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컬 뮤직 팟푸리/클래시컬 뮤직 팟푸리

산을 주제로 삼은 작품들 1

정준극 2017. 6. 9. 05:45

산을 주제로 삼은 작품들 1


본 블로그에서 바다를 주제로 삼은 음악들을 소개했더니 어떤 분이 기왕이면 산을 주제로 삼은 음악들도 소개해 달라고 해서 그것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조사정리해 보았다. 산에 대한 음악은 민속음악이나 대중음악에는 많이 있지만 클래식 음악으로는 바다에 비하여 많지도 않고 두드러지지도 않는 형편이다. 아마 고래로부터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유별난 관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찌기 15세기부터 유럽의 나라들은 항해를 통해서 새로운 세계의 발견에 지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아프리카는 물론 아메리카와 아시아에 대하여 침략적인 근성으로 식민지를 삼기에 혈안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해상전투를 펼쳤다. 그러니 바다에 대한 관심이 높을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산을 넘어 일으킨 전쟁은 그 옛날 한니발 장군이나 알렉산더 대왕이 생각나고 이어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어 진군한 것 등이 대표적일 뿐이다. 아무튼 산보다는 바다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물론 산을 가볍게 생각한 것은 아니다. 이제 산을 주제로 삼은 몇몇 대표적인 작품들을 소개해 본다. 작곡가 이름의 알파벳 순서로 정리했다.


○ Arnold Bax(아놀드 백스: 1883-1953)의 A Mountain Mood(산의 무드). 원래 솔로 피아노 작품으로 만들었지만 오케스트라를 위한 변주곡으로 더 알려져 있다. 아놀드 백스는 영국 런던 교외에서 태어났지만 아일랜드와 켈트 민속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산의 무드'는 그러한 관심을 반영한 작품이다. 아놀드 백스는 오케스트라 작곡에 있어서 리하르트 바그너와 장 시벨리우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프랑스의 클로드 드비시와 모리스 라벨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그래서 드비시와 라벨의 스타일이 피아노 솔로 곡인 '산의 무드'에 융합되어 있다. 그런가하면 하모니에 있어서는 러시아의 알렉산더 스크리아빈의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아놀드 백스는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산하를 생각하여 '산의 무드'를 작곡했는데 이 작품을 피아니스트로서 그와 연인관계였던 해리엣 코엔(Harriet Cohen)에게 헌정했다. '산의 무드'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명상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오늘날 '산의 무드'는 아름다운 피아노 멜로디로 인하여 점차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 되어 있다.


아놀드 백스가 사랑했던 아일랜드의 산하


○ Hector Berlioz(엑토르 베를리오즈: 1803-1869)의 '이탈리아의 해롤드'(Harold en Italie) 중에서 1곡 '산속의 해롤드'(Harold in the Mountains). 원래 제목은 '비올라 오블리가토의 네 파트로 구성된 교향곡 이탤리의 해롤드'(Harold in Italy, Symphony in Four Parts with Viola Obbligato)이다. 베를리오즈의 두번째 교향곡으로 1834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4악장으로 되어 있으며 첫번째 악장의 부제가 '산 속의 해롤드'이다. 순례를 떠난 기사 후보생 해롤드가 산속에서 헤매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이탈리아의 해롤드'는 바이론(Lord Byron)의 시인 '기사후보생 해롤드의 순례'(Childe Harold's Pilgrimage)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에 그런 제목을 붙인 것이다. 이 작품은 바이올린의 귀재 니콜로 파가니니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1830년 12월에 파리음악원에서 베를리오즈의 '환상적 교향곡'의 초연이 있을 때 이 연주회에 참석했던 파가니니는 베를리오즈의 놀라운 음악적 재능에 깊이 감동해서 베를리오즈에게 자기를 위해서 비올라를 위한 작품을 작곡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파가니니는 마침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제작한 훌륭한 비올라를 하나 소유하고 있었다. 파가니니는 베를리오즈에게 '그런데 나의 비올라에게 맞는 음악이 없다네. 당신이 비올라를 위한 솔로 작품을 만들어 줄수 없겠나? 이 일을 맡은 사람은 당신 밖에 없다네. 당신을 믿네'라고 말했다. 베를리오즈는 유명한 파가니니가 부탁하므로 기쁜 마음으로 수락하였다. 베를리오즈는 곧바로 작곡을 시작했다. 그러나 오케스트라가 나오는 비올라 협주곡 스타일로 만들었다. 베를리오즈는 오케스트라가 있어야 비올라가 더욱 돋보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파가니니는 베를리오즈가 작곡한 첫 악장의 스케치를 보고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비올라 독주를 생각했었는데 오케스트라 협주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베를리오즈가 만든 '이탈리아의 해롤드'는 비올라 솔로 파트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4악장의 뛰어난 작품이다. 베를리오즈는 비올라로 멜랑콜리한 꿈을 꾸는 듯한 해롤드를 표현코자 했다고 말했다.  


 1악장인'산속의 해롤드'(Harold aux montagnes)는 멜랑콜리한 성격의 해롤드를 산속에서 만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특별히 산속이라고 느끼기에는 어렵지만 멜랑콜리한 분위기는 충분히 살아 있는 악장이다. 2악장은 '순례자들의 행진'(Marche des pélerins)이다. 해롤드가 한 무리의 순례자들의 틈에 끼어서 길을 계속하는 장면이다. 3악장은 '세레나데'(Sérénade)로서 사랑의 장면이다. 어떤 사람이 자기의 연인에게 세레나데를 연주하는 장면이다. 4악장은 '불한당들의 난장판 모임'(Orgie de brigands)이다. 영적으로 곤고해지고 절망을 느낀 해롤드는 위험스런 불한당들의 술집에서의 난장판 모임을 통해 위안을 받고자 하는 장면이다. Brigands을 불한당이라고 했는데 베를리오즈의 시기에는 사회의 부조리와 부정에 보복하려는 사람들을 말했다. 이 작품에서 비올라는 해롤드의 성격을 표현하고 있다. 비올라가 주제 멜로디를 마치 주저하듯이 반복하며 해롤드의 성격을 묘사하고 있다.


'차일드 해롤드의 순례'. 조셉 말로드 윌리엄 터너작. 1823년


○ Claude Debussy(클로드 드비시: 1862-1918)의 '전주곡'(Préludes) 1권에서 다섯번째 곡 '아나카프리의 언덕들'(Les collines d'Anacapri: The hills of Anacapri). 드비시는 1909년부터 1913년에 걸쳐서 두 권의 전주곡을 작곡했다. 각 권에 12곡씩 모두 24곡으로 구성된 전주곡이다. 드뷔시의 전주곡은 묘사적인 표제를 달고 있다. 1권에 들어 있는 12곡을 소개하면 1. 델피의 춤 2. 베일/세일 3. 평원의 바람 4. 저녁바람을 통해서 날아오는 소리와 향기 5. 아나카프리의 언덕들 6. 눈에 찍힌 발자국 7. 서풍이 본것 8. 아마빛 머리칼의 소녀 9. 세레나데 10. 잠수한 대성당 11. 퍽의 춤 12. 민스트렐(음유시인)이다. 드비시의 두 권에 담겨 있는 전주곡들은 영혼을 불러일으키거나 광시곡과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들이라고 한다. 드비시의 이러한 개성은 화려한 관현악곡인  '목신의 오후 전주곡'( prélude à l'aprésmidi d'un faune)을 통해서도 보여주고 있다. 전주곡 1권의 다섯번째 곡인 '아나카프리의 언덕들'은 드비시가 자주 찾아갔던 카프리 섬의 아나카프리 마을에 있는 언덕들을 그린 것이다. '아나카프리의 언덕들'은 스케르쪼 스타일의 활발하고 경쾌한 곡이다. 타란텔라의 분위기도 느낄수 있다. 그런가하면 어떤 경외심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아나카프리는 카프리에서 가장 높은 지대라는 뜻이다.


아나카프리 마을과 언덕


○ Frederick Delius(프레데릭 들리우스: 1862-1934)의 '높은 언덕의 노래'(A Song of the High )는 테너, 소프라노, 합창을 위한 작품이다. 1911년에 완성했지만 초연은 1920년에야 이루어졌다. 들리우스는 '높은 산에 올라서 느끼는 기쁨과 환희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자연 앞에서 나 혼자 서 있다는 외로운 감정과 인간의 존재가 한없이 미약하다는 우울함도 함께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토마스 비챰 경은 이 작품을 들리우스의 대표작이라고 내세우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영웅적이며 높은 환희의 마음을 느낄수 있다는 것이었다. 들리우스는 작곡가로서 존재를 가지기 전에 여러 경험을 하였다. 독일계 양모상인이었던 들리우스의 아버지는 아들이 상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를 저 먼 미국의 플로리다로 보내서 오렌지농장을 돌보도록 했다. 들리우스는 플로리다에서 지내면서 흑인 노동자들의 특유한 노래들을 듣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 그같은 경험은 훗날 들리우스의 작품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준 것이었다. 들리우스의 아버지는 아들이 음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할수 없다고 하자 그제서야 음악가로서의 길을 걷도록 허락했다. 들리우스는 라이프치히에서 피아노와 음악이론을 공부했다. 그후 파리에서 10년이나 지내다가 프랑스의 아름답고 작은 중세의 마을인 그레즈 쉬르 로잉(Grez-sur-Loing)에 정착했다. 들리우스는 생애의 마지막 20여년 동안 눈이 멀고 중풍이 걸려서 휠체어에서 보내야 했다. 비록 몸은 말을 듣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평상시와 다름이 없었다. 들리우스를 대표하는 작품 중에 Over the Hills and Far Away라는 오케스트라 곡이 있다. 독일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몸은 비록 어려운 처지에 있지만 마음만은 저 멀리 언덕 넘어 새로운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심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프레데릭 들리우스가 아내 옐카와 함께 세상 떠날 때까지 머물렀던 프랑스 중부의 그레즈 쉬르 로잉 마을


○ Johannes Eccard(요한네스 에카르트: 1553-1611)의 모테트 '마리아가 산으로 올라가다'(Übers Gebirg Maria geht)는 마리아가 천사장으로부터 수태고지를 받은후 기쁜 마음으로 산중에 살고 있는 사촌인 엘리사벳을 만나러 간 사실을 찬양한 곡이다. '마리아가 산으로 올라가다'는 두 구절로 되어 있는데 첫 구절은 누가복음 1장 39-45절의 내용대로 마리아가 산골로 가서 유대 한 동네에 이르러 엘리사벳을 만나 수태의 기쁨을 나누는 내용이다. 두번째 구절은 누가복음 1장 46-56절의 내용인 마리아의 찬가를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 모테트는 소프라노 2명, 알토와 테너와 베이스 각 1명이 부르도록 되어 있다. 이 모테트는 독일교회의 축일 찬송가집(Freussische Festlieder)에 수록되지 않고 있다가 에카르트의 사후 33년 만에 수록되었다. 원래는 성모방문축일에 부르기 위해 작곡되었으나 오늘날에는 강림절에 일반적으로 부르는 찬미가 되었다.


요한네스 에카르트는 오늘날의 투링기가(과거에는 뮐하우젠)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아 교회의 오르가니스트가 되고자 했다. 18세 때에 뮌헨으로 가서 유명한 오르가니스트인 올란도 라소의 문하에 들어갔다. 에카르트는 뮐하우젠으로 돌아가서 성가집을 편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때 나온 성가집이 Crepundia sacra Helmgoldi(1577)이었다. 에카르트는 1599년에 쾨니히스버그에서 궁정악장 겸 지휘자로 임명되어 활동했다. 1608년에는 브란덴부르크 선제후의 권유로 베를린으로 자리를 옮겨 활동했다. 에카르트는 베를린에서 3년 동안 지내다가 지병이 있어서 쾨니히스버그로 돌아와 세상을 떠났다. 에카르트의 작품은 주로 성악곡이었다. 노래와 성가 칸타타와 합창곡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는 다성 성부의 합창을 즐겨 작곡했는데 4부와 5부 합창은 기본이고 간혹 7부, 8부, 9부의 합창곡도 작곡하여 오늘날까지도 그의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치하받고 있다. 독일은 1차 대전 전까지 마르틴 루터가 작시를 한 '내 주는 강한 성이요'(Ein feste Burg ist unser Gott)를 독일의 국가처럼 사용했는데 실은 이 노래의 곡조를 에카르트가 만들어서 가사를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리아가 산중에 있는 엘리사벳을 만나서 그리스도 수태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 Vincent d'Indy(뱅생 당디: 1851-1931)의 '프랑스 산맥의 노래 교향곡'(Symphonie sur un chant montagnard francais: Symphony on a French Mountain Air)은 프랑스의 뱅생 당디가 1886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사실상 당디의 작품 중에서 오늘날에도 연주회의 프로그램에 유일하게 등장하는 것이다.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이 작품은 당디가 페리에(Périer)에서 세반느(Cévennes) 산맥을 내려다 보면서 감동하여 지은 작품이다. 세반느는 프랑스 중남부에 있는 산맥으로서 협곡으로 유명하다. 페리에는 프랑스 중남부의 이세르(Isere)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세반느 산맥에서 내려다 본 장대한 경치를 그린 작품이기 때문에 이 교향곡에는 '세베놀 교향곡'(Symphonie Cévenole)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작품은 교향곡이면서도 마치 피아노 협주곡 스타일을 지향하였는데 그렇다고 피아노가 협주곡에서처럼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학자들은 이곡을 sinfonia concertante라고 불렀다. 당디는 이 작품을 마리 레온틴 보르드 페느(Marie-Léontine Bordes-Péne)에게 헌정했다. 그는 1887년 3월 20일 이 작품이 파리에서 초연될 때에 피아노 솔로를 맡았다.


프랑스 중남부의 세반느 산맥


○ Manuel de Falla(마누엘 드 화야: 1876-1946)의 인형극 오페라인 '마에스트로 페드로의 인형 쇼'(El retablo de maese Pedro: Master Peter's Puppet Show)는 스페인의 세계적 문호인 미구엘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의 걸작 '돈 키호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은 단막의 오페라이다. '돈 키호테'의 후반부 26장의 내용을 주로 인용하였지만 이 소설의 다른 장에서도 구절들을 가져와서 인용하였다. 데 화야는 이 오페라를 폴리냑 공주에게 헌정하였다. 이 작품의 작곡을 의뢰한 사람이다. 이 오페라의 4장에는 '피레네'(Los Pirineos: The Pyrenees)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피레네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을 만들고 있는 장대한 산맥이다. 파리의 돈 가이페로스(Don Gayferos)는 사랑하는 공주 멜리센드라(Melisendra)를 구출하기 위해 피레네 산맥으로 들어간다. 돈 가이페로스는 긴 망토로 몸을 감싸고 있다. 혹시나 산적들이 알아보면 곤란하기 때문에 위장을 한 것이다. 그리고 뿔피리를 하나 가지고 있다. 오페라가 공연되는 중에 돈 가이페로스가 나팔을 직접 부는 장면이 나온다. 탑에 있는 창문을 통해서 멜리산드라가 지나가는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은 돈 가이페로스이다. 멜리산드라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파리의 돈 가이페로스를 찾아가서 자기를 구출해 달라고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돈 가이페로스를 그리워하는 로망스 노래를 부른다. 돈 가이페로스는 탑에 있는 여인이 그토록 찾아다니던 멜리산드라인 것을 확신하고 비로소 자기의 신분을 밝힌다. 멜리산드라는 기뻐서 위험을 무릅쓰고 창문을 나와 아래로 내려온다. 두 사람은 말을 타고 바삐 도망간다. 뒤에서는 산적들이 쫓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돈 가이페로스는 멜리산드라를 데리고 무사히 파리로 향한다.


 돈 가이페로스가 멜리산드라를 말에 태우고 달리는데 뒤에서는 산적들이 쫓아오고 있다. 관중들은 아슬아슬해서 마음 조린다.


○ Edvard Grieg(에드바르드 그리그: 1843-1907)의 극음악 '페르 긴트'(Peer Gynt)에서 2막 6장의 장면은 '산속 왕의 궁전에서'(I Dovregubbens hall: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이다. '페르 긴트'는 노르웨이가 낳은 위대한 극작가인 헨리크 입센의 1867년도 희곡이다. '산속 왕의 궁전에서' 장면의 음악은 너무나 유명해서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주인공인 페르 긴트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상태에서 트롤 산속 왕의 궁전으로 들어간다. 트롤은 북구의 신화에서 동굴이나 야산에 사는 거인 또는 장난을 잘 치는 난장이들을 말한다. 궁전의 홀에는 수많은 난장이들과 도깨비들, 그리고 심지어는 거인들도 모여 있다. 산속의 왕은 왕관을 쓰고 홀을 들고서 왕좌에 의젓이 앉아 있다. 왕의 주위에는 아이들과 친척들이 둘러 서 있다. 그리그는 이 장면의 음악을 작곡하면서 되도록이면 순수한 노르웨이적인 음악을 들려 주고자 했다. 그리그의 '페르 긴트' 극음악은 모두 26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그는 그중에서 8곡을 간추려서 각각 4곡씩 두 모음곡을 만들었다. 모음곡 1번은 Op 46이고 모음곡 2번은 Op 55이다. 모음곡 1번에 들어있는 곡은 2막에서 전주곡인 '신부 납치, 잉그릿드의 탄식', 다섯번째 곡인 '산속 왕의 궁전에서', 3막에 나오는 '오세의 죽음', 4막의 전주곡인 '아침 무드'이며 모음곡 2번에 들어 있는 곡은 4막의 세번째 곡인 '아라비아 춤', 네번째 곡인 '아니트라의 춤', 일곱번째 곡인 '솔베이지의 노래', 그리고 5막의 전주곡인 '페르 긴트의 귀향'이다.


그리그의 작품으로서 산과 관련된 곡이 하나 더 있다. 리릭 피스 Op 68,에서 네번째 곡인 '산속의 저녁'(Evening in the Mountains)이다. 그리그는 피아노를 위한 리릭 피스(서정적인 작품)를 66곡이나 작곡해서 이들을 10권으로 나누어 발표했다. 66곡 중에는 그리그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피아노곡들이 여러개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트롤드하우겐의 결혼식 날'(Bryllupsdag pa Troldhaugen), '봄에게'(Til varen), '트롤들의 행진'(Trolltog), '나비'(Sommerfugl), 그리고 '산속의 저녁'(Aften pa Hojfjeldet)이다.


'페르 긴트'에서 산속 트롤 족의 왕의 앞에 나선 페르 긴트


○ Pavel Haas(파벨 하스: 1899-1944)의 현악4중주곡 2번은 '몽키 마운틴에서'(From the Monkey Mountains)이다. 파벨 하스는 체코공화국의 브르노 출신으로 유태인이어서 2차 대전 중에 나치에 의해 강제수용소에서 죽임을 당하였다. 파벨 하스는 연가곡과 현악4중주곡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 그중의 하나가 '몽키 마운틴에서'이다. '몽키 마운틴'은 모라비아 고원지대에 있는 비소치나 지역의 별명이다. 파벨 하스는 이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사랑하여서 현악4중주곡으로 표현하였다.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악장마다 부제가 붙어 있다. 1악장은 자연경치, 2악장은 마차와 마부, 3악장은 달과 나, 4악장은 '거친 밤'이다. '몽키 마운틴'은 특히 여름철 휴양지로 유명하다. 4악장의 각 악장은 여름철 휴양지로서의 분위기를 묘사한 것이다. 마지막 악장은 민속 멜로디와 재즈 요소를 혼합한 것이다.


모라비아의 아름다운 구능지대


○ Paul Hindemith(파울 힌데미트: 1895-1963)의 '슈봔드레허'(Der Schwanendreher)는 비올라와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다. 이 작품은 비올라 협주곡으로서는 영국의 윌리엄 월튼과 헝가리의 벨라 바르토크의 비올라 협주곡과 함께 가장 훌륭한 비올라 협주곡이라고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악장에는 '산과 깊은 골짜기 사이에'(Zwischen Berg und tiefem Tal)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깊은 산속을 여행해야 하는 사람의 심정을 그린 음악이다. 각 악장은 중세의 독일 민요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이 협주곡을 '옛 민요 협주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협주곡의 제목이 Schwanendreher(슈봐넨드레허)라고 되어 있는 것은 3악장의 타이틀인 Seit ihr nicht der Schwanendreher(그대는 떠돌이 악사가 아닌가?)에서 연유한 것이다. 원래 중세에 슈봔드레허라는 단어는 요리사의 조수를 의미했다. 연회가 있을 때 백조를 꼬챙이에 꿰어서 통돼지를 굽듯이 불위에서 돌리며 굽는 역할을 요리사의 조수가 맡아서 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리사는 이곳저곳에 불려 다니며 요리를 했고 조수도 따라 다녔기 때문에 그로부터 슈봔드레허라는 단어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악사를 의미하게 되었다. 특히 독일에서는 중세로부터 손으로 핸들을 돌려서 소리를 내는 작은 오르간을 가지고 다니면서 연주하는 사람을 슈봔드레허라고 불렀다. 힌데미트의 비올라 협주곡 3악장에서의 슈봔드레허라는 표현은 힌데미트 자신을 비유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마을을 찾아간 슈봔드레허


○ Alan Hovhaness(알란 호바네스: 1911-2000)의 교향곡 2번 작품번호 132는 3악장의 '신비한 산'(Mysterious Mountain)이라는 제목이다. 이 교향곡은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브스키와 휴스턴 심포니가 공동으로 의뢰한 것으로 1955년 10월 NBC 텔리비전을 통해서 처음 소개되었다. 알란 호바네스는 미국의 현대음악 작곡가이지만 이 교향곡에서는 르네상스의 찬송가 스타일에 5음계를 중심으로한 기법을 사용했다. 2악장의 멜로디는 1979년에 가수 카를로스 산타나가 그의 앨범 oneness에서 Tramsformation Day라는 노래에 인용하였다. 또한 이 교향곡의 일부 소절은 2014년도 영화인 The Better Angels에 사용되었다. 이 교향곡의 제목을 '신비한 산'이라고 한 것은 옛 르네상스를 회고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런 제목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알란 호바네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아버지는 터키 출신이다.

 

○ Mikhail Ippolitov-Ivanov(미하일 이폴리토프 이바노프: 1859-1935)의 '코카서스 스케치'(Caucasian Sketches) 1번은 '산길에서'(In a Mountain Pass)라는 제목이다. 이폴리토프 이바노프의 대표작인 '코카서스 스케치'는 오케스트라 모음곡으로 1894년에 완성되었다.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르다르의 행진'(Procession of the Sardar: Sardar's March)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마지막 악장은 오늘날에도 연주회의 레퍼토리로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제자인 미하일 이폴리토프 이바노프는 1885년에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을 졸업했다. 그후 그루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의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했다. 그는 그루지아에 7년 동안 머물면서 그루지아 민속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코카서스 스케치'에는 당시 그가 배우고 정리했던 그루지아 민속음악의 면모가 엿보인다. '코카서스 스케치'는 당시 러시아음악협회장인 피토에프(I. Pitoéff)에게 헌정되었다. 코카서스 스케치'의 1악장은 '산길에서'이며 2악장은 '마을에서', 3악장은 '모스크', 4악장은 '사다르의 행진'이다. 1악장의 '산길에서'는 가파른 코카서스 산맥을 표현한 것이다. 4악장은 페르시아 군사령관인 사르다르의 위풍당당한 행진을 표현했다.  


코카서스 산맥과 산간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