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명작 오페라

에드가 알란 포우와 음악

정준극 2017. 6. 8. 10:12

에드가 알란 포우와 음악


에드가 알란 포


미국 낭만주의 문학의 중심인물이며 세계 탐정소설의 선구자인 에드가 알란 포우(Edgar Allan Poe: 1809-1849)는 이상하게도 다른 작가들보다도 음악예술에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 여러 작곡가들이 포우의 시와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삼아서 작품들을 썼기 때문이다. 포우의 작품에는 외면하지 못할 이상한 매력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포우는 미국의 시인이며 작가인데 미국의 작곡가들 보다는 오히려 유럽의 작곡가들이 포우의 작품에 더 관심을 가졌다. 당시에 유럽의 음악은 고전적인 낭만주의에서 벗어나서 무언가 새로운 장르를 모색하고 있던 때였다. 그러한 때에 포우의 기괴하면서도 공포적인 작품들이 나오자 쭈삣하면서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리하여 음악에 있어서도 추리와 공포를 표현코자 하는 분위기가 고조되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포우의 시에 나타난 함축적인 공포는 유럽에서 볼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감각이어서 그랬다는 설명이다. 세계의 작곡가들이 포우의 시와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삼아서 만든 음악들 중에서 대표적인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에 앞서 잠시 포우의 성장과정을 짚어보고자 한다. 그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스턴의 에드가 알란 포가 태어났다고 생각되는 지점 부근에 설치된 기념 명판. 포우가 태어난 집은 일찍이 도시계획으로 철거되었고 그 후에도 여러번 변화를 경험하여서 현재는 포우의 생가가 그 지점일이라는 추측뿐이다.


포우는 1809년 매사추세츠주의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보스턴의 상류가정이 아니라 별로 유명하지 않은 배우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배우라는 직업이 아직은 존경을 받지 못하던 시기였다. 아버지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서 포우가 2살 때에 가정을 버리고 어디론가 떠났다. 어머니는 아이들을 돌보며 힘든 생활을 하다가 아버지가 가출한 이듬해에 세상을 떠났다. 천애고아가 된 포우는 사회시설에서 주선해 주는대로 멀리 떨어진 버지니아주의 어떤 가정으로 위탁되어 갔다. 포우는 존 알란이라는 사람의 집에서 소년시절을 보냈지만 그렇다고 그 가정에 정식으로 입양된 것은 아니었다. 포우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버지니아대학교에 들어갔으나 학비가 없어서 1년만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포우는 군인이 되려고 사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역시 견디지 못하고 중퇴하였다. 포우는 군인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시인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포우는 1835년, 그러니까 24세 때에 13세 여자아이가 무얼 알겠느냐마는 아무튼 13세 사촌인 버지니아 클렘을 좋아해서 결혼하였다. 포우와 무려 13년 차이였다. 포우와 버지니아는 11년간 그래도 별 탈이 없는 결혼생활을 하였다. 그러다가 버지니아는 24세 되던 때에 결핵이라는 불치의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버지니아와의 생활과 그의 죽음은 포우의 작품에 적지않은 영향을 준 것이었다. 아무튼 포우는 아내 버지니아가 세상을 떠나자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었고 간혹 정서불안의 증세를 보였다. 얼마후 포우는 아무래도 혼자 살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서 알고 지내던 시인인 사라 헬렌 휘트만에게 청혼할 생각이었다. 포우는 겨우 약혼을 허락받았지만 곧이어 약혼은 깨어졌다. 포우의 알콜중독이 심했고 또한 자꾸만 정상적이 아닌 행동을 하기 때문이었다.


드비시와 캬플레. 두 사람 모두 에드가 알란 포의 작품을 좋아했다.


포우는 40세라는 한창 나이로 메릴랜드주의 볼티모어에서 세상을 떠났다. 포우는 1849년 10월 3일에 볼티모어의 어떤 길거리에서 환각상태에 있는 것을 사람들이 발견하고 워싱턴의과대학병원으로 옮겼는데 4일 후인 10월 7일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나중에 보니까 볼티모어 길거리에서 환각증세에 있는 포우를 발견했을 때 남의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포우는 임종을 앞두고 레이놀즈라는 이름을 몇번이나 불렀다고 하는데 레이놀즈가 누구인지는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포우의 사망원인에 대하여는 여러 주장이 제기되었다. 어째서 그렇게 갈피를 잡지 못하느냐하면 포우에 대한 병원기록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망진단서도 분실되어서 찾을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으로는 전점섬망이라는 것으로 델리리움 트레멘스라고 하는 병이다. 알콜중독자가 금단을 하면 경험하는 환각적인 증세를 말한다. 또한 심장질환, 간질, 매독, 수막염증, 콜레라, 광견병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포우가 쿠핑(cooping)이라는 증세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쿠핑이란 것은 일종의 선거사기로 인한 후유증을 말한다. 유권자들이 부지부식간에 어떤 특정 후보에게 투표를 하도록 강요 당하므로서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자기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특정 후보에게 투표해야 하다보니 나중에 울화통이 터져서 간혹 폭력이 일어나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포우도 그런 증상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포우의 영향을 받은 음악작품들을 소개하기 전에 포우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서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이제 어떤 사람들이 포우의 작품을 바탕으로 작곡을 했는지 대표적인 경우만 소개코자 한다. 최근들어서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포우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려는 노력이 대두되고 있기 에 이번이 포우가 음악에 끼친 영향을 설명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이다. 더구나 2019년은 포우의 탄생 210주년 및 서거 170주기를 기념하는 해이므로 벌써부터 관심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프랑스의 작곡가이며 지휘자인 앙드레 캬플레(Andre Caplet: 1878-1925)가 1924년에 발표한 '하프와 현악기를 위한 환상적 이야기'(Conte fantastique)는 포우의 '적사병의 가면극'(The Masque of the Red Death)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v: 1873-1943)는 포우의 '종'(The Bells)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것을 바탕으로 같은 제목의 합창 교향곡을 완성했다. 핀란드의 작곡가인 에이노주하니 라우타바라(Einojuhani Rautavaara: 1928-2016)는 1997년에 완성한 합창 환상곡인 '마지막 전선에서'(On the Last Frontier)에서 포우의 소설인 '난투키트의 아서 고든 핌의 모험 이야기'(The Narrative of Arthur Gordon Pym of Nantucket)의 마지막 두 소절을 인용했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레오나드 번슈타인, 핀랜드의 에이노주하니 라우타바라


포우의 작품을 바탕으로 삼은 오페라들도 있다. 1994년에 미국의 작곡가인 오거스타 리드 토마스(Augusta Read Thomas: 1964-)가 작곡한 '리제이아'(Ligeia)가 있고 역시 미국의 작곡가인 브루스 아돌프(Bruce Adophe: 1955-)가 작곡한 '고자질하는 심장'(The Tell-Tale Heart)이 있다. 미국의 도미니크 아르젠토(Dominick Argento: 1927-)는 포우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오페라를 만들었다. 포우의 단편인 '뛰는 개구리'(Hop-Frog)를 바탕으로 해서 2009년에 테리 브라운(Terry Brown)이 발레 작품을 만든 것도 있다. 그리스의 작곡가인 디오니시스 부쿠발라스(Dionysis Boukouvalas)는 포우의 시 To Zante(잔트에게)를 바탕으로 소프라노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을 만들었다. 2001년에 네덜란드 작곡가인 로베르트 봐이라우스(Robert Weirauch: 1974-)는 '에드가 알란 포 노래'()라는 타이틀의 바리톤과 피아노를 위한 연가곡을 만들었다. 포우의 시 '이브닝 스타'(Evening Star), '레노르'(Lenore), '애너벨 리'(Annabel Lee) 등의 노래가 들어 있는 짧은 연가곡이다. 스웨덴의 작곡가인 프레드리크 클링월(Fredrik Klingwall: 1979-)은 2009년에 '고통의 작품'이라는 9곡의 피아노 소품을 작곡했는데 모두가 포우의 시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미국의 엠마 루 디머(Emma Lou Diemer: 1927-)는 포우의 시를 바탕으로 혼성합창과 피아노를 위한 '꿈 속의 꿈'(A Dream Within A Dream)과 '엘도라도'(Eldorado)를 작곡했다. 미국의 데런 하겐(Daren Hagen)은 그의 1983년도 연가곡인 '메아리의 노래'(Echo's Song)에 '꿈 속의 꿈'과 '사랑을 받으리'(Thou Weouldst Be Loved)를 포함하였다. 레오나드 번슈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는 그의 성악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연가곡인 '송페스트'(Songfest)에 '이스라펠'(Israfel)을 초함하였다.


미국의 작곡가인 엠마 루 디머


미국의 작곡가이며 지휘자인 레오나드 슬라트킨(Leonard Slatkin: 1944-)은 1971년에 해설자와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위한 '더 레이븐'에 포우의 '더 레이븐'을 인용하였다. 슬라킨이 태어날 때에 세상을 떠난 작곡가인 에드가 스틸만 켈리(Edgar Stillman Kelly: 1857-1944)는 포우의 '구덩이와 진자'(The Pit and the Pendulum)를 인용하여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을 작곡했다. 러시아 작곡가이며 클래식 기타리스트인 니키타 코슈킨(Nikita Koshkin: 1956-)은 솔로 기타를 위한 '어서 왈츠'(Usher Valse)를 작곡했다. 포우의 '어셔가의 몰락'(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을 바탕으로 삼은 작품이다. '어셔 왈츠'는 호주의 기타리스트인 존 윌리엄스가 음반에 취입했다. 미국의 작곡가인 제임스 풀센(James Poulsen)은 1986년에 '에드가 알란 포의 다섯개 시'를 작곡했다. 중간 고음의 성악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이다. 데 무안 심포니가 1999년에 이 작품을 테너 로빈 로우(Robin Roewe)와 함께 초연했다. 다섯개의 포우 시는 '혼자서'(Alone), '저녁 별'(Evening Star), '송가'(Hymn), '꿈',(A Dream), '낙원에 있는자에게'(To one in Paradise)이다. 풀센은 또한 포우가 마리아 클렘에게 보낸 편지, 버지니아 포에게 보낸 발렌타인 편지에 음악을 입혔다.


미국의 작곡가이며 지휘자인 아담 스턴(Adam Stern: 1955-)은 포우의 초기 시인 '죽은자의 혼령'(Spirits of the Dead)을 바탕으로 같은 제목의 작품을 작곡했다. 부제는 '해설자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라프소디'이다. 이 작품은 2014년 시애틀에서 초연되었다. 에드먼드 스톤(Edmund Stone)이 해설자였으며 작곡자 자신이 시애틀교향악단을 지휘했다. 미국 작곡가인 크리스토퍼 라우스(Christopher Rouse: 1949-)는 그의 2011년도 교향시인 '프로스페로의 방'(Prospero's Room)에 포우의 '적사병의 가면극'에 등장하는 프로스페로 왕자의 성에 있는 방을 인용하였다. 영국 출신이지만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인 타리크 오리간(Tarik O'Regan: 1978-)은 포우의 시인 '이스라펠'에 나오는 구절들을 그의 2006년도 작품인 성악과 현악 4중주를 위한 The Ecstasies Above에 인용하였다.


  

프랭키 레인, 짐 리브스, 조앤 바에즈


대중가요 분야에서도 포우의 시를 가사로 삼아서 만든 노래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눈 1957년에 프랭키 레인(Frankie Laine)이 노래한 '애너벨 리'이다. 매혹의 저음가수인 짐 리브스(Jim Reeves)도 1963년에 '애너벨 리'를 불렀다. 그의 앨범인 Talkin' To Your Heart 에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포크가수로서 저항가수라고도 알려진 필 옥스(Phil Ochs)는 그의 1964년도 데뷔 앨범인 All the News That's Fit to Sing에 포우의 '종'을 사용하였다. 밥 딜런(Bob Dylan)의 1965년도 노래인 Just Like Tom Thumb's Blues는 포우의 '모르그 가의 살인'을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포우의 마지막 시인 '애너벨 리'는 돈 딜워스(Don Dilworth)가 작곡하였고 존 바에즈(Joan Baez)가 1967년 그의 앨범인 Joan에 포함하여 취입하였다. 스페인의 팝 밴드인 라디오 푸투라(Radio Futura)도 이곡을 취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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