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크리스마스 이브' - 180

정준극 2017. 12. 26. 16:15

크리스마스 이브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4막 오페라

니콜라이 고골의 '디칸카 인근 농장의 저녁'의 단편 바탕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Nicolai Rimsky-Korsakov: 184401908)는 오페라를 14편 남겼다. 그의 오페라는 세가지 부류로 구분할수 있다. 하나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드라마틱한 오페라이다. '프스코프의 아가씨'(Pskoityanka),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짜르의 신부'(Tsarskaya nevesta), '세르빌랴'(Servilya), '판 보예보다'(Pan Voyevoda)가 이에 속한다. 두번째는 민속 오페라이다. 러시아의 다소 이국적인 민속에 바탕을 둔 오페라들이다. '5월의 밤'(Mayaskaya noch), '크리스마스이브'(Noch' pered Roshdestvom)가 이에 속한다. 세번째는 전래 동화나 전설을 바탕으로 삼은 오페라들이다. '눈아가씨'(Snegurochka), '믈라다'(Mlada), '사드코'(Sadko), '불멸의 카슈체이'(Kashchey bessmertniy), '범블비의 비행'이라는 곳이 나오는 '짜르 살탄 이야기'(Stazka o Tsare Saltane), '황금 닭'(Zolotoy petushok), 그리고 가장 긴 제목을 자랑하는 '보이지 않는 도시 키테츠의 전설과 페브로냐 아가씨'(Skazaniye o nevidimom grade Kitezhe i deve Fevronii)가 그것이다. 그 중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는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50세에 완성한 작품으로 사실 따지고 보면 무소르그스키의 '소로친치 큰 장'(The Fair at Sorochintsi), 그리고 차이코브스키의 '대장장이 바쿨라'(Kuznets Vakula)와 기둥 줄거리가 같은 오페라이다. 모두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 소설 '디칸카 인근 농장의 저녁'(Evenings on a Farm Near Dikanka)에 나오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바탕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공들의 이름이나 스토리의 전개가 거의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음악이다. 무소르그스키의 음악은 러시아의 중후한 전통음악에 바탕을 둔 것이며 차이코브스키의 음악은 서구적인 낭만주의 음악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음악은 러시아의 민속적 색채가 짙은 것이다.


마리인스키 무대. 바쿨라와 옥사나 그리고 추브


'크리스마스 이브'는 작곡을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했지만 대본도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썼다. 초연은 1895년 12월 10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리인스키 극장에서 있었다. 대장장이 바쿨라의 이미지는 테너 이반 예르쇼프가 창조하였고 옥사나는 소프라노 예프게니야 므라비나가 맡았다. 주요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대장장이 바쿨라(Vakula: T)는 솔로카(Solokha: Contralto)의 아들이다. 솔로카는 과부인데 마법을 부릴줄 하는 여자로 알려져 있다. 바쿨라가 사랑하는 여인이 아름다운 오크사나(Oksana: S)이다. 코사크의 원로인 추브(Chub: B)의 딸이다. 마을의 촌장도 나온다. 바리톤이다. 그런가하면 짜리차(Tsaritsa: MS)도 등장한다. 짜리차는 짜르의 부인, 즉 황비이다. 오크사나의 아버지인 추브의 옛날부터 친구인 파나스(Panas: B)도 나온다. 그리고 러시아 정교회의 부사제인 오시프 니키포로비치(Osip Nikiforrovich: T)도 있다. 그런가하면 마법사인 파츄크(Patsyuk: B)도 나온다. 파츄크는 전통있는 코사크족인 자포로치안이다. 마지막으로 악마(T)가 등장한다. 그리고 합창단과 대사를 말하거나 노래를 부르지 않는 출연진도 있다. 마을 처녀들, 마을 총각들, 디칸카 지방의 코사크들, 마녀들, 악마와 선한 정령들, 그리고 아침별인 금성도 역할을 맡아 등장한다. 그런가하면 궁정의 귀족들, 귀부인들, 시종들도 나온다. 시기는 18세기이며 장소는 우크라이나의 디칸카 마을, 그리고 나중엔 궁전이다. 내용이 황당하지만 동화이므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과 오크사나


[1막] 1장. 디칸카 마을에 있는 어떤 오두막집.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서 아들과 함께 단 둘이서 살고 있는 솔로카는 악마가 나타나서 달을 훔치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간청하자 그것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도와주기로 한다. 집안에서는 솔로카의 아들인 바쿨라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악마를 조롱하는 이콘 스타일의 그림이다. 악마는 바쿨라가 자기를 조롱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속상해서 죽을 지경이지만 어쩔수가 없다. 대신에 악마는 바쿨라를 괴롭려 줄 생각이다. 우선, 바쿨라가 오크사나를 만나러 갈 때에 눈폭풍을 일으켜서 서로 만나지 못하도록 할 생각이다. 바쿨라는 오크사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나서 함께 지낼 생각이다. 바쿨라가 집을 나서자 과연 눈폭풍이 세차게 몰아온다. 그렇게 눈폭풍이 부는 틈을 이용해서 솔로카가 하늘로 올라가서 달을 훔쳐 내려온다. 눈폭풍 때문에 밖에 나왔다가 길을 찾이 못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 오크사나의 아버지인 츄브와 정교회의 부사제인 오시프이다.


바쿨라와 오크사나. 그리고 마을의 젊은이들


2장은 장면이 바뀌어서 츄브의 집 안이다. 오크사나가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외롭게 혼자 있다. 오크사나의 기분은 처음엔 우울했지만 점차 명랑해 진다. 그런 기분을 음악이 잘 표현하고 있다. 점점 템포가 빠른 음악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알수 있다. 오크사나는 거울을 보며 자기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 비슷하게 하고 있다. 그럴 때에 바쿨라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바쿨라는 오크사나가 제 멋에 겨워서 좋아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기분이 좋아진다. 오크사나는 그제서야 바쿨라가 자기를 고즈넉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무슨 사람이 그러냐면서 짐짓 화를 낸다. 그러자 바쿨라가 오크사나에게 사랑한다면서 제발 화를 풀라고 말한다. 오크사나는 바쿨라가 사랑한다고 말하자 자기는 황비마마께서 신는 슬리퍼를 가져다 주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잠시후 눈보라를 헤치고 오크사나의 아버지 츄브가 집으로 들어선다. 바쿨라는 아직도 눈을 뒤집어 쓴 츄브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고 오크사나를 찾아온 남자로 알고 라이발로 간주한다. 그래서 츄브를 때리면서 집에서 내쫓는다. 그 사실을 바라본 오크사나는 정말로 화가나서 바쿨라를 내쫓는다. 밖에서는 마을 젊은이들이 모여서 우크라이나의 크리스마스 캐롤들을 노래한다. 오크사나는 비록 바쿨라를 내쫓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기를 찾아온 바쿨라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노래하고 춤추는 오크사나


[2막] 3장. 솔로카의 집이다. 솔로카는 아직도 미인이어서 여러 사람들이 솔로카와 어떻게 해 보고 싶어서 안달이다. 그중에서도 첫번째가 마을 촌장이다. 솔로카를 찾아와서 솔로카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먼저 솔로카의 집에서 쉬고 있던 악마는 사람이 찾아오자 한쪽 구석에 있던 자루 속으로 숨는다. 촌장이 솔로카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번에는 정교회 부사제가 찾아온다. 마을 촌장은 촌장이란 사람이 마을을 위한 일은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인네 집에 와서 시시덕거린다는 소문이 나면 곤란하므로 급히 자루 속에 숨는다. 부사제가 솔로카에게 수작을 부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오크사나의 아버지인 츄브가 찾아온다. 부사제는 성직자라는 사람이 교회에서 일은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인네의 집에 와서 수작이나 부리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 곤란하므로 급히 자루 속에 숨는다. 잠시후에 오크사나에게 쫓겨난 바쿨라가 돌아오자 이번에도 츄브가 자루 속에 숨는다. 바쿨라는 집안에 네개의 못보던 자루가 있는 것을 보고 아마 대장간에서 쓸 물건을 담아 놓은 줄 알고 자루를 마차에 실어서 대장간으로 간다. 4장은 바쿨라의 대장간이다. 바쿨라는 자루들을 대장간의 한쪽에 놓아둔다. 마을 젊은이들이 몰려와서 즐거운 노래들을 부르지만 바쿨라는 오크사나에게 쫓겨 난 것을 생각해서 영 기분이 좋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마을 젊은이들에게 귀찮게 굴지 말고 가라고 말한다. 마을 젊은이들 중에 섞여 있던 오크사나가 앞으로 나와서 자기는 황비의 부츠를 가져다 주는 사람과 결혼할 것이라면서 다시한번 바쿨라를 놀린다. 바쿨라는 도대체 누가 황비의 부츠를 가져다 줄수 있겠느냐면서 화를 낸다. 그리고 마을 젊은이들에게 아무튼 무슨 수를 쓰더라도 황비의 부츠를 가져오겠다면서 네개의 자루 중에서 하나만을 메고 떠난다. 잠시후에 자루 속에 숨어 있던 세 사람이 나온다.


왕궁에서의 화려한 러시아 춤


[3막] 5장. 마법사인 파츄크의 집이다. 파츄크는 마법의 바레니키를 만들어서 입에 집어 넣고 있다. 바레니키는 우크라이나식 만두이다. 커다란 자루를 메고 있는 바쿨라가 파츄크를 찾아와서 도움을 청한다. 파츄크는 악마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니 악마를 찾아가 보라고 권고한다. 바쿨라가 자루를 바닥에 내려 놓자 자루에서 악마가 뛰쳐나온다. 악마는 바쿨라에게 오크사나를 얻고 싶으면 영혼을 내놓으라고 제안한다. 그러나 바쿨라는 오히려 악마의 목을 두 손으로 조르고 악마의 등에 올라타서 말을 듣지 않으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위협한다. 바쿨라는 오크사나가  황비의 슬리퍼를 가져오면 결혼하겠다는 것을 생각하고 악마에게 궁전이 있는 상트페체르부르크로 날아가자고 말한다. 6장. 창공이다. 달과 별들이 보인다. 별들이 서로 숨바꼭질을 하듯 게임을 하며 춤을 추는 환상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하늘을 보니 마법사 파츄크가 절구를 타고 날아오고 바쿨라의 어머니인 솔로카가 빗자루를 타고 날아온다. 바쿨라의 행동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쫓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악마의 등에 올라탄 바쿨라는 용하게도 이들의 추격을 벗어난다. 어느덧 구름 사이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불빛들이 내려다 보인다.


악마와 오크사나


7장. 궁전의 황비의 방이다.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악마는 바쿨라를 황비(차리차)의 방에 내려 놓고는 벽난로를 통해서 도망치듯 사라진다. 마침 황비의 방에는 코사크 차포로치안 부족의 사람들이 황비에게 청원을 하기 위해 몰려와 있다. 합창단이 황비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고 화려한 폴로네이즈 춤을 춘다. 황비가 코사크들에게 무어라고 감사의 말을 한다. 이때 바쿨라가 황비 앞에 나서서 아름다운 미뉴엣 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부츠를 달라고 요청한다. 황비는 바쿨라의 요청이 재미나고 뜻밖이어서 부츠를 내주겠다고 약속한다. 홀에서는 화려한 러시아 춤, 코사크 춤이 이어진다. 악마가 나타나서 바쿨라를 등에 태우고 고향집으로 향한다. 8장. 다시 창공이다. 밤이다. 바쿨라는 디칸카 마을로 돌아온다. 교회의 종소리와 합창이 아름답게 들리는 밤이다. 하늘에서는 마차에 탄 소녀들과 멧돼지의 등에 올라탄 소년들의 모습이 보인다. 콜랴다(Kolyada)와 오브센(Ovsen)이다.


츄브와 솔로카


[4막] 9장. 크리스마스 날이다. 오크사나가 살고 있는 츄브의 집 안마당이다. 오크사나는 친구들이 바쿨라에 대하여 이렇고 저렇고 얘기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다. 친구들은 바쿨라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분명히 어디가서 자살을 한 것이 틀림없다는 얘기를 한다. 친구들이 떠나자 홀로 남은 오크사나는 바쿨라를 구박했던 것을 후회하는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바쿨라가 어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그때 바쿨라가 황비의 부츠를 들고 나타난다. 뒤를 이어 오크사나의 아버지인 츄브가 등장한다. 바쿨라가 츄브에게 오크사나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자 츄브가 그렇게 하자고 흔쾌히 대답한다. 바쿨라와 오크사나는 행복한 듀엣을 부른다. 사람들이 나타나서 바쿨라에게 그동안 어디 갔었느냐면서 궁금해 한다. 마을 사람들은 바쿨라의 이야기를 듣고서 모두 두 사람의 행복을 바라는 노래를 부른다. 에필로그는 고골을 기념하는 내용이다. 바쿨라는 자기의 경험담을 양봉하는 진저헤드 판코에게 얘기해서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진저헤드(Gingerhead)는 고골을 말한다. 모두들 기뻐하는 중에 막이 내린다.   


왕궁의 화려한 러시아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