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 작곡가/시작하면서

시대를 개척한 여성 작곡가 10인

정준극 2017. 5. 10. 21:41

시대를 개척한 여성 작곡가 10인


우리가 보통 클래시컬 음악 작곡가라고 하면 바흐, 베토벤, 브람스, 모차르트, 하이든, 슈베르트,,,,이런 이름들을 손꼽게 된다. 모두 남성들이다. 클래시컬 음악의 세계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여성 작곡가들의 이름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요즘의 잣대로 보면 기막힌 일이긴 하지만 중세에는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여성들의 존재가 무시당하고 억압당했기 때문에 자연히 여성들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수 없었다. 심지어 교황 누구 누구는 여성이 교회에서 노래부르지 것을 금지하기까지 했다. 그러다보니 여성 성악가들이 무대에 출연하는 것도 상당기간 동안 금기시 되었던 일도 있다. 아무튼 이렇다보니 여성 작곡가들의 활약이 미약해 질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중에도 중세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클래시컬 음악의 연혁에서 일부 여성 작곡가들의 빛나는 역할과 기여는 무시할수 없다. 시대를 개척한 빛나는 여성 작곡가들이다. 베스트 여성 작곡가 10인을 소개한다.


1. 힐데가르드 폰 빙겐(Hildegard von Bingen: 1098-1179). 중세의 여성으로서 독일의 힐데가르드 폰 빙겐만큼 기억되고 존경받는 여성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는 신학, 과학, 의학, 철학, 그리고 물론 음악 분야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앞선 개척자적인 여성이었다. 폰 빙겐은 베네딕트 수도회의 수녀로서 두 곳의 수녀원을 설립하였다. 두 수녀원에서의 신앙생활은 음악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것이었다. 수녀들은 음악공부를 했고 연주를 했다. 폰 빙겐은 70여편에 이르는 찬송가와 전례음악을 작곡했다. 그는 음악을 드라마처럼 연주하는 시도를 하였다. 말하자면 오라토리오 또는 오페라의 전신이었다. 그가 작곡한 도덕내용의 Ordo Virtutum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음악을 곁들인 연극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물론 그가 남긴 음악들이 오늘날 클래식 음악 콘서트의 프로그램에 포함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러나 어쨋든 폰 빙겐은 중세의 암흑기에 여성 작곡가로서 정말로 개척자적인 역할을 했으므로 길이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힐데가르드 폰 빙겐


2. 프란체스카 카치니(Francesca Caccini: 1587-1640). 이탈리아의 플로렌스 출신인 프란체스카 카치니는

정말로 다재다능한 여성이었다. 여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일천한 중에 그는 작곡가, 성악가, 루트 연주자, 시인, 음악교사로서 놀라운 활동을 하였다. 그러한 활약의 뒤안길에는 아버지인 줄리오 카치니의 영향력이 컸었다. 줄리오 카치니는 플로렌스에서 가장 막강한 메디치 가문을 위해 음악으로 봉사하던 사람이었다. 프란체스카 카치니의 작품 중에서 La liberazione di Ruggiero(루지에로 해방)는 여성 작곡가에 의한 최초의 오페라이다.

  

루트를 연주하는 프란체스카 카치니


3. 루이스 화렌크(Louise Farrenc: 1804-1875). 루이스 화렌크는 아직도 여성의 사회진출이 미약하던 시기에 파리음악원의 유일한 여성 교수로서 임명받은 사람이다. 그는 파리 사회에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살았다. 그는 작곡에 있어서도 뛰어났고 피아노 연주에 있어서도 뛰어났다. 그러나 급여는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동료 남자 교수보다 적게 받았다. 그래서 평등을 주장했고 마침내 남자 교수와 같은 액수의 봉급을 받게 되었다. 그는 3편의 교향곡을 비롯해서 실내악, 기악곡, 합창곡, 성악곡, 그리고 상당수의 피아노 작품들을 남겼다. 그의 작품은 오늘날 간혹 콘서트의 레퍼토리로서 등장하고 있다.


파리음악원 최초의 여성 교수 루이스 화렌크


4. 패니 멘델스존 헨젤(Fanny Mendelssohn-Hensel: 1805-1847). 펠릭스 멘델스존의 누이인 패니 멘델스존 헨젤은 화가인 빌헬름 헨젤과 결혼하여서 이름에 헨젤이 추가되었다. 패니의 아버지는 패니의 음악적인 재능이 뛰어난 것을 보고 음악가로 키울 생각을 했다. 그리고 동생인 펠릭스는 음악가로서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변호사 또는 경제학자로 키우려고 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펠릭스의 재능이 천부적인 것을지적하며 음악가로서 양육할 것을 강조하는 바람에 패니 대신에 펠릭스에게 집중적인 음악교육을 시켰다. 그리고 패니에게는 작곡도 하지 말고 그저 결혼해서 가정을 가질 준비나 하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니는 작곡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해서 간간히 작곡을 하였다. 패니는 생전에 무려 46여 편에 이르는 작품을 작곡했다.  그중에서 몇 작품은 동생인 펠릭스의 이름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패니 멘델스존 헨젤은 함부르크에서 태어나서 베를린에서 세상을 떠났다.


펠릭스 멘델스존의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패니 멘델스존 헨젤


5. 클라라 슈만(Clara Schumann: 1819-1896). 클래시컬 음악의 세계에서 로베르트와 클라라 슈만의 러브 스토리는 완전 감동적인 것이었다. 그 얘기는 지금 할 필요는 없고, 클라라로 말하자면 그야말로 당대의 콘서트 피아니스트였다. 그것보다도 뛰어난 음악성으로 로베르트와 결혼하기 전부터 로베르트의 작품에 대하여 많은 조언을 하였다. 그런가하면 로베르트는 클라라에게 연주도 중요하지만 작곡의 재능을 소홀히 하지 말아 달라고 간청하였고 그리하여 클라라는 수많은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다. 클라라는 가곡, 피아노 소품, 피아노 협주곡, 실내악의 여러 분야에서 훌륭한 작품들을 남겼다. 클라라 슈만은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나서 프랑크푸르트에서 세상을 떠났다.


로베르트 슈만과의 러브 스토리로 유명한 클라라 슈만


6. 에이미 체니 비취(Amy Cheny Beach: 1867-1944). 에이미 비취는 미국의 이름난 여성 작곡가로서는 최초이다. 뉴햄프셔 출신이며 뉴욕에서 활동하다가 2차 대전이 한창이던 때에 세상을 떠났다. 에이미는 피아니스트로서 경력을 시작하였다. 당시에 그만한 피아니스트가 없을 정도로 미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였다. 그러다가 결혼후 부터는 피아노 연주보다는 작곡에 전념하게 되었다. 그의 작곡은 순전히 독학에 의한 것이어서 더욱 감동을 주었다.


재능있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에이미 비취


7. 레베카 클라크(Rebecca Clarke: 1886-1979). 뛰어난 비올라 연주자이기도 한 레베카 클라크는 영국에서 태어나서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으나 주로 미국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미국의 작곡가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비올라 연주자였기 때문에 주로 비올라를 위한 작품들을 만들었고 그것들을 직접 연주했다. 그는 이밖에도 가곡, 합창곡, 실내악, 솔로 피아노를 위한 작품들을 남겼다.


뛰어난 비올라 연주자이기도 했던 레베카 클라크


8. 플로렌스 프라이스(Florence Price: 1887-1953). 미국 아카소주 출신으로 주로 시카고에서 활동했던 플로렌스 프라이스는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였다. 흑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미국의 주요 교향악단과 협연을 하였다. 그는 시카고에서 음악 교사로서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을 떨치며 활동했다. 그의 연주나 작곡은 유럽 스타일이지만 그러면서도 미국 남부의 정서에 뿌리를 둔 음악을 엿볼수 있다.


플로렌스 프라이스


9. 제르맹 타이예페르(Garmaine Tailleferre: 1892-1983). 제르맹 타이예페르는 20세기 프랑스 현대음악을 리드한 '레직스'(Les Six) 그룹의 유일한 여성 멤버였다. 제르맹은 프랑스 중부의 생모르데포세(Saint-Maur-des Fosses)에서 태어났으며 파리에서 교육을 받고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끊임없이 작곡에 전념했던 작곡가였다. 그래서 91세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작곡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여러 장르의 작품들은 남겼는데 모두 프랑스 특유의 매력과 투명함이 돋보이는 것들이었다.


레 직스의 유일한 여성 멤버였던 제르맹 타이에페르


10. 릴리 불랑제(Lili Boulanger: 1893-1918). 24세라는 너무나 짧은 생애를 살다가 세상을 떠난 릴리 불랑제는 파리음악원에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그링 프리 드 롬(Grand Prix de Rome)을 받은 인물이다. 릴리는 음악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 중에는 뛰어난 연주자와 작곡가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그의 언니인 나디아 불랑제(Nadia Boulanger: 1887-1979)는 이름난 작곡가, 지휘자, 교사였다. 릴리는 피아노와 오르간 연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고 작곡에 있어서도 뛰어났었다.


24세라는 젋은 나이에 요절한 릴리 블랑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