 2017. 4. 29. 12:25

다리오의 대관(L'incoronazione di Dario) - The Coronation of Darius

안토니오 비발디의 3막 오페라


안토니오 비발디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오페라 애호가들은 작곡가들을 두 카테고리로 구분하려 한다. '오페라 작곡가'와 '기타 등등'이다. 오페라 작곡가가 아닌 작곡가들은 별 볼일 없는 작곡가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내세우는 '오페라 작곡가'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것일까? 베르디, 푸치니, 바그너, 로시니 등이다. 도니체티와 벨리니도 순수 '오페라 작곡가 클럽'에 들어갈수 있다. 헨델은 어떠한가? 헨델은 '오페라 작곡가 클럽'의 멤버로 들어가 있지만 마지못해서 가입시킨 경우라고 보면 된다. 그런 경우로서는 레오시 야나체크와 벤자민 브리튼도 해당된다. 그 다음으로는 오페라와 '기타 등등'의 중간에 있는 작곡가들이다. 이들은 다른 작품으로서 위대함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비록 훌륭한 오페라를 작곡했다고 해도 다른 작품의 그늘에 가려서 오페라 작곡가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서 요제프 하이든과 안토닌 드보르작이다. 하기야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배경의 작곡가들이다. 한 사람은 고전시대를 대표하는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낭만시대에 활동했던 사람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교향곡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하이든이나 드보르작의 오페라는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고 해도 기악곡의 그늘 아래에 남아 있어야 했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바로크 시대의 안토니오 비발디의 경우이다. 비발디는 너무나 많은 협주곡들을 썼기 때문에 음악학자들조차 협주곡이 몇개나 되는지 카운트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이다. 그러나 보라! 비발디는 훌륭한 오페라들도 여러 편이나 작곡했다. 비발디는 35세 때에 첫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 때에 그는 이미 국제적으로 기악곡, 특히 바이올린 협주곡 작곡가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발디가 오페라를 내놓기 시작하자 그의 오페라는 대번에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때이고 그후로는 사정이 달라졌다. 비발디가 오페라를 작곡했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았다. 다행한 것은 오늘날 비발디의 오페라가 점점 자주 공연된다는 것이다. 그런 오페라 중의 하나가 '다리오의 대관'이다.


베니스의 산탄젤로 극장 오늘날의 모습


'다리오의 대관'은 비발디가 39세 때인 1717년에 완성한 오페라이다. 그해 겨울에 베니스의 산탄젤로극장(Teatro Sant'Angelo)에서 초연되었다. 대본은 17세기 이탈리아의 대본가인 아드리아노 모르셀리(Adriano Morselli)가 썼다. 그런데 역시 모르셀리의 '다리오의 대관' 대본으로 이탈리아의 자코모 안토니오 페르티(Giacomo Antonio Perti)가 3막의 오페라를 만든 것이 있다. 비발디의 것보다 무려 30여년 전인 1685년에 역시 베니스의 산탄젤로 극장에서 초연된 오페라이다. 모르셀리의 대본은 원래 베니스에서 활동하고 있던 도메니코 프레스키(Domenico Freschi: 1634-1710)를 위해서 작성한 것이다. 프레스키는 모르셀리의 대본으로 '다리오'(Dario)라는 타이틀의 오페라를 만들었고 이 오페라는 페르티가 '다리오의 대관'을 초연하기 1년 전에 역시 베니스의 산탄젤로 극장에서 초연을 가졌다. 그러고보면 우선 모르셀리의 하나의 대본으로 여러 작곡가들이 각각 오페라를 만들었다는 것이 특별하고 이어서 모두 베니스의 산탄젤로 극장에서 초연을 가졌다는 것도 신통한 일이 아닐수 없다. 하기야 그런 배경에는 베니스가 동양과의 중계지점이라는 것도 간과할수 없는 사항이다. 당시에 베니스에서는 동양적인 것이 유행이었다. 의상과 음식에서도 그러했고 연극과 오페라에서도 그러했다. 이탈리아의 서안, 아드리아해를 바라보고 있는 베니스는 동양세계와 정치적, 경제적, 상업적으로 굳건하게 연계되어 있었다. 그런 연관을 보여주는 작품 중의 하나가 '다리오의 대관'이다. 시기는 주전 5세기 경이지만 무대는 동양인 페르시아(파사)이다. 비발디의 '다리오의 대관'은 그가 오페라로서 성공하여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을 때에 작곡된 것이다. 당시에 비발디는 산탄젤로 극장의 임프레사리오로 있었다. '다리오의 대관'은 비발디가 산탄젤로의 임프레사리오로서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비발디는 베니스의 오페라를 주도하는 작곡가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지만 그 즈음에 오페라 개혁의 바람이 베니스에도 불어왔고 사람들은 더 이상 판에 박은 듯한 바로크 오페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결국 비발디는 개혁 오페라의 희생자가 되어 더 이상 바로크 스타일의 오페라를 만들지 않았다. 한가지, 비발디 오페라의 특징이라고 하면 소규모 캐스팅에 오케스트라도 소규모 앙상블로 구성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연이 경제적이어서 오래 지속될수 있었다.


다리오를 축출하고 스타티라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민 니케노가 체포되어 온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다리오의 대관'은 코믹하면서도 비극적인 내용을 안고 있다. 그러므로 당시 대중들의 취향을 십분 반영할수 있었다. 사이러스는 오늘날의 시리아에 해당하지만 오페라에서는 페르시아를 일컫는다.


- 다리오(다리우스)(Dario: Darius: T). 사이러스 왕위 주장자

- 스타티라(Statira: Cont). 사이러스 선왕의 장녀. 다리오를 사랑.

- 아르제네(Argene: Cont). 사이러스 선왕의 둘째 딸. 역시 다리오를 사랑.

- 아르파고(Arpago: S). 사이러스 왕위 주장자

- 오론테(Oronte: S Castrato). 사이러스 왕위 주장자

- 니체노(Niceno: B). 스타티라와 아르제네의 개인교사

- 치로의 혼령(Ombra di Ciro: T). 사이러스 선왕


(1막). 페르시아 왕이었던 사이러스(키로)의 혼령이 그가 사랑했던 딸들인 스타티라와 아르제네에게 나타나서 이제는 자기를 위한 애통을 그만두고 어서 새로운 왕을 세우는 일에 전념하라고 당부한다. 가장 유망한 왕위 주장자인 다리오가 나타나서 선왕의 장녀인 스타티라에게 청혼한다. 그러면 왕위에 오르는 일은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한다. 야심이 많은 아르제네가 다리우스와 결혼하여 실제로 왕국을 통치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다리우스와 결혼하겠다고 다짐한다. 한편, 왕위를 노리는 두 사람이 더 있다. 귀족인 아르파고와 장군인 오론테이다. 두 사람이 왕관을 두고 다투자 다리오가 나타나서 두 사람의 싸움을 중지하고 누구든지 스타티라와 결혼하는 사람이 왕관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한다. 한편, 아르제네는 자기의 가정교사인 니케노에게 다리우스와 결혼할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간청한다. 니케노는 그 자신이 스타티라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스타티라에게 청혼한 다리오가 아르제나와 결혼하게 되면 스타티라를 얻을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그러면 자기도 왕이 될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하여 아르제나와 니케노는 우선 스타티라와 다리오를 떼어 놓을 음모를 꾸민다.


 상심한 스타티라를 아르제나가 위로하는 척 한다.


(2막). 아르제나와 니케노는 우선 스타티라에게 다리오가 다른 여인을 사랑하고 있다고 속이기로 한다. 이들은 마치 다리오가 쓴 것처럼 필적을 속여서 편지를 만든다. 다리오가 어떤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이다. 아르제나가 그 편지를 스타티라에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 편지는 다리오가 자기에게 보낸 것이라고 거짓으로 얘기한다. 순진한 스타티라는 가정교사인 니케노에게 다리오의 마음이 다른 여인, 즉 아르제나에게로 향한 것 같다고 하면서 자기가 아르제나를 질투하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한다. 니케노는 스타티라에게 다리오가 아르제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 다른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리오를 잊기로 작정한 스타티라는 아르파고에게 결혼할 뜻을 얘기한다. 이어서 스타티라는 오론테에게도 결혼할 의사가 있음을 얘기한다. 아르파고와 오론테는 기뻐서 어찌할 줄 모르지만 스타티라가 두 사람 모두에게 결혼을 약속한 사실은 모르고 있다. 한편, 다리오는 아르제네에게 스타티라와 결혼코자 하니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아르제네가 언니 스타티라는 이미 아르파고와 오론테 중에서 한 사람과 결혼키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다리오는 스타티라가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을 약속한 것을 알고 실망한다. 스타티라가 절망에 빠져 있는 다리오를 보고 자기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다리오인 것을 확신한다. 다리오는 자기의 라이발인 아르파고와 오론테에게 복수할 것을 맹세한다.


다리오의 청혼을 받고 기뻐하는 스타티라를 아르제나와 니케노가 바라보고 있다.


(3막) 아르파고와 오론테는 자기들이 각각 스타티라와 약혼한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아르제네와 한 통속이 된 니케노는 구체적으로 스타티라를 제거하기 위해 또 다시 스타티라에게 거짓말을 해서 성밖에서 다리오가 기다리고 있으니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그 말을 믿은 스타티라가 니케노를 따라서 성밖으로 나간다. 니케노는 스타티라를 숲이 울창한 곳으로 데려간다. 그곳은 맹수들이 있어서 위험한 곳이다. 니케모는 스타티라를 숲 속에서 기다리라고 하고는 몰래 도망간다. 아르제네는 다리오에게 스타티라가 도망갔다고 전한다. 다리오는 스타티라가 그럴리가 없다고 하면서 성밖으로 스타티라를 찾으러 급히 나간다. 다리오가 맹수들 때문에 위험에 처해 있는 스타티라를 구출한다. 두 사람은 이 모든 것이 자기들의 사랑을 방해하려는 아르제네와 니케노의 음모인 것을 알게 된다. 다리오는 니케노를 멀리 추방한다. 한편, 다리오가 스타티라를 찾으러 떠난 사이를 이용해서 아르제나는 자기가 페르시아의 여왕이 되었다고 선포한다. 그러나 잠시 후에 죽었다고 믿었던 스타티라와 다리오가 나타나서 아르제나의 음모를 밝힌다. 아르제나는 자기의 잘못을 크게 뉘우친다. 다리오는 라이발이었던 아르파고와 오론테를 관용으로서 용서한다. 그리고 스타티라와 결혼해서 페르시아의 왕으로서 대관식을 갖는다. 



다리오가 모든 음모자들을 관용으로서 용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