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느비유의 종(Les cloches de Corneville: The Bells of Corneville)
로베르 플랑케트의 3막 코믹 오페라
부엘듀의 '하얀 옷의 여인', 토마의 '마르타'이 비슷한 아이디어의 오페라
로베르 플랑케트
로베르 플랑케트라고 하면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세기말에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상당히 알려진 작곡가였다. 그는 주로 코믹 오페레타를 작곡했다. 그러나 프랑스 오페레타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지 못하였고 다만 프랑스에서는상당 기간동안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플랑케트는 22편의 오페레타를 작곡했는데 '코르비유의 종'은 대표작이다. 1877년에 파리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코믹 오페레타이기 때문에 내용이 해피엔딩이다. 그 해피엔딩을 보려고 사람들이 극장으로 몰려왔다. '코르느비유의 종'은 파리의 폴리 드라마티크 극장에서 첫 공연을 가진 이래 480회의 공연을 기록했다. '코르느비유의 종'은 런던에서 더 인기를 끌었다. 런던에서는 '노르망디의 종'(The chimes of Normandy)이라는 제목으로 공연되었다. 런던에서는 무려 708회의 공연을 기록했다. 세기말에 런던에서 공연된 뮤지컬 중에서 가장 롱 런을 기록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아무튼 플랑케트라고 하면 '코르느비유의 종'을 먼저 연상하게 될 터인데 그것은 그때이고 오늘날 사람들에게 '혹시 코르느비유의 종'이라는 오페레타를 아시는지요'라고 물어보면 십중 팔구는 '글쎄요, 모르겠는데요'라고 대답할 정도로 잊혀져 있는 작품이 되었다. 하지만 로베르 플랑케트라는 이름은 그가 작곡한 행진곡 중에서 '상브르 뫼스 연대'(Regiment de Sambre et Meuse)때문에 살아 있다. 이 행진곡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아니, 어디서 많이 들어보았는데. 그렇지 스포츠 중계할 때에 나오는 음악이 아니던가'라고 말할 것이다. 나폴레옹 시대의 기병대 행진곡 스타일인 '상브르 뫼스 연대'는 특히 올림픽 경기를 방송할 때에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된 것이어서 우리 귀에 전혀 낮설지 않다.
'코르느비유의 종'의 대본은 루이 클레르비유(Louis Clairville)와 샤를르 가베(Charles Gabet)가 공동 작성했는데 원작은 샤를르 가베의 동명 희곡이었다. 이 오페레타가 만들어지게 된 동기는 순전히 파리의 폴리 드라마틱 극장 감독인 루이 컁탱의 덕분이다. 캉탱은 새로운 오페레타를 원래 에르베(Hervé)에게 청탁할 예정이었으나 사정이 있어서 플랑케트에게 돌아갔던 것이다. 에르베는 예명이고 원래 이름은 루이 오귀스트 플로리몽 롱제르(Louis Auguste Florimond Ronger: 1825-1892)이다. 오페레타가 만들어져서 무대에 올려지자 엇갈린 반응이었다. 일부 평론가들은 '코르느비유의 종'이 부엘듀의 '하얀 옷의 여인'(La dame blanche) 또는 토마의 '마르타'(Martha)와 스토리가 비슷하다면서 비판적인 시각이었다. 그러나 다수 평론가들은 '스토리가 비슷하면 어떻단 말인가? 재미 있어서 죽을 지경인데. 그리고 멜로디가 아름답지 않은가? 합창도 멋있고!'라면서 후원하였다. 사람들은 오케스트라의 색채도 컬러풀하다면서 찬사를 보냈다. 그런데 오케스트라 파트는 다른 사람이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기는 했다. 아무튼 플랑케트의 '코르느비유의 종'은 파리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며 공연되었다. 파리에서 초연을 가진지 6개월 후에는 뉴욕의 '5번가 극장'의 무대에 올려졌다. 이듬해인 1878년에도 뉴욕의 다른 극장에서 공연되었다. 그리고 한참 후인 1902년 4월에 역시 뉴욕의 빅토리아 극장에서 리바이발되었다. 미국에서의 인기가 상당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공연들이었다. 런던 공연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1878년 2월에 런던의 폴리 극장에서 선을 보였다. 영어 대본이었다. 그후 4월에는 글로우브 극장에서 공연되었는데 이때 타이틀은 '노르만디의 종'(The Chimes of Normandy)였다. 아무튼 런던에서의 공연은 705회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길버트-설리반의 'HMS 피나포어'를 압도하는 기록이었다. 705회 공연이라는 기록은 1886년에 '도로시'가 기록을 세울 때까지 유지된 것이었다. '코르느비유의 종'은 전체적으로 음악이 아름답고 명랑하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오랫동안 먼 바다에 나가 있다가 고향을 찾아온 앙리(Henri: T)는 코르느비유의 후작으로 판명된 사람이다. 코르니비유는 노르망디 지방에 있는 지역으로 오늘날에는 코르느비유 라 후케티에르(Corneville la Fouquetiere)라고 불리는 곳이다. 노르망디의 다른 지방도 그렇지만 코르느비유는 전설이 많이 깃들여 있는 지방이다. 제르맹(Germaine: S)은 어릴 때 잃어버린 가작 가문의 영애다. 바다에 빠져서 죽기 직전이었는데 어떤 청년이 구출해 주었다. 그 청연이 바로 앙리였다. 제르맹은 음흉한 구두쇠 농부인 갸스파르 (Gaspar: B)의 조카로 되어 있다. 마을 어부인 장 그르니슈(Jean Grenicheux: T)는 제르맹을 좋아하는 남자이다. 그르니슈는 허풍이 있어서 제르맹을 구해준 사람이 자기라고 선전해 왔다. 세르폴레트(Serpolette: S)는 구두쇠 농부인 갸스파르(Gaspar: Bar) 집의 하녀이다. 이밖에 마을의 예쁜 처녀들인 잔느(Jeanne), 마네트(Manette), 수잔느(Suzanne)가 나오며 등기사무소 직원(Register), 집행관(Bailiff), 공증인(Notary), 재산평가인(Assessor),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후작의 시종들이 나온다. 1막이 시작되기 전에 서곡이 명랑하게 나온다.
마을 사람들의 즐거운 춤과 노래
[1막] 1장. 크로느비유성 근처에 있는 숲속 길이다. 구두쇠 농부인 갸스파르 영감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서 공연히 기분이 언짢다. 갸스파르는 사람이 그러면 안되는데 조카 딸인 제르맹을 너무 심하게 부려먹기만 하기 때문에 비난을 받아왔다. 갸스파르 영감은 제르맹을 나이 많은 마을 파출소장과 결혼시키려는 생각이다. 그래서 제르맹에게 파출소장과 결혼하라고 다그치지만 제르맹은 괴롭기만 하다. 아무튼 그런 애기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더구나 갸스파르 영감을 비난했다. 그런데 갸스파르 영감이 파출소장에게 쩔쩔 매는 것은 파출소장이 보기에 갸스파르에게 아무래도 무슨 죄지은 것이 있는 것 같아서 파헤치겠다고 협박을 했기 때문이다. 한편, 제르맹은 마을의 관찮은 어부인 그르니슈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 제르맹은 그르니슈에게 큰 신세를 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르니슈의 말에 의하면 언젠가 오래 전에 자기가 물에빠져 죽을 뻔한 제르맹을 구출해 주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생명의 은인이었다. 한편, 갸스파르 영감의 집에는 세르폴레트라는 하녀가 하나 있다. 오래 전에 갸스파르 영감이 들판에 버려져 있는 아이를 데려다가 기른 것이 세르폴레트라고 한다. 그런 어린아이였는데 세월이 흘러서 지금은 어엿한 예쁜 처녀가 되어 있다. 그런데 세르폴레트는 남자들하고 시시덕거리기를 좋아해서 마을에서는 이런 저런 얘기가 많이 돌고 있는 처지이다. 어부 그르니슈가 예쁜 세르폴레트를 마음에 두고 있다.
성의 지하실에서 금화를 챙기려는 갸스파르
어느날, 이 마을에 선장의 옷차림을 한 사람이 나타난다. 앙리라는 이름의 남자이다. 앙리는 마을에서 제르맹을 만나서 지금은 폐허가 되다시피 한 코르느비유 성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한다. 제르맹은 앙리에게 성안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으니 안가는 것이 좋겠다면서 말린다. 제르맹은 성의 진짜 주인이 나타나면 성탑에 있는 종이 울린다는 애기가 있다는 것도 덧붙여 말해준다. 성의 진짜 주인은 앙리이다. 추방 당했다가 이제야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앙리는 잠시 그가 소년일 때를 회상한다. 어떤 어린 소녀가 바다에 빠진 것을 구해준 기억을 한다. 앙리는 그 이후로 그 소녀를 다시 만난 일이 없다. 앙리가 이 마을에 나타난 것은 자기의 성과 영지를 되찾기 위해서이다. 마을 사람들은 선장처럼 보이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예의바른 신사여서 모두 호감을 갖는다. 장면은 바뀌어서 1막 2장이다. 코르느비유 마을에서 장이 서는 광장이다. 장터에서는 1년에 두번, 하인이나 하녀 또는 마부를 채용하는 거래가 이루어진다. 구두쇠이며 고집불통인 갸스파르 영감에게 속박되어 있는 제르맹, 세르폴레트, 그리고 그르니슈도 다른 주인을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이들은 앙리 가 자기들을 고용해 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2막] 코르느비유 성안의 넓은 홀이다. 앙리는 새로 고용한 제르맹, 세르폴레트, 그르니슈를 성으로 데려온다. 그리고 이들에게 자기의 신분을 비로소 밝힌다. 모두들 놀라고 감탄한다. 앙리는 사람들에게 성에 유령같은 것은 없으니 안심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내버려져 있던 성을 대대적으로 수리해서 예전처럼 화려하게 만들 결심을 한다. 앙리는 성의 서재를 둘러보다가 서류 한통을 발견한다. 엣날에 성에 루스네 자작가문의 영애가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 정치적인 문제로 신변의 위험이 있기에 앙리의 아버지가 어린 소녀를 마을의 어떤 농부에게 돈을 주고 맡겨서 신분을 속이고 지내도록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 농부는 다름 아니라 갸스파르라는 것이었다. 앙리가 사람들에게 서류에 적힌 내용을 설명해주자 모두들 세르폴레트가 자작가문의 영애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갸스파르 영감이 들판에 버려진 어린 아이를 데려다가 지금까지 길렀다는데 그런 사람이라면 세르폴레트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앙리는 비록 하녀로 데려왔지만 제르맹에 대하여 호감을 갖는다. 사람이 얌전하고 교양이 있으며 어딘지 모르게 기품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물론 아름답기 때문이다. 제르맹은 앙리가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을 알자 어부 그르니슈가 어릴 때에 자기를 구해 준 이야기를 해 주며 그래서 그르니슈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그와 결혼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제서야 앙리는 자기가 어릴 때에 구해준 소녀가 제르맹인 것을 알게 된다. 그르니슈가 제르맹을 구해 주었다는 것은 거짓이었다. 한편, 갸스파르 영감은 의도적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성안의 지하실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얘기를 마치 직접 목격한 것처럼 얘기한다. 사실 갸스파르의 옛 주인은 앙리의 아버지인 후작이었다. 못된 갸스파르는 후작의 보물을 성의 지하실에 감추어 두고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을 퍼트린 것이다. 갸스파르는 알리가 성의 주인이 되어 살게 되자 얼른 보물을 빼내올 생각으로 밤에 몰래 성으로 잠입한다. 갸스파르는 아직은 성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미리 지하실에 숨어 있던 앙리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갑옷을 입고 마치 유령처럼 갑자기 나타난다. 사람들은 성탑의 종을 울린다. 그리고 얼이 빠져 있는 갸스파르를 붙잡는다. 갸스파르는 도무지 영문을 알수 없어서 혼비백산이다.
갸스파로 영감과 세르폴레트
[3막] 코르느비유 성의 안채 뜰이다. 성의 종소리가 울리자 사람들은 앙리가 성의 적법한 주인이라고 인정한다. 성의 보수공사도 모두 끝난다. 앙리는 마을 사람들을 위한 잔치를 크게 연다. 모두들 즐거워한다. 정신이상이 되어 버린 갸스파르는 이리저리 다니면서 노래도 부르고 헛소리도 한다. 사람들은 다시 한번 세르폴레트가 예전에 잃었다는 자작가문의 영애라고 믿어서 축하한다. 그렇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서 마을 사무소에 기록되어 있는 출생증명서를 찾아보기로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출생증명 장부에서 세르폴레트의 출생기록을 담은 페이지만이 사라져 있다. 제르맹의 출생기록도 없어졌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갸스파르가 훔쳐갔던 것이다. 그르니슈는 세르폴레트가 자작가문의 영애인 것을 믿어서 제르맹은 안중에도 없고 이제는 세르폴레트에게 사랑을 호소하며 구애한다. 한편, 앙리는 자기가 제르맹을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다만 제르맹이 자기 집의 하녀일뿐이어서 걱정이다. 앙리는 그르니슈를 불러서 예전에 바다에 빠진 제르맹을 구해주었다는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자백하도록 한다. 그렇지만 진짜로 제르맹을 구해준 사람의 이름은 밝히지 않도록 한다. 제르맹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우연히 엿듣는다. 얼마후 앙리는 제르맹에게 정식으로 부인이 되어 줄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제르맹은 주저한다. 하녀가 지체 높은 귀족과 결혼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기 때문이었다. 이제 갸스파르는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갸스파르는 지난 일들을 모두 후회하며 지금까지 조카로 길렀던 제르맹이 실제로는 자작가문의 영애라고 밝힌다. 세르폴레트는 집시 고아인데 갸스파르가 데려다가 길렀던 것이다. 그러므로 앙리 후작은 제르맹 자작부인과 결혼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앙리 후작은 갸스파르를 용서한다. 세르폴레트는 그르니슈를 선택한다. 모두 행복하다. 코르느비유 성의 종소리가 아름답게 울려퍼진다.
마을사람들이 제르맹을 찬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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