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체자르 큐이의 '코카서스의 죄수' - 184

정준극 2018. 4. 10. 17:11

코카서스의 죄수(Prisoner of the Caucasus)

러시아 국민음악파 5인조의 중심인물인 체자르 큐이의 3막 오페라


체자르 큐이


20세기 초반에 제정러시아에서 활동했던 러시아 국민주의 음악파는 서유럽 음악에 물들지 말고 러시아적인 음악을 존중하고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인해서 러시아의 여러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을 '막강한 5인조'라고 불렀고 체자르 큐이는 '막강한 5인조' 중에서도 핵심되는 인물이었다. 큐이(Cesar Cui: 1835-1918)는 오늘날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에서 태어났다. 당시에 리투아니아는 제정러시아에 속한 지역이었다. 큐이의 아버지는 프랑스인이었으며 어머니는 리투아니아인이었다. 아버지는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했다가 퇴각할 때 프랑스로 돌아가지 않고 빌니우스에 남았던사람이었다. 큐이는 오페라도 여러편 작곡했다. '코카서스의 죄수'는 대표작이다. 오페라의 대본은 빅토르 크릴로프가 알렉산더 푸슈킨의 동명 서사시를 바탕으로 해서 작성했다. 큐이의 오페라가 나오기 전에 안무가인 챨스 디들로(Charles Didelot)가 발레로 만들어서 '코카서스의 죄수'에 대한 사전홍보를 해주었다. '코카서스의 죄수'라는 작품은 푸슈킨의 서사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레오 톨스토이가 1872년에 쓴 소설도 있다. 내용은 톨스토이가 러시아군에 복무하고 있을 때 실제로 경험했던 두 병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병사는 죄수로 갇혀 있었으나 두번이나 탈출을 시도했다. 첫번째는 실패로 돌아가서 당장 체포되었다. 두번째에는 탈출에 성공했다.


코카서스 병사들과 마을 처녀들의 춤


큐이는 '코카서스의 죄수'를 세번이나 수정했다. 첫번째 버전은 1858년에 만든 것으로 3막이 아니라 2막이었다. 그런데 초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케스트라 파트의 음악이 너무나 빈약했고 또한 공연시간도 적당하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서곡만은 작곡가 겸 지휘자인 밀리 발라키레프(Mily Balakirev: 1837-1910)가 오케스트라 파트를 완성했기 때문에 별도로 콘서트에서 들을수 있었다. 큐이는 몇년 후인 2막 짜리를 대폭 수정키로 결심했다. 큐이는 중간 막을 새로 만들어 넣었다. 그래서 3막이 되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것이 1883년 2월 4일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리인스키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그후 1885년에는 벨기에 공연을 염두에 두고 2막의 피날레를 상당히 확장하였다. 이것이 세번째 버전이었다. 오페라 '코카서스의 죄수'는 큐이의 오페라 중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차지한 작품이 되었다. 당시에 러시아 작곡가들은 자기들의 오페라가 프랑스에서 공연되는 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러시아적인 오페라를 서유럽에 전파한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당시에 프랑스는 유럽 오페라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더욱 의미를 두었다. 프랑스 초연은 1886년 리에즈에서였다. 이 공연이 가능했던 것은 큐이의 친구인 메르시 아르젠토 백작부인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어서였다. 큐이의 '코카서스의 죄수'가 프랑스에서 처음 공연된 것은 '막강한 5인조'의 오페라로가 처음으로 해외에서 공연된 경우였다. 그러나 벨기에와 리에즈에서의 공연을 예외로 삼고서는 '코카서스의 죄수'가 러시아 이외의 장소에서 공연된 일은 없다. 그리고 큐이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더구나 점차 잊혀져 갔다.


코카서스 전사들과 러시아 병사들의 전투


주요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카젠베크(Kazenbek: B)

- 화티마(Fatima: S). 카젠베크의 딸

- 마리암(Mariam: MS). 화티마의 친구

- 아부베커(Abubeker: Bar). 화티마의 신랑

- 페커딘(Fekherdin: B). 이슬람교의 선생

이밖에 러시아인 죄수(T), 서카시아인(Circassian: T & Bar) 등이 등장한다. 서카시아는 카프카스 산맥 북부의 흑해에 면한 지방이다. 주요 음악으로서는 서곡이 있으며 1막에서 화티마의 아리아와 러시아 죄수의 아리아, 2막에서 아부베커의 아리아, 3막에서 마을 남녀들의 춤 음악, 그리고 3막에서 마리암이 부르는 치르카시아 노래가 있다.


화티마와 마리암


1막. 코카서스의 산간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마침 알라에 대한 기도를 마친다. 이들은 러시아정교회가 아니라 무슬림들이다. 마을의 촌장 격인 카젠베크는 딸 화티마가 우울해 보이자 '너를 위해 신랑을 선택해 놓았으니까 이제 행복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화티마는 계속 슬픔에 잠겨 있다. 갑자기 한 무리의 코카서스인들이 도착한다. 이들은 어떤 러시아 포로를 말에 매달아서 끌고 온다. 화티마의 신랑이 될 아부베커가 결혼선물로 러시아 군인을 붙잡아 왔다는 것이다. 화티마는 그 러시아 포로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죄수는 한 밤중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마당 한쪽에 붙들어 매어져 있다. 화티마가 은밀하게 음식을 가져다 준다. 잠시 후에 하일랜더 한 사람이 뛰어 들어오더니 카젠베크에게 러시아 군인들이 인근 마을을 침략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러시아 군인들은 마을을 약탈하고 사람들을 죽였다는 것이다. 마을의 남자들이 원수와 같은 러시아군과 싸우기 위해 몰려 나온다.


코카서스 남자들의 춤


2막. 마을 여인들이 화티마의 결혼을 축하하며 노래하고 춤춘다. 마을 여인들이 떠나자 화티마는 친구인 마리암에게 자기의 슬픔을 털어 놓는다. 그때 화티마의 아버지 카젠베크와 마을의 이슬람 지도자인 페커딘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화티마와 마리암은 얼른 커튼 뒤로 숨는다. 페커딘은 카젠베크에게 화티마가 러시아 죄수를 동정해서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준다. 카젠베크는 화티마가 가문의 명예뿐만 아니라 코카서스인들의 명예에 먹칠 했다고 생각한다. 잠시후 신랑이 될 아부베커가 도착한다. 아부베커는 사람들에게 화티마에 대한 사랑을 얘기한다. 화티마가 나타나서 아부베커를 환영하는 인사를 한다. 아부베커가 신랑으로서 신부의 아버지인 카젠베크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말한다. 선물은 다름 아닌 러시아 죄수이다. 카젠베크는 러시아를 증오하기 때문에 아부베커의 선물을 기쁜 마음으로 받는다. 사람들이 러시아 죄수를 사형에 처하라고 소리친다. 카젠베크는 사람들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죄수의 고통을 끝내주겠다는 생각이다.


코카서스 마을 여인들의 춤


3막. 결혼식이 열린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인 축제의 한 마당이다. 마을 사람들은 용감하고 멋진 신랑 아부베커를 높이 찬양한다. 여자들이 춤을 추고 이어 남자들이 춤을 춘다. 멋들어진 코카서스 민속춤이다. 마리암이 치르카시아 노래를 부른다. 그런 후에 모두 퇴장하고 무대에는 신랑신부만이 남는다. 신부 화티마는 아직도 슬픈 마음이다. 아부베커가 어째서 그렇게 슬픈 얼굴이냐고 묻는다. 화티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아부베커의 뒤를 따라 퇴장한다. 이윽고 족쇄에 채운 죄수가 끌려 들어온다.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에 화티마가 나타나서 죄수에게 어서 도망가라면서 족쇄를 풀어준다. 죄수는 화티마에게 고맙다고 하면서 그러나 자기는 화티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고향에 사랑하는 여인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죄수가 멀리 사라질 때에 화티마는 절망에 빠진다. 마리암이 나타나서 화티마에게 마을 사람 모두가 원수인 러시아군을 물리치기 위해 싸우러 나간다고 전한다. 사람들이 몰려나온다. 사람들은 화티마가 러시아 죄수를 풀어준 것을 알고 너무나 놀란다. 그리고 어떤 불운이 있을 것 같아서 두려워한다. 사람들은 러시아 죄수를 풀어준 화티마를 죽여야 한다고 소리친다. 사람들은 손에 칼을 빼어 들고 흥분한다. 그러자 화티마가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꺼내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화티마와 러시아 죄수. 화티마는 어느덧 러시아 죄수를 사랑하게 되지만 러시아 죄수에게는 고향에 두고온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푸슈킨의 오리지널 서사시에는 화티마가 물에 빠져 죽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큐이의 오페라에서는 단검으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되어 있다. 푸슈킨의 서사시의 원래 제목은 '코카서스의 포로'(Captive of the Caucasus)이다. 1822년에 출판되었다. 푸슈킨은 이 서사시를 친구 니콜라이 라에브스키 장군에게 헌정했다. 라에브스키 장군은 나폴레옹 전쟁 때에 러시아를 위해 혁혁한 전공을 세운 군인이다. '코카서스의 포로'의 줄거리는 푸슈킨이 추방생활을 할 때에 피아티고르스키에서 지냈던 경험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내용은 바이론적인 러시아 장교에 대한 이야기이다. 엘리트 생활에 환멸을 느낀 그는 현실도피를 결심하고 코카서스의 산악지대로 모험의 길을 떠난다. 그러나 그는 치르카시아 부족민에게 잡혀서 죽을 상황이었지만 아름다운 치르카시아 여인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진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이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코카서스 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들이 있었다. 낭만주의와 동양주의가 결합된 사조였다. 푸슈킨의 서사시는 대인기여서 영화에서도 자주 인용되었다. 예를 들어 소련 코미디 영화인 '납치. 코카서스 스타일'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