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장식하는 클래시컬 음악 베스트 10
감사의 가을을 그린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5번
가을의 우수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브람스의 교향곡 4번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에서 가을,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에서 가을 장면 등
낙엽의 계절 가을
가을의 정취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클래시컬 음악으로서는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가을을 장식하는 클래시컬 음악 베스트 10을 소개한다. 벨기에의 브뤼셀에 본부를 둔 국제음악정보센터연합회(IAMIC), 그리고 몇몇 미국의 음악평론가들이 최근에 추천한 것이다. 가을을 그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아무래도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에서 ‘가을’일 것이다. 하기야 ‘사계’는 우리나라 클래시컬 음악 애호가들이 모든 클래시컬 음악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하니 그 중에서 ‘가을’은 가을철에 가장 적합한 음악이 아닐수 없다. 잘 아는 대로 비발디의 ‘사계’는 네 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한데 묶어서 부르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다. 각 협주곡은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이올린 협주곡인 ‘사계’는 비발디가 별도로 작곡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비발디가 45세 때에 완성한 ‘하모니와 창의의 경쟁’(Il cimento dell'armonio e dell'inventione)이라는 일련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들어 있는 작품들이다. ‘하모니와 창의의 경쟁’이라는 작품은 모두 12편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작이다. 그 중에서 첫 네 작품이 사계절의 그린 작품이다. 그것만을 따로 떼어서 ‘사계’(Le quattro stagioni)라는 제목을 붙였기에 마치 별개의 작품인 것처럼 알려지게 된 것이다.
‘사계’의 네 협주곡 중에서 ‘봄’이 가장 명랑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가을’도 그 나름대로 즐겁고 편안한 느낌의 곡이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가을’의 1악장은 농부들의 추수를 끝내고 흥겹게 춤추고 노래하는 느낌을 준다. 2악장은 ‘술꾼이 술에 취해서 잠에 떨어져 있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듯이 한적하고 편안한 가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악장은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듯 오히려 바쁘고 경쾌한 분위기이다. 비발디의 ‘사계’에 나오는 음악을 수많은 작곡가들이 편곡을 하거나 또는 자기들의 작품에 인용하였다.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에도 ‘사계’의 음악이 인용되었다고 한다. 폭풍이 이는 장면의 음악과 농부들이 흥겹게 춤을 추는 장면 등의 음악은 ‘사계’의 여름과 가을에 나오는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18세기 프랑스의 작곡가인 미셀 코레트는 비발디의 ‘봄’의 멜로디를 인용해서 합창곡인 ‘주를 찬양하라’를 작곡했다. 세계적인 플로티스트인 장 피에르 랑팔은 비발디의 ‘사계’ 전곡을 플루트 협주곡으로 편곡에서 음반으로 취입까지 했다. 영국의 싱가포르계 크로스오버 바이올리니스트인 바네사 매는 비발디의 ‘여름’을 전자 바이올린 곡으로 편곡해서 음반으로 남겨서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도 수많은 작곡가들, 가수들이 비발디의 ‘사계’의 음악을 사용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거나 노래를 부르고 연주했습니다. 몇 년전에는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이 ‘사계’를 국악으로 편곡에서 연주한 것이 있다. ‘사계’는 영화 음악으로도 사용되었다. 여러 영화에 사용되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1981년도 영화인 ‘사계’(The Four Seasons)일 것입니다. 알란 알다와 캐롤 버네트가 주연한 영화이다. ‘사계’의 음악이 영화의 전편을 통해서 흘러나온다. 특히 ‘가을’은 주인공들이 어느 대학교의 캠퍼스를 거닐면서 지난날을 회상하는 장면에 나와서 매우 깊은 인상을 주었다.
안토니오 비발디
비발디의 ‘사계’이외에도 ‘사계’를 제목으로 삼은 음악작품들이 있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가 있고 차이코브스키의 피아노곡인 ‘사계’도 있다. 그런가하면 영국의 랄프 본 윌리엄스가 작곡한 ‘사계의 민속음악’이라는 작품도 있다. 하이든은 ‘교향곡의 아버지’ 또는 ‘현악4중주곡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듣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라토리아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여러 오라토리오들을 작곡했다. 하이든이 오라토리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아무래도 영국에 갔다가 헨델의 오라토리오들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던 배경이 있다고 할수 있다. 하이든은 자기도 헨델의 오라토리오와 같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이든은 런던으로부터 비엔나로 돌아오자마자 필생의 작업으로 오라토리오를 남기기로 했다. 하이든은 미사곡들을 많이 작곡했지만 오라토리오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해서 저 유명한 ‘천지창조’가 태어났다. 하이든이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완성한 때는 그가 66세 때인 1798년이었다. 하이든은 ‘천지창조’로서 대성공을 거두자 이제는 나이가 들고 몸도 성치 않아서 작곡하기가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오라토리오를 작곡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오라토리오 ‘사계’(Die Jahreszeiten)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오라토리오의 원래 제목은 ‘계절’이지만 우리는 ‘사계’라고 번역해서 부르고 있다. 하이든이 69세의 노령일 때였다. 하이든의 가장 대표적인 오라토리오라고 하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천지창조’이다. 그렇지만 하이든이 마지막으로 작곡한 오라토리오인 ‘사계’도 상당한 성공을 거둔 작품이지만 역시 ‘천지창조’의 그늘에 가려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할수 있다. 일반적인 오라토리오가 그렇듯이 ‘천지창조’도 구약의 창세기에 바탕을 둔 종교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사계’는 세속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오라토리오여서 더욱 흥미를 끌고 있다. 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을 파트가 가장 인상적이다. 농부들의 춤, 사냥의 즐거움, 새로 만든 와인을 마시며 기뻐하는 잔치, 젊은 연인들의 사랑의 노래 등이 어우러진 파트이다. 오라토리오 ‘사계’에는 세 사람의 솔리스트가 등장한다. 일반 종교적인 내용의 오라토리오와는 달리 주인공 세 사람은 평범한 농부인 시몬, 시골 청년인 루카스, 그리고 시골 아가씨인 한네이다. 이들이 펼치는 흥겹고 즐거운 사건들이 전편을 누비는 작품이다.
가을음악으로서 차이코브스키(1840-1893)의 피아노 소품집인 ‘사계’(The Seasons)에서 가을에 해당하는 곡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차이코브스키의 ‘사계’는 1년 열두 달의 에피소드를 음악으로 그린 것이다. 원래 ‘사계’는 피아노 솔로를 위한 소품집이지만 지금은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 각 달에는 부제가 붙어 있고 또한 마치 노래처럼 가사가 붙어 있다. 가사들은 유명한 시인, 작가들이 쓴 시에서 인용한 것이다. 가을에 해당하는 9월에는 ‘사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가사는 푸슈킨의 시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른 새벽에 뿔 나팔이 울리고 사냥 옷을 멋있게 입은 사냥꾼들이 말에 올라타서 떠날 차비를 하고 있다. 사냥개들도 즐거운듯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라는 가사이다. 10월에는 ‘가을의 노래’, 11월에는 ‘트로이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10월의 ‘가을의 노래’의 가사는 톨스토이의 시를 인용한 것이다. ‘우리의 보잘 것 없는 정원, 잎들이 모두 떨어지고 있네, 노란 잎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네’라는 내용이다. 심각하고 우울하다고만 생각되는 차이코브스키가 이렇듯 1년 열두 달의 특색을 재미있게 표현한 음악을 만들었다는 것도 특별한 일이다. 피아노 소품집인 ‘사계’는 차이코브스키가 36세 때에 ‘백조의 호수’를 작곡하는 중에 완성한 것이다.
영국의 랄프 본 윌리엄스(1872-1958)가 작곡한 ‘사계의 민속노래’(Folk Songs of the Four Seasons)에서 가을에 해당하는 파트도 가을에 들으면 감흥을 주는 곡이다. 본 윌리엄스라고 하면 우리는 ‘푸른 옷소매’(Green Sleeves)를 우선 생각하지만 실상 그는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으며 그 중에서 많은 작품들이 아직도 커다란 사랑을 받고 있다. ‘사계의 민속 노래’는 원래 ‘민속 노래 칸타타’라는 제목이었다. 본 윌리엄스가 특별히 여성합창페스티발을 위해 작곡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6.25 전쟁이 일어난 1950년에 처음 공연된 작품이다. 이 칸타타의 가을 편은 대단히 비가적인 노래로 되어 있다. 노래의 제목은 ‘소란스런 무덤’(Unquiet Grave)이다. 작곡자인 본 윌리엄스가 이 노래에 ‘젊은 처녀가 가을의 차가운 폭풍 속에서 죽은 연인을 만나는 장면’이라는 댓글을 붙였듯이 세상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며 비통하고도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음악이다. 하지만 가을 편에는 추수를 끝낸 즐거움을 그린 노래도 포함되어 있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독일계의 스위스 작곡가인 요아힘 라프(Joachim Raff: 1822-1882)가 작곡한 교향곡 10번(Op. 213) ‘가을철에’(Zur Herbstzeit) 역시 가을을 위한 작품이다. 요아힘 라프라는 이름은 오늘날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르지만 그가 활동하던 19세기 말에는 브람스와 라이발이라고 말할 정도로 유명한 작곡가였다. 요아힘 라프는 11편의 교향곡을 작곡했으며 이밖에 수많은 협주곡, 모음곡, 오케스트라 작품들을 남겼다. 요아힘 라프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스승인 지휘자 겸 작곡가 한스 폰 뷜로브(Hans von Bülow)와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래서인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초기 작품 중에는 요아힘 라프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다수 있다. 예를 들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Eine Alpensinfonie)은 라프의 교향곡 7번인 ‘알프스에서’(In den Alpen)에 비견되는 작품이다. 라프는 자연과 계절을 주제로 삼아서 많은 작품들을 썼다. 특히 알프스의 자연을 그린 교향곡들은 사랑스럽고 감동적이다. 계절에 대한 그의 애정은 교향곡 중에 잘 표현되어 있다. 교향곡 8번은 ‘봄의 소리’(Frülingsklänge)라는 제목이며 9번은 ‘여름에’(Im Sommer), 그리고 10번은 가을을 그린 ‘가을철에’이며 마지막 교향곡인 11번은 ‘겨울’(Der Winter)인 것을 보면 알수 있다. 교향곡 10번인 ‘가을철에’은 실상 교향곡으로서는 라프의 마지막 작품이다. 왜냐하면 라프는 11번인 ‘겨울’을 10번인 ‘가을철에’보다 먼저 완성했기 때문이다. ‘가을철에’가 마지막 작품인 만큼 이 교향곡은 라프의 모든 열정과 재능이 충분하게 반영된 작품이라고 볼수 있다. 4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 10번 ‘가을철에’는 각 악장마다 가을의 분위기를 느낄수 있는 부제를 담고 있다.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는 ‘인상과 느낌’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가을에 대한 인상과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2악장은 알레그로로서 ‘정신없이 추는 라운드 댄스’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3악장은 이 교향곡의 가장 핵심이 되는 악장으로서 ‘엘레지’(비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아다지오이다. 그리고 4악장은 알레그로로서 ‘사냥’이라는 부제이다. 뿔피리 소리가 울리고 말들이 달려가고 사냥의 외침이 들리는 흥겨운 악장이다. 19세기에는 사냥이라는 주제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이 교향곡에서도 4악장을 사냥에 대한 것으로 채워 넣었다.
요아힘 라프
또 하나 가을에 적합한 음악으로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주의 작곡가인 챨스 아이브스(Charles Ives: 1874-1954)의 ‘대답 없는 질문’(The Unanswered Question)이라는 작품이다. 챨스 아이브스는 미국 뉴잉글랜드 출신이다. 뉴잉글랜드 지방의 가을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아이브스의 ‘대답 없는 질문’에서 가을의 분위기를 마음 깊이 느낄수 있을 것이다. 아이브스는 이 작품을 1908년에 완성했다. 그리고 1935년에 5년간의 작업 끝에 오케스트라 버전을 만들었다. 오케스트라 버전은 1946년에 가서야 처음으로 연주되었으며 일반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인 1960년대에서였다. 아이브스의 작품들은 대개가 그의 생전에는 일반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상 아이브스는 ‘현대 음악을 작곡해서는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생각해서 보험사업에 투신하였으며 결과 미국 굴지의 보험사업가가 되었다. 그는 사업 때문에 무척 정신없었지만 작곡을 중단할 수는 없어서 점심시간, 또는 주말에 바쁜 일이 없을 때에 작곡을 한 것으로 유명했다.
찰스 아이브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인 알렉산더 글라추노프(Alexander Glazunov: 1865-1936)가 작곡한 발레음악 ‘사계’(Vremena goda: Les saisons) 중에서 마지막 곡인 ‘가을 풍경’은 가을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풍성한 음악이어서 가을철에 한번쯤은 감상해 보도록 권하고 싶은 곡이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제자인 글라추노프는 친구이며 당대의 안무가인 프랑스의 마리우스 페티파(Marius Petipa: 1818-1910)를 위해 1막 4장의 발레곡인 ‘사계’를 작곡했다. 1장은 겨울 풍경을 그린 것이며 2장은 꽃으로 뒤덮인 봄의 풍경을, 3장은 황금빛 파도처럼 출렁이는 밀밭의 풍경을 그린 것이다. 그리고 4장은 가을 풍경을 그린 것으로 추수 후의 풍요로운 잔치 장면이 유명하다. 그런가하면 4장의 마지막 장면은 가을이 되어 나뭇닢들이 마치 비가 오듯 우수수 떨어지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어서 깊은 인상을 준다.
알렉산더 글라주노프
베토벤의 현악4중주곡 15번은 가을철 연주에 적합한 작품이다. 가을에 적합한 음악이라고 해서 반드시 비가적인 음악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풍요로운 수확을 생각해서 감사의 노래로서 장식되어야 할 것이다. 베토벤의 현악4중주곡 15번의 3악장은 ‘감사의 찬송’이라고 불릴 만큼 감사의 내용의 담고 있다. 베토벤은 이 현악4중주곡을 55세 때에 완성했다. 그런데 베토벤은 그 전해의 겨울에 극심한 장염으로 한때 죽음의 문턱에 까지 이른 일이 있었는데 천만다행으로 병이 낫게 되었다. 베토벤은 병에서 벗어난 것을 감사해서 3악장에 ‘질병에서 회복되어 신에게 바치는 감사의 찬송’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그런 연고로 3악장은 안단테와 아다지오로서 차분하게 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가을은 낙엽이 뒹구는 우수의 계절만이 아니라 감사를 알게 해 주는 계절이다.
브람스의 교향곡 4번 E 단조는 브람스의 마지막 교향곡으로서 52세 때인 1885년에 완성했다. 교향곡 4번은 브람스가 오스트리아 슈티리아주의 뮈르추슐라그라는 곳에 있을 때에 작곡한 것이지만 초연은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25일에 독일의 마이닝겐에서 브람스 자신의 지휘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당시 어떤 평론가는 이 교향곡의 전체가 가을의 분위기로 넘쳐난다고까지 말했다. 그만큼 가을에 가장 적합한 음악이다. 비록 스산한 가을 날씨이지만 아직도 하늘에서는 밝은 해가 빛나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음악이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늦가을의 모습이 스며있다. 땅은 메마르고 나뭇잎들은 떨어지고 황혼이 장막을 내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수(憂愁)의 가을을 이만큼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아름다운 우수이다.
가을에 마음을 열게 해주는 또 다른 작품들을 골라 보았다. 우선 미국의 존 아담스(John Adams: 1947-)의 '셰이커 룹스'(Shaker Loops)라는 작품이다. 존 아담스는 뉴잉글랜드 출신이다. 매사추세츠와 뉴햄프셔에서 자랐다. 이 작품에서 현악기들이 마치 허밍을 하듯이 연주하는 것은 셰이커 교도들이 격렬하게 예배를 드리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 장면의 음악은 또한 가을 바람에 낙엽이 스렁스렁 소리를 내며 부딪치거나 떨어지는 모습도 그린 것이다. 원래 이 작품은 파도의 움직임을 표현코자 했었다.
미국의 조지 화이트필드 채드위크(George Whitefield Chadwick: 1854-1931)가 작곡한 현악4중주곡 4번도 뉴잉글랜드의 가을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채드위크는 챨스 아이브스가 등장하기 이전, 19세기 미국 음악계에서 호레이쇼 파커, 에미미 비치, 아서 후트, 에드워드 맥도웰 등 이른바 제2의 뉴잉글랜드 학파에 속한 작곡가들 중의 한사람이었다. 미국의 사무엘 바버(Samuel Barber: 1910-1981)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역시 미국의 에드가 마이어(Edgar Meyer: 1960-)의 바이올린 협주곡도 가을의 정취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밝고 투명하하지만 한편ㅇ드로는 멜랑콜리한 분위기도 엿볼수 있는 곡들이다. 영국의 구스타브 홀스트(Gustav Holst: 1874-1934)의 '성바오로 모음곡'(St Paul's Suite)은 성바오로 겨학교의 학생들을 위해 작곡한 것이다. 가을은 학기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여학교에서의 학기 시작은 언제나 즐거움에 넘쳐 있는 것이기에 그런 분위기가 담겨 있다. 성바오로는 런던 중심가에 있는 성바오로 대성당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웨스트 런던에 있는 작은 마을의 이름이다. 미국의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인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 1949-)은 클래시컬 음악가에 속한다고 볼수는 없지만 민속적인 향취가 배어있는 작품들을 썼다. '가을'(Autumn)은 그 중의 하나이다. 어떤 사람들은 조지 윈스턴을 뉴에이지 작곡가라고 말하지만 '가을'은 듣기에 편한 곡이다. 핀란드의 에이노주하니 라우타바라(Einojuhani Rautavaara: 1928-2016)의 '가을 정원'(Autumn Garden)도 가을의 매력적인 정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길고 어두운 겨울이 온다는 면도 보여주고 있다.
가을 정원
'클래시컬 뮤직 팟푸리 > 클래시컬 뮤직 팟푸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의 베스트 클래시컬 행진곡 (0) | 2017.08.06 |
---|---|
감사절을 위한 음악 (0) | 2017.07.20 |
대관식 음악 총정리 (0) | 2017.07.12 |
위대한 작곡가들의 이런저런 에피소드 (0) | 2017.07.10 |
위대한 작곡가들을 괴롭힌 별난 질병 (0) | 2017.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