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니오(Fortunio)
앙드레 메사저의 4막 코미디 리리크
앙드레 메사저
근자에 프랑스의 앙드레 메사저(André MessagerL 1853-1929)의 오페라(또는 코미디 리리크)인 '포르투니오'가 프랑스를 중심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2014년 리모즈 오페라가 창단 50주년 기념으로 이 오페라를 공연했을 때에 여주인공인 자클린 역을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계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인 아멜 브라힘 드웰룰(Amel Brahim-Djelloul: 1975-)이 맡았기 때문에 더 관심을 끈 듯 싶다. 아멜은 노래도 노래지만 미모도 뛰어난 소프라노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페라 성악가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곡가인 앙드레 메사저라고 하면 푸치니의 '나비부인'에 영향을 준 '국화부인'(Madame Chrysanthème)이라는 오페라를 작곡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작곡가이다.
리모즈 오페라 창설 50주년 기념 공연. 자클린에 아멜 브라힘. 클라바로슈와 함께
앙드레 메사저는 작곡가이면서 지휘자였고 또한 뛰어난 오르가니스트 겸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생전에 8편의 발레음악, 30편의 오페라 코미크, 오페레타, 기타 무대작품을 작곡했다. 그 중에서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은 발레음악인 '두 마리의 비둘기'(Les Deux Pigeons)와 오페라 코미크인 '베로니크'(Veronique)일 것이다. 그러나 '국화부인'은 '나비부인'의 그늘에 가려서 별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앙드레 메사저의 또 다른 인기 오페라로서는 '꼬마 미슈'(Les p'tites Michu)와 '무슈 보케르'(Monsieur Beaucaire) 등이 있다. '포르투니오'의 대본은 프랑스의 극작가인 갸스통 아르망 드 까이야베(Gaston Arman de Caillavet)와 로베르 드 플레르(Robert de Flers)가 알프레드 드 뮈쎄(Alfred de Musset)의 1835년도 코미디인 '샹들리에'(Le Chandelier)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1835년에 발표되었지만 연극무대에 올라간 것은 그로부터 13년 후인 1848년이었고 다시 오페라로 만들어져 공연된 것은 처음 발표된 때로부터 70여년이 지난 때였으니 대기만성이었던 모양이다.
오페라 코미크의 살르 화바르. 오디토리움과 무대
'포르투니오'는 이 오페라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오페라 '포르투니오'는 1907년 6월 5일 파리의 살르 파바르(Salle Favart)에서 오페라 코미크 팀이 처음 공연했다. 초연의 지휘는 메사저 자신이 맡아했다. '포르투니오'의 초연 당일에는 클로드 드비시, 레이날도 한, 가브리엘 포레, 가브리엘 피에르노 등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었다. 가브리엘 포레는 르 피가로지에 '포르투니오'에 대한 관람평을 실어서 이 오페라를 널리 알렸다. 이후 '포르투니오'는 1940년대까지 유럽의 여러 극장에서 스탠다드 레퍼토리로서 사랑을 받았다. 브뤼셀의 라 모네에서도 자주 공연되었고 보르도와 리옹에서도 공연되었다. 그러다가 전쟁의 여파로 잠시 모습을 감추었다. 전쟁 이후에는 새로운 사조의 오페라들이 등장하는 바람에 점차 잊혀져 갔고 그리하여 오늘에 이르렀으나 다시 관심을 받게 되어 프랑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공연되기 시작했다. 영국 초연은 2001년 그레인지 파크 오페라에서였다. 2008년에는 프리부르, 베장송, 디종이 공동으로 제작하였다. 오페라 코미크는 2009년에 새로운 제작으로 6회의 공연을 가졌다. 2013년에는 그랑 테아트르 마스네에서 또 다시 새로운 제작의 공연이 이루어졌다.
앙드레와 자클린과 클라바로슈. 앙드레는 클라바로슈를 신임한다.
'포르투니오'는 코미디여서 대화체의 대사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런 대사는 하나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대사가 음악반주에 의한 레시타티브이거나 아리아로 만들어졌다. 대강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변호사 앙드레에게는 아름다운 부인 자클린이 있다. 자클린은 의 비서인 포르투니오는 변호사의 부인인 자클린과 장교인 클라육군 장교인 클라바로슈와 밀회를 가지는 사이이다. 포르투니오는 그것도 모르고서 클라바로슈의 위장대역을 맡아한다. 그러다가 자클린을 사랑하게 되고 자클린은 포르투니오의 순박한 매력에 빠녀서 클라바로슈와 헤어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포르투니오'가 연극으로 공연되었지만 관객들은 불륜을 미화한 것이라고 하여서 환영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정부 당국이 이 연극의 공연을 금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해서 오페라로 만드는 것까지 제재할수는 없었다. 다니엘 오버가 먼저 '자네타'(Zanetta)라는 타이틀의 오페라로 만들어서 1840년에 무대에 올렸다. 35회의 연속공연을 기록했다. 당국의 제재를 크게 받지 않았던 것은 무대를 17세기의 프랑스에서 18세기의 팔레르모로 옮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원작과 크게 다를바가 없었다. 자크 오펜바흐가 '포르투니오의 노래'(La chanson de Fortunio)라는 단막의 오페라 코믹을 만든 있다. 1861년에 테아트르 데 부프 파리지엔느에서 처음 공연된 작품이다. 오펜바흐는 이 오페라에서 주인공은 포르투니오를 나이 많은 노인으로 바꾸었다. 그러다보니 젊은 부인인 자클린이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고 그로 인하여 코믹한 사태가 벌어진다는 내용이다. 오펜바흐는 실은 그보다 앞서 1850년에 뮈세의 수정본 대본으로 연극이 공연되었을 때 극음악을 작곡한 일이 있다. 오펜바흐는 코믹 오페라 '포르투니오의 노래'에서 극음악에 사용했던 노래들을 그래도 사용했다. 포르투니오의 노래를 위한 가사는 오펜바흐 자신이 만들었다. 그것을 1875년에 차이코브스키가 러시아어로 번역하였다. 차이코브스키는 '포르투니오의 노래'를 무대 공연이 아니라 콘서트 연주를 위해 만들었다.
앙드레와 자클린(일로나 돔니히)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포르투니오(Fortunio: T). 앙드레의 변호사 저택의 서기(서기이지만 집사 또는 하인과 같은 일을 한다)
- 메트르 앙드레(Maître André: Bar). 나이 많은 변호사
- 자클린(Jacueline: S). 변호사 앙드레의 부인
- 클라바로슈(Clavaroche: Bar). 육군 장교. 자클린을 좋아하고 있다.
- 랑드리(Landry: Bar). 앙드레 변호사 저택의 서기(집사와 같은 역할)
- 귀욤(Guillaume: B). 앙드레 변호사 사무실 서기. (집사와 같은 역할)
- 마들롱(Madelon: S). 하녀
- 거트루드(Gertrude: S). 하녀
- 메트르 수브틸(Maitre Subtil: T). 변호사. 포르투니오의 삼촌
이밖에 메트르 수브틸(Maître Subtil), 장교인 드 베르부아(Lieutenant de Verbois), 역시 장교인 다친쿠르(Lietenant d'Azincourt), 마을 사람들, 군인들이 등장한다. 초연에서는 타이틀 롤인 포르투니오를 테너 페르낭 프란셀(Fernand Francell)이 맡았고 자클린의 이미지는 소프라노 마르게리트 지로 캬레(Marguerite Giraud-Carré)가 창조했다. 당시 가장 인기가 높았던 테너와 소프라노였다. 프랑스어의 Maitre는 주인님이란 뜻도 있지만 전문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붙이는 일종의 호칭이다. 영어로 Master와 같은 의미이다.
앙드레를 찬양하여 축배를 들고 있는 랑드리
[1막] 교회 밖에 있는 작은 광장이다. 사람들이 불레(boules)라는 게임을 하고 있다. 보울링과 비슷한 공치기 게임이다. 앙드레 변호사 사무실의 서기인 랑드리가 자기 주인을 찬양하면서 건배를 한다. 변호사로서도 성공했고 젊고 아름다운 부인을 두어서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라는 얘기다. 수브틸 변호사가 조카 포르투니오와 함께 지나간다. 수브틸 변호사는 포르투니오가 동료 변호사인 앙드레의 사무실에서 서기로 일할수 있게 되어서 마음이 흡족한 상황이다. 이미 앙드레 변호사 사무실의 서기로 일하고 있는 랑드리는 실은 포르투니오의 나이 많은 사촌이다. 랑드리는 포르투니오가 새로 서기로 취직을 해서 같이 일하게 되었다고 기뻐하면서 포르투니오에게 이것 저것 자문을 해준다. 하지만 수줍은 몽상가인 포르투니오는 랑드리의 조언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잠시후 연대의 병사들이 광장으로 들어선다. 연대의 새로운 대장은 추진력이 강한 클라바로슈 대위이다. 광장에 들어선 클라바로슈는 이제 시간에도 여유가 있으므로 여자들이나 후려서 유쾌하게 지낼 생각이다. 마침 젊고 아름다운 자클린이 교회에 가기 위해 등장한다. 하녀와 함께 거니는 모습을 보니 예사 여인은 아닌 것 같다. 자클린의 모습을 본 클라바로슈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여인을 자기 품에 안겠다고 다짐한다. 클라바로슈가 교회에서 나오는 자클린을 보니 남편인듯한 남자와 함께이다. 앙드레이다. 클라바로슈는 앙드레부터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앙드레는 대위인 클라바로슈의 화려한 군복에 호의적인 인상을 받는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어느덧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친하게 된다. 앙드레는 클라바로슈에게 자기 집의 문은 언제라도 열려 있으니 방문해 달라고 말한다. 옆에 있던 포르투니오도 자클린을 처음 보자 그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모습에 정신을 잃을 정도가 된다. 포르투니오의 마음 속에는 어느새 자클린을 사모하는 심정이 넘쳐 흐른다.
포르투니오에게 서기(집사)라면 이런이런 일을 해야 한다면서 자문을 하고 있는 랑드리
[2막] 다음날 아침, 앙드레는 다른 방에 있는 자클린을 깨우러 가다가 하인들이 간밤에 어떤 남자가 창문을 통해서 자클린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보고하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다. 앙드레가 자클린을 만나서 그게 무슨 소리냐? 어찌된 것이냐?라고 다그치듯 묻는다. 자클린은 성난 남편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눈물을 흘리면서 '왜 지금까지 자기를 무시하고 관심도 가져주지 않았느냐?'면서 오히려 앙드레를 비난한다. 눈물을 흘리는 여자 앞에서는 천하장사도 없다는 얘기처럼 앙드레도 자클린의 눈물과 하소연을 듣고 나서 공연히 부끄러워져서 자리를 피한다. 앙드레가 방에서 나가자 찬장 속에 숨어 있던 클라바로슈가 엉금엉금 기어 나온다. 앙드레는 명색이 변호사이므로 아무래도 무언가 께름직한 의심을 떨쳐 버릴수가 없다. 이럴 때에 필요한 존재가 '샹들리에'이다. 샹들리에는 천정에 붙어 있는 조명기구이지만 그 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첩자로서 안성마춤이다. 앙드레는 새로 고용한 포르투니오에게 샹들리에의 역할을 맡아 달라고 지시한다. 자클린의 옆에서 봉사하면서 자클린의 행동을 탐지해서 보고해 달하는 얘기다. 이제 포르투니오는 자클린의 개인비서로서 근거리에서 시중을 두는 입장이 된다. 그러는 중에 자클린은 포르투니오의 순수하고 성실하며 헌신적인 면에 감동한다. 한편, 클라바로슈는 앙드레가 포르투니오를 디코이(위장인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오히려 포르투니오를 역이용한다.
자클린을 의심하여 다그치고 있는 앙드레
[3막] 앙드레 저택의 집사인 귀욤이 어느 날 밤, 어떤 남자가 자클린의 침실로 스며들어가는 것을 본다. 한편, 포르투니오는 자클린을 너무나 사모하는 나머지 자클린의 밀회가 발각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만일 발각되면 아름다운 자클린이 앙드레로부터 곤혹을 치루게 될 것이므로 자기야 말로 자클린의 수호천사가 되어야 한다는 꿈같은 생각을 한다. 포르투니오가 자클린 마님에게 더욱 정성스럽게 봉사하면 할수록 다른 하인들은 오히려 포르투니오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개중에는 질투하는 사람도 있고 시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포르투니오는 그런 눈초리에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하인인 주제에 꿈도 크지! 언젠가는 자클린이 자기의 마음을 알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어느날 저녁 앙드레, 자클린, 클라바로슈, 그리고 포르투니오의 네 사람이 만찬을 한다. 포르투니오는 자클린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서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포르투니오의 노래이다. 노래를 듣고 있던 자클린은 포르투니오가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데 얼마후 포르투니오는 자클린과 클라바로슈가 서로 얘기하는 내용을 우연히 엿듣게 된다. 자클린이 클라바로슈에게 이제 그만 만나자고 선언한 것이다. 그제서야 포르투니오는 자기가 그동안 했던 역할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자클린과 클라바로슈
[4막] 클라바로슈는 포르투니오를 골탕 먹이기로 작정한다. 앙드레가 포르투니오를 의심하도록 만들 생각이다. 그러면 자기는 의심의 대상에서 벗어나서 유유히 즐길수 있다는 계산이다. 클라바로슈는 가짜 편지를 하나 만든다. 자클린이 포르투니오에게 밤에 자기의 침실로 와 달라는 내용의 편지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포르투니오는 그야말로 자클린이 자기를 좋아하는 줄로 믿고 자클린의 침실을 찾아간다. 클라바로슈가 앙드레에게 한밤 중에 누가 자클린의 침실로 들어간다는 얘기를 귀띰해 준다. 질투에 불탄 앙드레가 클라바로슈와 함께 몰래 숨어서 지켜보기로 한다. 클라바로슈는 앙드레에게 자클린의 방에 들어간 그 남자가 갑자기 위기가 닥치면 찬장 속에 숨을 것이니 열어보라고 말해 준다. 한편, 자클린은 포르투니오가 한밤 중에 찾아오자 이건 분명히 앙드레가 꾸민 함정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밖에서 누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자클린은 포르투니오를 찬장이 아닌 옷장에 숨도록 한다. 그러다가 역시 옷장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포르투니오가 다른 비밀 통로를 통해서 빠져 나가게 한다. 앙드레와 클로바로슈가 함께 등장한다. 클로바로슈는 앙드레에게 찬장을 열어 보라고 말한다. 열어보았지만 아무도 없다. 질투심이 많은 앙드레는 자클린에게 공연히 의심했다고 하면서 크게 사죄한다. 클라바로슈는 앙드레에게 '아니 찬장이 아니라 옷장을 한번 열어보시오'라고 말한다. 앙드레가 옷장을 열어 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없다. 자클린은 신경질이 난듯 앙드레와 클라바로슈를 방에서 쫓아낸다. 그리고 포르투니오의 팔에 안긴다. 순진한 사랑이 승리를 거두었다. 오늘날 보면 이런 정도의 사랑이야기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18세기와 19세기에는 무슨 도덕심이 그렇게도 강하다고 하여튼 '포르투니오'의 내용이 사회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배척을 당했다.
해피엔딩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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