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마르초(Bomarzo)
아르헨티나의 알베르토 히나스테라(Alberto Ginastera)의 2막 15장의 오페라
알베르토 히나스테라
브라질에 에이토르 빌라 로부스(Heitor Villa-Lobos: 1887-1979)가 있다면 아르헨티나에는 알베르토 히나스테라(1916-1983)가 있다. 히나스테라는 그만큼 아르헨티나가 자랑하는 작곡가이다. 히나스테라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으며 아르헨티나음악원의 교수로서 오랜기간 동안 후진 양성을 위해 노력해 온 음악가이다. 작곡가로서 그는 오페라에도 관심이 있어서 대표적으로 '돈 로드리고'와 '보마르초'를 완성했다. 대본은 마누엘 무히카 라이네스(Manuel Mujica Lainez)의 소설 '보마르초'를 작가 자신이 오페라 대본으로 만든 것이다. 오페라 '보마르초'는 아르헨티나가 아니라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1967년 5월 7일에 초연되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테아트로 콜론에서의 초연은 1972년 5월 7일이었다. 보마르초는 이탈리아 라치오주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보마르초 마을은 괴기한 조각상들로 가득차 있는 정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오페라의 무대가 보마르초의 성이며 주인공인 보마르초 공작인 비치노(피에르 프란체스코 오르시니)이기 때문에 오페라의 제목을 '보마르초'로 삼았다. 음악은 현대스타일이다. 그래서 혹시 지루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는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의 음악이다.
작가 마누엘 무히카 라이네스. 오페라 '보마르초'의 대본도 썼다.
등장인물들을 소개한다. 피에르 프란체스코 오르시니(Pier Francesco Orsini: T)는 보마르초 공작으로 비치노(Vicino)라고도 불리는 인물이다. 실비오 데 나르니(Silvio de Narni: Bar)는 점성술사 또는 천문학자이다. 지안 코라도 오르시니(Gian Corrado Orsini: B)는 보마르초 공작의 아버지이며 지롤라모(Girolamo: Bar)는 공작의 형이고 마에르발레(Maerbale: Bar)는 동생이다. 이들 삼형제의 어린시절도 등장하며 배역은 어린이들이다. 어린이들은 노래는 하지 않고 대화만 하는 역할이다. 그리고 니콜라스 오르시니(Nicolas Orsini: T 또는 Contralto)는 마에르발레의 아들이다. 줄리아 화르나세(Julia Farnase: S)는 피에르의 부인이며 판타실레아(Pantasilea: MS)는 플로렌스의 창녀이다. 디아나 오르시니(Diana Orsini: Contralto)는 피에르의 할머니이다. 피에르의 하인도 있다. 아불(Abul)이다. 그리고 해골이 등장하는데 댄서가 맡는다. 이밖에 합창단이 등장하는데 오케스트라 피트에 자리잡도록 되어 있다. 궁정사람들, 고위 성직자, 하인들, 시동들, 꿈속의 인물들, 점성술사등이 등장한다. 시기는 16세기이며 장소는 보마르초 공국, 플로렌스, 로마이다. 보마르초에는 넓은 정원이 있으며 정원에는 보기에도 끔찍한 온갖 괴물들의 석상이 설치되어 있다. 보마르초의 정원은 이들 괴물석상으로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는 곳이다.
보마르초 공원의 괴물 석상의 하나
[1막] 1장. '미약'(媚藥: The Potion)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보마르초 성에 있는 정원이다. 안개가 자욱하여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나무들과 바위의 모습이 어렴푸시 보인다. 그런 중에 커다란 괴물 조각이 으스스하게 보인다. '지옥의 입'이라는 조각이다. 무대 밖으로부터 젊은 목동들이 부르는 사냥 노래가 들려온다. No me cambio(바꾸지 않으련다)이다. 목동들의 노래는 '아무리 가난하지만 공작궁과는 바꾸지 않으련다. 공작의 곱추 등어리에는 죄악의 멍에가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는 내용이다. 공작(피에르 프란체스코 오르시니)가 등장한다. 그의 조카인 니콜라스와 실비오를 필두로하는 한무리의 점성술사들이 따라 들어온다. 실비오는 환하게 빛나는 잔을 들고 있다. 공작은 목동들의 노래에 기분이 상해 있다. 니콜라스가 목동들의 입을 막아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하지만 공작은 가만히 놓아 두라고 대답한다. 공작은 '지옥의 입' 조각 위에 올라가서 어찌하여 자기에게 고통스런 삶을 주었는지에 대하여 중얼거리듯 한탄한다. 그러자 실비오가 공작에게 잔에 담겨 있는 미약을 마시면 영원한 삶을 살수 있다고 말한다. 별자리 점을 보니까 그렇게 나와 있다는 얘기다.
'지옥의 입' 장면. 공작은 실비오로부터 미약을 받아서 불로장생코자 한다.
공작은 실비오로부터 미약의 잔을 받아서 마치 해골처럼 생긴 '지옥의 입'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공작은 미약이 장생불사하게 해준다고 믿어서 마신다. 미약은 마신 공작은 그 자리에서 기운을 잃고 쓰러진다. 공작의 뇌리에는 지나간 날 그가 비밀스럽게 저지른 죄악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공작은 동굴 중앙에 놓여 있는 석상(석상)에 쓰러져 눕는다. 목동들이 부르는 천진난만한 노래가 다시 들린다. 공작은 갑자기 통증으로 고통을 받는 듯하다. 공작은 몸을 일으키려고 애쓰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때 미약을 담았던 잔이 실수로 바닥에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난다. 그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 떠난 공작의 할머니의 음성이 들린다. 속임을 당해서 곧 죽을 것이라는 소리이다. 목동이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가 공작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공작은 목동에게 자기를 번뇌에서 벗어나게 해 주면 보마르초를 모두 주겠다고 간청하지만 목동은 두려워서 밖으로 뛰쳐 나간다.
보마르초 정원의 '지옥의 입'. 오페라 1막 1장의 무대이다.
2장에는 '피에르 프란체스코의 어린시절'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무대는 보마르초 성의 어떤 방이다. 피에르는 형 지롤라마와 동생 마에르발레와는 달리 꼽추 불구이다. 피에르의 형과 동생은 놀이를 하기 위해 피에르에게 궁정 어릿광대의 옷을 입히고자 한다. 피에르는 창피하고 화가나서 어릿광대의 옷을 입는 것을 거부한다. 그러자 형과 동생은 피에르에게 그러면 공작부인처럼 보이는 것이 좋다고 하면서 여자옷을 입힌다. 형 지롤라마는 공작의 역할을 맡고 동생 마에르발레는 추기경의 역할을 맡는다. 추기경은 공작과 공작부인의 결혼을 주관한다. 모든 것이 놀림이고 장난이다. 결혼식이 끝날 때 쯤해서 공작으로 분장한 형은 공작부인으로 분장한 피에르에게 키스를 하려고 한다. 피에르가 도망가자 형 지롤라마는 쫓아가서 공작이 공작부인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하면서 피에르의 귀에 칼로 구멍을 뚫고 귀걸이를 달아주려고 한다. 피에르의 귀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마침 그때 아이들의 아버지가 나타난다. 아버지는 못된 장난을 친 형과 동생을 나무라지는 않고 오히려 피에르를 심하게 꾸짖는다. 못나게 여자옷을 입고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형과 동생은 훌륭한 전사로 자랄 것이지만 피에르는 꼽추로서 가문의 명예만을 더럽힐 것이라고 예언한다. 아버지는 겁에 질린 피에르를 방에 있는 비밀 통로를 열고 비밀의 방에 집어 넣는다. 비밀의 방에서는 갑자기 해골이 나타나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해골은 머리에 장미꽃으로 엮은 관을 쓰고 있다. 피에르는 너무나 무서워서 벽을 두드리며 마침내 우연히 비밀 통로를 찾아 방 밖으로 뛰쳐 나간다. 해골은 피에르를 쫓아오는 것같더니 이내 비밀의 방으로 사라진다.
비밀의 방에서 해골로부터 괴로움을 당하는 피에르
3장. '별자리 표'(The Horoscope)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청년 피에르의 공부방이다. 실비오가 피에르에게 점성술에 대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청년 피에르는 실비오가 말하는 불로장생에 대하여 믿고자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자기를 너무나 미뭐하기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을 갖는다. 실비오는 그런 피에르의 심정을 알고서 마법으로 재앙을 막을수 있고 오래 살수 있다고 말한다. 피에르는 하나님을 두려워하지만 실비오의 말대로 마법을 행하기로 한다. 마침내 실비오는 사탄 루시퍼와 어둠의 세력들을 불러낸다. 의식은 무섭고 괴이한 합창으로 막을 내린다. 피에르는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여 울부짖는다. 피에르의 울음소리는 공작의 울음소리로 대체된다. 공작의 울음은 보마르초로부터 불운을 쫓아내는 것이다. 피에르의 할머니인 디아나는 피에르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괴이하여서 테라스로 나온다. 이때 플로렌스에서 큰 부상을 입은 공작의 모습이 희미하게나마 나타난다. 너무나 심한 부상을 입어서 곧 죽을 것 같은 아들이다. 디아나는 피에르를 껴안으며 슬퍼한다. 그렇게하여 오르시니의 큰 아들인 지롤라모가 새로운 군주가 된다.
플로렌스의 고급창녀의 집
4장. '판타시엘라'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플로렌스의 고급창녀인 판타시엘라의 침실이다. 사방에 거울이 있는 화려한 침실이다. 판타시엘라가 루트를 켜며 Ninguna ciudad del mundo sabe amar como Florecia(세상의 모든 성읍들은 플로렌스처럼 사랑할 줄을 안도)라는 노래를 부른다. 판타시엘라는 잠시후에 오르시니 가문에 속한 어떤 핸섬한 청년을 만나기로 하여 기다리는 중이다. 잠시후에 피에르가 그의 흑인 노예인 아불과 함께 수줍은 듯이 또는 두려운 듯이 나타난다. 판타시엘라는 오르시니 가문의 청년이 꼽추인 것을 알고 잠시 당황하지만 오히려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방에 있는 불들이 켜져서 사방이 환하게 되자 거울이 사람의 형상들이 비친다. 형상들은 피에르를 놀리다가 피에르가 부끄럽게 두려워서 한쪽으로 숨자 이번에는 그로테스크한 몸짓으로 분위기를 괴이하게 만든다. 이어 판타시엘라가 모든 창녀들이 그러한 것처럼 피에르를 침대로 끌어들여서 키스를 한다. 피에르는 자기와 같은 불구자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판타시엘라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피에르는 목에 걸치고 있던 사파이어 목걸이를 풀어서 판타시엘라에게 감사의 표시로 준다. 판타시엘라는 사파이어 목걸이를 받자 피에르에게 더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라도 좋으니 말해 달라고 말한다. 피에르가 더 이상 요구할 것이 없다고 하자 판타시엘라는 피에르를 한쪽 탁자가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탁자 위의 쟁반에는 해골들이 놓여 있고 방부처리한 두꺼비들, 그리고 성욕을 촉진하는 최음제 약병이 있다. 다시 공작들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 피에르가 어찌할줄 모르고 있을 때에 아불이 피에르를 창녀의 방에서 끌고 나온다. 판타시엘라가 Ninguna ciudad의 노래를 다시 부른다.
플로렌스의 광란
5장. '티베르 강가에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보마르쪼의 휴양지이다. 피에르와 할머니가 티베르 강가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다. 할머니는 손자 피에르에게 아버지의 병세가 심히 악화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점성술사가 그러는데 피에르는 죽지 않고 불멸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한다. 피에르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 큰아들인 지롤라모가 공작의 자리를 승계할 것이며 그러면 자기를 미워해서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할머니가 피에르의 그런 걱정을 알기나 하듯, 피에르에게 보호해 줄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할머니 디아나의 노래가 No temas, no(두려워하지 말아라)이다. 그럴 때에 지롤라모가 나타나서 기분나쁜 웃음을 터뜨린다. 그자리에 있던 모두는 놀랍고 두려워서 어찌할 줄 모른다. 할머니가 시녀들을 모두 내보낸다. 지롤라모는 꼽추인 동생 피에르를 모욕하면서 자기의 강건한 육체를 과시한다. 지롤라모는 오르시니 가문에는 곰과 같은 힘센 사람이 필요한 것이며 불길한 까마귀는 필요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우쭐하는 중에 갑자기 발이 미끄러져서 저 아래 강가의 커다란 바위 위로 떨어진다. 피에르가 당장 구하러 가려고 하자 할머니는 '보라 네 형의 외치는 소리가 점점 희미해 지고 있다. 네가 내려다고 이미 때는 늦었다'라고 말하며 피에르를 만류한다. 할머니는 피에르에게 '보마르초의 공작이여, 영원하라'고 외친다.
마드리드 무대
6장. '보마르초의 공작 피에르 프란체스코 오르시니'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보마르초 성안의 대접견실이다. 교회의 종소리와 함께 대합창이 울려퍼진다. O Rex gloriae(영광의 군주여)이다. 추기경이 보마르초의 새로운 공작이 된 피에르에게 축복한다. 대관식이 끝나자 할머니 디아나가 젊고 아름다운 줄리아 화르나세의 손을 이끌고 새로운 공작에게 인사를 드리도록 한다. 피에르에게 축하 인사를 드리는 첫번째 사람이다. 그러나 줄리아가 피에르에게 인사를 했지만 피에르는 줄리아와 함께 있지 않다. 줄리아를 데리고 테라스로 나간 사람은 피에르의 동생인 마에르발레이다. 얼마후 모두들 떠나고 홀에는 피에르와 하인 아불만 남아 있는다. 그때 어떤 만토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홀안으로 들어온다. 대관식을 가진 군주에게 하례를 드리러 온것 같이 보인다. 그런데 가까이 온 그 사람이 얼굴을 가린 후드를 벗자 세상 떠난 피에르의 아버지의 환영이 나타난다. 피에르는 아무 말도 못하고 마치 얼아 붙은 듯하다. 환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잠시후 슬며시 사라진다.
어둠 속에서의 고통
7장 '보마르초의 축제'(Fiesta in Bomarzo)라는 부제이다. 대접견실 밖에 있는 테라스가 무대이다. 대관식 축하 무도회가 한창이다. 마에르발레가 줄리아와 춤을 춘다. 무도회가 끝나자 모두들 정원으로 나가서 산책한다. 혼자가 된 피에르는 Yo soy Bomarzo(나는 보마르초다)라는 노래를 부른다. 피에르는 어두워진 홀에서 홀로 있는 중에 꿈을 꾼다. 줄리아, 판타시엘라, 아불이 나타나서 또 다른 피에르와 신나는 춤을 춘다. 피에르와 춤을 추는 세 사람은 각기 피에르의 소유물을 가지려고 시도한다. 홀에 불이 밝혀지자 이번에는 마스크를 쓴 남녀들이 입장하여 춤을 춘다. 춤이 끝나자 여인들은 나가고 남자들만 남는다. 남자들이 마스크를 벗는다. 모두들 피에르를 닮은 모습이다. 남자들은 피에르를 둘러싸더니 피에르를 테라스가 있는 곳으로 몰고 나간다.
줄리아와 마에르발레
8장. '로렌초 로토의 초상화'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무대는 3장에서 마찬가지로 피에르의 서재이다. 한쪽 벽에는 로렌초 로토(Lorenzo Lotto) 공작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다른 한쪽 벽에는 커다란 거울이 천으로 가려져 있다. 갑옷을 입은 피에르가 들어온다. 하인 아불은 투구를 들고 있다. 피에르는 갑옷을 벗으면서 로렌초 로토의 초상화를 바라본다. 어쩌면 저렇게 잘 그렸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로렌초 로토도 꼽추이지만 초상화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 볼수 없다. 역시 베니스의 화가들은 초상화를 잘 그린다는 생각을 한다. 피에르는 줄리아가 자기를 아무 흠도 생각하지 말고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 방안에 있는 커다란 거울은 천으로 가려져 있다. 피에르는 거울을 가려 놓은 천을 찢는다. 거울 안에는 진짜 꼽추인 자기의 모습이 있다. 피에르는 궁안에 있는 모든 거울을 없애도록 했는데도 또 있는 것을 보고 분명히 동생 마에르발레가 설치해 놓은 것으로 의심한다. 피에르는 거울에 나타나 있는 자기의 모습을 보고 '불멸이 되어라, 그러나 순수하게'라고 외친다. 그러자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이 '지옥의 입'의 모습으로 바뀐다. 피에르를 투구를 벗어서 거울에 던진다. 거울이 산산조각으로 깨진다.
2막. 9장. '줄리아 화르나세'라는 부제이다. 로마의 갈레아쪼 화르나세 궁의 어떤 홀이다. 줄리아가 노래를 부른다. En el filtro del amor(사랑의 미약으로)이다. 마에르발레가 줄리아의 노래에 화답한다. 두 사람의 눈빛이 빛난다. 멀리 테라스에서 피에르가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며 한숨을 짓는다. 줄리아를 사랑하지만 줄리아는 자기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오히려 마에르발레에게 관심이 있다. 피에르는 사랑의 고통으로 힘들어 한다. 줄리아의 하녀가 마에르발레를 위해 포도주 한잔을 따른다. 마에르발레는 술잔을 줄리아에게 바치고자 한다. 그때 발코니에 있던 피에르가 이들이 있는 방으로 뛰쳐 내려와서 마에르발레의 손에서 술잔을 빼앗아서 줄리아에게 바친다. 그러나 실수로 포도주를 엎질러서 줄리아의 드레스에 마치 피처럼 빨간 물을 들인다. 피에르의 마음은 사랑보다도 슬픈 감정이 더 억눌려지고 있다.
줄리아와 피에르
10장. '신부의 방'이다. 보마르쪼 성안에 있는 침실이다. 합창단이 긴장스러운 분위기를 반영하듯 Todo el aire espejea de mariposas(하늘이 나비들로 반짝일 때에)를 부른다. 새로 결혼한 커플인 피에르와 줄리아가 등장한다. 오르시니 추기경과 할머니 디아나, 피에르의 남동생 마에르발레도 뒤따라서 방으로 들어온다. 추기경의 축복이 있은 후 모두들 나가고 방에는 줄리아만 남는다. 하녀가 줄리아의 웨딩 드레스를 벗겨 준다. 줄리아의 노래가 Tmad mi corona(머리관을 벗자, 가운도, 꽃도 내려 놓자)이다. 줄리아는 아름답지만 어딘가 슬픔에 젖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피에르가 돌아오자 줄리아는 전에 미약을 쏟을 때 불렀던 노래인 En el filtro를 다시 부른다. 피에르는 줄리아에게 그 노래는 이제 잊으라고 말하면서 벽에 새로 그려진 두 가문의 결합을 상징하는 문장(coat-of-arms)을 보여준다. 백합과 장미가 그려져 있는 문장이다. 피에르는 문장 중에서 창백한 얼굴의 악마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피에르는 마치 고문을 하는 듯 주먹으로 벽을 친다. 줄리아가 두려워서 바닥에 주저 앉는다. 피에르는 줄리아의 팔을 움켜 잡고 악마의 모습이 보였던 벽을 뚤어지라고 응시하는 중에 어둠이 방을 덮는다.
꿈의 장면
11장. '꿈'이라는 부제이다. 같은 침실이다. 하지만 멀리서 보이는 침실이다. 희미한 불빛이 어둠을 가셔주고 있다. 줄리아는 침대에서 잠들어 있고 피에르는 방안을 서성거리고 있다. 결혼 첫날밤이었지만 피에르는 부부생활을 이루지 못했다. 임포텐트였다. 얼마전 판타시엘라의 침대에서와 마찬가지였다. 침대에 누워있는 줄리아의 모습이 판타시엘라로 바뀐다. 그리고 피에르를 향해서 비웃는 듯한 웃음을 보낸다. 안개 속에서 보마르초의 돌괴물의 모습이 드러난다. 피에르와 줄리아를 의미하는 형상들이 침대에서 일어나서 안개가 자욱한 숲속으로 걸어간다. 숲속에는 이미 여러 남녀들이 모여 있어서 춤을 추고 있다. 모두 벌거벗은 모습이다. 남녀들은 서로 부등켜 안고 마치 무슨 번민을 표출하듯 에로틱하게 몸을 비틀고 있다. 춤추는 형상들 속에는 피에르와 줄리아, 그리고 마에르발레도 들어 있다. 숲속의 장면은 서서히 사라지고 다시 침실의 피에르로 돌아온다. 피에르는 울부짖고 있다. 그러다니 밖으로 굴러가듯 나간다.
마드리드 무대. 2017년
12장. '미노아투르'라는 부제이다. 성의 어떤 회랑이다. 로마 황제들의 흉상들이 늘어서 있는 중에 미노타우르의 대리석상도 보인다. (미노타우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신우두의 괴물이다.) 아직도 울부짖고 있는 피에르가 나타난다. 그리고는 미노타우르의 옆에 서서 Minotauro, hermano mio(미노타우르여, 나의 형제여)라고 외친다. 피에르는 로마 황제들의 흉상을 오르시니 가문의 여러 공작들로 보았고 그들 사이에 외롭게 서 있는 미노타우르에 자기와 비유한다. 인간적인 사랑은 모두 빼앗겼다고 생각한 피에르는 미노타우르 대리석상을 껴안고 키스를 한다. 주변에서는 신비스러운듯한 합창소리가 흘러나온다. Si quieres saber de mi(당신이 나를 알수 있을까)이다. 합창은 아무리 돌석상이라고 해도 감정이 있고 자기의 마음을 표현할수 있으며 사랑에 대하여 탄식할수 있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른다.
13장. '마에르발레'라는 부제이다. 성안에 있는 정원의 밤이다. 줄리아는 발코니가 있는 자기의 침실에 있다. 피에르는 지나간 한 두해 동안 줄리아와 마에르발레가 섬싱이 있다는 의심으로 괴로운 시간을 지냈다. 그리고 마침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실비오를 통해서 줄리아와 마에르발레를 만나도록 만든다. 피에르는 하인 아불과 함께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만남을 은밀히 기다리고 있다. 실비오는 마에르발레에게 줄리아가 자기의 침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면서 마에르발레를 줄리아의 방으로 데리고 온다. 마에르발레는 실비오의 말을 믿어서 의심하지 않는다. 줄리아는 갑자기 마에르발레가 들어서자 놀라서 어서 나가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마에르발레는 나가지 않고 줄리아에게 다가가서 키스를 한다. 이 모습을 지켜본 피에르는 마침내 두두 사람의 밀회를 확인했다고 하면서 하인 아불에게 마에르발레를 끌어내서 데리고 오라고 명령한다. 줄리아는 아무래도 피에르가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 마에르발레를 얼른 밀쳐낸다. 그런 장면을 마에르발레의 아들인 니콜라스가 다른 한쪽에서 은밀히 지켜보고 있을 줄은 아무도 모른다. 니콜라스는 아버지 마에르발레에게 이 모든 것이 함정이니 어서 도망가라고 말한다. 도망가는 마에르발레를 아불이 단검을 휘두르며 쫓아간다. 그런 아불은 니콜라스가 쫓아간다. 피에르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보이며 아불에게 마에르발레를 죽이라고 소리친다. 피에르는 자기의 불운이 마에르발레와 함께 영원히 사라질 것으로 희망한다. 그러면서 울고 있는 줄리아를 포옹한다.
무도회 장면
14장. '연금술'(The Alchemy)라는 부제이다. 성의 지하실에 있는 점성술사 실비오의 연구실이다. 피에르와 실비오가 커다란 책을 들여다 보고 있다. 피에르는 마침내 꿈이 성사되었다고 털어 놓는다. 피에르의 명성은 전쟁에서의 승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닮은 괴물들을 석상으로 만들어 놓음으로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피에르는 괴물들 하나하나가 자기의 고통받는 삶을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피에르는 이 괴물들이 전에 별점에 나타난대로 자기의 불멸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비오가 피에르를 위해서 미약을 조제하고 있다. 방안에 연기가 자욱하다. 그 틈을 타서 니콜라스가 은밀히 들어온다. 실비오는 피에르에게 이 미약을 마시면 불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말한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연금술사들의 환영이 어둠 속에서 등장해서 춤을 춘다. 마치 무슨 엄숙한 의식을 진행하는 것 같다. 피에르가 잔에 담은 미약을 마시자 춤추던 환영들이 하나 둘씩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피에르는 이제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니콜라스는 피에르를 죽여서 아버지 마에르발레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한다. 합창단은 피에르가 신의 영역에 도전했다고 하면서 어떤 재앙이 내릴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갑자기 모든 존재들이 사라지고 방안에는 술잔만이 빛을 내며 남아 있다.
피에르와 실비오
15장. '괴물들의 정원'이다. 보마르초의 정원이다. 1장에서와 마찬가지로 피에르는 번뇌에 싸여서 '지옥의 입'의 계단에 서 있다. 피에르의 할머니인 디아나의 음성이 들린다. 미약에 들어 있던 것은 실은 독약이므로 죽을 것이라는 경고의 얘기다. 피에르는 할머니에게 자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간청하면서 '죽을수 없다'고 소리친다. 피에르가 만들어서 설치한 돌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피에르는 돌괴물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돌괴물들은 피에르의 운명을 어찌하지 못한다. 피에르는 '지옥의 입'의 계단에 쓰러져 죽는다. 목동이 다시 나타나서 죽은 피에르의 얼굴에 키스를 한다. 이 오페라의 오프닝에서 들렸던 합창이 다시 들린다. No me cambio por el Duque, por el Duque de Bomarzo(공작과 자리를 바꾸지 않으련다. 보마르초의 공작)이다. 목동이 나가자 무대는 다시 짙은 안개에 덮힌다.
보마르초 공원의 괴물
'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 > 화제의 300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체자르 큐이의 '코카서스의 죄수' - 184 (0) | 2018.04.10 |
---|---|
벨라 바르토크의 '기적의 중국인' - 183 (0) | 2018.04.09 |
로베르 플랑케트의 '코르느비유의 종' - 181 (0) | 2017.12.29 |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크리스마스 이브' - 180 (0) | 2017.12.26 |
야나체크의 '미스터 브러우체크의 달 여행과 15세기로의 여행' - 179 (0) | 2017.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